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이는 고등학생 마지막회...
그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추천해주시고 리플 달아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제 다음회 부터는 거식이의 사회생활이 시작됩니다.
진정한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것인지 한번 두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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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줄거리 : 다시 시작된 거식이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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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인적마저 뜸한 이른 봄의 기운이 채 느껴지려 할때쯤 내리는 비는 온몸을 에이는듯 차겁기만 했다.
1988년의 2월 13일..
바닷가의 석양과 더불어 두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한사람은 검은색 양복을 입은 거식이고 다른 한사람은 검정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거식이는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뒤에 서있는 여자는 묵묵히 거식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빠... 이제 그만 보내줘.."
벌써 세시간째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거식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여자는 다름 아닌 미경의 동생 유미진이었다.
*1988년 2월 10일
졸업을 앞둔 거식이는 어차피 졸업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얼마전 치른 대입시험에도 거식은 시험보는 중간에 나와 버렸다. 미경과 함께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미경이 떠난 지금은 대학이라는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겨울내내 일한 덕분으로 만만치 않은 돈을 거머쥔 거식은 혼자서 멀리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얼마전 만난 혜지와 은지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세상은 거식이의 뜻대로 되는것이 아니기에 두사람을 보내주기로 했다.
따르릉..
겨울 막바지 햇살을 감상하고 있던 거식이의 침묵을 깨운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여보세요."
"저.. 거식이 있어요?"
"전데요.. 누구세요??"
"나야...."
"호..혹시.. 미경이..?????"
"응... 잘 .. 지냈어?"
"어..어디야.. 어..디야????? 지금 어디야!!!!"
"지금 S공원 4거리야... 지금 올래?"
"기다려!!! 지금 달려 갈께!!! 가지 말고 기다려!!!!"
거식이는 마음이 급해졌다.
정신없이 옷을 갈아 입고 세수를 하고 그동안 깍지 않았던 수염을 깨끗하게 면도했다. 그리고 무스를 발라 머리를 넘기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S공원까지는 거식이의 집에서 약 10여분 거리
그 10여분의 거리가 마치 10시간 아니 10년처럼 긴 거리처럼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며 뛰어갔다.
미안하다는 말대신 연신 미경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드디어 S공원 건너편 4거리에 도착한 거식이는 주위를 둘러 보며 미경을 애타게 찾았다.
그때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학생이 건녀편에 서 있는것이 보였다.
틀림없는 꿈에도 그리던 미경이.. 매일 같이 생각했던 미경이였다..
몇번을 울었고 몇번을 꿈에서 만났던가..?
거식이의 가슴이 터질듯 했다. 심장이 멈출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미경이의 얼굴이 크로즈 업 되었다.
여전히 미경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한쪽 입술을 삐죽여 넘기는 머리카락이 마치 은빛 선율처럼 바이올린의 줄처럼.. 피아노의 줄처럼 느껴졌다.
마치 금실을 잔뜩 박아놓은듯 아름답기만 했다..
"미경아!!!!!!!!!!!!!!!!!"
미경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좌우를 돌아보더니 이내 거식을 보았다.
"거식아!!!!!!!!!!!!!!!!!"
미경이 거식을 보자 두 팔을 벌리고 거식을 향해 뛰어왔다.
"조..조심해!"
끼...이익!!!!끼익..쾅....!!!!!
꽃다발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몸이 하늘위로 솟아 올랐다.
마치 천사가 되고 싶은마냥..
그렇게 높이 올랐던 분홍빛 천사가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거식은 천천히 그 천사에게 다가섰다.
빠앙!!!.. 빵빵!!!!
차들의 경적소리가 마치 거식에게는 행진곡처럼 들렸다.
온몸이 피빛으로 둘러 쌓인 천사..
그런 천사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지나가는 차들이 모두다 멈춰섰다.
거식이의 심장도 멈추었고 사랑도 멈추었고 그리움도 멈추었다.
