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어진 사춘기 -
‘김명신 님’
사람이 누워있는 침상 발 밑에 붙어 있는 이름표
누워 있는 사람은 상희가 아니라 룸메이트인 모양이었다
잠자고 있는 사람을 들여다 보는 것은 실례인 걸 알지만
갑자기 솟구치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살금살금 침상 곁으로 갔다
살짝 옆으로 비껴 눕긴 했지만 그녀의 옆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 그리고 침대를 거의 차지할 만큼 긴 키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이쁜 아가씨가 그 곳에 누워 있었다
================================================================================================
“누구?”
“어… 왔다”
“희수? 니 어찌 알았노?”
“누구겠노? 규상이지 ^^”
“그 늠 시키 입은 싸서”
그녀를 보느라 정신 팔려 있을 때 잠시 외출했던 상희가 들어온 것이다
아담한 키에 누가 봐도 매력적인 그녀
환자복을 입은 모습이 더 청순해 보이고 이뻤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저 환자복 사이로 내가 만졌던 그녀의 젖가슴을 잠시 떠올렸다
“이리 와서 앉아라 옆자리 명신이 개면 안되니까”
“그래 같은 방 쓰는 사람이가?”
“웅 같이 방 쓴지 3일 됐다”
“무신 병인데?”
“아….그냥…. 좀 아파서 입원한기다”
말을 얼버무리는 상희의 말투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굳이 캐묻는 것이 좀 웃기다고 생각한 나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가벼운 맹장염으로 입원해서 그런지 상희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빵구 낐나? ^^”
“이그~~~ 아직 안나왔다 빵구가 뭐꼬? 가스지”
“가시나 가스나 빵구나 그기 그거지”
“내 몬산다 니 땀시”
누워있는 상희에게 말장난을 건네며 키득거리는 동안
옆 침상의 그녀는 잠에서 깨었는지 부스럭거렸다
하지만 내 존재가 부담스러웠던지 계속 잠들어 있는 양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얼마 후 상희의 어머니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규상이와 상희를 통해 나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듯
내 손을 잡고 반가워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묻는 통에
조금 부담스러워진 나는 학원 수업을 핑계 대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느새 깨어 있었네’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오려는데 옆 자리의 그녀는 어느새 일어났는지
침대에 기대고 앉아 책을 펼쳐 들고 있었다
한번쯤 눈길을 줄 만도 한데 끝내 내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인사를 하고 병실 문을 닫는 순간
데자뷰처럼 예전에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교문이 닫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저 멀리 걸어가던 소녀
내게 날카로운 사춘기 첫 실연을 안겨줬던 그녀
침대에 앉아 책을 보던 차가운 눈을 가진 그녀에게서
난 은영이를 처음 보았던 그날의 기억을 다시 더듬고 있었다
‘젠장 이제는 생각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거의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의 쓰디쓴 기억을 곱씹고 말았다
은영이는 내 소유도 아니었고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긴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갖고 싶은 무언가를 먼저 가져가 버렸다는 상실감은
알게 모르게 내 유년 시절을 지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무얼까?
왜 내게 이런 느낌을 주는 걸까?
그녀가 은영이도 아닌데
외모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닌데 왜?’
그 날 밤 늦게까지 그녀에 대한 고민은 머리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행님아~~~”
수업을 마치고 야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니는 친구도 없나? 맨날 선배 꼬랑지 따라다니게”
“행님이 좋으니까 그라지 ㅎㅎㅎ”
“까불다가 쳐 맞지나 마라”
“아라따 행님아 ㅎㅎㅎ”
넉살 좋은 규상이 늠이 또 우리 반을 찾아왔다
선후배 상하관계가 뚜렷한 학교 교풍 때문에 왠만한 저학년들은
선배 학급 복도를 지나다니는 것도 꺼리는데
이 규상이 늠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배 교실을 헤집고 다닌다
사실 규상이 늠만 보면 벌써 몇 번 뒷동산에 끌려 올라가 모다구리 당했겠지만
학군 내 둘째라면 서러워할 누나의 막강 파워 때문에
선배들은 오히려 너도 나도 규상이의 뒤봐주기를 자처했다
“니는 누나 잘둬서 목숨 부지 하니기라”
“무신… 그 가시나 빵구 나왔단다 아마 곧 퇴원할끼다”
“그래? 다시 가보지도 못했는데 퇴원 전에 함 더 가야겠네”
“그래라 행님아 근데 행님 옆자리 누나 봤나?”
“같은 방 쓰는 그 가시나?”
“어… 그 누나 자세히 봐봤나?”
“아니 눈길 한번 안주던데?”
