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찾아왔습니다!
방학 때는 무척 바쁘다가 개학직전 8월말에는 오랫만에 해운대에 놀러갔다가 왔구요~
(역시 해운대 짱짱!! 헌팅도 많았고, 재밌었어용~~)
개학하고는 동아리에, 친구들이랑 노느라 이제서야 슬며시 들어와보네요~
모두들 잘 지내셨죠?
제글을 봐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업데이트를 못했던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평소에 틈틈이 쓰면서 모아두는데 편집을 못해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편집해서 올리곤 합니다.
이번에 추석연휴 덕분에 친척들 방문하는데 차에 앉아서 정리할 시간이 많이 생겼었어요~
부모님께는 과제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뒷좌석에서 넷북으로 편집했었구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이어서 갑니다!!
78.
여잔...
가끔은 아무 이유없이 화장을 하고...
약속도 없으면서 근사한 옷을 차려입고...
마땅히 갈 곳도 없으면서 서둘러 걸어가기도 해...
79.
탁.
모든 연락을 무시하고 무작정 택시를 탄 나는 효촌동으로 가달라는 한 마디만 한 채, 대화를 건네려는 아저씨의 모든 말에 대꾸없이 창 밖만 바라봤다.
문을 닫고 집에 들어온 나는 불도 켜지 않은채 벽면에 곰팡이가 슬어있는 어두침침한 현관 앞에 쓰러지듯 웅크려 앉았다.
여느 때와 같이 얼굴은 보이지 않는 다리사이에 기댄 채, 두 손은 깍지를 끼고 앉았다.
그리고는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오른손에 나 있는 혹을 만지작 거렸다.
/나란 인간... 도대체 난 정말 누굴까? 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말 살아야 하는걸까?/
한참을 꼼짝않고 똑같은 질문을 계속 던졌다.
질문을 계속 할수록 몸이 떨리고 더 많은 사념에 사로잡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예전의 내가 나았던 것 같아... 비록 아팠었지만...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잖아... 이젠 전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내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내가 할 수 없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너무나 큰 화살이 되어서 박혀.../
/내가 연예인 곽지민과 단순히 닮은 거지 내가 곽지민은 아니잖아?/
또르륵.
또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난 내 상체를 더 깊숙히 파묻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많이 지난 것 같았다...
밥맛도 없었고, 보민이는 연락도 없이 계속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때로 끓여 먹는 라면도 어떨 때는 너무 짰고 어떨 때는 물이 너무 많아 싱거웠다.
거기에 가끔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공포와 함께...
남자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고, 추행을 당하고, 강간을 당했던 장면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럴때마다 내 얼굴은 더 깊이 파묻혀갔다.
그리고는 또 다시..
금새 내 머리 속은 며칠째 똑같이 "나란 누굴까"라는 질문이 그 장면을 대신했다.
계속 되는 질문이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조 선생님이 처방해 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난 여전히 현관 앞에서 웅크리고 기대 있었다.
여름도 끝무렵에 들어서는지 한 여름에 비해 그 강렬함이 시들어버린 그 얼굴을 방안으로 조금씩 들이밀고 있었다.
/넌 예전의 니가 아니야../
어느새 내가 앉아 있는 현관 구석까지 다가온 따뜻한 느낌은 내 다리의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 그림자는 내 마음에서 어떤 목소리 하나를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동시에 조 선생님이 내게 해주셨던 말이었다는 게 기억났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내게 무엇인가를 말을 하려다가 그만 뒀던 것도 기억이 났다.
[...!!]
난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바로 조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 수아야! 예쁜 아가씨가 이 시간에 웬일일까?]
선생님은 신호음이 두 번도 채 울리기 전에 내 전화를 받아주었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난 가슴이 벅찼다.
[흐흠..아녜요 그냥 뭐 좀 여쭈어 보려구요..]
목이 메이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만나서 얘기할까?]
뭉클함.
[...아뇨~ 그냥 전화로 물어볼래요]
/죄송하기도 하고...어차피 별다를게 없을 것 같거든요... 이만해도 정말 감사해요/
[그래도 괜찮겠어?]
난 잠시 뜸을 들이다가 속사포같이 말을내뱉었다.
[선생님...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누굴까요? 꼭 나는 투명인간인데, 다른 사람은 다 저를 볼 수 있고... 나만 나를 못봐요...]
[...수아가 벌써 그걸 고민하고 있었구나...]
나와 같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조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에게 답을 해온다.
[벌써 알고 계셨어요?]
[응... 그랬지... 수아야 잘 들어봐...]
[네..]
[선생님이 마지막 힌트를 줄게... 더 이상의 힌트를 준다면 수아 네가 혼자서 헤쳐갈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
걱정스러운 말투의 선생님.
[펜을 꺼내서 적어도 좋구.. 나중에라도 계속 고민해봐...]
[......]
[사람들은 말야... 정체성 형성에 다른 사람의 평가, 사회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네...]
선생님 방에 걸려있던 액자가 생각났다.
[그런데 그런 평가와 판단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누구라고 생각하니?]
난 곰곰이 고민을 해보았다.
[...본인...이겠죠..?]
[그래 수아야... 선생님은 비록 다른 사람의 평가와 사회적인 판단이 자아 정체성 형성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를 했지만, 그건 일부분일 뿐이야. 선생님의 논문의 가장 큰 주제는 이거였어. "정체성 형성은 주체로서의 본인과 객체로서의 사회의 끊임 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거야...]
[......]
[어렵지?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만나서 해야하는데...선생님이 예를 하나 들어볼게... 자기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이 "너 완전 못생겼어", 혹은 "너 왜 그렇게 생겼냐"고 말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냥 무시할 것 같아요...]
[그래.. 그게 한 인격체가 주체로서 정체성 형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거야...]
선생님은 너무나도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런데... 제가 너무너무 힘들어하는건... 선생님이 말씀하신 예와는 달리 제가 가질 수 있는 판단 기준 자체가 없잖아요...]
하지만 내가 아까부터 고민하고 있던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듣고 있는것 같아 답답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맞아 수아야... 선생님이 그게 너에게 주는 마지막 힌트가 될 거라고 한거였어..]
[그게...무슨...]
난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왜곡된 이미지이건 진실된 이미지이건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갖고 있지... 그 기준은 부모로부터 받았을수도, 친구로부터 얻었을수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민감해하고 힘들어하고 그렇게 평생을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다가 죽어. 하지만 만약 수아 너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백지라면 어떻게 될까?]
[...전혀 모르겠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목소리를 타고 흘렀다.
