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그녀가 떠난 자리에 그녀가 들어왔다
“요즘 나 피하는 것 같더라”
“내가? 왜 피해 널?”
“내 얼굴 보는 게 껄끄러운 거야?”
“아냐 그런 거”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등줄기에 땀이 차 오른다
역시 수희를 속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니가 부담된다면 만나자고는 안 할게
그래도 난 니가 결정해 줄 줄 알았어
너한테 나라는 여자가 그렇게 힘든 거니?”
“그런 건 아냐 조금 생각이 필요한 거야”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니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건 아니고?”
“글쎄”
내 애매한 태도에 수희는 조금 불쾌한 모양이다
여자 입장에서 자신의 첫경험을 헌납한 남자가
지지부진 미적거리는 태도를 취한다면 나 역시도 화가 날 것 같았다
“네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내 입장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니가 니 기준에 맞추라고 하니까 생각이 필요한 거야
니가 내 기준에 맞춰 준다면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어”
“나도 니 기준을 생각해 봤지만 내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러니 빨리 생각해줘 내가 더 미련이 남지 않도록”
“알았어”
얘기가 무거워지고 껄끄러워 질려는 순간 희준이가 도착했다
==============================================================
“형~~~ 나 왔다”
“어~ 왔어?
희준이가 들어온 문 뒤로 몇몇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꼬맹이는 말할 것도 없고 민애와 그의 남친으로 보이는 사람
그리고 맨 뒤에 경희가 서 있다
그런데 그 옆에 또 다른 누군가가 서 있다
작지 않은 키에 조금은 말라 보이는 사람
직감적으로 그가 경희의 남자친구라는 걸 난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형 어쩌지?
어찌하다 보니 다들 쌍쌍파티 분위기가 됐네
거 봐 이럴 때 형도 여자친구 있음 얼마나 좋아?
그렇지? 수희누나?”
“어? 어…그래”
수희는 조금 당황한 듯 내 얼굴을 살핀다
하지만 난 지금 경희의 모습이 눈에 꽉 차 있어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잘 지냈어? 시험 때문에 그런지 조금 피곤해 보인다”
“어… 잘 지냈지? 옆의 분이 남자친구?”
“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전 경희 남친 OOO이라 합니다”
“네 저도 들었습니다 전 최희수예요”
남친과 악수를 나누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그도 아마 뭔가를 느끼는 듯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의 곁에서 그를 살뜰하게 살피는 경희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듯 하다
딱히 질투라는 감정은 아닌데 내가 아닌 그 자리에 그가 있다는 게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세 커플이 가게에서 웅성대더니 희준이의 인솔로 가게를 나가기 시작했다
“형 따라와”
“응 먼저 가 있어 곧 갈게”
“빨리 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긋거리며 꼬맹이를 끌고 나간다
하기야 녀석에게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녀석은 경희와 내 관계를 의심은 했지만 부정했던 건 나니까
녀석 입장에선 지금 내 태도며 마음가짐이 오히려 이상한 거니까
내 어색한 연기에도 녀석은 딴 데 정신이 팔려 눈치는 채지 못했다
그러나 복병은 녀석이 아닌 그녀였다
“너 경희라는 여자랑 무슨 관계 있지?”
등 뒤에서 수희의 싸늘한 한 마디가 귀에 와서 꽂힌다
“무슨?”
