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色道의 시작
“오빠!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뭘? 무슨 일 있어?”
“오빠! 어제 은지 오빠 방에 갔었죠?”
“아~~ 그거? 은지가 일 때문에 왔다가 들려서 밥 먹여서 보냈어”
“그런데 방에는 왜 데리고 갔어요?”
“너무 늦었고 마땅히 먹을 때가 없어서 그랬어”
“같이 자고 싶어서 데리고 간 건 아니고요?”
“하하하 혜영아 난 은지한테 관심 없다”
“은지가 관심 있으면 어쩔거예요?
나도 없는데 방에 단 둘이서”
“미안 미안 오빠가 생각이 짧았어”
“나 싫어요
애들이 나 없을 때 오빠 방에 찾아가는 거”
“알았어 다신 그런 일 없도록 할께”
“하여간 오빠한테 실망이예요”
혜영이는 화가 많이 나서 전화를 끊었지만
녀석이 질투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주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건 단순한 질투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난 좀 더 그녀에게 집중하고 단 둘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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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대낮 섹스도 2-3번 가졌고 집에서도 한번 자고 갔었다
애교부리며 착착 감기는 맛이 정미나 지영이와는 또 달라서 맘이 갔다
하루는 까페에서 사장님과 셋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영이가 찾아왔다
“오호~~~ 지영이 오랜만”
“네 사장님 안녕하세요
희수 안녕 근데 이 분은”
“아~~ 희수 아는 동생
좀 분위기가 수상하긴 하지만 ㅎㅎㅎ”
순간 날 보는 지영이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변하는걸 느꼈다
“아 그래요? 잘해봐요 ^^”
지영이는 혜영이를 보며 웃고 있었지만 난 웃음 뒤에서 날카로운 칼을 보았다
“전 잠시 들린 거라 나중에 또 올께요”
“아니 벌써 가게?”
“네 그럼 나중에 봐요 희수야 연락할께”
“어? 응~~”
연락하겠다는 지영이의 말이 더 섬뜻하게 느껴졌지만
어차피 몇 번을 겪게 되지 모르는 일이라 단련해 둘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저 언니랑 친해?”
“자주 오는 단골이자 사모님하고 친해”
“오빠 보는 눈빛이 장난 아니던데?”
“그….래??? 난 모르겠는데”
“아냐 눈빛이 그랬어 오빠 조심해 처신 잘하고”
“나야 나 좋다면 좋지 하하하하”
“그래서 은지도 방으로 끌어 들인거고? ㅡ.ㅡ;”
“혜영이 너 마누라처럼 말한다 ㅎㅎㅎ”
“이구 내가 못살아 바람둥이”
혜영이와는 어영부영 마무리 했지만 지영이가 맘에 걸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후 며칠 동안 연락도 방문도 없었다
그렇게 잘 풀리나보다 생각했을 때 폭탄은 엄한 곳에서 터졌다
“오빠~~오빠~~~”
늦은 오전 호출이 와서 전화를 해보니 지나가 받는다
“무슨 일이야?”
“우리 지금 거기로 갈거야”
“누구? 셋이?”
“아니 은지랑 나”
“무슨 일 있어?”
“자세한 건 가서 말할께 좀 이따 봐”
“그래 알았어 조심히 와”
전화를 끊고 나자 괜히 맘이 불안해졌다
얼마 후 그녀들이 내 방으로 도착했고 은지는 펑펑 울고 있었다
말을 못 잇는 은지를 대신해 지나가 대신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들이 들려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3명은 친한 친구지만 남자문제는 경쟁자였던 듯 하다
X라는 근철이의 친구를 점 찍은 건 은지였으나
X는 혜영이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은지가 포기를 안하고 X에게 대시를 했었고
은지가 내 방에 왔던 그 날 밤 은지는 집 대신 X에게 찾아 갔고
X는 은지와 술을 마시다가 결국 모텔에서 은지랑 섹스를 나눴다
결국 은지의 짝사랑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X는 혜영이에 대한 맘을 접지 않았고
나라는 경쟁자가 등장하자 더욱 더 조급해진 X가 혜영이의 집 앞을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며 은지 얘기와 혜영이를 봐 온 자신의 얘기 등등을 하고
결국 술을 거하게 마시고 티격태격 하다가 취한 혜영이와 또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영이와 대면했던 그 날 이후 연락이 좀 뜸했었다
아마도 그 날쯤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나로서는 처음 당해보는 상황이었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아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의외로 맘이 차분해지고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세 여자를 만나면서 그녀들이 보이는 행동이라든지 말투
내 본능 속에 숨어있던 감각들이 그런 상황들을 예감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오빠 그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은지야 흥분하지 말고 들어
너도 X를 짝사랑했듯이 X도 혜영이를 바라봤잖아
결국 똑 같은 상황이 된거지 너나 X나”
“혜영이 그년은 오빠가 있었잖아요
오빠를 봐서도 그러면 안되죠
적어도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
“내가 혜영이한테 존재감이 없었나보지 뭐 후후후”
왠지 모르게 쓴 웃음이 나왔다
혜영이를 봤을 때 지영이의 맘도 이랬을까?
