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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그레이 (The Gray)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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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 속담도 있지만,
먹고 사는 자체가 힘겹다 해서 여자에 관심이 아예 끊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인 듯 싶었다.
자정 넘은 시간에 솜뭉치처럼 축 쳐진 몸을 이끌고 퇴근하여 쓰러지듯 잠을 잤어도
아침마다 어김없이 불끈불끈 용트림을 하며 치솟는 본능은
여전히 내가 20대의 팔팔한 남자라는 사실에 대한 또렷하게 증거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면대의 거울 속에 비춰지는 당시 내 모습은,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굴욕을 맛 보았던 불쾌한 기억을 새삼 일깨워주는
꼬질꼬질한 모습일 뿐이었고 이런 상태로는 평생 손장난이나 치며
늙어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사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고, 휴학한 후 입대하여 제대할 때까지
여자 경험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었다.
남들보다 많이 하진 않았겠지만(?) 단아한 여자 친구도 있었고,
기억을 남을만한 인상적인 섹스 경험도 있었었다.
하지만 가장 팔팔한 나이인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언제 마지막으로 여자의 살내음을 맡았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지경이라는 사실에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남쪽 지방에 내려가 막노동을 하기 시작했던 작년으로부터 지금까지
자그마치 일년이 훨씬 넘도록 섹스를 못했던 셈이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누가 들으면 웃기는 소리라고 치부하겠지만
내 자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변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섹스라고 딱 잘라 말하는건 좀 민망하지만 누구에게 떠벌리고 다닐게 아니니 뭐..
그리고 그와 별도로 전혀 방향의 또 다른 감정이 꿈틀거리며 나의 뇌리를
강하게 자극함을 느꼈다.
그것은..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회식 자리에서 나를 깔보고 경멸하는 시선을 보냈던 그 여자들의 시선 속에서
짧고 강렬하게 느꼈던 분노, 그리고 복수심, 범해버리고 싶은 욕망...
이런 어두운 욕망들이 또아리를 틀지 않았나 싶었다.
내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남자로 치부해버리긴 싫지만
이미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내 머리 속에선,
"우하하하! 니가 경멸하던 남자에게 범해지는 기분이 어떠냐?" 라며
존나게 펌프질하는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헤벌쭉 - 므흣한 웃음을 흘리고 있던 순간,
귓가에선 째지는 목소리가 중이관을 통과하며 고막을 강타했다.
어이쿠. 귓청이야..
"이봐요. 영수씨. 사람 말이 안 들려요?"
철제 앵글이 켜켜히 쌓인 매장 뒤쪽 창고에서 재고조사를 하다가,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내게 경리2호 여자가 뭐라 말을 했었나 보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못 들었네요. 뭐라 하셨어요?"
대뜸 주둥이를 샐쭉거리는 경리2호녀.
사장이 재고 조사 끝내고 다른 할 일이 있으니 빨리 하란다는 말을
다다다다 쏘아붙이듯 말하고선 휙- 뒤돌아 걸어간다.
궁댕이를 실룩거리며.
호오.
생긴건 앙칼지게 생긴 여우 밉상인데,
이제껏 관심이 없어서 못봤는지...
처음으로 눈여겨 감상해 보는 경리2호녀의 엉덩이가 제법 토실토실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투실투실해 보였다.
하긴 일년 넘게 여자에 굶다가
이제서야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만큼의 부글거리는 성욕을 느껴버린
20대 중반의 내 눈엔 그저 박음직스러운 엉덩이로만 보이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오-
저뇽을 요로케 앞으로 탁 엎드리게 한 다음,
스커트를 훌렁 위로 까올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자마자..
내 물건을 쑥 집어넣고
요리 요리 요렇게 퍽퍽퍽퍽 쑤셔 주면...
아마도 좋아죽겠다는 신음소리를 꺅꺅 질러대겠지...
아오-
좁은 창고 통로를 한참 또각거리며 걸어가던 경리2호녀가
뭔가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들었는지 갑자기 뒤를 휙- 돌아본다.
그러나 또한번 헤벌쭉 거리며 정신줄을 놓고 있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마치 못 볼 광경을 목격한 사람처럼 얼굴색이 변하더니 후다닥 뛰쳐나갔다.
