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연재하는 이 글 "그녀의 사랑" 은 쓰면서도 아주 애착이 갑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여자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회수나 추천수가 저의 다른 글에 비해서 떨어지는 군요.
이 곳에 글을 올리면서 조회수나 추천수에 신경을 안 쓸수가 없거든요.
독자 여러분의 공감을 얻기 위해 글을 쓰는 거니까요..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흥미가 가지 않는 글은 글을 올리는 횟수가 아무래도 뜸해 지고
내 스스로 애착이 가고 흥미가 있는 글은 반대로 아주 자주 글을 올리게 됩니다.
지난번의 저의 글 "나의 에바부인"을 쓸 때도 하루에 두편 내지 세편을 올릴 정도로 자주 글을 올렸었고
이 글 역시 마찬가지로 자주 글을 올리게 됩니다.
나의 기분과 반대로 조금 저조한 조회수와 추천수에 주절거려 봅니다.
이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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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진수씨와 잠자리에 들며 진수씨에게 말을 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 도저히 안 되겠어요.. 내일 엄마를 한번 보고 와야겠어요.”
“아이가 보고 싶은 게 아니고?”
물론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은 핑계이고, 아이가 보고 싶고, 숨겨진 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도 당당해 지고 싶다.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명절날 쓸쓸히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숨겨진 여자가 아니라..
“아이도 보고 싶지만, 보러 갈 수가 없잖아요..”
“어머닌 어디서 살고 계시지?”
“부산의 M동에서 살고 계세요. 동생들하고 같이..”
“어머니께서 당신을 보시면 보내지 않을 텐데.. 꼭 가야 되겠어?”
“엄마 얼굴만 보고 다시 이곳으로 올 거에요.”
“정말이야?”
“약속할게요.”
“……………….”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열시경에 진수씨와 같이 아파트를 나선다.
다시 부산에 가다니.. 꿈만 같다.
진수씨는 들떠있는 듯한 내 얼굴을 좀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동대구역으로 가니 명절의 다음 날이라 그런지 열차표를 구할 수가 없다.
갑자기 절망감이 온 몸을 휩쓴다.
나를 부산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 방해를 하는 것 같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나를 보고, 진수씨가 말한다.
“시외버스 터미날로 가보지.. 시외버스가 없더라도, 명절날에 운행하는
관광버스라도 있을 거야.”
암울하던 내 마음에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것 같다.
“그래요. 빨리 가요.”
택시를 잡아 타고 시외버스 터미날로 향한다.
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해도 역시 시외버스 표를 구할 수가 없다.
진수씨가 터미날 주변을 이리 저리 살펴 보더니, 내게 손짓을 하며 말한다.
“저기.. 관광버스가 몇 대 보이는데, 저리로 한번 가보자.”
같이 가보니 다행히 부산가는 관광버스가 있다.
진수씨가 표를 끊어 준다.
“숙아. 너.. 부산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지?”
“아니에요. 올게요..”
그렇게 말하는 내게 확신이 생기지 않는지 재차 묻는다.
“그래요.. 올 거에요..”
하지만, 내 마음은 부산가는 것에만 쏠려있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다음의 문제다.
드디어, 차가 출발한 시간이 되고, 진수씨가 품속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준다.
“부산 가면 어머님께 좋은 것들을 사드려. 그리고, 돈 쓸 데가 있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풍족하게 써.”
“고마워요.”
봉투를 핸드백 속에 넣고 차에 오른다.
서서히 차가 출발하고, 진수씨가 출발하는 차를 따라 오면서 손을 흔든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 준다.
차가 고속도로에 접어 들고 부산을 향해 달린다.
고속도로가 막히다 보니, 급한 내 마음과는 달리 가다가 서다가 거북이 운행을 한다.
아까 진수씨가 준 봉투가 생각이 나서 핸드백을 열고 봉투를 꺼내 속에 든 것을 꺼내니
현금으로 백만원이 들어 있고, 백만원 수표가 넉 장으로 모두 오백만원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이 돈이면 작은 아파트 하나를 살수 있는 정도의 돈이다.