벌이라고 생각하면 벌이고 경험이라고 하면 또 경험이다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그냥 혜영이 같은 년 잊어 버려요”
“뭐 달라질게 있나?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오빠 내가 혜영이년 가만 안둘께요
너무 아파하지 말아요”
“괜찮아 니가 더 걱정이지
셋이 친구였는데 이걸로 서로 불편하겠다”
내 씁쓸한 표정을 바라보던 지나가 한마디 뱉는다
“오빠 오빠는 우리 같은 애들 만나면 안됐어요”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의미가 뭘까?’
지나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에 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닫았다
은지가 너무 억울해하며 대성통곡 하는 바람에 우선 그녀의 진정이 먼저였다
결국 그 모든 건 스스로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고 그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여자라고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내가 아닌 다른 누가 있더라도
그녀는 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보지에 난 스쳐 지나가는 흔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빠 나중에 연락할께
난 은지 데려다 주고 일하러 가야 해”
“그래 혹시라도 혜영이 보게 되면 편하게 연락하라고 해”
“오빤 너무 착해서 탈이야”
“누가? ㅎㅎㅎ 내 맘에 니가 모르는 악마도 있어”
“아니야 오빤 착해 나 갈께 나중에 연락할께”
“그래 잘 가”
그녀들 앞에서 침착한 척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패배감 비슷한 감정에 입맛이 씁쓸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신 이렇게 뒷통수를 맞으면서 선수 빼앗기는 바보짓은 안 하겠다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여자가 떠나가게 하진 않겠다고
그 후 내가 일부러 혜영이를 찾거나 연락하지는 않았다
은지와 X, 그리고 지나와의 관계만으로도 복잡할 테니까
며칠 후 얼마간 소식이 없는 그녀가 직접 날 찾아왔다
그녀가 내게 말한 건 아주 짧고 명료한 말들이었다
“오빠가 선택해”
“뭘?”
“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헤어지고 싶다면 그렇게 하고”
“내가 선택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어째든 내가 나쁜 짓 한 거잖아”
“뭐? 그 녀석이랑 섹스 한 거?
너도 그 녀석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그게 무슨 나쁜 짓이야?”
“…..”
“난 예전과 달라진 게 없어
너랑 좋은 사이고 가끔 몸도 나누고
널 소유하거나 내게 소유 당하고 싶지도 않아”
“오빠에게 난 그런 존재였나?”
“조금 특별해지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너도 나도 너무 자유롭잖아 그렇지?”
“오빠 말이 무엇인지 알았어”
“은지 맘 잘 달래주고 X 녀석이 맘에 들면 잘 사귀어봐
그래야 은지 맘도 돌아설 거 아냐?”
“X랑은 다신 안 만나요 그 날 그건 실수였어”
“그래 그럼 난 예전처럼 다시 대해 줄께
이번 일로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벌써 친구 애인 빼앗은 년 되어서 많이 힘들어
덕분에 오빠 진심도 알게 되어서 힘들고”
“우리 서로 말 안 했던 건 아니잖아 힘들게 했다면 미안”
“아냐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오빠 잘못은 아니야”
이미 모든걸 건너버린 상황에서 따로 해줄 말이 많지 않았다
차마 그냥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형식적인 말도 건네기 힘들었다
그녀는 그 날 내게 잘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고
난 그 날 이후로 그녀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다
“드르륵 드르륵”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던 삐삐가 진동했다
낯익은 번호
지나가 일하는 가게의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지나 좀 부탁 드립니다”
“오빠 나야”
“어…. 잘 지내지?”
“웅…. 오빠도 잘 지내?”
“그럭저럭
뭐 내 생활이 항상 그렇지 뭐”
“혜영이 연락 안 오지?”
“후후 안 오네 잘 지내나?”
“걘 잘 지내니까 걱정 마”
“은지는? 은지도 괜찮아?”