세상이 멈추었다...
잠시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응급차량과 간호사가 도착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학생을 끌어안은 남자의 손을 풀어 보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풀려지지 않는다.
이미 여학생은 죽은지 오래 되었고 남자는 상처하나 없지만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의사와 응금구조원은 마취를 시키고서야 남자의 손을 풀러 낼 수 있었다.
*1988년 2월 12일
하루전..
거식은 눈을 떴다.
마치 꿈속에서 헤어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덮인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은 진한 알코올냄새를 느낌으로해서 병원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방안에는 거식이 외에 아무도 없었다.
손을 펼쳐 바라 보았다.
아직도 미경의 품이 손안에 느껴지는것 같다.
순간 거식이 팔에 꽂혀있던 링겔바늘을 빼어 던지고 병실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간호데스크로 뛰어간 거식이 외쳤다.
"미경이는.. 유미경이는? 어디있어요? 괜찮나요?"
야근하고 있던 간호사가 갑작스런 거식이의 질문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침착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식이는 그런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미경!!! 유미경!!!!.. 미경아!!!"
간호사가 아무말이 없자 병실마다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외쳐대는 거식이..
"이봐요!!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해요.."
"야이.. 미친놈아!!!"
사람들이 거식이의 뒤로 수많은 욕을 던졌지만 거식은 정신없이 미경이를 불러 대며 병실문을 열어 제끼고 있었다.
"오빠!!!!"
순간 거식이는 얼어 붙은듯 했다.
미경이와 똑같은 아니 똑같이 생길뻔한 여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름 아닌 미경이의 동생 유미진이었다.
"미진아!! 미경이는? 미경이는 어디있어?"
"......."
"미경이 괜찮지??? 미경이 보러 가자!!!!"
"......."
"뭐해??? 몇호야?? 많이 다친거야??"
"오빠...."
"그래.. 빨리 말해봐.. 미치겠다.. 흑흑.. 미경이가 다시 오다니..하하핫... 흑흑.... "
"오빠.... 언니..."
"그래.. 언니 어디있어??? 나 보고 싶었다고 하지???"
"언니.. 죽었어..."
"그래.. 죽었어.. 그러니까 어디있어?.. 뭐????????? 뭐라고!!!!!!!!"
"언니.. 교통사고로 바로 죽었어..."
"그..그게 무슨말이야.. 아..아니야.. 그..그럴리가 없어... 말도 안돼!!!!!.."
"오빠.. 침착해... 오빠 삼일동안이나 쓰러져 있었어.."
"아..아냐!!! 그.. 그럴리 없어.. 분명히 미경이를 만났는데.. 미경이가 연락했는데..."
"오빠.. 흑.. 언니 지금 막 화장해서 바닷가에 뿌리고 온거야.."
"으아아!!!!!!!!!!!!!!!!!!!!!!!!!!!!!!!!!!!!! 미경이.. 엉엉.. 미경이 내놔!!!!!!!!!!"
거식은 미진이의 멱살을 잡아채고 흔들어 대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울부짓음소리는 병원에 메아리 쳐졌고 수 많은 사람들이 복도로 뛰쳐 나와 두 사람을 바라 보고 있었다.
삼일동안 의식조차 없던 거식이가 깨어나는 순간 거식이는 청천병력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밤을 지새우는 내내 차라리 평생동안 깨어 나지 않았으면 하는 거식이였다.
*
비가 거식이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적시고 심장속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바닷바람과 섞여 차거움이 더해졌다.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도 메말랐는지 목만 메어올뿐이었다.
교장선생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한 거식은 약 1년 3개월여동안 한달에 겨우 10여일정도 학교에 갔을뿐 그외에는 대부분 가출하여 공장에 다니거나 산속에 들어갔다가 나오거나를 반복했다.
다행히 허장구의 배려로 인해 졸업을 할 수 있었지만 거식이는 아무런 상관 없었다.
