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1
아니 주희가 빠져 있었던 남자라고 해야 맞을것 같다.
작년 8월, 강원도 산골의 한 비탈. 이슬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였다.
“야이, 씨발놈아, 수영선생이었다니 힘은 좋을 것 아냐. 삽질도 못하냐, 이 개새꺄.”
영석은 팬티와 런닝바람으로 벌건 황토흙을 까발리며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비에 젖어 머리에 아무렇게나 달라 붙어 있었다.
“그 몸매 자랑하며 여자들 따먹고 다닐 때는 힘이 펄펄 솟았지 시발놈아.”
입이 거친 사내는 검은 정장을 하고 썬그라스를 낀 한 사내가 받쳐주는 우산 아래서 씩씩거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입꼬리가 교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던 오경의 남편인 경식이 입거친 사내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임마! 그 가랭이 벌리고 따먹힌 여자 중에 내 마누라도 있었다는 걸 명심해라. 그래도 주둥아리 조심하고…”
“아이참. 박검사 님도. 그러니까 이렇게 저놈을 잡아와 수고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식은 입을 다물었다.
“빨리 안파냐. 니놈이 누울 곳이다. 그러니가 깊고 예쁘게 파야지. 겨울에 안추울라면.”
판조는 멀찌감치 떨어진 비탈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식이 보여줄 게 있다며 차에 타라고 해서 온 곳이 이곳이었다. 아내와 바람을 핀, 아니 말을 똑바로 하자. 저 사내는 총각이라니 바람이 아니다. 아내를 바람들게 한, 아니 아니, 주희가 빠져 있던 사내... 그래 니가 나보다 낫다. 그 건장한 몸 아래 주희를 깔아 뭉겠겠지. 판조는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주희가 그토록 생글생글한 이유도 다 저 사내 때문이었나?
영석이 허리까지 땅을 파고 멍하니 서 있었다.
“너 좋았냐? 오경이랑 할 때 말야. 대답해라. 삽자루 날라간다.”
영석은 고개를 확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쳐들고 대답했다.
“사랑했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경식이 빡 돌았다.
“사랑? 니가 사랑이라고 했냐? 따먹고 갖고논 여자한테 사랑? 이런 썅놈의 새끼가!”
“정말입니다. 오경씨는 멋있는 사람입니다.”
영석도 지지 않았다. 니놈이 검사라지? 그게 바로 약점이란 걸 모르냐. 너의 지위와 명예, 그것을 지키려는 알량한 자존심이 너의 콤플렉스고 아킬레스 건인 줄 넌 모르느냐. 솔직히 따먹은 내가 죽이고 싶은게 아니라 내 좃에 환장하고 메달린 네 마무라가 더 죽이고 싶을거라는걸 난 안다. 영석은 통을 크게 먹었다. 죽이진 않을 것이다. 파묻진 않을 것이다. 이런 계산이 들었다.
“묻어버려!”
“예이!”
건장한 사내 셋이 영석을 발로 차서 쓰러트리고 삽으로 흙을 퍼부었다.
“검사님, 우린 이제 공범이니까 인공폭포나이트 건은 넘어가 주셔야 합니다.”
“어디서 거래를 하려고 들어? 규만이건 봐준 것만 해도 니가 10년은 나한테 봉사해야 된다. 어서 묻기나 해.”
영석은 비와 흙을 얼굴에 맞자 덜썩 겁이 났다.
“검사님 한번만 봐주십시요.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늦었어."
이 때 판조가 다가왔다. 옷이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경식아 그만 해라. 사람 죽이겠다.”
“너는 가만히 있어. 묻어 버릴테니까. 야, 저 새끼 잡아올려. 자지를 짤라 버릴테니까.”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입거친 사내가 맞장구를 쳤다. 사내 둘이 영석을 끌어올려 땅바닥에 눕히고는 팬티를 벗겼다. 검은 음모가 비에 젖어 초라하게 살에 달라붙어 있었고, 불알은 골프공처럼 옹골지게 뭉쳐 있었다.
영석의 성기는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뼘은 족히 될만한 축쳐진 자지가 저정도면 저게 발기되면 엄청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내가 영석의 다리를 벌리게 하고 땅바닥에 성기를 늘어 놓았다. 입거친 사내가 삽을 가져왔고 경식은 날을 땅과 수직으로 들었다. 아래로 내려 찍으면 영석의 성기는 동강이 날 판이었다.
“오경이 임신을 했단 말야. 낳을 생각없으니 떼라고 하겠지만. 근데 말야, 나는 작년에 정관수술을 했거든. 아내한텐 말하지 않았지. 아내는 자식 하나를 더 낳자는 주의니까. 오경이 배속에 들어있는 씨가 네놈이라는 사실이 아주 기분 나빠. 그 출처를 요절내야지 않겠어?”
“그… 그건 아녜요…꼭 저라고만 단정할 순 없잖아요…”
“뭐야..이 씹새끼가…그럼 너말고도 또 딴놈도 따먹었단 말을 하는거야?”
“그…그런말이 아니구요….저도!”