“은지도 괜찮아 혜영이랑도 잘 풀어서 셋이 다 잘 지내”
“그래? 힘들 줄 알았는데 쉽네 후후”
“다 그렇지 뭐 오빠 오늘 늦게 끝나?”
“아니 나 일이 있어서 오늘은 대타 부탁했어
서울 좀 나갔다가 저녁때쯤 돌아올 거야”
“그럼 나 술 한잔 사줄래?”
“어디서? 그 쪽으로 갈까?”
“아니 내가 오빠 집 근처로 갈께
이따 언제쯤 올지나 말해줘”
“그럼 너 일 끝나면 호출해 그때 도착시간 알려줄께”
“웅 알았어 그럼 이따 봐”
그 일이 있은 후 지나의 전화가 그녀들에게서 온 첫 전화다
셋이 다 잘 지낸다는 걸 보니 셋은 생각보다 쿨한 사이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남자를 공유했고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친구
그 시절 정서로는 좀 파격적인 듯 한데 그래도 여자들의 우정이 먼저였던 것 같다
‘남자들의 우정보다 여자들의 우정이 더 강한 건가? 푸훕”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나를 통해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서울로 올라가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일이 거의 끝날 무렵 지나에게서 호출이 들어왔다
“6시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시간 맞춰 올래?”
“알았어 오빠 빙점에 가 있을 테니 거기로 와”
“아냐 오늘 일부러 안 나갔는데 거기 가면 좀 그러네
근처 다른 곳에 있어”
“그럼 나 오빠 학교 구경하고 있을께
6시까지 정문에서 봐”
“그래 알았어 빨리 갈께”
늦으면 지나 혼자 정문에서 기다리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꽤나 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던 늦여름 이었다
교문에 도착했을 때 짧은 치마에 얇은 티를 입은 지나를 발견했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힐끔거릴 정도의 매력은 지닌 여자
‘내가 왜 혜영이를 꽂혀 지나를 보지 못했을까?’
세 명과 한 방에서 보낸 날
그녀의 보지 둔덕이 유난히 볼록하다는 걸 확인한 후
내 자위 파트너가 되어 버린 여인이다
“오빠 왔어?”
“많이 기다렸니? 미안”
“아냐 나도 금방 왔어”
“배고프지? 우리 뭐 먹을까?”
“나 중국음식 먹고 싶어”
“알았어 괜찮은 집 알아”
지나를 데리고 서둘러 알고 있던 중국집으로 향했다
‘혜영이가 이걸 알면 또 난리 쳤을 텐데 후후’
이젠 난리 칠 일도 명분도 없는 그녀를 생각하고 말았다
아직도 색도 수양의 길은 멀기만 한가보다
미련이라는 조각이 가끔 이렇게 솟구치는 걸 보면
중국집에서 셋트 메뉴를 시켜 놓고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시간이 남았는데 할 일도 없고
갑자기 오빠 생각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랬구나? 알바는”
“알바는 잠시 그만뒀어 공부 좀 해보려고”
“그래? 잘 생각했다”
셋이서 붙어 다니느라 한동안 다른 일은 뒷전이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연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다들 서먹해진 듯
“오빤 애들 안 궁금해”
“글쎄 안 궁금하다면 거짓말 아닐까? ^^”
“그렇지 오빠는 궁금해 할거야”
마침 식사가 나와 우린 우선 고픈 배부터 채웠다
셋 중 가장 마른 체형의 그녀였지만 식욕은 단연 선두다
술도 가장 잘 마시고 술 취한 모습을 여간 해서는 보여주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그녀에게 용건을 다시 물었다
그녀는 말이 없다가 그냥…이라고만 한다
“우리 어디 가서 차 마실까?”
“그냥 조용한 곳에 가고 싶어
우리 오빠 방으로 가면 안될까?”
“안될 거 없지 ^^
웃긴 얘기 하나 해줄까?
한번은 은지가 혼자 놀러 왔었는데
내 방에서 야식 먹고 차 마시고 갔거든
나중에 혜영이가 그걸 알게 된 거야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는데 왠지 귀여웠어 질투하는 것 같아서
근데 생각해보니 아마 그 날 밤이 녀석과 잠자리를 한 날 같애
웃기지? 나한테 길길이 날뛰고 자긴 바람나고 하하”
“……”
“왜? 안 웃겨?”
