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그녀가 떠난 자리에 그녀가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바로 내 첫 섹스파트너였던 것 같다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상처를 보듬고 감싸주며 나누었던 섹스
그런 의미에서 섹스파트너라는 것은 좋은 의미였다
물론 우리 관계를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로를 그렇게 다 감싸줄 수 있는 거
어쩜 애인 사이에도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서로에게 바라게 되면 모든걸 이해할 수는 없는 거니까
외로운 사람이 만나 나누는 섹스는 조금은 슬프다
서로를 위로하며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행복감
하지만 그 행복 역시 다른 무언가에 의해 쉽게 깨어질 가짜다
그래서 섹스파트너는 영원할 수 없고 해피 엔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어쩜 해피 엔딩 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여자가 내 곁을 떠나갔다
================================================================================
경희 일로 한동안 맘이 우울했다
딱히 표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얼굴의 그늘이 다른 이들에게도 보였나 보다
3교시 연속 수업을 마치고 기진맥진 터벅터벅 교정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날 부른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누구?”
“저번에 승택이 오빠랑 인사했던”
저번에 스치면서 봤던 작은 지영이다
“아~~ 죄송해요 제가 기억력이 딸려서 ㅎㅎ”
“아니예요 잠깐 스쳐 본거니까”
“그래도 죄송해서 ㅎㅎㅎ
수업 끝나셨어요?”
“네 지금 끝나고 나오는 길이예요
근데 너무 힘없이 걷고 계셔서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그냥 생각할 것이 좀 있어서 ^^”
“걱정거리 많으신 것 같아서”
“별 일 아니예요 ^^
승택이형은 잘 지내죠?”
“복학해서 바쁘죠
아르바이트 가시나 봐요?”
“아뇨 시간 남았는데”
“그럼 저 커피 한 잔 사주세요 ^^”
“아? 네 ^^”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잠시 스치며 봤는데도 꽤 친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승택이형이 나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한 모양이다
사실 알고 보면 승택이형이 맘에 있는 것 같은데
이 순진한 아가씨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튄 모양이다
“같이 가시죠
꽤 분위기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그래요? 신난다 할 일 없어서 따분했는데 ㅎㅎ”
그녀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학교를 벗어났다
그냥 빙점으로 갈까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곳이 있어 발길을 돌렸다
“좀 음침하긴 한데 분위기는 좋아요 ㅎㅎ”
“음침하다니 좀 무서운데요?”
“에이~~ 안 잡아 먹으니까 걱정 마요”
“호호호 하나도 안 무서운데”
“오호? 꽤 대범한 아가씨네 ㅎㅎ
다 왔어요 여기예요”
내가 들어간 곳은 정미가 처음 나를 데리고 왔던 그 까페였다
칸막이가 되어 있는 막힌 곳은 아니었지만
구조상 각도 면에서 상당히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곳
조금은 어두운 공간에 들어서자 그녀가 조금 움추러든다
“무서워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학교 앞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을 몰랐어요”
“나중에 애인 생기면 여기 와요
데이트 하기엔 딱 좋은 곳 ㅎㅎㅎ”
“에이 응큼 하기는 ㅎㅎㅎ”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주문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녀는 내 대학생활이며 자취생활에 대해 하나하나 물어본다
아마도 그녀는 집에서 학교를 다녀 혼자만의 생활이 궁금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동아리 생활과 그녀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물었다
이미 내 신상에 대해서 그녀는 알고 잇는 듯 따로 묻진 않았다
그녀는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는 비서과 학생이었고
집은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버스로 통학 한다고 했다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아? 그래요 그럼”
“오빠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 어떤 부분이?”
“왠지 믿음이 가는 얼굴이라고 할까?”
“에이 설마?”
“맞아요 ㅎㅎㅎ”
“그래? 첨 듣는 말이라서”
그녀의 생긋거림이 자꾸 날 자극했다
승택이 형이 은근히 노리고 있는 여자
그와 사귀게 된다면 내가 형수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르는 그녀였다
형수
그 얼마나 야릇하고 멜랑꼴리한 단어인가?
