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고비를 넘었다.
"지금 섹스하고 싶지 않아요? 네 번째 질문입니다"
"흑"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까지 밀어붙일줄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답을 요구하는 내가 비겁해보일 지는 모르지만,
어떤 섹스이든 자발적이지 않은 섹스를 나는 경멸한다.
이 여자,내가 안고 내 숨결을 불어넣어 섹스하고 싶은 여자다.
섹스하고싶은 여자한테 섹스하고 싶지 않냐고 묻는 거다.
"스킵이요"
망설이던 여자가 대답한다.
세상의 누가 이걸 부정이라고 생각할까.
"이 질문만은 스킵 받기 싫었는데,
대답해줘요"
나는 고개를 여자 쪽으로 향했다.
팽팽한 간격이다.
여자는 긴장할 거다.
나는 섹스보다 섹스 전에 더 좋더라.
그런 분위기, 섹스 할까 말까 하는 그런 분위기가 나를 더 흥분하게 해,
예전에 어떤 친구넘이 술 마시다가 털어놓은 고백에 나는 공감했다.
하물며 나는 섹스에 이르는 다리를 건너고 있지 않은가.
갈등을 하겠지만 이 여자, 하고싶을 거다.
여자를 만져 느끼지 않았던가.
알면서도 내가 묻는 이유는 인정이다.
나, 이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
스스로에게 인정하고 상대에게 고백한다는 것,
그 자체도 부끄러움이고 또 어느 정도의 능욕을 감수한다는 백기이다.
내가 원한 건 바로 이 백기였다.
"......"
침묵이다.
"난 하고싶어요. 미치도록......"
"......."
"아마, 할겁니다. 여기 이 방 나가기 전에는 그 쪽을 안을겁니다,틀림없이"
"허억~~~~~~~"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이 팽팽한 긴장의 추가 내 쪽으로 황홀하게 내려온다.
"내가 지금 무얼 했으면 좋겠어요? 다섯번 째 질문입니다"
일방적인 섹스가 아니라면 나도 무언가를 해야한다.
지금 이 여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나도 해야한다.
"아무 거나 말해도 되요. 왜냐면 그건 질문일 뿐이니깐,
그 쪽에서 한 말을 내가 듣겠다는 전제가 아니라,
그냥 무얼 시키고 싶은지 얘기해달라는 거니깐요"
"그런 게 어딨어요, 나만 괴롭히는 거 같네. 후~"
"괴로우세요?"
"아니... 괴롭다기 보다는... 힘들게 하잖아요"
"후후, 마음이요? 아님 몸이요?"
"......"
"둘 다죠? 가장 몸을 혹사했을 때 가장 큰 섹스의 기쁨이 밀려오는도다. ㅎㅎㅎ 어떤 날라니 십니다"
"후후후, 그 날라리가 누군지 알지..."
내 유머란 늘 왜이리 썰렁한지.
"목말라요, 뭐든 마시게 해줘요"
여자가 내가 열어놓은 길을 피해 스스로의 오솔길로 향해간다.
왜 갈증이 나지 않을까? 나도 이렇게 목이 타는데.
좋다. 그정도는 뭐.
"그래요. 잠시만요"
나는 인터폰을 들고 카운터를 부를까 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여기요, 맥주 두 병 주세요"
"네"
"근데 손님들 많이 안 밀리죠? 늦게 라운딩하면 ?겨나는거 아닌지, 하하"
"아뇨, 괜찮아요, 지금 시간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서,
지금 두 팀만 계시는 걸요"
"그래요, 혹시 필요하면 한 라운드 더 한 걸로 할테니깐,
?아내지 마세요.하하하"
"네,"재미있게 치시나봐요?"
"예, 재밌어요"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테이블에 쥬스잔이 치워지고 맥주가 놓여있었다.
빈 잔에 맥주가 채워지고 나도 여자의 잔에 맥주를 채웠다.
"건배"
쨍강하며 잔이 부딪치고 시원한 맥주가 목안을 타고 달려내려간다.
단숨에 식도를 지나 위장에 닿는듯하다.
조금 너무 찬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원하다.
