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둘이서 이런 저런 계획을 짜고 있었다. 문제는 화영이도, 승현이도 누구못지 않게 똑똑한 아이들이어서, 둘이서 짜는 계획들이 구체성과 실행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 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내가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승현이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과 내 전화기에서 입수한 대상녀들이 서로에게 나와의 일을 소문내지 않을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학입학 때부터, 아니 고등학교 시절에도 화영이가 예뻤던 것은 쭉 그래왔던 것이고, 언제나 인기가 있는 화영이는 연애의 달인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여서, 내가 들어도 수빈이가 내게 넘어올 것 같은 양질의 작전을 짜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수인건지, 아니면 단순히 승현이가 자기의 욕망을 발산할 목적으로 날 선택해서 하는 게임같은 건지를 구분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승현이는 역시 대단한 아이였다. 승현이는 내가 난봉질을 하면서도 공부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루에 적어도 여덟시간 이상의 공부시간을 확보하면서 계획을 짜고 있었고, 화영이는 그런 승현이를 뿌듯한 얼굴로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적당히 식은 커피를 홀랑 마셔버리고, 둘이서 짜낸 작전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화영이에게 전화가 왔다. 몹시 정다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화영이가 전화를 끊고서는 부모님이라면서 자기 집에 가야겠으니 나와 승현이를 데려다 주겠노라고 해서 우리는 급히 차에 올랐다.
만추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찬 바람이 불었는데, 낙엽이 우수수 날리더니 작은 회오리 바람이 되어, 작게 소용돌이 치며 하늘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화영이가 나만 우리 집 앞에 내려주고는 승현이를 데리고 돌아가줘서, 난 집 앞 편의점에 들러서 포카리나 사이다를 사먹으려고 차가 나가는 것을 보고서 걸음을 뗐는데, 주차장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김진수가 나를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쳐다보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경민씨. 유감이네요. 이런 식으로 만나야 해서요. 왜 그러시는거죠?"
"예? 그게 무슨 소리신지?"
"난 말이죠. 경민씨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비교당하는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그 비교를 당하는 대상인 경민씨보다는 내가 나으니까, 미진이가 나를 만나는거다 그렇게 생각을 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상 경민씨가 치사하고 더럽고 나쁜 인간인 것보다야 좋은 인간이라는 것이 더 나았죠. 그 나은 사람보다 내가 더 나은 거니까. 그런데, 왜 자꾸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죠. 당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히더군요. 내가 조사를 좀 했어요."
"무슨 조사를 어떻게 했죠?"
"돈만 좀 주면 그런 걸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서 말이죠. 내가 조사한 당신은 이중인격자더군요. 그런데, 더 나쁜 건 당신이 자기를 잘 감추는 이중인격자라는 거. 미진이를 어떻게든 다시 만나려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지만, 그와 또 반대로 여자들을 마구 만나고 다니더군요. 법대후배들에, 창녀촌까지 다니면서도, 항상 좋은 척을 하고 있죠. 왜 그러는 거죠?"
"누구나 다들 그러잖아요. 자기 나쁜 걸 남에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쨌거나 미진이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 미진이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어요. 미진이는 물론 좋은 여자지만, 당신 같은 남자를 거친 미진이를 다시 받아줄만큼 나도 그렇게까지 속없는 놈은 아니니까요. 됐나요? 듣고 싶은 걸 들었고, 녹음하고 싶은 걸 녹음 했으면 그만 꺼저줄래요. 난 목이 좀 타서."
내가 녀석의 녹음을 눈치 챈 것은, 그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녹음기능이 있는 보이스 레코드의 단추를 누르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강의녹음을 목적으로 다양한 보이스 레코더를 알아본 적이 있어서 난 그가 가진 보이스 레코더가 얼마이고,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움찔한 듯 했지만, 곧 교활한 웃음을 만면에 보였다.
"고맙긴 하네요. 이게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어떤 식으로 가공이 되던, 경민씨가 직접한 말이니 후회는 없으시겠죠?"
"사람의 크기는 한 발 떨어져 있을 때 더 잘보이는 거라는 것만 알려주죠. 난 조금씩 더 멋있어질 예정이거든요. 미진이의 눈은 두 개라서 말이죠. 한쪽이야 진수씨를 보겠지만, 다른 한 쪽의 눈으로 누구를 보게 되던 그건 미진이의 할 일이겠죠. 어쩌나요. 다리도 두 개네요. 미진이가 양다리를 걸치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열심히 좋은 남자로 보이는 법이라도 내게 배우시던가요."
