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또 혼자 오셨나보네요"
"예, 혼자 왔습니다. 방 하나 잡아주세요"
스크린 골프장의 문을 열자 카운터가 인사를 한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빈 시간, 무엇을 할까 하다가 다음 주에 잡힌 라운딩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가끔 들리던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오장으로 치는 다음 주 라운딩에서 호구는 되지 말아야지 싶은 생각에 코스도 익힐 겸,
시간도 때울 겸해서 연습장을 찾은 것이다.
실제로 스크린 연습장에서 연습을 해봐야 뭐가 좋으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혼자서 무슨 궁상이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실제 라운딩 전에는 스크린 연습장을 한 번은 들려보고는 한다.
친구들이랑 부담없이 잡힌 라운딩이거나 거래처 접대 라운딩이거나
잊고 지냈던 라운딩 감을 찾고 잘 안되는 부분을 찾아내 한 번 더 인도어에서 연습하고 갔던 날은
비교적 실수가 적었던 경험이 내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드라이버가, 어떤 때는 어프로치가, 또 가끔은 퍼팅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스크린 연습장에서 혼자 이리 저리 궁리하고 클럽을 골라 내 시간을 가지고 라운딩을 하는 기분은
때로 내가 프로가 된 느낌을 갖게도 한다.
실제로 필드에 서면, 코스 매니지먼트는 무슨, 그냥 닥치는대로 치다 보면 스코어 까먹고 돈 잃고
황망히 돌아오기 일쑤인데 여기는 그런 염려는 없다. 더욱이 혼자서는.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이 스크린 연습장은 혼자 들른다.
"그런데 손님, 혹시 다른 분이랑 같이 하시면 안 될까요?"
카운터가 조심스럽게 내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혼자 노는 게 좋은 내 안색이 편할리 없는데 카운터가 눈을 질끈 감고 한 번 더 묻는다.
"같이 오시기로 한 분이 안 오셔서 가실려던 손님이 한 분 계신데, 같이 치시면 어떨까 해서요,
여기 이 분이신데."
하며 카운테 옆 쇼파에 앉은 여자를 가리킨다.
눈을 돌려 쇼파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마흔 중반 쯤, 검은 바탕에 꽃무니 반팔 셔츠 그리고 짧은 베이지 색 스커트의,
보통 체구를 지닌 옅은 파마 머리의 아줌마가 눈에 들어온다.
잠깐 마음이 흔들린다.
남자라면 이리 저리 신경 쓰일 부분이 많겠지만 여자니깐 괜히 내 마음 속의 늑대 한 마리도 어슬렁 거리는 것 같고,
다음 주 라운딩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여차 하면 한 번 더 오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럴까요"
하면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안녕하세요?"
하면서 답례가 온다.
"방해가 안 되나 모르겠네요"
"방해는요, 오히려 제가 그러지나 않을까 싶습니다"
의례적인 인사가 건네지고 카운터를 따라서 카운터 안 쪽의 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백을 들고 따라가니 긴 쇼파와 직각한 일인용 쇼파 그리고 쿠션이 달린 둥그런 화장대 의자 두 개가 놓인 방이다.
노래방의 음침한 분위기보다는 환한 좌석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처음 스크린 골프장이 만들어졌을 때는 개방형 연습장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스크린이 한 벽면을 보고 설치되어 있고 그 뒤에 백을 놓는 공간과 휴식용 의자나 쇼파가 놓여져 있던,
그래서 옆에서 치는 사람들의 소리와 모습,스코어까지 볼 수 있던 개방형 연습장에서,
연습장이 늘어서면서 점점 경쟁이 심해지더니 기어코 연습장의 모습을 지닌 퇴폐적인 룸살롱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음료는 뭐로 드릴까요?"
"뭐로 하시겠어요? 전 시원한 걸로 했으면 좋겠는데."
"저도 시원한 걸로 할게요. 뭐가 있나요?"
느낌이 좋다. 까다로워 보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여자다.
"과일 쥬스랑 냉커피 있습니다"
"저는 과일 쥬스로 할게요"
"저두요"
카운터는 컴퓨터를 켜고 연습모드로 세팅을 하고나서 방을 나선다.
