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2장 백의의 천사
밖으로 나오니 이미 거리는 어두워져 있었다.
가랑비가 내렸던 탓이라 거리는 아직 물기가 촉촉 젖어있었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평상시 같음 그냥 걸어갔을테지만 지금은 좀 시간이 촉박해서 마을버스를 탔다.
퇴근시간대라 그런지 마을버스 안에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차 있었다.
북적북적 거리는 차 안에서 서로 몸이 부대끼는 것처럼 짜증스러운 것은 없었다.
아리다운 여자들이 가득한 차 안에서 서로 부비부비 하고 있다면야 좀 생각해보겠지만 야리꾸리한 향기가 나는 아저씨들과 아줌마, 암내인지 시궁창 는 냄새인지 구별이 안되는 것을 풀풀 날리는 생물학병기가 옆에라도 있는 날이면 영혼이 안드로메다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가서 영영 집에 돌아오지 않을거 같은 불안함에 이성이 봉인의 끈을 풀고 분노와 폭력의 본능을 바로 소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름 깨끗이 씻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왔는데 진창을 헤매던 신발들과 옷가지들이 비벼대고 있으니 짜증에 더블업찬스를 준 거와 마찬가지였다.
안좋은 일은 서로 어깨동무 하고 온다고 했었던가.
막판에 밀려오는 인파 속에 떠내려온 한 여자가 최종 결정타를 날리고 있었다.
나름 젊은 나이였던 것 같은데 화장이 어찌나 짙은지 덕지덕지 무슨 가면 쓴듯 하얗게 뜬 얼굴에 향수인지 스킨인지 독한 화장품 냄새를 풍겨대고 있는데 이건 스컹크의 역습도 아니고 머리가 깨어질 듯한 두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싸구려 화장품이 이리저리 섞여서 암내 못지 않는 생화학무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전철역까지 몇분 안되는 거리지만 지옥문 앞에서 켈베로스를 만나 앞으로 들어갈래말래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 야 넌 아직 들어갈때가 아닌가 보다. 좀더 있다가 다시와라. "
걸걸한 켈베로스의 말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전철역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내리고 나니 밤거리의 찬공기로 정신을 좀 추스릴수 있었다.
구겨진 셔츠를 툭툭 털어 좀 정돈해서 소개팅가는 몰골로 복구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 아놔. 왠지 기분 꿀꿀하다. 소개팅이 그지같을려나 보다. 그냥 돌아갈까. "
하지만 저번 글에도 말했지만 마초남을 동경하는 대웅이 녀석이 삐지는 것을 감당할 자신도 없고 나름 멀리서 서울까지 왔다고 들었는데 소개팅에 나온 여자에게 바람을 맞추는 것도 예의는 아니인지라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계를 얼핏 보니 약속시간까지 한 8분정도 남아있었다.
길건너편에서 약속장소가 보이는 거리까지 오자 건너편에 대웅이 녀석이 보이고 있었다.
그 옆에 한 여자가 있었는데
오호~!!!
기대가 작아서 그랬는지 생각 외로 꽤 괜찮은 여자가 서있는거 아닌가.
비록 먼거리 였지만 꽤 괜찮은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학생처럼 수수하게 차려입긴 했지만 나시티에 흰색셔츠를 가디건처럼 흘려입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자태가 나름 꽤 예쁜 모습이었다.
먼거리라 얼굴은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은 모습이 꽤 날씬해보이고 특히나 각선미가 환상이었다.
육교를 건너 천천히 가면서 살펴보니 화장도 그리 진하지 않는 것이 투명메이컵이라고 해야할까 내츄럴 메이컵이라고 해야할까 자연스런 화장에 다만 립스틱만을 조금 짙은 붉은색으로 했는데 수수한 얼굴에 섹시함을 강조한 듯한 인상이었다.
(사실 그녀의 이미지가 좋아서 붉은 릭스틱이 이쁘게 보였을지 모르겠다.)
마을버스에서의 불쾌한 시간은 멀리멀리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운채 다가가니 대웅이 녀석이 그녀와 신나게 얘기하고 있다가 나를 알아보고 번쩍 손을 들어 흔들었다.
" 형~!!!!! 여기~! 여기~!"
난 조금 발걸음을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 대웅아, 일찍 와있었나 보구나. "
대웅이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형님 오시기 전에 좀 교육도 해둘겸 먼저 만났지. 형, 얘가 희연이. 야 머하냐~ 형님한테 인사드려라."
녀석이 터프하게 그녀에게 말을 건내며 툭하고 어깨를 쳤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수줍게 미소지으며 고개만 까닥거렸다.
나도 서둘러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 아....... 안녕하세요. 저는 정우라고 합니다. 박 정 우. 비도 왔는데 오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그녀는 수줍게 미소지으며 다시 고개를 꾸벅이며 작게 말했다.
" 아니에요. 전 이희연이에요. "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목소리도 꽤 고운 편이었다.
미소지으며 자꾸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것이 머랄까 수줍움을 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더 예쁘게만 보이는 것이 한눈에도 호감도 100% 상승되는 첫인상이었다.
대웅이녀석이 서로 인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말을 치고 들어왔다.
"자자~!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여기 해물 칼국수 잘하는 집 아는데 거기서 간단히 밥먹으러 갑시다. "
난 슬쩍 녀석에게 물었다.
" 야. 희연씨 의견도 안물어보고 맘대로 가냐."
녀석은 턱에 힘을 주며 희연을 향해 물었다.
" 희연아. 칼국수 별로냐? 해물넣고 끓인건데 꽤 맛있다. 칼국수 별로면 다른데 가고. "
흐. 그런 말투로 물으면 누구도 다른데 가자고 말하지 못하겠다.
대웅이 녀석의 모습을 보면 속으로 피식 웃고 있었다.
자신이 정한 가게로 당연히 가는 것으로 아는 녀석에게 슬쩍 태클을 건 것은 희연이라는 여자에게 그래도 나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여자에게 당연히 배려하고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플러스 점수를 따고자 하는 얕은 수였지만 의외로 효과는 좋았다.
아니나다를까 희연은 여전히 수줍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 괜찮아. 나도 칼국수 좋아해. "
희연은 시선을 대웅이에게 맞추며 말하고 있었다.
아직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거 봐선 처음 인사할때 마주친거 말곤 아직 많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사실 전혀 모르는 남녀가 바로 얼굴 마주치고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하고 친해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단계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대웅이 녀석은 나를 보며 큰소리를 말했다.
" 형. 희연이도 좋다고 하잖아. 자~ 갑시다. 고고~! "
그리고는 바로 뒤돌아서 씩씩하게 걸어갔다.
난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며 희연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도 의외로 나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고 있었는거 아닌가.