“그 커플을 보자마자 니 표정이 묘하게 변했어
희준이나 다른 커플이 들어올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유독 그 커플이 들어올 때 표정이 차갑게 굳었어
분명 뭔가가 있는 거야 그 여자랑”
“그래 보였냐? 아닌데”
“아니라고 해도 난 알 것 같아 뭔지”
역시 촉이 좋은 여자다
이 여자를 속이며 뭔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난 이마 가봐야겠다
이따 교대 시간에 봐”
“잘 생각해 봐
나도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거니까”
“그래 기억해 두지”
가게를 나와 그냥 방으로 갈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면 경희 남친이 더 마음의 확신을 굳힐 것 같아서
희준이 일행을 찾아 학교를 뒤졌다
“어~~~ 형 여기 여기~~~”
멀지 않은 곳에서 희준이를 발견 했고
난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커플 사이에 끼었다
좀 어색해 하는 나를 챙기는 건 꼬맹이였다
희준이가 날 끌어들인 죄책감 때문인지 들뜬 희준이보다 날 더 챙겼다
‘미안~~~ 기분이 좋지 않을텐데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
희준이 몰래 지수(꼬맹이)는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지수는 알고 있었다
나와 경희의 관계를
무리도 아니다. 뼈 속 깊이까지 알고 있는 친구들이니까
순간 순간 경희의 눈빛을 느꼈지만 곧바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남친의 경계를 받아낼 자신이 없는 듯 했다
그들은 모두 즐거웠고 나만 가라 앉고 있다는 게 더 힘들었다
“우리 이제 한 잔 할까요?”
“좋죠~~~”
경희의 남친이 갑자기 한잔 하자는 제의를 했다
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통에 난 자리를 피할 틈을 찾지 못했다
결국 또 그들에게 이끌려 이 곳 저곳을 떠돌게 되었다
“형~~ 저기 어때?”
희준이가 가리킨 그 곳은 비서학과에서 운영하는 과 주점이었다
비서학과답게 조금 늘씬하고 이쁜 여자들이 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그 이쁜 여자라면 좋아서”
꼬맹이가 희준이의 팔뚝을 잡아 뜯었지만 희준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반격한다
“그럼 칙칙한 남자들이 하는 주점에 가자고?
축제 때는 모두 여자들 많은 과에서 주점을 연단 말야”
커플의 티격거림을 뒤로 하고 다른 일행들은 벌써 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행이 입구 근처로 가자 호객 나온 여학생들이 얼른 와서 팔을 잡는다
“어서 오세요~~~ 자리 안 쪽에 많아요”
밀어 넣다시피 우리 일행을 천막 주점 안으로 밀어 넣는 여자들
안 쪽은 그냥 장터에서 막걸리를 파는 곳처럼 플라스틱 의자에 간단하게 차려져 있었다
7명의 사람들이 한 쪽에 테이블을 붙여 앉았다
잠시 후 메뉴판을 들고 한 학생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안주거리와 막걸리 주전자를 시키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순간 주방인 듯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한 무리 여학생이 보인다
그 중에 키가 작고 아담한, 그리고 꽤나 이쁜 얼굴의 한 여자가 눈에 들어 왔다
‘어?’
멀리 있었지만 스치는 눈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녀
정미다
‘맞다 비서과였지?’
희준이 와의 대화 후 껄끄러워진 덕분에 한 동안 보지 못한 그녀
가게에도 발길을 끊고 학교 다니면서도 거의 보지 못했다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는 커플을 등지고 그녀가 있는 곳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형 뭐해?”
내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희준이가 내가 바라보던 쪽을 쳐다 보다가
그녀를 발견했는지 얼굴이 굳어진다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아~~ 우리 가게 알바 했던 누나”
우리끼리 쑥떡거리며 그 쪽을 주시하자 그 쪽 무리의 한 여학생도
우리 쪽을 가리키며 자신의 무리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그 순간 정미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돌아오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희준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그녀 역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자들과 함께 일행을 이루고 잇는 모습이었으니까
굳이 마주치려 하지는 않지만 피하지도 않는 여성이다 정미는
주문된 음식이 다 되자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곤 자기 스스로 안주를 들고 온다
“오랜만~~ 안녕하세요?”
안주를 내려놓으며 나와 희준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여자친구?”
여자들과 함께 있는걸 보고 그녀는 어림짐작으로 물어본다
“난 혼자 왔고 여기 같이 앉으신 분들은 다 커플”
“아~~~ 근데 왜 넌 혼자야?”
“나야 뭐 늘 그렇지 ㅎㅎㅎ”
혼자 있다가 정미가 말을 거니 왠지 든든한 지원군이 온 것 같다
“방해되면 안되겠죠? 얘기들 나누세요
희수야 나 좀 볼래?”
술병과 안주를 다 셋팅 하더니 그녀는 따로 나를 부른다
다들 좀 의아한 듯 쳐다봤지만 난 개의치 않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알면서 온 거야?”
