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비밀
윤 설 아
제 27 부
◇ 납치(拉致)된 공옥희(孔玉姬) ◇
구름 낀 하늘이 왠지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3월의 금요일 오전 9시 30분
한국전력 본관에서 공개입찰에 부쳐지는 한전 강남 영업소 신축건물에 대한 공사견적서를
최종 앞에 놓고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과 정해진 건축자재
과장이 세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공개 입찰을 보게 될 한국전력 강남 영업소 신축건물은 건축물 신축공사에 따른 순
이익이 약 2억 3천만 원이다.
그러면 순 이익 2억 3천만 원 중 관세 할증료를 내고 공사비가 중앙부처에서 내려오는 동안에
거치는 단계에서 새어나가는 돈을 빼면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돈은 1억 8천만 원 정도가 된다.
이 공사가 이처럼 별로 큰 이익이 없는 것은 여러 건설회사가 관급 공개 입찰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마다 공사비용 견적서를 제출할 때에 워낙 낮게 적어서 내기 때문에 우리 회사도
그기에 맞추어서 낮게 책정을 하기 때문이다.
옛날 어지럽던 시대에는 위에 있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면서 관급 공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주고 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혹시나 부실공사가 되어 언론의 질타에 맞으면 그들의 인생도 끝장이 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예 공개 입찰에 붙여 자기들은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건설 회사들이 그 공사를 따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도 공사비용 견적서에
비용 단가를 낮추어 적어서 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순이익이 별로 없어 대개 인건비와 건축자재비에서 보충을 한다.
공개입찰에서는 제일 높은 공사비용 단가와 제일 낮은 공사비용 단가를 빼고 자기들이 생각을 하고
있는 중간 정도의 공사비용 단가를 적어내는 건설업체에 대개 공사를 맡긴다.
문제는 그 중간적인 적당한 공사비용 가격을 잘 맞추어야 한다.
물론 그 동안 공사를 한 실적이나 회사의 자금 사정도 살펴보지만 그런 것은 별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공개 입찰에 내는 공사비용 견적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는 것이 규례이다.
세밀하게 뽑은 공사비용 견적서에 대하여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과
정해진 건축자재 과장이 오랫동안 서로 의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김정은이와 함께 그들의 검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
김재천 상무가 ‘후우’ 한숨을 쉬고 나서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다 같이 가도록 하지!”
“네, 사장님!”
네 사람은 동시에 내 말에 대답을 했다.
김정은이가 운전하는 BMW 760 승용차에 내가 오르자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도 정해진 과장의 승용차에 탔다.
김정은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도 나는 왠지 기분이 우울하였다.
별로 내키는 공사가 아니었지만 지금 현재 큰 공사를 맡은 것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강남 시네마 극장 공사가 거의 다 마무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다른 공사를
따 내어 와야 하는 것이다.
건설회사는 일할 건수가 없으면 큰 손해가 나는 것이다.
회사가 일을 하지 못해도 직원들과 회사에 속한 인부들에게는 월급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 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축공사를 한 건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 다닌다.
“사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좀 기다리면 우리 회사가 지을 유성 아파트 건축공사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김정은이가 운전을 하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응, 그렇기는 한데 오늘은 왠지 내가 기분이 영 안 좋아요, 뭔가 모르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자 김정은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공사 따 내지 못해도 우리 회사는 별로 지장이 없으니 사장님은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래요, 정은씨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혹시 이번에 공사를 못 따내면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좋은 산으로 등산을 함께 가도록 할 게요”
“좋은 산? 어디 그런 산이 또 있나요? 정은씨!”
“그럼요”
“아 기대가 되네, 정은씨와 함께 갈 그 산이”
“어머나! 다른 엉뚱한 생각을 사장님은 혹시 하는 것은 아니지요?”
“응? 정은씨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사실은 정은씨와 함께 산으로 가면 정은씨를 껴안으려고
했는데”
“어머나! 영순이는 어쩌고 저를 껴안아요?”
“내가 정은씨를 너무나 사랑하니까요”
“아, 몰라요!”
이렇게 한참 김정은이와 서로 말을 주고받으니 우울하던 마음이 다 달아났다.
역시 김정은이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소중한 여자다.
한국전력 본관에 들어가니 그 동안 서로 자주 보던 얼굴들이 보인다.
“아이구! 강 사장님! 이번에는 그만 우리 회사에 양보를 좀 하이소!”
언제나 털털한 김규식 사장이 나를 보면서 익살을 떤다.
“하아, 김 사장! 나는 어쩌고 강 사장님한테만 달라서 붙는가?”
허경영 사장도 농담을 했다.
그러자 함께 반기던 박정식 사장도 한 마디 거든다.
“아이구! 다들 수고가 많으십니다. 겉으로 말씀들은 그렇게 하셔도 속은 지금 모두다 애가 탈겁니다.”
그러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만나면 서로가 친근하게 대해도 막상 공사 공개 입찰에 임하면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혹시 나중에 하청을 내어 줄지라도 말이다.
순수익이 큰 공사라면 몇 달을 걸려서 심사를 하고 결정을 하겠지만 순수익이 10억 미만의 공사는
당일에 공개 입찰에 붙여진다.
공개입찰에서 박정식 사장에게 낙찰이 되었다.
“아이구! 박 사장 축하를 드립니다. 애가 탄다고 하더니 한시름 놓겠습니다.”
김규식 사장의 말에 허경영 사장도 한 마디 한다.
“강 사장님하고 나도 축하를 드립니다. 공사가 끝나거든 좋은데서 술 한 잔 대접은 하겠지요.”
“아 그럼요, 모두에게 술 한 잔 사리다”
모두 함께 축하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나왔다.
회사로 돌아오면서 김정은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사장님! 우리 회사의 자금력은 튼튼하니까 너무 신경을 쓰시지는 마세요. 지금 강남 시네마 극장을
짓고 있으니까 사실 이번 관급 공사가 우리 회사에 낙찰이 안 되었어도 별로 지장은 없어요.”
“아, 네, 정은씨!”