난 한손을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하듯 대웅이가 간 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쿡쿡 작은 소리내며 웃으며 대웅이 뒤를 따라 걸어갔다.
빠른 걸음 걸이로 대웅이 뒤로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천천히 쫓아갔다.
그녀의 뒤를 좇아가며 은은히 보이는 뒷태를 감상했다.
청바지 차림의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름 몸매가 잘 들어나기도 하고 또 히프에서 허벅지 종아리로 이어지는 뒷태가 잘 표현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걸친 흰색 셔츠는 은은히 안이 비쳐지는 스타일의 옷이라 뒷라인을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제법 잘록한 허리라인에서 도톰하게 솟아있는 히프라인과 탄탄해보이는 허벅지와 가느다란 종아리까지 곡선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마치 예술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다.
힐을 신지 않고 단화를 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았던 것처럼 각선미가 정말 볼만 했다.
적당히 솟아 있는 히프라인도 제법 탄탄한 게 잘 익은 복숭아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하~~ 감탄하며 쫓아가다보니 대웅이 녀석이 도로가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뒤이어 희연이도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모습이 사라지자 서둘러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어느새 둘은 각각의 탁자 한편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대웅이 녀석은 호탕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 형~ 멀 그리 우물쭈물 거려요. 빨리 빨리 쫓아와야지요~! "
녀석은 오늘따라 상당히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호탕한 웃음소리 하며 걸걸거리는 목소리로 평상시보다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녀석의 목소리가 평상시에 작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 이모~!!! 이모~~!!! 여기 해물칼국수 3인분 주세요. 그리고 간단히 소주 한병이요~ "
녀석은 맘대로 주문하고는 혼자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녀석의 말을 정리하자면 희연이와 자기는 같은 고향 친구인데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고 희연이는 예전붙 고지식한 스타일로 공부만 하던 아이라서 여러번 충고도 하고 놀 줄도 알아야 된다고 말도 하고 했었던 애라는 거였다.
"근데 말야~ 형! 녀석이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은근히 고집불통이야. 흐흐. 아무리 얘기를 해도 공부만 죽어라 하는 거지. 녀석 세상 재밌게 살 줄을 몰라. 완전 범생이야. 범생. "
희연은 녀석이 예전의 자신의 얘기를 하자 볼이 살짝 발그스레 붉어져 있었다.
범생타령에 살짝 입을 삐쭉 거리며 한마디 말했다.
" 내가 무슨 범생이야. 그럼 너하고 이렇게 친구하고 있겠니? "
억지로 허세를 부리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대웅이녀석은 크하하 웃으며 말했다.
" 그래그래. 내가 범생이인 너한테 유일한 오점이긴 하다. 크하하하. "
그러더니 희연이를 보며 대웅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데 여기 서울와서 완전 너하고 판박이를 봤다 이거지. 여기 형님이 완전 너하고 똑같은 거야. 책 좋아하지 은근히 혼자 있는거 좋아하지 고지식한 것까지 첨보았을 때부터 너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내 딱 알아봤지. 어떠냐? 이 형~? 괜찮지 않냐? "
이녀석 대체 날 어떻게 본거야?
내가 책을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약간 꺼려하고 있는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만나는 일에 지쳐있었고 대학시절이후 군대생활을 계기로 예전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날 만들고 있었기에 사람과의 만남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지식이라......
도대체 녀석이 멀 보고 고지식하다고 본 건지 알 수는 없었다.
희연은 여전히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을뿐 대답은 하지 않고 있었다.
웃고 있는 눈매를 보니 싫어하는 듯한 표정은 아니었다.
대웅이녀석은 혼지 실실 거리며 소주잔을 채우고 한잔 들이켰다.
" 야~~ 잘해봐. 이 형님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괜찮은 남자다. 니가 언제나 말하던 그런 스타일이니까 한번 잘해봐라. 알았냐~! "
어느덧 해물칼국수가 항아리에 담겨서 나왔다.
꽤 많은 양이었다.
대웅이 녀석은 척척 뚝배기그릇에 국자로 담아서 나한테 먼저 주고 희연이에게 담아주고 있었다.
국물이 담백하니 먹을 만 했다.
" 어때? 형? 괜찮지? 괜찮지? "
녀석은 맛보는 나를 보고 외쳤다.
사실 이정도면 꽤 수준급이었다.
나도 순순히 답해줬다.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 꽤 맛있는데? 기대 안했는데 꽤 맛있다. 야. "
대웅이는 바로 희연이에게 고개 돌리고 물었다.
" 어때? 괜찮지? 내 말했잖아. 여기 괜찮은 곳이라니까? "
희연도 소리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녀석은 신나서 자신의 칼국수를 푸며 말했다.
" 자자~~~ 식기전에 먹읍시다. 뜨거울때 먹어야 진짜 맛있게 먹을수 있다고, 이집 칼국수~! "
녀석은 후루룩후루룩 소리내며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고 나와 희연이도 자신의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항아리 가득 나온 칼국수를 다 먹고는 2차로 호프집을 향했다.
그 집은 내가 단골로 가던 곳으로 맥주도 맥주지만 정말 안주가 맛있는 집이였다.
닭이 훈제로 나오는데 기름기 쪽 빠져서 나오는데 그렇다고 퍽퍽한 고기가 아닌 단백한 맛이었다.
골뱅이나 다른 안주들도 정말 일품요리 못지 않게 맛있는 집이라 집근처에서 누구 만날 일이 있으면 오는 곳이기도 했다.
아까 칼국수집에서 소주는 별로 마시지 않던 희연이도 여기서 얼음잔에 나오는 생맥주는 선선히 마시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선 나도 예전 스킬이 다시 풀리는지 이런저런 화두를 끄집어 내며 말하는데 좀 썰이 풀리는 날이었다.
주로 대화는 대웅이와 내가 주도 하고 간간히 희연이에게 묻거나 하는 식이었다.
희연은 그리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였지만 곧잘 웃으며 아까보다 더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생맥주를 많이 마신 탓인지 희연의 볼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약간 어두운 호프집의 조명 속에서 섹시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2시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대웅이 녀석은 상당히 만취가 되어 있었음에도 먼저 시간을 보더니 자자~ 집에 갑시다~ 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시계를 보니 꽤 늦은 시간이라 희연이도 가야할 듯한 시간이기도 해서 같이 일어섰다.
계산하고 나오니 대웅이 녀석이 희연이에게 머라머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희연이는 양손을 모으고 핸드백을 앞으로 한채 미소지으며 녀석의 주정(?)을 들어주고 있었다.
대웅이는 내가 나오는 것을 보자 희연이 어깨를 탁탁 토닥이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녀석이 입을 열자 술냄새가 진동했다.
" 형~! 희연이 데려다 줘요. 선배네 집에서 자거라는데 형이 슬쩍 데려다 주고 와요. "
녀석 니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다.
