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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 - 4부3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14 814회 0건
3 화 전 역


때는 2002 년 4월 ... 난 드디어 길고 긴 군복무(상근)를 마치고 다시 사회인이 되었다.

한창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한일 월드컵으로 개최하긴 하지만. 그래도 절반은 대한민국에서

경기가 펼쳐지니 오죽하겠나 싶었다.

비록 프로축구는 관심이 없어도 월드컵만 되면 환장하는 대한민국.. 물론 나역시 그렇다.

그렇기에 이번 월드컵은 전국민의 축제였다.

상근이었지만, 전역을 하면 직장을 바로 구하리라 생각되었던 내마음은 일단 월드컵을 충분히

즐기고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 선경과는 결혼문제와 여러 문제로 인해서 공식적으로 헤어지진 않았지만,

헤어진것이나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고, 나는 따로 원룸을 구하면서 따로 살게 되었다.

물론 선경도 아예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역시 따로 살게 되니, 자유가 생긴것 같아 맘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가 생겨 기분이 좋았다.

허나, 밥이며 빨래 여러모로 내가 다시 할 생각하니 갑갑했다.

또한 어머니가 몇개월간은 방세며, 용돈을 지원해 주신다고 하였고, 직장을 구하면 대신

어머니에게 저축식으로 보내라 하셨다.

이번에 얻은 원룸은 신축이라 에어컨과 세탁기 붙박이 장까지 옵션으로 다 있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깨끗한 화장실이 딸려있는 빌라형 원룸..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월드컵의 열기를 맘껏 누렸고, 간만에 헌팅도 하고 그동안 갇혀 지냈던 내 에너지를 맘껏 뽑아냈다.



하지만 동거하면서 항시 밤마다 나를 괴롭혔던 선경이가 왠지 그립기 까지 했다.

이렇게 밤을 홀로 지내니 영 익숙치 않았다.

방불이 꺼져있는 천정을 바라보며, 그동안 내가 지내왔던 삶들과.. 미정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보고 싶다.. .미정이가.. 너무 보고싶다..


나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캔맥주를 따서 어두운 방에서 홀짝홀짝 마셨다.

술을 잘 못하는 나이기에 캔맥주 하나에도 취기가 금방돌았다.

핸드폰을 꺼내어 미정이의 휴대폰 번호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걸 수 없었다..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 처럼. 하지만... 하지만... 술김에

통화버튼을 눌렀고, 몇번의 연결음 후,

미정이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 ...응 나야.. "

" 누구신데요..? "

알면서 확인차 물어보는건지, 나말고 전화하는 남자들이 몇이 있는건지 또렷또렷하게

물어본다.

" 나 성민... "

" 아.......응.... "

" 잘 지냈어?.. "

" 그냥 그렇지 뭐 그러고 보니 제대했겠네? 지금? "

" 하하.. 응... "

" 근데 왜 전화했어? "

" 아니 ....... 갑자기 너가 보고 싶더라... 아니.. 요즘엔 항상 너 생각만 나더라... "


미정이는 아무말없이 한참을 있다가 말을 꺼낸다.

" ......헤어졌구나......? "

" ....응.. 그렇게 됐어.. "

순간 솔직히 쪽팔렸다.

다른 여자 때문에 헤어지자 해놓고는 그여와 헤어지고 나니 다시 생각난다니

사실 그렇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미정이는 시간이 괜찮다고 한다.

현재 내가 사는곳을 물어보고는 9시까지 예술회관 역으로 나오란다.

나는 미안한마음도 들었지만, 솔직한 내 본능적은 생각으로는 그래도 미정이를 다시 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정리정돈을 하고 집을 깨끗이 하고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혼자 살고 있는 깔끔한 집을 보여주고 싶었다.

옛날 고등학교 때 자취방은 화장실이 바깥에 있어서 저녁늦게 화장실 갈 때마다 무섭다고

볼일 다 볼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주곤 했는데... 나는 이런 저런 미정과의 옛 추억에 빠져 괜한

상상과 설레임으로 예술회관역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엔 늦지 않았다.

같이 도착했는지 원래 있었는지 저쪽 멀리서 미정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젠 완전한 숙녀가 되어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게.. 그 때 .. 내가 모텔에서 금방 사정

해버린 그날 이후로 처음이다.

항상 전화를 걸어 만나보고 싶었지만, 선경과 만나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다는게 마음에 걸려

차마 그러질 못했었다.

" .... 이야.. 너 많이 이뻐졌구나? "

" ... 옛날이나 지금이나 넌 같네? 그리고 살도 엄청 ?네 니? "

역시나 옛날 그 착하고 여리고 순진했던 미정이의 말투가 아녔다.

물론 나때문에 그럴테고..

나한테만 이러는 거겠지.. 하며 순응했다.

" 그래..맞다 이젠 너도 21살이구나.. 세월 참 빠르다. "

" ..... 그렇...네.. "

우리는 걸어서 역 근처의 벤취에 앉았다.

" 밥..은 먹었어? 안먹었으면 같이 먹으러 갈까? "

" 그건 됐고, 나 시간 별로 없어... "


" 아 그래? 하긴 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지.. 아직도 통행시간이 10시야? "

" .... 응... "

그렇다. 미정이는 옛날부터 귀가시간이 10시가 넘으면 아버지 한테 엄청 혼났었다.

그래서 놀러 올 때도 항상 일욜이었고, 항시 서로 같이 안고 잠을 자는게 원이었었다.

물론 어쩌다 한번 아버지가 지방 가실 때, 문상 갈 때, 이런 1년에 어쩌다 한번 있는

특수한 경우에는 우리 둘은 어린애들 처럼 마냥 기뻐했었다.

미정의 어머니는 내가 자주 놀러가서 어느정도 친해져도 있었고, 개방적이라 우리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걸 대충 알면서 눈감아 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번은 그런 어머니가 놀라워 미정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가 하는말이 임신하면 죽인다고 했었다고 한다.

우리 둘은 그다지 진전없이 형식적인 대화로 끝을 내었고, 시간이 다된 미정은 이만 가본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미정이를 난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미정에게 무정하게 대했던것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이미 미정이는 내게 있어서는 냉정해져 있었다.

미정이는 전철을 타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갔고, 데려다 준다는 말로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고, 그러했지만 내몸은 이미 굳어 있었다.


그저 점점 멀어져만 가는 미정이를 바라 볼 뿐..

저렇게 냉정하면서도 그래도... 바람도 맞추지 않고, 짬을 내서라도 만나주는 미정이는...

아마 미정이는 내가 다시 시작해보자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난 미정에게 그럴말할 자격이 없었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실 내가 다시 사귀자고 매달린다면 다시 시작은 할 수 있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또 다시 미정에게 아픔을 준다면, 안될 것 같기에...


예전 미정과 첫경험을 하고 난후 바로 그날 미정이 내게 던진 한마디가 나와 결혼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미정은 툭하면 그말을 입버릇 처럼 하고 있었고, 그 결혼이라는 단어에 난

질리기 까지 했었다.

그 때보단 몇년이 흘러 23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 인생에 "결혼" 이란 단어는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하기사... 누나 선경이도.. 결혼이란 말이 오고 갔을 때부터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선보러 가고,

그냥 내가 물러나주게 된 일이기도 하다.



나는 미정이와 같이 앉아있던 벤치에 다시 힘없이 앉아 담배를 하나 물고 한숨을 쉬었다.

내 눈가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남자란게.. 도둑심보 이다. 남주긴 아까우면서도 막상 그녀만을 바라보고 산다는것에

다시한번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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