“아냐 그냥 그 때 일들이 생각나서”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녀의 더 말이 없었다
도착해서 방문 앞에 서 있는데 누가 우리를 보았다면
그 모습이 처음 모텔로 들어가는 어색한 사이처럼 느껴졌다
“거기 앉아 차 줄께”
“웅 고마워”
커피머신에 원두가루를 넣어 커피를 내린다
방 바닥 한 구석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한 잔 건네고 그 옆에 나도 앉았다
“너 나한테 할 말 있지?”
“…..”
“무슨 일인데?”
“오빠….”
“왜?”
“오빠 아직도 혜영이 좋아해?”
“엉? 무슨 소리야? 혜영이 미워할 이유가 있나?”
“오빠 혜영이랑 그냥 오빠 동생 아니었잖아?”
“웅? 혜영이랑 나랑?”
“잤던 사이 아니었어?”
“알고 있었어? 그게 뭐 중요한가?
혜영이랑 잠자리를 했던 건 사실이야
궁합도 잘 맞았던 것 같고
하지만 혜영이도 나도 그걸 이유로 서로 구속할 맘은 없었나 봐
그래서 이번 일이 일어났을 때 담담히 받아 들일 수 있었고”
“사귀고 싶은 맘은 없었어?
“살짝 생기긴 했지 하지만 준비도 안됐었고”
“그럼 아직도 좋아해?”
“지금껏 싫어해 본 적은 없어 그냥 좋은 여자지”
“그 녀석과는 그 이후 다시 안 만나는 것 같아
은지도 마찬가지고
우리 셋은 그 일이 있기 전만큼 아직도 잘 놀고
혜영이가 가끔 오빠 얘기를 해 아깝다고”
“그래? 다행이네 나쁜 놈 소리는 안 들어서”
“만약에 혜영이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또 만날 거야?”
“글쎄 어떤 만남이냐가 중요하겠지
사귀는걸 전제로 하면 글쎄
지금껏 만난 것도 사귀는 걸 전제로 만나진 않았으니까
여지껏처럼 만나자고 하면 못 만날 이유는 없지”
“그렇구나 혜영이는 아직 미련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얘기 물어보러 온 거야? 혜영이 대신?”
“아니”
“그럼? 뭐”
“난 어때?”
갑작스런 돌직구에 난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 했다
친구랑 섹스까지 했던 남자
그 남자에게 지나는 자신을 걸고 직격탄을 날렸다
“너랑 사귀자고?”
“그럼 안되나?”
“하하하 그럼 이번엔 혜영이가 은지 잡고 울겠다 하하하”
“혜영이 년은 독해서 안 울거야
오빠가 자기한테 복수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런가? 근데 갑자기 그런 말은 왜?”
“오빠도 나 싫어하지 않잖아?”
“지나 널 좋아해 물론 여자로서”
“나도 오빠 좋아해 남자로”
“그럼 결론은 나왔네 남자 여자로 좋다
단 난 사귀는 사이로 구속되는 건 싫어”
“왜?”
“난 한 여자랑 사랑을 속삭이는 그런 짓은 안하고 싶어”
“오빠 바람둥이야?”
“말했었잖아 나쁜 남자라고
오빠 여자 꽤 있어”
“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꽤나 순정파 일 줄 알았는데
하긴 나도 순정파는 아니야 호호호”
“너희 셋 다 선수급이잖아 연애에선”
“그렇지 내가 그랬잖아
오빠는 우리 같은 애들 만나면 안 된다고”
“너희도 나 같은 남자 만나면 안돼 ㅎㅎㅎㅎ”
“그럼 우리 둘 다 쌤쌤이네 ㅎㅎㅎㅎ”
“그러네”
말장난 같은 말이 오가면서 우린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녀가 떠 보려고 한 건 뭐 였을까?
혜영이를 향한 내 마음의 변화일까?
아님 자신이 비지고 들어갈 틈을 판단해 본 것일까?
차를 마시며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오빠”
“웅”
“오빠 나 갖고 싶지?”
또 한번의 돌직구
“어”
“그래? 맞구나”
“웅”
나 역시 돌배팅으로 홈런을 날려 버렸다
“그래서 그랬어?”
“뭘?”
“그날 같이 잤을 때 내 다리랑 거기 만진 거”
“알고 있었니? 자는 줄 알았는데”
“술도 안 취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뜨거운 손이 다리를 쓰다듬으며 올라오고 거기를 부벼 대는데”
“하긴 오히려 아무 미동도 없는 게 더 이상했어
싫진 않았던 모양이네”
“좋았어 솔직히 짜릿했고”
“자고 싶어? 오늘”
“어”
그녀의 대답은 정교하고 정확했다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잡고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뜨거운 입김이 내 얼굴에 확 내 뱉어진다
“오빠!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뭘? 무슨 일 있어?”