엄마와 이모인 희순의 간절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벌써 때려 쳤어도 10000번은 때려 쳤을 학교였다.
그러면서도 늘 미경이 돌아올것이라 기대 하며 살아왔는데...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날 떠나 보내야 했다.
나는 당신을 이렇게 사랑합니다.<거식이>
나는 당신의 눈이 멀었으면 합니다.
세상의 아름다운것들만 당신에게 이야기 해 줄수 있게..
나는 당신의 손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신곁에서 영원히 손이 되어 드릴 수 있게..
나는 당신의 발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신을 업고 세상 어느곳이든 함께 할 수 있게..
나는 당신의 손톱이 되고 싶습니다.
꼭 필요한것 같지 앉지만 죽을때까지 남아있는 손톱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이렇게 사랑합니다.
거식은 자신이 썼던 시를 바다를 향해 외쳐대며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오빠... 어차피 언니는 많이 살아야 한달이었어... 오빠 이러는거 원하지 않을꺼야..."
"으아아!!!!!!!!!!!!!!!!!!!!!!!!!!!!!!!!!!!!!!!!!!!"
거식이는 시간이 흘러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미진은 그런 거식이가 안스럽기도 하고 비에 젖은 자신의 몸이 점점 차거워 지는것을 느꼈다.
그럴만한것이 오후 2시에 온 두 사람은 벌써 저녁9시를 넘기고도 그 자리에서 멈추어 있었다.
"오빠.. 일단.. 가자.. 언니에 대해서 할 이야기도 있고..."
"............."
미진의 손길이 떨리고 있음을 느낀 거식은 7시간동안 자신의 곁에 머물러준 미진이 생각에 할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 다리에 쥐나 나 주저 앉으려 하자 미진이 부축을 해주며 둘은 껴안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두사람 모두 껴안았다고 해서 특별한 감정이 드는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둘다 옷을 벗고 있었다 할지라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거식과 미진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슬픈멜로디의 노래가 거식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미진이 미경이의 일기장을 꺼내어 주었다.
1985년 6월4일
참 못생긴 아이이지만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이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면서 나를 구해준 아이..
거식이는 개구리 왕자님이다..
내가 키스해주면 멋지게 변할까?
안변해도 좋아질것 같다.
1985년 6월 28일
평생 잊지 못할날이다.
거식이 내게 첫키스를 해주었다.
아쉽게도 개구리 왕자님이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은 친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알면 알아갈수록 너무 좋아지는것 같다..
내 인생의 반쪽일까?
1985년 11월 13일
거식이가 전교 3등을 했다고 자랑했다.
나도 전교 12등했다. 거식이를 만나기 전에는 반에서 25등정도 했는데 거식이랑 함께 공부하니 참 잘되는것 같다.
우리는 늘 꿈을 이야기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 언제까지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1986년 2월 2일
요즘들어 점점 머리가 아픈것이 더 심해진다.
너무 아파 말할 수 없을정도이다.
그래도 거식이 앞에서 아프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수면제를 먹어야 할것 같다. 빨리 낳았으면 좋겠다.
1986년 3월 27일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 날수 있단말인가....
왜 하필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다..
내가.. 내가. 2년을 살수 없을것이라니..
어떻게 이런일이 생긴단 말인가? 거식이하고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이건 악마의 저주가 아닐까..
거식이는 어떻게 하지?
내가 아픈것을 알면 거식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도 나하고 같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1986년 4월 7일
이날은 내가 평생 기억할 아니 죽어서도 기억할 날이다.
거식이와의 첫날밤..
예전에 미진이와 함께 왔던 곳에서 거식이와 첫경험을 했다.
그대로 죽어도 좋을만큼 거식이와 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이 사랑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거식이가 나의 온몸을 애무 해주었으면 좋겠다..
꺼지지 않게 내 생명이 꺼지지 않게 그렇게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1986년 4월 9일
거식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미국에 계시다고.. 이미 우리 아빠는 저 하늘나라에 계신데...