화가 잔뜩 나 보이는 진수씨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내게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는 말했다.
"한 번 뺐어보니까 말이에요. 두 번도 어렵지 않을 것 같던데요. 누구죠? 그 둘 중에서요. 아니다, 일학년 김애란까지 하면 세 명인가. 아니지, 솔지라는 창녀까지 하면 네 명인가. 당신이 만나는 여자 모두를 내가 내 걸로 만들어두죠. 아아. 솔지라는 창녀는 이미 맛을 봤어요. 별로던데요. 그런 떡대가 왜 좋죠? 여자면 다 좋은 건가. 겨우 했어요. 구역질을 참으면서요."
더 듣고 있다가는 귀가 썩을 것 같아서, 음료수를 사는 것을 포기하고 원룸으로 올라왔다. 제 할 말을 모두 하고, 제가 들을 말을, 아니 녹음해 갈 말을 모두 녹음한 김진수가 내가 원룸 계단을 오르자 곧 차에 올라타고 가버렸다. 악연이다 싶었지만,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여자들을 빼앗겠다니. 무슨 설거지 전문인가. 불쌍한 새끼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 내내 공부를 하다가 집에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켰다. 성환이의 전화가 와 있었다. 다행히 부재중이 찍혀 있는 지 얼마 되지 않을 시간이어서 바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냥 끊고 집에다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성환이에게 전화가 왔다.
"형, 아까 누나들 만난 건 어떻게 됐어?"
"뭐, 점심 먹고들 일들 보러 갔지. 난 집에 돌아와서 공부하고 있었고. 그거 궁금해서 전화한거냐?"
"아니. 형이 보냈어? 저번에 형이랑 같이 왔던 그 여자후배 있잖아. 우리 가게에 왔어. 자기 친구들 데리고."
"누구?"
"저번에 케이크 사간 여자애가 왔다고."
"빵 사먹으러 갔겠지. 니 빵 먹고 나면 다른 사람 빵 못 먹는다니까. 넌 실력이 있어. 확실히."
"나도 그런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저번에 왔던 그 여자애랑, 또 다른 여자애랑 둘이서 왔는데, 자꾸 형에 대한 걸 묻잖아. 나랑 무슨 관계인가도 묻고. 형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됐다. 그래서 빵 사가지고 갔어?"
"어. 좀 전에. 내가 할인도 좀 해주고, 내가 만든 과자도 몇 개 들려서 보내긴 했는데, 형 미진이 누나랑 끝냈다고 아무나 만나지는 마라. 화영이 누나한테 들었는데, 배신 당했다면서. 내가 배신을 해봐서 아는데, 배신한 사람도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이 말이야. 완전 더럽거든. 배신당한 사람은 금방 잊지만 말이야. 배신한 사람은 평생 그거 안고 살아가는 거야. 죄책감과 미안함 같이 찝찝한 기분을 평생 가지고 사는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정 안디면 화영이 누나를 형이 맡아. 화영이 누나나 나 같은 사람은 일반 사람이 감당을 못해. 형 정도 난 사람이라면 모를까. 우리 안에는 괴물이 사니까 말이야."
"몇 시에 퇴근이냐?"
"여섯 시. 왜? 오게?"
"어, 저녁이나 먹자. 너한테 줄 것도 있고, 물어볼 말도 있고."
"알았어요. 그러면 우리 가게로 와요."
성환이는 여전히 부모님에 대해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있었다. 화영이 말대로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해 보였고, 기왕지사 치료를 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편이 나았다. 화영이의 카드도 줄 겸해서 한 번쯤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우리 집 바로 앞에서 계룡시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있어서 그것을 타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정류장을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타려는 버스가 아닌 버스가 지나갔다. 버스 광고편에 세우리 척추전문 병원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못된 생각이 머리 속을 재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병원광고를 보자, 김진수의 아버지가 병원의 의사라는 게 떠올랐고, 의사라는 계층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구조의 직업인지가 떠올랐고, 아버지가 없는 김진수가 징징거리는 것이 떠올랐다. 미진이에게는 복수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상대가 김진수라면, 나를 때린 적이 있는 김진수의 아버지라면, 내게는 그 부자에게 복수할 적어도 20가지 이상의 이유가 쉽게 떠올랐고, 떠오른 생각은 점점 내 안에서 구체화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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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 신작 소설을 하나 쓰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방문해 주세요.
