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色道의 시작
“괜찮아?”
“너 얼마나 싼 거야? 완전 흘러내려”
“자 여기 물티슈”
그녀는 얼른 내게서 물티슈를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얼마 후 그녀는 개운한 표정으로 화장실을 나왔고
가방을 챙겨 들고 사모님과 인사를 나눈 후 내게 윙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 그 날의 일은 우리만의 추억이 되었고
종종 짧고 짜릿한 그날의 섹스를 답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인과 친구, 그리고 섹스 파트너의 애매한 관계가 점점 무르익어 갈 때 쯤
뜻밖의 복병이 우리 사이를 갈아 놓았다
사실 쿨했던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 상황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그녀의 맘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진 건 내가 희준이와 급격히 친해 지면서부터였다
=================================================================================
희준이는 나랑 학번이 같은 녀석이었다
같은 경상도 지방인 울산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사투리로 뭉쳐서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한 살이 어릴 뿐이라 학번도 같고 좋은 친구로 지내려고 했는데
녀석은 외동아들이라서 그런지 한사코 형이라고 불렀다
남동생이 없던 나는 그런 희준이가 맘에 들었고
마침 내 방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터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친해졌다
사건이 있던 날 난 저녁 알바를 하고 있었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희준이가 까페로 놀러 왔다
“어~~~ 희준이 왔나?”
“네 형님아
이제 적응 됐어요?”
“어느 정도는
근데 넌 나 빼고 사투리 안 쓰더니 나만 보면 쓴다 ㅎㅎㅎㅎ”
“이상하게 형 보면 나오게 되네 노력해볼께 ㅎㅎㅎ”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희준이는 옆에 앉아
까페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했다
“넌 여자친구 없냐?’
“아~~여친이요?
얼마 전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서먹해졌어요”
“그래? 다시 만나야겠네 그럼”
“요즘 눈에 가는 애가 있긴 한데
형이 좀 도와줄래요?’
“누군데?”
“형 본 적 있죠? 밤에 알바할 때 자주 오는 삼총사?”
“삼총사?”
“왜 형도 봤을 텐데
옷 좀 요란하게 입고 빗자루 머리 한 애도 있고 땅꼬마 있고 약간 통통한 애 있는”
“아~~~아~~ 그 손님들?”
“네 걔네 들 형이랑 동갑이고 이 앞 락까페에서 서빙하는 애들이예요’
“아~~~ 그래? “
“그 중 땅꼬마가 제 스타일이거든요
저녁 알바할 때 친해지려고 했는데 그만둬서 못했어요
자주 오니까 형이 친해져서 다리 좀 놔줘요”
“하하하하 니 스타일이었어?
잘생겨서 모델 급만 사귀는 줄 알았더니 독특한 취향이네”
“에이~~~ 모델은 무슨
제가 작아서 힘들어요 ㅎㅎㅎ”
“왜? 너 정도면 훌륭하지”
“하하하하 고마워요”
유쾌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종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희수야~~ 나 왔다~~
어~~ 희준이도 있었네”
“어~~ 누나… 오랜만”
“어…. 그래….”
순간 둘 사이에 감지되는 이상한 기류가 내 촉수를 자극했다
얼마간 주방엔 이상한 정적이 흐르고
주방을 한번 돌아본 정미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갔다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서 물어보려고 하다가
희준이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통에 그냥 넘겼다
희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버렸다
난 주방에 홀로 남아 남은 설거지와 그릇정리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희준이 녀석이 주방으로 들어오며 내게 말했다
“형 오늘 저녁에 나랑 한잔 할래요?”
“왜? 술 마시고 싶어?”
“아니 그냥
형이랑 아까 하려던 얘기도 마무리 하고”
녀석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씁쓸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그래 이따 내 방에 가서 한 잔 하자
집에서 가져다 놓은 양주 한 병 깐다 내가”
“오호 진짜? 나야 좋지”
“안주거리 여기서 좀 싸가지고 들어가자”
까페를 정리하고서 희준이랑 나는 내 방으로 갔다
장롱에 넣어두었던 양주를 꺼내고 까페에서 싸온 마른 안주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셋팅 해놓으니 왠만한 빠 부럽지 않다
“형”
“왜?”
“형 여자 좋아해요?”
“나? ^^
그럼 남잔데 여자 안 좋아하겠냐?”
“그렇죠 형도 남자니까
정미 잘하죠?”
“뭐???? 갑자기 무슨???”
“형 나도 눈치가 있어요
형이랑 정미 사이에 무슨 일 있었던 거 느낄 수 있어요”
“어…. 그래?”