[음... 그럼 딱 하나만 더 말해줄게 수아야...]
이제는 걱정스러움이 섞여있는 어투로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긴 정체성이 곧잘 자신의 한계가 되어버린단다... 사회유지 측면으로는 개개인의 한계를 정할때 장점이 있어보이지만 개개인의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혹은 성격보다 훨씬 적은 능력만 발휘하게 하거나, 진짜 자신의 성격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어 버린단다... 사회는 그런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라는 무기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하고있고...]
/...!!!!/
한동안 수화기 너머로 대화보다 더 깊고 의미가 있는 침묵이 오고갔다.
/그래...내가 비록 보이진 않지만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한계가 없다는 건내가 내 자신을 한계를 정해 갇힐 수도, 한계없이 확장해 나갈 수도 있는 거네.../
선생님 수화기 너머로 아이들이 칭얼대는 소리가 들리자 선생님이 다시 대화를 이어온다.
[수아야... 이해했니? 그거란다... 행복하게 지내렴...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 신이 있다면 지금의 수아는 신의 축복이라고 했던 내 말 기억나지?]
[네...]
[그럼 이만 끊을게~ 우리 아이들 밥 달라고 난리야~ 호호호]
[죄송해요 선생님...]
탈칵.
슬라이드를 닫으며 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로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 자신있게 서긴 했지만 여전히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서 있자 내 생각은 또 다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죄책감을 느끼며 희고 역겨운 액체를 닦아 내던 내 모습...
/한 가지 이상한 건...내가 그 순간은 기분이 이상했지만 종진씨가 해줄 때 아랫배에서부터 쾌감이 퍼지기 시작했었어... 대체 뭐였지?/
나도 모르게 왼손이 슬그머니 아랫배 위에 얹혀졌다.
/어떻게 보면 행복했던 느낌이었는데... 종진씨 말대로 내가 섹스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혹시 그게 행복일까?/
순간 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스스로 깜짝 놀랐다.
도리도리.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나에게 스스로 자책한다.
/미친년. 걔는 널 강간한 애야! 어떻게 걔를 그렇게 미화할 수 있니?/
/하긴... 사랑없이 섹스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야!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가 있겠어!/
좀전까지 내게 자책하던 난 갑자기 화가 났다.
세면대를 두 손으로 쾅쾅 내리칠 정도로 순식간에 머리 끝까지 화가 차올랐다.
한참을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치자 또다시 분노가 사그러들더니 다른 생각으로 옮겨갔다.
/아니지, 그렇게 당했던 내가 병신이었지.../
팬티를 빨다가 사람이 들어오자 놀란 나머지 떨어뜨려 발로 밟아버렸던 내가 떠오르자 창피함에 진저리를 치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핫! 졸라 웃겨 씨x. 그때 정말 병신 같았을 거야. 그 사람 표정 기억나? 아하하하핫..]
난 배를 잡고 웃었다.
난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울다가 웃고, 짜증내다가 자책하고, 가끔은 섹스당시의 쾌감을 떠올리기도 했다.
/행복하게 사는거야.../
[...!]
흠칫.
가슴에서 내게 속삭였던 아까전보다, 이번에는 훨씬 아래쪽인 아랫배에서부터 나에게 말이 전해져 왔다.
씨익.
80.
보이지는 않지만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며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샤워를 말끔히 하고 나왔다.
지난 주에 보민이와 함께 샀던 하나 남은 검은색에 회색레이스로 포인트 되어 있는 브라팬티세트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아이보리색 레이스탑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보민이꺼라 크지 않을까 걱정스레 몸에 대어 봤는데 신기하게도 내 몸에 딱 맞는 원피스였다.
/어? 신기해! 내 몸에 딱 맞는걸?/
/예쁘긴 한데... 옷이 가슴부분에 걸려있네.../
옷이 가슴부분까지밖에 안보이는 것을 보니 어깨 부분과 쇄골부분은 다 드러나있는 듯 했다.
보민이의 키가 나보다 작은건지 밑단은 허벅지 중간부분쯤 되는 곳에서 나풀거렸다.
검은색 브라끈만 어깨부근에 걸려있었다.
/뭐... 어때.../
/아냐... 브라끈은 투명색으로 하는게 맞겠어.../
난 다시 속옷부터 새로 입은뒤에 옷 매무새를 만지고 다시금 거울 앞에 서봤다.
옷 바깥으로 속옷의 흔적이 없다는것을 확인한 뒤 허벅지 부근에 걸려있는 원피스 밑단 자락을 정돈하고는 코발트 블루색 벨트를 마지막으로 매치하고는 우드뮬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구두도 하나 사야겠어! 계속 이 신발을 신고 다니기는 이상해.../
늦은 여름에다 늦은 오후였지만 밖으로 나와보니 집안과는 다르게 따가운 햇살과 무더위는 여전했다.
난 핸드폰을 열어 그동안 확인하지 않은 메세지를 확인해 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넘어있었고 24통이 새메세지로 와있었지만 메세지함이 꽉차서 최근 메세지는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대충 보니 형돈이나 영욱이한테서 온 메세지라 전체삭제를 누르자 순식간에 또다시 100통의 메세지가 들어왔다.
난 모두를 다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한 번 더 전체삭제를 눌렀다.
그러자 2통의 가장 최근 메세지만 들어왔다.
띠링.띠링.
/안녕하세요! 지미퓨 매니저 최인철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사신 신발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부터 가을 신상품이 나오니 매장에 방문하셔서 착용해보세요!/
[와~ 타이밍 좋다~ 조만간 가봐야지~]
첫번째는 구두 매장에서 문자가 온 거였다.
두번째는...
/이쌍년아..문자랑전화계속씹어대네..이제는걱정되서그러는거니까한번만연락줘라..니집에도가봤는데인기척도없고..어딨는거냐?/
현성이였다.
난 순간 화가 났지만 문자의 내용을 보고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는 걱정이 되어서 연락한 거라고?/
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폰을 만지작거렸다.
/종진씨 말고도 현성이도 나에게 해서는 안될 일을 했었지?/
그 순간,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아랫배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 왜 이래../
손가락 발가락 하나 하나, 그리고 젖꼭지 끝까지 나의 모든 게 전율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혔고 눈물까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털썩.
난 그 자리에서 휘청이며 주저앉고 말았다.
