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님이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오랜만에 내 연구실로 찾아왔다.
“어이. 박박사. 잘 지내지. 이번에 000컨퍼런스는 내용이 좋던데.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내가 자료를 좀 가져왔으니 한 번 봐봐.”
“네. 오박사님. 근데 출장 다녀오시더니 얼굴이 까칠해지셨네요.”
“어. 거기서 형수형이랑 교수하는 선배들을 만나서 술을 마셨더니 그러네.”
“그러셨군요.”
“아. 참. 금요일에 과동문회 하는데 원래는 유성에서 하기로 했는데 서울에서 몇몇만 보기로 했다. 너도 같이 가자. 0000기술원에 근무했던 형수형이 회사 차렸는데 대박나서. 친했던 몇몇끼리 술 한잔 하기로 했거든. 형수형이 너를 기억하더라구. 같이 있다고 했더니 너도 델구 나오라고 하더라. 어짜피 너 서울 올라가니까 시간 괜찮지?”
“어. 금요일이요? 별 일은 없는데. 이번주는 밀린게 좀 있어서 여기 있으려고 했거든요.”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아님 술먹고 같이 내려오면 되자너.”
“네. 그럴께요.”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이 되자 오박사는 내 연구실로 와서
“박박사. 짐싸라. 서울가자.”
난 주변에 상희, 현정의 눈치를 보다가
“아.. 네. 서울에서 동문회가 있어서 조금 먼저 나간다. 다들 주말 잘쉬구.”
난 우리 방 연구원들의 눈치를 보며 멋쩍게 말을 하고 오박사님을 뒤따라 나갔다. 연구원 밖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자 오박사는
“박박사. 오늘 아마 매우 즐거운 밤이 될꺼다. 난 집사람에게 형수형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어.”
“왜요? 같이 내려오시자고 이야기 하셨던 것 같은데요.”
“응. 그때는 니 연구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대해봐.”
“뭔데요? 궁금하게...”
난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택시에서 내려 KTX에 앉아서도 집요하게 오박사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나. 참. 니 성격하고는. 알았어. 뭐냐하면. 지난 번 출장갔다가 호텔에서 형수형을 우연히 만났거든. 그런데, 옆에 젊은 여자가 같이 있더라고. 얼굴이나 키도 훌륭한 아이가. 난 같이 일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형수형하고 저녁먹고, 호텔바에서 술자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는데 둘이서 같은 방으로 들어가더라구.”
“어. 형수형은 원래 바른생활 사나이자나요.”
“그러니까. 다음날 컨퍼런스에서 형수형을 만나서 물어봤어. 물어봤더니 회사차려서 운영하면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면서, 그 친구는 현재 대학원생인데 술집에 알바로 나온 애를 꼬셔서 같이 출장 왔다고 하더라구. 가끔씩 출장이 길면 그런식으로 여자를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술집 어디냐고 했더니 오늘 그 집에서 술을 쏴주겠다고 몇몇만 데리고.”
“어. 그래도 난 예전 학교때 이미지가 있는데. 많이 변했나보네요.”
“그렇지. 일단 자자. 서울 도착해서 바로 술집으로 가서 밥먹고 시작할테니.”
난 오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잠깐 눈을 붙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오박사와 나는 바로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청담동에 택시를 내려서는 한 건물지하로 내려갔다. 간판에는 그냥 카페라고 나와있고 다른 것은 일반 룸카페와 유사했다. 출입구 앞에는 바, 피아노가 있고 안쪽으로는 방이 2개 있었다.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웨이터가 우리를 제일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어. 오박사. 박박사도 왔네.”
자리에는 이미 형수형과 영철형, 석우형이 밥을 먹고 있었다.
“형수형. 영철형 석우형. 오랜만에 뵈요.”
“그러게. 박박사. 이게 얼마 만이냐. 니 덕분에 내 사고뭉치 동생 학교 졸업 잘했다.”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놀라 나를 쳐다 보았다.
“다른게 아니구. 박박사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내 막내동생 과외를 해줬거든. 졸업도 못하는거를 박박사가 공부시켜서 간신히 했자너. 참. 막내는 00그룹에서 일해. 다 니 덕분이다.”