난 죄가 없다.
그냥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며 나도 모르게 헤벌쭉 실실 웃은 게 죄라면 그게 전부다.
이것두 성희롱에 해당되려나?
아무튼 재고조사를 대충 끝마친 후 매장쪽으로 나온 나를 힐끗거리는 경리2호녀의 얼굴은
분명히 마치 응가를 씹은 듯한 인상으로 구겨져 있었다.
흠..... 뭐 어쩌라고?
용산에서 일을 마친 후, 신촌으로 이동하여 호프집으로 출근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좀 촌스러웠던 상호의 그 호프집에는
나보다 한살 더 많은 매우 털털한 성격의 누나 한명이 간단한 바텐을 보고 있었고
나이 지긋한 주방 아줌마 1명과
항상 인상 찌푸리며 카운터에 앉아 있었던 사모,
그리고 나처럼 홀 서빙을 하는...
묵직한 몸무게로 가늠되는 여자애 2명이 일하는 작은 술집이었다.
그날따라 손님이 없었다.
그리고 늘 인상 찌푸리며 앉다가 느닷없이 버럭 일어나 몇번 테이블로 튀어가라며
손짓발짓 해대는 사모마저도 왠일인지 그날 저녁엔 일찍감치 자리를 비워버린 날이었다.
카운터에서 음울한 포스를 뿜어대며 누군가 앉아 있을 때는
손님이 있건 없건 홀을 바라보며 늘 스탠바이 상태로 서 있어야 했던 고단함의 연속이었는데
간만에 맛 보게 된 릴렉스랄까...
약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그동안 일하면서 어느정도 친하게 느껴진 바텐 누나에게 평소 하지 않았던 말을 꺼내보았다.
"누나. 나 변태야?"
순간 물 한잔 들이키던 바텐 누나의 입에서 아니 코에서, 마치 수도꼭지처럼 세찬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오- 드럽게.."
툴툴거리는 나를 향해 바텐 누나의 눈동자가 희번뜩거린다.
"야이 @#$#$같은 새퀴야! 물 마시는데 갑자기 밑도끝도없이 뭐라는 거야?
이 @#$#$#@^%$^같은 놈아! 너 땜에 사래 걸려서 죽을 뻔 했잖아!!"
네네. 죄송합니다.
근데 일부러 침 튀어가며 소리 지르실 필요까진 없잖아요.
암튼..나에겐 꽤 중요한 문제라고요.
오죽하면 평생 손빨래하다가 늙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상까지 했겠냐고요.
작금의 내 상황은,
평생 겪어본 적 없었던 -그 재수 옴붙을 경리녀들로부터 받은-
정신적인 데미지에서 파생된 자기 혐오적 심리상태가 진행형이구요.
이런 상황으로 나가다간 반사회적 인격으로 고착될수도 있는 매우 위중한 상태이므로
이래저래요래 해서 나보다 한살이라도 더 많은 여자 사람인
바텐누나의 카운셀링이 필요한 상황임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읊어대는데
건성으로 듣는게 분명한 불량한 태도로 날 바라보던 바텐 누나의 눈동자가
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눈동자만 움직이며 전신 스캔을 떠보는게 느껴졌다.
"냐아.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니가 원하는 대답이 아닐수도 있어.
하지만 잉간은 자신이 듣고싶은 얘기만 듣고 살수는 없는 뱁이지."
네네.
"그리고 니가 변태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난 잘 모르겠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거든?"
네네.
"이런 조언을 내가 왜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야.... (한숨)
넌 스스로를 냉철히 되돌아보는 너만의 시간이 필요한 듯 싶어.
일단 집에 가서 거울 앞에 서서 네 모습을 찬찬히 뜯어봐.
그리고 저기 앉아서 술 마시고 놀고 있는...그래 쟤.. 그나마 좀 낫네.
저런거랑 비교도 좀 해 보고..."
네네.
바텐 누나의 말대로, 집에 와서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폭식과 굶는 일이 다반사인 불규칙적인 식생활에서 야기된 내 외모는
내가 봐도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로 보였다.
게다가 내 딴에는 대충 네츄럴하게 입고 다닌다고 생각했건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절대 나의 의도를 알아봐 줄 수 없을만큼 구질구질하게만 보였을
빈티 싼티의 암울한 옷차림....