무서움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뭐지? 종진씨랑 현성이를 동시에 생각한 것밖에 없는데 무슨일이 생긴거야?/
이번엔 이유를 모르는 몸의 반응때문에 한참동안 공포로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나 왜이래.../
왼쪽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륵 흘러내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 부들부들 떨렸던 몸이 진정이 되자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큰길로 나서기 전이라 다행히 그 시간동안 내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난 옷 매무새를 정돈하면서 팬티가 축축하게 젖은 걸 알아챘다.
/너 혹시 느낀거야? 진짜 미친 거 아냐?/
마음 속으로 날 자책하는 동안 몸은 어느새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 근처에 도착했다.
난 무심코 안에 현성이가 있는지 살펴보러 했다.
[야!]
편의점에 다가서자 내 뒤로 고함소리가 쾅하고 들렸다.
난 깜짝 놀라 돌아서자 현성이가 서있었다.
[넌 도대체 뭐하는 년이냐?]
[......]
/뭐야... 좀 전 문자는 그냥 보낸건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폰을 꼬옥 쥐었다.
또 다시 몸에서 전율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입고 어디가냐?]
[너...]
난 무시하고 내 말을 이어갔다.
[내가 뭐?]
[내가 걱정된다고 문자했던데?]
[크흠.. 내...내가 언제?]
입모양을 보니 욕을 함께 내뱉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었구나... 알았어..]
난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아... 씨x, 또 어디가는 거야...너!]
현성이는 내 팔을 잡으며 소리를 질렀고 현성이의 힘에 의해 내 몸이 빙그르르 돌았고 현성이의 얼굴이 보였다.
아까부터 몸에서 일던 전율이 현성이에게 팔이 잡히자 더 크게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성이의 화가 난 얼굴이 보이자 나도 화가 났다.
/왜 니가 화내는데?/
[아 진짜! 니가 뭔 상관인데!!]
내가 덜덜 떨며 쏘아붙이자 현성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네가 나한테 왜 화내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내가 어딜 가든 니가 뭔 상관이야?]
나는 다시 돌아서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내 등 뒤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씨x. 걸레년 주제에...]
[뭐...뭐라고?]
[ㅈ같은년아! 미안하다고... 그저께 알았어... 종진이 형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
이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씨x, 그저께 우연찮게 근처에서 형을 만났는데... 형이 니 얘길 하더라고... 너 그렇게 해놓고 옷을 다 가지고 도망친 거 말야...]
[됐어... 그만해.. 더 이상 그 때 일은 듣고 싶지 않아...]
또 다시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몸을 겨우 가누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무튼, 미안하게 됐어...]
[......]
/미안하다라.../
사과를 절대 할 것 같지 않던 이미지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본인도 어색한 것인지 엉거주춤한 태도로 사과를 하는 모습에 표정이 영 이상했다.
그 어색한 표정의 사과는 신기하게도 몸의 떨림이 멈추게 만들었고 가슴이 아릿한 고마움의 감정이 차올랐다.
[야!]
[어? 왜?]
내 양 어깨를 잡으며 흔드는 현성이 때문에 몸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현성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근처에서 술 한 잔 안할거냐고?]
또 내가 못 들었었나보다.
[너 알바는?]
[오늘 그만 뒀음]
[왜?]
[나랑 술 한 잔 하면 얘기해줄게...]
[......]
/그러고보니 나 어딜가려고 준비했더라...?/
[갈거면 가고... 별로 중요한 약속 아니면 째!]
내가 머뭇거리자 현성이는 다 안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알겠어.. 지금 갈거야?]
[오케이.. 가자!]
내 어깨를 감싸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더니 날 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81.
영등포로 나온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현성이는 이 곳의 지리에 익숙한듯 내 손목을 붙잡고는 코너를 돌아 들어갔다.
현란한 불빛과 맛있는 냄새는 사람들사이사이를 돌고돌아 길가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야 담배좀 사올테니까 뭐 먹고 싶은지 좀 둘러보고 있어라~]
[어.. 알겠어~ 넌 뭐 먹고 싶은데?]
[웬만하면 소주로 가자? 오케이?]
현성이는 오케이사인을 내보이며 골목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치킨집도 많고~ 곱창? 우엑~~]
생물학 책에서 봤던 내장 그림이 떠올랐다.
/저걸 먹는다고?/
진저리가 난다.
[저기 언니야!]
그 때 갑자기 내 왼쪽으로 누군가가 불쑥 다가오면서 내 팔을 붙잡아 나를 멈춰 세웠다.
돌아보니 언니라고 부른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내가 당황할 틈도 주지않고 이 남자는 말을 걸어왔다.
[언니 고딩아니지? 저기 우리 일행 있는데 같이 술 한 잔하자~]
[어.. 아니 나 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여자친구? 그럼 둘 다 같이 가면 되지 우리는 셋이거등! 헤헤~]
내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 남자는 더 가까이 다가와 내 허리에 손을 대고 자신의 일행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왁스인지 젤인지 잔뜩 발린 머리칼은 하늘로 솟구쳐 자신의 작은키를 커버하려는 것 같은 이 남자의 웃음소리는 웬지 정이 안갔다.
[아니.. 남잔데...]
[아~ 그래? 그럼.. 걔랑 놀다가 재미없으면 우리한테 연락해~]
갑자기 내 손에 들고 있던 폰을 가져가더니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니.. 뭐하는...]
[예쁜 언니~ 연락할게 알았지?]
[아니... 잠깐만...]
난 어이가 없었지만 오히려 이 남자는 어이없어하는 나를 보고 능글맞게 웃고는 자리를 떴다.
/뭐야... 재수없게.../
마침 담배를 사온 현성이는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는 고민해보라는 말은 예의상 한 말인지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곱창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야! 한 잔 해!]
곱창이 나오기도 전에 내 잔에 소주를 채워주고 자기는 자기 잔에 스스로 채우는 현성이었다.
[건배!]
현성이랑 나는 한 잔씩 마셨다.
[쓰읍~]
소주의 쓴 맛에 나는 표정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
막상 술을 마시러 오긴 했는데 어색한 느낌이 없어지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야! 그...]
나를 이리저리 쳐다보더니 한참의 침묵을 깨고 현성이가 말을 꺼냈다.
[너.. 그때 어떻게 됐었냐?]
현성이의 말투는 그 때 일을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
[주인아저씨한테서 옷 빌려서 집에 왔었지..]
[아 진짜? 다행이었네... 별다른 일은 없었고?]
[..어...]
나는 불현듯 심술궂은 두꺼비같이 생긴 주인아저씨가 떠올랐지만 아무일 없었던 듯이 대답했다.
[근데 갑자기 왜?]