“에이. 다 지난 일인데요.”
“아니야. 난 늘 너한테 고마워. 아. 맞어. 밥부터 먹어라.”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형수형이 기술원를 그만두고 벤처를 차려서 성공하기까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영철형과 석우형은 둘다 공기업 연구소와 다른 국책연구소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오박사와 내가 식사가 끝날 무렵 사장이라는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한사장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오박사, 박박사. 이 친구가 여기 사장이다 영철이랑 석우는 알지?.”
“네, 그럼 애들 맞춰드릴께요. 김박사님 친구들과 후배들이니 특별히 신경쓸께요.”
“그래, 여기 사장이 알아서 맞춰주니까. 니들은 그냥 앉혀서 놀아. 여기 애들은 2차가 되긴 한데. 조금 비싸서. 그냥 꼬셔서 먹는게 낫다. 하하”
“김박사님은 참.”
사장은 잠시 후
“김박사님. 이거 어쩌죠. 오늘 이상하게 예약이 많아서. 김박사님보다 먼저 예약한 손님들이 다와서. 이 방에 한 명이 모자랄 것 같은데요. 다른 손님은 김박사님처럼 안친해서 이런 이야기 하기가 그래서요.”
“그럼. 내가 오늘은 사장하고 놀지 뭐.”
나는 형수형의 이야기에
“아니에요. 제가 오늘 사장님하고 놀께요. 사장님 미모가 출중한게 확 쏠리는데요. 히히.”
“에이. 그래도 처음 오셨는데. 어떻게 그래요.”
“아니에요. 내가 오늘 사장님한테 팁받고 놀께요.”
형수형은
“그래? 그러자. 다음에 또 와서 더 재미있게 놀구. 오늘은 니가 막내니까. 그리고, 한사장 영어도 잘해. 아마 너도 알지도....”
“김박사님. 그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그녀는 형수형의 말을 막으며 방을 나섰다. 사장은 형수형의 말에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와서는 알아서 아가씨들을 자리에 앉혔다. 형수형의 말대로 그 어디 빠질 곳이 없는 친구들이 들어와 우리들 옆자리에 앉았다. 그 중의 한 친구는 형수형의 고정인지 옆에 앉고 다른 쭉빵 아가씨들이 자리에 앉자
“다들 오늘은 즐겁게 노는거야. 다들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사장 뭐하니. 어서 말아라.”
한사장은 형수형의 말을 듣자 마자 능숙한 솜씨로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그리고는
“오늘 처음 오신 친구들인 만큼 처음부터 찐하게 달리죠.”
하며 무릎위에 나를 바라보며 올라 앉으며 러브샷을 권했다.
“박박사님이라고 하셨죠. 뭐해요. 러브샷이라니까요.”
“그래. 너무 급하게 달려서. 그래. 하자~”
난 러브샷을 하고나서 그녀가 주는 입술안주로 입을 다셨다.
“형. 사장님이 너무 달리시는거 아니에요?”
“아니야. 오늘은 내가 특별히 주문했거든. 여기 오박사한테 들었겠지만. 옆에 있는 아가씨들 다 대학생아니면 대학원생이야. 우리가 흔히 보는 선수들이 아니고. 알바로 여기에 뛰는 친구들이지. 쉬운 친구들이 아니라구.”
형들은 자리에 앉아 그간 형수형이 해온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나간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웃고 즐겼다. 형들은 이미 아가씨들과 노골적인 접촉을 하고 즐기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다들 취하는 분위기라,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갈 분위기가 되었다. 계산할 때가 되어서 형수형은 아가씨들을 다 내보내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야. 친구들아. 그리고 후배들아. 오늘은 왜이리 쏠리는지 모르겠다. 오늘 다들 2차 갈래? 돈 걱정은 말고. 내가 좀 벌자나. 근데 박박사가 파트너가 없어서 우짜냐.”
“김박사, 이거 매번 돈내게 해서. 어떻하냐. 우리야 돈버는게 뻔하니...” 영철형이 답했다.