“아니 알면 안 왔겠지”
“내가 껄끄럽니?”
“난 아냐 니가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털어 버린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잘 지냈어?”
“나야 늘 그렇지 넌?”
“나도 그렇지 뭐”
“우리는 불편할 것 없잖아?
같이 공부할 때도 좋았고”
“이미 서로 다 알고 있는 마당이니까 그럴 것은 없지만
희준이와 너 사이에서 불편해 지는 게 싫었어”
“그래 이해해”
서로 입안에 담고만 있던 말들이 나오니까
분위기가 갑자기 서먹해져 버렸다
“근데 왜 넌 혼자야?
여자 친구 있지 않았어?”
“여자 친구는 뭐
니가 알고 있던 여자는 좀 복잡하게 됐어
얘기 하자면 길다”
그녀는 혜영이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정미와 말 끊은 지도 오래된 모양이다
“남자 친구는 없어?”
“피식~~ 나야 프리 하잖아 알다시피”
이미 그녀의 보이기 싫은 모습까지 다 알고 있는 나라서 그런지
뭔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 자체도 없었다
“여자는 만나고 지내?”
“나? 그럭 저럭”
“굶고 살지는 않는가 보네 ㅎㅎㅎ”
살을 섞은 사이라서 그런가?
꽤 오랫동안 보지 않았는데도 금새 죽마고우처럼 말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
인간관계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희준이 옆에 앉은 여자가 애인이니?”
“웅 너 알바 할 때도 오지 않았나?”
“얼굴이 많이 익은 것 같아”
“아마 여자 셋이 같이 다니던 사람 기억하면 될거야
근처 락까페에서 알바 하던 여자애들”
“아~~~~”
그녀는 기억이 나는 듯 긴 호응을 한다
별로 좋은 기회는 아니었지만 오늘을 통해
멀어졌던 정미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앞으로 편하게 지내자
볼 날이 얼마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왜? 어디가?”
“나야 군대도 가야 하고 너나 나나 애인생기면
편하게 못 볼 거 아냐?”
“하하하 하긴 그래”
그녀의 밝게 웃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본다
웃는 게 참 이쁜 그녀인데
“안 들어가봐도 돼?”
“그냥 술 마시게 두고 난 가볼려고
어차피 알바 시간도 다 되고 해서”
“그래? 좀 더 있다가 가지”
“너랑만 있으면 더 있다가 가지
근데 저 커플들 틈에 끼어서 바보짓 하기는 싫네 ㅎㅎㅎ”
“그래 그 기분 알 것 같다”
“또 보자 우리”
“알았어 보자 꼭”
정미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 이미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벌써 가시려고요? 아쉽네”
민애의 남친이 아직 말도 많이 못해봤다며 아쉬워한다
경희의 남친은 경계심 때문에 그런지 굳이 만류하지 않는다
“잘들 놀다가 가
나중에 또 보자”
“그래 잘가~~~”
“형~~ 이따 들릴게”
“웅”
그들을 두고 술자리를 빠져 나오는데 뒷통수가 따끔거렸다
딱히 날 의식한 것도 아닐 텐데 괜히 혼자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런 것도 자격지심의 일종이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지 않은 기분으로 까페로 들어섰다
축제의 여파로 손님은 북적였고 수희는 정신 없이 분주했다
기분이 우울할 땐 차라리 바쁜 게 낫다는 생각에 얼른 팔을 걷어 붙이고 일을 도왔다
교대 시간이 한참 지날 때까지도 가게는 정신 없이 바빴다
잠시 한가한 틈을 타 수희를 얼른 보냈다
“고마워 수고했어 잘 가~~”
녹초가 되어서 그런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에도 가게는 끝날 때까지 계속 분주했다
아까 그 커플 중 누구도 가게에 들리지 않았고 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시끄러운 축제의 봄, 그 그늘 뒤에는 쓸쓸한 외로움도 함께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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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큰 맘 먹고 시작한 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글을 쓰는 즐거움이 커지네요
꾸준히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울러 작가집필실 자유게시판에 의견이나 질문 주시면
성심 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요즘 나 피하는 것 같더라”
“내가? 왜 피해 널?”