[아니... 종진이형이 니 얘기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더라고... 그래서 너 걱정되서 연락해봤는데... 연락도 없고 그래서 걱정이 됐어..]
/그냥 했던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나봐.../
자연스레 몸을 테이블에 기대며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현성이에게 몸을 가까이 갔다.
미소가 나도 모르게 지어졌다.
[근데... 니가 걱정을 왜 해?]
[아... 아니야... 한 잔 더해~ 걸레 같은년아~ 왜 실실 쪼개? 벌써 취했어?]
현성이는 당황한 듯이 술을 채워주었다.
[치...]
/뭐야.../
현성이에게 기울였던 몸을 다시 의자등받이에 기댔다.
더 이상의 심각한 얘기 없이 내가 오늘 입은 옷을 가지고 패션에 관한 얘기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난 조금씩 마셨지만 금새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띠로로~]
때마침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언니? 아직 혼자면 우리랑 놀자~ 연락해!/
[누구야?]
[아... 아까 너 담배사러 갔을때 누가 내 번호 가져갔는데 같이 놀자고 연락왔어~]
[아~ 새끼들... 양아치짓 하고있네~]
[좀 느끼하게 생기긴 했었어 호호호~]
현성이 잠깐 말을 끊고는 담배 하나 꺼내물고 불을 붙인 현성이는 한 모금의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을 이어간다.
[너 진짜 신기한 애 같애...]
[무슨 뜻이야?]
[가끔은 지금 니 모습과 완전 딴판인 성격이 가끔 보여서... 어느게 진짜 니 모습일까 궁금해...그게 니 매력일지도 모르지... 크큭]
[저번에도 그런 얘기 한 것 같은데? 내가 취하고 난 다음에 다시 술을 마셨다고 했잖아...]
[아.. 그랬나? 무튼 넌 참 알다가도 모를 애야~ 참 요즘 니 남친은 잘 지내냐? 크큭...]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지끈.
또 뇌세포는 과부하가 걸렸다는 걸 말하길 원하는 듯 다시 엄습해오는 두통.
난 왼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고개를 숙였다.
[......]
[너, 혹시... 헤어...졌냐? 하하하~ 하긴 그날 니 남친 연락씹고 나한테 너무 매달리긴 했었어~~]
그 순간 내 기억속으로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단지 내 기억속에는 난 구경꾼이었다는 것만 달랐을 뿐...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혼란의 물결에 사로잡혔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너울처럼, 아니 내가 계속해서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또르륵.
또 눈물이 차오르더니 내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어떡해?]
[씨x년, 그러니까 좀 작작 밝히지...]
[그게 아니란 말야...]
[아니긴 뭘 아냐... 적어도 니년의 좆 밝힘증이 원인인거지...]
[넌 날 몰라!]
[모르긴 뭘 모르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알고 있는데 나원참... 남친이랑 헤어지고 나서 왜 내 앞에서 질질 짜고 있냐? 이 씹걸x년아...재수없게시리...]
현성이는 투덜투덜대며 테이블에 있던 냅킨 두 장을 뽑아서 건네준다.
/머릿속이 너무너무 복잡해.../
[나 술 한잔 줘봐!]
[으이구...이년아 그래. 한 잔 마시고 다 잊어버려. 그 놈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성이는 나름 위로해준다고 했지만 계속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아~ 너 왜 자꾸 남친이랑 헤어졌다고 하는거야!]
[에휴.. 너 같은 년 많이봤어...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게 하면 남자가 돌아올 것 같고...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는 지 여자가 딴 남자랑 놀아나는 거 못 참는다!]
현성이는 술 때문인지 열성적으로 얘기를 해서 그런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계속 여자의 뒤끝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난 계속해서 머리를 짚고 있었다.
/혹시 진짜 나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나?/
이쯤되자 내 기억이 잘못 됐나 싶었다.
[그니까 그냥 잊어버려...잊어버리라구...]
그 사이에 술을 몇 잔 더 마신 현성이는 렉 걸린 동영상인양 잊어버리라는 말을 계속했다.
[알았어! 알았다구! 원래부터 기억에도 없었어~ 그니까 잠시만 기다려봐봐.]
[그래! 그런 태도 좋아! 자! 망각주로 한 잔 더 해! 자 건배!]
[응응~?]
정신도 못차리게끔 몰아부치는 현성이 때문에 얼떨떨했지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니 기억력을 위하여!!]
[뭐야! 푸훗!]
결국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자! 2차 가자~]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더니 자리를 옮기자는 얘기를 한다.
[뭐이렇게 급해? 갑자기 2차라니?]
[원래 기분 꿀꿀한 날은 신나게 소리질러서 푸는 거야!]
[치...]
현성이가 얼른 계산을 나가서 하고는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근처에 있는 노래방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현성이는 이제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음악의 비트소리,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형! 올만이예요! 아직 여기서 일해요?]
현성이는 또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분은 머리가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아서 외모로는 30대는 족히 되어 보였다.
[가끔 봐주는 거지... 너도 알잖냐 노래방 알바가 일에 비해 제일 짭잘한 거~]
[하긴 그래! 잘됐다 헤헤! 형~ 좋은 방 하나 시간 풀로 넣어줘!]
[참 안그래도 물어볼 참이었는데... 이열~ 이분 누구시냐?]
남자분은 아까부터 현성이의 말을 듣는둥마는둥 무시한 채 계속 나만보고 있었고 슬슬 난 무안해지려던 참이었다.
[여기? 요즘 가깝게 지내는 여자애~ 인사해! 여기는 태훈이형이야. 얘는 수아~]
[어유 안녕하세요? 미인이시네요!]
[아...네~ 반갑습니다. 신수아라고 해요~]
[어유 수아씨.. 몸매가~]
[감사합니다 헤헷~]
/어느새 익숙해졌나봐... 칭찬을 받는게 역시 좋긴 좋은 거였어.../
난 웃으며 답했다.
[씨x년. 눈웃음 치는것 봐~ 형! 어유.. 침 닦고 정신 좀 차려! 몇 번방 가면 돼?]
현성이는 괜히 야단스럽게 말을 가로막는다.
[보자...저기 안쪽에 8번방 들어가면돼~ 수아씨 8번방으로 가시면 되요~]
[고마워요 오빠~!]
[어쭈 누구보고 오빠래~? 얼른 너 먼저 들어가있어~ 잠깐 형이랑 얘기하고 들어갈게!]
[치~ 알았어!]
두리번 거리면서 난 8번방을 찾아 갔다.
[여기구나?]