오박사가 그 때 “여기 사장보러 함 대주라고 해, 형.”
“그럴까? 그래도 되겠다. 한사장이 박박사를 기억하고 꼭 불러달라고 했으니까....”
나는 “네? 한사장이요?”
“그래, 한사장. 기억 안나니?”
“글쎄요.... 전 전혀 기억이 없는데요.”
“니가 미국에서 가르친 학생중에 있었어. 난 한사장한테 들었는걸.”
“제가요? 어디서요?”
“너 미국 000대학에서 티칭했자너? 그때 한국학생들이 많았나보지?”
“진짜 기억 안나요. 이구.”
“그럼. 내가 자리 만들어 줄테니, 둘이서 술한잔 더하면서 기억을 되살려봐. 사장불러.”
난 엉겹결에 밖에서 사장을 불러왔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쳐다봤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박박사. 한사장이 가게 맡기고 너랑 한잔 더한다고 하네. 한사장. 우리는 2차 갈테니 챙겨주고.... 밀린 이야기 많이 해라.”
한사장은 짓굿다는 표정으로 형수형에게 몸짓을 하며 자리를 비웠다.
“우리는 간다. 이야기 잘하고.... 다음에 또 보자.”
“박박사님. 나가시죠. 제가 술 한잔 살께요.”
“어. 그래도 되나? 가게는?”
“아까 들으셨자나요. 애들한테 맡기면 되요.”
“어. 그래.”
난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는 그녀를 따라 가게를 나섰다. 건물밖에 주차된 검정색 재규어의 문을 열면서
“타세요.”
“이거 한사장님 차야?”
그녀는 그냥 웃기만 했다.
“술좀 한 것 같은데 운전해도 돼?”
“별로 안마셨어요. 걱정마세요.”
차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강변역 쪽으로 가고 있었다.
“한사장님. 나를 아신다고요.”
“네. 기억 못하실 수 있어요. 제가 살을 많이 빼서요.”
그녀는 160cm 정도 키에, 33-23-32 정도 되는 그냥 깡마른 체격에, 어디 나가서도 빠지지 않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룸싸롱 사장하기에는 귀티도 나고 아까운 외모였다. 그녀의 말을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 왜 난 별로 기억이............아.......... 생각났다. 한연희!”
그녀는 나를 보며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연희. 기억력 좋으시네.”
“야..... 살 많이 뺏네. 하하. 그런데, 어쩌다가 이걸 하고 있어. 공부도 곧 잘 했다자너.”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한국 나와서 같이 공부했던 오빠랑 결혼했는데요. 결혼한지 6개월쯤 되었을때 파키스탄 출장 갔다가 폭탄테러 사고로 죽었어요. 여기는 친구따라 여기저기 놀러다니다가 알게된 분이 업소를 사주셨어요.”
“알게된 분? 스폰?”
“딱 스폰은 아니구요. 재일교포인데. 그만 물어보세요.”
"알았어. 근데, 왜 날 찾은거야?“
그녀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호텔 다왔어요. 술마시면서 이야기 해줄께요.”
우리는 올림빅대로를 타고 광장동쪽으로 시원하게 달렸다. 차에서 내려 0호텔로 들어갔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사람이 꽤 많았다. 우리는 한강이 보이는 자리로 자리를 잡고, 술을 시켰다. 맥켈란 25년산이 나왔다.
“박박사님. 한 잔 하세요. 김박사님이 둘이서 술 한병 다 먹고 가라고 했으니까. 진짜 다 먹고 가야해요. 안그럼 혼나요.”
“말 나왔으니. 김박사하고는 무슨 관계야?”
“별 사이 없어요. 김박사님이 여기에 한 번 오셨는데 마음에 드신다고 자주 오시면서 친해졌죠. 그래서 알게 된거구. 그 이후로 접대는 우리 가게에서만 하셔서,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시는 분? 이정도?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한 잔 하시죠.”
“그래. 알았어. 암튼 오랜만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생활, 업소, 내 연구소 등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궁금한건데. 왜 날 찾았어?”
