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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Fragment - 2부19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39 878회 0건
- 色道의 시작

‘곤히 자고 있어서 안 깨워
어제 밤 너무 좋았어
덕분에 품 안에서 따듯하게 잤어
오빠가 안에 싸줘서 행복한 맘으로 담아가
한동안 공부에 전념할거야 조만간 또 올지도 몰라
박대하지 말고 또 안아줘 쪼오옥~~~”

낮에는 귀엽고 밤에는 격정적인 녀석이다
왠지 이 아이와 오랜 만남을 가질 것 같다
그녀의 맛난 보지를 탐하면서


===========================================================


기나긴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 들었다
학업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꽤나 열심히 살았다
혜영이가 나간 자리는 지나가 가끔 들려 채워 주었다
혜영이도 같이 즐기고 싶었지만 아직 맘 정리가 안된 모양이었다

연락도 없어서 지나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고
지나는 내 소식을 전하지 않을 것이라 결국 우리의 소통은 거기가 끝나 버렸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지나 역시 뜸했다
내 소소한 즐거움은 빠 안에서 찾아야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빠 안에는 늘 싱싱한 여자들로 넘쳤다
소문이 퍼져 그녀들을 보러 오는 찌질한 남자들도 가끔 왔지만
그래도 늘 여초 상황이라 눈이 즐거웠다
특히 밤 알바를 하는 내게는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솔솔한 즐거움도 더 했다

“행님 안녕~~~~”
“어 희준아 왔어?”
“형~~~ 저번에 대타 뛰어 준거 언제 한 턱 쏠 거예요?”
“하하하 언제든 말만 해 내가 원수 갚을께”
“콜!!!!”

혜영이를 첨 먹던 날 내 대신 대타를 뛰어 준 희준
사실 그 날 희준이는 꼬맹이 3총사와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해후를 했다고 했다
평소 맘에 두고 있던 꼬맹이에게 살짝 고백도 하고 저녁에 가끔 만나는 눈치였다

“잘되어 가냐?”
“히히히 그냥 그래요
아직 간 보는 사이죠 뭐”
“잘해봐 내가 밀어줄게 팍팍!!!”
“감사”
“오늘도 올려나?”
“그럴 거 같아서 형 도와주다가 같이 나갈려고요”
“그래 그럼 오늘은 콤비 플레이로다가 ㅎㅎㅎ”

근처 락까페에서 알바를 하는 그녀들은 우리 보다 2시간 정도 일찍 퇴근을 한다
집에 가기 전 빠에 들려 간단히 한 잔 하거나 커피를 마시곤 했다
나도 얼굴은 이미 알고 있었고 눈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라
친해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희준이 녀석이 후다닥 뛰어 들어 온다

“형 왔어~~~ 히히히”

그녀들의 등장에 꽤나 흥분했는지 녀석이 스스로 물과 메뉴판을 들고 나간다
그녀들과 뭐라고 속닥이는지 나간 지 한참 있다가 들어와서는
그녀들의 주문을 얘기하면서 싱글벙글한다

“형 나도 커피 한잔만 줘요 ㅎㅎㅎ”
“커피 마시려고?”
“나 가서 합석하려고 ㅎㅎㅎ”
“자슥 수완 좋은데? 언제 구워 삶았어?”
“내가 좀 하잖아요 히히히”

메뉴를 주면서 친한 척을 한 덕분에 그녀들이 합석을 제안한 모양이다
여자 셋과 그녀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주문한 것들을 가져다 주면서
꼬맹이 옆에서 즐겁게 앉아 있는 녀석에서 찡긋 눈짓을 했다
녀석도 알았다는 듯이 히죽거리며 수다를 떤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희준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난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녀석과 그녀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까페에 퍼진다

‘자식 선수기질이 있다니까 키만 컸으면 대박인데 ㅎㅎㅎ’

시간이 늦어지자 손님이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들의 테이블만 남기고 한꺼번에 다 빠져 나갔다
마감을 하려는 생각에 손님 테이블을 몽땅 치워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신나게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누구 손님 왔니?”
“저기요”
“아~~~ 죄송해요 희준이 인줄 알고”
“손님도 없는데 다 끝나시면 저희랑 같이 얘기하실래요?”
“아~~~네 금방 치우고 나갈게요”

희준이가 아닌 그녀 중 한 명이었다
우리 둘은 빗자루라는 별명으로 불렀는데
그녀는 앞머리를 양쪽으로 부시시하게 내려놓고 있어서 그렇게 불렀다
앞머리로 마당 쓸어도 되겠다고