아빠가 나를 부르는가 보다. 아빠는 밉다. 딸이 이제야 겨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벌써 헤어지게 하시다니..
거식이를 계속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것 같아 힘들었다.
그래.. 거식이를 위해 떠나는거야.. 그게 잘하는거야..
거식아 나 없어도 행복해야해.. 넌 네 꿈을 이루어야 해...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내가 죽어도..
1987년 4월 7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어느덧 1년여가 되어간다.
거식이가 보고 싶다. 요즘들어 아픈 횟수가 늘어났다.
자꾸만 아파 왔다. 아파 올수록 거식이 생각난다.
너무 보고 싶다. 아파서 눈물이 나는건지 거식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는건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아는건 거식이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사랑한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미칠것 같다.
1988년 2월 9일
이제 내 삶도 겨우 1달 정도 남았다고 한다. 거식이는 대학에 갔겠지 하고 친구 영미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이럴수가!!!! 거식이가 그동안 너무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대학도 들어가지 않고 그동안 학교도 제대로 안다녔다고 한다.
나만큼 거식이도 나를 사랑했는가 보다. 너무 미안하다.
내일은 거식이를 찾아가 나도 사랑한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먼저 갈테니 용서해달라고 빌어야겠다.
그리고 다시금 공부하라고.. 그래서 너만이라도 꿈을 이루라고 말해야겠다.
사랑하는 거식이를 내일이면 만나게 된다....
일기장의 마지막날인 2월9일자 뒤에는 거식이의 이름이 수도 없이 쓰여져 있었다.
미경이의 일기를 읽으면서 거식이는 더 큰 슬픔에 오열하였다.
그렇게 1998년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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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거식이는 고등학생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교장복수를 못하게 되고 몇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일은 나중에 다시금 써 보려고 하고요.
일단은 거식이는 고등학생 시즌II <20대의 거식이는 그냥 거식이는고등학생으로 연재하겠습니다.>
그동안 거식이는 고등학생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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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추천해주시고 리플 달아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제 다음회 부터는 거식이의 사회생활이 시작됩니다.
진정한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것인지 한번 두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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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줄거리 : 다시 시작된 거식이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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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인적마저 뜸한 이른 봄의 기운이 채 느껴지려 할때쯤 내리는 비는 온몸을 에이는듯 차겁기만 했다.
1988년의 2월 13일..
바닷가의 석양과 더불어 두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한사람은 검은색 양복을 입은 거식이고 다른 한사람은 검정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거식이는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뒤에 서있는 여자는 묵묵히 거식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빠... 이제 그만 보내줘.."
벌써 세시간째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거식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여자는 다름 아닌 미경의 동생 유미진이었다.
*1988년 2월 10일
졸업을 앞둔 거식이는 어차피 졸업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얼마전 치른 대입시험에도 거식은 시험보는 중간에 나와 버렸다. 미경과 함께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미경이 떠난 지금은 대학이라는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겨울내내 일한 덕분으로 만만치 않은 돈을 거머쥔 거식은 혼자서 멀리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얼마전 만난 혜지와 은지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세상은 거식이의 뜻대로 되는것이 아니기에 두사람을 보내주기로 했다.
따르릉..
겨울 막바지 햇살을 감상하고 있던 거식이의 침묵을 깨운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여보세요."
"저.. 거식이 있어요?"
"전데요.. 누구세요??"
"나야...."
"호..혹시.. 미경이..?????"
"응... 잘 .. 지냈어?"
"어..어디야.. 어..디야????? 지금 어디야!!!!"
"지금 S공원 4거리야... 지금 올래?"
"기다려!!! 지금 달려 갈께!!! 가지 말고 기다려!!!!"
거식이는 마음이 급해졌다.