“술이 들어가니 하고 싶은 말도 다하네. 그때 왜 내가 남자친구라고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박박사님이 그냥 남자친구로만 만족하고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하셨거든요. 관상이 별로라고, 내가 힘들어 지겠다고 하시면서. 근데, 막상 결혼을 하고, 사실 평탄한 결혼생활도 아니었지만. 사고로 먼저가고 나니, 박박사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여기서, 김박사님을 알게 되었구. 같은 학교라고 하셔서 난 혹시나 해서 박박사님을 물어보니 아신다고 하시면서 자리 만들겠다고 한게 6개월 정도 된것 같아요.”
“음. 그랬구나.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나?”
“아무튼, 그래서 박박사님이 생각이 난거에요. 결혼 할때도 사실 박박사님 이야기가 걸렸는데. 막상 그리되고 나니 더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헉. 안되겠다. 화장실좀 다녀올게. 너무 많이 마셨나?”
꽤 많이 마셨는지 골이 띵해 왔다. 화장실에서 먹은 것을 개워내고 자리로 돌아가니 그녀는 가방을 챙기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박박사님. 계산은 제가 했어요.”
“어.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했어야 했는데.”
그녀는 비틀거리다 그녀의 가슴을 내게 밀착하며
“아니에요. 저 돈좀 벌어요. 그대신. 이런 말을 해도 되나.”
그녀는 잠시 뜸을 드렸다.
“오늘밤 저랑 같이 있어주세요. 지나간 이야기를 들으니 박박사님하고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 이게 왠 떡이람.’ 난 속으로 호재를 불렀다.
난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저 술집한다고 쉬운 애 아니에요. 오늘은 누군가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렵게 이야기 한건데. 거절하심 곤란해요.”
난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는
“그러자. 여기 호텔을 잡아야겠는걸?”
“거부 안하시네요.”
“내가 거부하길 바랬어?”
“아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늘만큼은 아니에요. 엘리베이터 타러 가요. 방은 잡아놨어요.”
그녀는 몸을 밀착하며 내 팔짱을 끼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녀가 잡아놓은 방으로 들어섰다.
“어이. 박박사. 잘 지내지. 이번에 000컨퍼런스는 내용이 좋던데.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내가 자료를 좀 가져왔으니 한 번 봐봐.”
“네. 오박사님. 근데 출장 다녀오시더니 얼굴이 까칠해지셨네요.”
“어. 거기서 형수형이랑 교수하는 선배들을 만나서 술을 마셨더니 그러네.”
“그러셨군요.”
“아. 참. 금요일에 과동문회 하는데 원래는 유성에서 하기로 했는데 서울에서 몇몇만 보기로 했다. 너도 같이 가자. 0000기술원에 근무했던 형수형이 회사 차렸는데 대박나서. 친했던 몇몇끼리 술 한잔 하기로 했거든. 형수형이 너를 기억하더라구. 같이 있다고 했더니 너도 델구 나오라고 하더라. 어짜피 너 서울 올라가니까 시간 괜찮지?”
“어. 금요일이요? 별 일은 없는데. 이번주는 밀린게 좀 있어서 여기 있으려고 했거든요.”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아님 술먹고 같이 내려오면 되자너.”
“네. 그럴께요.”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이 되자 오박사는 내 연구실로 와서
“박박사. 짐싸라. 서울가자.”
난 주변에 상희, 현정의 눈치를 보다가
“아.. 네. 서울에서 동문회가 있어서 조금 먼저 나간다. 다들 주말 잘쉬구.”
난 우리 방 연구원들의 눈치를 보며 멋쩍게 말을 하고 오박사님을 뒤따라 나갔다. 연구원 밖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자 오박사는
“박박사. 오늘 아마 매우 즐거운 밤이 될꺼다. 난 집사람에게 형수형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어.”
“왜요? 같이 내려오시자고 이야기 하셨던 것 같은데요.”
“응. 그때는 니 연구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대해봐.”
“뭔데요? 궁금하게...”