그리고, 접힌 종이가 하나 보인다.
펼쳐 들고 보니, 진수씨가 나에게 쓴 편지다.
“숙아..
네가 이번에 부산에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꽃처럼 말라가는 너를 볼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내 곁에 잡아두고 싶지만, 한편으론 널 사랑하는 만큼
널 아끼기에 너를 보내줄 수밖에 없구나.
네가 부산에 내려가서 다시 남편과 합치던 아니면, 다시 다른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던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면 좋겠다.
길다면 긴 세월인 오 개월을 너와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 세월을 내 가슴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겨 놓으려고 한다.
한동안 내 가슴이 많이 아플 것 같구나.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두 눈에서 눈물이 솟구친다.
미안해요.. 진수씨. 나 역시 다시 돌아온다고 당신에게 약속을 했지만, 사실 돌아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인과 행복하게 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좋은 여자를 만나라고 말할 수도 없네요..
그냥 당신이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사시라고 밖에는….
평상시면 두 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네 시간이나 걸려서 부산 초입에 들어선다.
열린 차창 밖으로 부산 특유의 짭짤한 바다냄새가 난다.
오랫동안 객지를 떠돌다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들고, 그렇게 마음이 푸근할 수가 없다.
부산 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하니 어스름한 저녁나절이다.
바로 택시를 집어 타고 엄마 집으로 간다.
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지만,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으랴..
드디어, 엄마가 사는 집 앞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린다.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마루에 엄마가 앉아 있다가 들어오는 나를 보고 담담하게
말을 한다.
“이제 오니?”
내가 한달음에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를 끌어 안고 통곡을 한다.
그런 나를 엄마는 아무 말 안하고 그냥 내 등만 두드려 준다.
어느 새 방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서로 끌어안고 있는 엄마와 내 주위에 서 있다.
“언니..”
“처형..”
그렇게만 부르고 더 이상 말들이 없다.
울음을 멈추고 올려보니, 내 여동생들과 남동생들, 제부 그리고, 못 보던 젊은 여자가 하나
보인다.
엄마가 나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 오려는 동생들을 만류하고는 안방 문을 닫아 버린다.
엄마가 내 앞에 앉아서 찬찬히 나를 살피더니 말을 한다.
“네 얼굴이 왜 그렇게 됐니? 피골이 상접해 가지고는..
그렇게 힘들어 할 걸 왜 집을 나갔니? 네 처지가 힘이 들었더라도 참고 살았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아니야?”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엄마가 말을 잇는다.
“네 남동생이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네 올케랑은 다음에 인사 하거라.”
아까 보이던 젊은 여자가 올케인가 보다.
엄마가 전화를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최 서방인가? 날세..”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모양이다.
“자네 안 사람이 지금 여기에 와 있네. 지금 바로 올 수 있겠나?”
“알았네..”
그리고는 전화를 끊는다.
“네 남편이 지금 여기로 오기로 했다.”
“엄마..”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아니야?”
한 이십분 정도 지났을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마당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방 문을 열고
남편이 들어온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잠시 남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말을 한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앉게.”
남편이 털썩 방에 주저 앉는다.
“최서방.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판단하게.
아직도 내 딸을 집사람으로 생각하는가?”
“………………”
“왜 대답이 없어?”
“예..”
“그러면, 다시 데리고 가서 살 생각이 있는가?”
“예..”
“그렇다면 한가지 조건이 있네.”
“말씀 하세요..”
“오늘 이후로 이번 일을 자네가 죽을 때까지 입에 올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내 딸을 자네에게 보내겠네.
만에 하나 그럴 자신이 없던지, 이번 일로 이 애에게 폭행을 가한다든지 하면
이 애는 내가 데리고 살겠네. 자네.. 어쩌겠나?”
남편이 한동안 말이 없다.
엄마가 다시 재촉을 한다.
“어떻게 할 건가? 이 애를 데리고 갈 건가? 말 건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내가 한 조건을 지킬 수 있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엄마 집을 나선다.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도 남편은 계속 차창 밖만 바라보고 아무 말이 없다.