“소라씨가 사장님 곁에 있을 때에는 모든 일이 잘 이루어 졌는데 소라씨가 일본에 가고 난 다음 왠지
여러 가지가 어려워지는 느낌이 갑자기 들어요.”
“이비서의 그 빈자리를 정은씨가 잘 해주시는데 갑자기 이비서의 이야기를 하니 좀 이상해집니다.
정은씨!”
“처음에 영순이가 저를 보고서 소라씨가 일본에서 당분간 머물러야하니 비서의 자리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을 때 저는 참 많이 망설였어요.
그 동안 워낙 소라씨가 잘 했는데 제가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어 사양을 했어요.
그런데 영순이가 공옥희씨 보다는 제가 하는 것이 좋다고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 사장님의 비서가 되기
는 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정은씨가 잘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 아내가 정은씨 보고 그렇게 졸라대며 내 비서가 되라고 한 것은
이 비서가 추천한 공옥희가 내 비서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것은 저도 그런 이유에서 영순이가 그랬다고 생각은 했어요.”
“저도 처음에 이 비서 보다는 정은씨가 내 비서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정은씨가 지금 제 비서가 된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어머나! 그랬어요. 저도 사장님의 비서가 된 것이 지금은 무척이나 좋아요”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과 정해진 건축자재 과장은 강남 시네마 극장
건설 현장에 둘러서 오겠다며 말했다.
하긴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관급 공사 공개 입찰에 갔다가 떨어지니 아무리 괜찮다고 하지만
현장 실무자들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마음이 쓸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들렀다가 서로 회포를 푸느라 서로들 술 한 잔 하고 들어오리라는 것을 환히 다 알고 있는 나는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김정은이와 함께 회사에 돌아오니 시간이 벌써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며칠 전에 들어온 하림 연립주택 공사 의뢰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뚜드리는 소리가 났다.
“네 들어오세요!”
포근한 목소리로 김정은이가 말했다.
그런자 문을 열고 들어 온 서무과 직원인 심창수의 얼굴이 심히 창백해 진 모습으로 떨면서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조금 전에 경리과장인 공옥희씨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했습니다.”
순간,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야? 공옥희가 납치를 당해?”
“네에 사장님! 조금 전에 은행에서 경리 직원인 석진영이와 우리 회사 경비 추도엽씨와 함께 돈을
찾아서 나오다가 괴한들이 흉기를 들이대며 공옥희씨만 강제로 납치를 해 갔습니다.”
“이런 시발! 좆같은 새끼들이 감히 공옥희를 납치를 해!”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소리를 치자 김정은이가 얼른 내 마음을 진정 시키려는 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사장님! 공옥희씨가 납치가 되었다니 우선 해결을 할 방도부터 찾아야 합니다.”
“아, 그렇지! 그런 김 비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내가 급한 마음으로 김정은이에게 물었다.
“네 제 생각에는 우선 오현경 검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나서 공옥희씨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아침부터 뭔가 영 기분이 우울하더니만 뜻밖에도 공옥희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다.
“오현경 검사님 좀 부탁합니다. 김정은이라고 하면 알아요.”
김정은이가 서울 지검에 있는 오현경이에게 급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검사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곧 바로 오현경이하고 전화 통화가 되도록 연결하여
주었다.
“현경씨! 오늘 오후에 우리 회사 경리과장인 공옥희씨가 은행에서 나오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했어요.
함께 간 회사 직원의 말로는 여러 명의 괴한들이 갑자기 흉기를 들고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로
위협하여 공옥희씨를 끌고 갔다고 하는데 어디로 끌고 갔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제 나는 사장님과 함께 경찰서로 찾아갈 테니 현경씨도 수고를 좀 해주셔야 되겠어요.”
김정은이의 전화에 오현경이도 무척이나 놀란 듯, 한 음성으로 김정은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김정은이와 함께 곧 바로 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를 알아보는 박은성 형사가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하며
맞는다.
“강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 형사! 수고가 많지, 갑자기 이런 일로 박 형사를 만나게 되었네.”
박은성 형사는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는 박윤성이의 동생이다.
내가 화인건설 현장 소장님으로 있을 때에 하루는 공사장에서 갑자기 건물 지지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났었다.
그 바람에 그 밑에서 일을 하던 하영남이와 박윤성이가 그 무거운 철재 빔 아래 깔려서 정말로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있었다.
그때 현장에는 중장비나 크레인도 철거를 하고 없어서 인부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구조 작업을
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달려간 내가
속수무책으로 둘러 서 있는 많은 인부들을 밀쳐내고 그 엄청나게 무거운 철재 빔을 혼자서 양
손과 어깨로 받쳐 밀어 올리고 하영남이와 박윤성이를 구해 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영남이와 박윤성이는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부터 그때에 현장에서 자기의 형인 박윤성이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고 박은성이도
나를 만날 때 마다 마치 자기 스승을 대하듯이 나를 그렇게 대한다.
“제가 연락을 받고 괴한들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으로 살펴 본 다면 아무래도 보복성의
납치를 당한 것 같습니다”
“보복성의 납치라면 도대체 누구인지 박 형사는 혹시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제가 조금 전 까지 공옥희씨의 신상을 살펴서 보니 딱 한 사람이 의심이 갑니다.”
“응? 딱 한 사람?”
“네 바로 공옥희씨의 이혼한 남편입니다. 성격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특히 의처증이 심한 사람이라
비록 이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거주지인 관할 파출소에 그 사람의 신원을 조회 중에 있습니다. 곧 연락이 오면 사건
의 전말이 들어날 것 같습니다.”
“아, 그래, 그런 사람의 특징이라면 과대 망상적인 소유욕이지 박 형사의 말을 듣고 보니 아주 타당성이
있는 말이네”
“문제는 그런 인간의 보복성 납치라면 공옥희씨가 상당히 위험 합니다.
