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지 20년 가까이 흘러간 시간, 참 빠르기도 하다.
화살과 같다던 옆집 할아버지의 시간 관념이 이젠 나에게도 스멀스멀 느껴지나 보다.
“형님 이번엔 가평입니다. 계곡에 펜션이 끝내 주구요. 아는 친구 통해서 싸게 빌렸습니다”
언제나 고마운 후배,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 같은 과를 다니면서 술 꽤나 같이 마셨다.
물론 술값은 내 차지였지만, 선배 노릇 이란 것이 원래 다 그런 거라 생각해서인지 난 술 값에 인색 해본 적이 없었다.
일년에 한번씩은 선.후배 식구들과 함께 1박2일로 펜션을 빌려 밤새 술타령과 고약한 회사 상사나 사장을 씹으면서
날을 새곤 했다.
매번 그렇지만 다음날 아침에도 늦은 식사로 해장술을 먹는 재미에 항상 와이프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아침 햇살을 받으며 후배들과 부딪히는 소주잔을 멈추질 못하곤 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다소곳한 후배 와이프의 공손한 인사다. 언제 봐도 말 수가 적고 조신하다.
천상 여자다. 그리고 조금은 뭔가 정신을 다른데 놓고 온 그래서 가끔은 분위기 맞추느라 힘들 때도 있던 터라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올해 모임은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네 잘 지내셨죠? 정환이 녀석 말썽 안 부립니까? 요즘은 집에 일찍 들어오나요?”
“에이 형님 벌써부터 그러시면 저 마누라한테 힘들어져요” 정환이가 빠르게 인사와 함께 멋 적어 하면서 끼어든다.
네 가족이 모인지 벌써 7년이 되어간다. 대학 같은 과 동문회에서 만난 후 술자리에서 나온 모임이야기를 실천하고자 그 다음해부터 가져온 터라 이젠 허물없이 만나고, 수다 떨고 밤새 술 마시는 모임이 되었다.
친구 부부는 항상 못하는 말 없이 분위기를 돋구는 터라 밤 12시가 넘어가면 의례 부부관계가 어떤지? 맞벌이해서 얼마나 버는지? 등등 조금은 조심스런 부분까지 떠벌려 나중엔 누가 선배인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다.
때이른 한기가 느껴져 추웠던 작년 모임을 생각하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일년 전 급하게 장소를 정하느라 펜션 예약이 안되어 그 지역의 건설업자를 우연히 알게 된 후배가 건설업자의 별장 비슷한 산속의 아담한 집 한 채를 빌렸다.
한 달에 한 두 번 주말에만 와서 하룻밤 지내고 간다고 했다.
마당 한편엔 정자도 있고, 그 옆엔 진흙으로 만든 조그마한 찜질방이 있어 밤에 불을 때고 우리 부부는 찜질 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방은 두 개가 있어 벽이 있지만 두 방을 연결하는 문짝이 없어 불을 끄고 나면 코고는 소리와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옆에 있는 사람처럼 들려왔다.
본체에는 친구 부부와 영철이 후배 부부가 자고 정환이네 와 우리 부부가 찜질 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마누라 주량은 소주 1잔이다. 그런 사람이 정자 위에서 늦은 가을비 정취에 반해 소주 3잔을 마신 터라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찜질 방으로 가서는 영 소식이 없었다.
웬만한 잡기와 술까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 많이 먹는다고 잔소리하는 감독이 없어졌으니 마냥 친구,후배 부부와 잔을 부딪쳤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친구와 마지막 술병을 비우고는 방으로 왔고, 정환이네 부부는 1시쯤 건너 방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내가 마지막 입실인 셈이다.
장작불에 방이 더워 훌러덩 벗고 누웠지만, 네 시간 정도 먼저 와서 잠을 잔 마누라의 손길이 수상하다.
장소가 그런 만큼 조심스럽기 만한데, 찜질방 이라는 특이한 장소가 이 여자를 용감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방에선 정한이 코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데, 뭔가 야릇한 기분이 느껴진다.
정환이 와이프는 술을 전혀 하지 않는 터라 분명 소리가 들릴 터인데, 마누라의 용기가 가상하고, 몰래 하는 짜릿함?
아니면 살짝살짝 여운을 남기는 숨소리를 건너 방으로 송신하는 묘한 속내?