영석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꼭 다물었다. 영석은 알고 있다. 오경이 다른놈하고도 놀아났다는걸, 자신도 이미 정관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유부녀들 구멍이나 파먹고 사는 입장이 되고보니 임신이 항상 걱정거리여서 아예 그 싹을 막아 철저하게 준비를 한것이었다. 순간 영석도 그게 어떤놈인지 궁굼하고 따지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저 검사놈의 화를 더 돋구게 된다는 생각이 들자 말문을 막아버린것이다.
“야, 이 새끼야…임신은 니새끼 씨가 하나 들어갔지만 니 놈이 오경이 보지구녁과 똥구멍에 싸놓은 씨앗이 하늘에 별보다 더 많다는게, 내가 더 열이나. 이새끼야.”
영석이 뭐라고 항변을 할줄 알았는데 당신하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듯 입을 다물자 경식은 더 화가 났다.
“이런 우라질 새끼가…..네 놈 좃물을 목구멍으로 처 먹고 집에 와서는 식구들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고 생각하면…내가 오경이 내장을 다 뒤집어 버리고 싶지만, 우선 네놈 그 좃부터 잘라부러야 내가 좀 살 것 같아”
그 사이에 사내들이 말뚝 두개를 구해와 영석의 벌어진 다리 끝에 박고 끈으로 다리를 묶었다. 꼼짝없이 되었다. 정말일까? 영석은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영석의 눈이 질끈 감긴 반면 경식은 눈을 부릅떻다.
경식이 삽을 높게 치겨 들었다.
“경식아. 그만해라, 그만해. 그렇다고 그게 없었던 일이 되냐?”
“그러니깐 저 새끼 좃이라도 잘를려는 것 아냐?
“여기서 막을것도 없는데...지혈이 않될거야”
판조가 말렸다. 경식한테서 삽을 뺏아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 영석이 옆에 쪼그려 앉았다.
“니가 저 친구의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너 강원도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고 평생 여기 살아라. 만약 서울에 다시 얼쩡거리면 그때는 나도 못참는다. 너의 움직임 하나정도는 우리 두사람이면 니가 언제 똥싸는 것 까지도 다 확인할 수 있어. 내가 나름대로 비뇨기과 의사니까 너 불구로 만드는 거 주사 한방이면 해치울 수 있어. 알았어?”
영석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에……”
“얘, 담배하나 물려줘라.”
경식은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애초에 겁만 주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적절한 대목에서 판조가 잘 만류한 것 같았다. 그는 오경의 잘못이 더 크다는것도 잘 알고 있었다. 판조와 영석은 맞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근데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주희가 너랑 할 때 많이 좋아했냐?”
판조의 어뚱한 질문에 영석은 오싹한 살기를 느꼈다. 왜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
판조가 다시 한번 안심하게 했다.
“예, 주희씨가 워낙 섹스를 잘하고 좋아해서...”
“주희가 섹스를 즐긴다... 금시 초문이군. 나를 봐봐. 내가 이런 말 듣고 싶은 거냐. 너한테 화내는 게 아냐. 아내에 대해서 궁금해서. 소리를 크게 냈어? 주로 어디서 했어?”
“야, 너 미쳤냐? 너 변태냐?”
경식이 비웃었다. 그러나 둘의 대화에 솔깃하고 있었다.
“주희씨는 정말 즐길 줄 아는 분이고 그 점에서 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신음소리 내는 것도 거침이 없어 같이 호텔에 가면 일부러 제일 끝방을 잡았어요. 주로 호텔과 제 오피스텔에 갔지만 집에서 하고 싶다고 할 때는 가기도 했어요.”
“좋아, 매우 솔직한 청년이군. 그 태도가 맘에 들어. 주희가 먼저 니꺼 빨아주기도 했어?”
“예...”
판조는 비에 젖은 채 땅에 늘어져 있는 영석의 성기를 만져보았다. 만지니 묵직하고 튼실했다. 발기되면 분명 명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에 젖은 초라한 살덩이일 뿐이었다. 그 살점을 입에 물고 있는 주희를 떠올려 보았다.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사내의 육중한 몸에 깔려 발버둥치고 있는 주희를 떠올려보았다. 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한번 세워 볼래? 부탁이다. 커진 모습 보고 싶다.”
영석은 참 난감했다. 그는 불안에 떨고 있었고 그것은 성적 흥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적대적이고 힘센 사내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주희랑 할 때를 생각하며 키워볼래?”
그러나 영석은 판단이 빨랐다. 여기서 이놈들이 인정할만한 가치를 보여주어야 내가 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석은 성기에 힘을 주어 까딱거리기 시작했고 수영장에서 주희와 처음 했을 때를 떠올리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영장 바닥에 주희를 뉘워놓고 처음 그녀의 보지를 빨았을때의 느낌을 찾아내었다. 조금 지나자 영석의 성기는 우뚝하게 섰다. 판조는 그것을 손으로 감싸 보았다. 뒤에서 사내들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운동을 한 놈이라 튼실하긴 하다.”
한 사내가 말했다.
“주희가 어떻게 빨아줬어?”