사실 헤어스타일 때문이지 그녀의 스타일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여자 치고는 큰 키에 몸매도 셋 중엔 제일 좋았다
적당히 봉긋한 가슴과 화장이 좀 과하긴 하지만 민낯도 이쁠 얼굴이었다

그녀의 등장으로 마음이 바빠지자 내 손이 더 바쁘게 움직였다
대강 설거지를 마쳐 놓고 빠로 나가 보니
희준이와 그녀들은 빠 근처 가장 큰 테이블로 이동해 있었다

“형 이쪽으로 와요”
“웅 잠깐 CD로 전환해 놓고”

얘기 중에 턴테이블을 갈아야 하는 수고를 덜도록 녹음 CD로 전환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
희준이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그녀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안녕하세요 최희수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아저씨”

아저씨라는 호칭이 낯선 건 아니었다
이 곳을 주로 찾는 단골학생들 사이에서 내 호칭은 이미 아저씨였으니까
마땅히 부를 호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빠라고 부를 만큼 친근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전 지수라고 해요”

희준이가 찍었던 꼬맹이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이 친구는 경희 그리고 여기는 민애요”
“반갑습니다”
“들어보니 우리랑 동갑이던데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그래요”
“서로 어색하니까 말 놓고 편하게 지내 친구끼리”
“어….그러자 그럼”

첨부터 말을 놓은 게 내 입장에서 편한 건 아니었지만
희준이 늠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묵인해 버렸다

얘기를 해보니 그녀들은 근처 전문대 같은 학과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입학 초부터 만나 셋이 의기투합하다 보니 알바도 같이 하게 되었고
셋 다 노는걸 좋아하다 보니 즐기며 일할 수 있는 락까페 알바를 택했다고 했다

우리 가게에는 내가 알바 하기 이전부터 단골이었고
알바를 끝내고 가게로 와서 차 한잔 마시고 가는 게 그녀들의 여유였다

“일하면 힘들지 않아? 시끄럽고 술 손님 상대해야 하고”
“첨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뭐 인이 박혀서”

같은 저녁 알바를 하다 보니 얘기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희준이와 나는 그녀들을 편의상 별명으로 칭해 불렀다
희준이가 노리는 지수는 꼬맹이
그리고 그 중 나은 경희는 빗자루
셋 중 몸집이 가장 있는 민애는 뚱이라고 불렀다

집이 가장 먼 뚱이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애 낼 집에 일이 있어서”
“아 그래? 그럼 들어가 앞으로는 잘 지내”
“어 나중에 봐”

“민애 집이 먼가?”
“좀 걸리는데 그것보다 남친 만나러 갈거야 아마”
“그래? 남친 있어?”
“우리 중에 그래도 제일 낫지 ㅎㅎㅎㅎ”
“너희들은 남친 없어?”
“웅 경희는 얼마 전에 헤어졌고 난 없고”

꼬맹이의 말에 희준이의 입이 벌어진다

“희준이도 여친 없는데? 희준이 괜찮지 않냐?”
“나야 좋지 희준이 정도면 ㅎㅎㅎ”

내가 슬쩍 떠보는 말에 꼬맹이는 빼지 않고 솔직하게 답한다
그 말을 들은 희준이의 안색이 화사하게 피어 난다

‘자식, 난 확실히 도와줬다’
‘형 감사 OK!!!!’

우린 그녀들 모르게 눈짓으로 서로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미 둘은 맘이 통했는데 장난도 치면서 편해 보였다
경희, 일명 빗자루녀는 지금은 특이하지 않지만 그때 당시엔 조금 특이한 화장법을 고수했고
내려온 앞머리 때문에 약간 오타쿠의 냄새가 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화장이나 옷차림은 단지 개인의 취향일 뿐이었다

“형 우리 술 한잔 할래요? 내일 쉬는 날이라 프리 하다는데?”
“그래? 셋이 마신다면 나도 콜 해야지”
“그럼 내 방 가서 마셔요 ㅎㅎㅎ”
“그래 그래 희준이 방에 가보고 싶어”
“내 방보다는 형 방이 더 좋은데 형은 아직 일해야 하니까”
“그래 그럼 내가 끝나고 갈 테니까 먼저 가서 마시고 있어”
“그래 형 먼저 가서 기다릴께 빨리 와”
“알았어”