서울지리도 모르는 여자를 혼자 가라고 할 순 없지 않냐.
근데 녀석이 슬쩍 내쪽으로 기대면서 이러는 거 아닌가.
" 사실 내가 찍어뒀던 녀석인데 형한테 맡기는 거요. 진짜 괜찮은 애니까 잘 해봐요. 진짜 괜찮은 애라니까. 딸국. "
그러더니 휘휘 내 옆을 지나 걸어가면서 뒤돌아 외쳤다.
" 자자~~ 난 가요. 희연아 나 간다. 담에 보자~~~~! "
순간 희연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뒤돌아 서서 외쳤다.
" 야~! 같이 가야지. 희연씨는 어떻하고? "
"아~~ 형이 데려다줘요~!!! 희연아. 형님이 데려다 줄거다~ 나 먼저 가요~~~ "
말이 마치자마자 뒤돌아서서 휘청휘청 멀어져 가버렸다.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녀석이 사라지고 나와 희연이만 남아버렸다.
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희연이에게 다가갔다.
" 혼자 가버렸네요. 원래 숙소는 지방으로 아는데 오늘 어떻게 하시겠어요? 차도 다 끊겼을거 같은데 가는 차편이 있어요?"
솔직히 잘 꼬셔서 모텔로 데려가 자빠드린다 머 이런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이땐 그냥 오랜만에 이런 시간이 즐거웠고 그이상은 바라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 아니에요. 오늘 서울에 있는 선배언니네에서 잘 생각이었거든요. 선배도 가기전에 연락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이제 가면 되요. "
술기운이 은근히 올라와 있음에도 의외로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가 왜그리 귀여운지.
" 그래요? 선배네가 어디에요? 데려다 드릴께요. "
희연은 아니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아니에요. 택시타고 가면 되요. 어디인지 문자로 주소 받았어요. 혼자 갈 수 있어요. "
난 웃으며 말했다.
" 같이 가요 그럼. 혼자 택시 태워서 보내면 내마음도 편하지 않아요. 그리고 택시타고 돌아오면 되죠. "
희연은 아무말하지 않고 서있었다.
난 다시 한번 말했다.
" 정말 괜찮아요.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요. 선배언니가 살고 있는 곳이 무슨 동이에요? "
그녀는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보여줬다.
흐음 상당히 먼 곳이었다.
아마 그곳이 여기서 어느정도 떨어진 곳인지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
" 여기 좀 멀어요. 혼자서 가긴 무리겠네요. 자. 이쪽으로 가요. "
난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서 안내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같이 걷기 시작했다.
시외 장거리 뛰려고 대기하는 택시들은 많았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차들은 좀 잡기 힘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손들고 뻘짓해가며 택시를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같이 택시 뒷좌석에 타고 그녀가 준 주소지로 향했다.
대웅이 녀석 없이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었지만 왠지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도 처음 낯가리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꽤 잘도 대화를 받아주고 있었다.
" 오늘 대웅이녀석때문에 꽤 당황했죠? "
" 아니에요. 후후. 원래 옛날부터 저랬는데요."
" 옛날부터 저랬다고요? "
그녀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 네. 혼자 어깨에 힘주고 교실에서 애들 꽉 잡고는 호통치곤 했어요. 저한테도 이래라저래라 꼭 아버지 같았는 걸요. "
아버지라.
대웅이 녀석아..... 넌 마음에 찍어둔 아이한테 아버지처럼 행동한거냐? 엉?
ㅡ_ㅡ;;;;;;
" 간호사라고 했죠? 힘들겠네요.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네. 사실 처음 혼자 이병원에 올라오고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일년 좀 넘어서 적응했지만 정말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었거든요. "
사실 간호사 생활이 어떤지는 몰랐다.
근데 순순히 이렇게 얘기하는 그녀를 보니 왠지 모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집에서 나와 혼자서 일하며 사회를 경험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기게 더 그랬다.
그리고 그녀의 가녀린 모습으로 봐선 아마 병원에서의 생활을 견디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거 같았다.
도란도란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선배가 산다는 동네에 도착했다.
거의 30분이상 되는 거리인데 순식간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도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골목 길이 좀 어두워서 위태위태 했다.
옆에서 같이 걷는데 슬쩍 희연의 얼굴을 쳐다보니 약간 겁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골목을 돌자 갑자기 취객이 튀어나왔다.
"어맛~!"
희연은 갑작스런 취객의 출연으로 놀란듯 내 뒤로 숨으며 옷자락을 움켜줬다.
갑작스런 희연의 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은근히 내 옷깃을 잡고 있는 그녀의 행동이 고마웠다.
나름 나를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이 남자로써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취객은 골목입구에서 기대서 골골거리고 있었다.
내 뒤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희연을 보다가 난 대뜸 그녀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순간 손을 잡힌 희연은 손을 뿌리치지도 못한체 내가 이끄는대로 걸어서 취객 앞을 통과해 걸었다.
한참을 걸어서 골목을 돌아서서 취객이 있는 길을 벗어났다.
잡고 있는 희연의 손은 길고 가는 손가락이 찬 밤공기 탓인지 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손과 손이 맞닿고 있는 손바닥은 좀 달았다.
희연의 손안이 촉촉하게 느껴지는 것을 봐선 땀을 흘리고 있는 듯 했다.
긴장하고 있나?
어느덧 빌라들이 보이는 골목에 도착하자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있던 희연이 입을 열었다.
" 저기 보이는 곳이 선배네 집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 "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쿵쿵 뛰게 했다.
참 묘한 단어 아닌가.
남자의 마음을 이렇게 한번에 들뜨게 만들다니.
난 그녀를 바라보며 돌아섰다.
희연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많이 늦었죠? 집에 가면 넘 늦겠다. 오빠 피곤해서 어떻해요? "
거의 가슴팍 가까이 있는 그녀의 숨소리가 귀에 드리는듯 했다.
눈아래 가르마가 보이는 그녀의 단발머리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있었다.
" 괜찮아요. 가도 한참은 잘 시간이에요. 희연씨야 말로 피곤하겠네요. 근무끝나고 바로 서울 올라왔다고 하던데. "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 아니에요. 너무 즐거운걸요.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그리고...... "
무언가 말하려는 그녀가 말을 멈추자 난 그녀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내 시선을 받자 지지않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오빠...... 말 놓으세요. 말 놓으셔도 되요. "
말 놓으라는 것이 머 그렇게 어려운 말이라고.
난 살짝 실망스런 마음이 들었지만 웃으며 말했다.
" 다음에요. 한번 내려가면 올라오지 않아요. "
그녀는 진지하게 말을 받았다.
