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흘렀는지 몰랐다. 고열과 오한으로 초가을임에도 두터운 캐시밀런담요를 머리위까지 끌어올려 죽음과 같은 잠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과일을 사라는 트럭 녹음기에 잠시 깨었던 것 같았고 미친년처럼 울려대는 핸드폰과 초인종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던 기억도 있었다. 꿈들은 더 가관이었다. 숙모와 삼촌과 혜주와 박승기와 김태주와 홍석과 현규와 작은 이모가 나를 에워싸고 우하하 호호호 웃는 꿈이 두차례나 연속으로 꿔졌고 그 포위망에서 나를 감싸주며 그들을 물리쳐 준 이가 다름아닌 모친이었다. 그 여자는 회사 사무실로 내 손을 이끌어 사장실로 박차고 들어가 나를 다시 회사에 복직시켜 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20층 빌딩 사람들이 모두 모여 나와 나의 모친을 제지하려 아비귀환의 장을 연출했다. 부끄럽고 괴롭고 죽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모든 것을 모친의 활약과 언성에 의지하고 있었다. 사장을 위시한 모든 직원들이 내 입과 틀어막고 팔을 비틀며 땅바닥에 머리를 쳐박자 모친이 달려들어 긴 칼로 그들의 팔을 잘라내고 있었다. "내 아들, 내 새끼..."을 외쳐대며...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고 나흘이 흘렀음을 알게 되었다. 수십통의 음성과 문자가 남겨져 있었는데 대다수가 홍석과 태주와 회사에서 온 "걱정"어린 메시지들이었다. 승희는 홍석이가 보유한 최고의 타자답게 박승기와의 첫 대면을 성공적으로 런치시켰다 홍석이가 득의양양하게 자랑했고, 그의 목소리는 아마도 박사장이 승희를 강제로 범하도록 상황과 분위기를 잘 만들었을테며 박사장의 정액과 자신의 피복조각과 승희의 핸드폰사진 몇장으로 증거물을 확보하리라는 초기 설계도면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승희의 사촌오빠가 등장하여 박사장과 대면할테고 이가 크던 작던 난관이 봉착되면 내가 태주에게서 빼낸 그의 회사의 이중장부와 그의 아이들의 신상정보가 팔로우업이었다. 홍석이는 며칠간 컨택이 되지 않아왔던 내가 그래서 그리도 그리웠를테다. 김태주의 메시지도 상당히 많았으나 여자의 자존심으로 연락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압축된 문자메시지에서 엿볼 수 있었다. 보고싶어 연락했다는 뉘앙스는 전무했고 단지 그녀는 회계장부 처리법을 가르쳐 달라는 나의 요구때문에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했다. 혜주의 메시지가 뜻밖이었다. "오빠, 많이 안 좋아?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기다릴께..^^"라는 문자외에 몇번의 전화수신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당시의 내 상황과 고민을 가장 깊게 알고 있는 그녀인지라 출처모를 동지애와 그리움 같은 것이 일었다.
숙모로부터의 전화는 새 통화와 "무슨 일 있어?"라는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몸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와 나흘만에 배속을 가득채운 물이 다시 거꾸로 솟아 변기통에 입으로 코를 통해 우르르르 쏟아져 나왔다.
오피스텔을 빠삐용의 마음으로 그러나 거북이의 걸음으로 탈출했다. 조그마한 흰 종이에 예쁜 글씨체로 적힌 메모지 한 장이 툭 떨어졌다.
"괜찮은거지? 전화해. 꼭."라 씌여 있었다.
도대체가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나의 출현에 쌍수를 들고 맞아줄 홍석과 태주를 만나 박사장과 맞설 기운을 차리고 추스릴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며 숙모나 삼촌을 찾아가 나의 궁금함을 속 시원히 충족시켜줘야 하는지, 아니면 혜주라도 찾아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섹스를 나누며 정신적인 안식처라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회사에 가서 구구절절히 변명하고 이유를 달아가며 벌써 잘려나갔을 나의 자리를 구걸해야 하는지.... 정말 도대체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자유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올림픽대로에서 꽉 막혀 반나절을 보냈다. 홍석이와 태주의 전화가 몇번 울렸으나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아서 나의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려 반나절내내 밀려드는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었으나, 설령 그랬다해도 딱히 그들에게 할 말도 없었고 그들의 원망에 대응해 줄 기력도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여의도 한강둔치에 차를 세웠다. 캔맥주를 치익 따서 입구멍에 들이부었다. 콸콸 쏟아져 내려와 어느새 가벼워져버린 오비라거 맥주깡통을 보며 내 가슴 속에 가득차 있는 두엄덩이들을 무식한 삽으로 퍽퍽 퍼내는 상상을 해보았다. 형편없이 찌그러진 내 얼굴이 시뻘개진 하늘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이리저리 날라다녔다.