정신없이 옷을 갈아 입고 세수를 하고 그동안 깍지 않았던 수염을 깨끗하게 면도했다. 그리고 무스를 발라 머리를 넘기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S공원까지는 거식이의 집에서 약 10여분 거리
그 10여분의 거리가 마치 10시간 아니 10년처럼 긴 거리처럼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며 뛰어갔다.
미안하다는 말대신 연신 미경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드디어 S공원 건너편 4거리에 도착한 거식이는 주위를 둘러 보며 미경을 애타게 찾았다.
그때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학생이 건녀편에 서 있는것이 보였다.
틀림없는 꿈에도 그리던 미경이.. 매일 같이 생각했던 미경이였다..
몇번을 울었고 몇번을 꿈에서 만났던가..?
거식이의 가슴이 터질듯 했다. 심장이 멈출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미경이의 얼굴이 크로즈 업 되었다.
여전히 미경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한쪽 입술을 삐죽여 넘기는 머리카락이 마치 은빛 선율처럼 바이올린의 줄처럼.. 피아노의 줄처럼 느껴졌다.
마치 금실을 잔뜩 박아놓은듯 아름답기만 했다..
"미경아!!!!!!!!!!!!!!!!!"
미경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좌우를 돌아보더니 이내 거식을 보았다.
"거식아!!!!!!!!!!!!!!!!!"
미경이 거식을 보자 두 팔을 벌리고 거식을 향해 뛰어왔다.
"조..조심해!"
끼...이익!!!!끼익..쾅....!!!!!
꽃다발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몸이 하늘위로 솟아 올랐다.
마치 천사가 되고 싶은마냥..
그렇게 높이 올랐던 분홍빛 천사가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거식은 천천히 그 천사에게 다가섰다.
빠앙!!!.. 빵빵!!!!
차들의 경적소리가 마치 거식에게는 행진곡처럼 들렸다.
온몸이 피빛으로 둘러 쌓인 천사..
그런 천사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지나가는 차들이 모두다 멈춰섰다.
거식이의 심장도 멈추었고 사랑도 멈추었고 그리움도 멈추었다.
세상이 멈추었다...
잠시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응급차량과 간호사가 도착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학생을 끌어안은 남자의 손을 풀어 보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풀려지지 않는다.
이미 여학생은 죽은지 오래 되었고 남자는 상처하나 없지만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의사와 응금구조원은 마취를 시키고서야 남자의 손을 풀러 낼 수 있었다.
*1988년 2월 12일
하루전..
거식은 눈을 떴다.
마치 꿈속에서 헤어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덮인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은 진한 알코올냄새를 느낌으로해서 병원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방안에는 거식이 외에 아무도 없었다.
손을 펼쳐 바라 보았다.
아직도 미경의 품이 손안에 느껴지는것 같다.
순간 거식이 팔에 꽂혀있던 링겔바늘을 빼어 던지고 병실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간호데스크로 뛰어간 거식이 외쳤다.
"미경이는.. 유미경이는? 어디있어요? 괜찮나요?"
야근하고 있던 간호사가 갑작스런 거식이의 질문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침착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식이는 그런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미경!!! 유미경!!!!.. 미경아!!!"
간호사가 아무말이 없자 병실마다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외쳐대는 거식이..
"이봐요!!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해요.."
"야이.. 미친놈아!!!"
사람들이 거식이의 뒤로 수많은 욕을 던졌지만 거식은 정신없이 미경이를 불러 대며 병실문을 열어 제끼고 있었다.
"오빠!!!!"
순간 거식이는 얼어 붙은듯 했다.
미경이와 똑같은 아니 똑같이 생길뻔한 여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름 아닌 미경이의 동생 유미진이었다.
"미진아!! 미경이는? 미경이는 어디있어?"
"......."
"미경이 괜찮지??? 미경이 보러 가자!!!!"
"......."
"뭐해??? 몇호야?? 많이 다친거야??"
"오빠...."
"그래.. 빨리 말해봐.. 미치겠다.. 흑흑.. 미경이가 다시 오다니..하하핫... 흑흑.... "
"오빠.... 언니..."