쇼파에 앉아서 신발을 갈아 신고 백을 열고 드라이버와 우드, 퍼터의 커버를 벗겨낸다.
"먼저 해보세요"
나와 같이 이것 저것 준비를 하던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이럴 때 아니요 먼저 하세요라고 말이 건네오기 십상인데 의외로
"그럴까요, 그럼 먼저 해볼게요"라며 드라이버를 들고 나선다.
대게 주어지는 연습 시간은 십 분, 타석에 선 여자는 연습스윙을 몇 번 하더니 공 토출 버튼을 누른다.
"땅"하며 드라이버의 헤드에 공이 맞는 소리가 들리고 공은 일직선으로 날라간다.
"굿 샷!"손뼉을 치며 호응을 했다.
130미터 정도, 약간 윗부분에 맞은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잘 못쳤는데요"하면서 다시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백 스윙도 부드럽고 활로 스윙도 크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듯이 상체가 같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저 정도면 실제는 90에서 100 정도의 스코어를 내는 실력으로 보인다.
"땅" 두번 째 공이 약간 슬라이스가 나며 130 미터 비거리에 떨어진다.
그래도 그렇게 낭창낭창하지 않다.
슬쩍 다리를 훔쳐보았다.
약간은 도톰한 종아리가 오히려 더 건강미를 느끼게 한다.
"땅~ 땅~ 땅" 점점 임팩트와 스윙의 폭이 자리를 잡아간다.
"예쁘시네요, 스윙이. 잘 치실 거 같네요"말을 건넸다.
"아니요, 겨우 비기너를 면한걸요"살짝 웃으며 어드레스에 다시 들어간다.
"90 타 정도, 그 정도 스코어는 나올 거 같은데요"이렇게 추임새를 건네니,
"작년에 100타는 깼어요, 그래도 한 번도 8자는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돌아온다.
이런, 나랑 비슷하다. 잘못하다가는 망신당하겠네 싶은 생각이 든다.
몇 번 스윙을 하더니
"연습하세요" 하면서 타성을 내려온다.
드라이버를 뽑아들고 타석에 올랐다.
올라가면서 하는 내 주문, 힘 빼고, 고개 들지 말고, 백 스윙 천천히를 되새기며
몇 번의 가라스윙을 하고 토출 버튼을 누른다.
"깡!"하면서 첫 번째 타구가 스크린으로 향했다.
슬라이스다.
슬쩍 곁눈으로 여자를 보니 살짝 미소를 짓는다.
"깡!" 두 번째 타구 역시 슬라이스.
어드레스를 고치고 다시 신중하게세번 째 샷을 한다.
약간 슬라이스, 그래도 공은 250 미터 정도.
"굿 샷!" 이제야 추임새가 나온다.
"키가 크셔서 그런지 시원시원 하시네요, 키가 어떻게 되세요?"라며 묻는다.
"181입니다"
샷이 조금씩 맞아들어가는 느낌이다.
"깡~ 깡~"
"굿 샷!"이 연발로 나온다.
나쁘지 않다.
자리로 돌아오면서
"조금 더 해 보세요"
"아니요, 됐어요"
"그럼 세팅하라 그럴까요?"
"네"
인터폰으로 카운터를 불러 세팅을 부탁했다.
토마토 쥬스를 들고 방으로 들어선 카운터가 묻는다.
"어디로 할까요? 쉬운 데, 조금 난이도가 있는 데?"
"저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는데, 어디로 할까요?"
하며 여자를 바라본다.
"떼제베로 할까요?"
"예, 좋습니다. 퍼팅에 자신이 있으신거 같네요. 전 거기 그린이 어렵던데,"
"어차피 연습인데요, 모."
"그럼 떼제베로 하겠습니다"
카운터는 익숙하게 세팅을 해나간다.
"이름은 뭘로 할까요?"
"저는 송으로 하세요."
"저는 이로요"
이씨 아줌마구나.
"거리는 야드로 하고, 바람은 약간 괜찮죠?"
동시에 대답이 나간다.