사건의 예를 본다면 아주 잔인하게 보복을 하는 것이 그런 인간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참 불쌍한 여자인데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
“지금의 형편으로는 그 놈들이 정체를 드러낼 때 까지 주시하여 보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후에 공옥희의 전 남편이 살고 있다는 거주지 관할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벌써 일 년 전 부터 그 사람의 행방이 묘연하여 찾을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짐작한 대로 그 놈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 형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그 사람만 찾으면 공옥희가 납치되어 있는 곳을 알 수가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강 사장님! 이제 실마리는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 이번 일에 박 형사가 수고를 좀 해 주게”
“네 사장님! 최선을 다해서 공옥희씨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박은성 형사는 자신감이 있게 대답을 했다.
김정은이와 함께 경찰서에서 나와 향미정으로 향했다.
향미정에 들어가니 내 아내 한영순이와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던 오현경이가 나를 반기며 묻는다.
“오빠! 이게 어쩐 일이요? 공옥희씨가 납치를 당하다니?”
“글쎄 말이다, 아무래도 공옥희를 납치해 간 놈이 이혼을 한 남편이란 놈이 한 짓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경찰에 공옥희씨와 이혼을 한 남편부터 먼저 찾아보라고 지시를 해 놓고
왔는데 일단은 그 쪽에서 무슨 협박이나 요구 전화가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아요”
“응? 기다려? 아니 너는 검사가 되어가지고도 그 놈의 새끼들한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자고 그러냐?
네 수하에 있는 부하들을 모조리 다 내어 보내서 온 시내 구석구석을 샅샅이 다 뒤져서라도 옥희를 찾아
야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
“아니? 오빠는? 무작정 남의 집을 다 뒤질 수는 없어요. 일단은 기다려 보아요. 무슨 조그만 단서라도
들어오면 단번에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요, 현경씨 말대로 해요. 사장님! 그냥 정신없이 무작정 찾아서 다니다보면 사람이 미쳐버린다니까
요?”
진옥이가 나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하긴 그렇다.
옛날에 진옥이의 전 남편인 함수철이를 찾아서 다닌 적이 있다.
온 시내를 샅샅이 수소문하여 다 다녔지만 지금까지 함수철이를 못 찾고 있다.
일단은 오현경이의 말대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날
공옥희를 납치해 간 놈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경찰에서도 부지런히 탐문 수사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증거를 잡지 못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느새 사흘이 지나갔다.
그 동안 공옥희는 어디로 끌려가서 무슨 봉변을 당하고 있는지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불끈 쥐어지고는 했다.
나흘 째 되는 날.
우리 회사로 조그만 상자 하나가 퀵서비스로 배달이 되었다.
받는 사람은 놀랍게도 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배달이 된 조그만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 속에는 찰영용 비디오 CD가 한 장 들어 있었다.
김정은이와 둘이서 컴퓨터에 넣어서 돌려 보니 어느 컴컴한 지하실 같은데서 공옥희를 수건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여러 놈이 돌아가면서 성폭행을 하는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CD에 녹화를
하여 보낸 것이었다.
공옥희를 성폭행하는 놈들이 모두 눈과 코와 입만 구멍이 난 가면을 쓰고서 있는지라 얼굴을 전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쳐 죽일 놈의 새끼들!”
나도 모르게 울분에 가득 찬 말이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이런 것을 보낸 것 보면 완전히 공옥희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것 같은데요”
김정은이가 나름대로 추리를 하며 말했다.
나는 너무나 심정이 극에 달하여 더 이상 아무런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소포로 온 부쳐 온 상자 안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적은 쪽지가 들어서 있었다.
- 내 아내였던 공옥희를 차지한 강운산이에게 경고한다.
이제 이 여자는 네가 보듯이 이미 걸레가 되었다. 이래도 네가 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이 여자가 은행에서 찾아가지고 나오던 돈 이억 오천 만원은 우리가 잘 보관하고 있다.
돈을 꼭 찾고 싶으면 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오면 돌려주겠다.
그런데 어딘지는 네가 잘 모르겠지? 무척이나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공옥희 이년을 생각하면
너는 아마 미칠 것이다. 왜 이년을 납치했느냐고 묻고 싶겠지, 이유는 없다. 다만 이년이
내 품을 떠나서 너에게 안기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을 하고는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잡아 와서 이년을 이렇게 짓밟는 것이다. -
김정은이는 입을 꼭 다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음날
경찰서에 들어가니 박은성 형사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어제 사장님께 퀵서비스 배달을 한 사람을 찾아내서 소포물을 전달한 놈의 인상착의를 캐어서
묻고 있습니다만 그 놈이 모자를 눌러쓰고 시커먼 안경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잘 알아 볼 수가
없었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넘겨주신 그 비디오 CD 자료를 정보팀에서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옥희씨가 납치 된 장소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찾아보면 그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있을 거야 그러니 박 형사가 계속해서 알아보도록 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정은이와 함께 경찰서를 나와서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의 사무실 분위기는 공옥희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이후 사뭇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내 방에 들어와 김정은이와 함께 컴퓨터에 비디오 CD를 넣고서 천천히 돌렸다.
원본 CD는 경찰서에 갖다 주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복사판이다.
비디오 CD속에 혹시나 장소를 알 수 있는 단서라도 나올까봐 김정은이가 마우스로 한 장면 한 장면
천천히 정지를 시키면서 확인을 했다.
김정은이가 마우스로 한 장면 한 장면을 한참 동안이나 정지를 시켜가며 확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눈에 익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카메라를 잡은 그놈이 자기도 모르게 방향을 돌면서 찍을 때 지하실 창문 밖에
있는 풍경을 찍은 것이었다.
“정은씨! 잠깐만! 그대로 있어요!”
내 말에 김정은이는 마우스로 그 장면을 정지시키고 크게 확대를 시켰다.
햇빛을 지하실에 비추기 위하여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낸 창문이었다.
그 창문 밖에 보이는 풍경이 왠지 내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정원의 모습인데”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지하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로 정원에 있는 여러 그루의 목련나무였다.
그러니까 정원에 목련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집의 지하실인 것이다.
