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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29 1,123회 0건
조강지처-8
제 Ⅱ 장 만 남

(1) 류 애 희 (劉愛姬)

대 장 … !
그때 내 앞에 나타난 여인이 바로「류애희(劉愛姬)」였어.
물론 M 교수님의 사모님과의 사련(邪戀)으로 내가 열병을 앓고 난 뒤 거의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간 뒤의 일이었지만 … !

「애희(愛 姬)」는 그야말로 내가 평생에 찾던 바로 그런 이상형(理想型)의 여자였어.
그녀는 내가 만났을 당시에 벌써…
이미 내가 졸업한 S대학의 영어 영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서울의 광화문(光化門)네거리 부근에 위치한…
유수한 구라파의 어느 나라 주한 외국 대사관(大使館)으로부터 현지 외교관으로 특채가 되어서… 그 나라의 현지 외교관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 당시로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재원(才媛)인 것 이었어…

그 나라는 우리나라와의 외교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전쟁(6.25 전쟁)중에도… 우리나라에 참전도 하고 또 우리나라를 위해서 너무나 큰 영향력을 발휘해주기도 했던… 세계열강(世界列强) 중에서도 미국에 버금가는… 그런 강대국(强大國)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그 나라의 현지채용 외교관의 신분이라고 하면…
거의 치외법권(治外法權)을 인정해 주는 그런 신분이라는 것이야…

그만큼 여자로서는 보통이 넘는 신분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녀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 것도…
사실은 내가 시골에 있는 유복한 부자 집의 독자로 태어났다는 사실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본에서 살고 계신 내「엄마」와 내 외할아버지의 덕택이 아주 컸던 때문 이기도 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류애희」같은 훌륭한 재원(才媛)의 규수(閨秀)를 만나서 감히 데이트라는 것을 신청해 볼 수 있는 위인이 못 되었으니까…

「애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M- 교수 사모님과의 사이에 있었던…
꺼림칙한 사련(邪戀) 이외에 단 한 번도 다른 여자와 만났던 적도 없었어.
다만 내가 생리적인 처치를 하기위해서는… 가끔 아니... 사창가(私娼街)를 찾아 가는 일은 종종 있기도 했었던 거지만…!?
안 그러면…?? 사적으로 여자와 만나서 어쩌고저쩌고 해야 하는… 그런 인생살이 자체에 대해서…
나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고… 심지어는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懷疑感)마저 가지고 있어서…
매사에 소극적으로만 살아오고 있는…
일종의 염세주의자(厭世主義者) 비슷한 심리적인 병을 앓고 있었다고나 할까…!??

무엇 때문에 내가 그렇게까지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저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제반사에 대해서…
무관심 위주로 살아가고 있었어…

그래도 내가 재학시절에 시도했었던 몇 가지의 고시(考試)가 인연이 되어서…
나는 그저… 내 운명이려니 하고…
지금 어느 관청의 교육원에서 관리자반의 교육을 거의 일 년 째 받고 있었던 것이지…

그러나 나의 속내 사정을 잘 모르시는 신도안의 할아버님이나 할머님께서는…
내 결혼에 대해서… 내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성화를 부리시고 있는 거야…

내가 동숭동(東崇洞)의 M- 교수 댁에서…
아현동(阿峴洞)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숙으로 옮긴 후…
그 사모님께서는 뒤늦게나마... 나 <전동훈(全東勳)> 이라고 하는 인간 때문에…
엉뚱한 색(色)의 맛을 알게 된…
남녀 간의 색정(色情)에 관한 관능(官能)의 욕정(欲情)과 유혹(誘惑) 때문에…
그 후에도 비밀리에 나를 만나자고 하며…
얼마나 울고불고 했었는가는... 필설(筆舌)로 무어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었지만…

나나 그녀도 지각(知覺)이 있고 지성(知性)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M- 교수님으로 하여금 비참한 심리적 패배감까지는 갖지 않아도 되도록 현명한 처신을 했었던 거지.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그녀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대로…
내가 역할을 맡고 있던 종마(種馬)로써의 임무가 성공을 이루어서…
결국 그녀는 수태(受胎)가 되어서… 그걸로 만족을 하시며 살아가고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되는 바람에… 일이 그 나름대로 잘 수습이 되어서…
M- 교수님도... 그 아기의 진짜 아빠가…
나 <전동훈> 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게까지 되었던 모양이야…

그같은 사실은... 나와 큰언니 그리고 <은정> 사모님 뿐 밖에는 모르는 사실이 되고 만 것이지…
그나마 그녀에 대한 미안한 감이 덜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남 녀 간의 미묘한 감정적인 흐름은 오히려 더욱 앙금이 남는 것 같았어.