꼬맹이를 이미 반 이상 넘겨버린 희준이는 기분이 상당히 업 되었다
셋은 자리를 정리하고 까페를 나갔다
셋이 나간 이후 또 다른 술 손님들이 들이닥쳐서 한동안 정신 없이 바빴다

일을 다 마친 시간은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청소까지 마치고 가게를 정리한 후 안주거리를 조금 챙겨 희준이 집으로 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바탕 술자리가 휩쓸고 지난 후였다
기분이 업된 상태에서 술을 마셔서 그런지 희준이는 이미 취해있었고
그 옆에 꼬맹이가 앵앵거리며 희준이와 살짝 엉켜 있었다
빗자루녀는 그 맞은 편에 앉아 있었는데 술이 조금 올랐는지 얼굴이 붉다

“다들 취한 거 아냐? 내가 넘 늦었나 보네”
“아냐 아냐~~ 잘 왔어 한잔 해~~~”

꼬맹이가 손사레를 치며 내게 잔을 권했고 난 빗자루녀 옆에 앉았다
피곤한 몸으로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니 나 역시 노곤한 기분이 들었다
술병이 늘어갈수록 우리들의 자세도 흐트러졌고 이미 희준이와 꼬맹이는
살짝 살짝 졸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제일 늦게 시작한 내가 정신이 조금 있는 상황

“다들 취해서 피곤한 가보다 지수는 어쩌지?”
“아마 오늘 안 들어간다고 해 놨을 거야 이미 잠들었는데 그냥 재우지 뭐”
“희준이 녀석도 잠들었으니까 그냥 우리 둘이 나가자 내가 바래다 줄께”
“그래 고마워 조용히 나가자”

나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두 명에게 살짝 이불을 덮어주고
경희를 데리고 희준이 방을 나왔다
취해서 살짝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해서 그녀 집 방향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과 내 방과의 거리는 한 블록도 안 되는 거리였다
취기가 오르는지 가다 쉬다를 반복하던 그녀가 말한다

“우리 잠시 앉아서 술 좀 깨고 가자”
“그래”

그녀 집 근처 놀이터 벤치에 앉은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넌 여자친구 없어?”
“나? 여자는 많이 아는데 여자친구는 없어”
“왜? 인기 좋을 거 같은데?”
“그냥 애인이니 뭐니 해서 서로 구속하고 구속 받는 게 싫어서”
“자유연애 주의자야?”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혼자가 편해서”
“나도 독신주의 해볼까?”
“왜? 외로움 많이 안 타?”
“외로워서 사람을 만났더니 상처를 많이 받더라고 헤어진 후에
그래서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만나려고
그럼 상처받을 일은 없을 거 아냐?”
“그런 장점도 있지만 내가 필요할 때 정작 사람이 없다는 단점도 있어”
“늘 있을 수는 없잖아?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ㅎㅎㅎㅎ”

오늘 첨 친해진 내 앞에서 갑작스러운 그녀의 독신선언 때문에 조금 당황했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우리 친구지?”
“그럼 친구지 아님 내가 왜 여기 있겠냐?”
“하하하 맞다 친구
이제 나 외로울 때 니가 친구 해주기다
니 덕분에 독신 선언도 했으니까”
“그래 알았다 걱정마
대신 여자들 만난다고 질투나 하지 마라”
“호호호 나도 남자 많이 만날 거니까 걱정마 ^^”

달빛 아래 나란히 앉아 그녀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뜯어 보았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앞머리가 조금 긴 뱅헤어 스타일이었다
앞머리는 스트레이트로 내리고 뒷머리는 묶어 올렸다

“희준이랑 내가 부르는 니 별명이 뭔지 아니?”
“뭔데?”
“빗자루”
“뭐? 빗자루 하하하하”

내 말에 그녀는 박장대소했고 화내긴커녕 웃으며 동의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이후로도 우린 오랜 대화를 나눴고 좀 더, 아니 많이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 되자 난 늦었다며 그녀를 집으로 들여 보냈다

“넌 내일도 일하지? 늦게까지 잡아둬서 미안해”
“아냐 난 괜찮은데 뭐 친구 하나 생겨서 좋아
여기 내 삐삐 번호야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고”
“삐삐 있었구나? 잘됐다 니가 필요하면 연락할께”
“웅 오늘 즐거웠어 잘 들어가”
“고마워 안녕”