집에 돌아오니 큰 애는 쭈빗거리고 서 있고, 작은 애는 엄마를 부르며 쫓아와서 내 품에
안긴다. 내가 안본 사이 애들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오 개월에 걸친 가출사건은 종말을 고한다.
그리고, 며칠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다행히 남편은 내가 가출했던 것에 대해 엄마에게 약속했던 대로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다시 예전의 내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남편은 역시 사는 게 바뀌지 않았다.
회사 마치면 동료들과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고 술에 잔뜩 취해서는 집에 돌아왔다.
남편이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에게 다른 말은 하지 않아도 날 쳐다보는 눈빛이
아주 냉랭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밤에 같이 잠을 잘 때도 나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아예 근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전과는 달리 월급봉투를 내게 맡기지 않는다.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가 쌀을 산다든지 반찬을 산다든지 하면 얼마씩 나에게 돈을 준다.
그렇다고 내가 남편에게 쌀을 사야 하니까.. 반찬을 사야 하니까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그때그때 알아서 돈을 준다.
밥만 먹고 나면 내 임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내 수중에 돈이 없으면 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제 온전한 한 가정의 안주인이니까..
애들도 처음엔 내가 좀 서먹한 듯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처럼 내 품에 돌아왔다.
애들이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둘 다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빠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을 타일러도 그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았다.
아무리 아빠가 애들을 신경써서 키운다 해도 엄마의 손길만큼은 못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말라있던 내 몸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무리 진수씨와 있으면서 사랑을 듬뿍 받고 호의호식을 한들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낀다.
옥자나 미옥이와는 일체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다 보니 걔들도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자연스레 소식이 끊겼다.
하나 마음에 거리끼는 게 있다면 내가 다니던 회사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나를 그 회사에 소개했던 옥자가 많이 난처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또, 생활이 갑갑해지기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은 변소에 들어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그랬던가?
오전반이든 오후반이든 아니면, 야간근무이든 남편의 출근시간에 맞춰 식사준비를
해서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침에 애들 깨워서 밥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집안에 나 혼자만 남는다.
설거지를 한다든지 빨래 등 집안일을 하고 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다.
물론 진수씨와 함께 있을 때보다는 훨씬 마음은 안정이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루해지고, 갑갑해진다.
내가 애초부터 집안에서 살림살이만 했었다면 모르겠지만, 직장생활을 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카바레에 춤도 추러 다니고 술도 마실 줄 아는 상태에서
집에만 갇혀 지내려니 꼭, 우리 속에 갇혀 있는 동물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여자들처럼 저녁에 집에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는 재미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다.
그 날은 남편이 오후 근무라서 남편이 오후 두 시에 출근을 하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지금 흘러 나오는 노래가 ‘에레나가 된 순이’로 탱고 음악이다.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물론 앞에 파트너는 없지만, 혼자서 팔을 벌려 춤을 춘다.
한 동안 춤에 몰두를 한다.
노래가 끝이 나고 스텝을 밟던 내 춤도 끝이 난다.
그 동안 내 가슴 속에 맺혀 있던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다.
‘이렇게 집안에만 틀어 박혀 숨이 막힐 듯 살게 아니라, 친구도 사귀고
취미생활도 하자
참! 지난번에 내가 대구에서 내려올 때 진수씨가 나에게 준 돈 오백만원이 있었지.
그 돈을 나 자신을 위해서 유용하게 쓰자.
그걸로 내가 갖고 싶은 것도 사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내 가정을 지켜가면서
얼마든지 내 인생을 즐기면서 살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마음을 다져 먹자 한시라도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장롱을 뒤져 지난번에 집으로 올 때 들고 왔던 핸드백을 찾는다.
급히 핸드백을 열어보니, 다행히 남편이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다.
돈이 든 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아파트 밖으로 나와 도장을 하나 만들어서 은행으로 간다.
돈 이십만 원은 따로 빼어두고 통장을 만들어 나머지 돈 사백팔십만 원을 예금시킨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서 문을 열고 들어 오려는데 바로 옆의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인사를 한다.
나이가 내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인데 눈매가 서글서글한 게 성격이 활달한 것 같았고
붙임성이 있는 여자 같았다.