“내 얼굴 보는 게 껄끄러운 거야?”
“아냐 그런 거”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등줄기에 땀이 차 오른다
역시 수희를 속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니가 부담된다면 만나자고는 안 할게
그래도 난 니가 결정해 줄 줄 알았어
너한테 나라는 여자가 그렇게 힘든 거니?”
“그런 건 아냐 조금 생각이 필요한 거야”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니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건 아니고?”
“글쎄”
내 애매한 태도에 수희는 조금 불쾌한 모양이다
여자 입장에서 자신의 첫경험을 헌납한 남자가
지지부진 미적거리는 태도를 취한다면 나 역시도 화가 날 것 같았다
“네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내 입장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니가 니 기준에 맞추라고 하니까 생각이 필요한 거야
니가 내 기준에 맞춰 준다면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어”
“나도 니 기준을 생각해 봤지만 내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러니 빨리 생각해줘 내가 더 미련이 남지 않도록”
“알았어”
얘기가 무거워지고 껄끄러워 질려는 순간 희준이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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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 왔다”
“어~ 왔어?
희준이가 들어온 문 뒤로 몇몇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꼬맹이는 말할 것도 없고 민애와 그의 남친으로 보이는 사람
그리고 맨 뒤에 경희가 서 있다
그런데 그 옆에 또 다른 누군가가 서 있다
작지 않은 키에 조금은 말라 보이는 사람
직감적으로 그가 경희의 남자친구라는 걸 난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형 어쩌지?
어찌하다 보니 다들 쌍쌍파티 분위기가 됐네
거 봐 이럴 때 형도 여자친구 있음 얼마나 좋아?
그렇지? 수희누나?”
“어? 어…그래”
수희는 조금 당황한 듯 내 얼굴을 살핀다
하지만 난 지금 경희의 모습이 눈에 꽉 차 있어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잘 지냈어? 시험 때문에 그런지 조금 피곤해 보인다”
“어… 잘 지냈지? 옆의 분이 남자친구?”
“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전 경희 남친 OOO이라 합니다”
“네 저도 들었습니다 전 최희수예요”
남친과 악수를 나누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그도 아마 뭔가를 느끼는 듯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의 곁에서 그를 살뜰하게 살피는 경희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듯 하다
딱히 질투라는 감정은 아닌데 내가 아닌 그 자리에 그가 있다는 게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세 커플이 가게에서 웅성대더니 희준이의 인솔로 가게를 나가기 시작했다
“형 따라와”
“응 먼저 가 있어 곧 갈게”
“빨리 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긋거리며 꼬맹이를 끌고 나간다
하기야 녀석에게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녀석은 경희와 내 관계를 의심은 했지만 부정했던 건 나니까
녀석 입장에선 지금 내 태도며 마음가짐이 오히려 이상한 거니까
내 어색한 연기에도 녀석은 딴 데 정신이 팔려 눈치는 채지 못했다
그러나 복병은 녀석이 아닌 그녀였다
“너 경희라는 여자랑 무슨 관계 있지?”
등 뒤에서 수희의 싸늘한 한 마디가 귀에 와서 꽂힌다
“무슨?”
“그 커플을 보자마자 니 표정이 묘하게 변했어
희준이나 다른 커플이 들어올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유독 그 커플이 들어올 때 표정이 차갑게 굳었어
분명 뭔가가 있는 거야 그 여자랑”
“그래 보였냐? 아닌데”
“아니라고 해도 난 알 것 같아 뭔지”
역시 촉이 좋은 여자다
이 여자를 속이며 뭔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난 이마 가봐야겠다
이따 교대 시간에 봐”
“잘 생각해 봐
나도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거니까”
“그래 기억해 두지”
가게를 나와 그냥 방으로 갈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면 경희 남친이 더 마음의 확신을 굳힐 것 같아서
희준이 일행을 찾아 학교를 뒤졌다
“어~~~ 형 여기 여기~~~”
멀지 않은 곳에서 희준이를 발견 했고
난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커플 사이에 끼었다
좀 어색해 하는 나를 챙기는 건 꼬맹이였다
희준이가 날 끌어들인 죄책감 때문인지 들뜬 희준이보다 날 더 챙겼다
‘미안~~~ 기분이 좋지 않을텐데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
희준이 몰래 지수(꼬맹이)는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지수는 알고 있었다
나와 경희의 관계를
무리도 아니다. 뼈 속 깊이까지 알고 있는 친구들이니까
순간 순간 경희의 눈빛을 느꼈지만 곧바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남친의 경계를 받아낼 자신이 없는 듯 했다
그들은 모두 즐거웠고 나만 가라 앉고 있다는 게 더 힘들었다
“우리 이제 한 잔 할까요?”