http://blog.naver.com/silve8
그리고 글을 쓰다가 지금 발견한 건데, 시선집중이라는 배너에 제 소설이 두개나 있네요. 수학선생님 정보경이랑, 로또 2등에 당첨됐었다. 하하 3회차를 쓰고서 전혀 인기가 없어서, 추천수 100이 넘는 인기소설을 만들겠다고 공언한지 15회만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소설이 된 것은 모두 응원을 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승현이는 역시 대단한 아이였다. 승현이는 내가 난봉질을 하면서도 공부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루에 적어도 여덟시간 이상의 공부시간을 확보하면서 계획을 짜고 있었고, 화영이는 그런 승현이를 뿌듯한 얼굴로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적당히 식은 커피를 홀랑 마셔버리고, 둘이서 짜낸 작전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화영이에게 전화가 왔다. 몹시 정다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화영이가 전화를 끊고서는 부모님이라면서 자기 집에 가야겠으니 나와 승현이를 데려다 주겠노라고 해서 우리는 급히 차에 올랐다.
만추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찬 바람이 불었는데, 낙엽이 우수수 날리더니 작은 회오리 바람이 되어, 작게 소용돌이 치며 하늘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화영이가 나만 우리 집 앞에 내려주고는 승현이를 데리고 돌아가줘서, 난 집 앞 편의점에 들러서 포카리나 사이다를 사먹으려고 차가 나가는 것을 보고서 걸음을 뗐는데, 주차장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김진수가 나를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쳐다보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경민씨. 유감이네요. 이런 식으로 만나야 해서요. 왜 그러시는거죠?"
"예? 그게 무슨 소리신지?"
"난 말이죠. 경민씨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비교당하는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그 비교를 당하는 대상인 경민씨보다는 내가 나으니까, 미진이가 나를 만나는거다 그렇게 생각을 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상 경민씨가 치사하고 더럽고 나쁜 인간인 것보다야 좋은 인간이라는 것이 더 나았죠. 그 나은 사람보다 내가 더 나은 거니까. 그런데, 왜 자꾸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죠. 당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히더군요. 내가 조사를 좀 했어요."
"무슨 조사를 어떻게 했죠?"
"돈만 좀 주면 그런 걸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서 말이죠. 내가 조사한 당신은 이중인격자더군요. 그런데, 더 나쁜 건 당신이 자기를 잘 감추는 이중인격자라는 거. 미진이를 어떻게든 다시 만나려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지만, 그와 또 반대로 여자들을 마구 만나고 다니더군요. 법대후배들에, 창녀촌까지 다니면서도, 항상 좋은 척을 하고 있죠. 왜 그러는 거죠?"
"누구나 다들 그러잖아요. 자기 나쁜 걸 남에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쨌거나 미진이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 미진이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어요. 미진이는 물론 좋은 여자지만, 당신 같은 남자를 거친 미진이를 다시 받아줄만큼 나도 그렇게까지 속없는 놈은 아니니까요. 됐나요? 듣고 싶은 걸 들었고, 녹음하고 싶은 걸 녹음 했으면 그만 꺼저줄래요. 난 목이 좀 타서."
내가 녀석의 녹음을 눈치 챈 것은, 그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녹음기능이 있는 보이스 레코드의 단추를 누르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강의녹음을 목적으로 다양한 보이스 레코더를 알아본 적이 있어서 난 그가 가진 보이스 레코더가 얼마이고,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움찔한 듯 했지만, 곧 교활한 웃음을 만면에 보였다.
"고맙긴 하네요. 이게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어떤 식으로 가공이 되던, 경민씨가 직접한 말이니 후회는 없으시겠죠?"
"사람의 크기는 한 발 떨어져 있을 때 더 잘보이는 거라는 것만 알려주죠. 난 조금씩 더 멋있어질 예정이거든요. 미진이의 눈은 두 개라서 말이죠. 한쪽이야 진수씨를 보겠지만, 다른 한 쪽의 눈으로 누구를 보게 되던 그건 미진이의 할 일이겠죠. 어쩌나요. 다리도 두 개네요. 미진이가 양다리를 걸치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열심히 좋은 남자로 보이는 법이라도 내게 배우시던가요."
화가 잔뜩 나 보이는 진수씨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내게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는 말했다.