아무튼 일부러 그런 거는 아니지만 취기에 용감해진 마누라를 아예 걸쭉하게 눕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후배위 자세에선 가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내 아래 배와 마누라 엉덩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평소 그런 상황을 생각하지도 못한 터라 나 스스로가 변태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한 수준 위로 가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 도전인 셈이다.
후배위 상태에서 삽입을 유지한 채로 옆으로 살짝 돌아 오른쪽 발로 방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는 와이프의 머리를 밟았다.
가학적인 후배위 자세가 맘에 들었는지 와이프가 연신 참는듯한 작고 어설픈 신음을 조심스레 내뱉고 있을 무렵 건너 방 입구에 검은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환이 코고는 소리는 계속 들리지 않는가?
훔쳐보는 그리고 보여주는 페티쉬가 너무도 잘 맞아 들어가는 순간인 셈이다.
질퍽한 소음에 귀 기울이며 어른거리는 두 사람의 알몸을 선명하게 상상해내고 있으리라…섹스는 상상력이 반이란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약 5미터 떨어진 어둠 속에서 절제된 신음과 검은 형상의 반복적인 흔들림을 감상하는 그녀의 머릿속엔 어떤 상상과 현실 매칭이 이뤄지고 있을까?
갑자기 코고는 소리가 멈추고 검은 형상의 그녀도 어디론가 가버렸지만, 술 꾼들이 자면서 위태롭게 만들어 내는 무호흡증이 금새 상황을 제자리로 돌리는 시간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멈췄던 우리의 동작에 정환이의 “푸~~우~~” 하고 내뿜는 숨소리가 다시 체위를 바꾸라는 신호로 들렸다.
그 잠깐의 불안함이 만든 성기의 처짐을 아쉬워하며, 빨리 사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어서서 무릎을 꿇고 있는 와이프의 입으로 옮길 즈음 다시 긴 머리 형상의 검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짜릿한 사타구니의 떨림을 느낀 와이프는 입안 가득한 살덩이에 집중한다. 평소 술을 마시면 늦춰지는 사정으로 어떡하든 끝내려는 듯 마누라의 입 놀림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아내 머리 뒤로 또 다른 그녀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빛의 각도를 잘 이용하는 영리한 여자다.
우리 방은 바깥 마당 멀리 있는 전구에서 나오는 빛이 희미하게 비추어 그녀가 있는 캄캄한 방에서 몰래 볼 수 있는 것이다.
취기에도 내 눈엔 어슴푸레 그녀의 오른쪽 어깨와 팔이 사선으로 내려가 더 어두운 그사이에 있을 손놀림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스스로 흥분되어 우리 방 쪽으로 너무 가까이 온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흥분의 감성이 빛의 역학이란 이성을 낼름 타고 넘어버렸다.
아내의 사타구니 애액과 그리고 다시 입에서 덧묻은 타액으로 번득이는 놈을 아내의 얼굴에 마구비벼 댄다.
아주 희미한 바깥 전등의 불기운으로도 구불구불한 힘줄이 보이는 그 놈을 며칠을 굶주린 듯 엄청난 식욕으로 입안에 넣으려는 아내의 입 놀림에 검은 그림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느낀다. 평소 후배들에게 존경은 아니더라도 듬직한 맏형으로, 틀에 박힌 사회생활, 그리고 그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부당함에 대한 역설과 부패한 정치판을 난도질하던 나 아니었던가?
체면과 격식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술과 타이밍이 날 깡패로 만드는 느낌이 든다.
힘차게 발포라도 할 듯이 사타구니 깊숙한 곳으로부터 신호가 오고, 반짝이는 귀두 언저리가 간질거린다.
더 이상의 발기가 없는 포화상태에서 걸쭉한 액체가 연신 뿌려진다. “난 이런 놈이다” 독백하면서 “허~~흑” 외마디 비명 아닌 비명이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왔다.
와이프 얼굴 여기저기에 그리고 입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액체…..머리카락에도 묻어서 창 밖 희미한 불빛에 반짝인다.
감시 카메라가 있는 어둠 속에서 뒤틀리는 어깨 라인의 희미한 형상과 엉덩이와 멍석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마찰음이 들려온다.
어둠 속의 그녀가 느끼는 오르가슴을 내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다. 평소보다 더한 짜릿함과 쾌감으로 비틀어 온몸을 적시고 있다.