핸드폰이 간암환자처럼 울렸다. 삼촌이었다. 망설이다 받기로 결정할만큼 나에겐 누군가가 필요했다.
"........"
"여보세요. 주혁이냐? 나다 삼촌."
"........."
"듣고 있냐? 이 자식아, 말 좀 해."
"..........뭐..?" 나흘만의 첫 목소리라 땅끝부터 끌어올리느라 애먹엇다.
"너 뭐 하나만 물어보자."
".........."
"듣고 있냐고?"
"...뭔..데...?"
"너 미나애미랑 어떤 사이야?"
"........"
"빨리 말 못해? 니들 그렇고 그런 사이 맞지?"
"...지랄하지 ..마."
"내가 이것들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더라니..." 나에게나 숙모에게나 자신의 혜주와의 관계도 미안해야 할 입장에서 큰 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양이 아마도 이혼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인가 보다, 아마도 녹음기라도 하나 꽉 쥐고 전화를 하나보다 생각이 훽훽 지나갔다.
"....생각하는 거 하고는... 나이를 똥꾸멍으로 쳐먹었냐?"
"뭐 이 자식아? 그런데 이거 뭐야? 응?"
"뭐가.. 뭔데?"
"니 외숙모 오늘 손목 끊었다.. 너한테 보내는 편지 써놓고...이거 뭐냐.. 이거 뭐냐고? 엉? 엉?"
"......."
"이 시발 것들이 나를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
"혜주년도 다 니가 작당한거지? 여런 쥐새끼 같은 것들.."
".......병원..이 어디..야?"
"니가 찾아가서 뭐하게 이런...나쁜 자식아...."
"어....디....냐고?"
"왜 니 둘이 병원에서 뒹굴어먹을라고?...이런...." 숙모가 살아있었다.
"야이 씨발좇같은 아저씨야... 숙모 죽는게 중요하냐 니 지랄이 중요하냐.. 빨리 말 안해?"
개거품을 그득 문 삼촌에게 빠른 대답이 나오기는 만무했기에 전화를 끊고 대신 미나에게 물었다. 미나도 몰랐다. 서울에 병원이 몇 개 있는지 알 수 있을만큼 모두 전화를 걸었고, 숙모는 집 근처 그리 크지 않은 개인 종합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다 들었다.
뜻밖에도 혜주가 숙모 옆을 지키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숙모가 남겨 두었다는, 그리고 삼촌이 마음대로 훼손했을 것 같은 봉투 속의 편지를 받아 쥐었다. 숙모의 얼굴이 줄기에서 떨어져 까맣게 타들어버린 목련꽃 같았다.
"괜..찮대니?" 혜주에게 물었다.
"...응..." 혜주 목소리에 물기가 있었다.
"이런..씨..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목이 메었다.
"어어...흐흐.억억..." 난 그 당시에도 혜주를 몰랐다.
"......."
"허어어어엉... 내가... 내가... 미안해.. 오빠 숙모..에게..헝헝.. 너무 상처를... 줬어..엉허허."
"그만 해.." 보지도 않고 얘기했다.
"으으으흑흑.." 입을 가리고 울음을 참자 소리가 더 커졌다.
간호사의 제지를 받고 둘이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꺼내 혜주에게 건넸다. 화장기 지워지고 눈이 퉁퉁 부은 혜주는 지나가는 남자들이 혜주를 돌아보고 노려보고 입벌리고 보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시발년이야."
"......."
"나만 없었으면..."
"내가 시작한거야."
"........으흐흐흑..." 다시 울기 시작해서 어깨를 감싸안아줬다.
"미안하다."
"...오빠, 나 임신 한 것 같아.."
숙모의 편지는 생각보다 짧은 글이 써 있었다.
"주혁아. 미안해. 너 힘든 거 알아. 내가 너에게 더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은 내가 너에게 지울 짐이 너무 커서... 다 용서해라. 모두들 용서해드려."
숙모와 미나와 승준인 소와 양이 사람보다 많다는 뉴질랜드로 떠났다.
혜주가 어디론지 자취를 감췄다며 삼촌으로부터의 길길이 날뛰는 전화가 여러 통화 왔었다.
홍석이와 승희는 박 사장과 전쟁을 치루웠고 누구도 승자가 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여러번 나에게 동참을 윽박지르는 연락이 왔었다.
망구는 몇 해 지나 병을 얻어 자리에 오래 누워있고 내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전해들었다.
나 박 주혁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 지금도 건재하다.
그리고... 그 후로 4년인가 지난 올해...
숙모 경희가 뉴질랜드로부터 돌아왔다. 다시 만난 그 날 삼성동 현대백화점앞 작은 공원에서 그녀가 내게 건네준 웃음은 눈이 부셔서 까무러쳐 쓰러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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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우우우우와, 이렇게 뭔가를 열심히 해보게 된 것이 실로 몇 년만이던가.. 글을 올리는 동안 뭔가 뜨거운 것도 올라오기도 하고 정리하는 마음에 안정스러워지기도 하고... 큰 짐 하나 내려놓은 기분은...요건 또 뭘까요?