"맥주를 시킨 걸로 다섯번째를 피해가셨겠다"
"하하하~"
"너무 약다. 하하"
너무 긴장이 풀리는 건 좋지않다.
어떻게 당긴 활시위인데.
다섯 번의 고개가 아직 남아있다.
조인다,이제는.
"다음질문입니다.
섹스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어요?
예컨대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라든지 하는......"
"여섯번 째인가요?
후후~ 갈 수록 질문이 막 나오신다"
"그래요? 그럼 안 되지요.
그럼 없던 걸로 할게요.
나머지도 말고......"
"아뇨,내일의 난 오늘의 날 이해하지 못할 지 몰라도,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이고 싶네요"
여자가 잔잔하게 웃는다.
이 여자, 난 안다. 결코 쉬운 여자는 아니다.
지금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어떤 감성 혹은 감정에 모든 이성을 한 꺼번에 내던지는
무모함 같은 거는 어쩌면 없는 여자라는 걸 나는 안다.
여기까지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듯 달려왔지만
스스로의 정서를 통제하는 법을 알고 있는 여자다.
이 길을 벗어나느냐 마느냐에 따라 오늘 내가 도착할 종점이 달라진다.
"내 모든 섹스의 터닝 포인트는 아까 말한 그 날이었던 거 같아요.
그 날,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정말 목이 쉴 정도로 소릴 질렀던 거 같아요.
좋아서, 혹은 너무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여튼 그 이후로 한 동안 그런 섹스를 했던 거 같아요.
섹스를 하고나면 다음 날 목이 쉬어버리는,
제가 원래 목이 약한 편이기는 해도......
섹스할 때 나는 소리는 그냥 말할 때 나오는 목청하고는 다른 거 같아요"
"그래요. 알 거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신경쓰여서 못하겠어. 소리 좀 안 내면 안 돼?"
두번 째 터닝포인트예요.
어느 순간부터 난 내 소리를 통제하기 시작했죠.
당연히 이 통제는 몰입을 방해했고,
몰입이 깨어져버리는 순간,
내 절정도 그냥 일상적인 게 되어버리더군요.
어떤 절정의 고비에서든 나는 내 소리를 통제해야 했으니깐,
참 어리석은 일이었던 거 같아요"
"그랬군요. 이해해요, 그 과정이 이해가 돼요"
"하하~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거 아세요?
왜 모텔들을 설계할 때 방음처리에 덜 신경을 쓰는지?
오히려 옆 방의 소리가 잘 들리게 한대요.
그리고 방을 내어줄 때도, 옆에 다른 커플이 있는 방 옆을 우선 내어 준대요.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이렇게 내어 주는 게 아니라"
"어머, 왜요? 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편할 거 같은데?"
"아니요, 오히려 그런 소리가 넘나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흥분이 되게 만든대요.
옆방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 하나 하나가 자극이 된대요.
어떤 비디오나 동영상 같은 거 보다도요.
참 교묘한 상술이구나 싶었거든요"
"아~~ 그럴 수도 있겠다.하하하"
"그러니깐 그건 창피한 게 아니죠.
소리를 통제한다는 건 섹스하는 내내 이성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일곱번 째 질문이다.
조금 더 직접적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질문이 아니라 치유입니다.
내가 그 쪽을 치유해드릴게요"
"예? 무슨?"
"컴플렉스의 치유요. 하하하"
"어떻게요? 설마?"
"아니요, 저는 그렇게 성급한 놈이 아니랍니다"
"그럼?"
"그건 수치심과 연관이 되어 있어요.
부끄러움, 섹스는 숨겨야 한다,
섹스는 부끄러운 것이다,
섹스를 즐기는 건 부도덕한 일이다른 관념,
그런 관념들이 체화 되면서,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섹스를 말하지 말아야할 무엇으로 숨겨버렸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닌 걸 숨길려고 하면서 부터
수 많은 비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믿어요.
불감, 자학, 컴플렉스 혹은 왜곡된 도덕률 같은 거......"
"......"
"그걸 극복하는 거가 중요하거든요.
적어도 그 쪽한테는.하하하"
"의사예요? 하하"
"아니요, 의사는 아니지만, 돌팔이도 위약효과를 낼 수는 있으니깐요"
"하하하"
난 밀어 붙였다.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내가 볼 수 있게"
"예?"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내가 볼 수 있게요"
"어떻게......"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내가 보게요.