밖에서 봤을 때는 오래된 건물이긴 하지만 방안에는 향기도 나고 벽지도 하얀 게 약간 고급스럽게 꾸민 흔적이 보였다.
난 잠깐 앉아서 두리번거리자 소변이 마려왔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였지... 태훈오빠한테 물어봐야겠다~/
[야! 진짜? 그래서 종진이가 찾아내기 전에 니가 먼저 찾았구나? 다행이네 큭큭... 새끼~ 쟤가 그렇게 좋냐?]
[어 형! 쟤 때매 입대 날짜 미루려고 병무청에다 전화까지 했다니까? 씨x.]
[니가 그러니까 적응 안된다~ 쟤 때문에 여친이랑 깨지고 잘하는 짓이다]
[뭐... 어차피 군대 들어가니까... 헤어지고 들어가야지~ 요즘 여자애들 기다리는 애들 어딨냐?]
[그럼 쟤는 기다릴 거 같냐? 어? 수아씨?]
카운터에 서 있던 태훈씨가 복도 앞에 서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얼른 걸어나오며 아무 것도 못 들은 척했다.
[태훈오빠... 저... 화장실이 어디예요?]
[1층에.. 이 키 가지고...]
[고마워요...]
[......]
현성이는 아무말 하지 않고 내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슨 이야기였지...날 좋아한다고? 그리고 군대 들어간다고?/
우선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남녀 공용 화장실.
들어가서 안에서 문을 잠그고 살펴보니 다행히 좌변기가 아니었다.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는 변기였다.
[다행이다...]
무엇이 다행인지 나 스스로도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날 좋아해줘서 다행이라는 건가? 더 이상 얘를 안 봐도 되서 다행이라는 건가?]
얼른 볼일을 마치고 손을 씻었다.
깨끗한 손으로 다시 옷 매무새만 간단히 고친 뒤 내려왔다.
내려와보니 현성이는 방에 들어갔는지 카운터에 보이지 않았고 태훈씨만 있었다.
[여기 화장실 키예요~]
[감사감사! 수아씨는 몇 살이예요?]
[호호 여자 나이는 묻는게 아닌데~ 오빠는 몇살인데요?]
[전 스물아홉이요]
[당연히 전 오빠보다 동생이겠죠?]
/혹시 나이많다고 알아채는 건 아니겠지?/
난 두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태훈오빠에게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렇겠지~~ 대학교1학년? 그럼 나 말 놔도되지? 이것도 인연인데 자주 놀러와~ 서비스 많이 넣어줄게~]
태훈오빠는 술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그나마 대학생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방에는 들어가지 않고 이미 목청껏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부르고 있는 현성이를 쳐다봤다.
/입대한다고?/
8번방 문손잡이를 잡는 그 순간 뭔가 마음이 아려왔다.
/이거... 왜 이래.../
/날 강제로 했던 애랑 같이 술먹는 것도 이상한데... 마음까지 흔들리다니.../
[미쳤구나... 신수아...]
난 내가 현성이를 진짜 좋아하는지 아닌지 의심이 갔다.
/내 마음이 가기 전에 몸이 먼저 가서 마음이 따라가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그냥 얘랑 했던 섹스가 좋아서?/
노래가 끝이 나고 또 다른 한 곡이 끝날때쯤 되었는데도 난 결국 그 방문을 열지 못했다.
82.
태훈오빠의 부름도 뒤로하고 난 서둘러 노래방을 빠져나왔다.
확인하고 싶은게 있었다.
[여보세요?]
[어? 이쁜이? 어디야?]
부담스러울 만큼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원조곱창집 옆인데...]
[아까 우리 만난 곳 알지? 편의점 근처~? 그쪽으로와. 내가 마중나갈게~]
[알겠어요...]
아까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까처럼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단지 그때보다는 비틀거리는 사람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를 보니 현성이었다.
난 심장이 두근거려서 터질 것 같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얼른 핸드폰 배터리를 빼버렸다.
핸드폰이 꺼지자 두근거리는 심장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고 평상심을 되찾을 때가 되어서는 편의점 근처에 다다랐다.
[이쁜이! 남자친구가 재미없게 해줬구나?]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갑자기 내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시간이 지나도 죽지않고 하늘로 솟구쳐 있는 머리카락은 다시봐도 느끼했다.
[남자친구 아니었는데?]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꼭 정식으로 사겨야 남자친구인가? 우리처럼 같이 술먹고 놀러다니고 연락하고 지내면 남친여친이지, 안그래?]
[내가 왜 너랑 연락하고 지낼거라 생각하는데?]
[오~ 이쁜이 까칠한데? 오빠는 여자한테 재밌게해주고 또 잘해주거등~ 그래서 너도 이 오빠랑 연락하고 지낼걸?]
[진짜지? 재밌게 해줄거지? 좋아! 가자!]
[저기에 우리 일행 있어~ 이쁜이? 이름이 뭐야?]
[보민이야.. 남보민...]
나 스스로도 놀랬다.
한번 보고 말 사이라 내 본명을 말해주고 싶지 않아서 다른 이름을 말해야지 생각은 했다.
하지만 보민이의 이름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은 한적이 없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나왔고 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민이의 이름을 말해 놀랐다.
[그래 보민이~ 오빠는 재형이라고 해~]
가게에 들어서니 전형적으로 술을 파는 곳이었다.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자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오~~ 어서와요! 이제야 짝이 맞네~]
[이름이?]
[보민이래~ 인사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끌벅적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자~ 이제껏 너만 여자분 못 모셔와서 남자여자 따로 앉았는데 이제 그럼 파트너 정해서 앉기로 하자!]
[그런게 어딨어! 방금 데리고왔는데!]
[그냥 해~오빠! 우리도 이제 슬슬 남자 옆에서 먹고 싶던 차였어~]
[그럼 나는 보민이랑 앉을게 너희들끼리 알아서 섞어~ 좀전까지 잘 놀았잖아?]
[그런게 어딨어 임마! 니도 같이 히히덕거리면서 잘 놀아놓고! 쳐맞기전에 앉아라! 보민씨? 여기와서 앉아요~]
[고마워요~ 여자를 계속 세워놓고 뭐하는 거야? 빨리 앉기나 해!]
[오~ 쿨하시네! 맘에 든다! 낄낄~]
[그러게~]
[아 짜증나!]
재형이만 마음에 안드는지 짜증을 내고 있었다.
한편 내 속마음은 달랐다.
/한번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내 모습을 보고 내가 놀랐다.