이젠 다시 소라의 독자로 돌아갑니다. 제가 겪고 듣고 보지 못한 일들을 글로 쓸 재주가 없어서 이젠 하야(!)를 선언합니다. 부디 오래 기억해 주시고 가끔 쪽지도 나누는 관계 유지를 열라 바라면서.... 히힛..
여러분, 사랑과 성원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시세욧!
보헤미안 올림. 휘리릭==33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고 나흘이 흘렀음을 알게 되었다. 수십통의 음성과 문자가 남겨져 있었는데 대다수가 홍석과 태주와 회사에서 온 "걱정"어린 메시지들이었다. 승희는 홍석이가 보유한 최고의 타자답게 박승기와의 첫 대면을 성공적으로 런치시켰다 홍석이가 득의양양하게 자랑했고, 그의 목소리는 아마도 박사장이 승희를 강제로 범하도록 상황과 분위기를 잘 만들었을테며 박사장의 정액과 자신의 피복조각과 승희의 핸드폰사진 몇장으로 증거물을 확보하리라는 초기 설계도면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승희의 사촌오빠가 등장하여 박사장과 대면할테고 이가 크던 작던 난관이 봉착되면 내가 태주에게서 빼낸 그의 회사의 이중장부와 그의 아이들의 신상정보가 팔로우업이었다. 홍석이는 며칠간 컨택이 되지 않아왔던 내가 그래서 그리도 그리웠를테다. 김태주의 메시지도 상당히 많았으나 여자의 자존심으로 연락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압축된 문자메시지에서 엿볼 수 있었다. 보고싶어 연락했다는 뉘앙스는 전무했고 단지 그녀는 회계장부 처리법을 가르쳐 달라는 나의 요구때문에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했다. 혜주의 메시지가 뜻밖이었다. "오빠, 많이 안 좋아?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기다릴께..^^"라는 문자외에 몇번의 전화수신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당시의 내 상황과 고민을 가장 깊게 알고 있는 그녀인지라 출처모를 동지애와 그리움 같은 것이 일었다.
숙모로부터의 전화는 새 통화와 "무슨 일 있어?"라는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몸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와 나흘만에 배속을 가득채운 물이 다시 거꾸로 솟아 변기통에 입으로 코를 통해 우르르르 쏟아져 나왔다.
오피스텔을 빠삐용의 마음으로 그러나 거북이의 걸음으로 탈출했다. 조그마한 흰 종이에 예쁜 글씨체로 적힌 메모지 한 장이 툭 떨어졌다.
"괜찮은거지? 전화해. 꼭."라 씌여 있었다.
도대체가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나의 출현에 쌍수를 들고 맞아줄 홍석과 태주를 만나 박사장과 맞설 기운을 차리고 추스릴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며 숙모나 삼촌을 찾아가 나의 궁금함을 속 시원히 충족시켜줘야 하는지, 아니면 혜주라도 찾아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섹스를 나누며 정신적인 안식처라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회사에 가서 구구절절히 변명하고 이유를 달아가며 벌써 잘려나갔을 나의 자리를 구걸해야 하는지.... 정말 도대체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자유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올림픽대로에서 꽉 막혀 반나절을 보냈다. 홍석이와 태주의 전화가 몇번 울렸으나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아서 나의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려 반나절내내 밀려드는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었으나, 설령 그랬다해도 딱히 그들에게 할 말도 없었고 그들의 원망에 대응해 줄 기력도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여의도 한강둔치에 차를 세웠다. 캔맥주를 치익 따서 입구멍에 들이부었다. 콸콸 쏟아져 내려와 어느새 가벼워져버린 오비라거 맥주깡통을 보며 내 가슴 속에 가득차 있는 두엄덩이들을 무식한 삽으로 퍽퍽 퍼내는 상상을 해보았다. 형편없이 찌그러진 내 얼굴이 시뻘개진 하늘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이리저리 날라다녔다.
핸드폰이 간암환자처럼 울렸다. 삼촌이었다. 망설이다 받기로 결정할만큼 나에겐 누군가가 필요했다.
"........"
"여보세요. 주혁이냐? 나다 삼촌."
"........."
"듣고 있냐? 이 자식아, 말 좀 해."
"..........뭐..?" 나흘만의 첫 목소리라 땅끝부터 끌어올리느라 애먹엇다.
"너 뭐 하나만 물어보자."
".........."
"듣고 있냐고?"
"...뭔..데...?"
"너 미나애미랑 어떤 사이야?"
"........"
"빨리 말 못해? 니들 그렇고 그런 사이 맞지?"