"예~"
카운터가 방을 나서고 둘이서 쥬스를 마신다.
"혹시, 담배 피는 게 실례가 안 될까요? 원래 골초라 라운딩 중에도 몇 대는 펴야할 거 같은데......"
"아뇨,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럼 먼저 치겠습니다"
1 번 홀, 어떤 골프장이든 쉬운 홀이다.
넓은 훼어웨이에 투 온이 가능한 홀, 여기도 그렇다.
파 4, 374야드.그린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평이한 홀.
드라이버를 잡고 스윙을 한다.
"깡~" 느낌이 이상하다. 슬라이스.
컴퓨터에서 "오비" 멘트가 나온다.
"휴~, 긴장했나 보네요, 하하하~"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치세요, 하하하~"
웃음 소리가 밝다.
다시 타석에 서서 이 번엔 약간 콘트롤 하듯이 쳤다.
공은 타격음과 함께 약간 우측으로 밀리면서 그래도 220야드 훼어웨이에 떨어진다.
"굿 샷~"
"고맙습니다, 잘 치세요"
"예"
"깡" 소리를 내며 여자의 공은 똑바로 170야드에 떨어진다.
"굿 샷~"
"감사합니다"
남은 거리 내가 154, 여자가 152 우훗,조금 망신이다.
154면 7,8번 아이언 거리, 그런데 내 7번 아이언이 헤드가 부러져서 수리를 맡겼다.
7번으로 콘트롤 하면 좋을 듯한데, 할 수 없이 8번으로 풀 스윙을 해보기로 한다.
"탁"하면서 제법 똑바로 공이 나간다.
조금 더 조금 더 속으로 외치는데 다행히 공은 그린에 올라간다.
12야드 정도 남은 거리에 떨어져 4 온,잘 하면 보기 안 되면 더블이다.
여자를 보니 우드를 집는다.
"딱"하며 맞은 공이 그린 앞 벙커,다시 샌드를 빼어 든 여자가 어프로치를 한다.
공은 높은 탄도로 솟아서 그린에 올라간다.
"나이스 어프로치!"
"제가요, 어프로치는 잘 해요"하며 빙긋 웃는다.
나보다 가깝다. 대략 10 야드 정도.
퍼팅을 뽑아들고 라인을 살핀다.
약간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내리막 경사, 오른 쪽으로 조준을 하고 퍼팅을 한다.
떼구르르 구르던 공이 홀 컵을 지난다.
컨시드도 못 받는 걸에 멈추어 선 공을 보다가 내려온다.
여자가 퍼팅을 한다.
홀 컵 약간 못미쳐 컨시드 거리에 멈춘 공, 보기다.
약간 긴장하고 퍼팅을 한다.
오른 쪽 홀컵을 지날 것 같은 공이 떨어진다.더블이다.
"나이스 펏!"
"감사합니다"
2 번 홀 파 5, 레귤러 티 534야드 레이디 티 482 야드,
여자는 세컨샷이 탑핑, 5 온에 2퍼터 더블,
나는 4온에 투 펏, 보기다.
역시 드라이버가 문제다.슬라이스에 대한 두려움에 콘트롤 샷을 했더니 거리에 문제,아이언도 그저 그렇고.
모세코스 3 번 홀, 파 4, 레귤러 444야드 레이디 394 야드 내리막 홀이다.
욕심 낸 티샷이 잘 맞았다.300야드 지점에 떨구고 세컨에 온 그린, 투 퍼터로 파로 막는다.
여자는 세컨과 서드에 우드를 잡고 침착하게 온 그린, 투 퍼터, 보기다.
휴~~하며 한숨을 돌린다.
이래서 같이 치는 상대가 있으면 부담이 된다.
아무리 연습장이라도 초면은 그렇다.
그래도 세 홀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부드럽다.
"자주 오시나봐요?" 여자가 묻는다.
"아니요, 가끔, 라운딩 전에는 한 번은 올려고 하는데, 자주는 아니고요."
