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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28 1,139회 0건
주말 사진 작업이 늘었다.
작업 후 포토샵으로 보정작업까지 마치려면 아직도 며칠을 더해야 할 듯 싶었다.
한장 두장, 사진을 넘겨가며
선별을 한다.

우연히 좋은 사진 하나 건지면 다행인데도
언제나 모든 사진이 걸작이길 바란다.

여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가다 좋은 관계를 가지면 만족해야 하지만
항상 좋은 기회를 기대한다.

내가 해민을 만나면서
결심한 게 딱 한가지가 있다.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손대지 말자.

난 어쩜 스스로 최악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만일
해민을 놓치고 후회한다해도
이 결심은 바꾸지 않기로 했다.

사진 작업을 하다말고
해민을 찍었던 사진 폴더를 열었다.

해민의 얼굴이며
몸매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정말 이러다 해민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견디지 못해 해민에 집착하는 건 아닌지?

난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해민의 전화번호를 누를까하다 문자를 날렸다.

문자 : 해민, 네 모습이 날 기쁘게 한다. 일이 힘든지 모르겠다.
지금 네 사진 작업하고 있다.

해민의 가슴이 보일듯 말듯한 사진을 한장 프로그램에 올렸다.
배경을 좀 더 뿌옇게 하고
뽀샤시 처리를 좀 해줬다.

금방이라도 모니터를 박차고 뛰어 나올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났다.

잠깐 시선을 멀리 하고
해민을 응시했다.

한쪽 가슴이 허전해 옴을 느꼈다.

띵동 - 문자가 왔다.
감독님, 저 이따 가면 맛 있는거 사줄래요?
사진도 보여주세요. 아라지요?

문자 : 오케

해민과 만나고
문자를 날리는 횟수가 늘었다.

이젠 아예 연애 편지를 쓰듯 문자를 쓰고 있다.

해민도 알까?
내 마음을.

남자란 참 소심한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내가 참 소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작업을 몇장 더 했다.
시간이 잘 가질 않았다.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가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면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뜨거운 물 속에
해민 생각도 함께 녹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커피향 처럼 떠오르는 해민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 : 해민
해민의 전화다.

여보세요. 응. 어디니?
감독님 사무실 앞이요.

그래, 잠깐 들어올래?
아뇨. 감독님이 나오세요.

그러지 말고 잠깐만 들어와.
그러지 말고 얼른 나오세요. 안 그러면 저 그냥 갈래요.

결국은 내가 졌다.
늘 이런식이다.

어린 여인을 이기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이 여인이 내게 집착하는 날이 올까?
내가 가슴 조리듯
해민도 가슴 조리며 나를 보고 싶어할 날이 올까?

큰 기대는 접었다.
크게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밖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해민은 우산도 없이 밖에 서 있다.

난, 해민을 이끌고
내차로 이동했다.

어디갈까?
맛있는 것.
뭐가 좋을까?
그냥 감독님이 알아서 ...

난 바다로 차를 몰았다.
회나 먹자.

와, 좋아요.

전에 가끔 가던 횟집엘 갔다.

주인은 날 알아보진 못했다.

내가 계산을 하거나 한 적이 한번도 없으므로.

회를 한 접시 시키고, 소주를 시켰다.

해민의 잔을 채워주고
해민이 따라주는 잔을 받았다.

해민은 술잔을 한번에 입에 털었다.

난 첫잔을 천천히 들이키고 싶었으나, 해민이 자꾸 눈치를 준다.

그래서 꼴깍 ... 삼켰다.
다시 서로의 잔을 채웠다.
회가 나오고 일상의 얘기를 주고 받았다.

해민이 술을 한잔 마시더니
감독님 저 좋아하세요?
해민이 느닷없이 질문을 했다.

으, 응. 그건 왜?
감독님이 제게 너무 잘 해주시는 것 같아서요. 후훗
그런가?

해민은 내 마음을 읽었을까?
아마도, 내가 해민이라도 끌리는 이 감정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민은 예쁘잖아. 그리고 여기는 낯설잖아.
그래서, 그냥 잘 해주고 싶었어.

속으론 "그래 임마, 그걸 모르냐?"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한다고.
사실은 이런지도 모른다. "널 가지고 싶다. 네 몸을 원해"

이게 남자의 심리일 것이다.

결혼한 유부남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원한다고는 생각 않는다.
젊고 예쁜 여인을 섹스 파트너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해민이 정말 나의 섹스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진도를 너무 늦게 빼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편으로 진도가 나가면 나갈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도 된다.

다리를 뻣는 척 테이블 밑으로 해민의 다리를 살짝 건드렸다.
해민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해민의 발에 내 발을 가져다 댔다.
해민의 발이 뒤로 물러났다.

나도 우연이라도 되는 것처럼 발을 다시 뺐다.

30분 만에 소주 두병을 비웠다.
배도 불렀다.

감독님 어지러워요.
이제 가요?
한잔 더 하지 않을래?
전 이제 그만 할래요.
감독님도 이제 그만 하세요.

사실 나도 술기운이 확달아 올랐다.
내가 먼저 쓰러지더라도 끝까지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해민은 어김없이 선을 그었다.

난, 해민을 차에 태우고
몇 십미터를 이동했다.
어질어질한 기분이 드는 걸 보니 ... 술에 취한게 맞아 보였다.

그래서 차를 세우고 대리운전을 불렀다.
자리를 뒤로 옮겼다.
해민과 나란히 앉았다.

감독님 나랑 술마시는 거 좋아요.

저도요.

차안에 단둘이 앉아 있는 상황.
옆자리의 해민을 덮치는 상상을 했다.

입술을, 가슴을, 치마속까지 ... 난 이미 해민을 범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난 냉정했다.
술취한 남자라고는 상상하지 못할만큼 냉정했다.

충분히 떨어져 앉아서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원래 삶이란 이런 것인가?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고, 그것이 마치 도덕적으로 매우 훌륭한 처사인 것처럼 우쭐 대는 게 삶인가?

내가 만약 고개를 떨궈 해민의 허벅지에 머리를 눕히면 해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번에도 생각만 그렇게 했다.

해민의 집 앞에서 차를 세웠다.
감독님 잘 들어가세요.
해민아, 나 커피한잔만 주지 않을래?
나중에 드릴께요.
섭섭한데, 여자 혼자사는 집에 남자를 들일 수 없잖아요.
난 한번더 사정했다. 그러지 말고 딱 커피한잔. 안돼요. 나중에 ...

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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