" 괜찮아요. 오빠인데요. 머. "
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 알았어요. 하지만 첫날부터 바로 말 놓고 싶진 않네요. 담에 만나면 말 놓을께요. "
희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담에 보면..... 담에 또 만나실 건가요? 저랑? "
" 그럼요. 희연씨는 싫어요? 담에 나하고 안만날 생각이었어요? "
희연은 내 질문에 얼굴이 빨개지면 내가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 아.... 아뇨. 나도 만나고 싶었어요. "
그녀의 대답을 듣자 아랫쪽에서 뜨거운게 솟아올라왔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 욕망의 불꽃.
난 그녀의 고개를 들고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덮었다.
갑작스런 나의 공격(?)에 당황하는 듯한 그녀도 바로 나를 껴안으며 뜨겁게 맞아주었다.
한동안 그녀의 입술을 빨아대다가 꽤 탄력있는 그녀의 입술을 지나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자 그녀도 입을 벌리며 나의 혀를 받았다.
설왕설래.
혀와 혀가 서로 꼬이며 엮이는 동안 난 그녀의 등을 양손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얇은 나시티 아래 브래지어끈이 만져지고 그아래 탄탄하고 섬세한 등이 느껴졌다.
매끈한 등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빵빵한 히프가 만져졌다.
청바지 안에 가득 채워진 탄력 넘치는 히프가 손 안 가득 느껴졌다.
히프를 당겨 내몸 쪽으로 힘껏 당기자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내게 밀착되며 비비적 거렸다.
나도 아래가 불끈 힘이 들어가서 딴딴해져 있었다.
딴딴해진 그곳은 당연히 불쑥 솟아나서 그녀의 치골을 비벼대고 있었고 손은 손대로 등과 히프를 넘나들며 힘껏 더듬고 있었다.
혀와 혀의 교류가 어느덧 끝나고 서로 얼굴이 떨어졌다.
그녀의 표정은 약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있었는데 완전 힘이 빠져서 내가 손을 놓으면 바닥으로 허수아비처럼 쓰러질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불붙은 욕망이 터질듯 꺼덕거리는 내 분신을 느끼며 품 안에 안겨있는 그녀를 으스러지게 안고 싶은 욕망에 나도 이성의 끈을 놓기 직전이었다.
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 우리 모텔로 갈래요? "
사실 이건 좀 무리수였다.
아무리 느낌이 좋다고 해도 모텔이 가자고 해서 순순히 가는 여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오히려 나에 대한 이미지만 깍아먹을 짓이었지만 그땐 한번 질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활활 타는 키스 뒤라 이성이 완전 자리를 비운 탓도 있었다.
그녀는 살짝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매를 보니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정말 심각하게 망설이는 시선으로 그 안에서 그녀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 아..... 안돼요........ 선배언니가 나 오는거 아는 걸요....... 그리고 오빠 만난 것도 알기때문에....... 안가면 아마........ "
곤란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손을 놨던 이성이라는 놈이 다시 돌아왔다.
내심 피식 웃음도 났다.
순수한 그녀를 말로 고여서 데리고 가려면 못 데려갈 것도 없겠지만 왠지 딱 여기까지에서 멈추는 것이 더 즐거울 듯 싶었다.
" 희연씨 알았어요. 어여 들어가요. 선배언니도 많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너무 시간이 늦었다고 뭐라고 안하는건지 모르겠네요. "
그녀는 내 말에 미안해 하며 말을 이었다.
" 아니에요. 저 늦게 갈거라고 이미 알고 있는 걸요. 저한테 정말 잘해주는 선배에요. "
난 미소지으며 그녀의 얼굴로 천천히 내 얼굴을 내밀었다.
희연은 내얼굴이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가볍게 내입술을 대고는 쪽하고 그녀의 윗입술을 빨고는 떨어졌다.
내가 떨어지는 듯 하자 그녀도 눈을 떴다.
" 오늘 너무 좋았어요. 어여 들어가요. "
그녀는 약간 취한듯한 눈을 말했다.
" 저도요. 오빠. "
난 내 휴대폰 번호를 적어서 주며 말했다.
" 희연씨 들어가면 문자 하나 보내줘요. "
" 네. "
난 그녀의 손을 놓으며 어여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녀는 멈짓멈짓 하더니 이윽고 손을 흔들며 빌라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여러번 뒤돌아보던 그녀가 마침내 건물 뒤로 사라지자 난 천천히 도로가로 걸어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빠, 가시는 중이에요? 저 이제 자려고 누웠어요."
" 가는중이에요. 오늘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아마 집에 가도 못잘거 같아요. "
좀 시간이 지나고 문자가 다시 왔다.
" 저도요. 오빠. 오빠를 만나서 좋았어요. "
" 희연씨 또 만날래요? 우리? "
" 시간되는대로 연락할께요. 오빠. "
" 알았어요. 어여 자요. 좋은 꿈 꿔요. "
" 네. 오빠도요. "
문자를 보내는 동안 어느새 택시는 집근처에 도착해있었다.
도착했다고 문자 보낼까 생각하다가 시간도 많이 늦은 새벽에 문자를 보내는 것은 아닌거 같아 그만뒀다.
들어가 찬물로 샤워하며 비눗칠을 하고 있는데 사타구니에서 불뚝 튀어나온 녀석이 비눗칠하며 거품을 내주는 동안 풀지못한 욕망의 불꽃이 아직도 남았는지 오랜만에 부활한 때문인지 부릉부릉 시동이 걸리고 있었다.
" 미안하다.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쫄쫄 굶다가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으로 과식하면 탈난다. "
난 툭 녀석을 한대 때려주고 찬물을 쏟아부었다.
자리에 누웠지만 희연이의 얼굴과 아까의 기억들이 떠올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는 동안 창문이 밝아오고 있었다.
- 꽃잎 첫번째 여자인 희연의 이야기 입니다.
좀 만족스런 장면이 없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첫만남에서 가졌던 그 느낌, 두근거렸던 마음을 담아보고자 좀 길게 써보았네요.
님들은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 예전에도 그랬지만 제 글이 그리 재미있지는 못한듯 싶습니다.
자기 만족을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반응이 없는 글을 쓰는건 재미없는 일이긴 하네요.
그래도 읽고 추천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은 귀찮더라도 추천이나 리플 달아주세요 ^^
리플 남겨주신
originosm님
옆집옵빠님
kano123님
롱여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kano123님 말씀하신 부분도 언젠가 쓸 글에서 묘사는 될 거에요.
체취가 넘 심한건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면 별에 별 장면이 만들어지니깐요.
언젠가 쓸 글에서 묘사될테니 기다려주세요 ^^
- 소라가 어제부터 트래픽에 시달리네요.
페이지가 열리다 말다 하는거 보니 흐음 무슨 일 있나요???