난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택시에서 내려 KTX에 앉아서도 집요하게 오박사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나. 참. 니 성격하고는. 알았어. 뭐냐하면. 지난 번 출장갔다가 호텔에서 형수형을 우연히 만났거든. 그런데, 옆에 젊은 여자가 같이 있더라고. 얼굴이나 키도 훌륭한 아이가. 난 같이 일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형수형하고 저녁먹고, 호텔바에서 술자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는데 둘이서 같은 방으로 들어가더라구.”
“어. 형수형은 원래 바른생활 사나이자나요.”
“그러니까. 다음날 컨퍼런스에서 형수형을 만나서 물어봤어. 물어봤더니 회사차려서 운영하면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면서, 그 친구는 현재 대학원생인데 술집에 알바로 나온 애를 꼬셔서 같이 출장 왔다고 하더라구. 가끔씩 출장이 길면 그런식으로 여자를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술집 어디냐고 했더니 오늘 그 집에서 술을 쏴주겠다고 몇몇만 데리고.”
“어. 그래도 난 예전 학교때 이미지가 있는데. 많이 변했나보네요.”
“그렇지. 일단 자자. 서울 도착해서 바로 술집으로 가서 밥먹고 시작할테니.”
난 오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잠깐 눈을 붙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오박사와 나는 바로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청담동에 택시를 내려서는 한 건물지하로 내려갔다. 간판에는 그냥 카페라고 나와있고 다른 것은 일반 룸카페와 유사했다. 출입구 앞에는 바, 피아노가 있고 안쪽으로는 방이 2개 있었다.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웨이터가 우리를 제일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어. 오박사. 박박사도 왔네.”
자리에는 이미 형수형과 영철형, 석우형이 밥을 먹고 있었다.
“형수형. 영철형 석우형. 오랜만에 뵈요.”
“그러게. 박박사. 이게 얼마 만이냐. 니 덕분에 내 사고뭉치 동생 학교 졸업 잘했다.”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놀라 나를 쳐다 보았다.
“다른게 아니구. 박박사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내 막내동생 과외를 해줬거든. 졸업도 못하는거를 박박사가 공부시켜서 간신히 했자너. 참. 막내는 00그룹에서 일해. 다 니 덕분이다.”
“에이. 다 지난 일인데요.”
“아니야. 난 늘 너한테 고마워. 아. 맞어. 밥부터 먹어라.”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형수형이 기술원를 그만두고 벤처를 차려서 성공하기까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영철형과 석우형은 둘다 공기업 연구소와 다른 국책연구소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오박사와 내가 식사가 끝날 무렵 사장이라는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한사장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오박사, 박박사. 이 친구가 여기 사장이다 영철이랑 석우는 알지?.”
“네, 그럼 애들 맞춰드릴께요. 김박사님 친구들과 후배들이니 특별히 신경쓸께요.”
“그래, 여기 사장이 알아서 맞춰주니까. 니들은 그냥 앉혀서 놀아. 여기 애들은 2차가 되긴 한데. 조금 비싸서. 그냥 꼬셔서 먹는게 낫다. 하하”
“김박사님은 참.”
사장은 잠시 후
“김박사님. 이거 어쩌죠. 오늘 이상하게 예약이 많아서. 김박사님보다 먼저 예약한 손님들이 다와서. 이 방에 한 명이 모자랄 것 같은데요. 다른 손님은 김박사님처럼 안친해서 이런 이야기 하기가 그래서요.”
“그럼. 내가 오늘은 사장하고 놀지 뭐.”
나는 형수형의 이야기에
“아니에요. 제가 오늘 사장님하고 놀께요. 사장님 미모가 출중한게 확 쏠리는데요. 히히.”
“에이. 그래도 처음 오셨는데. 어떻게 그래요.”
“아니에요. 내가 오늘 사장님한테 팁받고 놀께요.”
형수형은
“그래? 그러자. 다음에 또 와서 더 재미있게 놀구. 오늘은 니가 막내니까. 그리고, 한사장 영어도 잘해. 아마 너도 알지도....”
