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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28 1,216회 0건
조강지처-9
Ⅱ-장 만 남

(2) 이상한 결혼조건

대장 … !
앞에 앉은 전혀 처음 보는 엉뚱한 여인으로부터 전해 듣는 일본에 계신「엄마」의 근황은 나의 외로움을 더해주고 있었어.
그날 밤 나는「류애희」라는 여인으로부터 받은 인상과「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밤이 늦도록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어.
「엄마」는 일본으로 건너가신지도 벌써 십 년이 넘어서서 이제는 이미 40 대 후반의 원숙한 여인의 몸이 되셨는데도 조금도 세월의 흐름을 못 느끼시는 분인 듯 아직도 30 대의 젊음을 유지하시고 계신 모양이었어.

물론 사진으로는 자주 보아왔지만… 「류애희」의 이야기대로 한다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세련미를 더 해 가고 있는 중년 여인의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하시며「일본」에서도 활동이 아주 눈부실 정도로 활발하시다는 이야기 인 거야.
내 여동생「동희(東姬)」나「동은(東殷)」이도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
벌써 대학까지 나와서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 !?
오라비라고는 해도 내가 무얼 하나 그녀들에게 도움도 못 주는 주제에…?

그리고 막내로「엄마」가 낳은 아이(??)…!
내가 막무가내로 우겨서 이름을 우리형제들과의 돌림자를 쓰지 못하게 해서 지은
그 이름「지애(智愛)」… !?
그 아이는 이제 우리나라 나이로 열하고도 한 살이 되었겠지 … !?
가장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 !
혼자서 죽은 남편의 유복자(遺腹子)라고 세상을 속이며 키우시느라 얼마나 마음속의 괴로움을 안고 사시고 계셨을까 … ?
나는 그 날 밤… 밤이 새도록 회상과 그리움에 젖어 잠을 못 이루었었어.
※ 【내 엄마Ⅱ편】 참조

류 애 희 (柳愛姬)… !? 라고 하는 여인…!?
나보다는 다섯 해라고 하는 세월을 먼저 세상에 태어난 여인…
그런데 나에게는… 여인이라고 한다면…!??
결코 그녀의 나이가 나하고 몇 살이나 더 많고 적으냐 라 든 가…!?
또 그녀의 현재 위치나 신분이 어떤 경우인가…? 라든가
또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나를 만났느냐 라고 하는 그 의미 자체는… 나는 결코 구애받질 않는 것이야…!?
다만 내가 그녀로부터 느끼는 감정이라든가 내 마음이 쏠리는 방향에 따라서 나는 그 여인에 대한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어왔던 것이야…

지금까지 내 생애에 있어서… 내 마음을 뺏어갔었던 여인들의 대부분이 다들 그래왔던 것이니까…!?
제일먼저 내 혼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었던 첫 번째의 여인은…
바로 나를 낳아주신 「엄마」라는 여인에게…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며 내 평생의 조강지처(糟糠之妻)로 삼기로 그녀와 함께 맹서를 했었던 적이 있었고…!!
그 다음에 내 마음을 뺏어갔던 내 큰 고모라든가… 그리고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정(童貞)이라는 것을 받쳤던 「언년이」이 라는 여인…!!
그리고 최근에는 내가 군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치루고 있던 시절에 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내 부대장님이셨던 <류진수(劉鎭洙)> 라는 여군소령(女軍少領)님…!?
그리고 또…… 등등 에 이르기 까지…
그녀들은 모두가 나보다 나이가 많게는 스무 살 가까이에서부터 일 여덟 살에 이르도록 많았 던 것을 생각한다면…
<애희> 씨가 나보다 다섯 살 정도 많은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인 것이지…

그녀는 만날수록 내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 가고 있었어.
그러나 그녀는 나를 아예 자기의 둘째나 셋째 동생뻘로 생각을 하는지…
전혀 나를 남자취급을 해주질 않고 있는 거야…!?

- 동훈아…!! … - 라고 마구 이름을 부르는 것은 둘째로 치고…
툭하면 <쬐깽> 아…!! 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두 번째인가를 만났을 때에는 아예 - 이자식…! - 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아주 낮춰서 부르기도 하는 거야…
그러니…!? 내가 그녀에게 가지려고 하는 연정(戀情)이라고 하는 감정은 애시 당초부터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고 만 것이야…!