무릎 나오고 허얗게 변색된 청바지... 구멍난 양말...
단칸방 문 앞에 내팽개져진 해진 운동화...
힘든 심부름꾼 일에 땀에 쩔어 떡진 더부룩한 헤어스타일... 게다가 퀭한 눈빛...
역시 내 꼬락서니가 문제였던 게다.
그래. 바꿔야겠다.
은행 ATM기 앞에서 선 나는 큰 심호흡과 함께, 그동안 열심히 모았던 돈 중 일부를 인출했다.
그리고 호프집으론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약간 늦을 듯 싶다는 전화를 미리 했다.
뭐라 듣기싫은 톤의 잔소리를 몇마디 하던 사모가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간 곳은 사우나.
샤워를 하자마자 때밀이 아저씨 앞으로 가서 부탁했다.
때를 미는 건지,
내 몸을 이용해서 엎드린 탁자(?)의 표면을 광을 내려는지 의도가 의심스러울만큼...
의미를 알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종종 중얼거리며 우악스럽게 때를 밀어주는 아저씨였다.
이후 한증막에 들어가 현기증이 날만큼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온 후 거울 앞에 섰다.
착시현상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좀 얼굴이 뽀얗게 보인다.
내친 김에 이대 앞으로 이동해서 즐비한 미용실 중 하나에 들어섰다.
어떻게 해 줄까 묻는 헤어 디자이너에게 덥수룩한 머리 꼬락서니에서 벗어나고자
아주 과감히 깔끔하게 다듬어 달라고 했다.
샴푸를 끝낸 후 드라이까지 마치고, 마지막으로 왁스로 매만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또 뭔가 살짝 달라진 듯 싶었다.
당시엔 이대 앞 골목엔 보세(?) 옷 상점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옷구경도 구경이었지만, 거길 지나다니는 여자애들은 왜케 다들 이뻐보이는지...
보기만 해도 불끈불끈 치솟아 민망할 지경이었다.
걷다 발견한 맘에 드는 스타일의 옷을 디스플레이 해 놓은 상점에 들어섰다.
(그래봐야 위/아래 셋트로 맞춰 걸어놓은 거지만)
피팅룸에 들어가 입고 나와서 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민망스럽긴 한데... 어떤지 한번 봐주세요. 어때요?"
"호호호. 손님! 정말 옷이 날개네요."
순간 직업적인 친절과 입에 밴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난 사람의 눈빛은 (왠만하면) 정직한 진실을 알려준다고 믿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 여직원의 눈빛은, 약간의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이윽고 옷상점에서 나와 신발을 샀다.
물건을 사줘서 그런지...더러운 내 신발을 대신 버려달라는 말에,
신발가게 남자 점원은 당연하다는 투로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안경점에 들어갔다.
눈자위가 움푹 들어간 탓에 자칫 게슴프레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깔끔한 인상으로 커버해줄만한 안경테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생뚱맞게 클래식한 스타일의 뿔테 안경을 권해서 난감했다.
이것저것 착용해 본 결과, 심플하면서 무난해 보이는 걸로 맞췄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호프집 사모에게서 오늘 잔소리 꽤나 들을지두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걸음을 바삐 했다.
"띠링~~~~"
문에 달아둔 링 소리가 맑고 경쾌하게 울려퍼지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어서 오세............................................. 으으음..."
바텐누나와 카운터의 사모의 어서옵쇼" 인사말의 끝부분이 살짝 이상했다.
뻔히 예상되는 사모의 찡그린 얼굴을 예상하며,
인사 하느니라 숙였던 고개를 들어서 올려다 보았다.
"저어...................... 누...누구...세요?"
"....................."
"어라? 저.... 영수인데요."
"....................."
이윽고 나와 눈빛이 마주친 사모와 바텐 누나,
그 두명의 여자 눈빛 속에는 아까 한번 보았음직한.... "놀라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Oh! Yes!
━━━━━━━━━━━━━━━━━━━━━━━━━━━━━━━━━━━━━━━━━━━━━
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암울하기 짝이없는 프롤로그라
단한명도 리플없어 실망할까 겁이났는데
열몇분의 격려리플 추천까지 확인해보니
너무나큰 고마움에 눈물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더 그레이 (The Gray)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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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 속담도 있지만,
먹고 사는 자체가 힘겹다 해서 여자에 관심이 아예 끊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인 듯 싶었다.