한번씩 서로 마주칠 때면 그 여자가 먼저 내게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하지만
나는 그냥 인사에 대한 목례만 간단하게 하고 지나치다 보니 서로 가깝게 지낼 겨를이
없었다.
오늘따라 내가 반갑게 마주 인사를 한다.
“안녕하셨어요?”
만날 때마다 간단하게 목례만 하고 가던 내가 친밀하게 인사를 하자 내 곁으로 와서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 오시는 모양이죠?”
“아.. 예. 은행에 좀 다녀 오느라고..”
“이사오신 지가 좀 되신 것 같은데, 그 동안 제대로 인사를 할 기회가 없어서
좀 서운했는데 이렇게 인사를 나누게 되어 다행이네요.”
“저희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 하실래요?”
“아유.. 그래 주시면 너무 고맙지요.”
내가 차 한잔 하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기가 먼저 내 아파트로 들어온다.
같이 거실로 들어와서 그 여자가 소파에 앉고 나는 가스렌지에 물을 올린다.
“커피 어떠세요? 집에 차라고는 커피 밖에 없어서..”
“저도 커피 좋아해요.”
커피 두 잔을 끓여 가지고 같이 소파에 마주앉아 커피를 마신다.
옆집 여자가 말문을 연다.
“저.. 민주 엄마라고 해요. 남편은 OO구청에 공무원으로 있고요.”
“제 이름은 정 현숙이에요.”
왜 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누구 엄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나지.. 남편을 왜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남편께선 무슨 일하세요?”
내게 남편의 직업을 묻는다.
그냥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안면을 트면서 서로 소개만 하면 되지..
남편이 왜 끼어들어야 하는지..
그렇다 해서 처음 만나면서 그렇게 반문을 할 수도 없고 첫 인상을 흐릴 필요는
없으니까 대답을 한다.
“남편은 회사에 다녀요. 근데,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남편에 대해 더 물을까 싶어 내가 되려 묻는다.
“아.. 제 이름요? 뭐더라? 아.. 맞다. 미진이었지. 박 미진..
저 참.. 웃기죠? 갑자기 내 이름이 생각 안 나다니.. 결혼하고 나서 내 이름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옆집여자가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아파트내의 다른 여자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남편의 흉..
처음 보는 나에게 꼭 이런 말들을 해야 할까? 더구나 남편의 흉은 듣기가 좀 그렇다.
난 주로 듣는 편이다.
“현숙씨가 참 편하게 느껴지고 좋아요. 내가 좀 수다스럽죠?”
알기는 아네..
“아니요. 성격이 쾌활하시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참.. 이번 토요일 날 저희 집에서 반상회를 하는데 꼭
참석하세요. 그 동안 반상회를 할 때 참석을 안 하시던 것 같던데..”
“별일 없으면 참석할게요.”
“나랑 약속했어요?”
나에게 다짐을 준다.
그래, 참석하지 뭐.. 나도 앞으로는 이 여자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같이 수다도 떨고
살아야겠다.
그러면 내 마음 속에 있던 이 허전함이 사라질지 모르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나에게 옆집 여자가 다시 말을 한다.
“참.. 나이가 어떻게 되요? 난 서른 다섯이에요.”
“나랑 똑 같네요? 나도 서른 다섯인데..”
옆집 여자가 내 손을 덥썩 잡는다.
“아유.. 나랑 동갑이네. 우리 친구해요. 참, 친구라면서 말을 높이네?
현숙씨. 우리 서로 편하게 말을 놓고 친한 친구로 지내.”
참.. 대단한 여자다. 내 이름까지 부르며 금새 내 친구가 되어 버린다.
갑자기 이 여자가 좋아진다.
나랑은 전혀 틀린.. 고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마냥 즐겁다.
“그래.. 그러지 뭐.”
“아참.. 네 정신 좀 봐. 학원에 간 아이가 올 때가 됐는데..
내일이나 시간 날 때 우리 집에 놀러 와.”
“그렇게 할게..”
