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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8:57 903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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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그레이 (The Gray)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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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등..
가히 국난이라 충분히 일컫는 IMF 국치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였으리라 생각한다.
우리집 역시 처절하게 그 시기를 겪었던 가정 중 하나였다.

대학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발생했던 IMF로 자영업자인 아버지가
근근히 운영했던 사업은 말 그대로 쫄딱 망해 버렸고
제대하고 나온 내 눈 앞에는 당장 1년 뒤의 등록금 마련 대책은 커녕
당장 오늘내일 먹고 살기도 힘들만큼 암울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 알고 있던 선배로부터 자신의 고향 선배가 지방에서 뭔가 크게 짓는다면서
함께 머무르며 일년간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자원하여 남쪽 바닷가 끝에 위치한 생소한 지명의 촌동네로 내려가게 되었다.

어렸을 때,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직업으로 시골에서 살아봤던 경험이 있었기에
시골 생활에 대해 별다른 두려움 따윈 없었고
갓 제대하고 나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몸을 쓰는 일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처음 두어달은 한달에 100만원씩 받았다.
당시로서는 큰 돈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함께 일하는 동갑내기 (그쪽 토박이) 남자 녀석의 텃세 아닌 텃세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봐주신 사장 형님은 따로 나를 부른 후
30만원씩 더 얹어주겠노라 배려해 주었다.

사실 나로서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꼬박꼬박 월급으로 내 명의로 된 적금계좌에
넣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더이상 바랄게 없었고, 생면부지의 나를 후배 추천만으로
선뜻 일자리를 준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서 열심히 일했던 게 전부였다.

그 외에도 사장 형님 내외는 서울에서부터 먼 곳까지 와서 스스로 등록금 벌겠다며
성실히 일하는 모습이 무척 대견해 보였다는 칭찬을 종종 해 주셨고
숫제 대학 그만 두고 자신 밑에서 계속 함께 가자는 제안까지 했지만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진 무리였기에 나로선 일할 때 만큼은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답하는게 최선이었다.

이후 남쪽 어느 바닷가에 쳐박혀 보낸 거의 1년.
점점 노동으로 까맣게 그을러져 가는 내 모습을 볼 때 스스로 영락없는 시골 총각(?)으로
변신하는 걸로 보여 거울을 볼 때마다 너무 생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힘든 노동일을 겪어내며 생긴 약간의 근육질 몸매는 군 제대하면서
고스란히 반납하고 나왔던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다시 일깨워준데다
스스로 왠지 외모에 자신감이 생기게 된 계기로 남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그동안 정 들었던 사장형님 내외와 작별한 후
적금으로 모아두었던 천 오백만원이 훌쩍 넘은 돈을 소중히 간직하며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내가 보게 된 집안 상태는....
근근히 안부전화 등으로 전해 들었던 상황보다
훨씬, 아니 정확히 말해 "개박살"이 나 있었다.

아버지는 하시던 사업의 재기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그나마 남아있던 집까지 압류를 당해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빚쟁이들의 악다구니와 협박 전화...
밤낮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현관문을 두둘겨대며 빚 갚으라고 고함지르는 깍두기 덩치들..
지옥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었다.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내가 서울로 상경한 즈음의 어느날 외출하신 후 행방이 모연해졌다.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서울역, 부산역, 종각 공원 등등 사진과 팜플렛을 만들어
동네방네 찾으러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계속 찾을 수 있는 상황도 허락되지 않았다.
종국엔........ 찾고 싶지도 않아졌다.

집안 구석구석에 붙어있던 수많은 빨간색 압류 딱지만큼 삶의 무게는 잔혹하고 힘겨웠다.

결국 어머니를 비롯한 남은 식구 3명은 길거리로 쫓겨 내몰리는 처지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IMF 시절 당시 뉴스에서 단골 메뉴였던 "가정의 해체"........
그게 바로 우리 집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많지 않았던 가까운 친척들 역시 이러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집안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지금으로선, 어차피 그들 역시 살아남는 게 힘든 시기였을테니.. 라는 생각에
이해하지만 당시로서는 절박하게 도움을 구하는 우리 집안을 매몰차게 외면한 친척들이
너무 큰 상처였고 원망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난 급한대로 그간 막노동으로 모아 두었던 돈으로라도 세 식구가 살 집을 찾아 보자고 했다.
하지만 그 돈은 복학할 때 등록금으로 이용하라는 말씀과 함께
어머니는 따로 경기도 외곽의 어느 전원 가든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식당일이 생겼다며
훌훌 떠나 버리셨다. 누나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얹혀 살겠다고 떠났다.

