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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2 1,458회 0건
출발점의 탓을 내 몫으로 돌린다면.. 아마 선배에게 소라를 가르쳐준 것이 화근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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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아니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나를 "여자 경험이 많은 놈" 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소위 공부를 좀 한다는 고등학교를 나온 덕에 주변의 친구들은 대부분 순진했고, 그렇기에 가벼운 날라리 모드는 꽤나 큰 일탈로 비춰지기 십상이었다. 선배 역시, 나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도 많고 여자를 잘 아는 놈. 이라는 이미지. 고등학교 2년 선배였는데 초등학교도 같았던 터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선배중 하나였다. 선배는 외모가 그리 출중하지 못했다. 아니 못생겼다고 보는게 맞을 게다.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긴 하지만.. 키도 작은 편이었고 몸매도 전형적인 아저씨 몸매였다. 그나마 장점이라곤, 아니 요즘엔 이게 아주 큰 메리트겠지만. 선배는.. 전문직이었고 돈이 아주 많은 집안의 자제였다.

"연애 경험이 많은 놈" 이라는 이미지가 설정된 탓인지 주변 사람들이 간혹 고민 상담을 해오곤 했다. 재밌는 점은 오히려 여자애들이 성적인 측면에선, 더욱 깊은 얘기를 꺼내곤 했다는 것이다. 아마 남자들은 어떤 자존심때문에 오픈하기를 꺼려했는지도 모르겠다. 선배 역시 가끔씩 여자문제로 내게 상담을 해오곤 했었다. 선배는, 예쁜 여자친구들을 사귄다는 이유로 나를 꽤나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난, 그런 선배의 부러움을 해소해주려 나름 정말 예쁜 애들과 소개팅도 몇번 해주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선배는 순진했고 착했다. 여자 한명 제대로 사귀어보지 못하다가.. 전문직 명함을 가진 순간부터, 더불어 집안의 경제적인 능력까지 플러스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물밀듯이 여자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선배는, 그런 여자들이 무엇때문에 선배에게 호감을 갖는지 잘 알고 있었는데 선배의 주된 고민이 바로 이부분이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된장녀만 엮인다는 것. 선배의 직업과 배경이 선배에게 호감을 갖는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것이다. 물론 조건도 좋고 개념도 있는, 괜찮은 여자들도 있었으나 문제는 선배의 눈높이였다.

"나도 정말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그게 안되려나보다"
"에이 형~ 조건 안보는 사람없어."
"야 씨발 너 그런 기분 아냐? 싫어하는 표정이 확 느껴지는데 키스를 받아준다?"
"글쎄.. 난 그런 적이 없어서..."
"사람은 표정을 못숨기잖아? 존나게 예쁘고 맘에 드는데 그런 표정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그렇지, 표정은 숨기기 힘들지.."

선배가 가장 부러워했던 커플이 바로 CC였는데, 선배는 도서관에서 아옹다옹하는 커플들을 볼 때마다 자기도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물론, 단 한번도 그러지는 못한 채.. 30대에 진입을 했고, 만나기 시작한 여자들은 모두, 조건에 우선을 둔 속물들 뿐이었다. 그렇다고 선배가 정말 싫을 정도로 못난 얼굴은 아니다. 넉넉하게 좋은 인상이었지만.. 그저 선배의 외모에 비해 선배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았고, 그 갭때문에 발생된 현상일 뿐, 선배에게도 조금은 평범했던 여자들의 대쉬가 몇번은 있었다고 했다. 결국 능력과 경제력으로 충족될 수밖에 없는 그 갭을, 선배는 못마땅해 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선배가 꿈꾸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충족되지 못한 이유는 외모에 대한 선배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은 탓이었다.

어떤 경위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선배에게 소라를 가르쳐준 계기가 되었던, 그 날의 주제는 SM이었다. 선배와 친구 두놈이 있었고 남자들이 그렇듯,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온 주제였을 게다. 난, 적잖은 여자들이 가벼운 SM, 욕플이나 수치플류에 흥분을 한다고 주장을 했고. 순진함과는 별개의 차원이니 SM에 편견을 갖지 말라고 얘길했던 걸로 기억한다. 암컷은 본능적으로 복종심리가 있다는둥, 나름 진화심리학에서 어설피 읽었던 썰을 풀어가며 현학적인 접근까지 해대니.. 그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호기심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수긍모드로 변하기도 했었다. 사실 난, 전문적인 에세머 수준은 아니다.. 하드하거나 지저분한 것들도 그닥 좋아하진 않고.. 욕플과 수치플, 스팽만 조금 즐기는, 소프트한 수준이다.