/이제 정말 내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예전과 달리 이렇게 행동해도 날 놀리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반응이 없고.../
[크흠...]
두근거리는 심장때문에 난 목이 메어 기침을 한번 했다.
[목이 타시나봐? 여기 생맥 한잔 받아~]
덩치가 있고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남자가 생맥주를 따라주었다.
[고마워~]
난 싱긋 웃어주었다.
[난 규철이 오빠야 반갑다~ 너 이 근처에 자주오지? 너 몇 번 본적있는 것 같애!]
[글쎄~ 내 기억에는 너 본적 없는데?]
[그래? 이제 만났으니까 기억하라고~]
규철이는 생맥을 한 모금 들이키면서 왼손으로는 내 관자놀이 부근을 톡톡 친다.
/아... 또 처음부터 소개하고 그래야 되나? 내가 알고싶은 건 현성이에 대한 내 마음이잖아.../
/얼른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하는 거 봐서~]
난 귓가에 대고 웃으면서 규철이가 빨리 내 속을 알아채게끔 허벅지 위쪽을 만지며 얘기했다.
[호오~ 이년봐라?]
규철이는 조그만 소리로 나를 흘겨봤다.
/그래도... 방금 전 행동은 "남자에 미친년"정도로는 보이진 않았겠지?/
난 누구도 모르게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이글거리는 시선을 잠깐 피하려 생맥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럼 지금 나갈까?]
이번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야 좋지~]
[얘네들 뭔데 벌써부터 귓속말을 하고 난리야?]
주변에서 눈치를 준다.
[미안미안~ 너희들도 나눠 앉았어?]
규철이가 얼버무린다.
[난 갈게.. 따라나오든지 마음대로 해~ 요 옆에 편의점에서 5분만 기다릴거야~]
따가운 시선을 마다하지 않고 나는 귓속말로 한 마디를 건네고는 일어섰다.
[나 잠시만 화장실 좀...]
[그래 얼른 다녀와~화장실은 문 밖으로 나가서 복도에 있어~]
재형이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싱긋.
/내가 웃는거... 이제는 정말 다른 느낌일까.../
재형이의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83.
[약한 모습 보이면 안돼... 그랬다간 언제든 주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야...]
내 귀에 속삭이는 누군가로 인해 눈을 떴다.
흐릿하긴 했지만 흰색천장에 가림막을 위한 커튼 레일이 쳐져 있었고 내 주위로는 원래는 새하얀 커튼이었을, 하지만 먼지와 얼룩으로 꾀죄죄한 커튼이 둘러쳐져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수희가 앉아있었다.
/...!!!!/
온몸에 다시 긴장이 돌자, 온몸 마디마디가 후벼파는 고통이 뇌를 쳤다.
특히 아랫배 부분은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었다.
몸이 고통으로 인해 움직여 지지 않았고, 눈 앞이 캄캄해지고 다시금 그 악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살려주세요... 난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년 입니다..]
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정신을 잃었다.
84.
편의점 앞에서 슬라이드를 밀어올렸다 닫았다하며 기다렸다.
불안함과 초조함.
얼마 되지않아 그 불안함과 초조함은 꼭 어릴 적 수녀님들 몰래 못된 장난을 할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챘다.
/현성이... 내가 왜 걔한테 마음이 쓰이는 걸까?/
[휴... 괜히 그랬나?]
그 순간 왼쪽 엉덩이가 화끈거리더니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꽉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돌아보니 규철이었다.
[뭘 서성이고 있어?]
[어? 빨리 나왔네?]
내 엉덩이에 올려져 있는 규철이의 손을 잡아 슬며시 내리며 대꾸했다.
[씨x, 너 땜에 빨리 나왔잖아~ 얼마나 급했으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 속에 들떠있는 표정이 묻어났다.
[......]
난 아무말 없이 음료판매대로 가서 마실 물을 사려했다.
규철이도 날 따라오더니 소주 두 병과 맥주 피처를 꺼내고 내가 집은 물병을 낚아채듯 뺏어서 카운터로 갔다.
[야! 우리 안에 들어가서 한 잔 더 하면서 천천히 즐겨보자~]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모텔로 편의점에서부터 규철이는 내 허리 아래쪽에 손을 얹어 날 이끌고 들어갔다.
/또 다시 모텔이네.../
불현듯 스치는 기억들.
[아줌마 방 있어요?]
작고 낮고 빠른 목소리로 물어보는 규철이.
[어.. 하나 딱 남았어~ 잠깐 쉬다갈거야? 아니면 긴밤?]
[긴밤 주세요~]
[삼만오천원이야~ 재밌게 보내~]
/저기 서서 돈을 낼 때의 쟤 마음은 어떨까? 나처럼 복잡하게 생각은 할까?/
계단 난간에 기대 발끝에서 나의 이런저런 생각마다 흔들리던 신발은 갑자기 다가온 규철이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방 값을 지불하고 키를 건네받은 규철이는 내 왼쪽에 서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난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규철이 품에 쏙 들어간 모양새였다.
[올라가자~]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는 짬도 거의 주지 않은 채, 나를 끌어안다시피 계단을 올라갔다.
동시에 규철이는 기습적으로 어깨동무한 오른손을 쇄골 아래에 걸쳐져 있던 원피스 속으로 넣어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내 두 손은 규철이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서 빼려고 했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누가 보면 어, 어쩌려고 여기서 그래?]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뭐 어때~ 우리 방은 여기 4층이야]
어느새 규철이는 손가락으로 꼭지를 살살 꼬집으면서 돌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너 같이 입고 있는 옷에 손 넣어서 가슴 만져보는게 소원이었거든...]
[참나...너도 변...]
말이 더 이상 나오질 않았고 내 입술이 규철이의 입술로 막혀 버렸다는 걸 느낀 것은 찰나의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며 압박해주고 빨아줬다가 혀로 튕겨 내는 규철이의 키스.
그와 동시에 육중한 규철이의 팔이 으스러질듯이 안아왔다.
찌릿.
/뭐야... 나 이런 짓을 정말 좋아하는 건가봐...? 에휴... 그냥 생판 모르는 남자인데../
[하아...]
강력한 규철이의 키스로 호흡이 가빠져오자 턱을 살짝 돌려 숨을 쉬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규철이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건 그거구... 얘 넘 잘하는 거 같애.../
[읍...]
규철이의 혀가 멈춰있던 내 혀를 건드려서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내 혀가 규철이 그것의 움직임에 반응하자 내 입에서 침이 서서히 고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입 안 잔뜩 고인 침 한 줄기가 턱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로 정신없는 키스가 이어졌다.