그런데 그 정원 풍경이 내 눈에 익숙해 있다는 것은 그 집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알고 있는 목련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집이라면 도대체 거기가 어디란 말인가?
나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정원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저기가 도대체 어디지?”
“혹시 사장님이 저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닐까요?”
내 말에 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김정은이가 말했다.
“내가 지은 건물?”
김정은이의 말에 나는 선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래 전 내가 화인건설의 현장 소장으로 있을 때에 그 회사의 간부 한 사람이 소개를
하여 별장을 크게 수리를 한 적이 있었다.
오래 된 별장이었는데 새로 수리를 하면서 많은 돈이 들었다.
웬만한 연립 주택 한 동을 짓는 것과 같은 돈이 들었다.
그 별장을 수리하면서 정원에 조경도 꾸미고 엄청난 돈이 들었는데 그 비용이 일반 건물을 짓는 것
보다 아주 저렴하게 공사비를 회사에서 받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공사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공사가 끝났을 때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 일군들이 왜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그 당시에 그저 회사에 간부가 소개를 한 것이어서 저렴하게 공사비를 받았는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 때에 그렇게 공사비를 저렴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대방이라면
정치권력의 실세이거나 아니면 검은 폭력조직의 연계가 있었다면 회사에서도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
먹기로 저렴하게 공사비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본다면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씨! 이제 저 곳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저 별장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함께 갈게요”
내 말에 김정은이가 따라서 나선다.
“사장님! 저 별장이 확실한가요?”
“그럼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그 별장의 정원이 틀림이 없어요.”
“이것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놀라워요”
“네, 그래요”
“그때 저 별장의 정원에 같이 일을 하는 인부들이 목련나무를 많이 사다가 심으면서 주고받던
이야기도 생각이 나네요.”
“그래요? 어떤 이야기?”
“이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무척이나 인색하고 인정이 없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하면서 내내
별장을 수리하는데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빈정대며 하던 말들입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정은씨가 나하고 함께 가면 혹시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제가 이제는 사장님의 비서인데 당연히 함께 가야지요. 그리고 제 몸 하나는 제가 지킬 수가 있어요.”
“아, 그렇군요.”
경찰서에 급하게 연락을 하여 박은성 형사와 그의 동료 세 명과 함께 그 문제의 별장을 찾아 나섰을
때에는 시간이 벌써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서도 노가다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일을 한 그 장소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고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거의 6개월 동안 공사를 한 별장인지라 그곳 지리를 내가 잘 알고 있었다.
별장이 있는 곳은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에 있는 고래산 산자락이었다.
그 곳에는 또 옥녀봉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자락에는 무시무시한 동굴이 있었다.
“참 우연치고는 묘하군요. 사장님이 전에 그 별장을 수리한 줄을 그 놈들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요.”
“공옥희씨를 구하고 나서 사장님과 함께 옥녀봉에 등산을 가고 싶어지네요.”
“그래요, 먼저 공옥희를 구해 놓고 정은씨와 등산을 가도록 하지요”
지금 납치를 당한 공옥희를 생각하면 무슨 등산이 해당되는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서로가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주고받는 말이었다.
더구나 공옥희를 납치해 간 놈들이 한, 두 놈이 아니고 여럿이 모여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고래산 아래에 도착하니 새벽 5시가 넘어 있었다.
“왠지 경찰 인원을 더 모아 가지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박은성 형사가 나를 보면서 약간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사 반장이 확실치 않은 일에 인원을 많이 동원할 수 없다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우리 네 사람만 왔습니다.”
박 형사와 같이 온 동료 형사 한 사람이 형사반장을 향하여 투덜거리며 말했다.
모두가 잠도 자지 않고 달려 온 길이라 피곤하여 산기슭에 차를 주차 시키고는 잠시 잠을 잤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벌써 오전 9시가 넘어 있었다.
이리로 오면서 미리 준비를 해 온 음식들을 서로 나누어 먹었다.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오전 10시가 되어 있었다.
김정은이의 옷차림을 보니 탄력성 있는 검은 바지에 갈색 윗도리를 입고 신발은 아예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온 모습이 한바탕 싸우려는 마음가짐이 분명하였다.
나도 거추장스러운 정장을 벗어버리고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왔다.
그리고 신발은 가벼운 가죽 운동화를 신었다.
별장을 수리했던 일이 있는지라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차를 눈에 잘 띄지 않는 별장 아래쪽에다 세워서 놓고 정문을 피하여 산기슭을 돌아 별장 뒤
쪽으로 갔다.
내가 날쌔게 별장을 담을 훌쩍 뛰어넘자 김정은이도 운동을 한 몸이라 나를 따라서 날쌔게 담을
넘어서 별장 안으로 따라서 들어 왔다.
그러자 박 형사와 동료들도 담을 기어 넘어서 따라 왔다.
내가 지난 기억을 더듬어 지하실로 찾아서 내려가자 모두들 내 뒤를 따라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따라 왔다.
벽 쪽에 몸을 붙여 지하실 입구를 쳐다보니 지하실 문이 열려서 있었다.
지하실 문이 열려서 있다는 것은 지하실에 그 놈의 새끼들이 있다는 증거였다.
김정은이와 함께 지하실로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바로 우리 눈앞에 엄청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28부에서 계속 됩니다.
---------------------------------------------------------------------
올림픽이 시작되는 동안에 온통 거기에 눈길이 가서 머물러 있다보니 소라에는
이제야 들어 와서 내 아내의 비밀 27부를 올립니다.
제가 생각해 보아도 처음과는 달리 자꾸만 손끝이 무디어지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곧 이 말은 내 아내의 비밀을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과 일치가 되는 문제인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다른 작품을 구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제 내 아내의 비밀은 31부로 끝을 내고는 새로운 작품을 또 하나 써서 올릴 까
하고 생각 중에 있답니다.
이제 아침과 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에 벌써 가을을 느낍니다.
소라 식구 여러분!