그 후 그 사모(師母)님께서는 다시 마음을 잡으시고 딸- 아이를 순산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너무나도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
나는 이상하게… 내 씨로 애기가 생기기만하면…?? 딸인가 몰라…!??

그런데…!?
내게 있어서 여자라고 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언제나 그녀가 나를 이끌어주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씩…
챙겨서 내 손에 쥐어줄 수 있는 여자…!?

그런 여자라 야 만… 나는 내 여자라는 감정이 생기면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게 되는 것이야…
그래야만 나한테서 여자로써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야.
말하자면… 내가 몸과 마음을 완전히 그녀에게 의지해야하고…
나를 마치 아이라도 된 양 이끌어주면서 나에게 매사에 있어서 명령을 내려야하고…
가끔은 내가 그녀를 무서워해야 할 수 있는 그런 성정을 가진…
그런 여자라야 만이 나를 사로잡을 수 있는 완전히 내가 사랑을 느낄수 있는 여자가 될 수 있는 거지.

어렸을 때에는 첫째「언년이」가 그랬었고…
그 다음은 내 평생 사랑하는 내「엄마」…!? 또 내 큰 고모가 그랬었지…!!

그 후에는 자그만 치 3 년 동안이나 나를 가장 강력하게 지배해오던「유」소령(少領) 또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여자라는 이미지를 부각 시켜준 사람이기도 했었던 거야.

그 후에 나는 많은 여자들과 선을 보아야 했었어.
신도안(新都安)에 계시는 큰 고모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성화를 이겨낼 수 없어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거지.

한번은 어디 여자고등학교 여선생이라고 하는 얌전하고 아주 전형적인 동양미인하고 선을 보라고해서 보고 난 후에 억지로 여러 번 데이트를 하기도 했었어.
또 어디 국악원(國樂院)의 연구생이라면서 한국적인 미인을 내 사무실로 보내주시기도 하시곤 했었어.
그녀는 우리나라 고전음악을 전공하기 때문에 가야금이나 창 소리 등등 소위 옛날 기생(妓生)들이 배우는 음악을 하면서 고전무용까지 배운다는 거지.
돌아가신 내 아버님 같으셨으면 무척이나 좋아 하셨을 꺼 겠지만…!?

그러나 나는 원래 여자들하고는 전혀 적극적으로 말을 이끌어간다거나 재미있는 화제를 만들어 내어서 그 자리를 웃기는 등등의 행동을 하는 주변머리도 없고…
또 덩치나 체격 면으로 볼 때에는…
보통남자들 보다 왜소(矮小)한편이라…
아예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여자라는 족속들과 사귄다는 일은 아예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 거였어.

그래서 만나는 여자들에게 내가 남자로써 그녀들을 리-드 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해서 차라리 내가 남자가 아니기를 기원하고 있는…
정말로 남자로서는 빵점인... 남자 답지가 않은 남자이기도 한 거야.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만도 않은 가봐 …!?
우선『나』라고 하는…
아니『전동훈(全東勳)』이라고 하는 사람의 인품이나 성격 또는 내면적인 실체나 감정 같은 것은 전혀 도외시하고… 겉으로만 보이는 내 학벌 그리고 천재적인 머리…
또 앞으로 보장되는 장래성과 현재는 시골이지만... 만석(萬石)군을 하는 부자 집의 종손(宗孫)이라는 사실만 가지고… 사람들은 이보다 더 좋은 혼처자리는 없다고 생각하는지…?
무척이나 많은 중매(仲媒)가 들어오는 모양이었어.

