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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황제 - 프롤로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06 822회 0건

밤의 황제



유흥가.
술집 등 놀 수 있는 장소가 모여 있는 거리.
하루 동안 묵힌 짜증을 풀고, 남은 하루 동안 쾌락만을 탐하는 세계. 착한 어린이는 참여할 수 없는 어른들만의 공간이다.

우리는 이런 유흥가를 밤의 거리라 부른다.
그리고 이런 밤의 거리를 종횡무진 거치며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남자가 있다고 한다. 그 남자의 이름도, 신상도 모르는 그저 소문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남자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황제.

밤이 되어야만 나타난다는, 거리의 제왕.



******



한 청년이 길을 걷고 있었다. 어깨에는 크로스백 가방을 걸치고, 손에는 노트 몇 권을 들고 있었다. 얼굴에는 이목구비를 가리는 큰 안경을 써서 수수해 보였다. 그런 그의 앞에는 커다란 정문이 있었다. 나름 명문이라 불리는 일류 대학이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이기도 했지만, 기분이 새로웠다. 왜냐하면 그는 2년 동안 군대에 다녀와 휴학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 안했겠지.”

정문에 들어서며 청년이 중얼거렸다. 대학 동기들은 거의 자기보다 늦게 입대했기 때문에, 친하다고 할 사람이라곤 없다.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의 도착했을까, 그때 청년의 옆을 지나는 자동차가 있었다. 새빨간 고급 외제차였다. 주차된 차가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나왔다.

클럽에서나 어울릴 짧은 스커트에, 굽이 뾰족한 구두를 신은 여성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었다. 청년은 멍하게 그 여인을 보았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아마 연예인을 실물로 본다면 이럴까, 짧은 스커트로는 가리지 못한 탄력적인 허벅지와 매끄러운 종아리가 환상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거기다 걸을 때마다 고정되지 않는 가슴은 지나가던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충분했다.

“저 여자...”

멍하니 중얼거리던 청년이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슬슬 수업을 할 시간이었다. 청년은 머릿속에서 여인을 잊고 건물로 들어갔다.

강의실에 도착한 청년은 문을 열었다. 좀 있으면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라 그런지, 강의실에 반 정도는 학생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학생들은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아.”

청년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주고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그때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자 청년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거기엔 방금 본 여자가 있었다.

청년의 시선을 느낀 건지 여인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청년은 눈을 돌렸지만, 여인은 지그시 청년을 계속 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탐색하듯, 그렇게 보던 여인은 이내 피식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

수업이 시작되며 교수가 들어왔다. 노트에 열심히 필기를 하던 청년은 볼펜 하나가 떨어지자 눈을 아래로 돌렸다. 지우개가 보이지 않자 청년은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여인의 매끄러운 다리 왼쪽에, 지우개가 떨어져 있던 것이다. 청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여인을 보았다. 여인은 수업은 듣지도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저, 저기.”
“.....”

깊은 잠에 빠진 건지 그녀는 팔베개를 풀지 않고 엎드려 있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 청년은 결국 허리를 숙였다. 잔털 하나 없이 매끈해 보이는 다리가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지우개를 향해 손을 뻗는데, 갑자기 그녀의 힐이 청년의 손등을 찍었다.

“윽...”

크게 소리쳐봤자 오해만 나올 상황이기에 청년은 숨을 삼키며 참았다. 여자의 구두란 참으로 아픈 무기였다. 그걸 새삼 깨달으며 청년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엎드린 상태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자고 있지 않았던 건가. 한숨을 쉬며 청년은 중얼거렸다.

“저기요... 발 좀...”
“변태.”
“예?”

그녀의 속삭임에 청년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게 재밌는 건지 그녀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변태에요, 당신? 남의 다리를 더듬으려고 하다니.”
“더듬다니 무슨... 지우개를 주우려고 하는 것뿐인데.”
“그건 당신 사정이구요. 제가 지금 이 상황에 소리 지르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그건 좀..”

청년은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흥이 식은 건지, 그녀는 다리를 치우며 말했다.

“역시 아니네.”



*****




3년 전쯤이었다.

당시 18세, 즉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클럽에서 놀고 있었다. 아직 성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나이는 묻지 않고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녀는 무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가슴이 깊게 파이고, 허벅지를 살짝 가려주는 짧은 원피스는 그 옆마저 살짝 트여있었다. 꿀이 있는 곳에 벌레가 꼬이지 않을 리가 없는 법, 상당한 수의 남자들이 작업을 걸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저 무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그녀는 여왕과 같았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남자가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손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은색 시계를 차고 있었고, 몸에 달라붙는 흰색 와이셔츠는 단추 몇 개를 풀어놓고 있었다.

얼굴 생김새도 샤프해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머리를 왁스로 정리한 게 잘 어울렸다. 그는 무심한 눈으로 춤추는 남녀들 사이에 홀로 서있었다. 다가온 여자가 매혹적인 동작으로 몸을 비벼도, 그저 웃으며 볼을 한번 쓰다듬어주고 지나칠 뿐이었다.

흥미가 동했다. 고고하게 앉아있던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저 남자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었다. 과연 자신이 다가가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인지, 만약 그도 다른 남자와 같다면 비웃어주고 버리자. 이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천천히 그녀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눈치 챈 건지 고개를 돌렸다. 처음 지은 표정은 피식하고 웃는 얼굴이었다. 비웃음을 닮은 그 웃음이 그녀의 고고한 자존심을 건드렸다.

마침내 그녀가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두 손을 들어 천천히 그의 얼굴에 가져갔다. 그래도 그의 두 눈은 무심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해있던 그녀는 결국 강수를 두기로 했다.

천천히 얼굴을 가져가는 행위, 입맞춤을 하려는 거였다.

하지만 그 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말린 것도 아니고, 그녀가 중간에 멈춘 것도 아니다. 그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이마를 누르며 행위를 거부한 것이다.

그녀가 묘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혹시 이 남자는 게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침내 입을 열은 그가 한 소리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너, 미성년이지?”
“....”
“이런 곳에서 놀지 말고, 공부나해라.”

피식 웃은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선글라스였다. 미소를 지은 채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그대로 그녀를 지나쳤다.
멍하니 있던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차였다는 것을 눈치 채고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미 그는 출구의 계단을 걷고 있었다.

“....”

그녀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으며 바에 돌아왔다. 칵테일을 만들던 바텐더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러냐. 실연당한 사람처럼.”
“아니 별로..”
“혹시 방금 지나간 남자한테 작업 건 거였냐?”

바텐더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클럽에서 얼굴을 기억할 정도면 친분이 있거나, 아니면 유명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오빠, 방금 지나간 저 사람, 누구에요?”
“으음... 몰라.”
“예?”
“근데 사람들이 그러던데, 황제라고.”
“황....제?”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창한 이름이었다. 아니 이름은 아니겠지. 그래도 거창하다는 느낌은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 이곳에 자주와요?”
“모르겠네. 아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올 거야.”

황제라... 그녀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료한 일상에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그 뒤로 그녀는 매일 그 클럽에 다녔다. 하지만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남자라면 지겨우리만큼 몰려들었지만, 그런 잔챙이들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왔다.

그녀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도 그녀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서서히 거리가 좁혀진 그들은, 그녀의 기습 키스로 입맞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동안 바빴던 일이 한숨 트여서 잠깐이지만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글을 쓸 짬이 별로 없기에 분량 조절이 힘들 거 같습니다. 가능하면 분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의 힘이 됩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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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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