"...지랄하지 ..마."
"내가 이것들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더라니..." 나에게나 숙모에게나 자신의 혜주와의 관계도 미안해야 할 입장에서 큰 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양이 아마도 이혼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인가 보다, 아마도 녹음기라도 하나 꽉 쥐고 전화를 하나보다 생각이 훽훽 지나갔다.
"....생각하는 거 하고는... 나이를 똥꾸멍으로 쳐먹었냐?"
"뭐 이 자식아? 그런데 이거 뭐야? 응?"
"뭐가.. 뭔데?"
"니 외숙모 오늘 손목 끊었다.. 너한테 보내는 편지 써놓고...이거 뭐냐.. 이거 뭐냐고? 엉? 엉?"
"......."
"이 시발 것들이 나를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
"혜주년도 다 니가 작당한거지? 여런 쥐새끼 같은 것들.."
".......병원..이 어디..야?"
"니가 찾아가서 뭐하게 이런...나쁜 자식아...."
"어....디....냐고?"
"왜 니 둘이 병원에서 뒹굴어먹을라고?...이런...." 숙모가 살아있었다.
"야이 씨발좇같은 아저씨야... 숙모 죽는게 중요하냐 니 지랄이 중요하냐.. 빨리 말 안해?"
개거품을 그득 문 삼촌에게 빠른 대답이 나오기는 만무했기에 전화를 끊고 대신 미나에게 물었다. 미나도 몰랐다. 서울에 병원이 몇 개 있는지 알 수 있을만큼 모두 전화를 걸었고, 숙모는 집 근처 그리 크지 않은 개인 종합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다 들었다.
뜻밖에도 혜주가 숙모 옆을 지키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숙모가 남겨 두었다는, 그리고 삼촌이 마음대로 훼손했을 것 같은 봉투 속의 편지를 받아 쥐었다. 숙모의 얼굴이 줄기에서 떨어져 까맣게 타들어버린 목련꽃 같았다.
"괜..찮대니?" 혜주에게 물었다.
"...응..." 혜주 목소리에 물기가 있었다.
"이런..씨..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목이 메었다.
"어어...흐흐.억억..." 난 그 당시에도 혜주를 몰랐다.
"......."
"허어어어엉... 내가... 내가... 미안해.. 오빠 숙모..에게..헝헝.. 너무 상처를... 줬어..엉허허."
"그만 해.." 보지도 않고 얘기했다.
"으으으흑흑.." 입을 가리고 울음을 참자 소리가 더 커졌다.
간호사의 제지를 받고 둘이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꺼내 혜주에게 건넸다. 화장기 지워지고 눈이 퉁퉁 부은 혜주는 지나가는 남자들이 혜주를 돌아보고 노려보고 입벌리고 보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시발년이야."
"......."
"나만 없었으면..."
"내가 시작한거야."
"........으흐흐흑..." 다시 울기 시작해서 어깨를 감싸안아줬다.
"미안하다."
"...오빠, 나 임신 한 것 같아.."
숙모의 편지는 생각보다 짧은 글이 써 있었다.
"주혁아. 미안해. 너 힘든 거 알아. 내가 너에게 더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은 내가 너에게 지울 짐이 너무 커서... 다 용서해라. 모두들 용서해드려."
숙모와 미나와 승준인 소와 양이 사람보다 많다는 뉴질랜드로 떠났다.
혜주가 어디론지 자취를 감췄다며 삼촌으로부터의 길길이 날뛰는 전화가 여러 통화 왔었다.
홍석이와 승희는 박 사장과 전쟁을 치루웠고 누구도 승자가 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여러번 나에게 동참을 윽박지르는 연락이 왔었다.
망구는 몇 해 지나 병을 얻어 자리에 오래 누워있고 내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전해들었다.
나 박 주혁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 지금도 건재하다.
그리고... 그 후로 4년인가 지난 올해...
숙모 경희가 뉴질랜드로부터 돌아왔다. 다시 만난 그 날 삼성동 현대백화점앞 작은 공원에서 그녀가 내게 건네준 웃음은 눈이 부셔서 까무러쳐 쓰러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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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우우우우와, 이렇게 뭔가를 열심히 해보게 된 것이 실로 몇 년만이던가.. 글을 올리는 동안 뭔가 뜨거운 것도 올라오기도 하고 정리하는 마음에 안정스러워지기도 하고... 큰 짐 하나 내려놓은 기분은...요건 또 뭘까요?
이젠 다시 소라의 독자로 돌아갑니다. 제가 겪고 듣고 보지 못한 일들을 글로 쓸 재주가 없어서 이젠 하야(!)를 선언합니다. 부디 오래 기억해 주시고 가끔 쪽지도 나누는 관계 유지를 열라 바라면서.... 히힛..
여러분, 사랑과 성원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시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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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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