나는 그저 그녀를 누나-! 라는 호칭으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고…!!
하기야 내가 언제…?? 그녀들을 부르는 호칭 때문에 내 사랑의 연정을 포기했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차라리 누나…! 라고 부르며 내 연정(戀情)의 마음을 전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정이 가는 호칭일지도 모르는 것일테니까…!??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그녀가 만나고 싶어지는 걸 어째…!?
또 일본에 계신 엄마로부터의 지시 에 의해서…
이것저것 그녀에게 심부름을 해야 할 일이 생기게도 된 것이고… 그러면 나도 역시 마다않고 그녀를 만나러 가게 되는 것 이었어…

그렇게... 나는 그녀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더 좋아지게 되고 만 거야…!!

네 번인가 다섯 번째로 만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녀와 함께 저녁 늦은 시각까지 같이 있으면서…
저녁도 먹고 약간의 술도 몇 잔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그녀를 집에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었어.

서울역 앞에서「구로동(九老洞)」가는 합승 택시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려서…
나는「구로동」종점에 있는 서민연립주택단지 한 가운데에 있는「애희」누나네 집에 도착한 것이 밤 9 시가 훨씬 넘어서였었지.
아무튼 우리 외할아버지와「애희」네 아버지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그분의 손자라는 걸… 아시고 나서 그 집안에서는 나를 대단히 환영해 주시는 거였어.

특히「애희」누나의 아버지께서는… 내「엄마」에 대한 기억이 새삼스러우신 듯…
해방이후 우리 집안이 어떻게 살아 왔었고 또「엄마」가 왜 … ?
어떻게… ? 「일본」으로 건너가셔서 살게 되셨는가를 몹시 흥미롭게 물어보시기도 하는 거였어.

다만「애희」누나만은 그저 평범하게 나를 대해주는 것일 뿐 이었어… !?
그렇게… 그녀는 나를 그저 아주 어린 동생에게 대하듯이 - 동훈아…! 동훈아…! - 하고 불러주기만 해 오고 있는 거였어…!!
그럴수록 나도 또한 그녀에게… 누나…! 누나…! 하면서 어리광을 부리기까지에 이르고 만 것이지만…
내 마음은 점점 그게 아니게 변해 가고 있는 거였어…

그리고 그 누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또 그녀의 오빠나 여형제들도…
나에게 무척이나 관심을 보이시는 거지.
무슨 짐작이라도 하고있다는 듯이… 「애희」누나보다 내가 아주 어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를 그녀와의 짝- 이라도 된 것처럼…
대우를 해주려고 하는 것 같았어…

보니까 역시…?? 또 그녀의 모계혈통(母系血統)에서『러시아-계』의 피가 윗대 조상 님 들 중에 섞여 있는 것이 분명했어.
원래 내「엄마」와 외할아버지가 그녀의 아버지인 「유태영」씨를 만나게 된 것이…
「일본」이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을 일으키기 전… 몇 해 전 인가…??
만주」의「하르빈」이라는 곳에서였다는 데…!?
그때에 그분… 「류태영(柳兌榮)」씨의 조상님과 그 일가족들은…
그보다 훨씬 전에 러시아- 의 블라디보-스톡- 이라는 곳으로 이주를 하셔서 그곳에서 몇 대째 살아오고 있었다는 이야기 인 거야…

그런데 그때에 그 <류태영>씨는 또…
같은 만주일대(滿洲一帶)에서 오래전부터 살아오시며 길림(吉林)- 이라는 곳에서 대학까지 졸업을 하시고… 그 당시에 만주국(滿洲國)의 관청에서 소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양순임(梁順姙)> 이라는 여인과 만나서 결혼을 하셨다는데…?
그 <양순임>이라는 여인이 바로 지금의 <류애희>의 어머님이시라는 거야…

그런데 그 <양순임>이라는 분의 친가 조상할머님 중에서…
백계(白系)「러시아」계통의 여인이… 있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된 것이야…!?
그러니까 그녀의 사 대조(四 代祖)의 할머님이「러시아」여인이었다는데 …
어쨌든지 촌수로 따지면…
얼마나 먼 조상 님 대(代)의 외가(外家)로 피가 섞인 모양인데도…
역시 그 집안 식구들의 외모(外貌)에서 혼혈(混血)계통의 자손들이라는 표시가 어스름하게 나오고 있었어.
특히 <애희>나 그 오빠의 얼굴모습에서는 유난히 그런 표시가 나고 있는 거야…

나는 그 날 늦게까지「애희」네 집 식구들과 놀다가 너무 늦어서「아현동(亞峴洞)」의 내 하숙집까지 돌아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아예 그녀의 오빠 방에서… 그녀의 오빠와 함께 자고 아침에 직접 출근해야만 하기도 했었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에 계신 내「엄마」는…
그때 그녀가 근무하는 대사관(大使館)의 일로…
「일본」까지 출장을 온 김에 어찌어찌 만나게 된「애희」를 보시고…
나이는 좀 많지만… 그녀를 내 신부(新婦) 깜으로 점을 찍어놓으시기도 했었다는 이야기인거야…
그래서「엄마」는 그녀 아버지에게도 긴밀히 연락을 하셔서 상의를 하셨던 모양이야…
그녀의 아버지도 쾌히 승낙을 하셨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었던 모양이야…