“김박사님. 그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그녀는 형수형의 말을 막으며 방을 나섰다. 사장은 형수형의 말에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와서는 알아서 아가씨들을 자리에 앉혔다. 형수형의 말대로 그 어디 빠질 곳이 없는 친구들이 들어와 우리들 옆자리에 앉았다. 그 중의 한 친구는 형수형의 고정인지 옆에 앉고 다른 쭉빵 아가씨들이 자리에 앉자
“다들 오늘은 즐겁게 노는거야. 다들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사장 뭐하니. 어서 말아라.”
한사장은 형수형의 말을 듣자 마자 능숙한 솜씨로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그리고는
“오늘 처음 오신 친구들인 만큼 처음부터 찐하게 달리죠.”
하며 무릎위에 나를 바라보며 올라 앉으며 러브샷을 권했다.
“박박사님이라고 하셨죠. 뭐해요. 러브샷이라니까요.”
“그래. 너무 급하게 달려서. 그래. 하자~”
난 러브샷을 하고나서 그녀가 주는 입술안주로 입을 다셨다.
“형. 사장님이 너무 달리시는거 아니에요?”
“아니야. 오늘은 내가 특별히 주문했거든. 여기 오박사한테 들었겠지만. 옆에 있는 아가씨들 다 대학생아니면 대학원생이야. 우리가 흔히 보는 선수들이 아니고. 알바로 여기에 뛰는 친구들이지. 쉬운 친구들이 아니라구.”
형들은 자리에 앉아 그간 형수형이 해온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나간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웃고 즐겼다. 형들은 이미 아가씨들과 노골적인 접촉을 하고 즐기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다들 취하는 분위기라,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갈 분위기가 되었다. 계산할 때가 되어서 형수형은 아가씨들을 다 내보내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야. 친구들아. 그리고 후배들아. 오늘은 왜이리 쏠리는지 모르겠다. 오늘 다들 2차 갈래? 돈 걱정은 말고. 내가 좀 벌자나. 근데 박박사가 파트너가 없어서 우짜냐.”
“김박사, 이거 매번 돈내게 해서. 어떻하냐. 우리야 돈버는게 뻔하니...” 영철형이 답했다.
오박사가 그 때 “여기 사장보러 함 대주라고 해, 형.”
“그럴까? 그래도 되겠다. 한사장이 박박사를 기억하고 꼭 불러달라고 했으니까....”
나는 “네? 한사장이요?”
“그래, 한사장. 기억 안나니?”
“글쎄요.... 전 전혀 기억이 없는데요.”
“니가 미국에서 가르친 학생중에 있었어. 난 한사장한테 들었는걸.”
“제가요? 어디서요?”
“너 미국 000대학에서 티칭했자너? 그때 한국학생들이 많았나보지?”
“진짜 기억 안나요. 이구.”
“그럼. 내가 자리 만들어 줄테니, 둘이서 술한잔 더하면서 기억을 되살려봐. 사장불러.”
난 엉겹결에 밖에서 사장을 불러왔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쳐다봤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박박사. 한사장이 가게 맡기고 너랑 한잔 더한다고 하네. 한사장. 우리는 2차 갈테니 챙겨주고.... 밀린 이야기 많이 해라.”
한사장은 짓굿다는 표정으로 형수형에게 몸짓을 하며 자리를 비웠다.
“우리는 간다. 이야기 잘하고.... 다음에 또 보자.”
“박박사님. 나가시죠. 제가 술 한잔 살께요.”
“어. 그래도 되나? 가게는?”
“아까 들으셨자나요. 애들한테 맡기면 되요.”
“어. 그래.”
난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는 그녀를 따라 가게를 나섰다. 건물밖에 주차된 검정색 재규어의 문을 열면서
“타세요.”
“이거 한사장님 차야?”
그녀는 그냥 웃기만 했다.
“술좀 한 것 같은데 운전해도 돼?”
“별로 안마셨어요. 걱정마세요.”
차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강변역 쪽으로 가고 있었다.
“한사장님. 나를 아신다고요.”
“네. 기억 못하실 수 있어요. 제가 살을 많이 빼서요.”