아침 인사를 어떡해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침 햇살이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눈을 뜨긴 해야 되는데, 어제 밤에 용감함으로 해치운 색마의 당당함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옆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누라가 널부러져서 살짝 코를 골고 있다. 마당에서는 부산한 움직임과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옆방에서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니 일어났어요?”
와이프와 내가 동갑이라 4살이나 많은 마누라를 부르는 어제 밤 그 사람인데, 여느 때 와는 다르게 목소리가 밝다.
“자기야 어서 일어나…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일어났어”
허긴 그 밤에 온몸의 힘을 다 써버렸으니 피곤하기도 할 것이 당연하다.
“ 네 일어났습니다.”
내가 대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얼굴은 어찌 보나….모른체하고 평소와 같이 그냥 가는 거야…머리 속이 복잡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막바지 단풍이 유화 물감을 섞어서 뿌려 놓은 듯 멀리서 손짓하고 찬 공기는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플 것도 같은데, 상쾌함과 함께 깨끗한 시냇물에 머리를 감은 것처럼 맑다.
바람은 순하고 햇살은 따사롭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함이다.
“잘 주무셨어요? “
그녀다…미소를 머금은 듯 아닌 듯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반가움을 던진다.
“ 네…날씨가 참 좋습니다. “
“ 둘째가 초등학교 몇 학년이죠? “ 나 스스로 참 능청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3학년인데, 말썽꾸러기예요”
“ 참 동철이 고등학생이죠? “ 건네는 말이 자꾸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 벌써 고1 입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 대답을 하고 나니 내가 노인네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먼 산을 바라보다가도 이내 힐끗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진다.
“ 영철아 해장해야지? “
“ 네 형님…그렇지 않아도 찜질방 가마솥에 토종닭 3마리 삶고 있습니다.”
부지런하면서도 눈치도 빠르고 잔정이 많은 녀석이다. 저쪽 우물가엔 마누라가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감고 있다.
“ 자 한잔하지? “ 집에서 혼자 식사할 때 차리는 밥상만한 큰 쟁반 위에서 푹 삶아진 닭 기름이 햇살에 빛난다.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김이 입맛을 돋군다.
“ 캬~~아 이 맛이야 “ 친구 놈이 닭다리를 게걸스레 뜯고, 정환이 녀석은 속이 쓰린지 노란 기름이 떠있는 닭 국물만 먹고 있다.
그 옆에서 찢어 놓은 닭가슴 살을 소금에 찍고 있는 정환이 와이프는 갑자기 소주병쪽으로 손을 내밀고는 자기도 한잔 달라고 한다.
“ 어…이거 봐라, 자긴 술 안먹잖아? “ 정환이가 놀란 듯 묻는다.
“ 선배님 드시는 술이 맛있게 보여서…오늘은 자기가 운전해…” 정환이 와이프는 배시시 웃으며 소주잔을 잡았다.
“한 잔 하시죠…” 재빨리 내가 병권을 잡았다. 순간 찰나의 시간에도 때를 놓치는 법이 없다. 내가 대견스런 순간이다.
몇 순배 돌았을까…제법 술기운이 돌고, 영철이네 와 친구 부부는 마당 끝에 있는 연못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마누라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갑자기 정환이 녀석이 배를 움켜 잡고는 화장실 쪽으로 잰 걸음을 한다.
“형님 조금씩 드세요. 빠이프 샙니다.” 어제 먹은 술 때문인가 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정환이 와이프가 한마디 거든다.
“어제 너무 마시더니….선배님 한잔 하시죠?”
자연스레 손을 뻗어 잔을 부딪치는 순간 무엇인가 이상하다.
아침이라 편한 운동복 차림의 사내들과 달리 여자들은 아주머니들이 평소 집에서 편히 입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정환이 와이프의 치마는 꽃 무늬가 조금 촌스럽기 까지 했다.
앞으로 다가와 내 잔과 건배를 하려는 순간 불편했던지 치마를 살짝 올린다는 것이 너무 많이 올라간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정환이 와이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고 나만 놀란 듯 하다.
하얀 속살이 보여 어색한 상황이지만, 딴청을 부리며 말을 건넨다.
“ 제수씨 술 마실 줄 아시네….술은 아침 햇살 받으며 먹는 오전 해장술이 최곱니다”
불그스레한 낯빛으로 보일 듯 말 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는 그녀가 왠지 이상타.