자정 넘은 시간에 솜뭉치처럼 축 쳐진 몸을 이끌고 퇴근하여 쓰러지듯 잠을 잤어도
아침마다 어김없이 불끈불끈 용트림을 하며 치솟는 본능은
여전히 내가 20대의 팔팔한 남자라는 사실에 대한 또렷하게 증거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면대의 거울 속에 비춰지는 당시 내 모습은,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굴욕을 맛 보았던 불쾌한 기억을 새삼 일깨워주는
꼬질꼬질한 모습일 뿐이었고 이런 상태로는 평생 손장난이나 치며
늙어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사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고, 휴학한 후 입대하여 제대할 때까지
여자 경험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었다.
남들보다 많이 하진 않았겠지만(?) 단아한 여자 친구도 있었고,
기억을 남을만한 인상적인 섹스 경험도 있었었다.
하지만 가장 팔팔한 나이인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언제 마지막으로 여자의 살내음을 맡았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지경이라는 사실에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남쪽 지방에 내려가 막노동을 하기 시작했던 작년으로부터 지금까지
자그마치 일년이 훨씬 넘도록 섹스를 못했던 셈이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누가 들으면 웃기는 소리라고 치부하겠지만
내 자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변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섹스라고 딱 잘라 말하는건 좀 민망하지만 누구에게 떠벌리고 다닐게 아니니 뭐..
그리고 그와 별도로 전혀 방향의 또 다른 감정이 꿈틀거리며 나의 뇌리를
강하게 자극함을 느꼈다.
그것은..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회식 자리에서 나를 깔보고 경멸하는 시선을 보냈던 그 여자들의 시선 속에서
짧고 강렬하게 느꼈던 분노, 그리고 복수심, 범해버리고 싶은 욕망...
이런 어두운 욕망들이 또아리를 틀지 않았나 싶었다.
내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남자로 치부해버리긴 싫지만
이미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내 머리 속에선,
"우하하하! 니가 경멸하던 남자에게 범해지는 기분이 어떠냐?" 라며
존나게 펌프질하는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헤벌쭉 - 므흣한 웃음을 흘리고 있던 순간,
귓가에선 째지는 목소리가 중이관을 통과하며 고막을 강타했다.
어이쿠. 귓청이야..
"이봐요. 영수씨. 사람 말이 안 들려요?"
철제 앵글이 켜켜히 쌓인 매장 뒤쪽 창고에서 재고조사를 하다가,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내게 경리2호 여자가 뭐라 말을 했었나 보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못 들었네요. 뭐라 하셨어요?"
대뜸 주둥이를 샐쭉거리는 경리2호녀.
사장이 재고 조사 끝내고 다른 할 일이 있으니 빨리 하란다는 말을
다다다다 쏘아붙이듯 말하고선 휙- 뒤돌아 걸어간다.
궁댕이를 실룩거리며.
호오.
생긴건 앙칼지게 생긴 여우 밉상인데,
이제껏 관심이 없어서 못봤는지...
처음으로 눈여겨 감상해 보는 경리2호녀의 엉덩이가 제법 토실토실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투실투실해 보였다.
하긴 일년 넘게 여자에 굶다가
이제서야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만큼의 부글거리는 성욕을 느껴버린
20대 중반의 내 눈엔 그저 박음직스러운 엉덩이로만 보이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오-
저뇽을 요로케 앞으로 탁 엎드리게 한 다음,
스커트를 훌렁 위로 까올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자마자..
내 물건을 쑥 집어넣고
요리 요리 요렇게 퍽퍽퍽퍽 쑤셔 주면...
아마도 좋아죽겠다는 신음소리를 꺅꺅 질러대겠지...
아오-
좁은 창고 통로를 한참 또각거리며 걸어가던 경리2호녀가
뭔가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들었는지 갑자기 뒤를 휙- 돌아본다.
그러나 또한번 헤벌쭉 거리며 정신줄을 놓고 있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마치 못 볼 광경을 목격한 사람처럼 얼굴색이 변하더니 후다닥 뛰쳐나갔다.