/와... 뭔가... 황홀한.../
생각은 이미 멈춘지 오래였고 몇 개의 단어들만 머리 속에서 지금 내 상태를 겨우 말해줄 정도의 박력있는 키스는 내 심장을 콩닥거리는 수준을 넘어 내 귓가에 들릴정도로 쿵쿵거리며 뛰게 만들었다.
[꿀꺽...]
순간 입 안에 고여 있던 침이 순식간에 없어지더니 규철이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바스러질 정도로 안겨 있던 내 몸이 허전한 느낌이 들면서 내 입술을 덮고 있던 것도 사라졌다.
난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나도 모르게 감고 있던 눈을 재빨리 뜨고는 규철이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혀를 돌려 입 주위에 있는 침을 닦았다.
[씨x, 귀여운 얼굴에 색기가 넘친다 넘쳐~ 몸매도 색기 덩어리고~]
그러면서 규철이는 내 얼굴 앞에 자기의 중지와 약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뭔가 반질반질한 액체가 묻어있는 느낌.
[키스만 했는데도 이렇게 질질 싸냐?]
매우 신기한듯, 언젠가 본 듯한 우월감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하는 규철이.
/헐... 만지는 걸 느끼지도 못했는데 언제 내 원피스 아래로 손을 넣었지?/
당황했지만 표정을 안으로 숨겼다.
[......]
난 아무 말 없이 썩소를 지으며 내 눈 앞에 들이민 규철이의 손가락을 두 손으로 잡고는 입에 넣어 묻어있는 액체를 빨아버렸다.
쭙.
[몇 번 방이야?]
옷 매무새를 만지며 이번엔 내가 앞장섰다.
[하하하~ 씹x아, 그렇게 급해? 이 방이야, 그쪽이 아니고...]
내 뒤에서 큰 웃음과 함께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씨...쪽팔려.../
문을 잡고 있는 규철이를 한번 쳐다보고 그대로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한 잔해! 우리 제대로 술 못했잖아?]
규철이는 맥주에 소주를 타서 내게 건넸다.
/빨리 하고 가는게 나은데... 술을 먹으면 길어지잖아... 얘는 따로 꿍꿍이가 있는건가.../
난 침대맡에 걸터앉아 술잔을 받았다.
[넌 왜 이렇게 느긋해? 남자들은 들어오자마자 하지 않아?]
[상황이 다르지 오늘은...크크... 내가 급한게 아니라 니가 급하잖아? 난 여자가 급한 상황일 때가 더 좋더라구~ 지 스스로 옷 벗는거 보는 것도 흥분되고 남자한테 박아달라고 빌어대는 것도 꼴릴 것 같거든~]
술 한잔 원샷을 한 규철이는 땅콩 몇 개를 집어넣고는 대답했다.
/그러네... 내가 유혹한 이상 칼자루는 남자가 갖고 있을 수 밖에.. 그냥 빨리 하고 가자.../
[먼저 샤워하고 올게...]
[술 더 안하고?]
[뭐.. 우리가 술 마시면서 친해질 사이는 아니잖아? 니가 원하는 거, 내가 원하는 거 서로 얻어가면 되는 거 아냐?]
쓴 웃음을 지으며 쏘아붙이고는 화장실로 들어왔고 내 말에 멍한 표정을 짓는 규철이를 보며 화장실이 들여다보이는 유리창의 커튼을 닫았다.
머리카락이 젖지 않게끔 촉감만으로 머리카락을 모아 수건으로 두르고 원피스를 벗었다.
브래지어도 풀어냈고 액체로 흠뻑 젖은 팬티도 벗어두었다.
쏴아.
미지근한 물줄기를 몸에 맞으며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느끼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잘생긴 재형이가 아닌 산적처럼 우락부락한 규철이가 왜 마음에 들었을까... 보민이 영향을 넘 많이 받았나.../
보민이가 종종 얘기해주던 남자들과의 얘기가 잠깐 떠올랐다.
땀을 대충 씻어내고 수건을 두르고는 왼손으로는 수건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을 들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금방 씻네?]
[목욕하러 들어간 거 아니거든?]
[너 옷 벗는 거 보고 싶었는데... 안에 들어가서 벗어버리더라 치사하게?]
[넌 안 씻을거야?]
[어차피 섹하면 또 땀 흘린텐데뭐... 니 말대로 우리 친해질 사이는 아니잖냐? 좋은 냄새로 상대방에게 호감 살 필요도 없는데... 땀 냄새 좀 나면 어때? 니년 보지에 자지만 넣어주면 되는거 아냐? 크크]
/말 따라하고, 매너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새끼.../
[뭐 알아서 해...]
피식 웃음을 날려줬다.
[그리고 너! 자꾸 나 무시하는 듯 말하는데!]
그러자 갑자기 허리를 숙이더니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와서 격앙된 소리로 얘기했다.
[끝나고도 그러는지 한 번 보자! 빨아 씨x년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몸은 어깨에서부터 강하게 누르는 힘에 의해 순식간에 주저앉아 버렸고 내 입술에는 언제 꺼냈는지 검고 커다란 물체가 입을 뚫어버릴 듯이 들어오려했다.
아찔한 그 기세에 눌려 내 입에는 지린내가 풍기는 규철이의 자지가 들어왔다.
[웁...웁...]
[제대로 빨아봐... 이게 먹고 싶었던 거 아니야? 입 크게 벌려야 할거야.. 니 입에서 커질 거거든?]
규철이 말대로 난 입을 계속 더 크게 벌려야했다.
길이도 길이었지만 두께가 계속 두꺼워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는 왕복하는 규철이의 자지를 담아내는 것에 신경을 집중했다.
[추릅...읍...추릅...읍...]
계속해서 입을 벌리고 있어서 삼키지 못한 침이 자지에 묻어 질척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너 자지 많이 빨아봤잖아... 그냥 그렇게 물고만 있을거야? 손도 좀 쓰고, 혀도 좀 써가면서 빨아봐야지... 아씨...]
순간 규철이는 자지를 입에서 빼냈다.
/휴.../
한숨을 쉬려는 찰나, 내 몸에 두른 수건이 벗겨졌고 공중을 붕 뜨는 듯한 느낌 이후에 침대위로 몸이 던져지는 느낌을 받았다.
[악! 뭐얏!]
[지금은 니 년이 내 자지를 빨고 싶지 않은 것 같으니까, 좀 있다가 스스로 빨게끔 해줄게!]
