인도에서 만난 남자 8
"축복 받았네요? 주의하셔야죠"
"뭐가 축복이야. 제기랄. 덥고 피곤한데다가.."
"성변인데 왜 그래요?"
바라나시의 골목은 좁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가 이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미로 다름 아니다. 잘못 혼자 돌아다니다
길잃고 미아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가장 문제는 간간히 조금만 주의를 하지 않아도 "축복"을 받는 다는 사실이다.
성스러운 동물인 소의 똥을 밟는 일을 케이는 축복받았다고 표현했다.
샌들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감촉이 아.닌. 그 찝찝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누님들 매력에 소가 덥칠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소를 구경하고 있는 반항기 처자들에게 케이가 장난스럽게 주의를 준다.
그렇게 주의를 주면서도 케이는 여전히 씩씩하게도 휙휙 걸어 다닌다.
뭐가 들었는지 모를 그의 가방속은 남의 두배나 됨직함에도 그는 별로 힘든 기색이 없다.
밤새 기차를 타고 와서인지 다들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바라나시에 비하면 델리는 아주 발전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거리에 소도 거의 없고.
**** 게스트하우스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다니다 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빨리 짐을 풀려고 방을 정하려는데
"방배정을 다르게 해요"
내게는 별로 존재감이 없던 예비 군바리중 한명이 방배정을 지난번과는 다르게 하자고 제안한다.
피곤한데 또 방배정에 시간이 걸릴것을 생각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저놈 이름이 정우 였던가?
" 왜 저런데요? 재들 서로 사이 좋았잖아요?"
"빨래 땜에 싸웠다나봐. 나머지 두놈이 게을러서 혼자 계속 빨래를 해왔대."
소식에 빠른 형오 형님이 정보를 제공한다. 바야흐로 정보화 사회 아니던가?
그맘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저분한 놈들 지 빨래는 지가 해야지. 며칠 혼자하려니
우정이고 뭣이고 짜증이 날만도 하지. 애인이나 마누라도 아니고.
"씨발. 빨리 군대 다 쳐넣어 버려야 돼.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되지."
비교적 급한 성격인 철재 형님도 슬슬 짜증이 나려나 보다. 땀이 등줄기를 흘러 샤워밖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정우랑 저랑 더블을 쓰고 거기 민경이 누님이랑 은혜랑 더블을 쓰면 되겠네요.
괜찮죠? 이의 있으신분?"
아무도 이의가 없다. 반항기 처자 셋이서 원체 친하게 지내온터라 불만이 있을 것 같았는데
별 이의 없이 수긍하는 것이 신기하다.
" 재 담배 피거든. 아마 자기도 룸 메이트들도 불편 했을 꺼야. 이제 은혜랑 둘이서 눈치 안보고
담배피면 되겠네."
역시 정보에 빠른 형오형님이시다.
재빠른 케이 녀석은 벌써 그것도 파악해 놓았나 보다. 씨발 그래 너 졸라 카리스마 있다. 제기랄.
"그럼 로비에서 12시에 뵙겠습니다. 샤워하시고 쉬시다가 그때 만나서 점심이나 같이 먹죠.
혹시나 방에 문제가 있으시면 저나 저기 수염난 아저씨에게 말하세요. 한국말 잘하거든요.
아 그리고 방이 좀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겁니다. 더블에 200 루피. 싼만큼 질은 좀 떨어지죠.
그리고 바라나시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정전도 자주 있습니다. 참고 하세요."
말을 마치고 자기 방으로 정우를 데리고 들어가는 케이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는 은혜의 얼굴이
내눈에 들어 왔다. 제기랄 내가 왜 은혜를 보고 있는 거지? 우리 이쁜이 사진이나 봐야 겠다.
그러면서도 왠지모를 안도감이 전해져 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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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에서 맞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설마 이물이 갠지스 강에서 직접 퍼올린 건 아니겠지?
설마? 한두번은 걸렀을 꺼야.