이 수치스러움을 자극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래야 극복이 됩니다"
"어떻게......"
"다리를 벌려 주세요"
밀어붙일 때다. 내 부탁을 안 들어줄 거라 믿지말고 밀어붙일 때다.
같은 얘기를 4 번을 했다.
고민스러울 거다.
그러나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 고비다.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나는 으절 하나 하나에 방점이 찍힌 원고를 읽는 듯이 천천히 말했다.
위압적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전해야 한다.
"부끄러울 겁니다. 그래도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섹스를 하셔야되잖아요. 이제는.
아까 말씀하셨듯이, 오늘의 그 쪽이 내일은 이해가 안 될지라도,
오늘은 오늘의 그 쪽으로 지내세요"
"......"
"난 그래도 괜찮은 남자일지도 모릅니다.
그 쪽 생애에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남자......"
"......"
"벌려 보세요, 어쩌면 편할 지도 몰라요"
여자는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숙인 여자가 지긋이 입술을 무는 듯 느껴진다.
내 시선은 여자의 무릅에 고정되어 있다.
"다리를 벌려 주세요"
다시 한 번 방점 찍힌 음절을 읽듯이 내가 말했다.
여자의 무릅이 한 번 움찔한다.
"무엇이든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벽 하나가 깨질 겁니다"
한 번 더 움찔하던 무릅이 약간 벌어진다.
"잘 하셨어요. 조금 더요"
여자가 움찔하며 무릅을 벌린다.
베이지색 스커트는 그렇게 통이 크지 않다.
나와 직각으로 놓여진 여자의 다리 속이 내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냥 검은 허벅지 정도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거의 한계까지 벌린 듯 하다.
"잘 하셨어요, 우리 애기 잘 하네요. 하하"
"놀리시는 건......"
"아뇨, 아뇨, 놀리다뇨. 이쁘세요. 아름다우세요.
그 쪽의 태도는 지금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섹시할 겁니다.
님의 마음, 그리고 님의 심장 뛰는 소리,
맥박, 호흡 하나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할 겁니다.
그렇게 아름다워요. 정말로"
여자가 머리를 더 숙인다.
더 밀어 붙인다.
"안 보여요. 보여주세요, 이 쪽으로......"
"......"
"상대가 있어야 부끄러움을 느끼는 거고, 그래야 극복이 된답니다.
우리 착한 애기, 이 쪽으로 돌아 앉아 주세요"
"......"
이 번 고개는 여기까지다. 돌아 앉아야 한다.
"......"
이윽고 여자가 돌아 앉는다.
착석감만을 고려한 높지 않은 쇼파다.
다리를 똑바로 하고 앉으면 내 무릅이 거의 45도 각도로 꺾여 앉아야 하는.
전혀 치마 입은 여자를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 된 의자다.
이 무감각함이 오늘은 너무 고맙다.
여자가 벌린 다리 사이로 속 옷이 보인다.
터럭까지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보인다.
실이 촘촘한 키위 색 망사와 음부 부분을 가린 비슷한 색감의 망사를 하나 덧 댄
팬티가 보인다. 날렵한 선은 티 팬티의 음란함을 그대로 노출한다.
고맙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이뻐요"
"......"
"아름다우세요"
"ㅇ...ㅡ...ㅁ..."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런데 한 번 더 남았습니다,
여덟번 째 고개"
고개를 조금 드는 듯하다 다시 숙인다.
"이 고개를 넘으면 됩니다.
부끄러움이, 수치가 얼마나 성욕을 고조하는지"
다시 밀어 붙이기로 한다.
"팬티.....벗어요"
움찔한다. 고개도 든다.
내 얼굴을 본다. 스치듯이 보는 것이 아니다.
원망마저 섞여있다.
"놓여나셔야지요.
부끄러움 때문에, 수치심 때문에 넘지 못했던 수많은 엑스터시의 고빗길을,
이젠 넘어 오셔야지요"
말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야 될 거 같았다.
"섹스는 부도덕한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섹스는 즐거운 것이고 즐기는 것이다라는 것도 알잖아요.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섹스,
드러내서 즐기는 섹스가 좋지 않아요?