오늘도 즐겁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리고 참 설아의 글을 읽고서 댓글과 추천을 눌러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윤설아 드림 -
윤 설 아
제 27 부
◇ 납치(拉致)된 공옥희(孔玉姬) ◇
구름 낀 하늘이 왠지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3월의 금요일 오전 9시 30분
한국전력 본관에서 공개입찰에 부쳐지는 한전 강남 영업소 신축건물에 대한 공사견적서를
최종 앞에 놓고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과 정해진 건축자재
과장이 세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공개 입찰을 보게 될 한국전력 강남 영업소 신축건물은 건축물 신축공사에 따른 순
이익이 약 2억 3천만 원이다.
그러면 순 이익 2억 3천만 원 중 관세 할증료를 내고 공사비가 중앙부처에서 내려오는 동안에
거치는 단계에서 새어나가는 돈을 빼면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돈은 1억 8천만 원 정도가 된다.
이 공사가 이처럼 별로 큰 이익이 없는 것은 여러 건설회사가 관급 공개 입찰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마다 공사비용 견적서를 제출할 때에 워낙 낮게 적어서 내기 때문에 우리 회사도
그기에 맞추어서 낮게 책정을 하기 때문이다.
옛날 어지럽던 시대에는 위에 있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면서 관급 공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주고 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혹시나 부실공사가 되어 언론의 질타에 맞으면 그들의 인생도 끝장이 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예 공개 입찰에 붙여 자기들은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건설 회사들이 그 공사를 따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도 공사비용 견적서에
비용 단가를 낮추어 적어서 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순이익이 별로 없어 대개 인건비와 건축자재비에서 보충을 한다.
공개입찰에서는 제일 높은 공사비용 단가와 제일 낮은 공사비용 단가를 빼고 자기들이 생각을 하고
있는 중간 정도의 공사비용 단가를 적어내는 건설업체에 대개 공사를 맡긴다.
문제는 그 중간적인 적당한 공사비용 가격을 잘 맞추어야 한다.
물론 그 동안 공사를 한 실적이나 회사의 자금 사정도 살펴보지만 그런 것은 별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공개 입찰에 내는 공사비용 견적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는 것이 규례이다.
세밀하게 뽑은 공사비용 견적서에 대하여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과
정해진 건축자재 과장이 오랫동안 서로 의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김정은이와 함께 그들의 검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
김재천 상무가 ‘후우’ 한숨을 쉬고 나서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다 같이 가도록 하지!”
“네, 사장님!”
네 사람은 동시에 내 말에 대답을 했다.
김정은이가 운전하는 BMW 760 승용차에 내가 오르자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도 정해진 과장의 승용차에 탔다.
김정은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도 나는 왠지 기분이 우울하였다.
별로 내키는 공사가 아니었지만 지금 현재 큰 공사를 맡은 것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강남 시네마 극장 공사가 거의 다 마무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다른 공사를
따 내어 와야 하는 것이다.
건설회사는 일할 건수가 없으면 큰 손해가 나는 것이다.
회사가 일을 하지 못해도 직원들과 회사에 속한 인부들에게는 월급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 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축공사를 한 건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 다닌다.
“사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좀 기다리면 우리 회사가 지을 유성 아파트 건축공사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김정은이가 운전을 하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응, 그렇기는 한데 오늘은 왠지 내가 기분이 영 안 좋아요, 뭔가 모르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자 김정은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공사 따 내지 못해도 우리 회사는 별로 지장이 없으니 사장님은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래요, 정은씨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혹시 이번에 공사를 못 따내면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좋은 산으로 등산을 함께 가도록 할 게요”
“좋은 산? 어디 그런 산이 또 있나요? 정은씨!”
“그럼요”
“아 기대가 되네, 정은씨와 함께 갈 그 산이”
“어머나! 다른 엉뚱한 생각을 사장님은 혹시 하는 것은 아니지요?”
“응? 정은씨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사실은 정은씨와 함께 산으로 가면 정은씨를 껴안으려고
했는데”
“어머나! 영순이는 어쩌고 저를 껴안아요?”
“내가 정은씨를 너무나 사랑하니까요”
“아, 몰라요!”
이렇게 한참 김정은이와 서로 말을 주고받으니 우울하던 마음이 다 달아났다.
역시 김정은이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소중한 여자다.
한국전력 본관에 들어가니 그 동안 서로 자주 보던 얼굴들이 보인다.
“아이구! 강 사장님! 이번에는 그만 우리 회사에 양보를 좀 하이소!”
언제나 털털한 김규식 사장이 나를 보면서 익살을 떤다.
“하아, 김 사장! 나는 어쩌고 강 사장님한테만 달라서 붙는가?”
허경영 사장도 농담을 했다.
그러자 함께 반기던 박정식 사장도 한 마디 거든다.
“아이구! 다들 수고가 많으십니다. 겉으로 말씀들은 그렇게 하셔도 속은 지금 모두다 애가 탈겁니다.”
그러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만나면 서로가 친근하게 대해도 막상 공사 공개 입찰에 임하면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혹시 나중에 하청을 내어 줄지라도 말이다.
순수익이 큰 공사라면 몇 달을 걸려서 심사를 하고 결정을 하겠지만 순수익이 10억 미만의 공사는
당일에 공개 입찰에 붙여진다.
공개입찰에서 박정식 사장에게 낙찰이 되었다.
“아이구! 박 사장 축하를 드립니다. 애가 탄다고 하더니 한시름 놓겠습니다.”
김규식 사장의 말에 허경영 사장도 한 마디 한다.
“강 사장님하고 나도 축하를 드립니다. 공사가 끝나거든 좋은데서 술 한 잔 대접은 하겠지요.”
“아 그럼요, 모두에게 술 한 잔 사리다”
모두 함께 축하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나왔다.
회사로 돌아오면서 김정은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사장님! 우리 회사의 자금력은 튼튼하니까 너무 신경을 쓰시지는 마세요. 지금 강남 시네마 극장을
짓고 있으니까 사실 이번 관급 공사가 우리 회사에 낙찰이 안 되었어도 별로 지장은 없어요.”
“아, 네, 정은씨!”