난 죄가 없다.
그냥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며 나도 모르게 헤벌쭉 실실 웃은 게 죄라면 그게 전부다.
이것두 성희롱에 해당되려나?
아무튼 재고조사를 대충 끝마친 후 매장쪽으로 나온 나를 힐끗거리는 경리2호녀의 얼굴은
분명히 마치 응가를 씹은 듯한 인상으로 구겨져 있었다.
흠..... 뭐 어쩌라고?
용산에서 일을 마친 후, 신촌으로 이동하여 호프집으로 출근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좀 촌스러웠던 상호의 그 호프집에는
나보다 한살 더 많은 매우 털털한 성격의 누나 한명이 간단한 바텐을 보고 있었고
나이 지긋한 주방 아줌마 1명과
항상 인상 찌푸리며 카운터에 앉아 있었던 사모,
그리고 나처럼 홀 서빙을 하는...
묵직한 몸무게로 가늠되는 여자애 2명이 일하는 작은 술집이었다.
그날따라 손님이 없었다.
그리고 늘 인상 찌푸리며 앉다가 느닷없이 버럭 일어나 몇번 테이블로 튀어가라며
손짓발짓 해대는 사모마저도 왠일인지 그날 저녁엔 일찍감치 자리를 비워버린 날이었다.
카운터에서 음울한 포스를 뿜어대며 누군가 앉아 있을 때는
손님이 있건 없건 홀을 바라보며 늘 스탠바이 상태로 서 있어야 했던 고단함의 연속이었는데
간만에 맛 보게 된 릴렉스랄까...
약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그동안 일하면서 어느정도 친하게 느껴진 바텐 누나에게 평소 하지 않았던 말을 꺼내보았다.
"누나. 나 변태야?"
순간 물 한잔 들이키던 바텐 누나의 입에서 아니 코에서, 마치 수도꼭지처럼 세찬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오- 드럽게.."
툴툴거리는 나를 향해 바텐 누나의 눈동자가 희번뜩거린다.
"야이 @#$#$같은 새퀴야! 물 마시는데 갑자기 밑도끝도없이 뭐라는 거야?
이 @#$#$#@^%$^같은 놈아! 너 땜에 사래 걸려서 죽을 뻔 했잖아!!"
네네. 죄송합니다.
근데 일부러 침 튀어가며 소리 지르실 필요까진 없잖아요.
암튼..나에겐 꽤 중요한 문제라고요.
오죽하면 평생 손빨래하다가 늙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상까지 했겠냐고요.
작금의 내 상황은,
평생 겪어본 적 없었던 -그 재수 옴붙을 경리녀들로부터 받은-
정신적인 데미지에서 파생된 자기 혐오적 심리상태가 진행형이구요.
이런 상황으로 나가다간 반사회적 인격으로 고착될수도 있는 매우 위중한 상태이므로
이래저래요래 해서 나보다 한살이라도 더 많은 여자 사람인
바텐누나의 카운셀링이 필요한 상황임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읊어대는데
건성으로 듣는게 분명한 불량한 태도로 날 바라보던 바텐 누나의 눈동자가
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눈동자만 움직이며 전신 스캔을 떠보는게 느껴졌다.
"냐아.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니가 원하는 대답이 아닐수도 있어.
하지만 잉간은 자신이 듣고싶은 얘기만 듣고 살수는 없는 뱁이지."
네네.
"그리고 니가 변태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난 잘 모르겠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거든?"
네네.
"이런 조언을 내가 왜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야.... (한숨)
넌 스스로를 냉철히 되돌아보는 너만의 시간이 필요한 듯 싶어.
일단 집에 가서 거울 앞에 서서 네 모습을 찬찬히 뜯어봐.
그리고 저기 앉아서 술 마시고 놀고 있는...그래 쟤.. 그나마 좀 낫네.
저런거랑 비교도 좀 해 보고..."
네네.
바텐 누나의 말대로, 집에 와서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폭식과 굶는 일이 다반사인 불규칙적인 식생활에서 야기된 내 외모는
내가 봐도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로 보였다.