그리고는 옆집 여자가 가버린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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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야한 부분이 없네요.. 그래도, 즐감하시기를.. ^^*
내가 사랑하는 그 여자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회수나 추천수가 저의 다른 글에 비해서 떨어지는 군요.
이 곳에 글을 올리면서 조회수나 추천수에 신경을 안 쓸수가 없거든요.
독자 여러분의 공감을 얻기 위해 글을 쓰는 거니까요..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흥미가 가지 않는 글은 글을 올리는 횟수가 아무래도 뜸해 지고
내 스스로 애착이 가고 흥미가 있는 글은 반대로 아주 자주 글을 올리게 됩니다.
지난번의 저의 글 "나의 에바부인"을 쓸 때도 하루에 두편 내지 세편을 올릴 정도로 자주 글을 올렸었고
이 글 역시 마찬가지로 자주 글을 올리게 됩니다.
나의 기분과 반대로 조금 저조한 조회수와 추천수에 주절거려 봅니다.
이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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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진수씨와 잠자리에 들며 진수씨에게 말을 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 도저히 안 되겠어요.. 내일 엄마를 한번 보고 와야겠어요.”
“아이가 보고 싶은 게 아니고?”
물론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은 핑계이고, 아이가 보고 싶고, 숨겨진 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도 당당해 지고 싶다.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명절날 쓸쓸히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숨겨진 여자가 아니라..
“아이도 보고 싶지만, 보러 갈 수가 없잖아요..”
“어머닌 어디서 살고 계시지?”
“부산의 M동에서 살고 계세요. 동생들하고 같이..”
“어머니께서 당신을 보시면 보내지 않을 텐데.. 꼭 가야 되겠어?”
“엄마 얼굴만 보고 다시 이곳으로 올 거에요.”
“정말이야?”
“약속할게요.”
“……………….”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열시경에 진수씨와 같이 아파트를 나선다.
다시 부산에 가다니.. 꿈만 같다.
진수씨는 들떠있는 듯한 내 얼굴을 좀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동대구역으로 가니 명절의 다음 날이라 그런지 열차표를 구할 수가 없다.
갑자기 절망감이 온 몸을 휩쓴다.
나를 부산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 방해를 하는 것 같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나를 보고, 진수씨가 말한다.
“시외버스 터미날로 가보지.. 시외버스가 없더라도, 명절날에 운행하는
관광버스라도 있을 거야.”
암울하던 내 마음에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것 같다.
“그래요. 빨리 가요.”
택시를 잡아 타고 시외버스 터미날로 향한다.
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해도 역시 시외버스 표를 구할 수가 없다.
진수씨가 터미날 주변을 이리 저리 살펴 보더니, 내게 손짓을 하며 말한다.
“저기.. 관광버스가 몇 대 보이는데, 저리로 한번 가보자.”
같이 가보니 다행히 부산가는 관광버스가 있다.
진수씨가 표를 끊어 준다.
“숙아. 너.. 부산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지?”
“아니에요. 올게요..”
그렇게 말하는 내게 확신이 생기지 않는지 재차 묻는다.
“그래요.. 올 거에요..”
하지만, 내 마음은 부산가는 것에만 쏠려있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다음의 문제다.
드디어, 차가 출발한 시간이 되고, 진수씨가 품속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준다.
“부산 가면 어머님께 좋은 것들을 사드려. 그리고, 돈 쓸 데가 있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풍족하게 써.”
“고마워요.”
봉투를 핸드백 속에 넣고 차에 오른다.
서서히 차가 출발하고, 진수씨가 출발하는 차를 따라 오면서 손을 흔든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 준다.
차가 고속도로에 접어 들고 부산을 향해 달린다.
고속도로가 막히다 보니, 급한 내 마음과는 달리 가다가 서다가 거북이 운행을 한다.
아까 진수씨가 준 봉투가 생각이 나서 핸드백을 열고 봉투를 꺼내 속에 든 것을 꺼내니
현금으로 백만원이 들어 있고, 백만원 수표가 넉 장으로 모두 오백만원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이 돈이면 작은 아파트 하나를 살수 있는 정도의 돈이다.
그리고, 접힌 종이가 하나 보인다.