처음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엉뚱하게도 나…? <쬐깽이>라는 녀석하고 이상하게 혼담이 오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너무나 놀라는 한편... 오히려 나를 피해오기도 했었어…
도대체가 말이나 되는 소리냐…? 이건 거지…!?
나이도 자기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고… 또 무엇보다도 어려서부터 친동생처럼 업어주며 같이 커오던 사내아이를… 자기의 남편 깜으로 생각해본다는 그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 다는 이야기인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자기네 집안이 옛날부터 신세를 지어 오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기의 현재의 사회적인 위치나 지위를 보더라도…
또 다른 것보다도 우선은… 내 외모(外貌)에서부터 그녀는 내가 자기의 눈에 차지를 않는 것이 분명했던 모양이야…!?
내 키가 너무나 작았고…!!
내가 그녀와 나란히 서기라도 하게 되면… 나는 그녀의 귀밑밖에 오지를 않는 걸…!? (이것은 나만의 자격지심이기도 했던 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녀 역시도 무어 하나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도 했던 거야…!?
우선 그녀의 나이가 이미 서른 살이 넘어선… 노처녀 중에서도 아주 노처녀 인 것이 첫째로 제일 약점인 것이고… 지금하고는 달리… 그 당시에는 여자나이가 스무 살이 넘기만 하여도…
노처녀라는 딱지가 붙어 다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그녀만이 가지는… 나나 다른 사람이 모르는 다른 그 어떤 그녀만의 결함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어머니나 아버지는 성화와 같이 그녀에게... 나와의 결혼을 독촉해오고 있는 거야…!??
그러니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인 것이야…

자연스럽게 선을 본 것처럼 되어 버린 우리들은…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서… 이번에는 결혼이라는 것을 전제로 새삼스럽게 만나기 시작하게 된 것이야…

몇 번을 만나는 사이에… 이런 정도나마 서로에게 약간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이로까지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것이 다…
내「엄마」와 그녀의 아버지가 뒤에서 그 누나를 조정해주었던 덕인 것 같았어.

아니 그녀의 마음이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녀에게 너무너무도 뿅- 하니 가버리도록 아주 좋은 호감을 갖기 시작했어.

특히 그녀가 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선 첫째로 그녀가 나보다 나이가 많고… 또 그녀의 성격이 내가 바라던 대로였다는 것이었어.
그녀는 무슨 일이던지 나와 만나서 같이 어디를 간다거나...
또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녀는 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그녀 임의대로 결정을 해버리고 마는 거야.

그런 점이 나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또 나를 이끌게 만드는 것이었어.
또 하나는 그녀가 나보다 덩치가 크다는 점이었어.
손과 발은 물론 나보다 훨씬 크기도 하지만…
늘씬한 그녀의 다리는 그야말로 일품이라고 할 정도로 길쭉길쭉했어.

그 당시 유행하든 군용 찝 차를 개량해서 만든 합승택시를 타고…
구로동- 의 그녀 집으로 가기 위해…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무릎을 서로 나란히 세우고 보면… 내 무릎보다 주먹하나는 더 높게 그녀의 무릎이 올라와서 길쭉하고 우람한 모습으로 나를 압도해주고 있는 거야.
그 점이 나를 완전히 매료시키고 있는 거야.

또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을 걸어 갈 때에는…
영락없이 내가 어렸었을 때에 내 엄마와 나란히 걸어가던…
그 시절을 연상케 해주는 정경이 자주 연출되고 있었어…
너무… 너무나 일본에 사시는 내「엄마」의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인 것이지…

어쩌다 나는 그녀의 집에서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 구두를 벗고 마루로 올라오는 맨발을 본적이 있었어.
그녀의 발은 정말 내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크고 우람했으며...
또한 말할 수 없이 섹시한 발과 발가락들… 그 자체였어.

발가락들 전체가 길쭉길쭉했고…
가운데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약간 기다란 모습이 또 한 섹시해 보였으며…
그보다 그녀의 발등에 나와 있는 파란색 핏줄의 정맥(靜脈)의 자국들이…
말발굽 형인 영어의 대문자인 U- 자(字) 를 거꾸로 써놓은 형태로 퍼져있는 모습과…
발-뒤꿈치에 붙어있는 굳은살들이…
내가 달려들어서 내 이빨로 갉아주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건강미와 활동성을 잘도 표현해주고 있는 거야.