범하기 힘드나 범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금단의 열매
“근데 왜 차 마시자고 했어?”
“그냥 오빠가 궁금해서요 어떤 사람인지”
“그렇구나
근데 너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있니?”
“무슨 말이요?”
“니 눈이 사람 빨려 들게 하는 눈이라는 말”
“하하하 정말요?”
“그래 니 눈 보고 있으면 헷갈려
이 여자가 날 좋아하나 싶을 정도로”
“그래요? 오빠도 지금 그래요?”
“웅 아까부터 좀 ^^”
그녀의 볼이 살짝 빨개진다
그 상기됨으로 그녀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까?
조금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옆으로 가도 돼?”
“네? 여기로요?”
“웅 니 옆으로”
당시 까페에서 남녀가 단 둘이 같이 앉는다는 것은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어둡고 차단된 공간, 그리고 그녀의 호기심이 금기를 깨줄 것만 같았다
잠시 그녀가 아무 말이 없다
난 과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갔다
“아니…오빠….”
그녀가 미처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그녀는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다
“왜? 어색해?”
“네…조금”
“나한테 관심 있던 거 아닌가? 후후”
“…”
무언의 긍정이다
쇼파에 기대어 등받이에 팔을 걸쳤다
내 옆구리를 활짝 오픈 하고 있으니 언제든 들어오라는 신호
수줍은 그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우물쭈물이다
“옆으로 가까이 와
니가 그러고 있으면 내가 너무 뻘쭘하잖아?”
“아? 네”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쭈뼛대고 있는 그녀
조금의 푸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녀가 다가오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에게 휙 다가갔다
그러곤 등받이에 올렸던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어때? 이게 더 편하잖아 ^^”
“아니예요 디게 불편해요 잉잉”
“에이 어린애도 아니고 왜 그래? ㅎㅎㅎ
너 연애 안해봤구나?”
“아니예요 남친 있었어요”
“근데 너무 뻣뻣한데?”
“오랜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그럼 지금부터 익숙해지면 되지 ㅎㅎ”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좀 더 내 품에 그녀를 던져 넣었다
몸이 잔뜩 경직되어 굳은 동상처럼 가만히 있던 그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어색해?”
“조금요”
“괜찮아 금방 나아질 거야
불편하면 풀어줄까?”
“그런 건 아니지만 좀 낯설어서”
그녀의 어깨 쪽을 한 두 번 쓰다듬자 그녀는 서서히 몸이 풀리는 듯 자연스러워진다
좀 더 그녀를 끌어 당기자 자연스럽게 가슴에 기대며
연인처럼 부드러운 자세를 취해온다
“이제 괜찮지?”
“네 좀 나아졌어요”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진 않지?”
“좋아요 ^^”
“니 눈이 자꾸 날 꼬셔서 그런 거야 ㅎㅎㅎ”
“그런 게 어딨어요?”
“나중에 딴 남자한테 물어봐
아마 승택이형도 그런 느낌 받았을걸?”
“선배도요? 설마?”
“아마 승책이형이 너 좋아할걸?
내 느낌은 꽤나 정확하거든”
“난 정말 몰랐는데? 그냥 선배 후배 사이니까”
“남자는 또 달라 선후배라도 여자로 보고”
“그럼 오빠도 날 여자로 봐요?”
“너도 오빠 남자로 보잖아 하하하”
“그건 그렇지만 ㅎㅎㅎ”
조금 강한 스킨십을 나누자 그녀의 입에서 솔직한 본심이 나온다
승택이형의 서포트 덕분인지 딱히 기회가 없었는데도
그녀는 이미 내게 마음을 살짝 오픈한 상태였다
“오빠가 언제부터 맘에 들었어?”