“소라씨가 사장님 곁에 있을 때에는 모든 일이 잘 이루어 졌는데 소라씨가 일본에 가고 난 다음 왠지
여러 가지가 어려워지는 느낌이 갑자기 들어요.”
“이비서의 그 빈자리를 정은씨가 잘 해주시는데 갑자기 이비서의 이야기를 하니 좀 이상해집니다.
정은씨!”
“처음에 영순이가 저를 보고서 소라씨가 일본에서 당분간 머물러야하니 비서의 자리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을 때 저는 참 많이 망설였어요.
그 동안 워낙 소라씨가 잘 했는데 제가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어 사양을 했어요.
그런데 영순이가 공옥희씨 보다는 제가 하는 것이 좋다고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 사장님의 비서가 되기
는 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정은씨가 잘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 아내가 정은씨 보고 그렇게 졸라대며 내 비서가 되라고 한 것은
이 비서가 추천한 공옥희가 내 비서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것은 저도 그런 이유에서 영순이가 그랬다고 생각은 했어요.”
“저도 처음에 이 비서 보다는 정은씨가 내 비서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정은씨가 지금 제 비서가 된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어머나! 그랬어요. 저도 사장님의 비서가 된 것이 지금은 무척이나 좋아요”
김재천 상무와 성세경 현장 소장 그리고 명광식 현장 감독과 정해진 건축자재 과장은 강남 시네마 극장
건설 현장에 둘러서 오겠다며 말했다.
하긴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관급 공사 공개 입찰에 갔다가 떨어지니 아무리 괜찮다고 하지만
현장 실무자들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마음이 쓸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들렀다가 서로 회포를 푸느라 서로들 술 한 잔 하고 들어오리라는 것을 환히 다 알고 있는 나는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김정은이와 함께 회사에 돌아오니 시간이 벌써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며칠 전에 들어온 하림 연립주택 공사 의뢰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뚜드리는 소리가 났다.
“네 들어오세요!”
포근한 목소리로 김정은이가 말했다.
그런자 문을 열고 들어 온 서무과 직원인 심창수의 얼굴이 심히 창백해 진 모습으로 떨면서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조금 전에 경리과장인 공옥희씨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했습니다.”
순간,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야? 공옥희가 납치를 당해?”
“네에 사장님! 조금 전에 은행에서 경리 직원인 석진영이와 우리 회사 경비 추도엽씨와 함께 돈을
찾아서 나오다가 괴한들이 흉기를 들이대며 공옥희씨만 강제로 납치를 해 갔습니다.”
“이런 시발! 좆같은 새끼들이 감히 공옥희를 납치를 해!”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소리를 치자 김정은이가 얼른 내 마음을 진정 시키려는 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사장님! 공옥희씨가 납치가 되었다니 우선 해결을 할 방도부터 찾아야 합니다.”
“아, 그렇지! 그런 김 비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내가 급한 마음으로 김정은이에게 물었다.
“네 제 생각에는 우선 오현경 검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나서 공옥희씨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아침부터 뭔가 영 기분이 우울하더니만 뜻밖에도 공옥희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다.
“오현경 검사님 좀 부탁합니다. 김정은이라고 하면 알아요.”
김정은이가 서울 지검에 있는 오현경이에게 급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검사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곧 바로 오현경이하고 전화 통화가 되도록 연결하여
주었다.
“현경씨! 오늘 오후에 우리 회사 경리과장인 공옥희씨가 은행에서 나오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했어요.
함께 간 회사 직원의 말로는 여러 명의 괴한들이 갑자기 흉기를 들고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로
위협하여 공옥희씨를 끌고 갔다고 하는데 어디로 끌고 갔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제 나는 사장님과 함께 경찰서로 찾아갈 테니 현경씨도 수고를 좀 해주셔야 되겠어요.”
김정은이의 전화에 오현경이도 무척이나 놀란 듯, 한 음성으로 김정은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김정은이와 함께 곧 바로 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를 알아보는 박은성 형사가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하며
맞는다.
“강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 형사! 수고가 많지, 갑자기 이런 일로 박 형사를 만나게 되었네.”
박은성 형사는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는 박윤성이의 동생이다.
내가 화인건설 현장 소장님으로 있을 때에 하루는 공사장에서 갑자기 건물 지지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났었다.
그 바람에 그 밑에서 일을 하던 하영남이와 박윤성이가 그 무거운 철재 빔 아래 깔려서 정말로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있었다.
그때 현장에는 중장비나 크레인도 철거를 하고 없어서 인부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구조 작업을
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달려간 내가
속수무책으로 둘러 서 있는 많은 인부들을 밀쳐내고 그 엄청나게 무거운 철재 빔을 혼자서 양
손과 어깨로 받쳐 밀어 올리고 하영남이와 박윤성이를 구해 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영남이와 박윤성이는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부터 그때에 현장에서 자기의 형인 박윤성이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고 박은성이도
나를 만날 때 마다 마치 자기 스승을 대하듯이 나를 그렇게 대한다.
“제가 연락을 받고 괴한들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으로 살펴 본 다면 아무래도 보복성의
납치를 당한 것 같습니다”
“보복성의 납치라면 도대체 누구인지 박 형사는 혹시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제가 조금 전 까지 공옥희씨의 신상을 살펴서 보니 딱 한 사람이 의심이 갑니다.”
“응? 딱 한 사람?”
“네 바로 공옥희씨의 이혼한 남편입니다. 성격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특히 의처증이 심한 사람이라
비록 이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거주지인 관할 파출소에 그 사람의 신원을 조회 중에 있습니다. 곧 연락이 오면 사건
의 전말이 들어날 것 같습니다.”
“아, 그래, 그런 사람의 특징이라면 과대 망상적인 소유욕이지 박 형사의 말을 듣고 보니 아주 타당성이
있는 말이네”
“문제는 그런 인간의 보복성 납치라면 공옥희씨가 상당히 위험 합니다.