집에서 있을 때 맨발로 보는 그녀의 장딴지와…
무릎아래 정강이 등에서 느껴지는 섹시함은...
나를 완전히 상사병(相思病)에 걸리도록 만들어주고 말았어.

물론 그녀 얼굴의 미모는…
서양여자에게서 특이하게 풍겨 나오는 뚜렷한 이목구비(耳目口鼻)때문에…
더 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도 개성미가 뚜렷한 것이었지만…!?

원래 혼혈계통이라 약간 서양적인 티를 내도록 오뚝하게 큰 코와…
또한 갸름하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 정도의 계란형의 얼굴형태…!
무엇보다도 커다랗게 퀭하도록 크고 맑은 눈망울이… 미인 중의 미인임을 과시해 주고 있는 거야…!!
거기에다 백합꽃의 꽃잎을 닮은 하얗고 깨끗한 피부까지…!? 도대체 어쩌다 저렇도록 아름다운 미인이 나와 인연을 맺게 되기나 할수 있을 것인지 … !?
생각할수록 황홀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룰 정도 였었어…!!

그녀의 집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녀를 설득하는 모양이었어.

신도안- 과 대전- 에 계신 우리 집안의 어른들도...
「일본」에 계신 내「엄마」의 추천에 의해 더욱 성화가 빗발 치듯 했어.

그런데…!? 그녀의 성격은 몹시도 적극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또한 조용해서 좀처럼 별로 말이 없는 편이라고 할수 있는 거야.
그렇다고 전혀 내향적인 편이라는 말은 아닌 거야 …

오히려 어느 편인가 하면…!? 외향적인 편인 거지.
그리고 생각하는 방법도 상당히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그녀가 대학시절부터 외국인과의 접촉이 많았었던 데다가…
대학졸업 전인 재학생시절부터 그녀는 일찍부터 바로 이 외국 대사관(大使館)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를 하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정식으로 현지외교관 채용시험에 함격을 하여서 정식직원이 되는 바람에…
이렇게 외국인과의 생활을 함께 해왔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았어.

그리고 또 그녀는 내가 졸업한 S 대학의 대학원에서『국제인류학』이라는 학문으로...
석사과정(碩士課程)까지도 끝내고 박사과정(博士課程)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기도 한 거야.

일주일에 세 번씩은 빠지지 않고 학교에 가서 강의를 받고 있는 것은…
그녀가 근무 하고 있는 대사관에서 양해를 해주기 때문인 것이겠지 … ?
그것은 그녀가 그만큼 악착같이 부지런하게 일을 함으로써…
그녀가 학교에 가고 자리를 비우는 동안이라도…
업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직원들과의 인간관계에서도 원만하다는 증거도 되는 것이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철저한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영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에서...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케이스 일 꺼야…!??

또 그녀는 사귀는 남자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았어…!?
원래 그녀는 워낙 미인(美人) 인데다가…
성격 또한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며 또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기질 때문에…
언제나 멋있는 남자라면 자기가 먼저 사귀기를 좋아했고…
그것이 일종의 허영심과 우월감으로 나타나서…
같은 여자들 간에는 질시(嫉視)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워낙에 그녀가 하는 짓이 밉지 않기 때문에 한국계나 외국계 여직원들 간에도 애교(愛嬌)로 받아주며 인기가 꽤나 높은 모양이었어.

그런 때문에 그녀는 내 앞에서 조금도 꺼리질 않고 자기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곧잘 지껄이기도 하는 거야.
그런 때의 그녀 표정을 보면…!?
좀 멍청한 듯 하기도하고… 나와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사이인데도…
나에게 그런 자기의 약점(弱點)이 될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도 판단을 하지도 못하는...!? 어떻게 보면 순진하다고 나 할까 … ?
아니면 좀 모자라는 여자라고 나 할는지 … ?
도무지 헷갈리는 여자인 거야…!??

그래서 나는 그녀와 여러 번 만나는 동안…
어느새 나도 그녀의 남자친구가 많은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끼게 되고 말았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영국계남자- 이거나…
한국인 남자들이나... 또는 동양계의 남자들 중에서…
그녀와 친하게 사귀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나는 어느 사이엔지 여러 명이나 알게 된 거야…!!

그녀는 나와 만나는 날 이외에는…
으레 껏 그들 남자 친구들 중의 한사람이… 서울역 앞의 합승정류장에서…
그녀를 위해 합승택시 자리를 잡아주기 위해서…
정의의 기사(騎士)인양 신사도를 발휘 해서... 대기하는 자리를 미리 잡아주고 있다는 사실도…
나는 당연한 일로 여기게끔 그녀한테 세뇌(洗腦) 되어버리고 말았어.