그녀를 그렇게 집으로 들여 보내고 조금은 따스해진 가슴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술기운과 피곤함이 겹쳐 세상 모르고 푹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수업이 없어 늦게까지 잠을 잔 뒤 일어나서 오후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가게로 출근해서 교대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희준이랑 꼬맹이가 가게로 들어왔다

“어… 둘이 같이 오는 걸 보니 지금껏 같이 있었던 거야?”
“형~~~ 부끄럽게시리 ㅎㅎㅎ”
“지수는 아무렇지도 않구만 뭐”
“호호호 그래 보여? 나도 좀 부끄럽지”
“푹 자고 일어나셨어요~~~~? ㅎㅎㅎㅎ”
“네 ㅎㅎㅎㅎ”

희준이와 지수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모르긴 해도 잠에서 깨었을 때 둘만 남겨진 걸 알았을 거고
어제의 분위기로 봐서 100% 뜨거운 섹스를 나눴을 것이 틀림없다

커피를 만들어주기 위해 주방에 들어왔더니 희준이가 딸라 들어온다

“좋았냐?”
“흐흐흐 형 고마워”
“아주 화끈하게 즐겼나 보구만”
“새벽에 목말라서 일어나보니 바로 옆에서 안겨 자고 있더라구요
살짝 깨웠더니 첨엔 놀랐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확!!!!
새벽에 거칠게 한 번 하고 피곤해서 쓰러졌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오전 내내 흐흐흐
그리고 점심 먹고 또 하고 좀 더 자다가 이제 나온거야
나 완전 뿌리 뽑힐 뻔 했다니까
얼마나 뜨겁고 화끈한지 조그마한 체구에서 체력도 장난 아니야 히히히”
“좋겠다 자식 ㅎㅎㅎ 저번 대타 뛴 건 확실히 원수 갚았다”
“형 고마워 ㅎㅎㅎ 빗자루까지 처리해 주고
참 빗자루랑은 아무일 없었어?”
“집에 데려다 주고 난 들어갔어 우린 좋은 친구다 ㅎㅎㅎㅎ”
“친구는 무슨
꼬맹이 말로는 빗자루가 형한테 맘이 있대요
잘 구워 삶아봐 내가 도와줄 테니”
“걱정 마셔 난 내가 알아서 하니까
너나 잘 사귀고 즐겁게 보내”
“어~~~~ ㅎㅎㅎㅎ”
“아주 입이 찢어 지는 구만 오랜만에 몸 풀었냐?”
“좀 그렇죠 ㅎㅎㅎ”

밖으로 나오자 꼬맹이가 무슨 얘길 했냐며 채근한다
어제 밤 풀 스토리 들었다고 하니까 얼굴이 달아오르며 희준이를 구타한다

“미쳤어~~미쳤어~~~ 다 말하면 어째”
“이미 다 아는데 뭘 그래 우리 사이에
좋았겠다 지수 ㅎㅎㅎㅎ”
“아이~~~ 몰라 나”

꼬맹이는 부끄럽다는 듯 다른 테이블로 피해버렸다
희준이 녀석에게 눈짓으로 가라고 말한 다음 난 일에 집중했고
녀석과 그녀는 그 후 몇 시간 동안 안 보이는 구석자리에서 서로를 탐했다
알바 경험에서 나오는 명당 자리를 녀석은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을 보며 나 역시 솟구치는 성욕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머리 속에 정미, 지영, 혜영, 지나까지 스쳐갔지만
제일 강하게 떠오르는 건 경희 였다

‘경희랑 그 날 할 수 있었을까?
내 앞에서 독신을 말하는 그녀랑 섹스를 할 수 있을까?
친구이자 섹스파트너가 되면 어떨까?’

의문이 점점 확신으로 되어가게 된 계기는 며칠 후 일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경희로부터 삐삐가 왔다

“왠일이야? 이 시간에”
“나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프린트를 해서 제출하라고 해서
혹시 컴퓨터 좀 알려줄 수 있나 해서”
“아 그래? 어려운 건 아닌데 작업해야 하는거니까
리포트는 써놓았어?”
“웅 용지에는 써놓았는데 프린터로 출력해오라고 해서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걸 시키는지 모르겠어 ㅠ.ㅠ”
“알았어 학교컴퓨터는 사람이 많을 테니 내 방에서 하자
너희 집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교회 있잖아? 거기서 기다려
20분 내로 갈께”
“웅”