평상시에는 정미누나라고 꼬박꼬박 존대하던 녀석이
갑자기 친구처럼 이름을 불러대자
머리 속에 한줄기 육감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정미였냐?”
“……”
“그래서 니가 셋 중 꼬맹이를 좋아하는구나”
“……”
희준이는 내게 얼마 전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했다
게다가 외모와는 다르게 귀엽고 아담한 연상 스타일을 좋아하는 취향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미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답은 이미 떡 하니 나와 있었다
“미안해 몰랐다
알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
“형 잘못이 아니예요
내가 아니더라도 정미는 형을 원했을 거예요
형은 정미가 충분히 눈독 들일만한 스타일이니까요”
녀석은 술을 마시며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알바를 시작할 무렵 정미는 유난히 자신에게 친절했고
남몰래 저녁시간에 들려 자기 일을 도와주는 정미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미가 데이트 신청을 했고
알바를 끝내고 나와 갔던 그 까페에 가서 첫 키스를 했다고 했다
그 이후 남들 몰래 낮에 만나다가 녀석의 자취방에서 첫 섹스를 나눴다고 한다
녀석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내 경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내가 생각한대로 ‘정미는 정말 선수일까?’ 하고 생각했다
“정미는 쿨한 관계를 원했어요
근데 내가 쿨하지 못했던 거죠
그랬더니 정미가 절 부담스러워 했어요
자기는 누군가에게 구속 받는 그런 관계는 싫다고”
“그랬구나
나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어
난 그러자고 했고”
“전 안 되더라구요
그랬더니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렸어요
요즘 누군가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길래 누군가 했죠
아까 주방에 들어서면서 형을 불렀을 때 알았어요
형이라는 걸”
“그랬구나
좋은 형 동생이 이상하게 얽혀 버렸네”
“아니예요 전 괜찮아요 ^^
정미에 대한 건 이제 추억이고
전 꼬맹이한테 대시 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제게 살짝 호감을 보였거든요”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줘야겠네”
녀석과 술잔을 한 두잔 기울이다 보니 더 편해졌다
게다가 속칭 구멍동서라는 연결고리도 생겼고
“정미 잘하죠?”
“글쎄 난 잘 몰라
정미가 처음이었거든”
“진짜? 형 생각보다 순진하네 ㅎㅎㅎ”
“그런가? 이제부터 많이 만나지 뭐”
“정미 잘하는 편이예요 성욕도 강하고”
“하하하 둘이서 한 여자 가지고 평가하니 웃긴다”
“둘 다 먹어 봤잖아요 ㅎㅎㅎ”
“그러게 우린 동서네 구멍동서 ㅎㅎㅎㅎ”
그 날 밤 늦게까지 희준이와 술을 마셨다
아침이 오면 모든걸 털어내자는 생각으로
조금은 어색하고 속 깊었던 그날 밤도 어김없이 지나갔다
그 날 이후 정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에 나오지도 않았고 까페로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연락해 보고 싶었지만 정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한번은 만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생각보다 정미의 자리는 꽤 크게 느껴졌다
이미 우리 학과 사람들에게 정미의 존재는 내 여자친구였고
혼자 공부하는 모습을 보더니 또 수근수근 소문이 돌았다
내가 정미를 다시 본 건 2~3주가 지난 후였다
밤 시간 혼자 일하고 있는데 그녀가 까페로 찾아왔다
“안녕?”
“어…. 잘 지냈어?”
“미안 연락도 안하고 그래서”
“아냐 무슨 일 있었겠지 했어”
내 앞에 앉아 한동안 입을 닫고 있는 그녀 앞에 차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차를 한 모음 마시며 얘기를 꺼냈다
“희준이랑 친하지?”
“어…. 근래 들어서 친해졌어
경상도 쪽에다가 녀석이 동생처럼 따라서”
“그래? 얘기 들었지?”