게다가 내 딴에는 대충 네츄럴하게 입고 다닌다고 생각했건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절대 나의 의도를 알아봐 줄 수 없을만큼 구질구질하게만 보였을
빈티 싼티의 암울한 옷차림....
무릎 나오고 허얗게 변색된 청바지... 구멍난 양말...
단칸방 문 앞에 내팽개져진 해진 운동화...
힘든 심부름꾼 일에 땀에 쩔어 떡진 더부룩한 헤어스타일... 게다가 퀭한 눈빛...
역시 내 꼬락서니가 문제였던 게다.
그래. 바꿔야겠다.
은행 ATM기 앞에서 선 나는 큰 심호흡과 함께, 그동안 열심히 모았던 돈 중 일부를 인출했다.
그리고 호프집으론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약간 늦을 듯 싶다는 전화를 미리 했다.
뭐라 듣기싫은 톤의 잔소리를 몇마디 하던 사모가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간 곳은 사우나.
샤워를 하자마자 때밀이 아저씨 앞으로 가서 부탁했다.
때를 미는 건지,
내 몸을 이용해서 엎드린 탁자(?)의 표면을 광을 내려는지 의도가 의심스러울만큼...
의미를 알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종종 중얼거리며 우악스럽게 때를 밀어주는 아저씨였다.
이후 한증막에 들어가 현기증이 날만큼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온 후 거울 앞에 섰다.
착시현상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좀 얼굴이 뽀얗게 보인다.
내친 김에 이대 앞으로 이동해서 즐비한 미용실 중 하나에 들어섰다.
어떻게 해 줄까 묻는 헤어 디자이너에게 덥수룩한 머리 꼬락서니에서 벗어나고자
아주 과감히 깔끔하게 다듬어 달라고 했다.
샴푸를 끝낸 후 드라이까지 마치고, 마지막으로 왁스로 매만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또 뭔가 살짝 달라진 듯 싶었다.
당시엔 이대 앞 골목엔 보세(?) 옷 상점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옷구경도 구경이었지만, 거길 지나다니는 여자애들은 왜케 다들 이뻐보이는지...
보기만 해도 불끈불끈 치솟아 민망할 지경이었다.
걷다 발견한 맘에 드는 스타일의 옷을 디스플레이 해 놓은 상점에 들어섰다.
(그래봐야 위/아래 셋트로 맞춰 걸어놓은 거지만)
피팅룸에 들어가 입고 나와서 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민망스럽긴 한데... 어떤지 한번 봐주세요. 어때요?"
"호호호. 손님! 정말 옷이 날개네요."
순간 직업적인 친절과 입에 밴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난 사람의 눈빛은 (왠만하면) 정직한 진실을 알려준다고 믿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 여직원의 눈빛은, 약간의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이윽고 옷상점에서 나와 신발을 샀다.
물건을 사줘서 그런지...더러운 내 신발을 대신 버려달라는 말에,
신발가게 남자 점원은 당연하다는 투로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안경점에 들어갔다.
눈자위가 움푹 들어간 탓에 자칫 게슴프레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깔끔한 인상으로 커버해줄만한 안경테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생뚱맞게 클래식한 스타일의 뿔테 안경을 권해서 난감했다.
이것저것 착용해 본 결과, 심플하면서 무난해 보이는 걸로 맞췄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호프집 사모에게서 오늘 잔소리 꽤나 들을지두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걸음을 바삐 했다.
"띠링~~~~"
문에 달아둔 링 소리가 맑고 경쾌하게 울려퍼지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어서 오세............................................. 으으음..."
바텐누나와 카운터의 사모의 어서옵쇼" 인사말의 끝부분이 살짝 이상했다.
뻔히 예상되는 사모의 찡그린 얼굴을 예상하며,
인사 하느니라 숙였던 고개를 들어서 올려다 보았다.
"저어...................... 누...누구...세요?"
"....................."
"어라? 저.... 영수인데요."
"....................."
이윽고 나와 눈빛이 마주친 사모와 바텐 누나,
그 두명의 여자 눈빛 속에는 아까 한번 보았음직한.... "놀라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Oh!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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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암울하기 짝이없는 프롤로그라
단한명도 리플없어 실망할까 겁이났는데
열몇분의 격려리플 추천까지 확인해보니
너무나큰 고마움에 눈물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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