가족이 뿔뿔히 흩어지는 그 날.
붙잡은 손등 위로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견뎌내라.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참으렴. 절대 나쁜 생각하지 말고. 나중엔 반드시 웃게 될거야"

혼자 남았다.
급한대로 정리해서 포터 트럭 하나 부른 후 짐을 싣고, 무작정 내가 향한 곳은 신촌쪽이었다.
잘 모르긴 했지만 대학가라서 월세방이 완전 저렴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었는데
곧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나와 어머니에게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100만원씩 떼어 준 데다
만일을 대비해서 절대 허물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은행에 넣어둔 1000만원을 제외하면
내가 월세방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해야 200만원이 전부였다.
당장 포터 트럭 비용마저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방을 구하려 뛰어다녀보니 쓸만한 방은 내가 생각한 금액으론
감히 언감생심일 뿐이었다.

신촌 어느 굴다리 모퉁이에 짐을 실은 포터 트럭을 세워두고,
그 인근을 샅샅히 돌면서 해질 무렵 즈음, 겨우 찾아낸 방은......
200만원 보증금을 주고 들어가기가 아까울만큼 형편없는...허름한 주택의 지하실 방이었다.

두 사람이 가까스로 누을만한 폭에
앉은뱅이 책상 하나와 14인치 티비 하나 올려놓은 협탁, 행거 하나만으로도 방이 가득 차 버렸다.
그게 내가 구한 방 하나의 전체 넓이었다.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나무 미닫이 문을 열면, 그 앞에 위치한 폭 1미터짜리 공간.
억지로 구겨넣은듯한 씽크대가 있었다.
이른바 주방이라는 공간이었다.
내가 만약 조금만 더 뚱뚱했더라면 씽크대와 미닫이문 사이에서 엉덩이를 비벼가며
꽤나 곤욕을 치뤘을거라 쓴웃음만 나올만큼 생뚱맞은 모양새의 방구석이었다.

욕실은 내 방과 옆방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동 화장실 겸 욕실 형태였다.
게다가 위치마저 오묘했다.
한겹짜리 매트를 깔고 누워 있노라니, 누군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바지 내리는 소리와 함께
듣기 민망한 뿌지지지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마이 갓!
이 소리는 신진대사 활동에 충실하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분명했다.
명확히 말해,
내가 잠을 자려 누워있는 "방"과 화장실은...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구조였던 것이었다.
이사한 이후...
매우 오랫동안... 난 나의 "방"에서 그 무엇도 먹을 수가 없었다.
아니 먹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 외, 세탁기며 오디오며 냉장고.... 등등....
물론 내가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설령 있다해도 놓을 공간이 없는 지경의 협소한 구조.
이루 말로 형용하기 힘들만큼 열악한 신촌의 어느 지하실 방.
그게 내가 사회에서 몸을 눕힌 첫 자취방의 모습이었다.

이사를 마친 후 다음날부터 생활정보지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매월 월세 20만원으로 기억되는 돈을 월말까지 마련하려면 실의에 잠겨있을 시간도,
울분을 토해낼 에너지마저도 사치였다.
오로지 남은건 생존하자라는 마음 뿐이었다.

여기저기 전화해가며 얻은 첫 아르바이트는 용산전자상가에서 PC용 부품을 운반하는 일이었다.
워낙 알려진 알바이니 아마 알고 있는 독자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냥 말 그대로 운반에 심부름꾼 노릇하는 역활이였다.
상점간 주문한 부품 배달하고, 매장 손님이 PC를 구입하면 주차장까지 배달해서 차에 실어주고,
물품 진열하고, 청소하고,
이거하라 던져주면 그거 하고, 저거하라 하면 그거 하고...
모든 노동은 신성하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머슴질과 다를 바 없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생각을 해서는 안되었다.
일부러 깡통마냥 머리를 비워야만 했다.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대로만 일했다.

아침 일찍 나가서 오후 4시쯤 퇴근하는 용산매장 배달 알바로 월 50만원 남짓 벌었던 것 같다.
워낙 단순하고 소모품틱한 알바라 그런지 내가 일하는 와중에도
나 같은 남자 알바가 몇명 출근했다가 소리없이 그만두고 나가길 반복했다.