“그러게요….기분 좋네요. 저 원래 술 좋아해요. 정환씨가 워낙 마셔대니 제가 자제 한 거구요.”
한 잔 더 건배를 하곤 담배를 한 개피 물었다.
취기가 오르고, 한 모금 깊게 들이 마신 연기를 고개를 들어 하늘로 뿜었다. 어질어질 하지만 기분은 좋다.
시선을 내려 앞에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빠르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부터 확인하게 만들었다.
조금 전 그대로다. 정환이도 화장실에 간지 3분도 지나지 않았기에 술잔을 집으면서 그녀의 허벅지를 힐끔 쳐다 보았다.
하얀색 속옷이다.
왼쪽 무릎은 세우고, 오른쪽 다리는 양반다리를 하고 있어 가운데 부분이 그대로 보인다. 다른 이들을 등지고 앉아있는 그녀는 일부러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음에 틀림 없다.
하얀색 바탕에 손바닥 보다 조금 작은 희미한 얼룩이 그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소주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한잔 더하시죠 “ 말과 함께 소주병을 잡은 팔을 뻗으면서 다시 아래쪽 그 곳을 주시한다. 조금 전보다 다른 변화가 있다. 하얀색 팬티 바탕에 희미한 얼룩,
그 얼룩 위로 또 다른 물 기운이 엄지 손톱만하게 번지기 시작한다. 젖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움찔 거리며 숨을 내뿜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침에 갈아입은 운동복 앞쪽이 껄떡이면 일어난다.
난감한 것인지? 몸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시선도 내 아랫도리 쪽에 머물러 있다. 다시 주변을 확인했지만 다른 이들의 움직임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시선이 내 눈과 마주쳤다.
서로 말없이 한동안 쳐다 보기만 하고 있다.
분명 어떤 말을 해야 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속옷이 젖어 조금씩 움직이고 나면 마루 바닥에 물기가 묻어난다.
“자기야…이젠 그만 마시고 갈 준비 해야지” 마누라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아쉽다. 아쉽다 못해 허전한 마음이 든다.
어느새 앞에 있는 그녀도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왔다. 다시 만나는 내년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화장실에 갔던 정환이의 모습이 보인다.
---- 계속 ---
화살과 같다던 옆집 할아버지의 시간 관념이 이젠 나에게도 스멀스멀 느껴지나 보다.
“형님 이번엔 가평입니다. 계곡에 펜션이 끝내 주구요. 아는 친구 통해서 싸게 빌렸습니다”
언제나 고마운 후배,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 같은 과를 다니면서 술 꽤나 같이 마셨다.
물론 술값은 내 차지였지만, 선배 노릇 이란 것이 원래 다 그런 거라 생각해서인지 난 술 값에 인색 해본 적이 없었다.
일년에 한번씩은 선.후배 식구들과 함께 1박2일로 펜션을 빌려 밤새 술타령과 고약한 회사 상사나 사장을 씹으면서
날을 새곤 했다.
매번 그렇지만 다음날 아침에도 늦은 식사로 해장술을 먹는 재미에 항상 와이프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아침 햇살을 받으며 후배들과 부딪히는 소주잔을 멈추질 못하곤 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다소곳한 후배 와이프의 공손한 인사다. 언제 봐도 말 수가 적고 조신하다.
천상 여자다. 그리고 조금은 뭔가 정신을 다른데 놓고 온 그래서 가끔은 분위기 맞추느라 힘들 때도 있던 터라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올해 모임은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네 잘 지내셨죠? 정환이 녀석 말썽 안 부립니까? 요즘은 집에 일찍 들어오나요?”
“에이 형님 벌써부터 그러시면 저 마누라한테 힘들어져요” 정환이가 빠르게 인사와 함께 멋 적어 하면서 끼어든다.
네 가족이 모인지 벌써 7년이 되어간다. 대학 같은 과 동문회에서 만난 후 술자리에서 나온 모임이야기를 실천하고자 그 다음해부터 가져온 터라 이젠 허물없이 만나고, 수다 떨고 밤새 술 마시는 모임이 되었다.
친구 부부는 항상 못하는 말 없이 분위기를 돋구는 터라 밤 12시가 넘어가면 의례 부부관계가 어떤지? 맞벌이해서 얼마나 버는지? 등등 조금은 조심스런 부분까지 떠벌려 나중엔 누가 선배인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다.