“좋죠~~~”
경희의 남친이 갑자기 한잔 하자는 제의를 했다
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통에 난 자리를 피할 틈을 찾지 못했다
결국 또 그들에게 이끌려 이 곳 저곳을 떠돌게 되었다
“형~~ 저기 어때?”
희준이가 가리킨 그 곳은 비서학과에서 운영하는 과 주점이었다
비서학과답게 조금 늘씬하고 이쁜 여자들이 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그 이쁜 여자라면 좋아서”
꼬맹이가 희준이의 팔뚝을 잡아 뜯었지만 희준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반격한다
“그럼 칙칙한 남자들이 하는 주점에 가자고?
축제 때는 모두 여자들 많은 과에서 주점을 연단 말야”
커플의 티격거림을 뒤로 하고 다른 일행들은 벌써 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행이 입구 근처로 가자 호객 나온 여학생들이 얼른 와서 팔을 잡는다
“어서 오세요~~~ 자리 안 쪽에 많아요”
밀어 넣다시피 우리 일행을 천막 주점 안으로 밀어 넣는 여자들
안 쪽은 그냥 장터에서 막걸리를 파는 곳처럼 플라스틱 의자에 간단하게 차려져 있었다
7명의 사람들이 한 쪽에 테이블을 붙여 앉았다
잠시 후 메뉴판을 들고 한 학생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안주거리와 막걸리 주전자를 시키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순간 주방인 듯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한 무리 여학생이 보인다
그 중에 키가 작고 아담한, 그리고 꽤나 이쁜 얼굴의 한 여자가 눈에 들어 왔다
‘어?’
멀리 있었지만 스치는 눈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녀
정미다
‘맞다 비서과였지?’
희준이 와의 대화 후 껄끄러워진 덕분에 한 동안 보지 못한 그녀
가게에도 발길을 끊고 학교 다니면서도 거의 보지 못했다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는 커플을 등지고 그녀가 있는 곳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형 뭐해?”
내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희준이가 내가 바라보던 쪽을 쳐다 보다가
그녀를 발견했는지 얼굴이 굳어진다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아~~ 우리 가게 알바 했던 누나”
우리끼리 쑥떡거리며 그 쪽을 주시하자 그 쪽 무리의 한 여학생도
우리 쪽을 가리키며 자신의 무리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그 순간 정미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돌아오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희준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그녀 역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자들과 함께 일행을 이루고 잇는 모습이었으니까
굳이 마주치려 하지는 않지만 피하지도 않는 여성이다 정미는
주문된 음식이 다 되자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곤 자기 스스로 안주를 들고 온다
“오랜만~~ 안녕하세요?”
안주를 내려놓으며 나와 희준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여자친구?”
여자들과 함께 있는걸 보고 그녀는 어림짐작으로 물어본다
“난 혼자 왔고 여기 같이 앉으신 분들은 다 커플”
“아~~~ 근데 왜 넌 혼자야?”
“나야 뭐 늘 그렇지 ㅎㅎㅎ”
혼자 있다가 정미가 말을 거니 왠지 든든한 지원군이 온 것 같다
“방해되면 안되겠죠? 얘기들 나누세요
희수야 나 좀 볼래?”
술병과 안주를 다 셋팅 하더니 그녀는 따로 나를 부른다
다들 좀 의아한 듯 쳐다봤지만 난 개의치 않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알면서 온 거야?”