영석은 판조의 집요한 질문에 덜컥 겁이 났다.
오히려 경식이처럼 날뛰면서 위협하는 게 나았다. 친절 속에 감춰진 비수... 판조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에게 뭔가를 묻고 싶은 호기심과 그 호기심에 점점 무너져 내려가는 내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여기서 잘해야 한다, 안그러면 다시 구멍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 씨발. 내가 말 한번 잘했구나. 여자들 구멍이나 탐하고 다니다가 이렇게 큰 흙구멍에서 알몸으로 치욕을 당하고 있지만 살아날 구멍도 있는 것이다. 영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렷다.
판조는 눈을 고정하고 몰입한 상태로 영석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빨아달라고 해서 빨아줬지, 주희씨가 먼저 그런 적은 없습니다.”
이 때 판조가 영석의 뺨을, 고개가 훽 돌아갈 정도로 한 번 올려 붙였다. 경식과 사내들은 자기들끼리 “어쭈” 하면서 판조의 돌발적인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점잖은 판조가 남을 때리는 장면은 처음 본, 술집 아가씨에게도 존대말을 하는 소심하고 예의바른 친구의 노골적인 행동을 본 경식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네가 좀 솔직한 줄 알았는데... 그런 변명을 듣자고 한 게 아니라고 아까 말했잖아.”
“예 예.”
영석은 두려운 나머지 급하게 대답부터 해놓았다.
“주희씨가 제걸 입에 넣어서 여기 위에서부터 혀를 돌리면서 목구녕까지, 너무 깊이 넣어서 토할 것 같다고 하면서요. 입으로 해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먹음직스럽다고 하면서, 갖고 놀고요 막. 섹스할 때 주희씨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어떨 때는 이렇게 주희씨 입에 넣으면 조용해져서 좋았을 때도 있어요. 너무 꽉 깨물어서 흥분이 된 적이 있는데 그만 주희씨 입 속에서 사정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나올 것 같다고 하니까, 주희씨는 어물거리면서 그냥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제 정액을 삼켰어요.”
“아...”
판조는 짧은 신음을 하였다. 한 여자와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너무 몰랐다. 다른 남자와 할 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이렇게, 자기와 있을 때와는 딴판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내, 어떤 것이 진짜일까. 아마 둘 다겠지. 앞에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처음에 주희가 너를 꼬셨냐?”
“그건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인지. 주희씨가 외제차를 몰고 다니길래 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예요. 근데 저는 주희씨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맘에 들었고, 언젠가는 저 여자랑 한 번 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리는 거예요. ‘언더더시’라는 카페에 가서 술을 마셨고, 이 때 술을 잘 못한다는 주희씨가 제법 잘 마시길래 일이 잘 되겠구나 하는 감이 왔지요. 그날 수영장에 들어가서 알몸으로 수영하다가 처음 했어요. 나중에 주희씨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될 줄 예상은 했대요. 자기도 모르게 그날은 예쁘고 야시시한 팬티를 입게 되었다고요. 수영장 안에서 너무 크게 신음소리를 내고 첫날부터 잘 빨아줘서, 주희씨가 좀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도 좋고 주희씨도 좋은 거니까 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남편들은 안좋아, 개쉐이야. 그날 딴 남자한테서 허벌창이 난 구멍에 박고 싶겠냐.”
경식이는 말은 습관적으로 거칠게 했지만 어떤 공모감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알 것 다 알았기 때문에, 아내가 다른 남자 아래 깔리고, 또 그 남자를 깔고 다닌 게 기정 사실이기 때문에 남은 것은 질투가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영석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경식과 판조는 몰래 다른 남자랑 행각을 하고 다닌 아내의 모습이 뚜렷히 떠올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저 “나 몰래, 나만 쏙 빼놓고 그러고 다녀?” 했던 질투와 분노가, “이렇게 했겠군” 하는 참여감으로 바뀌었다.
남자들의 불안감이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나오고, 지식과 남에 대한 조종으로 통제가 가능할 때는 그 알량한 권위 의식으로 허허 하고 웃어넘길 병적인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어느 날 오경씨가 전화로 한 호텔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시간에는 주희씨를 만나기로 해서 다음에 보자고 했어요. 그러자 오경씨는 차별대우 하냐고 막 그래요.저는 좀 미안했어요. 그러나 오경씨는 좀 웃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좀 있다가 주희씨와 만나기로 한 호텔에서 만나 바로 객실로 들어갔어요. 주희씨는 좀 이상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그래요. 저는 오늘 좀 속옷을 이상하게 입고 왔구나, 아니면, 스타킹을 찢어 달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도구를 가지고 왔나, 채찍이나 밧줄이나... 저는 속으로 좋다, 내가 놀랄 일이 무엇인가. 스타킹을 찢어 달라면 찢으면 되고, 밧줄로 묶어 자라면 묶어주자, 재밌지 않냐, 놀랄 일은 아니다 고 생각했어요.”
“허허, 재미있는 친구군.”
경식이 추임새를 넣었다.