선배는 내게, SM이야기를 들었던 그 날. 자신이 꿈꾸었던 순수한 사랑을 포기해야겠다고 말했다. "플라토닉이 안되니 에로틱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느냐." 가 선배가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였던 것이다. 어쩌면 선배의 순수함이 통용이 되지 않던 이성관계에, 비뚤어진 심리가 반영됐을지도 모르겠다. 다소 가학적인, 마초적인 본능이 꿈틀거렸다랄까? 속물 근성을 보이는 여자들에게,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가식을 떨던 자신의 모습이 싫었을 수도 있고 그렇기에 그런 여자들에게 마초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을 수도 있다. 연애에 있어, 언제나 "을"의 입장이었던 응어리가 그렇게 치환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조건을 갖추어 "갑"이 되었다는 착각도 잠시, 진정성이 결여된 연애에 있어 "갑"의 입장이란 오히려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선배의 그런 욕망은 어찌보면, 그렇게 치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현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냥 즐기고 살아야겠다. 안되는 거 억지로 하다가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즐길래"
"형, 형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다 결혼의 가능성을 생각하잖아, 그럼 어렵지"
"뭐가 어려운데?"
"원래 결혼 생각하는 상황에선 잘 안주거든. 형 선봐서 몇명이나 먹어봤어?"
"한 명..."
"선은 얼마나 봤는데?"
"100번은 되겠다"

난 선배의 얘기를 그다지 진지하게 듣지 않았었다. 사실 선배처럼 결혼하는 부부들도 흔하고, 의외로 잘사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기에.. 그저 배부른 투정정도로만 치부했었고, 종종 고민 상담을 해오던 선배에게도 그다지 진지하게 답변하진 않았었다. SM얘기를 꺼낸 후 선배는 내게 집요하게 물어왔고 또 부탁을 하곤 했었다. SM이 가능한 여자를 소개해 달라는 것. 난, 전문적인 수준도 아니고 그저 욕설 플레이와 수치플, 스팽정도만 즐기는 수준이었는데, 우연히 하드한 아해를 만난 계기로 알게 되었다고 말했고.. 그 아해와는 플을 중단했다고 말을 했다. 사실이 그랬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섭(?)을 만난 경험은 세번이었는데 선배에게 말했던 섭(?)은 사실 엔조이에 가까운 상대였지, 완연한 주종관계나 섭이라고 부를만한 아해는 아니었다. 여튼 당시에 뜸하게나마 만남을 지속하고 있긴 했는데 선배에게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마 당장이라도 하자고 몇날며칠 졸랐을테니까.

소라를 알려주게 된 계기가 그것이었다. 독학을 해봐라. 라는 판단 하에 알려준 것이었고 SM까페들을 둘러보면서 정말로 이런 취향이 선배에게 맞는지 확인을 해보라고 했던 것이다. 며칠 후 선배는 내게 "이런 신세계" 가 존재하는 줄 몰랐다며 극찬을 해왔다. SM, 스와핑, 3S등등 선배의 일상과는 확연히 다른, 그 일탈적 성향들이 선배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지 아니면 선배의 입맛에 맞았던 건지는 모르겠다. 선배는 그저 "즐기겠다"는 명분하에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이 해야할, 하고 싶어하는 것들로 치부해버린 듯 싶었다. 더구나 말로만 듣던, 야사나 포르노에서만 접했던 성적 판타지 같은 것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인지하게 되니 "가능한 현실" 이라는 심리적인 가까움이 선배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던 듯 싶었다.

"솔직히 말해봐. 너 스와핑이나 3S도 해봤지?"
"안해봤어"
"야..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솔직히 말해봐. 내가 어디 물어볼 데가 없다"
"그냥 거기 둘러보면 대충 알게 돼"
"댓글도 남기고 쪽지도 보내봤는데 연락이 없다. 같이 할 여자도 없고"
"................."

선배는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일탈(?)을 도와달라 요구했고 난 완곡하게 거절을 하곤 했었다. 아마 그렇게 몇달이 지난듯 싶었다. 난 선배의 끈질긴 요구에 넘어가 가방 좀 사주면 만나겠다는, 20대 초반의 여자애를 소개해주었다. 오래 전 과외를 했던 아해의 친구였는데.. 그 과외를 했던 아해가 대학에 들어간 후 성적인 얘기를, 고민상담이라는 명분하에 거리낌없이 던지곤 했었다. 처음엔 따끔히 꾸짖는 올바른 선생;; 모드였으나 당돌한 그 아해의 기에 눌린 탓인지, 미성년을 벗어났다는 형식적인 심리때문이었는지.. 점차 얘기를 들어주었고 나중엔 정말 못하는 소리가 없을 정도로 별 얘기를 다 하곤 했었다. 그러다보니 그 아해의 친구까지 소개를 해주게 된 것이었다. 그 아해와 난, 어떤 육체적인 관계는 없었다. 딱 한번 기회는 있었지만.. 이미 박혀버린 학생과 선생의 심리적인 괴리감 탓에 옷을 벗은 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했었고.. 어설프게 스킨십을 하다가 결국 멋적게 웃은 후 옷을 입어버렸다. 그 후로는 서로의 섹스 가능성을 0으로 설정해버렸다. 여튼 그렇게 한다리를 건너서 소개를 해줬는데 어느날 내게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샘.. 샘 선배 왜 그래요? 미쳤어요?"
"왜..?"
"아니 다른 남자 초대해서 2:1을 하자 그랬대"
"헐...."
"스와핑도 하자고 했대, 그리고 완전 걸레 취급을 했다는데?"