“아~~~~ 어….그래”
“어땠어? 얘기 듣고”
“나야 뭐 모르는 얘기도 아니었잖아
단지 녀석이라는 것만 몰랐을 뿐”
“그래? 난 안 그랬는데”
“난 괜찮아
니가 왜 희준이를 떠났는지도 알 것 같고”
“그렇구나
넌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어
그래서 내가 널 더 편하게 느꼈던 것 같아”
“우리 친구잖아
친구 사이에는 다 이해할 수 있잖아”
“그렇지 친구지… 아니 친구였지
근데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그 날 이전까지 친구라고 얘기했지만
난 널 속였던 것 같아 조금 다른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봐
근데 그 날 희준이와 네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어 그럴 수 없다고
너와 내가 특별한 관계가 되기 위해선 희준이의 존재가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한동안 널 안 봤던 거야”
“그랬구나 혼자 많이 힘들었겠다”
“너라는 존재가 내게 큰 힘이 되는 만큼
너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널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아냐 그런 부담 같은 거 갖지마”
“남자들은 첨엔 다 그렇게 말하지만
결국엔 너에게 큰 부담이 되어 너와 내 사이를 갈라 놓을 거야
그렇게 되긴 싫어 내가 맘을 접으면 친구는 될 테니까”
“그래?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야?”
“웅 그래야 할 것 같아
우리 처음 만났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가자
쉽지 않겠지만”
“내가 널 붙잡으면 널 힘들게 하는 거겠지?
니가 안 보이는 동안 내게 니가 얼마나 깊은 존재였는지 새삼 깨달았는데”
“그냥 내가 많이 아플 것 같아 이대로가 좋아”
“그렇다면 할 수 없네 니가 원하는 대로 해줄께”
“고마워 그리고 널 많이 좋아했어”
“나도 그래 정미야”
울먹이는 그녀를 껴안고 마지막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 역시 내게 자신을 기억하게 하려는 듯 정열적으로 안겨 왔다
키스를 마치고 정미는 가게를 떠났다
정미가 가고 나자 가슴이 펑 뚫린 것처럼 허무해졌다
명신이 이후 여자들이 스쳐갈 때마다 느껴지는 허무감
그 허무감의 무게는 횟수가 더할수록 가벼워지긴커녕 오히려 무거워져 갔다
가게를 정리하고 내 방으로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익숙한 인영이 눈에 보였다
“정미야”
“기다렸어 나”
“많이 기다렸어?”
“조금
오늘 너랑 보내고 싶어 마지막으로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그래? 꼭 마지막이어야 해?”
“웅 어쩜 내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지
그땐 니가 날 다그쳐 정신차리게 도와줘
대신 오늘만은 같이 있고 싶어”
“그래 그래 알았어”
나는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하며
우린 뜨겁게 불타올랐다
정미는 나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듯 내 위에서 포효했고
난 그녀에게 내 모든걸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밤 이었던 것 같다
“괜찮아?”
“너 얼마나 싼 거야? 완전 흘러내려”
“자 여기 물티슈”
그녀는 얼른 내게서 물티슈를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얼마 후 그녀는 개운한 표정으로 화장실을 나왔고
가방을 챙겨 들고 사모님과 인사를 나눈 후 내게 윙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 그 날의 일은 우리만의 추억이 되었고
종종 짧고 짜릿한 그날의 섹스를 답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인과 친구, 그리고 섹스 파트너의 애매한 관계가 점점 무르익어 갈 때 쯤
뜻밖의 복병이 우리 사이를 갈아 놓았다
사실 쿨했던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 상황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그녀의 맘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진 건 내가 희준이와 급격히 친해 지면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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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준이는 나랑 학번이 같은 녀석이었다
같은 경상도 지방인 울산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사투리로 뭉쳐서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한 살이 어릴 뿐이라 학번도 같고 좋은 친구로 지내려고 했는데
녀석은 외동아들이라서 그런지 한사코 형이라고 불렀다
남동생이 없던 나는 그런 희준이가 맘에 들었고
마침 내 방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터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친해졌다
사건이 있던 날 난 저녁 알바를 하고 있었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희준이가 까페로 놀러 왔다
“어~~~ 희준이 왔나?”
“네 형님아
이제 적응 됐어요?”
“어느 정도는
근데 넌 나 빼고 사투리 안 쓰더니 나만 보면 쓴다 ㅎㅎㅎㅎ”
“이상하게 형 보면 나오게 되네 노력해볼께 ㅎㅎㅎ”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희준이는 옆에 앉아
까페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했다
“넌 여자친구 없냐?’
“아~~여친이요?
얼마 전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서먹해졌어요”
“그래? 다시 만나야겠네 그럼”
“요즘 눈에 가는 애가 있긴 한데
형이 좀 도와줄래요?’
“누군데?”
“형 본 적 있죠? 밤에 알바할 때 자주 오는 삼총사?”
“삼총사?”
“왜 형도 봤을 텐데
옷 좀 요란하게 입고 빗자루 머리 한 애도 있고 땅꼬마 있고 약간 통통한 애 있는”
“아~~~아~~ 그 손님들?”