“승택오빠가 말해줄 때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오빠 알바할 때 사실 몰래 가봤거든요
근데 왠지 분위기도 있어 보이고 남자 같았어요
여자한테 인기도 꽤 많을 것 같고”
“하하하 그랬었어? 몰랐네”
“오빠 바람둥이죠?”
“조금은? ㅎㅎㅎ”
“거봐 그럴 줄 알았어요 여자도 많을 거야”
“많은 건 아니고 조금은 있지 친한 여자들”
“나 같은 애는 여자로도 안보이겠다 피이~~~”
“왜 여자로 안 봐? 여자지 ㅎㅎㅎ”
유들유들한 내 말에 그녀는 조금 더 편해진 느낌이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애기 같은 그녀의 피부가 더 빛난다
묘한 매력이 있는 아이다
약간 로리타 필도 나고 눈엔 맑은 색끼가 흐르고
순종적일 것 같으면서 고집 있는 듯한 느낌?
갖고 싶지만 가지면 집착할 것도 같은 그런 아이였다
“오빠 여자친구 있죠?”
“난 여자친구 같은 거 안 만드는데?”
“왜요?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요?”
“여자 친구에게 묶여서 살고 싶지 않아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구속되어서 다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피이~~ 그런 바람둥이들이 자기를 합리화 시키는 거예요”
“하하하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난 바람둥이라고 말하잖아
순진한 척 하면서 여자 꼬시는 그런 남자는 아냐 ㅎㅎㅎ”
“그것도 솔직히 뭐 와 닿진 않아요”
“그럼 할 수 없고 ㅎㅎㅎ”
대화를 하는 동안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냥 내 가슴에 기대어 심장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가만히 입으로만 읊조렸다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는지 그냥 가만히 음미하고 있다
서서히 머리에서 그녀의 귓쪽으로 손을 옮겼다
“흐음~~”
간지러운 것인지 아님 살짝 느끼는 것인지
그녀의 입에서 자그마한 신음성이 터져 나온다
살짝 그녀의 목까지 손을 옮겨 보았다
“아~~~ 오빠~~ 간지러워요”
그러면서도 싫진 않은 듯 내 가슴에 머리를 비벼댄다
그 순간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살짝 내 쪽으로 돌렸다
그윽하게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이 내 눈앞에 보인다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다
아마 지금 그녀의 보지도 이렇게 벌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지는 아니더라도 그 입술에 뭔가 꽂아 넣어주고 싶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려고 그녀가 힘을 주는 순간
흥분으로 메마른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으음~~~흡흡”
그녀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한 듯 입술을 꽉 다물고 저항했고
난 그런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혀를 넣기 시작했다
“으으으~~오…빠… 갑자기~~~허으흡~~읍읍”
그녀가 내게 뭔가 말하려는 때를 잡아 자지처럼 곧게 세운 내 혀를 그녀 안에 넣었다
축축한 이물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왔지만 그녀는 막지 못했다
뱀처럼 휘감는 내 혀의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저 입을 벌린 채 아무 것도 못하고 있던 그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내 혀에 동조해서 자신의 혀를 놀린다
그녀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소극적으로 내 입술을 받아 들리던 그녀가 이제는 내게 이따금 공격도 가한다
역시 여자는 조련하기 나름이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탐했을까?
이대로 끝내 버리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아직 그녀의 성향이나 의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잘못하면 크게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게다가 승택이형이 연결된 사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날 머뭇거리게 했다
점점 잦아드는 입놀림을 느끼며 그녀를 내 몸에서 살짝 떼어 놓았다
감았던 눈이 서서히 떠지자 그녀의 풀린듯한 동공이 보인다
“괜찮아?”
“조금 몽롱해요”
“키스 잘하는데? 후후”
“남자 친구 있었다고 했잖아요”
“남자친구가 잘 가르쳤나 보네”
살며시 그녀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근데 왜 키스했어요?”