그래서 막상 선을 보기로 하고 만나는 여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나에게 의지만 하려 하고...
또 모든 일을 내가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여자 들 뿐인 거야.

심지어는 극장구경을 간다거나 식당엘 들어가서 음식을 시키는 일까지도…
나한테다 대고 고르거나 결정하라고 하니…
내가 어떻게 그 어려운 일들을 결정한단 말인가 … ?

만일에 내 마음대로 결정했다가 그녀의 마음에 안 들거나 불쾌한 마음이라도 들게 된다면...
나는 어떡하라고 … ?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아직까지 여자와의 관계에서...
모든 일을 내가 먼저 결정을 하거나... 걸어갈 때도 내가 앞에서 걸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아니 여자와의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고 내 사생활(私生活)에 있어서도…
내 신상(身上)에 관한 한… 아무리 사소한일이라도……
누군가가 내가 할 일들을 하나하나 결정해주어야만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아주 어리석은 남자답지 못한 놈인 데도 남자로 태어난 놈인 거야.

나는 대학교를 군대에 갔었던 기간과 제대(除隊) 후 방황하던 시절까지를 모두 합쳐서 자그마치 6 년이라는 세월 만에 졸업을 한 셈이었어.
그리고 난 뒤에도 몽상(夢想)과 환상(幻想)속에서 허송세월을 하면서 지내는 동안…
막상 대학교라고 하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학생신분이 아닌 사회인의 신분으로 바뀌다 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던 거지.

그래서 아무거나 택하게 된 직업이 하필이면 공무원(公務員)의 길이었어.
차라리 공무원의 신분이 나한테는 맞는 직업인지도 몰라…!?
공무원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만 능력껏 최선을 다해서 처리하면 되는 일이니까…!?
이것도 나에게 주어진 운명(運命)이겠지 … !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난 뒤에도 군대에서 사랑했던…
그 환상(幻想)속의 여인인... 『유』소령(少領)의 잔 영(殘影)을 못 잊고서 방황하던 끝에 복학이라고는 했었지만…!?
그 또한 마땅치가 않아서 학교도 나가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친구들을 따라서 시험이라고 하는걸 보는 흥미로 응시했던 국가고시를…
세 가지나 합격하는 기적(奇蹟)을 일으켰었지만…
나는 그래도 방황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던 거지.

그 당시에는 신문에 크게 떠들기도 하고 학교에서나 집안 내에서 엄청난 법석을 떨었었지만...
나는 끝내 현실에 적응하질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나이는 먹어 가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고른 직장이 내가 합격했던… 그 고시(考試) 중의 하나를 택해서 공무원의 신분이 되었던 거지.

남들은 내가 합격했던 시험 중에서… 단 한 가지 만 가지고도…
몇 년 아니 십 년이 넘도록 책과의 씨름을 해야만 한다는데…
나는 그것이 그토록 어려운 줄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어.

나는 고시합격자의 임용규정(任用規定)에 의거해서 일정기간 수습교육을 받은 후 소위 국가기관을 감찰한다는 기관인 심계원(審計院)이라는 곳에 배치를 받았어.
그리고 그 직장에 근무하는 동안 차츰차츰 현실적인 상황에 젖어 들어가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나한테... 지금은 일본(日本)에서 살고 계신 내「엄마」한테서 한 통의 운명적인 편지가 배달을 해 오게 된 것이야…
옛날 대동아 전쟁(大東亞戰爭) 이쪽저쪽일 즈음에… 내 외 할아버님께서 한참 만주(滿洲)와 일본(日本)에서 활동하시던 시절…
그분 밑에서 일을 도와주며 고용되었던 분이 지금 서울의 어느 곳에 살고 있다는데…
그분을 한번 만나보라는 내용과 함께…
그분의 따님이 지난번에 일본(日本)에 출장 왔을 때에…
엄마께서 직접 만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 처녀의 인품이나 사람 됨됨이가 <동훈> 이에게 맞을 법도 하니까 한번 사귀어 보라는 말씀도 서한에다 써서 보내주셨던 거야.
그러면서 또 무슨 커다란 봉투를 함께 보내주시며...
그 봉투를 그분에게 전해 주라는 부탁도 함께 해 오신 거야.