용산 매장에서 퇴근한 후부터는 집 근처인 신촌에 있는 호프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해결하며 홀 서빙을 했다.
아마 시간당 최저임금인게 분명했지만, 저녁밥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밤 12시 넘어서 들어가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버는 한달의 월수입은 모두 합쳐봐야 100만원이 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돈 없는 가난한 생활의 백미인 굶주림,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용산전자상가 건물 내 식당에서는 한끼 식사가 몇 천원 수준이었지만 쉽게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매장 알바하는 내내,
오로지 김밥 한 줄과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떼워야만 했었다.
너무 자주 먹어서 그런지...
결국 컵라면과 김밥을 보면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 되었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선 꾸역꾸역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저녁엔 호프집에서 서빙을 할 때는 손님이 먹고 남긴 안주를 버리면서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 적도 있었다.

늘 생존만을 생각하며 다른 잡념없이 악으로 버티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다.

그래. 까짓거 굶주림과 가난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무너져가는 내 자존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람 취급 안해주던 알바였던 탓에 회식에 끼워주었던 적이 애당초 없었지만
어느날 왠일인지 사장이 선심쓰듯 알바들까지 모두 불러서
저녁식사를 곁들인 술 한잔씩 하던 자리에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시선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남자들 모두 약간씩 그러한 심리적 기저가 깔려있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기 자신의 외모를 (매우) 너그럽게 봐 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준수하지. 뭐 어때?" 라는...
나 역시 그런 본능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난 분명히 20대 초중반이었고
게다가 노동을 하면서 곁들인 근육 만들기로 인해 나름 괜찮은 몸매잖아?
키도 이정도면 작진 않고? 라는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그건 결론적으로 나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돈이 없어서 매일 똑같은 칙칙한 옷차림에,
관리하지 못해서 꺼칠한 얼굴 피부...
머리는 이발비 아낀답시고 두달에 한번씩 잘라서 늘 더벅머리에
피곤에 찌들고 제대로 먹지 못해 누리끼리한 얼굴...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르겠지만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

용산 배달 알바했던 매장은 나름 규모가 있어서 경리 여직원도 3명이나 되었다.
한 명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육덕진 여자, 나머진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들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그녀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정확히 마치 징그러운 벌레를 보는 듯 싶었다.
아니, 까놓고 말해 경멸감 잔뜩 섞인 시선이었다.

때론 눈빛은 여과없이 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직접 쏘아대는 말보다 더 큰 아픔을 주는 듯 싶었다.

맞구나. 난 돈도 없고 제대하고 나와서 이제 꾸질꾸질한 예비역 아저씨인데다
별다른 능력도 쥐뿔 없어서 이런 매장에서 시덥찮은 알바나 하구 있구나. 라는
변함없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시켜주는 듯한 시선...

그나마 내게 관심을 보이며, 어디 살아? 퇴근하면 뭐해? 여자친구 있어? 라는
시시콜콜한 질문을 몇개 해 대던 육덕진 경리녀 역시,
주위에 앉은 다른 경리 여자애들의 무슨 저런 애한테 그런걸 물어보냐? 라는 느낌이
팍팍 오는 위아래 훑어보는 시선을 서로 주고받더니...
곧 심드렁해져 버린 눈치였다.

아오... 시발...
홀딱 벗구 벌려줘도 꼬추 지저분해질까봐 넣고 싶지 않을 년들이 정말 빡치게스리!!!
하지만 그런 분노감도 잠시일 뿐이었다.

그래.
내가 정작 무서워하는 실체는,
이런 식으로 자존감을 좀먹고 들어오는 내 구질구질한 삶의 무게와...
"넌 결코 빠져나갈 수 없어!" 라며 희망을 잔인하게 거세시켜버리는듯한 체념..
난 사실 그게 두려웠던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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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다른 소재도 없고... 상상 속 소재로 글쓰기는 너무 힘들고...
만만한게 경험담이네요.
왠만하면 팩트 위주로 쓰겠지만 믹스해서 그냥 막 써볼까 합니다.
초보 기 죽이는 악플만 아님, 무조건 감사하겠습니다.

2.
누에고치 마냥 쭉쭉 글 뽑아서 연달아 올리시는 작가분들은
잉간이 아닌 초월자 같아 늘 부럽습니다.

회원사진
최고관리자

Lv : 10   Point : 9300

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태그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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