“오빠! 어제 은지 오빠 방에 갔었죠?”
“아~~ 그거? 은지가 일 때문에 왔다가 들려서 밥 먹여서 보냈어”
“그런데 방에는 왜 데리고 갔어요?”
“너무 늦었고 마땅히 먹을 때가 없어서 그랬어”
“같이 자고 싶어서 데리고 간 건 아니고요?”
“하하하 혜영아 난 은지한테 관심 없다”
“은지가 관심 있으면 어쩔거예요?
나도 없는데 방에 단 둘이서”
“미안 미안 오빠가 생각이 짧았어”
“나 싫어요
애들이 나 없을 때 오빠 방에 찾아가는 거”
“알았어 다신 그런 일 없도록 할께”
“하여간 오빠한테 실망이예요”
혜영이는 화가 많이 나서 전화를 끊었지만
녀석이 질투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주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건 단순한 질투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난 좀 더 그녀에게 집중하고 단 둘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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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대낮 섹스도 2-3번 가졌고 집에서도 한번 자고 갔었다
애교부리며 착착 감기는 맛이 정미나 지영이와는 또 달라서 맘이 갔다
하루는 까페에서 사장님과 셋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영이가 찾아왔다
“오호~~~ 지영이 오랜만”
“네 사장님 안녕하세요
희수 안녕 근데 이 분은”
“아~~ 희수 아는 동생
좀 분위기가 수상하긴 하지만 ㅎㅎㅎ”
순간 날 보는 지영이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변하는걸 느꼈다
“아 그래요? 잘해봐요 ^^”
지영이는 혜영이를 보며 웃고 있었지만 난 웃음 뒤에서 날카로운 칼을 보았다
“전 잠시 들린 거라 나중에 또 올께요”
“아니 벌써 가게?”
“네 그럼 나중에 봐요 희수야 연락할께”
“어? 응~~”
연락하겠다는 지영이의 말이 더 섬뜻하게 느껴졌지만
어차피 몇 번을 겪게 되지 모르는 일이라 단련해 둘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저 언니랑 친해?”
“자주 오는 단골이자 사모님하고 친해”
“오빠 보는 눈빛이 장난 아니던데?”
“그….래??? 난 모르겠는데”
“아냐 눈빛이 그랬어 오빠 조심해 처신 잘하고”
“나야 나 좋다면 좋지 하하하하”
“그래서 은지도 방으로 끌어 들인거고? ㅡ.ㅡ;”
“혜영이 너 마누라처럼 말한다 ㅎㅎㅎ”
“이구 내가 못살아 바람둥이”
혜영이와는 어영부영 마무리 했지만 지영이가 맘에 걸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후 며칠 동안 연락도 방문도 없었다
그렇게 잘 풀리나보다 생각했을 때 폭탄은 엄한 곳에서 터졌다
“오빠~~오빠~~~”
늦은 오전 호출이 와서 전화를 해보니 지나가 받는다
“무슨 일이야?”
“우리 지금 거기로 갈거야”
“누구? 셋이?”
“아니 은지랑 나”
“무슨 일 있어?”
“자세한 건 가서 말할께 좀 이따 봐”
“그래 알았어 조심히 와”
전화를 끊고 나자 괜히 맘이 불안해졌다
얼마 후 그녀들이 내 방으로 도착했고 은지는 펑펑 울고 있었다
말을 못 잇는 은지를 대신해 지나가 대신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들이 들려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3명은 친한 친구지만 남자문제는 경쟁자였던 듯 하다
X라는 근철이의 친구를 점 찍은 건 은지였으나
X는 혜영이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은지가 포기를 안하고 X에게 대시를 했었고
은지가 내 방에 왔던 그 날 밤 은지는 집 대신 X에게 찾아 갔고
X는 은지와 술을 마시다가 결국 모텔에서 은지랑 섹스를 나눴다
결국 은지의 짝사랑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X는 혜영이에 대한 맘을 접지 않았고
나라는 경쟁자가 등장하자 더욱 더 조급해진 X가 혜영이의 집 앞을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며 은지 얘기와 혜영이를 봐 온 자신의 얘기 등등을 하고
결국 술을 거하게 마시고 티격태격 하다가 취한 혜영이와 또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영이와 대면했던 그 날 이후 연락이 좀 뜸했었다
아마도 그 날쯤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나로서는 처음 당해보는 상황이었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아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의외로 맘이 차분해지고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세 여자를 만나면서 그녀들이 보이는 행동이라든지 말투
내 본능 속에 숨어있던 감각들이 그런 상황들을 예감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오빠 그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은지야 흥분하지 말고 들어
너도 X를 짝사랑했듯이 X도 혜영이를 바라봤잖아
결국 똑 같은 상황이 된거지 너나 X나”
“혜영이 그년은 오빠가 있었잖아요
오빠를 봐서도 그러면 안되죠
적어도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
“내가 혜영이한테 존재감이 없었나보지 뭐 후후후”
왠지 모르게 쓴 웃음이 나왔다
혜영이를 봤을 때 지영이의 맘도 이랬을까?