“아, 근데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왠 여자 옷이 있지 않아요. 조금 있으니 욕실에서 물에 젖은 오경씨가 나옵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주희씨가 그 때서야 웃으며 말을 합니다. 오경씨에게 미안해서 오라고 했다고. 오경씨도 웃었어요. 저는 좀 어색했어요. 그럼 셋이 하자는 얘긴데 저의 섹스를 다른 한 사람한테 관찰당한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거든요. 뭐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지만요. 웃음이 멈추었어요. 두 여자는 저한테 어서 사워를 하고 오라고 하고는 뭔가 얘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몸을 대충 씻고 나오자 두 여자분은 옷을 다 입은 채로 있지 않겠어요. 저는 이 사람들이 집에 가려나 생각했어요.”
“야 이 자식아, 묘사를 너무 지루하게 하지 말고 결정적인 장면을 얘기해.”
경식이 제 때에 끼여 들었다.
“아, 예예. 오경씨가 ‘영석씨 맘대로 해보세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두 여자랑 동시에 한다는게 무척 흥분이 되더군요. 저는 입으려는 옷을 다시 벗고 그들에게 옷을 다 벗으라고 했어요. 여자분들 둘이 옷을 홀랑 벗엇어요. 아 그런데 둘다 팬티도 않입고 왔더군요. 그래서 오늘 이 두여자가 작정을 하고 왔구나 생각을 했죠. 그리고 셋이서 다시 욕실로 들어갔어요. 저와 두분의 온몸에 비누칠을 하게 한 다음에 제 몸에 비비게 했어요. 미끌거리는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주희씨는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말했어요. 마치 미꾸라지들이 엉켜서 미근덩거리는 진흙탕처럼 세명이 욕조안에서 서로의 몸에 비누를 더 칠하면서 장난도 하고..성기를 만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자극을 주기도 햇어요. 저는 그날만은 오경씨와 주희씨에게 따로따로 주었던 마음을 잊고 그냥 오늘은 두 사람과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 두 분도 질투같은 것 느끼지 않는 것 같았지요. 저는 두 분의 온 몸을 비누로 씻어주고 구석구석 만져주었어요. 그리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는데 아랫부분을 닦으면서 보니까 이미 보짓물이 나오더라구요. 주희씨가 먼저 나가고 오경씨를 나중에 닦아주엇는데 저보고 물을 빨아먹으라고 해서 잠깐동안 욕실에서 오경씨 보짓물을 빨아주었어요. 밖에서 주희씨가 재촉하는 바람에 많이는 못빨아주었더니 오경씨가 불만이 생겼어요”.
”우라질 년…”
경식은 한마디 내뱉고 다시 이야기에 귀기울렸다.
“그래서 바삐 방으로 나갔죠.”
판조와 경식은 침을 삼키면서 영석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 여자들이 자신의 아내인지도 어느새 잊고 있었다. 오히려 아내이기 때문에 더 흥미로왔다.
입거칠고 우락부락한 사내들도 아예 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아 얘기를 듣고 있었다. 비내리는 숲 속에서의 사내들이 우스꽝스럽게 모여있는 형국이었다.
“나가자마자 저는 여자 중의 한 명을 묶어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햐면 묶여있다는 핑계로 한 쪽에 편애를 할 수 있으니까요. 더 애타게 해야 하니까요. 묶을 것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주희씨가 카운터에 전화를 걸어 넥타이 다섯 개를 주문하더군요. 얼마 후 보이가 급하게 올라와 고급스러운 넥타이를 건네주고 갔어요. 저는 먼저 주희씨를 묶었어요. 손을 뒤로 해서 묶고, 다리는 발목을요. 꼼짝달짝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저는 주희씨를 짐짝처럼 바닥에 팽개쳐 놓았어요. 긴 머리카락이 바닥에 마구 흩어져 있더군요. 그리고 주희씨에게 ‘우선은 친구가 어떻게 하는지 구경만 하라’고 했어요. 그러자 주희씨는 그러겠다면서, 대신 오경이한테 해 준 것을 나한테도 해줘야 한다고 애원했어요. 저는 내가 오경이 한테 무엇을 할 생각인지 아느냐고, 내가 오경이 죽이면 너도 죽여주까? 하고 물었어요. 그러자 주희씨는 나도 죽여달라고 했어요.”
영석의 이야기는 점입가경이었다.
영석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얘기를 들려주는 데는 다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도 외딴 바닷가에서 굴러 먹다가 바람난 엄마를 바다에 떨어트리고 도망쳐 나온 자였다. 세상일을 알만큼 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부각시켜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잘 알고 있었다.
“주희 씨는 바닥에 뒹굴고 있고, 오경씨는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오경씨는 여왕처럼 누워서는 구석구석을 만져 달라고 했어요. 저를 강아지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었지요. 자기 아래를 혀를 길게 내려 빼서 빨라달라는가 하면, 주희씨를 가리키며 ‘오늘 저년이랑 하려고 했지?’ 하면서 욕설을 서슴치 않았어요. 아주 대담했지요.”
영석은 그날의 장면이 비디오영화의 2편처럼 스크린으로 펼쳐졌다.