"전 한 여름엔 자주 와요, 필드에 나가면 얼굴 타는 게 싫어서 여기서 자주 쳐요, 친구들이랑"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예사롭지 않아 보이십니다"
"아니요, 그냥 재미로 아님 내기로 쳐요"
"여자들은 무슨 내기 하니요, 여기서는? 남자들이야 휠드든 여기든 돈 내기 하지만"
"그냥 저녁 내기, 아님 맥주 사기 그런 거 해요, 핸디 주고 받고"
"많이 이기겠네요, 여자 분이, 이 정도면 잘치시는 거 아닌가요?"
"아니요, 제 친구들은 더 잘 쳐요. 제가 핸디를 받고 쳐도 많이 지거든요"
"그러세요?"
"네"
역시 나쁘지 않다.
푸근히 감싸이는 것 같은 말의 느낌,
끊어지는 대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바운스가 있는 대답,
툭툭 끊어지는 말은 얼마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잘 아는 나로서는 편하다.
조금 더 나가볼까? 욕심이 생긴다.
"우리도 내기 할까요?"
"무슨 내기요?" 하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냥 한 홀씩 하면서 소원 들어주기요"
윽, 내가 말해 놓고도 너무 나갔나 싶다.
그냥 가벼운 커피 내기나 저녁 내기 였어야 했는데,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엄청 큰 내기인데요, 남은 홀이 15개나 되는데"
"우아~ 얘기해놓고 보니깐 그러네요, 15개의 상품이 걸린 엄청난 내기가 됐네요,그럼 다른 걸로?"
여기서 눈치를 보았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런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내기든 재미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 그냥 해요, 재밌겠는데요. 핸디는 챙겨주실 거죠?"
"핸디라니요, 오히려 저보다 좋은 스코어가 나올 거 같으신데"
"그래도 남자잖아요"
갑자기 여자의 말 소리에 애교가 피어오른다.
귀엽다. 오히려 비슷한 연배인데 어려 보인다.
"그럼 롱홀에 하나씩 드릴게요, 여자분이시니깐"
"좋아요, 다 이겨야지"
"하하하, 욕심도 크시다"
좋다. 기분 좋아지게 하는 대화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둥실 하고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예, 혼자 왔습니다. 방 하나 잡아주세요"
스크린 골프장의 문을 열자 카운터가 인사를 한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빈 시간, 무엇을 할까 하다가 다음 주에 잡힌 라운딩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가끔 들리던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오장으로 치는 다음 주 라운딩에서 호구는 되지 말아야지 싶은 생각에 코스도 익힐 겸,
시간도 때울 겸해서 연습장을 찾은 것이다.
실제로 스크린 연습장에서 연습을 해봐야 뭐가 좋으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혼자서 무슨 궁상이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실제 라운딩 전에는 스크린 연습장을 한 번은 들려보고는 한다.
친구들이랑 부담없이 잡힌 라운딩이거나 거래처 접대 라운딩이거나
잊고 지냈던 라운딩 감을 찾고 잘 안되는 부분을 찾아내 한 번 더 인도어에서 연습하고 갔던 날은
비교적 실수가 적었던 경험이 내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드라이버가, 어떤 때는 어프로치가, 또 가끔은 퍼팅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스크린 연습장에서 혼자 이리 저리 궁리하고 클럽을 골라 내 시간을 가지고 라운딩을 하는 기분은
때로 내가 프로가 된 느낌을 갖게도 한다.
실제로 필드에 서면, 코스 매니지먼트는 무슨, 그냥 닥치는대로 치다 보면 스코어 까먹고 돈 잃고
황망히 돌아오기 일쑤인데 여기는 그런 염려는 없다. 더욱이 혼자서는.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이 스크린 연습장은 혼자 들른다.
"그런데 손님, 혹시 다른 분이랑 같이 하시면 안 될까요?"
카운터가 조심스럽게 내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혼자 노는 게 좋은 내 안색이 편할리 없는데 카운터가 눈을 질끈 감고 한 번 더 묻는다.
"같이 오시기로 한 분이 안 오셔서 가실려던 손님이 한 분 계신데, 같이 치시면 어떨까 해서요,
여기 이 분이신데."
하며 카운테 옆 쇼파에 앉은 여자를 가리킨다.