“맞나? 이상하네 그 누나 진짜 이쁘고 성격도 좋은데
행님이 또 째려본거 아이가?”
“내가 와 모르는 사람을 째리 보는데?”
“행님 말 안하고 안 웃고 바라보면 눈에 살기가 번쩍번쩍 한다 모르제?”
“진짜가? 안그런데”
“본인은 모른다 행님아”
규상이의 말을 듣고 보니 평상시 내 모습엔 웃음끼가 없다
거리를 다닐 때도 무표정한 얼굴, 좀처럼 누구에게 곁을 내준 적도 없고
상희 라는 메리트가 없었다면 사실 규상이도 내 곁에 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행님아 내가 소개해줄께 오늘 병원 가자”
“누구를?”
“맹신이 누나”
“명신이지 맹신이가 뭐꼬?”
“그냥 애칭이다 ㅎㅎㅎ”
“남자 필요 하다드나?”
“아니 행님하고 잘 맞을 거 같아서”
‘이 시키는 내가 지 누나 건드린걸 모르지 후후후’
갑자기 손바닥에 상희의 젖가슴이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좋은갑네? ㅎㅎㅎ 이따 야자 끝나고 온나 기다릴께”
그렇게 규상이 늠이 사라지고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보았지만
첫만남부터 내 맘을 휘저어 놓았던 그녀를 만난다는 생각에
좀처럼 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낡은 습작 노트를 꺼내어 글자를 끄적였다
하얀 피부의 그녀를 생각하며
“야~~~ 희수야~~~ 와 일찍 가노?”
보통 때 같으면 더 남아서 책을 보다가 갔을텐데
집중도 안되고 규상이랑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병주의 물음을 뒤로 한 채 일찍 가방을 싸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똑똑”
“누구세요?”
“내다”
“어~~ 행님아 어서 온나”
노크를 하고 병실로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있는 상희와 그녀, 그리고 규상이 늠이 날 맞이한다
“또 왔나? 이제 다 나았는데”
“그래도 온다 했으니 함 와봐야지”
“히히 누나 때문에 온 거 아인데 ㅎㅎㅎ”
“뭐라하노 임마가”
“하하하 희수행님도 부끄러워 하네”
“고마해라 ㅡ.ㅡ;”
아까 낮에 나눈 대화 때문인지 규상이는 날 살살 약올렸고
규상이가 먼저 얘기를 했는지 상희와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같이 웃어 넘겼다
“내만 바보되나?”
“아이다 희수야 일단 이리와 앉아라”
“웅”
자기 침대 옆 의자를 날 부른 상희가 옆에 있는 그녀에게 날 소개한다
“예전에 한번 왔었는데 기억나나? 내 친구 희수”
“아….안녕….하세요 최희수라고 합니다”
“아…네 전 상희랑 친구 김명신이라고 해요”
“명신이는 부산 사람이 아니고 서울에서 전학왔다”
“그래? 저도 국민학교 4학년때 전학왔는데?”
“진짜? 희수 니 그런 말 안했잖아”
“하도 이지메 당해서 그런 말 잘 안한다”
“맞나? 고생했는갑네”
그렇게 어색한 소개가 지속되고 있었는데 분위기를 깨준 건 역시 규상이였다
“우리 누나랑 희수행님 친구니까 명신이 누나도 친구하면 되겠네”
“어….그래? 그럴까 그럼?”
“그래 명신아 걍 우리 다 친구하면 되겠다”
“그래도 이제 막 봤는데?”
“그냥 뭐 친구하죠 나이도 같은데”
“그냥 걍 친구하자”
“그래… 그게 다들 편하다면 뭐”
“반갑따 다시 소개할께 난 희수야 너 편하게 서울말 써줄께 ^^”
“그래 고마워 난 김명신 몸이 안 좋아서 학교 휴학하고 치료 중이야”
“그래? 많이 안 좋은 거야?”
“그냥 좀 안 좋아서 그래도 곧 나을거야”
“그래 몸조리 잘하면 곧 낫겠지 우리 학교가 이 앞이니까 내가 가끔 문병 올께”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
첨엔 눈길 조차 안주던 그녀가 편하게 말도 놓고 미소까지 보여주니
그 날 밤 혼자 고민했던 상념들이 머리 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꼬? 야들 넘 빨리 불붙는 거 아이가?”