아니 주희가 빠져 있었던 남자라고 해야 맞을것 같다.
작년 8월, 강원도 산골의 한 비탈. 이슬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였다.
“야이, 씨발놈아, 수영선생이었다니 힘은 좋을 것 아냐. 삽질도 못하냐, 이 개새꺄.”
영석은 팬티와 런닝바람으로 벌건 황토흙을 까발리며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비에 젖어 머리에 아무렇게나 달라 붙어 있었다.
“그 몸매 자랑하며 여자들 따먹고 다닐 때는 힘이 펄펄 솟았지 시발놈아.”
입이 거친 사내는 검은 정장을 하고 썬그라스를 낀 한 사내가 받쳐주는 우산 아래서 씩씩거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입꼬리가 교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던 오경의 남편인 경식이 입거친 사내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임마! 그 가랭이 벌리고 따먹힌 여자 중에 내 마누라도 있었다는 걸 명심해라. 그래도 주둥아리 조심하고…”
“아이참. 박검사 님도. 그러니까 이렇게 저놈을 잡아와 수고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식은 입을 다물었다.
“빨리 안파냐. 니놈이 누울 곳이다. 그러니가 깊고 예쁘게 파야지. 겨울에 안추울라면.”
판조는 멀찌감치 떨어진 비탈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식이 보여줄 게 있다며 차에 타라고 해서 온 곳이 이곳이었다. 아내와 바람을 핀, 아니 말을 똑바로 하자. 저 사내는 총각이라니 바람이 아니다. 아내를 바람들게 한, 아니 아니, 주희가 빠져 있던 사내... 그래 니가 나보다 낫다. 그 건장한 몸 아래 주희를 깔아 뭉겠겠지. 판조는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주희가 그토록 생글생글한 이유도 다 저 사내 때문이었나?
영석이 허리까지 땅을 파고 멍하니 서 있었다.
“너 좋았냐? 오경이랑 할 때 말야. 대답해라. 삽자루 날라간다.”
영석은 고개를 확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쳐들고 대답했다.
“사랑했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경식이 빡 돌았다.
“사랑? 니가 사랑이라고 했냐? 따먹고 갖고논 여자한테 사랑? 이런 썅놈의 새끼가!”
“정말입니다. 오경씨는 멋있는 사람입니다.”
영석도 지지 않았다. 니놈이 검사라지? 그게 바로 약점이란 걸 모르냐. 너의 지위와 명예, 그것을 지키려는 알량한 자존심이 너의 콤플렉스고 아킬레스 건인 줄 넌 모르느냐. 솔직히 따먹은 내가 죽이고 싶은게 아니라 내 좃에 환장하고 메달린 네 마무라가 더 죽이고 싶을거라는걸 난 안다. 영석은 통을 크게 먹었다. 죽이진 않을 것이다. 파묻진 않을 것이다. 이런 계산이 들었다.
“묻어버려!”
“예이!”
건장한 사내 셋이 영석을 발로 차서 쓰러트리고 삽으로 흙을 퍼부었다.
“검사님, 우린 이제 공범이니까 인공폭포나이트 건은 넘어가 주셔야 합니다.”
“어디서 거래를 하려고 들어? 규만이건 봐준 것만 해도 니가 10년은 나한테 봉사해야 된다. 어서 묻기나 해.”
영석은 비와 흙을 얼굴에 맞자 덜썩 겁이 났다.
“검사님 한번만 봐주십시요.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늦었어."
이 때 판조가 다가왔다. 옷이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경식아 그만 해라. 사람 죽이겠다.”
“너는 가만히 있어. 묻어 버릴테니까. 야, 저 새끼 잡아올려. 자지를 짤라 버릴테니까.”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입거친 사내가 맞장구를 쳤다. 사내 둘이 영석을 끌어올려 땅바닥에 눕히고는 팬티를 벗겼다. 검은 음모가 비에 젖어 초라하게 살에 달라붙어 있었고, 불알은 골프공처럼 옹골지게 뭉쳐 있었다.
영석의 성기는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뼘은 족히 될만한 축쳐진 자지가 저정도면 저게 발기되면 엄청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내가 영석의 다리를 벌리게 하고 땅바닥에 성기를 늘어 놓았다. 입거친 사내가 삽을 가져왔고 경식은 날을 땅과 수직으로 들었다. 아래로 내려 찍으면 영석의 성기는 동강이 날 판이었다.
“오경이 임신을 했단 말야. 낳을 생각없으니 떼라고 하겠지만. 근데 말야, 나는 작년에 정관수술을 했거든. 아내한텐 말하지 않았지. 아내는 자식 하나를 더 낳자는 주의니까. 오경이 배속에 들어있는 씨가 네놈이라는 사실이 아주 기분 나빠. 그 출처를 요절내야지 않겠어?”
“그… 그건 아녜요…꼭 저라고만 단정할 순 없잖아요…”
“뭐야..이 씹새끼가…그럼 너말고도 또 딴놈도 따먹었단 말을 하는거야?”
“그…그런말이 아니구요….저도!”