이상하게 그녀에게는 주위의 많은 남자들이 무언가 그녀를 위해서... 해주지 않으면 안 되게 끔 느끼도록 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는 거야…!?
만일에 그녀가 그들 남성들에게 어떤 커다란 실수(失手)를 했다고 해도…
그 실수는 그녀가 저지른 그 실수(失手)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결코 그녀를 탓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들게 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럴 경우…
그녀는 그 남자에게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사과하기는커녕…
그저 멍청하게 그 남자를 바라보기만 하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 같이 생각하는 그런 류(流) 의 성격인 거야.

이를 테면 말이야…!?
자기의 실수는 자기의 실수가 아니라… 당신이 나로 하여금 그런 실수를 하도록 만들었으니까…
나보다 당신이 더 나쁘다…! 라고 말이라도 하려는 듯이...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으면 그만 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 거야…!?
그렇게 되면 아무리 큰 잘못이라도 그 남자는 오히려 자기가 사과를 진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도록 분위기가 변하고 마는 거지…

참으로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魅力)인 거지…!?

어떻게 보면 아주 지독한 이기적이고 독선적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주어야하고…
자기 이외에는 어떤 다른 여자하고도 말도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오만(傲慢)한 성격 같은데도…!?
웬일인지 그녀와 사귀는 남자들은 모두가 그것을 승복하고 있는 모양인 것이야…!?

또 그녀와 직접 경쟁상대가 되는 동료 여직원들까지도…
그녀의 그런 성격이 도무지 밉지가 않은 모양인지…
그런 것 때문에 서로 질투나 시기심이 발생하지도 않는 모양이야.
어쨌든 참으로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여자임이 분명했어.

그녀에게는 세 살 위인 언니와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 명동(明洞)- 의 모 무역회사에 다니는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그녀보다 다섯 살 어린 여동생도 있어…!!
말하자면… 그녀의 바로 아래 여동생은 나하고 동갑내기인 것이지…
그리고 또 그녀의 막내 여동생은 이제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그녀와는 거의 열 몇 살이나 차이가나는 여자형제가 또 있어…!!
그리고 그녀의 언니위로는 오빠도 한 분 계시는데…
그분도... 나보다 나이가 거의 열 살 가까이나 넘어 차이가 나는 큰 형님 뻘인 거야…

그러니까 그녀는 여형제가 네 명이나 되고 오빠가 한분인 셈인거야…
그들에게서도 외모(外貌)로는 뚜렷하지 않지만…
어딘지 혼혈아 특유의 분위기가 풍기고 있는 미모를 갖추고들 있었어.

역시 그녀와 그녀의 오빠가 되시는 「류준일(劉濬日)」씨가 가장 튀기- 특유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런데도 또 그 오빠는 나한테다가 거의 친구나 다름없이 흉허물 없이 대해주고 있어서...
진심으로 나는 그 형님을 따르고 있었어…

다분히 내가 의식적으로 접근한 까닭도 있었지만…
그 쪽에서도 나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또 나를 자기의 매제(妹弟)로써 탐을 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

일요일만 되면 의례껏 나는「구로동(九老洞)」에있는 그녀의 집에 가서 그 형님과 바둑도 두고...
그녀의 형부(兄夫)가 되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술도 마시곤 하기도 하는 거야.

그녀의 오빠인「류준일(劉濬日)」이라는 분은…
그 당시 육군본부의 무슨 첩보대(諜報隊)에 근무하는 민간인 신분의 공무원인 모양이었어.
말하자면 한국의 CIA요원인 셈인 것이지…

그와 내가 각별히 친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내가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어.
그때까지 나는 거의 바둑- 이라는 것을 둘 줄 몰랐었는데…
그로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고 난 뒤부터… 나는 토요일만 되면 구로동- 의 그녀 집으로 가서 그 형님으로부터 바둑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기도 한 거야.

그 형님은 거의 푸-로 급에 속하는 아마추어로써는 달인(達人)측에 속하는 사람인 거야.
그녀의 형부인「장」서방도 바둑을 둘 줄은 아는 모양이지만… 뭐 별로 고수(高手)급은 아닌 모양이야.
「장재희(張在熙)」라는 그녀의 형부는…
역시「애희」보다도 세 살이나 나이가 많은 언니의 남편인데…
그들 부부는 서로가 동갑나기 부부라고 하기 때문에…
그래도 나이는 나보다 여덟 살 이나 차이가 나는 거야…

그「준일」이 형님과는 한두 살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 사이인가 봐…!?
서로가 반말 비슷하게 터놓고 지내는 사이였으니까…!?