이제 그런 섹스를 만나세요.
아무짓도 안 해요. 적어도 지금은.
그러니 편하게 마음먹고, 의사 앞이라 생각하고 벗어요.
벗어요. 편하게"
여자의 고민을 읽는다.
부끄럽다. 이 남자 처음 본 남자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기는 왔지만 정말로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그런 여자로 비쳐지는 건 싫은데,
그래도 이 남자 내가 그런다고 그렇게 볼 남자는 아닌 것도 같은데,
난 왜 이렇게 흥분이 될까,
내가 과연 뭘 하고 있는 건가.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이러는 걸 상상이나 할까?
그러다 남편의 말이 떠오른다.
"신경쓰여서 못하겠어. 소리 좀 안 내면 안 돼?"
그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신경 쓰이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화가 난다.
그리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여자가 일어선다.
일어서서 다른 쪽을 본다.
그리고는 스커트 속에서 팬티를 내린다.
그 시간은 왜 이리 길고 또 하염없던지.
여자의 엉덩이 옆 선이 곱다.
떨린다. 떨리는 손이 보인다.
떨리는 손을 따라 팬티가 말린다.
말려서 내려온다.
무릅까지 내려오던 팬티가 문득 멈추고 스커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팬티가 내려온다.
"다 내려요"
무릅에서 한 번, 신발 근처에서 한 번 멈추고 망설이던 팬티가
한 손에 들려져 꼬깃꼬깃 틀어쥐어진다.
왜 여자들 팬티는 꼬깃꼭깃하면 한 줌도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 쪽을 봐요, 그리고 아까처럼 다리를 벌려요"
"......"
"얼른요"
"......"
"보여줘요, 보여줘요"
"......"
"보여줘요, 보고싶어요. 그리고 난 의사예요, 적어도 지금은"
"......"
"보여줘요"
여자가 결단을 내리듯 몸을 튼다.
그리고 다리를 벌린다.
난 보았다. 여자의 가장 깊은 곳에 반짝이는 애액을.
"지금 섹스하고 싶지 않아요? 네 번째 질문입니다"
"흑"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까지 밀어붙일줄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답을 요구하는 내가 비겁해보일 지는 모르지만,
어떤 섹스이든 자발적이지 않은 섹스를 나는 경멸한다.
이 여자,내가 안고 내 숨결을 불어넣어 섹스하고 싶은 여자다.
섹스하고싶은 여자한테 섹스하고 싶지 않냐고 묻는 거다.
"스킵이요"
망설이던 여자가 대답한다.
세상의 누가 이걸 부정이라고 생각할까.
"이 질문만은 스킵 받기 싫었는데,
대답해줘요"
나는 고개를 여자 쪽으로 향했다.
팽팽한 간격이다.
여자는 긴장할 거다.
나는 섹스보다 섹스 전에 더 좋더라.
그런 분위기, 섹스 할까 말까 하는 그런 분위기가 나를 더 흥분하게 해,
예전에 어떤 친구넘이 술 마시다가 털어놓은 고백에 나는 공감했다.
하물며 나는 섹스에 이르는 다리를 건너고 있지 않은가.
갈등을 하겠지만 이 여자, 하고싶을 거다.
여자를 만져 느끼지 않았던가.
알면서도 내가 묻는 이유는 인정이다.
나, 이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
스스로에게 인정하고 상대에게 고백한다는 것,
그 자체도 부끄러움이고 또 어느 정도의 능욕을 감수한다는 백기이다.
내가 원한 건 바로 이 백기였다.
"......"
침묵이다.
"난 하고싶어요. 미치도록......"
"......."
"아마, 할겁니다. 여기 이 방 나가기 전에는 그 쪽을 안을겁니다,틀림없이"
"허억~~~~~~~"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이 팽팽한 긴장의 추가 내 쪽으로 황홀하게 내려온다.
"내가 지금 무얼 했으면 좋겠어요? 다섯번 째 질문입니다"
일방적인 섹스가 아니라면 나도 무언가를 해야한다.
지금 이 여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나도 해야한다.