영석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꼭 다물었다. 영석은 알고 있다. 오경이 다른놈하고도 놀아났다는걸, 자신도 이미 정관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유부녀들 구멍이나 파먹고 사는 입장이 되고보니 임신이 항상 걱정거리여서 아예 그 싹을 막아 철저하게 준비를 한것이었다. 순간 영석도 그게 어떤놈인지 궁굼하고 따지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저 검사놈의 화를 더 돋구게 된다는 생각이 들자 말문을 막아버린것이다.
“야, 이 새끼야…임신은 니새끼 씨가 하나 들어갔지만 니 놈이 오경이 보지구녁과 똥구멍에 싸놓은 씨앗이 하늘에 별보다 더 많다는게, 내가 더 열이나. 이새끼야.”
영석이 뭐라고 항변을 할줄 알았는데 당신하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듯 입을 다물자 경식은 더 화가 났다.
“이런 우라질 새끼가…..네 놈 좃물을 목구멍으로 처 먹고 집에 와서는 식구들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고 생각하면…내가 오경이 내장을 다 뒤집어 버리고 싶지만, 우선 네놈 그 좃부터 잘라부러야 내가 좀 살 것 같아”
그 사이에 사내들이 말뚝 두개를 구해와 영석의 벌어진 다리 끝에 박고 끈으로 다리를 묶었다. 꼼짝없이 되었다. 정말일까? 영석은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영석의 눈이 질끈 감긴 반면 경식은 눈을 부릅떻다.
경식이 삽을 높게 치겨 들었다.
“경식아. 그만해라, 그만해. 그렇다고 그게 없었던 일이 되냐?”
“그러니깐 저 새끼 좃이라도 잘를려는 것 아냐?
“여기서 막을것도 없는데...지혈이 않될거야”
판조가 말렸다. 경식한테서 삽을 뺏아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 영석이 옆에 쪼그려 앉았다.
“니가 저 친구의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너 강원도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고 평생 여기 살아라. 만약 서울에 다시 얼쩡거리면 그때는 나도 못참는다. 너의 움직임 하나정도는 우리 두사람이면 니가 언제 똥싸는 것 까지도 다 확인할 수 있어. 내가 나름대로 비뇨기과 의사니까 너 불구로 만드는 거 주사 한방이면 해치울 수 있어. 알았어?”
영석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에……”
“얘, 담배하나 물려줘라.”
경식은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애초에 겁만 주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적절한 대목에서 판조가 잘 만류한 것 같았다. 그는 오경의 잘못이 더 크다는것도 잘 알고 있었다. 판조와 영석은 맞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근데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주희가 너랑 할 때 많이 좋아했냐?”
판조의 어뚱한 질문에 영석은 오싹한 살기를 느꼈다. 왜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
판조가 다시 한번 안심하게 했다.
“예, 주희씨가 워낙 섹스를 잘하고 좋아해서...”
“주희가 섹스를 즐긴다... 금시 초문이군. 나를 봐봐. 내가 이런 말 듣고 싶은 거냐. 너한테 화내는 게 아냐. 아내에 대해서 궁금해서. 소리를 크게 냈어? 주로 어디서 했어?”
“야, 너 미쳤냐? 너 변태냐?”
경식이 비웃었다. 그러나 둘의 대화에 솔깃하고 있었다.
“주희씨는 정말 즐길 줄 아는 분이고 그 점에서 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신음소리 내는 것도 거침이 없어 같이 호텔에 가면 일부러 제일 끝방을 잡았어요. 주로 호텔과 제 오피스텔에 갔지만 집에서 하고 싶다고 할 때는 가기도 했어요.”
“좋아, 매우 솔직한 청년이군. 그 태도가 맘에 들어. 주희가 먼저 니꺼 빨아주기도 했어?”
“예...”
판조는 비에 젖은 채 땅에 늘어져 있는 영석의 성기를 만져보았다. 만지니 묵직하고 튼실했다. 발기되면 분명 명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에 젖은 초라한 살덩이일 뿐이었다. 그 살점을 입에 물고 있는 주희를 떠올려 보았다.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사내의 육중한 몸에 깔려 발버둥치고 있는 주희를 떠올려보았다. 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한번 세워 볼래? 부탁이다. 커진 모습 보고 싶다.”
영석은 참 난감했다. 그는 불안에 떨고 있었고 그것은 성적 흥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적대적이고 힘센 사내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주희랑 할 때를 생각하며 키워볼래?”
그러나 영석은 판단이 빨랐다. 여기서 이놈들이 인정할만한 가치를 보여주어야 내가 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석은 성기에 힘을 주어 까딱거리기 시작했고 수영장에서 주희와 처음 했을 때를 떠올리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영장 바닥에 주희를 뉘워놓고 처음 그녀의 보지를 빨았을때의 느낌을 찾아내었다. 조금 지나자 영석의 성기는 우뚝하게 섰다. 판조는 그것을 손으로 감싸 보았다. 뒤에서 사내들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운동을 한 놈이라 튼실하긴 하다.”
한 사내가 말했다.
“주희가 어떻게 빨아줬어?”