역시 나는 머리가 좋은 놈인 가봐 … !
그 후 몇 년 안지나가서 나는 그녀의 오빠와 맞수가 되도록 까지 기력(碁力)이 향상되고 말았으니까 … !
그 바람에… 화가 난「장」서방은 바둑을 안 두게 되었지만 …
물론 이 이야기는 훗날의 결과론 적인 이야기 인 것인 거지 …

나와 같이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내 스스로 결혼할 여자를 찾아서 사귄다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거야…!?
내가 내 자랑을 스스로 하고… 나를 광고하고 다니며…
별도로 있는 신경 없는 신경 다 써가며…
내 자신을 과시(誇示) 함으로써 여자들로부터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해서…
결혼할 상대를 찾는다는 일 자체를 나는 엄두도 못 내고 살아왔었어.

그저 나는 수만 리 타국 땅에 떨어진「일본」에 계신「엄마」가 하라는 대로…
그 집에 자주 가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고…
뒷일은 그녀의 아버님과 내「엄마」가 다 알아서 해 주도록 되어 있는 거야.

사실「애희」나 나는 아직 서로가 사랑한다는 감정이나 상대방에 대하여 더 자세한 성격이나 실상을 파악도 할 사이도 없이 약혼(約婚)을 하게 된 거야 … !

나는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 할 정도로…
그녀가 좋아서… 좋아서 못 견디게 되어 버린 것이었고…
그것이야말로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기까지에 이르렀었어.

그러나 그녀는 결코 그렇지가 않았나 봐…!?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집에서는 그녀를 설득시키느라 무척이나 애를 쓰는 모양이었어 …

심지어는…
그녀의 엄마가 반강제성의 설득(說得)과 회유(回遊)를 해가며…
나하고의 혼담을 성사시키시려고 애를 쓰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어.

그러한 사실들을 나도 눈치로는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바이기 때문에… 그저 모른 척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의 아버님께 아첨 성 인사를 자주 드리며…
제발 그녀를 설득해줄 것을 무언으로 호소하기도 했었지.

또 그녀에게는 거의 비굴하다고 할 정도의 애원(哀願)과 구애(求愛)의 정성을 드리는 데에 게으르지 않았기도 했었지만…
종래에 가서는 그녀 앞에서 내 생전 처음으로...
혈서(血書)라는 것까지 써서 받치며 사랑을 호소하기까지에 이르렀던 거야.

결국 그녀는 나의 구애작전에 설득 당하기까지 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는 나한테다…!?
보통 구혼자들 간에는 있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건을 받아드리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해놓고...
나의 구애를 받아들이고 말았어.

그런 여러 가지 조건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
첫째로…
자기는 이미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것이고…
또 우리들은 서로가 과거에 각자가 가지고 있었던 개인적인『프라이-버시』에 대하여는…
전혀 알려고 하지도 말고…
혹시나 어쩌다 알게 되더라도...
그런 일들을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절대로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었어.

그리고 둘째로는…
앞으로도 우리가 결혼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자기의 사생활에 대한『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장해주어서…
자신의 자유를 속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중요한 조건으로 첨부 시켰어…!!

만일에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 때고 자기는 내 옆을 떠나고 말겠다는… 아주 협박성이 짙은…!?
일반 부부들 간이라면…!? 상상도 해 볼 수도 없는 아주 불공정한 결혼조건인 거야…!!

첫 번째 조건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지나간 과거 때문에 구애받을 것 없이 넘어 갈 수도 있는 조건이라고 하겠지만…
후자인 두 번째 조건의 경우는 너무나도 무리한 조건인 거지…
아니…!? 무리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인 거야 …

세상에 어느 정신 빠진 놈이…
자기아내가… 제멋대로 자기를 놓아두고… 다른 남자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그런 각서를 써 주고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 놈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배안에서 부터의 병신처럼...
예외의 사항과 엉뚱하게만 살아왔던…
나…!! 「전동훈」이라는 놈이 이 세상에는 있었던 거야 … !

나는 그저… 그녀가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이다음에 일어날 그 어떤 조건이야…?? 아무래도 좋았어…!
하기는 나도… 과거에 보통사람들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잡하고 많은 여인들과 애정행각을 거치는 동안… 이미 순진한 총각이라고 할 수 없는 놈이기 때문에…
「애희」가 과거에 어떤 남자와 어떤 복잡한 애정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오히려 내 쪽에서 부탁하고 싶었던 조건이라...
두말을 할 필요도 없이 수락하고 만 거야.