펼쳐 들고 보니, 진수씨가 나에게 쓴 편지다.
“숙아..
네가 이번에 부산에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꽃처럼 말라가는 너를 볼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내 곁에 잡아두고 싶지만, 한편으론 널 사랑하는 만큼
널 아끼기에 너를 보내줄 수밖에 없구나.
네가 부산에 내려가서 다시 남편과 합치던 아니면, 다시 다른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던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면 좋겠다.
길다면 긴 세월인 오 개월을 너와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 세월을 내 가슴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겨 놓으려고 한다.
한동안 내 가슴이 많이 아플 것 같구나.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두 눈에서 눈물이 솟구친다.
미안해요.. 진수씨. 나 역시 다시 돌아온다고 당신에게 약속을 했지만, 사실 돌아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인과 행복하게 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좋은 여자를 만나라고 말할 수도 없네요..
그냥 당신이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사시라고 밖에는….
평상시면 두 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네 시간이나 걸려서 부산 초입에 들어선다.
열린 차창 밖으로 부산 특유의 짭짤한 바다냄새가 난다.
오랫동안 객지를 떠돌다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들고, 그렇게 마음이 푸근할 수가 없다.
부산 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하니 어스름한 저녁나절이다.
바로 택시를 집어 타고 엄마 집으로 간다.
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지만,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으랴..
드디어, 엄마가 사는 집 앞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린다.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마루에 엄마가 앉아 있다가 들어오는 나를 보고 담담하게
말을 한다.
“이제 오니?”
내가 한달음에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를 끌어 안고 통곡을 한다.
그런 나를 엄마는 아무 말 안하고 그냥 내 등만 두드려 준다.
어느 새 방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서로 끌어안고 있는 엄마와 내 주위에 서 있다.
“언니..”
“처형..”
그렇게만 부르고 더 이상 말들이 없다.
울음을 멈추고 올려보니, 내 여동생들과 남동생들, 제부 그리고, 못 보던 젊은 여자가 하나
보인다.
엄마가 나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 오려는 동생들을 만류하고는 안방 문을 닫아 버린다.
엄마가 내 앞에 앉아서 찬찬히 나를 살피더니 말을 한다.
“네 얼굴이 왜 그렇게 됐니? 피골이 상접해 가지고는..
그렇게 힘들어 할 걸 왜 집을 나갔니? 네 처지가 힘이 들었더라도 참고 살았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아니야?”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엄마가 말을 잇는다.
“네 남동생이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네 올케랑은 다음에 인사 하거라.”
아까 보이던 젊은 여자가 올케인가 보다.
엄마가 전화를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최 서방인가? 날세..”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모양이다.
“자네 안 사람이 지금 여기에 와 있네. 지금 바로 올 수 있겠나?”
“알았네..”
그리고는 전화를 끊는다.
“네 남편이 지금 여기로 오기로 했다.”
“엄마..”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아니야?”
한 이십분 정도 지났을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마당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방 문을 열고
남편이 들어온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잠시 남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말을 한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앉게.”
남편이 털썩 방에 주저 앉는다.
“최서방.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판단하게.
아직도 내 딸을 집사람으로 생각하는가?”
“………………”
“왜 대답이 없어?”
“예..”
“그러면, 다시 데리고 가서 살 생각이 있는가?”
“예..”
“그렇다면 한가지 조건이 있네.”
“말씀 하세요..”
“오늘 이후로 이번 일을 자네가 죽을 때까지 입에 올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내 딸을 자네에게 보내겠네.
만에 하나 그럴 자신이 없던지, 이번 일로 이 애에게 폭행을 가한다든지 하면
이 애는 내가 데리고 살겠네. 자네.. 어쩌겠나?”
남편이 한동안 말이 없다.
엄마가 다시 재촉을 한다.
“어떻게 할 건가? 이 애를 데리고 갈 건가? 말 건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내가 한 조건을 지킬 수 있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엄마 집을 나선다.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도 남편은 계속 차창 밖만 바라보고 아무 말이 없다.