때이른 한기가 느껴져 추웠던 작년 모임을 생각하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일년 전 급하게 장소를 정하느라 펜션 예약이 안되어 그 지역의 건설업자를 우연히 알게 된 후배가 건설업자의 별장 비슷한 산속의 아담한 집 한 채를 빌렸다.
한 달에 한 두 번 주말에만 와서 하룻밤 지내고 간다고 했다.
마당 한편엔 정자도 있고, 그 옆엔 진흙으로 만든 조그마한 찜질방이 있어 밤에 불을 때고 우리 부부는 찜질 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방은 두 개가 있어 벽이 있지만 두 방을 연결하는 문짝이 없어 불을 끄고 나면 코고는 소리와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옆에 있는 사람처럼 들려왔다.
본체에는 친구 부부와 영철이 후배 부부가 자고 정환이네 와 우리 부부가 찜질 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마누라 주량은 소주 1잔이다. 그런 사람이 정자 위에서 늦은 가을비 정취에 반해 소주 3잔을 마신 터라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찜질 방으로 가서는 영 소식이 없었다.
웬만한 잡기와 술까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 많이 먹는다고 잔소리하는 감독이 없어졌으니 마냥 친구,후배 부부와 잔을 부딪쳤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친구와 마지막 술병을 비우고는 방으로 왔고, 정환이네 부부는 1시쯤 건너 방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내가 마지막 입실인 셈이다.
장작불에 방이 더워 훌러덩 벗고 누웠지만, 네 시간 정도 먼저 와서 잠을 잔 마누라의 손길이 수상하다.
장소가 그런 만큼 조심스럽기 만한데, 찜질방 이라는 특이한 장소가 이 여자를 용감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방에선 정한이 코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데, 뭔가 야릇한 기분이 느껴진다.
정환이 와이프는 술을 전혀 하지 않는 터라 분명 소리가 들릴 터인데, 마누라의 용기가 가상하고, 몰래 하는 짜릿함?
아니면 살짝살짝 여운을 남기는 숨소리를 건너 방으로 송신하는 묘한 속내?
아무튼 일부러 그런 거는 아니지만 취기에 용감해진 마누라를 아예 걸쭉하게 눕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후배위 자세에선 가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내 아래 배와 마누라 엉덩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평소 그런 상황을 생각하지도 못한 터라 나 스스로가 변태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한 수준 위로 가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 도전인 셈이다.
후배위 상태에서 삽입을 유지한 채로 옆으로 살짝 돌아 오른쪽 발로 방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는 와이프의 머리를 밟았다.
가학적인 후배위 자세가 맘에 들었는지 와이프가 연신 참는듯한 작고 어설픈 신음을 조심스레 내뱉고 있을 무렵 건너 방 입구에 검은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환이 코고는 소리는 계속 들리지 않는가?
훔쳐보는 그리고 보여주는 페티쉬가 너무도 잘 맞아 들어가는 순간인 셈이다.
질퍽한 소음에 귀 기울이며 어른거리는 두 사람의 알몸을 선명하게 상상해내고 있으리라…섹스는 상상력이 반이란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약 5미터 떨어진 어둠 속에서 절제된 신음과 검은 형상의 반복적인 흔들림을 감상하는 그녀의 머릿속엔 어떤 상상과 현실 매칭이 이뤄지고 있을까?
갑자기 코고는 소리가 멈추고 검은 형상의 그녀도 어디론가 가버렸지만, 술 꾼들이 자면서 위태롭게 만들어 내는 무호흡증이 금새 상황을 제자리로 돌리는 시간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멈췄던 우리의 동작에 정환이의 “푸~~우~~” 하고 내뿜는 숨소리가 다시 체위를 바꾸라는 신호로 들렸다.
그 잠깐의 불안함이 만든 성기의 처짐을 아쉬워하며, 빨리 사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어서서 무릎을 꿇고 있는 와이프의 입으로 옮길 즈음 다시 긴 머리 형상의 검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짜릿한 사타구니의 떨림을 느낀 와이프는 입안 가득한 살덩이에 집중한다. 평소 술을 마시면 늦춰지는 사정으로 어떡하든 끝내려는 듯 마누라의 입 놀림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아내 머리 뒤로 또 다른 그녀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빛의 각도를 잘 이용하는 영리한 여자다.