그녀가 당돌하게 내게 묻는다
“하고 싶어서
내가 그랬잖아? 니 눈빛이 날 꼬셨다고”
“나랑 사귀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니가 여자로 보이긴 해
하지만 내 성향이 애인 같은 건 안 만드는 성격이라”
“조금 무책임한 말이네요”
“그건 내가 생각해도 그래
어쩔 수 없잖아? 난 바람둥이니까”
그녀는 잠시 말이 없다
아마도 생각이 많아진 모양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아니예요 오빠 맘이니까
키스를 했다고 책임지라고 하는 건 우습잖아요?”
“후후후”
“괜찮아요 난”
“우리 그만 나갈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되어서 그녀를 데리고 그 곳을 나왔다
그녀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머리 속은 복잡해 보였다
“그만 갈께
이거 내 삐삐 번호니까 언제든 연락해도 돼”
“네…”
“나중에 맛있는 밥먹자
저녁엔 알바 하니까 그 쪽으로 와도 되고”
“알았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정말 즐거웠어? 기분이 아닌 거 같은데”
“즐겁기도 했어요 나중에 봐요 오빠 그럼”
“그래 또 보자”
돌아서서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쪽이 좀 아렸다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내가 짓밟은 듯한 찝찝함
하지만 그녀 때문에 내 생활을 모두 바꿀 만큼
내게 작은 지영이라는 여자는 절실하지 않았다
그저 스쳐가는 한 명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작은 지영이는 내게 또 어떤 의미가 될까?
그녀도 역시 내가 정복한 여자 중 하나가 될까?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게 자신을 줄까?
매번 겪지만 여자는 어려운 존재구나’
총총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를 나는 한동안 바라보며 서있었다
조만간 내게 자신을 고이 접어 바칠지 모를 그 여자를
To be continued...
--------------------------------------------------------------------------------------------------
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큰 맘 먹고 시작한 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글을 쓰는 즐거움이 커지네요
꾸준히 열심히 쓰겠습니다
AKM47님/ 쪽지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아울러 작가집필실 자유게시판에 의견이나 질문 주시면
성심 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바로 내 첫 섹스파트너였던 것 같다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상처를 보듬고 감싸주며 나누었던 섹스
그런 의미에서 섹스파트너라는 것은 좋은 의미였다
물론 우리 관계를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로를 그렇게 다 감싸줄 수 있는 거
어쩜 애인 사이에도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서로에게 바라게 되면 모든걸 이해할 수는 없는 거니까
외로운 사람이 만나 나누는 섹스는 조금은 슬프다
서로를 위로하며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행복감
하지만 그 행복 역시 다른 무언가에 의해 쉽게 깨어질 가짜다
그래서 섹스파트너는 영원할 수 없고 해피 엔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어쩜 해피 엔딩 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여자가 내 곁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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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 일로 한동안 맘이 우울했다
딱히 표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얼굴의 그늘이 다른 이들에게도 보였나 보다
3교시 연속 수업을 마치고 기진맥진 터벅터벅 교정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날 부른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누구?”
“저번에 승택이 오빠랑 인사했던”
저번에 스치면서 봤던 작은 지영이다
“아~~ 죄송해요 제가 기억력이 딸려서 ㅎㅎ”
“아니예요 잠깐 스쳐 본거니까”
“그래도 죄송해서 ㅎㅎㅎ
수업 끝나셨어요?”
“네 지금 끝나고 나오는 길이예요
근데 너무 힘없이 걷고 계셔서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그냥 생각할 것이 좀 있어서 ^^”
“걱정거리 많으신 것 같아서”
“별 일 아니예요 ^^
승택이형은 잘 지내죠?”
“복학해서 바쁘죠
아르바이트 가시나 봐요?”