눈을 돌려 쇼파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마흔 중반 쯤, 검은 바탕에 꽃무니 반팔 셔츠 그리고 짧은 베이지 색 스커트의,
보통 체구를 지닌 옅은 파마 머리의 아줌마가 눈에 들어온다.
잠깐 마음이 흔들린다.
남자라면 이리 저리 신경 쓰일 부분이 많겠지만 여자니깐 괜히 내 마음 속의 늑대 한 마리도 어슬렁 거리는 것 같고,
다음 주 라운딩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여차 하면 한 번 더 오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럴까요"
하면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안녕하세요?"
하면서 답례가 온다.
"방해가 안 되나 모르겠네요"
"방해는요, 오히려 제가 그러지나 않을까 싶습니다"
의례적인 인사가 건네지고 카운터를 따라서 카운터 안 쪽의 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백을 들고 따라가니 긴 쇼파와 직각한 일인용 쇼파 그리고 쿠션이 달린 둥그런 화장대 의자 두 개가 놓인 방이다.
노래방의 음침한 분위기보다는 환한 좌석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처음 스크린 골프장이 만들어졌을 때는 개방형 연습장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스크린이 한 벽면을 보고 설치되어 있고 그 뒤에 백을 놓는 공간과 휴식용 의자나 쇼파가 놓여져 있던,
그래서 옆에서 치는 사람들의 소리와 모습,스코어까지 볼 수 있던 개방형 연습장에서,
연습장이 늘어서면서 점점 경쟁이 심해지더니 기어코 연습장의 모습을 지닌 퇴폐적인 룸살롱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음료는 뭐로 드릴까요?"
"뭐로 하시겠어요? 전 시원한 걸로 했으면 좋겠는데."
"저도 시원한 걸로 할게요. 뭐가 있나요?"
느낌이 좋다. 까다로워 보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여자다.
"과일 쥬스랑 냉커피 있습니다"
"저는 과일 쥬스로 할게요"
"저두요"
카운터는 컴퓨터를 켜고 연습모드로 세팅을 하고나서 방을 나선다.
쇼파에 앉아서 신발을 갈아 신고 백을 열고 드라이버와 우드, 퍼터의 커버를 벗겨낸다.
"먼저 해보세요"
나와 같이 이것 저것 준비를 하던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이럴 때 아니요 먼저 하세요라고 말이 건네오기 십상인데 의외로
"그럴까요, 그럼 먼저 해볼게요"라며 드라이버를 들고 나선다.
대게 주어지는 연습 시간은 십 분, 타석에 선 여자는 연습스윙을 몇 번 하더니 공 토출 버튼을 누른다.
"땅"하며 드라이버의 헤드에 공이 맞는 소리가 들리고 공은 일직선으로 날라간다.
"굿 샷!"손뼉을 치며 호응을 했다.
130미터 정도, 약간 윗부분에 맞은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잘 못쳤는데요"하면서 다시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백 스윙도 부드럽고 활로 스윙도 크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듯이 상체가 같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저 정도면 실제는 90에서 100 정도의 스코어를 내는 실력으로 보인다.
"땅" 두번 째 공이 약간 슬라이스가 나며 130 미터 비거리에 떨어진다.
그래도 그렇게 낭창낭창하지 않다.
슬쩍 다리를 훔쳐보았다.
약간은 도톰한 종아리가 오히려 더 건강미를 느끼게 한다.
"땅~ 땅~ 땅" 점점 임팩트와 스윙의 폭이 자리를 잡아간다.
"예쁘시네요, 스윙이. 잘 치실 거 같네요"말을 건넸다.
"아니요, 겨우 비기너를 면한걸요"살짝 웃으며 어드레스에 다시 들어간다.
"90 타 정도, 그 정도 스코어는 나올 거 같은데요"이렇게 추임새를 건네니,
"작년에 100타는 깼어요, 그래도 한 번도 8자는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돌아온다.
이런, 나랑 비슷하다. 잘못하다가는 망신당하겠네 싶은 생각이 든다.