쿨한 여자애다. 라는 정도로 소개해줬고 SM이나 3S같은 걸 하는 애는 아니니 그냥 쿨하게 즐겨라. 일단 형은 이런 엔조이부터 천천히 시작하자. 라는 말로 소개를 해줬던 건데 그게 화근이었다. 몇번의 만남이 있은 후 선배는 무턱대고 자신의 판타지를 질러버렸고 그 여자애는 당황을 해버린 것이었다. 결국 선배는 직접 사과 전화를 했고 나 역시 사과를 해야만 했다. 그 때에 선배에게 털어놓기로 생각을 했다. 기초없이 까지면 대책없이 망가지기 쉬우니.. 제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난 스와핑의 경험이 있다고 선배에게 털어놓았다.

"이 새끼.. 너 그럴줄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와 진짜 이 새끼.. 넌 진짜 멋진놈이야 씨발 와..."
"말하지말라고.."
"알았어. 근데 어땠냐? 누구랑 한거야? 여자친구랑? 누구?"

내가 했던 스와핑과 3섬은 대략 열번이 넘어가질 않는다. 3섬도 내가 초대받아서 가본 적은 없다. 처음 시작은, 엔조이로 만나던 아해와 가볍게 스와핑에 대해서 얘길하다가 "한번 해볼래?" 라고 물었는데 그 애의 대답은 오히려 나를 당황시켜버렸다. 너무도 흔쾌히, 몇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보고 싶다" 라고 답변을 한 것이다. 아무리 엔조이라지만 나름 서로 가벼운 호감 이상의 마음도 있었고.. 한때나마 그녀가 내게 고백을 했던 적도 있는데 그런 반응을 보자니 살풋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여튼 그렇게 스와핑과 3섬을 하게 되었고.. 어떤 커플들을 만나 어떻게 했는지 하나씩 선배에게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선배가 관심을 가진 포인트는 "내 여자가 다른 남자의 좆에 허덕이는 것을 보는 기분이 어땠느냐" 였다. 같이 했던 그녀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완연한 연인사이도 아니었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했기에.. 내가 보는 기분이 정말 사랑하는 연인과 부부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난 결혼 후의 스와핑이나 3섬에 대해서 솔직히 생각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선배에겐 살짝 비틀어 말했지만 사실 난,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자신이 없다. 일상의 테두리, 그 테두리 바깥으로 나아감에 있어 그것이 과연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자신이 없고 그런 랜덤한 상황을 만드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기도 했으니까.. 그렇다고 절대 안할 것이다. 라는 생각은 없는 걸 보면.. 아마 아내가 어떻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했던 스와핑, 3섬은 기실 호기심 차원이 강했고, 몇번의 경험 후에.. 이러다가는 정말 흥미를 붙일 것 같아.. 지레 선을 그어버린 입장이었다. 일탈의 적정선을 스스로 조정했던 것이다. 선배의 끈질긴 질문 끝에 난, 결혼 후에 애도 낳고 권태기가 오면 한번쯤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일탈들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선배는 완연히 믿지는 않는 눈치였다. 선배는 묘한 웃음을 섞은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나도 꼭 해봐야겠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진짜 아니겠냐?"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나보네"
"야~ 우리 각각 결혼하고 내가 하자고 하면 할 생각있냐?"
"미쳤구만. 설사 한다고 해도 난 주변 사람이랑은 안해"
"그럼 내 와이프를 너보고 먹으라면 먹을 거냐..?"

그 때의 기억은 또렷하다. 저 헛소리에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선배의 불타는, 일탈의 욕망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고.. 그 생각이 채 나열이 되기 전에 전화벨이 울렸었다. 그 날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나 놀라운 일들은 그 출발점을 복기해 보기 마련이다. 어디메쯤부터 시작된 매듭인가. 어디서 어떻게 되었길래 이렇게 되었던 것일까.. 라는 것. 밑바닥까지 간다면야 내가 꺼낸 SM얘기, 혹은 플라토닉을 포기한 선배의 마인드겠지만.. 밑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마 그 때, 선배의 그 말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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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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