“그라게 누나야 우리가 왕따 되는거 같다”
“와 또? 소개 시켜줄 땐 언제고 친해져도 뭐라카네”
“하하하~~~ 아이다 좋다”
규상이 녀석은 자신이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맘에 기분이 좋았지만
상희의 눈빛에선 언뜻 불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마 상희도 그 날의 일을 마음 속에서 떨쳐내진 못했던 모양이다
어느 정도는 내게 자신의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할 테니
‘김명신 님’
사람이 누워있는 침상 발 밑에 붙어 있는 이름표
누워 있는 사람은 상희가 아니라 룸메이트인 모양이었다
잠자고 있는 사람을 들여다 보는 것은 실례인 걸 알지만
갑자기 솟구치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살금살금 침상 곁으로 갔다
살짝 옆으로 비껴 눕긴 했지만 그녀의 옆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 그리고 침대를 거의 차지할 만큼 긴 키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이쁜 아가씨가 그 곳에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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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어… 왔다”
“희수? 니 어찌 알았노?”
“누구겠노? 규상이지 ^^”
“그 늠 시키 입은 싸서”
그녀를 보느라 정신 팔려 있을 때 잠시 외출했던 상희가 들어온 것이다
아담한 키에 누가 봐도 매력적인 그녀
환자복을 입은 모습이 더 청순해 보이고 이뻤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저 환자복 사이로 내가 만졌던 그녀의 젖가슴을 잠시 떠올렸다
“이리 와서 앉아라 옆자리 명신이 개면 안되니까”
“그래 같은 방 쓰는 사람이가?”
“웅 같이 방 쓴지 3일 됐다”
“무신 병인데?”
“아….그냥…. 좀 아파서 입원한기다”
말을 얼버무리는 상희의 말투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굳이 캐묻는 것이 좀 웃기다고 생각한 나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가벼운 맹장염으로 입원해서 그런지 상희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빵구 낐나? ^^”
“이그~~~ 아직 안나왔다 빵구가 뭐꼬? 가스지”
“가시나 가스나 빵구나 그기 그거지”
“내 몬산다 니 땀시”
누워있는 상희에게 말장난을 건네며 키득거리는 동안
옆 침상의 그녀는 잠에서 깨었는지 부스럭거렸다
하지만 내 존재가 부담스러웠던지 계속 잠들어 있는 양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얼마 후 상희의 어머니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규상이와 상희를 통해 나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듯
내 손을 잡고 반가워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묻는 통에
조금 부담스러워진 나는 학원 수업을 핑계 대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느새 깨어 있었네’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오려는데 옆 자리의 그녀는 어느새 일어났는지
침대에 기대고 앉아 책을 펼쳐 들고 있었다
한번쯤 눈길을 줄 만도 한데 끝내 내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인사를 하고 병실 문을 닫는 순간
데자뷰처럼 예전에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교문이 닫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저 멀리 걸어가던 소녀
내게 날카로운 사춘기 첫 실연을 안겨줬던 그녀
침대에 앉아 책을 보던 차가운 눈을 가진 그녀에게서
난 은영이를 처음 보았던 그날의 기억을 다시 더듬고 있었다
‘젠장 이제는 생각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거의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의 쓰디쓴 기억을 곱씹고 말았다
은영이는 내 소유도 아니었고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긴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갖고 싶은 무언가를 먼저 가져가 버렸다는 상실감은
알게 모르게 내 유년 시절을 지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무얼까?
왜 내게 이런 느낌을 주는 걸까?
그녀가 은영이도 아닌데
외모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닌데 왜?’
그 날 밤 늦게까지 그녀에 대한 고민은 머리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행님아~~~”
수업을 마치고 야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니는 친구도 없나? 맨날 선배 꼬랑지 따라다니게”
“행님이 좋으니까 그라지 ㅎㅎㅎ”
“까불다가 쳐 맞지나 마라”
“아라따 행님아 ㅎㅎㅎ”
넉살 좋은 규상이 늠이 또 우리 반을 찾아왔다
선후배 상하관계가 뚜렷한 학교 교풍 때문에 왠만한 저학년들은
선배 학급 복도를 지나다니는 것도 꺼리는데
이 규상이 늠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배 교실을 헤집고 다닌다
사실 규상이 늠만 보면 벌써 몇 번 뒷동산에 끌려 올라가 모다구리 당했겠지만
학군 내 둘째라면 서러워할 누나의 막강 파워 때문에
선배들은 오히려 너도 나도 규상이의 뒤봐주기를 자처했다
“니는 누나 잘둬서 목숨 부지 하니기라”
“무신… 그 가시나 빵구 나왔단다 아마 곧 퇴원할끼다”
“그래? 다시 가보지도 못했는데 퇴원 전에 함 더 가야겠네”
“그래라 행님아 근데 행님 옆자리 누나 봤나?”
“같은 방 쓰는 그 가시나?”
“어… 그 누나 자세히 봐봤나?”
“아니 눈길 한번 안주던데?”
“맞나? 이상하네 그 누나 진짜 이쁘고 성격도 좋은데
행님이 또 째려본거 아이가?”