몇 번 스윙을 하더니
"연습하세요" 하면서 타성을 내려온다.
드라이버를 뽑아들고 타석에 올랐다.
올라가면서 하는 내 주문, 힘 빼고, 고개 들지 말고, 백 스윙 천천히를 되새기며
몇 번의 가라스윙을 하고 토출 버튼을 누른다.
"깡!"하면서 첫 번째 타구가 스크린으로 향했다.
슬라이스다.
슬쩍 곁눈으로 여자를 보니 살짝 미소를 짓는다.
"깡!" 두 번째 타구 역시 슬라이스.
어드레스를 고치고 다시 신중하게세번 째 샷을 한다.
약간 슬라이스, 그래도 공은 250 미터 정도.
"굿 샷!" 이제야 추임새가 나온다.
"키가 크셔서 그런지 시원시원 하시네요, 키가 어떻게 되세요?"라며 묻는다.
"181입니다"
샷이 조금씩 맞아들어가는 느낌이다.
"깡~ 깡~"
"굿 샷!"이 연발로 나온다.
나쁘지 않다.
자리로 돌아오면서
"조금 더 해 보세요"
"아니요, 됐어요"
"그럼 세팅하라 그럴까요?"
"네"
인터폰으로 카운터를 불러 세팅을 부탁했다.
토마토 쥬스를 들고 방으로 들어선 카운터가 묻는다.
"어디로 할까요? 쉬운 데, 조금 난이도가 있는 데?"
"저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는데, 어디로 할까요?"
하며 여자를 바라본다.
"떼제베로 할까요?"
"예, 좋습니다. 퍼팅에 자신이 있으신거 같네요. 전 거기 그린이 어렵던데,"
"어차피 연습인데요, 모."
"그럼 떼제베로 하겠습니다"
카운터는 익숙하게 세팅을 해나간다.
"이름은 뭘로 할까요?"
"저는 송으로 하세요."
"저는 이로요"
이씨 아줌마구나.
"거리는 야드로 하고, 바람은 약간 괜찮죠?"
동시에 대답이 나간다.
"예~"
카운터가 방을 나서고 둘이서 쥬스를 마신다.
"혹시, 담배 피는 게 실례가 안 될까요? 원래 골초라 라운딩 중에도 몇 대는 펴야할 거 같은데......"
"아뇨,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럼 먼저 치겠습니다"
1 번 홀, 어떤 골프장이든 쉬운 홀이다.
넓은 훼어웨이에 투 온이 가능한 홀, 여기도 그렇다.
파 4, 374야드.그린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평이한 홀.
드라이버를 잡고 스윙을 한다.
"깡~" 느낌이 이상하다. 슬라이스.
컴퓨터에서 "오비" 멘트가 나온다.
"휴~, 긴장했나 보네요, 하하하~"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치세요, 하하하~"
웃음 소리가 밝다.
다시 타석에 서서 이 번엔 약간 콘트롤 하듯이 쳤다.
공은 타격음과 함께 약간 우측으로 밀리면서 그래도 220야드 훼어웨이에 떨어진다.
"굿 샷~"
"고맙습니다, 잘 치세요"
"예"
"깡" 소리를 내며 여자의 공은 똑바로 170야드에 떨어진다.
"굿 샷~"
"감사합니다"
남은 거리 내가 154, 여자가 152 우훗,조금 망신이다.
154면 7,8번 아이언 거리, 그런데 내 7번 아이언이 헤드가 부러져서 수리를 맡겼다.
7번으로 콘트롤 하면 좋을 듯한데, 할 수 없이 8번으로 풀 스윙을 해보기로 한다.
"탁"하면서 제법 똑바로 공이 나간다.
조금 더 조금 더 속으로 외치는데 다행히 공은 그린에 올라간다.
12야드 정도 남은 거리에 떨어져 4 온,잘 하면 보기 안 되면 더블이다.
여자를 보니 우드를 집는다.
"딱"하며 맞은 공이 그린 앞 벙커,다시 샌드를 빼어 든 여자가 어프로치를 한다.
공은 높은 탄도로 솟아서 그린에 올라간다.
"나이스 어프로치!"