“아뇨 시간 남았는데”
“그럼 저 커피 한 잔 사주세요 ^^”
“아? 네 ^^”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잠시 스치며 봤는데도 꽤 친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승택이형이 나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한 모양이다
사실 알고 보면 승택이형이 맘에 있는 것 같은데
이 순진한 아가씨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튄 모양이다
“같이 가시죠
꽤 분위기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그래요? 신난다 할 일 없어서 따분했는데 ㅎㅎ”
그녀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학교를 벗어났다
그냥 빙점으로 갈까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곳이 있어 발길을 돌렸다
“좀 음침하긴 한데 분위기는 좋아요 ㅎㅎ”
“음침하다니 좀 무서운데요?”
“에이~~ 안 잡아 먹으니까 걱정 마요”
“호호호 하나도 안 무서운데”
“오호? 꽤 대범한 아가씨네 ㅎㅎ
다 왔어요 여기예요”
내가 들어간 곳은 정미가 처음 나를 데리고 왔던 그 까페였다
칸막이가 되어 있는 막힌 곳은 아니었지만
구조상 각도 면에서 상당히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곳
조금은 어두운 공간에 들어서자 그녀가 조금 움추러든다
“무서워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학교 앞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을 몰랐어요”
“나중에 애인 생기면 여기 와요
데이트 하기엔 딱 좋은 곳 ㅎㅎㅎ”
“에이 응큼 하기는 ㅎㅎㅎ”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주문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녀는 내 대학생활이며 자취생활에 대해 하나하나 물어본다
아마도 그녀는 집에서 학교를 다녀 혼자만의 생활이 궁금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동아리 생활과 그녀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물었다
이미 내 신상에 대해서 그녀는 알고 잇는 듯 따로 묻진 않았다
그녀는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는 비서과 학생이었고
집은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버스로 통학 한다고 했다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아? 그래요 그럼”
“오빠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 어떤 부분이?”
“왠지 믿음이 가는 얼굴이라고 할까?”
“에이 설마?”
“맞아요 ㅎㅎㅎ”
“그래? 첨 듣는 말이라서”
그녀의 생긋거림이 자꾸 날 자극했다
승택이 형이 은근히 노리고 있는 여자
그와 사귀게 된다면 내가 형수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르는 그녀였다
형수
그 얼마나 야릇하고 멜랑꼴리한 단어인가?
범하기 힘드나 범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금단의 열매
“근데 왜 차 마시자고 했어?”
“그냥 오빠가 궁금해서요 어떤 사람인지”
“그렇구나
근데 너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있니?”
“무슨 말이요?”
“니 눈이 사람 빨려 들게 하는 눈이라는 말”
“하하하 정말요?”
“그래 니 눈 보고 있으면 헷갈려
이 여자가 날 좋아하나 싶을 정도로”
“그래요? 오빠도 지금 그래요?”
“웅 아까부터 좀 ^^”
그녀의 볼이 살짝 빨개진다
그 상기됨으로 그녀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까?
조금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옆으로 가도 돼?”
“네? 여기로요?”
“웅 니 옆으로”
당시 까페에서 남녀가 단 둘이 같이 앉는다는 것은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어둡고 차단된 공간, 그리고 그녀의 호기심이 금기를 깨줄 것만 같았다
잠시 그녀가 아무 말이 없다
난 과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갔다
“아니…오빠….”
그녀가 미처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그녀는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다
“왜? 어색해?”
“네…조금”
“나한테 관심 있던 거 아닌가? 후후”
“…”
무언의 긍정이다
쇼파에 기대어 등받이에 팔을 걸쳤다
내 옆구리를 활짝 오픈 하고 있으니 언제든 들어오라는 신호
수줍은 그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우물쭈물이다
“옆으로 가까이 와
니가 그러고 있으면 내가 너무 뻘쭘하잖아?”
“아? 네”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쭈뼛대고 있는 그녀
조금의 푸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녀가 다가오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에게 휙 다가갔다
그러곤 등받이에 올렸던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어때? 이게 더 편하잖아 ^^”
“아니예요 디게 불편해요 잉잉”
“에이 어린애도 아니고 왜 그래? ㅎㅎㅎ
너 연애 안해봤구나?”