가을이라 외로운 분들이 몰려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모두 즐섹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2장 백의의 천사
밖으로 나오니 이미 거리는 어두워져 있었다.
가랑비가 내렸던 탓이라 거리는 아직 물기가 촉촉 젖어있었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평상시 같음 그냥 걸어갔을테지만 지금은 좀 시간이 촉박해서 마을버스를 탔다.
퇴근시간대라 그런지 마을버스 안에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차 있었다.
북적북적 거리는 차 안에서 서로 몸이 부대끼는 것처럼 짜증스러운 것은 없었다.
아리다운 여자들이 가득한 차 안에서 서로 부비부비 하고 있다면야 좀 생각해보겠지만 야리꾸리한 향기가 나는 아저씨들과 아줌마, 암내인지 시궁창 는 냄새인지 구별이 안되는 것을 풀풀 날리는 생물학병기가 옆에라도 있는 날이면 영혼이 안드로메다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가서 영영 집에 돌아오지 않을거 같은 불안함에 이성이 봉인의 끈을 풀고 분노와 폭력의 본능을 바로 소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름 깨끗이 씻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왔는데 진창을 헤매던 신발들과 옷가지들이 비벼대고 있으니 짜증에 더블업찬스를 준 거와 마찬가지였다.
안좋은 일은 서로 어깨동무 하고 온다고 했었던가.
막판에 밀려오는 인파 속에 떠내려온 한 여자가 최종 결정타를 날리고 있었다.
나름 젊은 나이였던 것 같은데 화장이 어찌나 짙은지 덕지덕지 무슨 가면 쓴듯 하얗게 뜬 얼굴에 향수인지 스킨인지 독한 화장품 냄새를 풍겨대고 있는데 이건 스컹크의 역습도 아니고 머리가 깨어질 듯한 두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싸구려 화장품이 이리저리 섞여서 암내 못지 않는 생화학무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전철역까지 몇분 안되는 거리지만 지옥문 앞에서 켈베로스를 만나 앞으로 들어갈래말래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 야 넌 아직 들어갈때가 아닌가 보다. 좀더 있다가 다시와라. "
걸걸한 켈베로스의 말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전철역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내리고 나니 밤거리의 찬공기로 정신을 좀 추스릴수 있었다.
구겨진 셔츠를 툭툭 털어 좀 정돈해서 소개팅가는 몰골로 복구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 아놔. 왠지 기분 꿀꿀하다. 소개팅이 그지같을려나 보다. 그냥 돌아갈까. "
하지만 저번 글에도 말했지만 마초남을 동경하는 대웅이 녀석이 삐지는 것을 감당할 자신도 없고 나름 멀리서 서울까지 왔다고 들었는데 소개팅에 나온 여자에게 바람을 맞추는 것도 예의는 아니인지라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계를 얼핏 보니 약속시간까지 한 8분정도 남아있었다.
길건너편에서 약속장소가 보이는 거리까지 오자 건너편에 대웅이 녀석이 보이고 있었다.
그 옆에 한 여자가 있었는데
오호~!!!
기대가 작아서 그랬는지 생각 외로 꽤 괜찮은 여자가 서있는거 아닌가.
비록 먼거리 였지만 꽤 괜찮은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학생처럼 수수하게 차려입긴 했지만 나시티에 흰색셔츠를 가디건처럼 흘려입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자태가 나름 꽤 예쁜 모습이었다.
먼거리라 얼굴은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은 모습이 꽤 날씬해보이고 특히나 각선미가 환상이었다.
육교를 건너 천천히 가면서 살펴보니 화장도 그리 진하지 않는 것이 투명메이컵이라고 해야할까 내츄럴 메이컵이라고 해야할까 자연스런 화장에 다만 립스틱만을 조금 짙은 붉은색으로 했는데 수수한 얼굴에 섹시함을 강조한 듯한 인상이었다.
(사실 그녀의 이미지가 좋아서 붉은 릭스틱이 이쁘게 보였을지 모르겠다.)
마을버스에서의 불쾌한 시간은 멀리멀리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운채 다가가니 대웅이 녀석이 그녀와 신나게 얘기하고 있다가 나를 알아보고 번쩍 손을 들어 흔들었다.
" 형~!!!!! 여기~! 여기~!"
난 조금 발걸음을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 대웅아, 일찍 와있었나 보구나. "
대웅이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형님 오시기 전에 좀 교육도 해둘겸 먼저 만났지. 형, 얘가 희연이. 야 머하냐~ 형님한테 인사드려라."
녀석이 터프하게 그녀에게 말을 건내며 툭하고 어깨를 쳤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수줍게 미소지으며 고개만 까닥거렸다.
나도 서둘러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 아....... 안녕하세요. 저는 정우라고 합니다. 박 정 우. 비도 왔는데 오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그녀는 수줍게 미소지으며 다시 고개를 꾸벅이며 작게 말했다.
" 아니에요. 전 이희연이에요. "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목소리도 꽤 고운 편이었다.
미소지으며 자꾸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것이 머랄까 수줍움을 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더 예쁘게만 보이는 것이 한눈에도 호감도 100% 상승되는 첫인상이었다.
대웅이녀석이 서로 인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말을 치고 들어왔다.
"자자~!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여기 해물 칼국수 잘하는 집 아는데 거기서 간단히 밥먹으러 갑시다. "
난 슬쩍 녀석에게 물었다.
" 야. 희연씨 의견도 안물어보고 맘대로 가냐."
녀석은 턱에 힘을 주며 희연을 향해 물었다.
" 희연아. 칼국수 별로냐? 해물넣고 끓인건데 꽤 맛있다. 칼국수 별로면 다른데 가고. "
흐. 그런 말투로 물으면 누구도 다른데 가자고 말하지 못하겠다.
대웅이 녀석의 모습을 보면 속으로 피식 웃고 있었다.
자신이 정한 가게로 당연히 가는 것으로 아는 녀석에게 슬쩍 태클을 건 것은 희연이라는 여자에게 그래도 나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여자에게 당연히 배려하고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플러스 점수를 따고자 하는 얕은 수였지만 의외로 효과는 좋았다.
아니나다를까 희연은 여전히 수줍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 괜찮아. 나도 칼국수 좋아해. "
희연은 시선을 대웅이에게 맞추며 말하고 있었다.
아직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거 봐선 처음 인사할때 마주친거 말곤 아직 많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사실 전혀 모르는 남녀가 바로 얼굴 마주치고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하고 친해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단계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대웅이 녀석은 나를 보며 큰소리를 말했다.
" 형. 희연이도 좋다고 하잖아. 자~ 갑시다. 고고~! "
그리고는 바로 뒤돌아서 씩씩하게 걸어갔다.
난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며 희연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도 의외로 나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고 있었는거 아닌가.