"제가요, 어프로치는 잘 해요"하며 빙긋 웃는다.
나보다 가깝다. 대략 10 야드 정도.
퍼팅을 뽑아들고 라인을 살핀다.
약간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내리막 경사, 오른 쪽으로 조준을 하고 퍼팅을 한다.
떼구르르 구르던 공이 홀 컵을 지난다.
컨시드도 못 받는 걸에 멈추어 선 공을 보다가 내려온다.
여자가 퍼팅을 한다.
홀 컵 약간 못미쳐 컨시드 거리에 멈춘 공, 보기다.
약간 긴장하고 퍼팅을 한다.
오른 쪽 홀컵을 지날 것 같은 공이 떨어진다.더블이다.
"나이스 펏!"
"감사합니다"
2 번 홀 파 5, 레귤러 티 534야드 레이디 티 482 야드,
여자는 세컨샷이 탑핑, 5 온에 2퍼터 더블,
나는 4온에 투 펏, 보기다.
역시 드라이버가 문제다.슬라이스에 대한 두려움에 콘트롤 샷을 했더니 거리에 문제,아이언도 그저 그렇고.
모세코스 3 번 홀, 파 4, 레귤러 444야드 레이디 394 야드 내리막 홀이다.
욕심 낸 티샷이 잘 맞았다.300야드 지점에 떨구고 세컨에 온 그린, 투 퍼터로 파로 막는다.
여자는 세컨과 서드에 우드를 잡고 침착하게 온 그린, 투 퍼터, 보기다.
휴~~하며 한숨을 돌린다.
이래서 같이 치는 상대가 있으면 부담이 된다.
아무리 연습장이라도 초면은 그렇다.
그래도 세 홀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부드럽다.
"자주 오시나봐요?" 여자가 묻는다.
"아니요, 가끔, 라운딩 전에는 한 번은 올려고 하는데, 자주는 아니고요."
"전 한 여름엔 자주 와요, 필드에 나가면 얼굴 타는 게 싫어서 여기서 자주 쳐요, 친구들이랑"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예사롭지 않아 보이십니다"
"아니요, 그냥 재미로 아님 내기로 쳐요"
"여자들은 무슨 내기 하니요, 여기서는? 남자들이야 휠드든 여기든 돈 내기 하지만"
"그냥 저녁 내기, 아님 맥주 사기 그런 거 해요, 핸디 주고 받고"
"많이 이기겠네요, 여자 분이, 이 정도면 잘치시는 거 아닌가요?"
"아니요, 제 친구들은 더 잘 쳐요. 제가 핸디를 받고 쳐도 많이 지거든요"
"그러세요?"
"네"
역시 나쁘지 않다.
푸근히 감싸이는 것 같은 말의 느낌,
끊어지는 대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바운스가 있는 대답,
툭툭 끊어지는 말은 얼마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잘 아는 나로서는 편하다.
조금 더 나가볼까? 욕심이 생긴다.
"우리도 내기 할까요?"
"무슨 내기요?" 하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냥 한 홀씩 하면서 소원 들어주기요"
윽, 내가 말해 놓고도 너무 나갔나 싶다.
그냥 가벼운 커피 내기나 저녁 내기 였어야 했는데,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엄청 큰 내기인데요, 남은 홀이 15개나 되는데"
"우아~ 얘기해놓고 보니깐 그러네요, 15개의 상품이 걸린 엄청난 내기가 됐네요,그럼 다른 걸로?"
여기서 눈치를 보았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런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내기든 재미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 그냥 해요, 재밌겠는데요. 핸디는 챙겨주실 거죠?"
"핸디라니요, 오히려 저보다 좋은 스코어가 나올 거 같으신데"
"그래도 남자잖아요"
갑자기 여자의 말 소리에 애교가 피어오른다.
귀엽다. 오히려 비슷한 연배인데 어려 보인다.
"그럼 롱홀에 하나씩 드릴게요, 여자분이시니깐"
"좋아요, 다 이겨야지"
"하하하, 욕심도 크시다"
좋다. 기분 좋아지게 하는 대화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둥실 하고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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