"아무 거나 말해도 되요. 왜냐면 그건 질문일 뿐이니깐,
그 쪽에서 한 말을 내가 듣겠다는 전제가 아니라,
그냥 무얼 시키고 싶은지 얘기해달라는 거니깐요"
"그런 게 어딨어요, 나만 괴롭히는 거 같네. 후~"
"괴로우세요?"
"아니... 괴롭다기 보다는... 힘들게 하잖아요"
"후후, 마음이요? 아님 몸이요?"
"......"
"둘 다죠? 가장 몸을 혹사했을 때 가장 큰 섹스의 기쁨이 밀려오는도다. ㅎㅎㅎ 어떤 날라니 십니다"
"후후후, 그 날라리가 누군지 알지..."
내 유머란 늘 왜이리 썰렁한지.
"목말라요, 뭐든 마시게 해줘요"
여자가 내가 열어놓은 길을 피해 스스로의 오솔길로 향해간다.
왜 갈증이 나지 않을까? 나도 이렇게 목이 타는데.
좋다. 그정도는 뭐.
"그래요. 잠시만요"
나는 인터폰을 들고 카운터를 부를까 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여기요, 맥주 두 병 주세요"
"네"
"근데 손님들 많이 안 밀리죠? 늦게 라운딩하면 ?겨나는거 아닌지, 하하"
"아뇨, 괜찮아요, 지금 시간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서,
지금 두 팀만 계시는 걸요"
"그래요, 혹시 필요하면 한 라운드 더 한 걸로 할테니깐,
?아내지 마세요.하하하"
"네,"재미있게 치시나봐요?"
"예, 재밌어요"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테이블에 쥬스잔이 치워지고 맥주가 놓여있었다.
빈 잔에 맥주가 채워지고 나도 여자의 잔에 맥주를 채웠다.
"건배"
쨍강하며 잔이 부딪치고 시원한 맥주가 목안을 타고 달려내려간다.
단숨에 식도를 지나 위장에 닿는듯하다.
조금 너무 찬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원하다.
"맥주를 시킨 걸로 다섯번째를 피해가셨겠다"
"하하하~"
"너무 약다. 하하"
너무 긴장이 풀리는 건 좋지않다.
어떻게 당긴 활시위인데.
다섯 번의 고개가 아직 남아있다.
조인다,이제는.
"다음질문입니다.
섹스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어요?
예컨대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라든지 하는......"
"여섯번 째인가요?
후후~ 갈 수록 질문이 막 나오신다"
"그래요? 그럼 안 되지요.
그럼 없던 걸로 할게요.
나머지도 말고......"
"아뇨,내일의 난 오늘의 날 이해하지 못할 지 몰라도,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이고 싶네요"
여자가 잔잔하게 웃는다.
이 여자, 난 안다. 결코 쉬운 여자는 아니다.
지금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어떤 감성 혹은 감정에 모든 이성을 한 꺼번에 내던지는
무모함 같은 거는 어쩌면 없는 여자라는 걸 나는 안다.
여기까지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듯 달려왔지만
스스로의 정서를 통제하는 법을 알고 있는 여자다.
이 길을 벗어나느냐 마느냐에 따라 오늘 내가 도착할 종점이 달라진다.
"내 모든 섹스의 터닝 포인트는 아까 말한 그 날이었던 거 같아요.
그 날,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정말 목이 쉴 정도로 소릴 질렀던 거 같아요.
좋아서, 혹은 너무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여튼 그 이후로 한 동안 그런 섹스를 했던 거 같아요.
섹스를 하고나면 다음 날 목이 쉬어버리는,
제가 원래 목이 약한 편이기는 해도......
섹스할 때 나는 소리는 그냥 말할 때 나오는 목청하고는 다른 거 같아요"
"그래요. 알 거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신경쓰여서 못하겠어. 소리 좀 안 내면 안 돼?"
두번 째 터닝포인트예요.
어느 순간부터 난 내 소리를 통제하기 시작했죠.
당연히 이 통제는 몰입을 방해했고,
몰입이 깨어져버리는 순간,
내 절정도 그냥 일상적인 게 되어버리더군요.