난 한손을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하듯 대웅이가 간 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쿡쿡 작은 소리내며 웃으며 대웅이 뒤를 따라 걸어갔다.
빠른 걸음 걸이로 대웅이 뒤로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천천히 쫓아갔다.
그녀의 뒤를 좇아가며 은은히 보이는 뒷태를 감상했다.
청바지 차림의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름 몸매가 잘 들어나기도 하고 또 히프에서 허벅지 종아리로 이어지는 뒷태가 잘 표현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걸친 흰색 셔츠는 은은히 안이 비쳐지는 스타일의 옷이라 뒷라인을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제법 잘록한 허리라인에서 도톰하게 솟아있는 히프라인과 탄탄해보이는 허벅지와 가느다란 종아리까지 곡선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마치 예술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다.
힐을 신지 않고 단화를 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았던 것처럼 각선미가 정말 볼만 했다.
적당히 솟아 있는 히프라인도 제법 탄탄한 게 잘 익은 복숭아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하~~ 감탄하며 쫓아가다보니 대웅이 녀석이 도로가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뒤이어 희연이도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모습이 사라지자 서둘러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어느새 둘은 각각의 탁자 한편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대웅이 녀석은 호탕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 형~ 멀 그리 우물쭈물 거려요. 빨리 빨리 쫓아와야지요~! "
녀석은 오늘따라 상당히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호탕한 웃음소리 하며 걸걸거리는 목소리로 평상시보다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녀석의 목소리가 평상시에 작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 이모~!!! 이모~~!!! 여기 해물칼국수 3인분 주세요. 그리고 간단히 소주 한병이요~ "
녀석은 맘대로 주문하고는 혼자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녀석의 말을 정리하자면 희연이와 자기는 같은 고향 친구인데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고 희연이는 예전붙 고지식한 스타일로 공부만 하던 아이라서 여러번 충고도 하고 놀 줄도 알아야 된다고 말도 하고 했었던 애라는 거였다.
"근데 말야~ 형! 녀석이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은근히 고집불통이야. 흐흐. 아무리 얘기를 해도 공부만 죽어라 하는 거지. 녀석 세상 재밌게 살 줄을 몰라. 완전 범생이야. 범생. "
희연은 녀석이 예전의 자신의 얘기를 하자 볼이 살짝 발그스레 붉어져 있었다.
범생타령에 살짝 입을 삐쭉 거리며 한마디 말했다.
" 내가 무슨 범생이야. 그럼 너하고 이렇게 친구하고 있겠니? "
억지로 허세를 부리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대웅이녀석은 크하하 웃으며 말했다.
" 그래그래. 내가 범생이인 너한테 유일한 오점이긴 하다. 크하하하. "
그러더니 희연이를 보며 대웅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데 여기 서울와서 완전 너하고 판박이를 봤다 이거지. 여기 형님이 완전 너하고 똑같은 거야. 책 좋아하지 은근히 혼자 있는거 좋아하지 고지식한 것까지 첨보았을 때부터 너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내 딱 알아봤지. 어떠냐? 이 형~? 괜찮지 않냐? "
이녀석 대체 날 어떻게 본거야?
내가 책을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약간 꺼려하고 있는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만나는 일에 지쳐있었고 대학시절이후 군대생활을 계기로 예전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날 만들고 있었기에 사람과의 만남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지식이라......
도대체 녀석이 멀 보고 고지식하다고 본 건지 알 수는 없었다.
희연은 여전히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을뿐 대답은 하지 않고 있었다.
웃고 있는 눈매를 보니 싫어하는 듯한 표정은 아니었다.
대웅이녀석은 혼지 실실 거리며 소주잔을 채우고 한잔 들이켰다.
" 야~~ 잘해봐. 이 형님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괜찮은 남자다. 니가 언제나 말하던 그런 스타일이니까 한번 잘해봐라. 알았냐~! "
어느덧 해물칼국수가 항아리에 담겨서 나왔다.
꽤 많은 양이었다.
대웅이 녀석은 척척 뚝배기그릇에 국자로 담아서 나한테 먼저 주고 희연이에게 담아주고 있었다.
국물이 담백하니 먹을 만 했다.
" 어때? 형? 괜찮지? 괜찮지? "
녀석은 맛보는 나를 보고 외쳤다.
사실 이정도면 꽤 수준급이었다.
나도 순순히 답해줬다.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 꽤 맛있는데? 기대 안했는데 꽤 맛있다. 야. "
대웅이는 바로 희연이에게 고개 돌리고 물었다.
" 어때? 괜찮지? 내 말했잖아. 여기 괜찮은 곳이라니까? "
희연도 소리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녀석은 신나서 자신의 칼국수를 푸며 말했다.
" 자자~~~ 식기전에 먹읍시다. 뜨거울때 먹어야 진짜 맛있게 먹을수 있다고, 이집 칼국수~! "
녀석은 후루룩후루룩 소리내며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고 나와 희연이도 자신의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항아리 가득 나온 칼국수를 다 먹고는 2차로 호프집을 향했다.
그 집은 내가 단골로 가던 곳으로 맥주도 맥주지만 정말 안주가 맛있는 집이였다.
닭이 훈제로 나오는데 기름기 쪽 빠져서 나오는데 그렇다고 퍽퍽한 고기가 아닌 단백한 맛이었다.
골뱅이나 다른 안주들도 정말 일품요리 못지 않게 맛있는 집이라 집근처에서 누구 만날 일이 있으면 오는 곳이기도 했다.
아까 칼국수집에서 소주는 별로 마시지 않던 희연이도 여기서 얼음잔에 나오는 생맥주는 선선히 마시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선 나도 예전 스킬이 다시 풀리는지 이런저런 화두를 끄집어 내며 말하는데 좀 썰이 풀리는 날이었다.
주로 대화는 대웅이와 내가 주도 하고 간간히 희연이에게 묻거나 하는 식이었다.
희연은 그리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였지만 곧잘 웃으며 아까보다 더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생맥주를 많이 마신 탓인지 희연의 볼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약간 어두운 호프집의 조명 속에서 섹시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2시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대웅이 녀석은 상당히 만취가 되어 있었음에도 먼저 시간을 보더니 자자~ 집에 갑시다~ 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시계를 보니 꽤 늦은 시간이라 희연이도 가야할 듯한 시간이기도 해서 같이 일어섰다.
계산하고 나오니 대웅이 녀석이 희연이에게 머라머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희연이는 양손을 모으고 핸드백을 앞으로 한채 미소지으며 녀석의 주정(?)을 들어주고 있었다.
대웅이는 내가 나오는 것을 보자 희연이 어깨를 탁탁 토닥이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녀석이 입을 열자 술냄새가 진동했다.
" 형~! 희연이 데려다 줘요. 선배네 집에서 자거라는데 형이 슬쩍 데려다 주고 와요. "
녀석 니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다.