그녀는 160cm 정도 키에, 33-23-32 정도 되는 그냥 깡마른 체격에, 어디 나가서도 빠지지 않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룸싸롱 사장하기에는 귀티도 나고 아까운 외모였다. 그녀의 말을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 왜 난 별로 기억이............아.......... 생각났다. 한연희!”
그녀는 나를 보며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연희. 기억력 좋으시네.”
“야..... 살 많이 뺏네. 하하. 그런데, 어쩌다가 이걸 하고 있어. 공부도 곧 잘 했다자너.”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한국 나와서 같이 공부했던 오빠랑 결혼했는데요. 결혼한지 6개월쯤 되었을때 파키스탄 출장 갔다가 폭탄테러 사고로 죽었어요. 여기는 친구따라 여기저기 놀러다니다가 알게된 분이 업소를 사주셨어요.”
“알게된 분? 스폰?”
“딱 스폰은 아니구요. 재일교포인데. 그만 물어보세요.”
"알았어. 근데, 왜 날 찾은거야?“
그녀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호텔 다왔어요. 술마시면서 이야기 해줄께요.”
우리는 올림빅대로를 타고 광장동쪽으로 시원하게 달렸다. 차에서 내려 0호텔로 들어갔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사람이 꽤 많았다. 우리는 한강이 보이는 자리로 자리를 잡고, 술을 시켰다. 맥켈란 25년산이 나왔다.
“박박사님. 한 잔 하세요. 김박사님이 둘이서 술 한병 다 먹고 가라고 했으니까. 진짜 다 먹고 가야해요. 안그럼 혼나요.”
“말 나왔으니. 김박사하고는 무슨 관계야?”
“별 사이 없어요. 김박사님이 여기에 한 번 오셨는데 마음에 드신다고 자주 오시면서 친해졌죠. 그래서 알게 된거구. 그 이후로 접대는 우리 가게에서만 하셔서,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시는 분? 이정도?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한 잔 하시죠.”
“그래. 알았어. 암튼 오랜만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생활, 업소, 내 연구소 등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궁금한건데. 왜 날 찾았어?”
“술이 들어가니 하고 싶은 말도 다하네. 그때 왜 내가 남자친구라고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박박사님이 그냥 남자친구로만 만족하고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하셨거든요. 관상이 별로라고, 내가 힘들어 지겠다고 하시면서. 근데, 막상 결혼을 하고, 사실 평탄한 결혼생활도 아니었지만. 사고로 먼저가고 나니, 박박사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여기서, 김박사님을 알게 되었구. 같은 학교라고 하셔서 난 혹시나 해서 박박사님을 물어보니 아신다고 하시면서 자리 만들겠다고 한게 6개월 정도 된것 같아요.”
“음. 그랬구나.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나?”
“아무튼, 그래서 박박사님이 생각이 난거에요. 결혼 할때도 사실 박박사님 이야기가 걸렸는데. 막상 그리되고 나니 더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헉. 안되겠다. 화장실좀 다녀올게. 너무 많이 마셨나?”
꽤 많이 마셨는지 골이 띵해 왔다. 화장실에서 먹은 것을 개워내고 자리로 돌아가니 그녀는 가방을 챙기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박박사님. 계산은 제가 했어요.”
“어.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했어야 했는데.”
그녀는 비틀거리다 그녀의 가슴을 내게 밀착하며
“아니에요. 저 돈좀 벌어요. 그대신. 이런 말을 해도 되나.”
그녀는 잠시 뜸을 드렸다.
“오늘밤 저랑 같이 있어주세요. 지나간 이야기를 들으니 박박사님하고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 이게 왠 떡이람.’ 난 속으로 호재를 불렀다.
난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저 술집한다고 쉬운 애 아니에요. 오늘은 누군가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렵게 이야기 한건데. 거절하심 곤란해요.”
난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는
“그러자. 여기 호텔을 잡아야겠는걸?”
“거부 안하시네요.”
“내가 거부하길 바랬어?”
“아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늘만큼은 아니에요. 엘리베이터 타러 가요. 방은 잡아놨어요.”
그녀는 몸을 밀착하며 내 팔짱을 끼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녀가 잡아놓은 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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