어떤 절정의 고비에서든 나는 내 소리를 통제해야 했으니깐,
참 어리석은 일이었던 거 같아요"
"그랬군요. 이해해요, 그 과정이 이해가 돼요"
"하하~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거 아세요?
왜 모텔들을 설계할 때 방음처리에 덜 신경을 쓰는지?
오히려 옆 방의 소리가 잘 들리게 한대요.
그리고 방을 내어줄 때도, 옆에 다른 커플이 있는 방 옆을 우선 내어 준대요.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이렇게 내어 주는 게 아니라"
"어머, 왜요? 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편할 거 같은데?"
"아니요, 오히려 그런 소리가 넘나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흥분이 되게 만든대요.
옆방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 하나 하나가 자극이 된대요.
어떤 비디오나 동영상 같은 거 보다도요.
참 교묘한 상술이구나 싶었거든요"
"아~~ 그럴 수도 있겠다.하하하"
"그러니깐 그건 창피한 게 아니죠.
소리를 통제한다는 건 섹스하는 내내 이성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일곱번 째 질문이다.
조금 더 직접적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질문이 아니라 치유입니다.
내가 그 쪽을 치유해드릴게요"
"예? 무슨?"
"컴플렉스의 치유요. 하하하"
"어떻게요? 설마?"
"아니요, 저는 그렇게 성급한 놈이 아니랍니다"
"그럼?"
"그건 수치심과 연관이 되어 있어요.
부끄러움, 섹스는 숨겨야 한다,
섹스는 부끄러운 것이다,
섹스를 즐기는 건 부도덕한 일이다른 관념,
그런 관념들이 체화 되면서,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섹스를 말하지 말아야할 무엇으로 숨겨버렸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닌 걸 숨길려고 하면서 부터
수 많은 비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믿어요.
불감, 자학, 컴플렉스 혹은 왜곡된 도덕률 같은 거......"
"......"
"그걸 극복하는 거가 중요하거든요.
적어도 그 쪽한테는.하하하"
"의사예요? 하하"
"아니요, 의사는 아니지만, 돌팔이도 위약효과를 낼 수는 있으니깐요"
"하하하"
난 밀어 붙였다.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내가 볼 수 있게"
"예?"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내가 볼 수 있게요"
"어떻게......"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내가 보게요.
이 수치스러움을 자극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래야 극복이 됩니다"
"어떻게......"
"다리를 벌려 주세요"
밀어붙일 때다. 내 부탁을 안 들어줄 거라 믿지말고 밀어붙일 때다.
같은 얘기를 4 번을 했다.
고민스러울 거다.
그러나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 고비다.
"다리를 벌려 주세요"
나는 으절 하나 하나에 방점이 찍힌 원고를 읽는 듯이 천천히 말했다.
위압적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전해야 한다.
"부끄러울 겁니다. 그래도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섹스를 하셔야되잖아요. 이제는.
아까 말씀하셨듯이, 오늘의 그 쪽이 내일은 이해가 안 될지라도,
오늘은 오늘의 그 쪽으로 지내세요"
"......"
"난 그래도 괜찮은 남자일지도 모릅니다.
그 쪽 생애에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남자......"
"......"
"벌려 보세요, 어쩌면 편할 지도 몰라요"
여자는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숙인 여자가 지긋이 입술을 무는 듯 느껴진다.
내 시선은 여자의 무릅에 고정되어 있다.
"다리를 벌려 주세요"
다시 한 번 방점 찍힌 음절을 읽듯이 내가 말했다.
여자의 무릅이 한 번 움찔한다.
"무엇이든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벽 하나가 깨질 겁니다"
한 번 더 움찔하던 무릅이 약간 벌어진다.
"잘 하셨어요. 조금 더요"
여자가 움찔하며 무릅을 벌린다.
베이지색 스커트는 그렇게 통이 크지 않다.
나와 직각으로 놓여진 여자의 다리 속이 내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냥 검은 허벅지 정도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거의 한계까지 벌린 듯 하다.
"잘 하셨어요, 우리 애기 잘 하네요. 하하"
"놀리시는 건......"
"아뇨, 아뇨, 놀리다뇨. 이쁘세요. 아름다우세요.
그 쪽의 태도는 지금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섹시할 겁니다.