서울지리도 모르는 여자를 혼자 가라고 할 순 없지 않냐.
근데 녀석이 슬쩍 내쪽으로 기대면서 이러는 거 아닌가.
" 사실 내가 찍어뒀던 녀석인데 형한테 맡기는 거요. 진짜 괜찮은 애니까 잘 해봐요. 진짜 괜찮은 애라니까. 딸국. "
그러더니 휘휘 내 옆을 지나 걸어가면서 뒤돌아 외쳤다.
" 자자~~ 난 가요. 희연아 나 간다. 담에 보자~~~~! "
순간 희연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뒤돌아 서서 외쳤다.
" 야~! 같이 가야지. 희연씨는 어떻하고? "
"아~~ 형이 데려다줘요~!!! 희연아. 형님이 데려다 줄거다~ 나 먼저 가요~~~ "
말이 마치자마자 뒤돌아서서 휘청휘청 멀어져 가버렸다.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녀석이 사라지고 나와 희연이만 남아버렸다.
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희연이에게 다가갔다.
" 혼자 가버렸네요. 원래 숙소는 지방으로 아는데 오늘 어떻게 하시겠어요? 차도 다 끊겼을거 같은데 가는 차편이 있어요?"
솔직히 잘 꼬셔서 모텔로 데려가 자빠드린다 머 이런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이땐 그냥 오랜만에 이런 시간이 즐거웠고 그이상은 바라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 아니에요. 오늘 서울에 있는 선배언니네에서 잘 생각이었거든요. 선배도 가기전에 연락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이제 가면 되요. "
술기운이 은근히 올라와 있음에도 의외로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가 왜그리 귀여운지.
" 그래요? 선배네가 어디에요? 데려다 드릴께요. "
희연은 아니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아니에요. 택시타고 가면 되요. 어디인지 문자로 주소 받았어요. 혼자 갈 수 있어요. "
난 웃으며 말했다.
" 같이 가요 그럼. 혼자 택시 태워서 보내면 내마음도 편하지 않아요. 그리고 택시타고 돌아오면 되죠. "
희연은 아무말하지 않고 서있었다.
난 다시 한번 말했다.
" 정말 괜찮아요.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요. 선배언니가 살고 있는 곳이 무슨 동이에요? "
그녀는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보여줬다.
흐음 상당히 먼 곳이었다.
아마 그곳이 여기서 어느정도 떨어진 곳인지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
" 여기 좀 멀어요. 혼자서 가긴 무리겠네요. 자. 이쪽으로 가요. "
난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서 안내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같이 걷기 시작했다.
시외 장거리 뛰려고 대기하는 택시들은 많았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차들은 좀 잡기 힘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손들고 뻘짓해가며 택시를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같이 택시 뒷좌석에 타고 그녀가 준 주소지로 향했다.
대웅이 녀석 없이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었지만 왠지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도 처음 낯가리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꽤 잘도 대화를 받아주고 있었다.
" 오늘 대웅이녀석때문에 꽤 당황했죠? "
" 아니에요. 후후. 원래 옛날부터 저랬는데요."
" 옛날부터 저랬다고요? "
그녀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 네. 혼자 어깨에 힘주고 교실에서 애들 꽉 잡고는 호통치곤 했어요. 저한테도 이래라저래라 꼭 아버지 같았는 걸요. "
아버지라.
대웅이 녀석아..... 넌 마음에 찍어둔 아이한테 아버지처럼 행동한거냐? 엉?
ㅡ_ㅡ;;;;;;
" 간호사라고 했죠? 힘들겠네요.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네. 사실 처음 혼자 이병원에 올라오고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일년 좀 넘어서 적응했지만 정말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었거든요. "
사실 간호사 생활이 어떤지는 몰랐다.
근데 순순히 이렇게 얘기하는 그녀를 보니 왠지 모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집에서 나와 혼자서 일하며 사회를 경험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기게 더 그랬다.
그리고 그녀의 가녀린 모습으로 봐선 아마 병원에서의 생활을 견디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거 같았다.
도란도란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선배가 산다는 동네에 도착했다.
거의 30분이상 되는 거리인데 순식간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도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골목 길이 좀 어두워서 위태위태 했다.
옆에서 같이 걷는데 슬쩍 희연의 얼굴을 쳐다보니 약간 겁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골목을 돌자 갑자기 취객이 튀어나왔다.
"어맛~!"
희연은 갑작스런 취객의 출연으로 놀란듯 내 뒤로 숨으며 옷자락을 움켜줬다.
갑작스런 희연의 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은근히 내 옷깃을 잡고 있는 그녀의 행동이 고마웠다.
나름 나를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이 남자로써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취객은 골목입구에서 기대서 골골거리고 있었다.
내 뒤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희연을 보다가 난 대뜸 그녀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순간 손을 잡힌 희연은 손을 뿌리치지도 못한체 내가 이끄는대로 걸어서 취객 앞을 통과해 걸었다.
한참을 걸어서 골목을 돌아서서 취객이 있는 길을 벗어났다.
잡고 있는 희연의 손은 길고 가는 손가락이 찬 밤공기 탓인지 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손과 손이 맞닿고 있는 손바닥은 좀 달았다.
희연의 손안이 촉촉하게 느껴지는 것을 봐선 땀을 흘리고 있는 듯 했다.
긴장하고 있나?
어느덧 빌라들이 보이는 골목에 도착하자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있던 희연이 입을 열었다.
" 저기 보이는 곳이 선배네 집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 "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쿵쿵 뛰게 했다.
참 묘한 단어 아닌가.
남자의 마음을 이렇게 한번에 들뜨게 만들다니.
난 그녀를 바라보며 돌아섰다.
희연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많이 늦었죠? 집에 가면 넘 늦겠다. 오빠 피곤해서 어떻해요? "
거의 가슴팍 가까이 있는 그녀의 숨소리가 귀에 드리는듯 했다.
눈아래 가르마가 보이는 그녀의 단발머리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있었다.
" 괜찮아요. 가도 한참은 잘 시간이에요. 희연씨야 말로 피곤하겠네요. 근무끝나고 바로 서울 올라왔다고 하던데. "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 아니에요. 너무 즐거운걸요.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그리고...... "
무언가 말하려는 그녀가 말을 멈추자 난 그녀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내 시선을 받자 지지않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오빠...... 말 놓으세요. 말 놓으셔도 되요. "
말 놓으라는 것이 머 그렇게 어려운 말이라고.
난 살짝 실망스런 마음이 들었지만 웃으며 말했다.
" 다음에요. 한번 내려가면 올라오지 않아요. "
그녀는 진지하게 말을 받았다.