그 동안「엄마」는 일본(日本)에 사시면서 한 달이면 두 세 번씩 편지를 해주시며…
내가 할 일과 또 내 생활에 대해서 아주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지시해 주셔왔었어.

그때 즈음해서 우리나라는 일본이라는 나라와 국교정상화라는 대 외교적 전환이 이루어지던 시기였었으니까…
일본과의 서신왕래는 지장이 없었던 시절이기도 했었어.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는「엄마」한테서 원격조정장치(遠隔調整裝置) 인 리모-콘이라는 것 에 의해서 조정되며 살아오고 있었던 셈인 거지…
이것이 바로 나의 여자에 대한 인생관(人生觀)인 거야…!

내가 심계원(審計院)이라는 관청에 출근하기 시작하던 해의 11 월도 거의 다 지나가는...
늦은 가을의 어느 날 오후였어.
그 해에는 이상하게 일찍부터 추워져서 벌써 첫눈이 내린 지도 며칠이나 지났을 정도로 절기가 빠르다는 해 였기도 한 거지.

내 직장은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일정치가 않았어.
물론 그 시간규정은 아침 9 시부터 저녁 6 시로 정해져 있지만…
실지 근무는 꼭 그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어.
워낙에 국가의 각 행정기관이나 그에 연관되는 하급기관과 단체들이 많은데다가…
또 국가적으로는 군사혁명이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서 한참 사회적으로 혁신이라는 기풍이 이루어지던 시절이라…
아직까지 국가의 기본 틀이 완전하게 잡혀지지 않은 면이 너무나 많았던 혼란스러운 시대이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 많은 기관들의 질서를 바로 잡아가기 위해서…
우리들의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던 시절이라 우리들의 출퇴근시간도 잘 지켜지지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어.

그 날은 내 할 일이 다소 일찍 끝났기 때문에…
나는 일본의「엄마」한테서 받은 서류봉투를 들고「엄마」가 시키신 대로…
『류태영(劉台榮)』이라는 분의 따님이 근무한다는 광화문통의 골목길에 있다는 바로 그 대사관(大使館)을 방문하기 위해 내 사무실을 나왔어.

내 사무실은 을지로 입구네거리에 위치해 있고…
그 대사관은 광화문 쪽 국회의사당 뒤로해서 덕수궁(德壽宮) 돌담길을 따라서 가다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곳을 찾는 데 별로 어렵지가 않았어.

수위실에서 찾아온 사람의 신분과 찾아온 용건을 간단히 기재하고…
출입증을 교부받아 가슴에 달고… 나는 그녀가 근무한다는 사무실을 찾아간 거야.

그녀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역시 외국 사람들 천지였어.
남자들은 물론 대부분이 그 나라 사람들인 서양(西洋)사람들 뿐이었고…
간혹 동양계(東洋系)의 그 나라사람인 것 같은 사람들도 눈에 띄기도 하는 거야.

여자들도 그 나라 사람 같은 외국계여성들이 많았는데…
또 한국여자들도 꽤나 많았어.
대부분의 한국여자들은 아마 그 나라의 전문적인 외교관의 보조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했는데…
그녀들도 역시 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
한 결 같이 아주 세련된 복장과 매-너를 몸에 익히고 있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내가 무슨 과(課)인지하는 사무실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며…
그「류태영(劉兌榮)」이라는 분의 따님인「류애희(劉愛姬)」라는 여자를 찾으니까…
아주 예쁘장하게 생긴 급사 같은 여직원이…
비교적 안쪽에 위치한 상급자(上級者)들 좌석처럼 배치된 책상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지는 몰라도…
영어로 한참 통화를 하고 있는 여자 앞으로 나를 안내 해주었어.

나는 그녀도 역시 서양여자인데…
어쩐지 동양 여자의 티가 많이 난다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그녀가 전화를 다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통화가 끝난 그녀는… 또 그 급사를 통해서 내가 찾아온 용건을 듣고…
잠시 밖에 있는 휴게실(休憩室)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하고…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을 잠시 멈추고… 멀리에서 나를 잠시 건너 다 보는 거야…!?