님의 마음, 그리고 님의 심장 뛰는 소리,
맥박, 호흡 하나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할 겁니다.
그렇게 아름다워요. 정말로"
여자가 머리를 더 숙인다.
더 밀어 붙인다.
"안 보여요. 보여주세요, 이 쪽으로......"
"......"
"상대가 있어야 부끄러움을 느끼는 거고, 그래야 극복이 된답니다.
우리 착한 애기, 이 쪽으로 돌아 앉아 주세요"
"......"
이 번 고개는 여기까지다. 돌아 앉아야 한다.
"......"
이윽고 여자가 돌아 앉는다.
착석감만을 고려한 높지 않은 쇼파다.
다리를 똑바로 하고 앉으면 내 무릅이 거의 45도 각도로 꺾여 앉아야 하는.
전혀 치마 입은 여자를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 된 의자다.
이 무감각함이 오늘은 너무 고맙다.
여자가 벌린 다리 사이로 속 옷이 보인다.
터럭까지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보인다.
실이 촘촘한 키위 색 망사와 음부 부분을 가린 비슷한 색감의 망사를 하나 덧 댄
팬티가 보인다. 날렵한 선은 티 팬티의 음란함을 그대로 노출한다.
고맙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이뻐요"
"......"
"아름다우세요"
"ㅇ...ㅡ...ㅁ..."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런데 한 번 더 남았습니다,
여덟번 째 고개"
고개를 조금 드는 듯하다 다시 숙인다.
"이 고개를 넘으면 됩니다.
부끄러움이, 수치가 얼마나 성욕을 고조하는지"
다시 밀어 붙이기로 한다.
"팬티.....벗어요"
움찔한다. 고개도 든다.
내 얼굴을 본다. 스치듯이 보는 것이 아니다.
원망마저 섞여있다.
"놓여나셔야지요.
부끄러움 때문에, 수치심 때문에 넘지 못했던 수많은 엑스터시의 고빗길을,
이젠 넘어 오셔야지요"
말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야 될 거 같았다.
"섹스는 부도덕한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섹스는 즐거운 것이고 즐기는 것이다라는 것도 알잖아요.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섹스,
드러내서 즐기는 섹스가 좋지 않아요?
이제 그런 섹스를 만나세요.
아무짓도 안 해요. 적어도 지금은.
그러니 편하게 마음먹고, 의사 앞이라 생각하고 벗어요.
벗어요. 편하게"
여자의 고민을 읽는다.
부끄럽다. 이 남자 처음 본 남자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기는 왔지만 정말로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그런 여자로 비쳐지는 건 싫은데,
그래도 이 남자 내가 그런다고 그렇게 볼 남자는 아닌 것도 같은데,
난 왜 이렇게 흥분이 될까,
내가 과연 뭘 하고 있는 건가.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이러는 걸 상상이나 할까?
그러다 남편의 말이 떠오른다.
"신경쓰여서 못하겠어. 소리 좀 안 내면 안 돼?"
그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신경 쓰이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화가 난다.
그리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여자가 일어선다.
일어서서 다른 쪽을 본다.
그리고는 스커트 속에서 팬티를 내린다.
그 시간은 왜 이리 길고 또 하염없던지.
여자의 엉덩이 옆 선이 곱다.
떨린다. 떨리는 손이 보인다.
떨리는 손을 따라 팬티가 말린다.
말려서 내려온다.
무릅까지 내려오던 팬티가 문득 멈추고 스커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팬티가 내려온다.
"다 내려요"
무릅에서 한 번, 신발 근처에서 한 번 멈추고 망설이던 팬티가
한 손에 들려져 꼬깃꼬깃 틀어쥐어진다.
왜 여자들 팬티는 꼬깃꼭깃하면 한 줌도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 쪽을 봐요, 그리고 아까처럼 다리를 벌려요"
"......"
"얼른요"
"......"
"보여줘요, 보여줘요"
"......"
"보여줘요, 보고싶어요. 그리고 난 의사예요, 적어도 지금은"
"......"
"보여줘요"
여자가 결단을 내리듯 몸을 튼다.
그리고 다리를 벌린다.
난 보았다. 여자의 가장 깊은 곳에 반짝이는 애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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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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