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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8:33 1,188회 0건
<프롤로그>

한 10년도 더 된 옛날, 그러니까 한 40세 전후 쯤의 일이 되겠네요.
중소기업의 전산담당이었던 저는 하루 종일 컴을 하는 것이 일과였지요.
물론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보수 관리하는 본연의 업무로 밤샘을 할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한가한 시간이 더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그 즈음에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신문을 보니
세이클럽이 가입자 1000만을 넘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의미를 가진 숫자였습니다.
20~50세 정도로 범위를 한정해 놓고 보면 2명 중 1명은 가입했을거란 계산도 나오고...

하여간 인터넷엔 남녀간 만남의 꽃이 활짝 피었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시기에나 바람둥이의 무용담이 과장을 덧붙여 퍼지기 마련입니다만,
소심한 저도 몇몇의 성과(?)를 얻었던 바가 있어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채팅을 통해 헌팅했던 경우는 당시 세이클럽을 통해서가 전부였습니다.
그에 앞서 스카이러브라는 곳이 입소문을 탈 무렵엔 헌팅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았었지요.

머~ 본격 야설이라기 보다, 그냥 "어떠한 식의 일이 전개되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다"하는 정도랄까요...
본 "회상" 제목으로는 서너개 정도의 글이 이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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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시

여자는 모르겠지만 남자라면 대부분은 헌팅의 대상자를 "미시" 계층을 떠올릴 듯 합니다.
ㅎㅎ~ 이거... 미시를 그런 부류로 낙인 찍는 건 아닌데, 자칫하면...
그만큼 여러 면에서 매력적이라 관심을 받는 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 즈음엔 컴에 세이클럽을 접속해 놓고 업무를 보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면 간혼 여자가 먼저 쪽지를 날려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었지요.
여자 입장에서 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0건 중에 1건 정도는
그래도 대화가 이어지곤 했습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누가 먼저 말을 걸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건 누가 먼저 말을 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몇 마디 하다보면 대화의 의사가 있는지 아닌지 감이 옵니다.
일단 만남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타진하기 위해 "어디냐?"도 기본 질문 레파토리였고,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뭐하는 분이냐?" 또한 필수 질문거리였지요.
적당히 가능성 있는 거리가 된다싶으면 "우와~ 가깝네요! 반갑습니다!"하는
오버 액션도 곁들이고... ^^""

---

나이는 몇 살인가 적었고, 당시 직장과 같은 방향의 인접 도시였다.
외국계 은행에 다니다 결혼하면서 퇴직하고 지금은 주부란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나면 시간 여유가 있다길래 어디 가까운데 드라이브나 나가자고 제안했고
상대는 당연히 그럴거라는 듯 별 거리낌 없이 승락했다.
사실 그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농담처럼 한마디씩 툭 던지는 말을 통해 감이 오기 마련이다.
"아~ 이 여자도 생각(?)하고 있구나...!"

그렇게 해서 호리호리한 듯 날씬한 미시를 만나게 되었다.
가꾼 몸매라기 보단 체질적으로 살짝 마른듯한 몸매에
튀지 않는 일상적 원피스를 입고 자켓 하나 걸친 차림새가 나름 센스있는 코디였다.
외곽으로 방향을 잡고 느긋한 드라이브를 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지만
사실 원나잇의 의미를 담은 소재를 적당히 섞는 것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얘기를 편하게 할 때 쯤이면 때때로 농담도 해가며 일부러 살짝 장난도 친다.
"가만 있어봐요~ 제가 가끔 이런 장난도 잘 쳐요~"하면서
조수석에 앉은 그녀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 찌른다.
그러면 "아이~"하면서 깜짝 놀라는 듯 몸을 움츠리며 눈을 흘기고...
분위기는 좋은데 불행히도 한적한 외곽에 있을 법한 카페도 없고 모텔도 없다...
한바퀴 돌아서 코스는 집방향으로 향했는데도 서로가 의미심장한 언질만 오갔을 뿐
구체적인 것에서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만 간다.

물론 오늘이 아니어도 상대가 호의적이니 다음 기회도 있겠지만,
밑져봐야 본전란 생각으로 찔러나 보자하고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이런 얘기... 참 조심스러운데요.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상대방이 내가 자신을 가벼이 여기는 거라 생각할까봐 조심스러운데요.
절대 가벼이 여겨서 그러는 건 아니구요.
같이... 자고 싶어요...
물론 아직 준비가 덜 됐거나 거부감이 든다면 편하게 얘기하면 돼요"
머~ 이런 정도의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는 그냥 자신의 발만 내려다보며 무언의 승락을 하고
난 과감히 차를 돌려 그나마 한 곳 보아두었던 모텔을 향해 달렸다.

회사엔 자료수집을 핑계로한 외출 시간에 이루어진 그녀와의 동침.
내 물건이 큰 편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몸안은 깊지를 않았다.
대략 2/3쯤이 들어가선 무언가 벽에 막혀 있는 듯, 내 물건에 불편한 압박이 느껴진다.
불편하니 쾌감이 상승하지 못하고 긴 시간을 삽입하고서도 결국 사정을 못하고 끝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그녀는 왠지 조용했고 난 외도 후의 심리적 공황으로만 생각했다.
다음날 세이클럽으로 쪽지를 하니 거부되어 있고, 문자를 넣어도 답이 없다.
"애초부터 그냥 그렇게 한번의 만남으로 끝내려 했던 걸까?"
분위기를 보았을 때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던 입장에서
아쉬움 때문에라도 얘기를 듣고 싶어 문자를 넣었더니 며칠 후에 대화창이 열렸다.

핵심은 섹스했을 때 자기는 좋았는데 내가 사정하지 않아서 스스로가 만남을 지속할 자신이 없단다.
내가 싫어서는 아니었다고 이해를 구하려 해도 그녀의 마음은 이미 굳혀진 뒤었다.
첫 데이트 드라이브 때, 자기는 불임이어서 시험관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그녀는 여자로서 남자에게 만족을 주는 여자이고 싶단 컴플렉스가 있었던 듯 싶다.
자신의 남편은 자기랑 섹스하는 것이 제일 좋다며 사정도 잘한다는데
내가 사정을 못했던 것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의 아픈 부분을 찔렀던 듯 싶다.

그녀 역시 아이를 사랑하고 남편과의 사이도 좋은 듯 했지만,
여자로서의 좌절을 겪었던 심정이 자신을 온전히 여자로 느껴주는 남자가 필요했던 듯 싶다.
잠시라도 현실에서의 트라우마를 덮어버리고 오로지 자신이 꿈꾸던,
자기가 사랑받는 여자이고 싶던 그런 마음이 외도를 행하게 했었던 듯 싶다.

사람은 다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며,
밖에서 소위 말하는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라 하더라도
단순히 동물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 이상의 사연이 있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 사는 그런 사람을 끄집어내어
손가락질을 할 필요까진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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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늘어놓다보니 외도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미화 시키고 합리화 시키는 건 아닌가 하고 반성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구요.
그냥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숨겨진 한 단면을 돌이켜 본다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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