“네 걔네 들 형이랑 동갑이고 이 앞 락까페에서 서빙하는 애들이예요’
“아~~~ 그래? “
“그 중 땅꼬마가 제 스타일이거든요
저녁 알바할 때 친해지려고 했는데 그만둬서 못했어요
자주 오니까 형이 친해져서 다리 좀 놔줘요”
“하하하하 니 스타일이었어?
잘생겨서 모델 급만 사귀는 줄 알았더니 독특한 취향이네”
“에이~~~ 모델은 무슨
제가 작아서 힘들어요 ㅎㅎㅎ”
“왜? 너 정도면 훌륭하지”
“하하하하 고마워요”
유쾌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종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희수야~~ 나 왔다~~
어~~ 희준이도 있었네”
“어~~ 누나… 오랜만”
“어…. 그래….”
순간 둘 사이에 감지되는 이상한 기류가 내 촉수를 자극했다
얼마간 주방엔 이상한 정적이 흐르고
주방을 한번 돌아본 정미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갔다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서 물어보려고 하다가
희준이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통에 그냥 넘겼다
희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버렸다
난 주방에 홀로 남아 남은 설거지와 그릇정리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희준이 녀석이 주방으로 들어오며 내게 말했다
“형 오늘 저녁에 나랑 한잔 할래요?”
“왜? 술 마시고 싶어?”
“아니 그냥
형이랑 아까 하려던 얘기도 마무리 하고”
녀석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씁쓸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그래 이따 내 방에 가서 한 잔 하자
집에서 가져다 놓은 양주 한 병 깐다 내가”
“오호 진짜? 나야 좋지”
“안주거리 여기서 좀 싸가지고 들어가자”
까페를 정리하고서 희준이랑 나는 내 방으로 갔다
장롱에 넣어두었던 양주를 꺼내고 까페에서 싸온 마른 안주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셋팅 해놓으니 왠만한 빠 부럽지 않다
“형”
“왜?”
“형 여자 좋아해요?”
“나? ^^
그럼 남잔데 여자 안 좋아하겠냐?”
“그렇죠 형도 남자니까
정미 잘하죠?”
“뭐???? 갑자기 무슨???”
“형 나도 눈치가 있어요
형이랑 정미 사이에 무슨 일 있었던 거 느낄 수 있어요”
“어…. 그래?”
평상시에는 정미누나라고 꼬박꼬박 존대하던 녀석이
갑자기 친구처럼 이름을 불러대자
머리 속에 한줄기 육감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정미였냐?”
“……”
“그래서 니가 셋 중 꼬맹이를 좋아하는구나”
“……”
희준이는 내게 얼마 전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했다
게다가 외모와는 다르게 귀엽고 아담한 연상 스타일을 좋아하는 취향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미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답은 이미 떡 하니 나와 있었다
“미안해 몰랐다
알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
“형 잘못이 아니예요
내가 아니더라도 정미는 형을 원했을 거예요
형은 정미가 충분히 눈독 들일만한 스타일이니까요”
녀석은 술을 마시며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알바를 시작할 무렵 정미는 유난히 자신에게 친절했고
남몰래 저녁시간에 들려 자기 일을 도와주는 정미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미가 데이트 신청을 했고
알바를 끝내고 나와 갔던 그 까페에 가서 첫 키스를 했다고 했다
그 이후 남들 몰래 낮에 만나다가 녀석의 자취방에서 첫 섹스를 나눴다고 한다
녀석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내 경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내가 생각한대로 ‘정미는 정말 선수일까?’ 하고 생각했다
“정미는 쿨한 관계를 원했어요
근데 내가 쿨하지 못했던 거죠
그랬더니 정미가 절 부담스러워 했어요
자기는 누군가에게 구속 받는 그런 관계는 싫다고”
“그랬구나
나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어
난 그러자고 했고”
“전 안 되더라구요
그랬더니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렸어요
요즘 누군가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길래 누군가 했죠
아까 주방에 들어서면서 형을 불렀을 때 알았어요
형이라는 걸”
“그랬구나
좋은 형 동생이 이상하게 얽혀 버렸네”
“아니예요 전 괜찮아요 ^^
정미에 대한 건 이제 추억이고
전 꼬맹이한테 대시 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제게 살짝 호감을 보였거든요”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줘야겠네”
녀석과 술잔을 한 두잔 기울이다 보니 더 편해졌다
게다가 속칭 구멍동서라는 연결고리도 생겼고
“정미 잘하죠?”