영석은 판조의 집요한 질문에 덜컥 겁이 났다.
오히려 경식이처럼 날뛰면서 위협하는 게 나았다. 친절 속에 감춰진 비수... 판조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에게 뭔가를 묻고 싶은 호기심과 그 호기심에 점점 무너져 내려가는 내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여기서 잘해야 한다, 안그러면 다시 구멍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 씨발. 내가 말 한번 잘했구나. 여자들 구멍이나 탐하고 다니다가 이렇게 큰 흙구멍에서 알몸으로 치욕을 당하고 있지만 살아날 구멍도 있는 것이다. 영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렷다.
판조는 눈을 고정하고 몰입한 상태로 영석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빨아달라고 해서 빨아줬지, 주희씨가 먼저 그런 적은 없습니다.”
이 때 판조가 영석의 뺨을, 고개가 훽 돌아갈 정도로 한 번 올려 붙였다. 경식과 사내들은 자기들끼리 “어쭈” 하면서 판조의 돌발적인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점잖은 판조가 남을 때리는 장면은 처음 본, 술집 아가씨에게도 존대말을 하는 소심하고 예의바른 친구의 노골적인 행동을 본 경식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네가 좀 솔직한 줄 알았는데... 그런 변명을 듣자고 한 게 아니라고 아까 말했잖아.”
“예 예.”
영석은 두려운 나머지 급하게 대답부터 해놓았다.
“주희씨가 제걸 입에 넣어서 여기 위에서부터 혀를 돌리면서 목구녕까지, 너무 깊이 넣어서 토할 것 같다고 하면서요. 입으로 해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먹음직스럽다고 하면서, 갖고 놀고요 막. 섹스할 때 주희씨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어떨 때는 이렇게 주희씨 입에 넣으면 조용해져서 좋았을 때도 있어요. 너무 꽉 깨물어서 흥분이 된 적이 있는데 그만 주희씨 입 속에서 사정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나올 것 같다고 하니까, 주희씨는 어물거리면서 그냥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제 정액을 삼켰어요.”
“아...”
판조는 짧은 신음을 하였다. 한 여자와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너무 몰랐다. 다른 남자와 할 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이렇게, 자기와 있을 때와는 딴판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내, 어떤 것이 진짜일까. 아마 둘 다겠지. 앞에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처음에 주희가 너를 꼬셨냐?”
“그건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인지. 주희씨가 외제차를 몰고 다니길래 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예요. 근데 저는 주희씨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맘에 들었고, 언젠가는 저 여자랑 한 번 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리는 거예요. ‘언더더시’라는 카페에 가서 술을 마셨고, 이 때 술을 잘 못한다는 주희씨가 제법 잘 마시길래 일이 잘 되겠구나 하는 감이 왔지요. 그날 수영장에 들어가서 알몸으로 수영하다가 처음 했어요. 나중에 주희씨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될 줄 예상은 했대요. 자기도 모르게 그날은 예쁘고 야시시한 팬티를 입게 되었다고요. 수영장 안에서 너무 크게 신음소리를 내고 첫날부터 잘 빨아줘서, 주희씨가 좀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도 좋고 주희씨도 좋은 거니까 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남편들은 안좋아, 개쉐이야. 그날 딴 남자한테서 허벌창이 난 구멍에 박고 싶겠냐.”
경식이는 말은 습관적으로 거칠게 했지만 어떤 공모감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알 것 다 알았기 때문에, 아내가 다른 남자 아래 깔리고, 또 그 남자를 깔고 다닌 게 기정 사실이기 때문에 남은 것은 질투가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영석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경식과 판조는 몰래 다른 남자랑 행각을 하고 다닌 아내의 모습이 뚜렷히 떠올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저 “나 몰래, 나만 쏙 빼놓고 그러고 다녀?” 했던 질투와 분노가, “이렇게 했겠군” 하는 참여감으로 바뀌었다.
남자들의 불안감이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나오고, 지식과 남에 대한 조종으로 통제가 가능할 때는 그 알량한 권위 의식으로 허허 하고 웃어넘길 병적인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어느 날 오경씨가 전화로 한 호텔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시간에는 주희씨를 만나기로 해서 다음에 보자고 했어요. 그러자 오경씨는 차별대우 하냐고 막 그래요.저는 좀 미안했어요. 그러나 오경씨는 좀 웃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좀 있다가 주희씨와 만나기로 한 호텔에서 만나 바로 객실로 들어갔어요. 주희씨는 좀 이상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그래요. 저는 오늘 좀 속옷을 이상하게 입고 왔구나, 아니면, 스타킹을 찢어 달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도구를 가지고 왔나, 채찍이나 밧줄이나... 저는 속으로 좋다, 내가 놀랄 일이 무엇인가. 스타킹을 찢어 달라면 찢으면 되고, 밧줄로 묶어 자라면 묶어주자, 재밌지 않냐, 놀랄 일은 아니다 고 생각했어요.”
“허허, 재미있는 친구군.”
경식이 추임새를 넣었다.