벌이라고 생각하면 벌이고 경험이라고 하면 또 경험이다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그냥 혜영이 같은 년 잊어 버려요”
“뭐 달라질게 있나?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오빠 내가 혜영이년 가만 안둘께요
너무 아파하지 말아요”
“괜찮아 니가 더 걱정이지
셋이 친구였는데 이걸로 서로 불편하겠다”
내 씁쓸한 표정을 바라보던 지나가 한마디 뱉는다
“오빠 오빠는 우리 같은 애들 만나면 안됐어요”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의미가 뭘까?’
지나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에 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닫았다
은지가 너무 억울해하며 대성통곡 하는 바람에 우선 그녀의 진정이 먼저였다
결국 그 모든 건 스스로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고 그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여자라고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내가 아닌 다른 누가 있더라도
그녀는 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보지에 난 스쳐 지나가는 흔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빠 나중에 연락할께
난 은지 데려다 주고 일하러 가야 해”
“그래 혹시라도 혜영이 보게 되면 편하게 연락하라고 해”
“오빤 너무 착해서 탈이야”
“누가? ㅎㅎㅎ 내 맘에 니가 모르는 악마도 있어”
“아니야 오빤 착해 나 갈께 나중에 연락할께”
“그래 잘 가”
그녀들 앞에서 침착한 척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패배감 비슷한 감정에 입맛이 씁쓸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신 이렇게 뒷통수를 맞으면서 선수 빼앗기는 바보짓은 안 하겠다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여자가 떠나가게 하진 않겠다고
그 후 내가 일부러 혜영이를 찾거나 연락하지는 않았다
은지와 X, 그리고 지나와의 관계만으로도 복잡할 테니까
며칠 후 얼마간 소식이 없는 그녀가 직접 날 찾아왔다
그녀가 내게 말한 건 아주 짧고 명료한 말들이었다
“오빠가 선택해”
“뭘?”
“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헤어지고 싶다면 그렇게 하고”
“내가 선택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어째든 내가 나쁜 짓 한 거잖아”
“뭐? 그 녀석이랑 섹스 한 거?
너도 그 녀석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그게 무슨 나쁜 짓이야?”
“…..”
“난 예전과 달라진 게 없어
너랑 좋은 사이고 가끔 몸도 나누고
널 소유하거나 내게 소유 당하고 싶지도 않아”
“오빠에게 난 그런 존재였나?”
“조금 특별해지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너도 나도 너무 자유롭잖아 그렇지?”
“오빠 말이 무엇인지 알았어”
“은지 맘 잘 달래주고 X 녀석이 맘에 들면 잘 사귀어봐
그래야 은지 맘도 돌아설 거 아냐?”
“X랑은 다신 안 만나요 그 날 그건 실수였어”
“그래 그럼 난 예전처럼 다시 대해 줄께
이번 일로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벌써 친구 애인 빼앗은 년 되어서 많이 힘들어
덕분에 오빠 진심도 알게 되어서 힘들고”
“우리 서로 말 안 했던 건 아니잖아 힘들게 했다면 미안”
“아냐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오빠 잘못은 아니야”
이미 모든걸 건너버린 상황에서 따로 해줄 말이 많지 않았다
차마 그냥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형식적인 말도 건네기 힘들었다
그녀는 그 날 내게 잘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고
난 그 날 이후로 그녀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다
“드르륵 드르륵”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던 삐삐가 진동했다
낯익은 번호
지나가 일하는 가게의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지나 좀 부탁 드립니다”
“오빠 나야”
“어…. 잘 지내지?”
“웅…. 오빠도 잘 지내?”
“그럭저럭
뭐 내 생활이 항상 그렇지 뭐”
“혜영이 연락 안 오지?”
“후후 안 오네 잘 지내나?”
“걘 잘 지내니까 걱정 마”
“은지는? 은지도 괜찮아?”