사건의 예를 본다면 아주 잔인하게 보복을 하는 것이 그런 인간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참 불쌍한 여자인데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
“지금의 형편으로는 그 놈들이 정체를 드러낼 때 까지 주시하여 보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후에 공옥희의 전 남편이 살고 있다는 거주지 관할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벌써 일 년 전 부터 그 사람의 행방이 묘연하여 찾을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짐작한 대로 그 놈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 형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그 사람만 찾으면 공옥희가 납치되어 있는 곳을 알 수가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강 사장님! 이제 실마리는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 이번 일에 박 형사가 수고를 좀 해 주게”
“네 사장님! 최선을 다해서 공옥희씨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박은성 형사는 자신감이 있게 대답을 했다.
김정은이와 함께 경찰서에서 나와 향미정으로 향했다.
향미정에 들어가니 내 아내 한영순이와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던 오현경이가 나를 반기며 묻는다.
“오빠! 이게 어쩐 일이요? 공옥희씨가 납치를 당하다니?”
“글쎄 말이다, 아무래도 공옥희를 납치해 간 놈이 이혼을 한 남편이란 놈이 한 짓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경찰에 공옥희씨와 이혼을 한 남편부터 먼저 찾아보라고 지시를 해 놓고
왔는데 일단은 그 쪽에서 무슨 협박이나 요구 전화가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아요”
“응? 기다려? 아니 너는 검사가 되어가지고도 그 놈의 새끼들한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자고 그러냐?
네 수하에 있는 부하들을 모조리 다 내어 보내서 온 시내 구석구석을 샅샅이 다 뒤져서라도 옥희를 찾아
야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
“아니? 오빠는? 무작정 남의 집을 다 뒤질 수는 없어요. 일단은 기다려 보아요. 무슨 조그만 단서라도
들어오면 단번에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요, 현경씨 말대로 해요. 사장님! 그냥 정신없이 무작정 찾아서 다니다보면 사람이 미쳐버린다니까
요?”
진옥이가 나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하긴 그렇다.
옛날에 진옥이의 전 남편인 함수철이를 찾아서 다닌 적이 있다.
온 시내를 샅샅이 수소문하여 다 다녔지만 지금까지 함수철이를 못 찾고 있다.
일단은 오현경이의 말대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날
공옥희를 납치해 간 놈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경찰에서도 부지런히 탐문 수사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증거를 잡지 못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느새 사흘이 지나갔다.
그 동안 공옥희는 어디로 끌려가서 무슨 봉변을 당하고 있는지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불끈 쥐어지고는 했다.
나흘 째 되는 날.
우리 회사로 조그만 상자 하나가 퀵서비스로 배달이 되었다.
받는 사람은 놀랍게도 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배달이 된 조그만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 속에는 찰영용 비디오 CD가 한 장 들어 있었다.
김정은이와 둘이서 컴퓨터에 넣어서 돌려 보니 어느 컴컴한 지하실 같은데서 공옥희를 수건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여러 놈이 돌아가면서 성폭행을 하는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CD에 녹화를
하여 보낸 것이었다.
공옥희를 성폭행하는 놈들이 모두 눈과 코와 입만 구멍이 난 가면을 쓰고서 있는지라 얼굴을 전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쳐 죽일 놈의 새끼들!”
나도 모르게 울분에 가득 찬 말이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이런 것을 보낸 것 보면 완전히 공옥희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것 같은데요”
김정은이가 나름대로 추리를 하며 말했다.
나는 너무나 심정이 극에 달하여 더 이상 아무런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소포로 온 부쳐 온 상자 안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적은 쪽지가 들어서 있었다.
- 내 아내였던 공옥희를 차지한 강운산이에게 경고한다.
이제 이 여자는 네가 보듯이 이미 걸레가 되었다. 이래도 네가 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이 여자가 은행에서 찾아가지고 나오던 돈 이억 오천 만원은 우리가 잘 보관하고 있다.
돈을 꼭 찾고 싶으면 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오면 돌려주겠다.
그런데 어딘지는 네가 잘 모르겠지? 무척이나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공옥희 이년을 생각하면
너는 아마 미칠 것이다. 왜 이년을 납치했느냐고 묻고 싶겠지, 이유는 없다. 다만 이년이
내 품을 떠나서 너에게 안기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을 하고는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잡아 와서 이년을 이렇게 짓밟는 것이다. -
김정은이는 입을 꼭 다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음날
경찰서에 들어가니 박은성 형사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어제 사장님께 퀵서비스 배달을 한 사람을 찾아내서 소포물을 전달한 놈의 인상착의를 캐어서
묻고 있습니다만 그 놈이 모자를 눌러쓰고 시커먼 안경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잘 알아 볼 수가
없었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넘겨주신 그 비디오 CD 자료를 정보팀에서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옥희씨가 납치 된 장소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찾아보면 그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있을 거야 그러니 박 형사가 계속해서 알아보도록 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정은이와 함께 경찰서를 나와서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의 사무실 분위기는 공옥희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이후 사뭇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내 방에 들어와 김정은이와 함께 컴퓨터에 비디오 CD를 넣고서 천천히 돌렸다.
원본 CD는 경찰서에 갖다 주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복사판이다.
비디오 CD속에 혹시나 장소를 알 수 있는 단서라도 나올까봐 김정은이가 마우스로 한 장면 한 장면
천천히 정지를 시키면서 확인을 했다.
김정은이가 마우스로 한 장면 한 장면을 한참 동안이나 정지를 시켜가며 확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눈에 익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카메라를 잡은 그놈이 자기도 모르게 방향을 돌면서 찍을 때 지하실 창문 밖에
있는 풍경을 찍은 것이었다.
“정은씨! 잠깐만! 그대로 있어요!”
내 말에 김정은이는 마우스로 그 장면을 정지시키고 크게 확대를 시켰다.
햇빛을 지하실에 비추기 위하여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낸 창문이었다.
그 창문 밖에 보이는 풍경이 왠지 내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정원의 모습인데”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지하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로 정원에 있는 여러 그루의 목련나무였다.
그러니까 정원에 목련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집의 지하실인 것이다.