" 괜찮아요. 오빠인데요. 머. "
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 알았어요. 하지만 첫날부터 바로 말 놓고 싶진 않네요. 담에 만나면 말 놓을께요. "
희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담에 보면..... 담에 또 만나실 건가요? 저랑? "
" 그럼요. 희연씨는 싫어요? 담에 나하고 안만날 생각이었어요? "
희연은 내 질문에 얼굴이 빨개지면 내가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 아.... 아뇨. 나도 만나고 싶었어요. "
그녀의 대답을 듣자 아랫쪽에서 뜨거운게 솟아올라왔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 욕망의 불꽃.
난 그녀의 고개를 들고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덮었다.
갑작스런 나의 공격(?)에 당황하는 듯한 그녀도 바로 나를 껴안으며 뜨겁게 맞아주었다.
한동안 그녀의 입술을 빨아대다가 꽤 탄력있는 그녀의 입술을 지나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자 그녀도 입을 벌리며 나의 혀를 받았다.
설왕설래.
혀와 혀가 서로 꼬이며 엮이는 동안 난 그녀의 등을 양손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얇은 나시티 아래 브래지어끈이 만져지고 그아래 탄탄하고 섬세한 등이 느껴졌다.
매끈한 등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빵빵한 히프가 만져졌다.
청바지 안에 가득 채워진 탄력 넘치는 히프가 손 안 가득 느껴졌다.
히프를 당겨 내몸 쪽으로 힘껏 당기자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내게 밀착되며 비비적 거렸다.
나도 아래가 불끈 힘이 들어가서 딴딴해져 있었다.
딴딴해진 그곳은 당연히 불쑥 솟아나서 그녀의 치골을 비벼대고 있었고 손은 손대로 등과 히프를 넘나들며 힘껏 더듬고 있었다.
혀와 혀의 교류가 어느덧 끝나고 서로 얼굴이 떨어졌다.
그녀의 표정은 약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있었는데 완전 힘이 빠져서 내가 손을 놓으면 바닥으로 허수아비처럼 쓰러질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불붙은 욕망이 터질듯 꺼덕거리는 내 분신을 느끼며 품 안에 안겨있는 그녀를 으스러지게 안고 싶은 욕망에 나도 이성의 끈을 놓기 직전이었다.
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 우리 모텔로 갈래요? "
사실 이건 좀 무리수였다.
아무리 느낌이 좋다고 해도 모텔이 가자고 해서 순순히 가는 여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오히려 나에 대한 이미지만 깍아먹을 짓이었지만 그땐 한번 질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활활 타는 키스 뒤라 이성이 완전 자리를 비운 탓도 있었다.
그녀는 살짝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매를 보니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정말 심각하게 망설이는 시선으로 그 안에서 그녀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 아..... 안돼요........ 선배언니가 나 오는거 아는 걸요....... 그리고 오빠 만난 것도 알기때문에....... 안가면 아마........ "
곤란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손을 놨던 이성이라는 놈이 다시 돌아왔다.
내심 피식 웃음도 났다.
순수한 그녀를 말로 고여서 데리고 가려면 못 데려갈 것도 없겠지만 왠지 딱 여기까지에서 멈추는 것이 더 즐거울 듯 싶었다.
" 희연씨 알았어요. 어여 들어가요. 선배언니도 많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너무 시간이 늦었다고 뭐라고 안하는건지 모르겠네요. "
그녀는 내 말에 미안해 하며 말을 이었다.
" 아니에요. 저 늦게 갈거라고 이미 알고 있는 걸요. 저한테 정말 잘해주는 선배에요. "
난 미소지으며 그녀의 얼굴로 천천히 내 얼굴을 내밀었다.
희연은 내얼굴이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가볍게 내입술을 대고는 쪽하고 그녀의 윗입술을 빨고는 떨어졌다.
내가 떨어지는 듯 하자 그녀도 눈을 떴다.
" 오늘 너무 좋았어요. 어여 들어가요. "
그녀는 약간 취한듯한 눈을 말했다.
" 저도요. 오빠. "
난 내 휴대폰 번호를 적어서 주며 말했다.
" 희연씨 들어가면 문자 하나 보내줘요. "
" 네. "
난 그녀의 손을 놓으며 어여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녀는 멈짓멈짓 하더니 이윽고 손을 흔들며 빌라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여러번 뒤돌아보던 그녀가 마침내 건물 뒤로 사라지자 난 천천히 도로가로 걸어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빠, 가시는 중이에요? 저 이제 자려고 누웠어요."
" 가는중이에요. 오늘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아마 집에 가도 못잘거 같아요. "
좀 시간이 지나고 문자가 다시 왔다.
" 저도요. 오빠. 오빠를 만나서 좋았어요. "
" 희연씨 또 만날래요? 우리? "
" 시간되는대로 연락할께요. 오빠. "
" 알았어요. 어여 자요. 좋은 꿈 꿔요. "
" 네. 오빠도요. "
문자를 보내는 동안 어느새 택시는 집근처에 도착해있었다.
도착했다고 문자 보낼까 생각하다가 시간도 많이 늦은 새벽에 문자를 보내는 것은 아닌거 같아 그만뒀다.
들어가 찬물로 샤워하며 비눗칠을 하고 있는데 사타구니에서 불뚝 튀어나온 녀석이 비눗칠하며 거품을 내주는 동안 풀지못한 욕망의 불꽃이 아직도 남았는지 오랜만에 부활한 때문인지 부릉부릉 시동이 걸리고 있었다.
" 미안하다.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쫄쫄 굶다가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으로 과식하면 탈난다. "
난 툭 녀석을 한대 때려주고 찬물을 쏟아부었다.
자리에 누웠지만 희연이의 얼굴과 아까의 기억들이 떠올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는 동안 창문이 밝아오고 있었다.
- 꽃잎 첫번째 여자인 희연의 이야기 입니다.
좀 만족스런 장면이 없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첫만남에서 가졌던 그 느낌, 두근거렸던 마음을 담아보고자 좀 길게 써보았네요.
님들은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 예전에도 그랬지만 제 글이 그리 재미있지는 못한듯 싶습니다.
자기 만족을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반응이 없는 글을 쓰는건 재미없는 일이긴 하네요.
그래도 읽고 추천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은 귀찮더라도 추천이나 리플 달아주세요 ^^
리플 남겨주신
originosm님
옆집옵빠님
kano123님
롱여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kano123님 말씀하신 부분도 언젠가 쓸 글에서 묘사는 될 거에요.
체취가 넘 심한건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면 별에 별 장면이 만들어지니깐요.
언젠가 쓸 글에서 묘사될테니 기다려주세요 ^^
- 소라가 어제부터 트래픽에 시달리네요.
페이지가 열리다 말다 하는거 보니 흐음 무슨 일 있나요???
가을이라 외로운 분들이 몰려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모두 즐섹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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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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