그리고 두 번째 조건도 그랬어…!??
말하자면 나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그녀는 결혼하기 전처럼 자유스럽게 처녀행세를 하면서 그녀주위의 그 많은 남자친구들과 계속해서 만나며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말인 것인데…!?
내가 그 점을 가지고 그녀에게 귀찮게… 남편행세를 하면서 잔소리를 한다면... 곤란하다는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인 거지…!??

그 조건에 대해서도… 내 입장은 확고한 신념이 있는 거야…!!
내가 과거에 관계했었던 여자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나만을 위해서 살아오거나 나만을 위해서 그녀들의 정조(貞操)를 지켜주었던 여자는 한사람도 없었어 … !
그렇다기보다 오히려 나는… 그녀들이 하고 있는 섹스- 행위의 보조자 역할을 하면서...
그녀들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경험을 가졌던 놈이었던 거야…
그래서 오히려 그녀들이 나 한사람만을 바라보며 살았다고 한다면...!?
나는 감당을 할 수 없었을 뻔했던 놈이기도 했었던 거지…!!

내가 첫 동정을 바쳤던「언년이」는 원래 그녀의 약혼자인「삼식이」의 눈을 피해서 나에게 섹스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던 여자 였던 것이었고…
또「계룡산(鷄龍山)」산줄기에 있는 어느 이름 없는 암자(庵子)에서 빨치산 놈들에게 납치되었을 때에도…
내「엄마」는 마음속으로는 나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밤낮으로 그 불한당 같은 빨치산 놈들의 위안부(慰安婦)노릇을 해주느라…
나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별로 없었기도 했었던 거지…

그 후에 내가 관계를 맺었었던 어느 여자들도...
하나같이 나만을 위해서 자신의 정조(貞操)를 지켜준 여인은 한 사람도 없었었어.
군대에 있을 때 내 혼을 빼앗다 시피 했던…
그 「류」- 소령도 내 몸(?)만을 그녀가 필요 할 때마다 불러서 노리개로 삼았었던 것이고…
최근에는 저 M- 교수님의 사모님도…
종래에는 나를 하나의 종마(種馬)로밖에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게 취급을 했었던 것 아닌가 말이야…!?

그렇게 살아왔던 나한테다…
「애희」가 내놓는 조건이란…
별로 그렇게나 심각하고 어려운 조건은 아니라는 신념이 확고하게 들었던 거야…!!

아니 선천적(先天的)으로…
나의 가슴속 깊이에 응고(凝固)해있는… 이상한 변태적(變態的)인 성정(性情)은…
오히려 정상적인 여인보다는…!??
지금 이「애희」와 같은 바람 끼가 많은 여인을...
내 본능적(本能的)으로 더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거였어 …

그저 평범하게 나만을 위해서 요조숙녀(窈窕淑女)인 것처럼…
고지식하게 정조(情操)를 지키며 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여자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가 자유스럽게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간직하면서 살아간다는 것도...
또 한편 재미있는 인생살이가 되지 않겠는가 말이야…!?

다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녀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 !?
그래서… 나는 또 나대로 그 조건을 첨부하기로 하는 전제하에…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쾌히 승낙을 해주고 혈서(血書)로 맹세를 하며…
우리 두 사람만이 간직하기로 하고…
세상에 둘도 없을 희안한 각서(覺書)까지 써 주었던 거지…

이런 정도로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무계획(無計劃)하고 지각(知覺)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즉흥적으로 해오기 때문에... 나는 항상 인생의 실패를 거듭할 팔자(八字) 였는 가봐 … !

그래서 내 옆에는 항상 내「엄마」가 있었어야 하는 건데도 말이야 …!??

약혼식(約婚式) 날도 그랬어 …
우리 측에서는 시골에서 할아버님과 할머님은 물론 고모님들과 일가 친척 분들이 많이 올라오셨고…
내 친구들이나 직장의 동료들까지도 대거 참석을 했었는데…
그녀는 직계로 가까운 일가친척(一家親戚) 몇몇 분들에게만 알렸고…
그녀의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은 아무도 나오지 안 했었던 거야.

무언가 그녀는 마음이 내키질 않는데도…
하는 수 없이 이 약혼식을 거행한다고 하는…
고의성(故意性)이 분명히 있는데도… 나는 그런 점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 하고만 있었어.

그녀의 어머니만 알고 있는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했는데도…??