집에 돌아오니 큰 애는 쭈빗거리고 서 있고, 작은 애는 엄마를 부르며 쫓아와서 내 품에
안긴다. 내가 안본 사이 애들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오 개월에 걸친 가출사건은 종말을 고한다.
그리고, 며칠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다행히 남편은 내가 가출했던 것에 대해 엄마에게 약속했던 대로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다시 예전의 내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남편은 역시 사는 게 바뀌지 않았다.
회사 마치면 동료들과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고 술에 잔뜩 취해서는 집에 돌아왔다.
남편이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에게 다른 말은 하지 않아도 날 쳐다보는 눈빛이
아주 냉랭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밤에 같이 잠을 잘 때도 나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아예 근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전과는 달리 월급봉투를 내게 맡기지 않는다.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가 쌀을 산다든지 반찬을 산다든지 하면 얼마씩 나에게 돈을 준다.
그렇다고 내가 남편에게 쌀을 사야 하니까.. 반찬을 사야 하니까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그때그때 알아서 돈을 준다.
밥만 먹고 나면 내 임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내 수중에 돈이 없으면 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제 온전한 한 가정의 안주인이니까..
애들도 처음엔 내가 좀 서먹한 듯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처럼 내 품에 돌아왔다.
애들이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둘 다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빠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을 타일러도 그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았다.
아무리 아빠가 애들을 신경써서 키운다 해도 엄마의 손길만큼은 못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말라있던 내 몸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무리 진수씨와 있으면서 사랑을 듬뿍 받고 호의호식을 한들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낀다.
옥자나 미옥이와는 일체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다 보니 걔들도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자연스레 소식이 끊겼다.
하나 마음에 거리끼는 게 있다면 내가 다니던 회사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나를 그 회사에 소개했던 옥자가 많이 난처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또, 생활이 갑갑해지기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은 변소에 들어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그랬던가?
오전반이든 오후반이든 아니면, 야간근무이든 남편의 출근시간에 맞춰 식사준비를
해서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침에 애들 깨워서 밥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집안에 나 혼자만 남는다.
설거지를 한다든지 빨래 등 집안일을 하고 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다.
물론 진수씨와 함께 있을 때보다는 훨씬 마음은 안정이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루해지고, 갑갑해진다.
내가 애초부터 집안에서 살림살이만 했었다면 모르겠지만, 직장생활을 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카바레에 춤도 추러 다니고 술도 마실 줄 아는 상태에서
집에만 갇혀 지내려니 꼭, 우리 속에 갇혀 있는 동물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여자들처럼 저녁에 집에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는 재미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다.
그 날은 남편이 오후 근무라서 남편이 오후 두 시에 출근을 하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지금 흘러 나오는 노래가 ‘에레나가 된 순이’로 탱고 음악이다.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물론 앞에 파트너는 없지만, 혼자서 팔을 벌려 춤을 춘다.
한 동안 춤에 몰두를 한다.
노래가 끝이 나고 스텝을 밟던 내 춤도 끝이 난다.
그 동안 내 가슴 속에 맺혀 있던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다.
‘이렇게 집안에만 틀어 박혀 숨이 막힐 듯 살게 아니라, 친구도 사귀고
취미생활도 하자
참! 지난번에 내가 대구에서 내려올 때 진수씨가 나에게 준 돈 오백만원이 있었지.
그 돈을 나 자신을 위해서 유용하게 쓰자.
그걸로 내가 갖고 싶은 것도 사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내 가정을 지켜가면서
얼마든지 내 인생을 즐기면서 살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마음을 다져 먹자 한시라도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장롱을 뒤져 지난번에 집으로 올 때 들고 왔던 핸드백을 찾는다.
급히 핸드백을 열어보니, 다행히 남편이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다.
돈이 든 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아파트 밖으로 나와 도장을 하나 만들어서 은행으로 간다.
돈 이십만 원은 따로 빼어두고 통장을 만들어 나머지 돈 사백팔십만 원을 예금시킨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서 문을 열고 들어 오려는데 바로 옆의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인사를 한다.
나이가 내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인데 눈매가 서글서글한 게 성격이 활달한 것 같았고
붙임성이 있는 여자 같았다.