난 서둘러 도서관에서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그 당시 대학에서 한참 컴퓨터 교육이 활성화 되고 있었고
서류작업이 필요했던 나는 이모부님께 위드프로세서 작업기 구매를 부탁드렸었다
외국에 출장 가신 이모부님이 나름 생각해 구해주신다고 한 것이
위드프로세서가 아닌 이른바 도시바 노트북이었다
당시에는 상당히 고가였는데도 입학선물로 이모부께서 특별히 깨끗한 중고로 구해주셨다

무게가 상당히 나가서 들고 다니기보다 그냥 집에 두고 데스크탑처럼 사용중이었다
우리 학과는 자필 리포트를 더 중시해서 쓸 일이 거의 없었는데
마침 빗자루녀 덕분에 사용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교회까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더니 이미 경희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가자”
“괜히 복잡하게 해서 미안해”
“아냐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
“웅 이번 주까지만 가지고 가면 돼”
“그래 집으로 가자”

난 그녀를 데리고 내 방으로 갔다

“방이 깨끗한데? 희준이 방도 깨끗한 편이었는데”
“그래? 다행이네 ㅎㅎㅎ”
“이게 컴퓨터야? 디게 작은데”
“이건 랩탑이라고 휴대용 컴퓨터야”
“너 부자구나?’
“아냐 이모부께서 선물로 주신거야
새 건 아니고 중고로 ㅎㅎㅎ”
“그래도”
“일단 사용법부터 알려줄께
자판은 좀 칠 줄 아니?”
“학교에서 배우긴 했어”
“그럼 다른 건 필요 없고 내가 디스크 드라이브에 디스켓 넣어 두었으니
리포트 쓴 다음에 저장만 잘하면 돼 알았지?”
“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알려줘”

대강 기능들을 설명한 후 리포트 용지를 보며 워드 치는 시범을 보였다
어느 정도 눈으로 익히게 한 다음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실습을 해보았다
그녀는 곧 잘 따라 했지만 역시 독수리 타법이 문제였다

“이렇게 쳤다간 넘 느리겠다”
“그래? 조만간 자판 실기도 있는데 어쩌지?”
“그럼 리포트는 놔두고 가 내가 다녀와서 대신 쳐줄께
넌 그냥 프로그램 열어줄 테니 자판 연습을 해봐”
“그래도 돼? 너 시간도 없는데”
“아냐 내가 치면 금방 치니까 걱정말고
시험 대비해서 자판 연습해봐
손가락 한 두 개로 치면 안 느니까 양손으로 치는 연습을 해”
“어떻게?”

난 그녀의 등 뒤에서 손을 감싸서 자판과 그녀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 양 쪽 엄지를 기준으로 손가락을 나눠서
열 손가락을 이용해서 자판을 쳐봐
첨엔 좀 어색하고 그렇지만 익숙해지면 빨라져”

난 그녀를 백 허그한 자세로 그녀에게 자판타자 시험을 보였다
그녀는 얼음처럼 굳어서 그냥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해보라고 하고 난 지켜보았다
좀 서툴었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 정도 손에 익어가는 것이 보였다

“프로그램 열어줄 테니 뭐든 한번 써봐
니 리포트를 써도 좋고 아님 아무거나 쳐봐도 좋고
많이 할수록 더 느니까”
“웅 그래 고마워”

그녀에게 사용법을 다 알려주고 나니 그때서야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의 오타쿠 같은 모습이 아닌 옅은 화장에 머리 모양도 조금 단정해 보였다
옷도 평소와는 다른 세미 정장에 목에는 이쁜 스카프까지 두르고 있었다

"너 오늘은 평소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웅 그래? 그냥 오랜만에 입어봤는데"
"잘 어울리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입으면 이쁘겠다"
"고마워 ^^"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을 보자 왠지 같은 방에 단 둘이 있는 것이 급 어색해졌다

“나 지금 강의가 있어서 잠시 다녀와야 하는데?”
“어? 그래 다녀와 그럼”
“그냥 연습하고 있든지 가야 하면 열쇠 놔두고 갈 테니 잠그고 나중에 키 주면 돼 스페어니까”
“응 알았어 고마워”
“최대한 빨리 다녀올게 연습하고 있어 컴은 안 꺼도 돼”

난 그녀에게 나머지 사용법을 알려준 뒤 강의를 핑계로
내 방에 그녀를 혼자만 남겨둔 채 집을 나왔다
마지막 강의 시간을 마치고 혼자 있을 그녀가 걱정되어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녀는 이미 방안에 없었고 컴퓨터 위에는 작은 메모만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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