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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19 1,296회 0건
객실 문을 열고 나온 샘과 경미는 9층 복도에서 그 자세로 뒤뚱거리며 몇 걸음을 더 걸어 나갔다.


경미 뒤에 업힌듯한 자세로, 샘의 겨드랑이는 경미의 어깨 위를 감싸고 있었고,

힘을 뺀 샘의 팔은 뒤뚱거리며 걸을 때 마다, 좌우로 흔들리며, 경미의 가슴을 가볍게 스치고 있었다.

어깨 너머 경미의 하얀 가슴 골이 보였고, 샘은 묵직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무겁죠?” 샘이 말하며, 경미의 등에서 떨어졌다.

또 다시 샘과 눈이 마추친 경미가 키득거린다.


술기운 때문인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웃음이 터지는 경미를 내려다 보며,

“진짜, 계단으로 내려가요? 여기 9층인데!” 샘이 말했다.


“엘리베이터 타요~ 히히히” 경미가 또 웃음을 터트렸다.

“Your husband 한테는 비밀입니다.” 샘이 환하게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경미는 털썩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에고 힘들당.~” 한국말이었다.

“What?”

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미를 쳐다 보았고,

경미는 고개를 숙이고, 깔깔거리며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샘의 시선은 경미의 웨이브진 갈색 머리결을 타고, 아주 천천히 음미하듯 내려갔다.


뺨을 괘고 있는 경미의 길고 하얀 손가락과 잘 다듬어진 손톱을 쳐다 보았다.

분홍색 매니큐어가 반짝거리는 길고 뽀얀 손가락에 입 맞추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 안에 낯선,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동양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가지런히 모아진 무릎과 종아리를 지나 발목이 보이고 발목 뒤에 감추어진 경미의 하얀 허벅지는

호피무늬 원피스 때문인지 더욱 매끄럽게 반짝였다.


샘의 마음은 이미 경미의 허벅지 안쪽을 움켜 쥐고 있었다.


‘너무 귀여워’ 자신의 빈 손을 꽈악 움켜쥐며, 샘이 속으로 탄식을 내 뱉는다.



“히히…Nothing” 경미가 고개를 들어 샘을 보며 이야기하는 순간,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샘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며 또 경미는 웃음을 터트렸고,

둘은 다정한 오누이처럼 손을 잡은 채로, 프론트데스크로 걸어갔다.


프론트데스크에 기댄 채 둘은 마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May I help you?” 호텔직원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샘과 경미는 또 마주 보며, 키득거렸다.


“펜이랑 종이 좀 주세요” 샘이 말했다.

호텔직원이 상냥하게 펜과 종이를 건네주고, 반대쪽 자리로 돌아갔다.



경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가락을 입술로 문 채 샘을 올려다 보았다…

‘이름 안 물어 봤잖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샘을 빤히 올려 보고 있었다.


“I can not~”

“그냥, 아무 여자 이름이나 적으면 어떨까요? 샘이 경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히히…좋아요! 대신 My husband 한테는 비밀이에요. 히히”


둘은 웃으며,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Hmm, 무슨 이름이 좋을까요??”

“웬디?...마샬??...”

“Kyung Mi~ 어때요? 히히”

경미가 웃으며 말하는 사이에 9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계단으로 갔다 오는 건데, 지금 들어가면 너무 빠르잖아요!!”

샘이 10층 단추를 누르며 또 이야기 했다.

“아직 호텔직원 이름도 못 썼구요”



엘리베이터는 다시 10층에서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높여진 중앙 복도의 소파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경미와 샘은 탁자에 올려진 종이를 내려다 보며, 머리를 맞대고 적당한 이름을 고르고 있었다.

미국 연예인의 이름부터, 대처 수상까지 생각나는 여자 이름을 서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했고,

어린아이처럼, 깔깔대며 즐거워했다.


앉아있는 경미의 하얀 허벅지는 털이 수북한 샘의 다리와 밀착된 지 오래였고, 둘은 서로 의식하지 않은 듯 여자 이름을 고르는 데만 열중하는 것 같아 보였다.


“Any way, 아까 발코니에서 게임 할 때요…..”

샘의 말에 경미는 고개를 들었고, 경미의 이마 높이에 있는 샘의 코와 기다랗고 큰 콧구멍을
보고,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

“당신도 내가 용기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나요?”

샘은 경미의 웃음을 오해한 듯 물었고, 경미는 웃음을 참느라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까, 당신 이마에 입 맞춤할 때,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어요”


경미는 큰 덩치의 백인아저씨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이마가 너무 부드럽고, 향긋했어요”


“아까는 못했지만, 지금은 술이 좀 취해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뭘요?” 경미가 샘을 올려다 보며, 천진한 표정으로 생글거리며 물었다.


“아까, King이 명령했던 거요….키스……대신........ 이건 우리의 세 번째 비밀이에요.”


“OK~ doesn’t matter~” 경미는 쿨하고 경쾌하게 대답했지만,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달아오는 것을 느꼈다.


경미는 샘과의 비밀이 벌써 세 개나 생겼다는 말에 낯선 장소에서 낯선 남자…그것도 백인 남자와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에 왠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졌다.

……

순간, 심장소리와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정적이 흘렀고,

샘은 천천히 양손을 경미의 머리 양 옆에 대고, 이마 쪽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샘의 입술이 경미의 이마에 다가오는 시간은 마치 슬로우버튼을 누른 비디오처럼 느렸고,

경미의 심장소리는 시계 초침이 되어 시간을 헤아리 듯, 큰 소리로 들려왔다.



이마에 잠시 멈추었던 샘의 입술은 경미의 얼굴 위의 솜털 하나 하나를 느끼듯이 피부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미간을 지나…. 콧 잔등을 타고 내려오던 샘의 입술은 경미의 인중에 다다르자,

잠시 인중에 입술을 댄 채……숨이 가쁜 듯 큰 숨을 내 뿜었다.


경미는 비릿한 백인남자의 숨결을 느꼈다.


남편에게서는 맡아 보지 못했던…비린내…


아니, 여지껏 어떤 한국 남자에게서는 맡아 보지 못했던, 비릿한 냄새에 어깨의 힘이 쭈욱 빠졌다.


술기운 때문인지, 낯설고 비릿한 냄새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 냄새에 동화되는 자신이 경미가 아닌 다른 백인여자가 이 냄새를 맡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몽롱했다…

경미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눈을 뜰 힘도 없었다.

이 낯선 느낌 속에서 깨어 나는 게 두려웠다.


“아~앙”

경미의 입술이 열리며, 탄성이 터졌고, 인중에 머물러 있던 샘의 입술은 경미의 윗 입술을 천천히

지나, 아랫입술을 살짝 포갠채, 부드럽게 빨았고, 샘의 타액에 경미의 아랫입술이 반짝거렸다 .


경미는 눈을 감은 채… 몽롱하고 희뿌연 장면의 영화 한편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너무 부드러워..’하며, 여자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것이 들린다.


“흡…”

숨이 막혔다.


샘의 입술이 벌어진 경미의 입술 사이로 깊숙이 들어왔다.


묵직했다.


샘의 혀는 남편의 그것과 너무 달랐다.


괴물처럼 거칠고, 굵은 샘의 혀는 더 깊숙이 들어와 경미의 목젖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섭지만…너무 짜릿해~’ 영화 속의 여주인공의 독백이 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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