"그래.. 언니 어디있어??? 나 보고 싶었다고 하지???"
"언니.. 죽었어..."
"그래.. 죽었어.. 그러니까 어디있어?.. 뭐????????? 뭐라고!!!!!!!!"
"언니.. 교통사고로 바로 죽었어..."
"그..그게 무슨말이야.. 아..아니야.. 그..그럴리가 없어... 말도 안돼!!!!!.."
"오빠.. 침착해... 오빠 삼일동안이나 쓰러져 있었어.."
"아..아냐!!! 그.. 그럴리 없어.. 분명히 미경이를 만났는데.. 미경이가 연락했는데..."
"오빠.. 흑.. 언니 지금 막 화장해서 바닷가에 뿌리고 온거야.."
"으아아!!!!!!!!!!!!!!!!!!!!!!!!!!!!!!!!!!!!! 미경이.. 엉엉.. 미경이 내놔!!!!!!!!!!"
거식은 미진이의 멱살을 잡아채고 흔들어 대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울부짓음소리는 병원에 메아리 쳐졌고 수 많은 사람들이 복도로 뛰쳐 나와 두 사람을 바라 보고 있었다.
삼일동안 의식조차 없던 거식이가 깨어나는 순간 거식이는 청천병력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밤을 지새우는 내내 차라리 평생동안 깨어 나지 않았으면 하는 거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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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거식이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적시고 심장속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바닷바람과 섞여 차거움이 더해졌다.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도 메말랐는지 목만 메어올뿐이었다.
교장선생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한 거식은 약 1년 3개월여동안 한달에 겨우 10여일정도 학교에 갔을뿐 그외에는 대부분 가출하여 공장에 다니거나 산속에 들어갔다가 나오거나를 반복했다.
다행히 허장구의 배려로 인해 졸업을 할 수 있었지만 거식이는 아무런 상관 없었다.
엄마와 이모인 희순의 간절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벌써 때려 쳤어도 10000번은 때려 쳤을 학교였다.
그러면서도 늘 미경이 돌아올것이라 기대 하며 살아왔는데...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날 떠나 보내야 했다.
나는 당신을 이렇게 사랑합니다.<거식이>
나는 당신의 눈이 멀었으면 합니다.
세상의 아름다운것들만 당신에게 이야기 해 줄수 있게..
나는 당신의 손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신곁에서 영원히 손이 되어 드릴 수 있게..
나는 당신의 발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신을 업고 세상 어느곳이든 함께 할 수 있게..
나는 당신의 손톱이 되고 싶습니다.
꼭 필요한것 같지 앉지만 죽을때까지 남아있는 손톱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이렇게 사랑합니다.
거식은 자신이 썼던 시를 바다를 향해 외쳐대며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오빠... 어차피 언니는 많이 살아야 한달이었어... 오빠 이러는거 원하지 않을꺼야..."
"으아아!!!!!!!!!!!!!!!!!!!!!!!!!!!!!!!!!!!!!!!!!!!"
거식이는 시간이 흘러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미진은 그런 거식이가 안스럽기도 하고 비에 젖은 자신의 몸이 점점 차거워 지는것을 느꼈다.
그럴만한것이 오후 2시에 온 두 사람은 벌써 저녁9시를 넘기고도 그 자리에서 멈추어 있었다.
"오빠.. 일단.. 가자.. 언니에 대해서 할 이야기도 있고..."
"............."
미진의 손길이 떨리고 있음을 느낀 거식은 7시간동안 자신의 곁에 머물러준 미진이 생각에 할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 다리에 쥐나 나 주저 앉으려 하자 미진이 부축을 해주며 둘은 껴안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두사람 모두 껴안았다고 해서 특별한 감정이 드는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둘다 옷을 벗고 있었다 할지라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거식과 미진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슬픈멜로디의 노래가 거식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미진이 미경이의 일기장을 꺼내어 주었다.