“글쎄 난 잘 몰라
정미가 처음이었거든”
“진짜? 형 생각보다 순진하네 ㅎㅎㅎ”
“그런가? 이제부터 많이 만나지 뭐”
“정미 잘하는 편이예요 성욕도 강하고”
“하하하 둘이서 한 여자 가지고 평가하니 웃긴다”
“둘 다 먹어 봤잖아요 ㅎㅎㅎ”
“그러게 우린 동서네 구멍동서 ㅎㅎㅎㅎ”
그 날 밤 늦게까지 희준이와 술을 마셨다
아침이 오면 모든걸 털어내자는 생각으로
조금은 어색하고 속 깊었던 그날 밤도 어김없이 지나갔다
그 날 이후 정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에 나오지도 않았고 까페로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연락해 보고 싶었지만 정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한번은 만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생각보다 정미의 자리는 꽤 크게 느껴졌다
이미 우리 학과 사람들에게 정미의 존재는 내 여자친구였고
혼자 공부하는 모습을 보더니 또 수근수근 소문이 돌았다
내가 정미를 다시 본 건 2~3주가 지난 후였다
밤 시간 혼자 일하고 있는데 그녀가 까페로 찾아왔다
“안녕?”
“어…. 잘 지냈어?”
“미안 연락도 안하고 그래서”
“아냐 무슨 일 있었겠지 했어”
내 앞에 앉아 한동안 입을 닫고 있는 그녀 앞에 차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차를 한 모음 마시며 얘기를 꺼냈다
“희준이랑 친하지?”
“어…. 근래 들어서 친해졌어
경상도 쪽에다가 녀석이 동생처럼 따라서”
“그래? 얘기 들었지?”
“아~~~~ 어….그래”
“어땠어? 얘기 듣고”
“나야 뭐 모르는 얘기도 아니었잖아
단지 녀석이라는 것만 몰랐을 뿐”
“그래? 난 안 그랬는데”
“난 괜찮아
니가 왜 희준이를 떠났는지도 알 것 같고”
“그렇구나
넌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어
그래서 내가 널 더 편하게 느꼈던 것 같아”
“우리 친구잖아
친구 사이에는 다 이해할 수 있잖아”
“그렇지 친구지… 아니 친구였지
근데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그 날 이전까지 친구라고 얘기했지만
난 널 속였던 것 같아 조금 다른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봐
근데 그 날 희준이와 네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어 그럴 수 없다고
너와 내가 특별한 관계가 되기 위해선 희준이의 존재가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한동안 널 안 봤던 거야”
“그랬구나 혼자 많이 힘들었겠다”
“너라는 존재가 내게 큰 힘이 되는 만큼
너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널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아냐 그런 부담 같은 거 갖지마”
“남자들은 첨엔 다 그렇게 말하지만
결국엔 너에게 큰 부담이 되어 너와 내 사이를 갈라 놓을 거야
그렇게 되긴 싫어 내가 맘을 접으면 친구는 될 테니까”
“그래?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야?”
“웅 그래야 할 것 같아
우리 처음 만났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가자
쉽지 않겠지만”
“내가 널 붙잡으면 널 힘들게 하는 거겠지?
니가 안 보이는 동안 내게 니가 얼마나 깊은 존재였는지 새삼 깨달았는데”
“그냥 내가 많이 아플 것 같아 이대로가 좋아”
“그렇다면 할 수 없네 니가 원하는 대로 해줄께”
“고마워 그리고 널 많이 좋아했어”
“나도 그래 정미야”
울먹이는 그녀를 껴안고 마지막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 역시 내게 자신을 기억하게 하려는 듯 정열적으로 안겨 왔다
키스를 마치고 정미는 가게를 떠났다
정미가 가고 나자 가슴이 펑 뚫린 것처럼 허무해졌다
명신이 이후 여자들이 스쳐갈 때마다 느껴지는 허무감
그 허무감의 무게는 횟수가 더할수록 가벼워지긴커녕 오히려 무거워져 갔다
가게를 정리하고 내 방으로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익숙한 인영이 눈에 보였다
“정미야”
“기다렸어 나”
“많이 기다렸어?”
“조금
오늘 너랑 보내고 싶어 마지막으로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그래? 꼭 마지막이어야 해?”
“웅 어쩜 내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지
그땐 니가 날 다그쳐 정신차리게 도와줘
대신 오늘만은 같이 있고 싶어”
“그래 그래 알았어”
나는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하며
우린 뜨겁게 불타올랐다
정미는 나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듯 내 위에서 포효했고
난 그녀에게 내 모든걸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밤 이었던 것 같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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