우리 방은 바깥 마당 멀리 있는 전구에서 나오는 빛이 희미하게 비추어 그녀가 있는 캄캄한 방에서 몰래 볼 수 있는 것이다.
취기에도 내 눈엔 어슴푸레 그녀의 오른쪽 어깨와 팔이 사선으로 내려가 더 어두운 그사이에 있을 손놀림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스스로 흥분되어 우리 방 쪽으로 너무 가까이 온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흥분의 감성이 빛의 역학이란 이성을 낼름 타고 넘어버렸다.
아내의 사타구니 애액과 그리고 다시 입에서 덧묻은 타액으로 번득이는 놈을 아내의 얼굴에 마구비벼 댄다.
아주 희미한 바깥 전등의 불기운으로도 구불구불한 힘줄이 보이는 그 놈을 며칠을 굶주린 듯 엄청난 식욕으로 입안에 넣으려는 아내의 입 놀림에 검은 그림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느낀다. 평소 후배들에게 존경은 아니더라도 듬직한 맏형으로, 틀에 박힌 사회생활, 그리고 그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부당함에 대한 역설과 부패한 정치판을 난도질하던 나 아니었던가?
체면과 격식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술과 타이밍이 날 깡패로 만드는 느낌이 든다.
힘차게 발포라도 할 듯이 사타구니 깊숙한 곳으로부터 신호가 오고, 반짝이는 귀두 언저리가 간질거린다.
더 이상의 발기가 없는 포화상태에서 걸쭉한 액체가 연신 뿌려진다. “난 이런 놈이다” 독백하면서 “허~~흑” 외마디 비명 아닌 비명이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왔다.
와이프 얼굴 여기저기에 그리고 입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액체…..머리카락에도 묻어서 창 밖 희미한 불빛에 반짝인다.
감시 카메라가 있는 어둠 속에서 뒤틀리는 어깨 라인의 희미한 형상과 엉덩이와 멍석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마찰음이 들려온다.
어둠 속의 그녀가 느끼는 오르가슴을 내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다. 평소보다 더한 짜릿함과 쾌감으로 비틀어 온몸을 적시고 있다.
아침 인사를 어떡해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침 햇살이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눈을 뜨긴 해야 되는데, 어제 밤에 용감함으로 해치운 색마의 당당함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옆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누라가 널부러져서 살짝 코를 골고 있다. 마당에서는 부산한 움직임과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옆방에서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니 일어났어요?”
와이프와 내가 동갑이라 4살이나 많은 마누라를 부르는 어제 밤 그 사람인데, 여느 때 와는 다르게 목소리가 밝다.
“자기야 어서 일어나…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일어났어”
허긴 그 밤에 온몸의 힘을 다 써버렸으니 피곤하기도 할 것이 당연하다.
“ 네 일어났습니다.”
내가 대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얼굴은 어찌 보나….모른체하고 평소와 같이 그냥 가는 거야…머리 속이 복잡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막바지 단풍이 유화 물감을 섞어서 뿌려 놓은 듯 멀리서 손짓하고 찬 공기는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플 것도 같은데, 상쾌함과 함께 깨끗한 시냇물에 머리를 감은 것처럼 맑다.
바람은 순하고 햇살은 따사롭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함이다.
“잘 주무셨어요? “
그녀다…미소를 머금은 듯 아닌 듯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반가움을 던진다.
“ 네…날씨가 참 좋습니다. “
“ 둘째가 초등학교 몇 학년이죠? “ 나 스스로 참 능청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3학년인데, 말썽꾸러기예요”
“ 참 동철이 고등학생이죠? “ 건네는 말이 자꾸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 벌써 고1 입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 대답을 하고 나니 내가 노인네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먼 산을 바라보다가도 이내 힐끗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진다.
“ 영철아 해장해야지? “
“ 네 형님…그렇지 않아도 찜질방 가마솥에 토종닭 3마리 삶고 있습니다.”
부지런하면서도 눈치도 빠르고 잔정이 많은 녀석이다. 저쪽 우물가엔 마누라가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감고 있다.
“ 자 한잔하지? “ 집에서 혼자 식사할 때 차리는 밥상만한 큰 쟁반 위에서 푹 삶아진 닭 기름이 햇살에 빛난다.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김이 입맛을 돋군다.