샤워를 마치고 형님들이 벗어놓은 옷들과 내옷을 바케스에 담고 세제를 풀어 대충 풀어 놓는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엄연한 질서가 존재한다. 입사 년차. 학번. 군번. 그리고 나이.
이는 결과적으로 내가 마지막으로 샤워를 해야함과 이후 뒷처리 까지 해야 함을 의미한다.
짜증나.
그러는 동안 방에서 형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빨랫줄 걸어 놨어. 우리는 물 사러 갔다 올께. 니꺼도 사올까?"
"예~"
염치를 아는 형님들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질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샤워를 마치고 방에 누워서 멈춰선 선풍기를 본다.
이동네는 희안하게 선풍기가 천창에 매달려 있다. 이런거 영화에서나 보던건데. 신기하다.
지금이야 신기하게 쳐다 보고있지만 인도애 도착한 첫날에는 돌아가면서 삐걱대는 소리에
혹시 자다가 떨어지지나 않을지지나 않을지 얼마나 스릴 있는 밤이 없다구.
스릴이고 자시고 간에 이렇게 정전으로 멈춰선 선풍기를 보니 그마저 아쉽다.
담배를 물어 불을 붙이니 망상이 떠오른다.
역에서 자전거 릭샤를 타고 올때 굳이 은혜가 내 팔을 잡아 끌어 같이 타고 온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에게 관심이 생겼나?
좁은 릭샤 안장위에서 맞다은 그녀의 의 몸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났었다.
비록 하룻밤 기차속에서 쩔은 땀일 망정 그지없이 향기로웠다.
그녀의 새근대는 숨소리에 맞춰 내 심장이 고동치고 마치 십대 어린애 마냥 혹여나 들킬까
비꺽거리는 안장위에서 균형을 잡느라 얼마나 고생했는가?
빌어먹을 소똥냄새는 그녀에게서 떨어지자 말자 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훌륭한 방향제... 인가?
이거 결론이 이상하게 나는걸?
자책이 든다. 이게 뭐야? 발정난 늙은 당나귀도 아니고 엄연히 아내가 있는 몸이 어린애
몸내음에 몸달아하는 꼴이라니. 나도 한심하군.
형오 형님과 철재 형님이 물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벌써 반병은 족히 마신양 숨을 헐떡인다.
망상이 사라진다.
"씨발 졸라 덥네. 살수가 없어."
시원한 물을 마시고나니 좀 살것 같다.
남은 시간이 애매해서 자기도 그렇고 어디 나가기도 그래서 형님들이 고스톱을 치잖다.
원래 나는 고스톱을 칠줄 몰랐다. 포커나 훌라 같은 카드게임이 훨씬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 이쁜이가 고스톱을 아주 좋아하기에 밤마다 무료할때면 한두번씩 치다가...
내 그동안 우리 이쁜이에게 전수 받고 초상집과 집들이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마.
"점당 1루피"
점당 십원도 아니고 백원도 아닌 루피로 계산을 하자니 왠지 우스운 감이 있다.
더구나 밑에 깔려있는건 비행기에서 뽀려온 에어인디아 마크가 선명히 찍혀있는 담요.
허거덩.
"아저씨들 뭐해요?"
막 판을 돌리려는 찰나에 은혜가 배꼼히 문을열고 고개를 들이민다.
"고스톱? 나도 끼워줘요~"
그녀가 신이나 들어온다. 뒤에 민경이도 따라 들어온다.
역시나 우리는 나이순으로 고도리 방향으로 앉는다. 내가 말번 은혜는 광을 판다.
옆에 앉은 은혜의 샤워뒤의 풋룻함이 은근히 느껴진다.
"냄새가 새로운걸?"
실수다. 이런 개인적인 감상을 입으로 내 뱉다니. 인도와서 이미지 완전히 구겨지는구나.
또 변태소릴 듣겠지?
"우와 ~ 아저씨 개코네요? 어떻게 알았어요?"
"?"