"한 번 뺐어보니까 말이에요. 두 번도 어렵지 않을 것 같던데요. 누구죠? 그 둘 중에서요. 아니다, 일학년 김애란까지 하면 세 명인가. 아니지, 솔지라는 창녀까지 하면 네 명인가. 당신이 만나는 여자 모두를 내가 내 걸로 만들어두죠. 아아. 솔지라는 창녀는 이미 맛을 봤어요. 별로던데요. 그런 떡대가 왜 좋죠? 여자면 다 좋은 건가. 겨우 했어요. 구역질을 참으면서요."
더 듣고 있다가는 귀가 썩을 것 같아서, 음료수를 사는 것을 포기하고 원룸으로 올라왔다. 제 할 말을 모두 하고, 제가 들을 말을, 아니 녹음해 갈 말을 모두 녹음한 김진수가 내가 원룸 계단을 오르자 곧 차에 올라타고 가버렸다. 악연이다 싶었지만,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여자들을 빼앗겠다니. 무슨 설거지 전문인가. 불쌍한 새끼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 내내 공부를 하다가 집에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켰다. 성환이의 전화가 와 있었다. 다행히 부재중이 찍혀 있는 지 얼마 되지 않을 시간이어서 바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냥 끊고 집에다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성환이에게 전화가 왔다.
"형, 아까 누나들 만난 건 어떻게 됐어?"
"뭐, 점심 먹고들 일들 보러 갔지. 난 집에 돌아와서 공부하고 있었고. 그거 궁금해서 전화한거냐?"
"아니. 형이 보냈어? 저번에 형이랑 같이 왔던 그 여자후배 있잖아. 우리 가게에 왔어. 자기 친구들 데리고."
"누구?"
"저번에 케이크 사간 여자애가 왔다고."
"빵 사먹으러 갔겠지. 니 빵 먹고 나면 다른 사람 빵 못 먹는다니까. 넌 실력이 있어. 확실히."
"나도 그런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저번에 왔던 그 여자애랑, 또 다른 여자애랑 둘이서 왔는데, 자꾸 형에 대한 걸 묻잖아. 나랑 무슨 관계인가도 묻고. 형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됐다. 그래서 빵 사가지고 갔어?"
"어. 좀 전에. 내가 할인도 좀 해주고, 내가 만든 과자도 몇 개 들려서 보내긴 했는데, 형 미진이 누나랑 끝냈다고 아무나 만나지는 마라. 화영이 누나한테 들었는데, 배신 당했다면서. 내가 배신을 해봐서 아는데, 배신한 사람도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이 말이야. 완전 더럽거든. 배신당한 사람은 금방 잊지만 말이야. 배신한 사람은 평생 그거 안고 살아가는 거야. 죄책감과 미안함 같이 찝찝한 기분을 평생 가지고 사는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정 안디면 화영이 누나를 형이 맡아. 화영이 누나나 나 같은 사람은 일반 사람이 감당을 못해. 형 정도 난 사람이라면 모를까. 우리 안에는 괴물이 사니까 말이야."
"몇 시에 퇴근이냐?"
"여섯 시. 왜? 오게?"
"어, 저녁이나 먹자. 너한테 줄 것도 있고, 물어볼 말도 있고."
"알았어요. 그러면 우리 가게로 와요."
성환이는 여전히 부모님에 대해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있었다. 화영이 말대로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해 보였고, 기왕지사 치료를 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편이 나았다. 화영이의 카드도 줄 겸해서 한 번쯤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우리 집 바로 앞에서 계룡시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있어서 그것을 타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정류장을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타려는 버스가 아닌 버스가 지나갔다. 버스 광고편에 세우리 척추전문 병원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못된 생각이 머리 속을 재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병원광고를 보자, 김진수의 아버지가 병원의 의사라는 게 떠올랐고, 의사라는 계층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구조의 직업인지가 떠올랐고, 아버지가 없는 김진수가 징징거리는 것이 떠올랐다. 미진이에게는 복수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상대가 김진수라면, 나를 때린 적이 있는 김진수의 아버지라면, 내게는 그 부자에게 복수할 적어도 20가지 이상의 이유가 쉽게 떠올랐고, 떠오른 생각은 점점 내 안에서 구체화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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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 신작 소설을 하나 쓰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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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을 쓰다가 지금 발견한 건데, 시선집중이라는 배너에 제 소설이 두개나 있네요. 수학선생님 정보경이랑, 로또 2등에 당첨됐었다. 하하 3회차를 쓰고서 전혀 인기가 없어서, 추천수 100이 넘는 인기소설을 만들겠다고 공언한지 15회만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소설이 된 것은 모두 응원을 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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