한번씩 서로 마주칠 때면 그 여자가 먼저 내게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하지만
나는 그냥 인사에 대한 목례만 간단하게 하고 지나치다 보니 서로 가깝게 지낼 겨를이
없었다.
오늘따라 내가 반갑게 마주 인사를 한다.
“안녕하셨어요?”
만날 때마다 간단하게 목례만 하고 가던 내가 친밀하게 인사를 하자 내 곁으로 와서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 오시는 모양이죠?”
“아.. 예. 은행에 좀 다녀 오느라고..”
“이사오신 지가 좀 되신 것 같은데, 그 동안 제대로 인사를 할 기회가 없어서
좀 서운했는데 이렇게 인사를 나누게 되어 다행이네요.”
“저희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 하실래요?”
“아유.. 그래 주시면 너무 고맙지요.”
내가 차 한잔 하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기가 먼저 내 아파트로 들어온다.
같이 거실로 들어와서 그 여자가 소파에 앉고 나는 가스렌지에 물을 올린다.
“커피 어떠세요? 집에 차라고는 커피 밖에 없어서..”
“저도 커피 좋아해요.”
커피 두 잔을 끓여 가지고 같이 소파에 마주앉아 커피를 마신다.
옆집 여자가 말문을 연다.
“저.. 민주 엄마라고 해요. 남편은 OO구청에 공무원으로 있고요.”
“제 이름은 정 현숙이에요.”
왜 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누구 엄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나지.. 남편을 왜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남편께선 무슨 일하세요?”
내게 남편의 직업을 묻는다.
그냥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안면을 트면서 서로 소개만 하면 되지..
남편이 왜 끼어들어야 하는지..
그렇다 해서 처음 만나면서 그렇게 반문을 할 수도 없고 첫 인상을 흐릴 필요는
없으니까 대답을 한다.
“남편은 회사에 다녀요. 근데,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남편에 대해 더 물을까 싶어 내가 되려 묻는다.
“아.. 제 이름요? 뭐더라? 아.. 맞다. 미진이었지. 박 미진..
저 참.. 웃기죠? 갑자기 내 이름이 생각 안 나다니.. 결혼하고 나서 내 이름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옆집여자가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아파트내의 다른 여자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남편의 흉..
처음 보는 나에게 꼭 이런 말들을 해야 할까? 더구나 남편의 흉은 듣기가 좀 그렇다.
난 주로 듣는 편이다.
“현숙씨가 참 편하게 느껴지고 좋아요. 내가 좀 수다스럽죠?”
알기는 아네..
“아니요. 성격이 쾌활하시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참.. 이번 토요일 날 저희 집에서 반상회를 하는데 꼭
참석하세요. 그 동안 반상회를 할 때 참석을 안 하시던 것 같던데..”
“별일 없으면 참석할게요.”
“나랑 약속했어요?”
나에게 다짐을 준다.
그래, 참석하지 뭐.. 나도 앞으로는 이 여자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같이 수다도 떨고
살아야겠다.
그러면 내 마음 속에 있던 이 허전함이 사라질지 모르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나에게 옆집 여자가 다시 말을 한다.
“참.. 나이가 어떻게 되요? 난 서른 다섯이에요.”
“나랑 똑 같네요? 나도 서른 다섯인데..”
옆집 여자가 내 손을 덥썩 잡는다.
“아유.. 나랑 동갑이네. 우리 친구해요. 참, 친구라면서 말을 높이네?
현숙씨. 우리 서로 편하게 말을 놓고 친한 친구로 지내.”
참.. 대단한 여자다. 내 이름까지 부르며 금새 내 친구가 되어 버린다.
갑자기 이 여자가 좋아진다.
나랑은 전혀 틀린.. 고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마냥 즐겁다.
“그래.. 그러지 뭐.”
“아참.. 네 정신 좀 봐. 학원에 간 아이가 올 때가 됐는데..
내일이나 시간 날 때 우리 집에 놀러 와.”
“그렇게 할게..”
그리고는 옆집 여자가 가버린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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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야한 부분이 없네요.. 그래도, 즐감하시기를..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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