그리고는 조금 있다가 나를 따라서 휴게실로 나온 거야.
그리고 그때에야… 나는 그녀가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한국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만큼 그녀는 틀림없는 서양여자와 같은 첫-인상을 나에게 주고 있었어.
아니… 실지로 서양여자가 아니면 서양사람 과 동양인의 피가 섞인 혼혈아(混血兒)라고 보면 딱 알맞은 인상을 주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머리카락의 색깔이나 피부색 등등 모든 면에서 보면…
어디한군데 서양 사람처럼 노랗다거나 백색 피부는 아닌 것 같은데…??
아아… 그래…!!
그녀의 이목구비에서 나타나는 서양사람 특유의 오뚝한 코와 뚜렷한 인상의 얼굴윤곽에서 나타나는 분위기가 그런 것 같기만 한거야…!!
그들의 틈바귀 속에서 오래 동안 생활을 하다보니까…
그런 인상이 몸에 배인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틀림없이 서양여자와 같은 분위기와 인상이 나타나 보이는 거야…

한참동안을 기다려서야… 그녀는 사무실에서 평소에 입고 있던 복장인 그대로 휴게실에 나타난 거야.
그리고 바로 그 여자가 내가 찾는「류애희(柳愛姬)」라는 여자란 걸 알게 된 것이지.

그런데…!??
그녀는 내 앞에 앉아서 내 얼굴을 한동안 빤히 드려다 보더니…!?

- 너 어…!? 너…?? 꾼- 짱…?? 그 꾼- 짱인… 동훈- 이가 맞지…?? -
- …?…!?? -
- 그래 맞아…!! 너 어…? 어렸을 적의 그 귀엽던 <쬐깽이> 가 틀림없구나…!?? 어머머…!! 어쩜… 이렇게도 어엿한 어른이 되었구나…?? -
- …?…!?? -
그녀는 내 앞에 앉아서 채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다짜고짜로 딱 불어지는 반말을 해오고 있는 거야…!?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미처 무어라고 대답을 하지도 못하고 멍 하니 있는데…??
그녀는 점점 더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거야…??

물론 내 이름이 <동훈이>인 것은 맞는 말이고… 또 어렸을 적에는 꾼- 짱이라고 불렸었던 것도 맞는 말인데…!? <쬐깽이> 라는 말은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 그래 맞아… 우리 <쬐갱이>…!! 내가 너를 얼마나 업어주었었는데…!?? 이렇게 하고 보니까… 너 어… 아주 어른이 다 되었구나…!? 어머머 어쩜…!! -
- 네에…?? 저어… 그 그게 아니고…!? -

- 아니지… 아니야… !?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이 나가자…!! 내 얼른 퇴근 준비를 하고 올 테니까…!?? 아유우… 귀여운 것…!! -
- …? …!?? -
세상에…!!?? 어찌된 여자가 이렇게 처음보는 남자한테다 대고서…!?
마치 자기 아들이나 동생한테다 대고 하는 말 투로 호들갑을 떠는 것인지…!??

그러나 나는 어쩐지…!? 별로 불쾌하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 거야…!??
어쩐지…??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친했었던… 아니 내게 없는 큰-누나라도 만난것 같은 포근하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새삼스럽게…
오던 길로 다시 들어가더니… 한참이나 있다가… 내가 기다리고 있는 휴게실로 다시 나왔어…
너무도 세련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이렇게 하고 보니까… 조금 아까 보았던 그런 사무원의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너무너무도 화려한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내 앞에 와서 서는 거야…!!

그녀와 나는 휴게실에서 나와… 시청 앞의 어느 조용한 찻집으로 함께 자리를 옮겼어.