"사실은 땀을 많이흘려 땀띠가 난데다가 살이 좀 타서 케이에게 파우터 빌려 발랐는데..냄새 좋죠?"
그녀는 나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않고 나를 개코로 만들어 버린다.
여자 냄새 킁킁대는 변태에서 개코면 이미지가 어느정도 올라간건가?
변태와 개코의 관계를 떠나서 판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여섯판을 내리 지고나니 분위기가 이상한걸 느낀다.
혹시 이사람들이?
형님들의 눈치를 보니 은근슬쩍 눈치를 서로 계속 주고 받고 있다. 역시 이들은 선수다.
생수를 사러가서 시간이 오래 걸린것이 수상쩍다. 아마도 그틈에 작전을 짜지 않았을까?
"이상하네? 오늘 재수가 없나?"
은혜가 혼잣말을 한다.
그렇게 푸념하는 듯 하더니 의미심장한 눈빗을 나에게 보낸다.
그렇지 저 여우 같은 것이 모를리가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때부터 은혜 밀어주기가 시작되었다.
"아저씨 이게뭐야? 이거랑 조거랑 짝이 맞아요?"
은혜가 패를 가르키며 몸을 앞으로 숙이자 늘어진 라운드 부위로 젓가슴이 살짝 보인다.
정신차리자. 서인호.
형님들이 은혜의 가슴에 정신이 팔려 손이 앞으로 약간 제껴진 틈에 나는 세명의 패를
모두 볼수 있었다.
은혜는 가끔씩 그렇게 형님들을 유혹했고 결국 두어시간만에 형님들에게 개인당 오백루피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수 있었다.
"당했군. 당했어. 선수를 못알아 봤구만."
돈을 잃고서야 형님들이 정신을 차린듯하다.
그렇지만 매너는 좋은듯 별로 탓을 하는 기색은 없다. 그저 허허 웃기만 할뿐이다.
"은혜 너 장난이 아닌데 그런거 어디서 배웠어?"
"며칠전에 케이가 가르쳐 줬어요. 네장씩 열두패를 기억해서 어쩌구 저쩌구...
자기도 학교 선배에게 배웠대요. 뭐 은근슬쩔 정신홀리기는 여자의 무기지만."
이거 우리 이쁜이가 가르쳐 준것이랑 비슷하군. 그 학교는 별별 이상한 것도 가르치나 보지.
것보다 은혜가 말할때 마다 케이가 튀어나오는 것이 왠지 씁쓸하다.
정말 좋아하나?
미경이는 구석에서 조용히 졸고 있었다.
자기 머리위에 도마뱀이 포복 자세로 혓바닥 낼름거리고 있는걸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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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근처 ** 카페에서 가볍게 죽을 먹었다.
인범씨는 은영씨가 몸살이 난 것 같다며 걱정스런 얼굴로 밥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죽을 싸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저씨 오후에는 뭐 할 꺼에요?"
은혜가 물어온다. 오후에는 일본 여자애들과 약속이 있다.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겠지?
"뭐 그냥 형님들이랑 가트나 좀 돌아다니겠지 뭐?"
"나도 같이 갈까?"
"뭐? 케이는?"
"케이는 기차역에 가서 기치표 예약하고 또 몇군데 들려야 할 곳이 있데요."
"그래? 흠.."
고민이 된다. 솔직히 은혜랑 같이 다니면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일본여자들을 향한
은근한 기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풋. 농담이에요. 일본애들이랑 재미보세요."
"어. 뭐?"
"아까 형오 아저씨랑 철재 아저씨랑 이야기 하는 거 얼핏 들었어요. 뭐 옅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물을 사고 구석에서 담배피고 있으려니가..헤헤"
"그럼.. 아 꼭 콘돔을 챙기새요. 병 ダ만?안되잖아요."
"케켁."
그러고는 싱긋 웃고 가버린다.
왠지 무안하다. 그건 아마도 저녀석이 너무 직설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뭐 그래서 귀업지만.
제기랄.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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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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