“은지도 괜찮아 혜영이랑도 잘 풀어서 셋이 다 잘 지내”
“그래? 힘들 줄 알았는데 쉽네 후후”
“다 그렇지 뭐 오빠 오늘 늦게 끝나?”
“아니 나 일이 있어서 오늘은 대타 부탁했어
서울 좀 나갔다가 저녁때쯤 돌아올 거야”
“그럼 나 술 한잔 사줄래?”
“어디서? 그 쪽으로 갈까?”
“아니 내가 오빠 집 근처로 갈께
이따 언제쯤 올지나 말해줘”
“그럼 너 일 끝나면 호출해 그때 도착시간 알려줄께”
“웅 알았어 그럼 이따 봐”
그 일이 있은 후 지나의 전화가 그녀들에게서 온 첫 전화다
셋이 다 잘 지낸다는 걸 보니 셋은 생각보다 쿨한 사이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남자를 공유했고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친구
그 시절 정서로는 좀 파격적인 듯 한데 그래도 여자들의 우정이 먼저였던 것 같다
‘남자들의 우정보다 여자들의 우정이 더 강한 건가? 푸훕”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나를 통해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서울로 올라가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일이 거의 끝날 무렵 지나에게서 호출이 들어왔다
“6시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시간 맞춰 올래?”
“알았어 오빠 빙점에 가 있을 테니 거기로 와”
“아냐 오늘 일부러 안 나갔는데 거기 가면 좀 그러네
근처 다른 곳에 있어”
“그럼 나 오빠 학교 구경하고 있을께
6시까지 정문에서 봐”
“그래 알았어 빨리 갈께”
늦으면 지나 혼자 정문에서 기다리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꽤나 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던 늦여름 이었다
교문에 도착했을 때 짧은 치마에 얇은 티를 입은 지나를 발견했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힐끔거릴 정도의 매력은 지닌 여자
‘내가 왜 혜영이를 꽂혀 지나를 보지 못했을까?’
세 명과 한 방에서 보낸 날
그녀의 보지 둔덕이 유난히 볼록하다는 걸 확인한 후
내 자위 파트너가 되어 버린 여인이다
“오빠 왔어?”
“많이 기다렸니? 미안”
“아냐 나도 금방 왔어”
“배고프지? 우리 뭐 먹을까?”
“나 중국음식 먹고 싶어”
“알았어 괜찮은 집 알아”
지나를 데리고 서둘러 알고 있던 중국집으로 향했다
‘혜영이가 이걸 알면 또 난리 쳤을 텐데 후후’
이젠 난리 칠 일도 명분도 없는 그녀를 생각하고 말았다
아직도 색도 수양의 길은 멀기만 한가보다
미련이라는 조각이 가끔 이렇게 솟구치는 걸 보면
중국집에서 셋트 메뉴를 시켜 놓고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시간이 남았는데 할 일도 없고
갑자기 오빠 생각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랬구나? 알바는”
“알바는 잠시 그만뒀어 공부 좀 해보려고”
“그래? 잘 생각했다”
셋이서 붙어 다니느라 한동안 다른 일은 뒷전이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연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다들 서먹해진 듯
“오빤 애들 안 궁금해”
“글쎄 안 궁금하다면 거짓말 아닐까? ^^”
“그렇지 오빠는 궁금해 할거야”
마침 식사가 나와 우린 우선 고픈 배부터 채웠다
셋 중 가장 마른 체형의 그녀였지만 식욕은 단연 선두다
술도 가장 잘 마시고 술 취한 모습을 여간 해서는 보여주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그녀에게 용건을 다시 물었다
그녀는 말이 없다가 그냥…이라고만 한다
“우리 어디 가서 차 마실까?”
“그냥 조용한 곳에 가고 싶어
우리 오빠 방으로 가면 안될까?”
“안될 거 없지 ^^
웃긴 얘기 하나 해줄까?
한번은 은지가 혼자 놀러 왔었는데
내 방에서 야식 먹고 차 마시고 갔거든
나중에 혜영이가 그걸 알게 된 거야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는데 왠지 귀여웠어 질투하는 것 같아서
근데 생각해보니 아마 그 날 밤이 녀석과 잠자리를 한 날 같애
웃기지? 나한테 길길이 날뛰고 자긴 바람나고 하하”
“……”
“왜? 안 웃겨?”