“아니예요 남친 있었어요”
“근데 너무 뻣뻣한데?”
“오랜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그럼 지금부터 익숙해지면 되지 ㅎㅎ”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좀 더 내 품에 그녀를 던져 넣었다
몸이 잔뜩 경직되어 굳은 동상처럼 가만히 있던 그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어색해?”
“조금요”
“괜찮아 금방 나아질 거야
불편하면 풀어줄까?”
“그런 건 아니지만 좀 낯설어서”
그녀의 어깨 쪽을 한 두 번 쓰다듬자 그녀는 서서히 몸이 풀리는 듯 자연스러워진다
좀 더 그녀를 끌어 당기자 자연스럽게 가슴에 기대며
연인처럼 부드러운 자세를 취해온다
“이제 괜찮지?”
“네 좀 나아졌어요”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진 않지?”
“좋아요 ^^”
“니 눈이 자꾸 날 꼬셔서 그런 거야 ㅎㅎㅎ”
“그런 게 어딨어요?”
“나중에 딴 남자한테 물어봐
아마 승택이형도 그런 느낌 받았을걸?”
“선배도요? 설마?”
“아마 승책이형이 너 좋아할걸?
내 느낌은 꽤나 정확하거든”
“난 정말 몰랐는데? 그냥 선배 후배 사이니까”
“남자는 또 달라 선후배라도 여자로 보고”
“그럼 오빠도 날 여자로 봐요?”
“너도 오빠 남자로 보잖아 하하하”
“그건 그렇지만 ㅎㅎㅎ”
조금 강한 스킨십을 나누자 그녀의 입에서 솔직한 본심이 나온다
승택이형의 서포트 덕분인지 딱히 기회가 없었는데도
그녀는 이미 내게 마음을 살짝 오픈한 상태였다
“오빠가 언제부터 맘에 들었어?”
“승택오빠가 말해줄 때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오빠 알바할 때 사실 몰래 가봤거든요
근데 왠지 분위기도 있어 보이고 남자 같았어요
여자한테 인기도 꽤 많을 것 같고”
“하하하 그랬었어? 몰랐네”
“오빠 바람둥이죠?”
“조금은? ㅎㅎㅎ”
“거봐 그럴 줄 알았어요 여자도 많을 거야”
“많은 건 아니고 조금은 있지 친한 여자들”
“나 같은 애는 여자로도 안보이겠다 피이~~~”
“왜 여자로 안 봐? 여자지 ㅎㅎㅎ”
유들유들한 내 말에 그녀는 조금 더 편해진 느낌이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애기 같은 그녀의 피부가 더 빛난다
묘한 매력이 있는 아이다
약간 로리타 필도 나고 눈엔 맑은 색끼가 흐르고
순종적일 것 같으면서 고집 있는 듯한 느낌?
갖고 싶지만 가지면 집착할 것도 같은 그런 아이였다
“오빠 여자친구 있죠?”
“난 여자친구 같은 거 안 만드는데?”
“왜요?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요?”