약혼식이 끝나고 사진 찍는 행사까지 마치다보니까 몇 시간이나 걸리게 된 거야.
혹시나 그녀가 지루해 할까봐서…
나는 그렇게 복잡한 행사의 절차가 많은 것도 불안하기만 했었어.
결국 가까스로 우리 두 사람만 단촐 하게 남아서 그 약혼식장을 빠져 나올 수가 있었어.

그런데 그때부터 나는…
이 여자를 이끌고 어디 엔 가를 가야만 될 텐데…
도무지 망연(茫然)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거야…

기껏 해서 내가 안내한곳은 겨우 컴컴한 극장(劇場) 속이었어.
무슨 영화인지 내용도 모르고…
나는 그저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것과 이제부터는 언제나 내 옆에 있어 줄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해 하고 있을 뿐인 거야.

영화가 끝나고 나서…
걸어본 것은… 또 남산 공원의 오솔길이었고…
간신히 깜깜한 어린이 놀이터의 야외 벤-치까지 그녀를 데리고 가는 데는 성공을 한 셈이었어.
그녀와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질 않고 그저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기만 했던 거야…
그러니까 나는 더더욱 조바심이 나서… 계속해서 그녀의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서만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기도 했었고 …
흐릿한 초승 달빛이 비쳐 지고 있는 을씨년스러운 늦은 겨울밤의 남산공원은…
더욱 쓸쓸하기만 했어도… 나의 피는 뜨겁게 끓어 오른 채 안절부절못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는 거였어.

인적이 없는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이상 있었지만…
그녀도 별로 말이 없었고… 나 또한 말주변이 없어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침묵만 계속되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내 마음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벅찬 가슴으로만 한도 끝도 없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는 걸…!??

그러면서도 나는…
이때나 저 때나… 그녀가 내 손을 잡아주고 나를 끌어 안아주기만을 학수고대(鶴首 苦待) 하면서…
그녀의 입이 내 입을 덮어 주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 그녀를 맞아들일 것인가 하는 망상(妄想)만 하고 있었어.

사실은 그녀도 내가 그렇게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런 숙맥 같은 남자는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으니 … !?

끝내는 역시 두 사람의 성격대로 그녀가 먼저 내 손을 잡아주었고…
내 입에 그녀의 입이 포개어져 오고 말았어.
우리가 그 자리에 앉은 지 거의 두 시간이나 지난 다음이었어.

그녀와의 첫『키-쓰』는 정말 달콤하다는 단어만으로는 너무나 세속적인 표현이었어…!!
일종의 시원하다는 느낌과 내 영혼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감촉을 주고 있었어.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키쓰 하는 테크-닉 은 상당히 익숙해 있는 듯…
능숙하게 나를 리-드 해서 도원경으로 인도하고 있었어.

그녀는 나와 첫 키스를 할 때에도…
다른 여자들처럼 일부러 처녀로써 처음 키-쓰를 하는 듯 하는…
그런 내숭을 떨지 않고…
나를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리-드 해주면서 키-쓰를 하는 즐거움을...
그녀 스스로 만끽하려는 듯이 한동안 계속 하고 있는 거였어.

사실은 나 자신도 키-쓰의 경험에 대한 한…
일찍부터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고 능숙하다는 표현을 여자들로부터 들어오고 있던 참이 아닌가 말이야…!?
옛날에 내「엄마」와도 그랬고…
「언년이」나 「큰고모」… 그리고 다른「신도안」에 사는 우리 집의 머슴부인들 중에서 얼굴이 좀 반반한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최소한 입맞춤정도는 아무 때나 즐겨 왔었던 것이었는 데…!??

또 근래에 와서 군(軍)에 있을 때에는…
「류」소령(少領)한테도… 시도 때도 없이 내 입을 바치면서...
억압적인 키-쓰 를 받으며 숨이 막혀 본적도 있었고…
불과 얼마 안 된… 지난번에는 그토록 애잔하고 가냘픈 M- 교수의 사모님과도 수많은 키-쓰를 가르쳐주었던 경험까지 많았었지 않았는가 말이야 … !?

그렇게 까지 경험이 많았던 나인데도…
「애희」와의 첫 키-쓰 만큼은 또 새삼스럽게 황홀하고 달콤하게 나를 흥분시켜 주고 있는 거야…!!
오히려 내가 처음으로 여자와 키-쓰라는 걸 해보는 듯한 인상을 그녀에게 주고 말았던 거지.

- 동훈 아…?? 너는 여자와 키-쓰라는 걸 처음 해 보는 거니…? -
- … !? …!?? -
끝내는 그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나는 내 정신이 아니도록 황홀한 멍청이가 되고도…
정신이 없이 그녀에게 피동적인 놈이 되어있었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었고…!?
판단은 그녀가 알아서 자기 멋대로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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