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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부제 : 암캐 본능 깨우기) - 1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58 463회 0건
잠시 후 그들이 들어선 곳은 어느 모텔이었다.

방을 잡고 방으로 들어설 때 까지,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멍하니 그를 따라왔다.

딸깍.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다음에야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 이미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멍한 얼굴로, 우두커니 입구에 서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그렇게 우두커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 초점이 없었다.

뚝.

뚝......뚝.......

주르르......

그녀의 눈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지더니, 이내 주르륵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가 살면서 그런 표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넋이 나간 듯한, 그런 표정으로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방울지어 흐르는 눈물은 이미 바닥으로 점점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몸이 스르르 무너진다. 그는 황급히 그녀를 받친다. 그녀의 몸에는 힘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다. 마치 실 끊어진 연 처럼, 그녀의 몸은 그의 품 안으로 비틀 비틀 들어온다.

어정쩡한 상태로 그녀를 받친 채로, 그는 한참을 있었다.



그녀의 몸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약 30분 정도 지난 후였다. 그녀의 촛점 없는 눈이 조금씩 촛점을 맞춰가기 시작하고, 축 처진 팔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으아아아아아앙!!!"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30분을 그 상태로 버티고 있었던 그. 아마 시간이 30분이나 흘러간 것도 몰랐을 것이다. 이미 몸은 땀에 푹 젖은 상태고, 불편한 자세로 계속 버티고 있어 몸 구석 구석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던 그 시점에, 갑자기 그녀가 터뜨린 울음은 그의 몸에 힘을 탁 풀리게 만들었다.

그녀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버린 것이다.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친 울음과 함께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그의 품에 엎드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안고,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왠지, 그녀와 함께 모텔에만 들어오면 우는 그녀를 토닥이게 되는 그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고, 그녀는 한참 울음을 토해내었다.

"엉엉! 무서웠어! 무서웠단말이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렇지. 무서웠겠지. 처음으로 공공 장소에서 그런 짓을 했으니까. 까페, 번화가, 그리고 골목.

그녀는 계속 무서웠다고 외치며, 그의 가슴팍을 때리며 울고 있었다.

그는 안심이 되는 동시에, 다시 쓴 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긁적이고 싶었지만, 그녀를 토닥이는 통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나 할까.

- SM이라는 게 어려운 거구나.

하긴 그랬다. 둘 다 초보니까. 섹스도 남녀 둘 다 처음 하는 상황이면 제대로 된 관계가 되기 어렵다. 남자는 무조건 좀 물고 빨다가 쑤셔 박으려고 하고, 여자는 아프다고 악을 쓰고. 지금 상황도 그랬다. 그녀를 천천히 리드했어야 했는데 너무 급했던 것은 그의 잘못, 처음부터 너무 자신만만하게 나선 것은 그녀의 잘못.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가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 지금은 계속 그녀를 토닥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렇게 그 둘은, 편한 침대를 놔 두고 딱딱한 입구에 쓰러져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밑에 깔려 있던 그는 신발 놓는 바닥에서, 바닥으로 올라가는 턱에 허리가 계속 깔려 있어 나중에 허리가 비명을 지르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어쨌든 그녀는 그럭 저럭 진정이 되고, 그는 그녀를 다독여 목욕탕으로 데려가 깨끗하게 씻긴 후에 가운을 입혀 침대에 눕혔다. 다행히 설탕 플레이였기 때문에 끈적끈적한 부분들은 비누와 클렌저로 깨끗하게 씻겨 나갔고, 그녀를 침대에 눕혀 음료수를 한 잔 먹이자 그제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괜찮아?"

그의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 황급히 말 끝에 네, 주인님을 붙였다. 정신은 돌아온 모양이군, 흠흠.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 하자. 처음이라서 많이 놀랐지?"

그녀는 머뭇 머뭇하다, 그에게 말했다.

"나...... 너무 무서웠어......."

"뭐가 그렇게 무서웠어?"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그러는게.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거 같고, 막 다리 사이로 뭔가 흐를 거 같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날 보고....... 다들 더러운 년이라고 욕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골목길......."

그녀는 한 번 숨을 가다듬었다.

"골목길에서....... 너무 무서웠어. 강간 당하는 거 같았어. 진짜......."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토닥였다.

"미안해. 처음부터 너무 강했구나."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강도 조절을 좀 했어야 되는데. 미안하다."

그녀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머뭇 머뭇. 입을 열려다, 다시 입을 다물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그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결국은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니까.

그리고 결국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 오빠가 한 말이....... 너무 가슴에 남더라."

그는 그녀를 쳐다 보았다. 무슨 말? 이라고 묻는 것 처럼.

"내가 개보지라서...... 그런 일을 당하면서 젖는다는 거. 그 말이...... 자꾸...... 의식하게 만들어."

그녀는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꿀꺽, 하며 음료수는 그녀의 목젖을 울리고는, 목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음료수 캔을 잠시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마치 캔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나중엔 잘 기억은 안 나지먼, 나...... 진짜 많이 젖었던 거 같아. 살면서 그렇게 젖은 적이 없었던 거 같아. 나, 아마 즐기고 있었나봐, 그 상황을. 그러니까 그렇게 젖었겠지? 보통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젖지 않겠지?"

그녀는 초조한 듯이 음료수 캔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따라 훑었다. 빙글...... 빙글.......

"난 진짜, 그런 앤가봐. 그리고 그렇게 하고 나서 지금은 기분이 어떤지 알아? 진짜...... 진짜 무섭고 놀랐지만......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때 까지 했던 일탈 중에서, 제일...... 제일. 제일 짜릿했어. 정말 풀려나는 것 같아. 진짜. 정말 웃긴다. 스스로 자유를 속박하면서, 자유를 느끼다니......."

그녀는 캔 가운데를 손으로 쥐었다. 우그적, 하는 소리를 내며 얇은 캔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채로 찌그러졌다.

"난 진짜 어쩔 수 없는 변탠가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녀를 바라볼 뿐. 그렇게 그 둘은 말 없이, 한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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