“아, 근데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왠 여자 옷이 있지 않아요. 조금 있으니 욕실에서 물에 젖은 오경씨가 나옵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주희씨가 그 때서야 웃으며 말을 합니다. 오경씨에게 미안해서 오라고 했다고. 오경씨도 웃었어요. 저는 좀 어색했어요. 그럼 셋이 하자는 얘긴데 저의 섹스를 다른 한 사람한테 관찰당한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거든요. 뭐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지만요. 웃음이 멈추었어요. 두 여자는 저한테 어서 사워를 하고 오라고 하고는 뭔가 얘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몸을 대충 씻고 나오자 두 여자분은 옷을 다 입은 채로 있지 않겠어요. 저는 이 사람들이 집에 가려나 생각했어요.”
“야 이 자식아, 묘사를 너무 지루하게 하지 말고 결정적인 장면을 얘기해.”
경식이 제 때에 끼여 들었다.
“아, 예예. 오경씨가 ‘영석씨 맘대로 해보세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두 여자랑 동시에 한다는게 무척 흥분이 되더군요. 저는 입으려는 옷을 다시 벗고 그들에게 옷을 다 벗으라고 했어요. 여자분들 둘이 옷을 홀랑 벗엇어요. 아 그런데 둘다 팬티도 않입고 왔더군요. 그래서 오늘 이 두여자가 작정을 하고 왔구나 생각을 했죠. 그리고 셋이서 다시 욕실로 들어갔어요. 저와 두분의 온몸에 비누칠을 하게 한 다음에 제 몸에 비비게 했어요. 미끌거리는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주희씨는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말했어요. 마치 미꾸라지들이 엉켜서 미근덩거리는 진흙탕처럼 세명이 욕조안에서 서로의 몸에 비누를 더 칠하면서 장난도 하고..성기를 만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자극을 주기도 햇어요. 저는 그날만은 오경씨와 주희씨에게 따로따로 주었던 마음을 잊고 그냥 오늘은 두 사람과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 두 분도 질투같은 것 느끼지 않는 것 같았지요. 저는 두 분의 온 몸을 비누로 씻어주고 구석구석 만져주었어요. 그리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는데 아랫부분을 닦으면서 보니까 이미 보짓물이 나오더라구요. 주희씨가 먼저 나가고 오경씨를 나중에 닦아주엇는데 저보고 물을 빨아먹으라고 해서 잠깐동안 욕실에서 오경씨 보짓물을 빨아주었어요. 밖에서 주희씨가 재촉하는 바람에 많이는 못빨아주었더니 오경씨가 불만이 생겼어요”.
”우라질 년…”
경식은 한마디 내뱉고 다시 이야기에 귀기울렸다.
“그래서 바삐 방으로 나갔죠.”
판조와 경식은 침을 삼키면서 영석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 여자들이 자신의 아내인지도 어느새 잊고 있었다. 오히려 아내이기 때문에 더 흥미로왔다.
입거칠고 우락부락한 사내들도 아예 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아 얘기를 듣고 있었다. 비내리는 숲 속에서의 사내들이 우스꽝스럽게 모여있는 형국이었다.
“나가자마자 저는 여자 중의 한 명을 묶어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햐면 묶여있다는 핑계로 한 쪽에 편애를 할 수 있으니까요. 더 애타게 해야 하니까요. 묶을 것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주희씨가 카운터에 전화를 걸어 넥타이 다섯 개를 주문하더군요. 얼마 후 보이가 급하게 올라와 고급스러운 넥타이를 건네주고 갔어요. 저는 먼저 주희씨를 묶었어요. 손을 뒤로 해서 묶고, 다리는 발목을요. 꼼짝달짝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저는 주희씨를 짐짝처럼 바닥에 팽개쳐 놓았어요. 긴 머리카락이 바닥에 마구 흩어져 있더군요. 그리고 주희씨에게 ‘우선은 친구가 어떻게 하는지 구경만 하라’고 했어요. 그러자 주희씨는 그러겠다면서, 대신 오경이한테 해 준 것을 나한테도 해줘야 한다고 애원했어요. 저는 내가 오경이 한테 무엇을 할 생각인지 아느냐고, 내가 오경이 죽이면 너도 죽여주까? 하고 물었어요. 그러자 주희씨는 나도 죽여달라고 했어요.”
영석의 이야기는 점입가경이었다.
영석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얘기를 들려주는 데는 다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도 외딴 바닷가에서 굴러 먹다가 바람난 엄마를 바다에 떨어트리고 도망쳐 나온 자였다. 세상일을 알만큼 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부각시켜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잘 알고 있었다.
“주희 씨는 바닥에 뒹굴고 있고, 오경씨는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오경씨는 여왕처럼 누워서는 구석구석을 만져 달라고 했어요. 저를 강아지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었지요. 자기 아래를 혀를 길게 내려 빼서 빨라달라는가 하면, 주희씨를 가리키며 ‘오늘 저년이랑 하려고 했지?’ 하면서 욕설을 서슴치 않았어요. 아주 대담했지요.”
영석은 그날의 장면이 비디오영화의 2편처럼 스크린으로 펼쳐졌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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