“여자 친구에게 묶여서 살고 싶지 않아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구속되어서 다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피이~~ 그런 바람둥이들이 자기를 합리화 시키는 거예요”
“하하하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난 바람둥이라고 말하잖아
순진한 척 하면서 여자 꼬시는 그런 남자는 아냐 ㅎㅎㅎ”
“그것도 솔직히 뭐 와 닿진 않아요”
“그럼 할 수 없고 ㅎㅎㅎ”
대화를 하는 동안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냥 내 가슴에 기대어 심장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가만히 입으로만 읊조렸다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는지 그냥 가만히 음미하고 있다
서서히 머리에서 그녀의 귓쪽으로 손을 옮겼다
“흐음~~”
간지러운 것인지 아님 살짝 느끼는 것인지
그녀의 입에서 자그마한 신음성이 터져 나온다
살짝 그녀의 목까지 손을 옮겨 보았다
“아~~~ 오빠~~ 간지러워요”
그러면서도 싫진 않은 듯 내 가슴에 머리를 비벼댄다
그 순간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살짝 내 쪽으로 돌렸다
그윽하게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이 내 눈앞에 보인다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다
아마 지금 그녀의 보지도 이렇게 벌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지는 아니더라도 그 입술에 뭔가 꽂아 넣어주고 싶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려고 그녀가 힘을 주는 순간
흥분으로 메마른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으음~~~흡흡”
그녀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한 듯 입술을 꽉 다물고 저항했고
난 그런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혀를 넣기 시작했다
“으으으~~오…빠… 갑자기~~~허으흡~~읍읍”
그녀가 내게 뭔가 말하려는 때를 잡아 자지처럼 곧게 세운 내 혀를 그녀 안에 넣었다
축축한 이물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왔지만 그녀는 막지 못했다
뱀처럼 휘감는 내 혀의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저 입을 벌린 채 아무 것도 못하고 있던 그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내 혀에 동조해서 자신의 혀를 놀린다
그녀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소극적으로 내 입술을 받아 들리던 그녀가 이제는 내게 이따금 공격도 가한다
역시 여자는 조련하기 나름이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탐했을까?
이대로 끝내 버리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아직 그녀의 성향이나 의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잘못하면 크게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게다가 승택이형이 연결된 사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날 머뭇거리게 했다
점점 잦아드는 입놀림을 느끼며 그녀를 내 몸에서 살짝 떼어 놓았다
감았던 눈이 서서히 떠지자 그녀의 풀린듯한 동공이 보인다
“괜찮아?”
“조금 몽롱해요”
“키스 잘하는데? 후후”
“남자 친구 있었다고 했잖아요”
“남자친구가 잘 가르쳤나 보네”
살며시 그녀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근데 왜 키스했어요?”
그녀가 당돌하게 내게 묻는다
“하고 싶어서
내가 그랬잖아? 니 눈빛이 날 꼬셨다고”
“나랑 사귀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니가 여자로 보이긴 해
하지만 내 성향이 애인 같은 건 안 만드는 성격이라”
“조금 무책임한 말이네요”
“그건 내가 생각해도 그래
어쩔 수 없잖아? 난 바람둥이니까”
그녀는 잠시 말이 없다
아마도 생각이 많아진 모양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아니예요 오빠 맘이니까
키스를 했다고 책임지라고 하는 건 우습잖아요?”
“후후후”
“괜찮아요 난”
“우리 그만 나갈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되어서 그녀를 데리고 그 곳을 나왔다
그녀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머리 속은 복잡해 보였다
“그만 갈께
이거 내 삐삐 번호니까 언제든 연락해도 돼”
“네…”
“나중에 맛있는 밥먹자
저녁엔 알바 하니까 그 쪽으로 와도 되고”
“알았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정말 즐거웠어? 기분이 아닌 거 같은데”
“즐겁기도 했어요 나중에 봐요 오빠 그럼”
“그래 또 보자”
돌아서서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쪽이 좀 아렸다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내가 짓밟은 듯한 찝찝함
하지만 그녀 때문에 내 생활을 모두 바꿀 만큼
내게 작은 지영이라는 여자는 절실하지 않았다
그저 스쳐가는 한 명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작은 지영이는 내게 또 어떤 의미가 될까?
그녀도 역시 내가 정복한 여자 중 하나가 될까?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게 자신을 줄까?
매번 겪지만 여자는 어려운 존재구나’
총총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를 나는 한동안 바라보며 서있었다
조만간 내게 자신을 고이 접어 바칠지 모를 그 여자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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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큰 맘 먹고 시작한 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글을 쓰는 즐거움이 커지네요
꾸준히 열심히 쓰겠습니다
AKM47님/ 쪽지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아울러 작가집필실 자유게시판에 의견이나 질문 주시면
성심 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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