1985년 6월4일
참 못생긴 아이이지만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이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면서 나를 구해준 아이..
거식이는 개구리 왕자님이다..
내가 키스해주면 멋지게 변할까?
안변해도 좋아질것 같다.
1985년 6월 28일
평생 잊지 못할날이다.
거식이 내게 첫키스를 해주었다.
아쉽게도 개구리 왕자님이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은 친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알면 알아갈수록 너무 좋아지는것 같다..
내 인생의 반쪽일까?
1985년 11월 13일
거식이가 전교 3등을 했다고 자랑했다.
나도 전교 12등했다. 거식이를 만나기 전에는 반에서 25등정도 했는데 거식이랑 함께 공부하니 참 잘되는것 같다.
우리는 늘 꿈을 이야기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 언제까지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1986년 2월 2일
요즘들어 점점 머리가 아픈것이 더 심해진다.
너무 아파 말할 수 없을정도이다.
그래도 거식이 앞에서 아프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수면제를 먹어야 할것 같다. 빨리 낳았으면 좋겠다.
1986년 3월 27일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 날수 있단말인가....
왜 하필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다..
내가.. 내가. 2년을 살수 없을것이라니..
어떻게 이런일이 생긴단 말인가? 거식이하고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이건 악마의 저주가 아닐까..
거식이는 어떻게 하지?
내가 아픈것을 알면 거식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도 나하고 같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1986년 4월 7일
이날은 내가 평생 기억할 아니 죽어서도 기억할 날이다.
거식이와의 첫날밤..
예전에 미진이와 함께 왔던 곳에서 거식이와 첫경험을 했다.
그대로 죽어도 좋을만큼 거식이와 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이 사랑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거식이가 나의 온몸을 애무 해주었으면 좋겠다..
꺼지지 않게 내 생명이 꺼지지 않게 그렇게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1986년 4월 9일
거식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미국에 계시다고.. 이미 우리 아빠는 저 하늘나라에 계신데...
아빠가 나를 부르는가 보다. 아빠는 밉다. 딸이 이제야 겨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벌써 헤어지게 하시다니..
거식이를 계속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것 같아 힘들었다.
그래.. 거식이를 위해 떠나는거야.. 그게 잘하는거야..
거식아 나 없어도 행복해야해.. 넌 네 꿈을 이루어야 해...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내가 죽어도..
1987년 4월 7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어느덧 1년여가 되어간다.
거식이가 보고 싶다. 요즘들어 아픈 횟수가 늘어났다.
자꾸만 아파 왔다. 아파 올수록 거식이 생각난다.
너무 보고 싶다. 아파서 눈물이 나는건지 거식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는건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아는건 거식이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사랑한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미칠것 같다.
1988년 2월 9일
이제 내 삶도 겨우 1달 정도 남았다고 한다. 거식이는 대학에 갔겠지 하고 친구 영미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이럴수가!!!! 거식이가 그동안 너무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대학도 들어가지 않고 그동안 학교도 제대로 안다녔다고 한다.
나만큼 거식이도 나를 사랑했는가 보다. 너무 미안하다.
내일은 거식이를 찾아가 나도 사랑한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먼저 갈테니 용서해달라고 빌어야겠다.
그리고 다시금 공부하라고.. 그래서 너만이라도 꿈을 이루라고 말해야겠다.
사랑하는 거식이를 내일이면 만나게 된다....
일기장의 마지막날인 2월9일자 뒤에는 거식이의 이름이 수도 없이 쓰여져 있었다.
미경이의 일기를 읽으면서 거식이는 더 큰 슬픔에 오열하였다.
그렇게 1998년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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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거식이는 고등학생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교장복수를 못하게 되고 몇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일은 나중에 다시금 써 보려고 하고요.
일단은 거식이는 고등학생 시즌II <20대의 거식이는 그냥 거식이는고등학생으로 연재하겠습니다.>
그동안 거식이는 고등학생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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