“ 캬~~아 이 맛이야 “ 친구 놈이 닭다리를 게걸스레 뜯고, 정환이 녀석은 속이 쓰린지 노란 기름이 떠있는 닭 국물만 먹고 있다.
그 옆에서 찢어 놓은 닭가슴 살을 소금에 찍고 있는 정환이 와이프는 갑자기 소주병쪽으로 손을 내밀고는 자기도 한잔 달라고 한다.
“ 어…이거 봐라, 자긴 술 안먹잖아? “ 정환이가 놀란 듯 묻는다.
“ 선배님 드시는 술이 맛있게 보여서…오늘은 자기가 운전해…” 정환이 와이프는 배시시 웃으며 소주잔을 잡았다.
“한 잔 하시죠…” 재빨리 내가 병권을 잡았다. 순간 찰나의 시간에도 때를 놓치는 법이 없다. 내가 대견스런 순간이다.
몇 순배 돌았을까…제법 술기운이 돌고, 영철이네 와 친구 부부는 마당 끝에 있는 연못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마누라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갑자기 정환이 녀석이 배를 움켜 잡고는 화장실 쪽으로 잰 걸음을 한다.
“형님 조금씩 드세요. 빠이프 샙니다.” 어제 먹은 술 때문인가 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정환이 와이프가 한마디 거든다.
“어제 너무 마시더니….선배님 한잔 하시죠?”
자연스레 손을 뻗어 잔을 부딪치는 순간 무엇인가 이상하다.
아침이라 편한 운동복 차림의 사내들과 달리 여자들은 아주머니들이 평소 집에서 편히 입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정환이 와이프의 치마는 꽃 무늬가 조금 촌스럽기 까지 했다.
앞으로 다가와 내 잔과 건배를 하려는 순간 불편했던지 치마를 살짝 올린다는 것이 너무 많이 올라간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정환이 와이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고 나만 놀란 듯 하다.
하얀 속살이 보여 어색한 상황이지만, 딴청을 부리며 말을 건넨다.
“ 제수씨 술 마실 줄 아시네….술은 아침 햇살 받으며 먹는 오전 해장술이 최곱니다”
불그스레한 낯빛으로 보일 듯 말 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는 그녀가 왠지 이상타.
“그러게요….기분 좋네요. 저 원래 술 좋아해요. 정환씨가 워낙 마셔대니 제가 자제 한 거구요.”
한 잔 더 건배를 하곤 담배를 한 개피 물었다.
취기가 오르고, 한 모금 깊게 들이 마신 연기를 고개를 들어 하늘로 뿜었다. 어질어질 하지만 기분은 좋다.
시선을 내려 앞에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빠르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부터 확인하게 만들었다.
조금 전 그대로다. 정환이도 화장실에 간지 3분도 지나지 않았기에 술잔을 집으면서 그녀의 허벅지를 힐끔 쳐다 보았다.
하얀색 속옷이다.
왼쪽 무릎은 세우고, 오른쪽 다리는 양반다리를 하고 있어 가운데 부분이 그대로 보인다. 다른 이들을 등지고 앉아있는 그녀는 일부러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음에 틀림 없다.
하얀색 바탕에 손바닥 보다 조금 작은 희미한 얼룩이 그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소주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한잔 더하시죠 “ 말과 함께 소주병을 잡은 팔을 뻗으면서 다시 아래쪽 그 곳을 주시한다. 조금 전보다 다른 변화가 있다. 하얀색 팬티 바탕에 희미한 얼룩,
그 얼룩 위로 또 다른 물 기운이 엄지 손톱만하게 번지기 시작한다. 젖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움찔 거리며 숨을 내뿜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침에 갈아입은 운동복 앞쪽이 껄떡이면 일어난다.
난감한 것인지? 몸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시선도 내 아랫도리 쪽에 머물러 있다. 다시 주변을 확인했지만 다른 이들의 움직임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시선이 내 눈과 마주쳤다.
서로 말없이 한동안 쳐다 보기만 하고 있다.
분명 어떤 말을 해야 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속옷이 젖어 조금씩 움직이고 나면 마루 바닥에 물기가 묻어난다.
“자기야…이젠 그만 마시고 갈 준비 해야지” 마누라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아쉽다. 아쉽다 못해 허전한 마음이 든다.
어느새 앞에 있는 그녀도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왔다. 다시 만나는 내년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화장실에 갔던 정환이의 모습이 보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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