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여 시간이 흘렀지만 내겐 1시간이나 같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요기가 다시 밀려와 다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극장 안에를 들어갔다.

극장 안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희뿌연 화면에는 여자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나오고
모두들 마름침을 삼키는 듯 하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앉아 있는 사람도 많았지만 뒤에 서 있는 사람도 꽤 있었다.
모두들 적당한 자리를 찾고 있는 듯..

내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자 극장 안의 사람들이 서서히 보인다.
주변의 공장지대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사람들과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구 피워대는 담배연기와 대다수인 남자들이 체취로 인해 표현할 수 없는 여러 색깔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자라곤 연인들로 보이는 5커플 정도가 전부였다.
뒷 쪽에서 다섯번 째 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
그녀는 통로측에서 한자리를 띄우고 앉아 있었다.
누구던지 옆에 와서 앉을 수 있게....

나는 목이 말라서 밖에 나가 사이다를 하나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밖에서 어느정도 있다가 극장안에 들어 갔을 땐 그녀 옆자리에 왠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어깨를 꼭 붙인 채......

갑자기 가슴이 벌렁거리고 알 수 없는 현기증이 밀려왔다.
극장 안은 오랫동안 자취를 한 친구의 집을 방문 한 것 같은 남자의 체취로 가득했다.
화면은 하얀 비가 죽죽 내리고 화면 속의 두 남녀가 엉켜 붙어 저런 체위로도
섹스가 가능한지 궁금한 체위로 높은 교성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살그머니 그녀가 앉아있는 뒷자리에 앉았다.

옆에 앉아있는 사내를 유심히 관찰했다.
키큰 내가 보았을 때 머리윗부분이 벗겨져 있는 걸로 보아 키가작고 땅땅한 몸매의 중년이었다.
머리는 귀와 뒷머리부분만 있었고 가운데는 완전히 벗겨져 있었고
왼쪽 팔에 "안전제일" 이라는 십자가 마크가 있는 파란색의 공장작업복 점프를 입고 있었다.
그 동네 허름한 공장에서 나온 듯한 아저씨였다.
비가내리는 화면이 밝아질 때 그사내를 유심히 살여보았는데 적어도 50살 중반은 되어 보였다.

그녀는 유난히 남자의 체모에 관심이 많았다.
그곳에 털이 많고 특히 가슴에 난 털을 보면 무지 흥분하는 그녀였다.
보통의 여자들은 그런 것들을 지저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 또한 겨드랑이와 음모털이 매무 무성하다.

그해 여름 캐러비안베이에 같이 놀러를 갔을 때 입고 온 수영복이 너무도 야해서
내가 얼굴이 붉어졌었다.
그녀는 일부러 노출을 즐기려는 듯 하얀색 비키니수영복의 팬티아랫단에 긴 털의 일부를 빼내고
나에게 보여주며 스스로 흥분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비단 나에게만 보여주려는 행동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다.

뿌~~웅 소리와 함께 파도가 밀려오는 풀에서 물결을 타고 있을 때 옆에 털복숭이 남자를
같이 보게되었다.
외국인 근로자인지 다른 직업인지 수영복차림이라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동남아 쪽으로 보이는
세남자중 한남자가 털이 원숭이처럼 온몸에 나 있었다.
영화에서도 사진에서도 저렇게 털이 많은 사람은 결코 본적이 없을 정도의....
그녀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고 기 이후 섹스할 때 언제나 말로 떠올리는 사내가 바로
그 동남아 털복숭이 있다.

극장을 가면서도 그곳엔 그런남자들이 많이 온다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그녀는 별로 관심없는 척
했지만 속마음이 그렇지 않단 걸 그동안의 그녀의 성향에 대한 추리로 알 수 있었다.

극장 안은 온통 뜨겁고 습한 열기가 자욱했고 두사람은 화면만 응시한 채 영화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

벗겨지고 흰머리털이 덤성덤성 난 머리와
굵게 웨이브 진 윤기와 향기가 나는 긴 머리.

키가작고 살집에 비대한 어깨와
가늘디가늘어 마치 휘청거릴 거 같은 떨리는 어깨.

세탁을 잘 하지 않은 듯 냄새가 나는 공장작업복과
품위와 품격이 있는 고운 버버리 코트.

목욕을 잘 하지 않은 듯 남자 특유의 냄새가나는 듯한 사내와
향수냄새를 풀풀 날리우는 향기로운 그녀

그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붙인 채 담배연기가 자욱하며 침침하고 습한 극장에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시종 두 주인공이 옷을 벗은 채 온갖 교성을 토해내는 영화를....

사내가 팔을 팔걸이 올려 팔꿈치를 그녀의 옆구리에 각을 세운다.
그녀가 긴장한 듯 몸을 움찔한다.

사내가 손가락을 팔걸이 밖으로 밀어내어 아래로 늘어뜨린다.
그녀는 사내의 손가락 끝이 버버리 코트 위에 머물자 다리를 습관적으로 오무린다.

사내가 입고있는 점프를 벗어 자기 몸을 감싸안는다.
그녀가 약간 옆으로 피하면서 버버리 자락을 넓게 펴서 고쳐 앉는다.

사내가 덮은 점프를 넓게 펴서 팔걸이 위에까지 덮는다.
그녀가 버버리 속의 치마가 불편한지 손을 넣어 치마를 추스린다.

사내의 몸이 자신을 덮은 점프안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그녀 또한 손이 버버리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사내가 손을 팔걸이에 올려 손가락 끝을 조심스레 오른편 아래로 내린다.
그녀가 다가오는 손길을 느꼈는지 다리를 살짝 벌리며 고쳐 앉는다.

사내가 양다리를 넓게 하여 그녀의 다리에 붙인다.
그녀는 다가오는 다리를 그대로 받아들인건지 피할 공간이 없어서 인지 모르지만 가만히 있는다.

사내에게서 매우 작지만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녀의 가쁜숨 때문인 지 그녀도 움직여진다.

남자가 움직인다.
그녀도 움직여 진다.
아니..움직여 지는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