“아니 알면 안 왔겠지”
“내가 껄끄럽니?”
“난 아냐 니가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털어 버린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잘 지냈어?”
“나야 늘 그렇지 넌?”
“나도 그렇지 뭐”
“우리는 불편할 것 없잖아?
같이 공부할 때도 좋았고”
“이미 서로 다 알고 있는 마당이니까 그럴 것은 없지만
희준이와 너 사이에서 불편해 지는 게 싫었어”
“그래 이해해”
서로 입안에 담고만 있던 말들이 나오니까
분위기가 갑자기 서먹해져 버렸다
“근데 왜 넌 혼자야?
여자 친구 있지 않았어?”
“여자 친구는 뭐
니가 알고 있던 여자는 좀 복잡하게 됐어
얘기 하자면 길다”
그녀는 혜영이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정미와 말 끊은 지도 오래된 모양이다
“남자 친구는 없어?”
“피식~~ 나야 프리 하잖아 알다시피”
이미 그녀의 보이기 싫은 모습까지 다 알고 있는 나라서 그런지
뭔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 자체도 없었다
“여자는 만나고 지내?”
“나? 그럭 저럭”
“굶고 살지는 않는가 보네 ㅎㅎㅎ”
살을 섞은 사이라서 그런가?
꽤 오랫동안 보지 않았는데도 금새 죽마고우처럼 말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
인간관계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희준이 옆에 앉은 여자가 애인이니?”
“웅 너 알바 할 때도 오지 않았나?”
“얼굴이 많이 익은 것 같아”
“아마 여자 셋이 같이 다니던 사람 기억하면 될거야
근처 락까페에서 알바 하던 여자애들”
“아~~~~”
그녀는 기억이 나는 듯 긴 호응을 한다
별로 좋은 기회는 아니었지만 오늘을 통해
멀어졌던 정미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앞으로 편하게 지내자
볼 날이 얼마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왜? 어디가?”
“나야 군대도 가야 하고 너나 나나 애인생기면
편하게 못 볼 거 아냐?”
“하하하 하긴 그래”
그녀의 밝게 웃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본다
웃는 게 참 이쁜 그녀인데
“안 들어가봐도 돼?”
“그냥 술 마시게 두고 난 가볼려고
어차피 알바 시간도 다 되고 해서”
“그래? 좀 더 있다가 가지”
“너랑만 있으면 더 있다가 가지
근데 저 커플들 틈에 끼어서 바보짓 하기는 싫네 ㅎㅎㅎ”
“그래 그 기분 알 것 같다”
“또 보자 우리”
“알았어 보자 꼭”
정미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 이미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벌써 가시려고요? 아쉽네”
민애의 남친이 아직 말도 많이 못해봤다며 아쉬워한다
경희의 남친은 경계심 때문에 그런지 굳이 만류하지 않는다
“잘들 놀다가 가
나중에 또 보자”
“그래 잘가~~~”
“형~~ 이따 들릴게”
“웅”
그들을 두고 술자리를 빠져 나오는데 뒷통수가 따끔거렸다
딱히 날 의식한 것도 아닐 텐데 괜히 혼자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런 것도 자격지심의 일종이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지 않은 기분으로 까페로 들어섰다
축제의 여파로 손님은 북적였고 수희는 정신 없이 분주했다
기분이 우울할 땐 차라리 바쁜 게 낫다는 생각에 얼른 팔을 걷어 붙이고 일을 도왔다
교대 시간이 한참 지날 때까지도 가게는 정신 없이 바빴다
잠시 한가한 틈을 타 수희를 얼른 보냈다
“고마워 수고했어 잘 가~~”
녹초가 되어서 그런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에도 가게는 끝날 때까지 계속 분주했다
아까 그 커플 중 누구도 가게에 들리지 않았고 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시끄러운 축제의 봄, 그 그늘 뒤에는 쓸쓸한 외로움도 함께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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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큰 맘 먹고 시작한 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글을 쓰는 즐거움이 커지네요
꾸준히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울러 작가집필실 자유게시판에 의견이나 질문 주시면
성심 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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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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