“아냐 그냥 그 때 일들이 생각나서”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녀의 더 말이 없었다
도착해서 방문 앞에 서 있는데 누가 우리를 보았다면
그 모습이 처음 모텔로 들어가는 어색한 사이처럼 느껴졌다
“거기 앉아 차 줄께”
“웅 고마워”
커피머신에 원두가루를 넣어 커피를 내린다
방 바닥 한 구석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한 잔 건네고 그 옆에 나도 앉았다
“너 나한테 할 말 있지?”
“…..”
“무슨 일인데?”
“오빠….”
“왜?”
“오빠 아직도 혜영이 좋아해?”
“엉? 무슨 소리야? 혜영이 미워할 이유가 있나?”
“오빠 혜영이랑 그냥 오빠 동생 아니었잖아?”
“웅? 혜영이랑 나랑?”
“잤던 사이 아니었어?”
“알고 있었어? 그게 뭐 중요한가?
혜영이랑 잠자리를 했던 건 사실이야
궁합도 잘 맞았던 것 같고
하지만 혜영이도 나도 그걸 이유로 서로 구속할 맘은 없었나 봐
그래서 이번 일이 일어났을 때 담담히 받아 들일 수 있었고”
“사귀고 싶은 맘은 없었어?
“살짝 생기긴 했지 하지만 준비도 안됐었고”
“그럼 아직도 좋아해?”
“지금껏 싫어해 본 적은 없어 그냥 좋은 여자지”
“그 녀석과는 그 이후 다시 안 만나는 것 같아
은지도 마찬가지고
우리 셋은 그 일이 있기 전만큼 아직도 잘 놀고
혜영이가 가끔 오빠 얘기를 해 아깝다고”
“그래? 다행이네 나쁜 놈 소리는 안 들어서”
“만약에 혜영이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또 만날 거야?”
“글쎄 어떤 만남이냐가 중요하겠지
사귀는걸 전제로 하면 글쎄
지금껏 만난 것도 사귀는 걸 전제로 만나진 않았으니까
여지껏처럼 만나자고 하면 못 만날 이유는 없지”
“그렇구나 혜영이는 아직 미련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얘기 물어보러 온 거야? 혜영이 대신?”
“아니”
“그럼? 뭐”
“난 어때?”
갑작스런 돌직구에 난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 했다
친구랑 섹스까지 했던 남자
그 남자에게 지나는 자신을 걸고 직격탄을 날렸다
“너랑 사귀자고?”
“그럼 안되나?”
“하하하 그럼 이번엔 혜영이가 은지 잡고 울겠다 하하하”
“혜영이 년은 독해서 안 울거야
오빠가 자기한테 복수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런가? 근데 갑자기 그런 말은 왜?”
“오빠도 나 싫어하지 않잖아?”
“지나 널 좋아해 물론 여자로서”
“나도 오빠 좋아해 남자로”
“그럼 결론은 나왔네 남자 여자로 좋다
단 난 사귀는 사이로 구속되는 건 싫어”
“왜?”
“난 한 여자랑 사랑을 속삭이는 그런 짓은 안하고 싶어”
“오빠 바람둥이야?”
“말했었잖아 나쁜 남자라고
오빠 여자 꽤 있어”
“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꽤나 순정파 일 줄 알았는데
하긴 나도 순정파는 아니야 호호호”
“너희 셋 다 선수급이잖아 연애에선”
“그렇지 내가 그랬잖아
오빠는 우리 같은 애들 만나면 안 된다고”
“너희도 나 같은 남자 만나면 안돼 ㅎㅎㅎㅎ”
“그럼 우리 둘 다 쌤쌤이네 ㅎㅎㅎㅎ”
“그러네”
말장난 같은 말이 오가면서 우린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녀가 떠 보려고 한 건 뭐 였을까?
혜영이를 향한 내 마음의 변화일까?
아님 자신이 비지고 들어갈 틈을 판단해 본 것일까?
차를 마시며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오빠”
“웅”
“오빠 나 갖고 싶지?”
또 한번의 돌직구
“어”
“그래? 맞구나”
“웅”
나 역시 돌배팅으로 홈런을 날려 버렸다
“그래서 그랬어?”
“뭘?”
“그날 같이 잤을 때 내 다리랑 거기 만진 거”
“알고 있었니? 자는 줄 알았는데”
“술도 안 취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뜨거운 손이 다리를 쓰다듬으며 올라오고 거기를 부벼 대는데”
“하긴 오히려 아무 미동도 없는 게 더 이상했어
싫진 않았던 모양이네”
“좋았어 솔직히 짜릿했고”
“자고 싶어? 오늘”
“어”
그녀의 대답은 정교하고 정확했다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잡고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뜨거운 입김이 내 얼굴에 확 내 뱉어진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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