그리고 그 찻집에서 한참동안이나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나서야…
그녀는 나보다도 나이가 자그마치 다섯 살이나 손위라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고…
또 우리 집안이 만주의 그 하얼빈- 이라는 도시에서… 내 외할아버지께서 그곳에서 커다란 사업체를 차려놓고 사업을 하던 시절부터…
그녀의 집안과 우리 집안과는 떼지 못할 인연으로… 같이 사업을 하시던 분 들 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야…!!
그리고 또 그때 당시에…
나는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며 아주 좋아라고 종종거리고 따라다녔다는 것이고…
그녀는 또 나를 <쬐깽이> 라는 별명을 지어서 불러주면서 어린 나를 너무도 예뻐해 주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야…
그리고 또… 그녀는 내 큰 고모나 작은 고모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이었어…

그렇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도 어렴풋하게 어렸을 적에 내가 그녀를 무척이나 따라다녔었다는 사실도 순간순간 기억 속에서 떠오르기도 하는 거였어…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녀를 본 순간 거의 얼이 빠지고 말았어.
이런 멋쟁이 여인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기가 팍 죽어 버린 거야.

그녀는 나하고 같이 걸어갈 때 보니까…
나는 그녀의 귀밑밖에 안 닿을 정도로 그녀는 상당히 키가 컸는데… 거기에다 덧붙여서 5 승은 넘을만한 높은 하이힐을 신고…
또 각 또 각 걷고 있었어.

쪽 곧은 다리에 그때 한참 유행하기 시작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이 추위에 저런 옷을 어떻게 입을까 할 정도로 아주 짧은 가죽 코-트를 가디-간 외투처럼 위에다 걸치고 있는 것이야.

나는 평소에 언제나 여자와 같이 걸을 때면 여자를 나보다 한발 앞서게 하고 걷는 습관이 있었어…
그만큼 나는 여자에 대한 외경(畏敬)스 런 마음으로 꽉 차있기 때문인 것이지.

그러나 사실 그런 습관은 별로 여자들에게 환영을 받을만한 습관은 아닌 것이야…
여자들은 대개가 자기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남자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는 있지만…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거나 그녀에 대해서 외경(畏敬)스러워 하는 마음이 생기는 여자에게는 나도 모르게 그런 버릇이 나오는 거야…!?

그녀에 대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어서…
처음부터 나는 아예 주눅이 들어버리고 만 것이야…
그러나 이런 경우 대개의 여자들은 나와 나란히 걸어가거나 아니면 나를 앞세우려고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를 조절하는 법인데…
의외에도 <애희> 씨는… 나의 그런 배려를 전혀 괘념(掛念)치 않는다는 듯이 내 앞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또각 거리는 소리도 요란하게 앞서서 걷고 있는 거야…

찻집 계단을 오를 때에 밑에서 흘깃 올려다보니까…
그녀의 알맞게 통통하고 날씬한 장딴지 뒤쪽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근육질은 가히 그녀의 건강미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듯 했어.
아니 그녀의 건강미 뿐 아니라…
그 보다 더… 그녀가 정말로 강한 여자라는 인상까지 줄뿐 아니라…
첫눈에 보아도 어느 외국계의 튀-기 같은 분위기까지 주고 있는 거야.
눈 코 입에서 느끼는 인상이 순수한 우리 한민족의 피가 아니고…
구라파(歐羅巴)계통의… 아니 어쩌면 백 계(白 系)러시아인 계통의 혈통이 그녀의 조상(祖上) 중에 누군가가 섞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금방 표시가 나는 것이야…!?

특히 그녀의 그 커다란 덩치를 받치고 있는 가느다란 발목은…
그녀의 신체 전체가 얼마나 이상적으로 훌륭한 기능과 능력을 가졌는가를 잘 나타내 주는 것이지.

문득 내가 읽었던 삼국지(三國志)라는 중국의 고대 소설 속에 나오는 천리마(千里馬)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왠 일인지 나도 몰랐어…!!??
원래 삼국지(三國志) 소설에 나오는「관운장」이 타던「적토마(赤免馬)」같은 천리마(千里馬)라고 한다 면…?? 그 덩치에 비해 발목이 아주 가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여자들도 덩치에 비해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라야만 그 여자의 모든 신체부위가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말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는 있었어.

내가 선을 보았거나 만났던 어떤 다른 여자들보다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여인이라는 걸 발견한 거야.
심지어는 지금까지 나를 그토록 이나 방황(彷徨)하게 만들었던 저『유』소령(少領)의 망령(亡靈)까지도 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마저 드는 여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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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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