“내가 와 모르는 사람을 째리 보는데?”
“행님 말 안하고 안 웃고 바라보면 눈에 살기가 번쩍번쩍 한다 모르제?”
“진짜가? 안그런데”
“본인은 모른다 행님아”
규상이의 말을 듣고 보니 평상시 내 모습엔 웃음끼가 없다
거리를 다닐 때도 무표정한 얼굴, 좀처럼 누구에게 곁을 내준 적도 없고
상희 라는 메리트가 없었다면 사실 규상이도 내 곁에 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행님아 내가 소개해줄께 오늘 병원 가자”
“누구를?”
“맹신이 누나”
“명신이지 맹신이가 뭐꼬?”
“그냥 애칭이다 ㅎㅎㅎ”
“남자 필요 하다드나?”
“아니 행님하고 잘 맞을 거 같아서”
‘이 시키는 내가 지 누나 건드린걸 모르지 후후후’
갑자기 손바닥에 상희의 젖가슴이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좋은갑네? ㅎㅎㅎ 이따 야자 끝나고 온나 기다릴께”
그렇게 규상이 늠이 사라지고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보았지만
첫만남부터 내 맘을 휘저어 놓았던 그녀를 만난다는 생각에
좀처럼 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낡은 습작 노트를 꺼내어 글자를 끄적였다
하얀 피부의 그녀를 생각하며
“야~~~ 희수야~~~ 와 일찍 가노?”
보통 때 같으면 더 남아서 책을 보다가 갔을텐데
집중도 안되고 규상이랑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병주의 물음을 뒤로 한 채 일찍 가방을 싸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똑똑”
“누구세요?”
“내다”
“어~~ 행님아 어서 온나”
노크를 하고 병실로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있는 상희와 그녀, 그리고 규상이 늠이 날 맞이한다
“또 왔나? 이제 다 나았는데”
“그래도 온다 했으니 함 와봐야지”
“히히 누나 때문에 온 거 아인데 ㅎㅎㅎ”
“뭐라하노 임마가”
“하하하 희수행님도 부끄러워 하네”
“고마해라 ㅡ.ㅡ;”
아까 낮에 나눈 대화 때문인지 규상이는 날 살살 약올렸고
규상이가 먼저 얘기를 했는지 상희와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같이 웃어 넘겼다
“내만 바보되나?”
“아이다 희수야 일단 이리와 앉아라”
“웅”
자기 침대 옆 의자를 날 부른 상희가 옆에 있는 그녀에게 날 소개한다
“예전에 한번 왔었는데 기억나나? 내 친구 희수”
“아….안녕….하세요 최희수라고 합니다”
“아…네 전 상희랑 친구 김명신이라고 해요”
“명신이는 부산 사람이 아니고 서울에서 전학왔다”
“그래? 저도 국민학교 4학년때 전학왔는데?”
“진짜? 희수 니 그런 말 안했잖아”
“하도 이지메 당해서 그런 말 잘 안한다”
“맞나? 고생했는갑네”
그렇게 어색한 소개가 지속되고 있었는데 분위기를 깨준 건 역시 규상이였다
“우리 누나랑 희수행님 친구니까 명신이 누나도 친구하면 되겠네”
“어….그래? 그럴까 그럼?”
“그래 명신아 걍 우리 다 친구하면 되겠다”
“그래도 이제 막 봤는데?”
“그냥 뭐 친구하죠 나이도 같은데”
“그냥 걍 친구하자”
“그래… 그게 다들 편하다면 뭐”
“반갑따 다시 소개할께 난 희수야 너 편하게 서울말 써줄께 ^^”
“그래 고마워 난 김명신 몸이 안 좋아서 학교 휴학하고 치료 중이야”
“그래? 많이 안 좋은 거야?”
“그냥 좀 안 좋아서 그래도 곧 나을거야”
“그래 몸조리 잘하면 곧 낫겠지 우리 학교가 이 앞이니까 내가 가끔 문병 올께”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
첨엔 눈길 조차 안주던 그녀가 편하게 말도 놓고 미소까지 보여주니
그 날 밤 혼자 고민했던 상념들이 머리 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꼬? 야들 넘 빨리 불붙는 거 아이가?”
“그라게 누나야 우리가 왕따 되는거 같다”
“와 또? 소개 시켜줄 땐 언제고 친해져도 뭐라카네”
“하하하~~~ 아이다 좋다”
규상이 녀석은 자신이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맘에 기분이 좋았지만
상희의 눈빛에선 언뜻 불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마 상희도 그 날의 일을 마음 속에서 떨쳐내진 못했던 모양이다
어느 정도는 내게 자신의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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