그런데 그 정원 풍경이 내 눈에 익숙해 있다는 것은 그 집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알고 있는 목련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집이라면 도대체 거기가 어디란 말인가?
나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정원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저기가 도대체 어디지?”
“혹시 사장님이 저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닐까요?”
내 말에 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김정은이가 말했다.
“내가 지은 건물?”
김정은이의 말에 나는 선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래 전 내가 화인건설의 현장 소장으로 있을 때에 그 회사의 간부 한 사람이 소개를
하여 별장을 크게 수리를 한 적이 있었다.
오래 된 별장이었는데 새로 수리를 하면서 많은 돈이 들었다.
웬만한 연립 주택 한 동을 짓는 것과 같은 돈이 들었다.
그 별장을 수리하면서 정원에 조경도 꾸미고 엄청난 돈이 들었는데 그 비용이 일반 건물을 짓는 것
보다 아주 저렴하게 공사비를 회사에서 받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공사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공사가 끝났을 때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 일군들이 왜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그 당시에 그저 회사에 간부가 소개를 한 것이어서 저렴하게 공사비를 받았는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 때에 그렇게 공사비를 저렴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대방이라면
정치권력의 실세이거나 아니면 검은 폭력조직의 연계가 있었다면 회사에서도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
먹기로 저렴하게 공사비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본다면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씨! 이제 저 곳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저 별장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함께 갈게요”
내 말에 김정은이가 따라서 나선다.
“사장님! 저 별장이 확실한가요?”
“그럼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그 별장의 정원이 틀림이 없어요.”
“이것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놀라워요”
“네, 그래요”
“그때 저 별장의 정원에 같이 일을 하는 인부들이 목련나무를 많이 사다가 심으면서 주고받던
이야기도 생각이 나네요.”
“그래요? 어떤 이야기?”
“이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무척이나 인색하고 인정이 없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하면서 내내
별장을 수리하는데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빈정대며 하던 말들입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정은씨가 나하고 함께 가면 혹시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제가 이제는 사장님의 비서인데 당연히 함께 가야지요. 그리고 제 몸 하나는 제가 지킬 수가 있어요.”
“아, 그렇군요.”
경찰서에 급하게 연락을 하여 박은성 형사와 그의 동료 세 명과 함께 그 문제의 별장을 찾아 나섰을
때에는 시간이 벌써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서도 노가다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일을 한 그 장소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고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거의 6개월 동안 공사를 한 별장인지라 그곳 지리를 내가 잘 알고 있었다.
별장이 있는 곳은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에 있는 고래산 산자락이었다.
그 곳에는 또 옥녀봉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자락에는 무시무시한 동굴이 있었다.
“참 우연치고는 묘하군요. 사장님이 전에 그 별장을 수리한 줄을 그 놈들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요.”
“공옥희씨를 구하고 나서 사장님과 함께 옥녀봉에 등산을 가고 싶어지네요.”
“그래요, 먼저 공옥희를 구해 놓고 정은씨와 등산을 가도록 하지요”
지금 납치를 당한 공옥희를 생각하면 무슨 등산이 해당되는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서로가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주고받는 말이었다.
더구나 공옥희를 납치해 간 놈들이 한, 두 놈이 아니고 여럿이 모여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고래산 아래에 도착하니 새벽 5시가 넘어 있었다.
“왠지 경찰 인원을 더 모아 가지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박은성 형사가 나를 보면서 약간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사 반장이 확실치 않은 일에 인원을 많이 동원할 수 없다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우리 네 사람만 왔습니다.”
박 형사와 같이 온 동료 형사 한 사람이 형사반장을 향하여 투덜거리며 말했다.
모두가 잠도 자지 않고 달려 온 길이라 피곤하여 산기슭에 차를 주차 시키고는 잠시 잠을 잤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벌써 오전 9시가 넘어 있었다.
이리로 오면서 미리 준비를 해 온 음식들을 서로 나누어 먹었다.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오전 10시가 되어 있었다.
김정은이의 옷차림을 보니 탄력성 있는 검은 바지에 갈색 윗도리를 입고 신발은 아예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온 모습이 한바탕 싸우려는 마음가짐이 분명하였다.
나도 거추장스러운 정장을 벗어버리고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왔다.
그리고 신발은 가벼운 가죽 운동화를 신었다.
별장을 수리했던 일이 있는지라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차를 눈에 잘 띄지 않는 별장 아래쪽에다 세워서 놓고 정문을 피하여 산기슭을 돌아 별장 뒤
쪽으로 갔다.
내가 날쌔게 별장을 담을 훌쩍 뛰어넘자 김정은이도 운동을 한 몸이라 나를 따라서 날쌔게 담을
넘어서 별장 안으로 따라서 들어 왔다.
그러자 박 형사와 동료들도 담을 기어 넘어서 따라 왔다.
내가 지난 기억을 더듬어 지하실로 찾아서 내려가자 모두들 내 뒤를 따라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따라 왔다.
벽 쪽에 몸을 붙여 지하실 입구를 쳐다보니 지하실 문이 열려서 있었다.
지하실 문이 열려서 있다는 것은 지하실에 그 놈의 새끼들이 있다는 증거였다.
김정은이와 함께 지하실로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바로 우리 눈앞에 엄청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28부에서 계속 됩니다.
---------------------------------------------------------------------
올림픽이 시작되는 동안에 온통 거기에 눈길이 가서 머물러 있다보니 소라에는
이제야 들어 와서 내 아내의 비밀 27부를 올립니다.
제가 생각해 보아도 처음과는 달리 자꾸만 손끝이 무디어지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곧 이 말은 내 아내의 비밀을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과 일치가 되는 문제인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다른 작품을 구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제 내 아내의 비밀은 31부로 끝을 내고는 새로운 작품을 또 하나 써서 올릴 까
하고 생각 중에 있답니다.
이제 아침과 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에 벌써 가을을 느낍니다.
소라 식구 여러분!
오늘도 즐겁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리고 참 설아의 글을 읽고서 댓글과 추천을 눌러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윤설아 드림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