규철이의 목소리가 내 다리 아래에서 들리더니 내 다리와 골반이 공중으로 들려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그 순간 부드럽고 뭉클한 물체가 내 아랫도리를 훔치고 지나갔다.
[꺅!]
[지ㄹ하네...꺅은 무슨... 후릅후릅..]
규철이는 내 아랫도리에 입을 대고 빨기 시작했다.
/아! 이 느낌이야.../
아랫배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기.
/이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가면.../
[하아하아...]
[신음소리 좋은데? 니 년 신음소리에 내 자지 반응한다 크크]
내 몸은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고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꺾이고 있었다.
경련을 참아내기 위해 내 손은 이불 시트를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발가락은 오므라들었다.
/아... 그만해... 안돼!/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왔다. 이 열기가 지속되면 안될 것 같은 무서움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 상태는 전혀 모르는지 규철이의 애무는 지속됐다.
[츄릅츄릅...]
[씨x년, 물 나오는 거 봐라... 좋냐? 근데... 에잇... 말 안하려했는데... 보징어냄새... 휴... 너 간만에 남자맛을 보는가보네 씨x년아? 씻을 때는 안에도 꼼꼼히 씻어라... 아니면 내가 매일 박아줄까?]
/아~ 뭐라는 거야 창피하게.../
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아하아...윽!]
몸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왔다.
[어라? 걸레년 치고는 구멍이 좁잖아? 내 손가락 두 개도 안들어가겠는데?]
한동안 물컹물컹한 혀는 계속 내 아랫도리를 훔치고 있었고, 그와 함께 내 몸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은 안쪽 벽 어딘가를 긁어댔다.
[잠깐! 아악! 그만! 그만!]
열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전류가 내 뒷머리와 발끝, 젖꼭지 끝까지 흘렀다.
[여기가 지스팟이라고 하는 곳이야~ 너 오늘 횡재한거야! 크큭...]
내 몸의 모든 세포가 간헐적인 경련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너도 물 많은 보지구나? 이 적당히 기분 좋은 찰짐~크크크]
/이 느낌... 낯설지 않아... 예전부터 알고 항상 느끼고 싶어했던 느낌.../
/넣고 싶어... 넣어줘.../
[넣어...줘...]
머릿속에서 들리는 말을 무심결에 뱉어냈다.
[뭐라고?]
[넣어달라구...]
[뭘 넣어?]
[씨x, 니 자지 빨리 넣으라고!]
왈칵!
내 입에서 욕이 나오자 심한 경련이 함께 내 몸을 울려왔다.
[씹x아, 그래 여기 자지 들어간다!]
그 순간.
[아악!]
/크다... 너무 커!/
경련도 멈추고 숨도 멎을것 같았다.
단단한 물건이 몸 안의 모든 뼈와 근육을 꿰뚫고 들어왔다.
끝없이 밀고 들어온 단단한 자지는 내 아랫배 깊숙한 곳을 쳤다.
[아파! 살살...]
규철이는 들은체도 하지 않고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천천히 자신의 물건을 빼냈다.
내 질 안에 있는 피부와 근육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커다란 물건에 의해 마찰이 될때마다, 늘어났다 줄어들 때마다 격렬한 쾌감을 머리로 가져다주었다.
/안돼.../
빠져나가는 그 느낌이 아쉬워 다리로 규철이의 허리를 감았다.
[그래그래~ 씨x년, 이제야 자연스러워 보이네~ 크큭]
누워있는 난 규철이의 쳐올림때문에 위아래로 흔들렸다.
/미치겠어... 이건 뭔가 안에서 잘못될 것 같아.../
[아악...하악...하악....]
풍선처럼 세포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
[좋지? 나 무시하면 돼, 안돼?]
[어으어....]
[무시 않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러나 내 온 신경은 커져가는 몸 속 풍선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부터 터지지 않고 꽉 차서 부풀어 있는 상황.
[좀 더 세게~ 흑...]
[부탁은 존댓말로 하는거 아냐?]
[세게... 아흑... 해주세요...]
[아아아악,아아아아...]
내 몸이 흔들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힘껏 들어오는 규철이를 받아내기 위해 양손을 침대 머리에 짚었다.
/그래도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는데? 터지면 안되는 건가? 아... 뭔가가 아쉬운 느낌인데.../
쑤욱.
뜨거웠던 내 아랫쪽이 순간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규철이가 몸을 일으켰다.
[야! 화장대 짚고 서봐!]
[응..]
규철이 말에 끌리듯이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화장대를 짚고 섰다.
철썩철썩.
[엉덩이를 더 내밀어야지!]
동물 다루듯이 내 엉덩이를 때렸다.
난 허리를 더 숙이고 엉덩이는 더 치켜 올렸다.
[다리가 길긴 기네! 씨x년. 내 자지 위치랑 맞는 구멍위치는 오늘 처음보네... 몸매는 죽이는구만... 아~~ 이게 뒷치기의 맛이지 큭큭...]
[악!]
중얼중얼거리던 규철이는 다시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각도가 달라진 느낌일까.
항문 쪽의 자극이 커졌다.
/내장에도 감각이 있나?/
다른 색깔의 풍선처럼 뒤로하는 자세는 또 다른 쾌감을 가져다 주었다.
[아악... 하학...]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싶었는데 규철이의 손에 단단히 고정된 허리위치로 인해 주저앉지도 못하고 계속 자지를 받아들여야 했다.
[넌 말야.. 헉헉... 말라서 그런지 조임이 탁월하게 좋은 건 아닌데... 후우~ 구멍이 좁아서 내 자지를 감싸는 맛은 좋다... 헉헉... 니년 같은 걸레치고는 아직 쓸만해~ 크큭...]
[아악! 학학...]
[헉헉...]
[아으아...]
[씨x, 올라온다... 야! 안에 싸도 되지?]
급박한 목소리.
/생리 끝난지가... 2주 넘었잖아!!/
[학학... 안돼! 위험한 날이야!! 아응... 안에다 하면 절대 안돼!!]
[에이씨...]
[아앙... 아아악!! 악!]
갑자기 스퍼트가 올라감과 동시에 내 머리채가 잡혔고 완력에 의해 화장대에 엎드려져 있던 내 몸은 순식간에 바닥에 쪼그려앉게 됐다.
그 순간, 신음을 내쉬던 내 입안으로 비릿하고 뜨거운 액체가 쏘아져 들어왔다. 입안에 머무르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어들어갔다. 나머지는 입을 타고 내 몸 위로 떨어졌다.
[입안에다 싼다! 아우... 씨x]
/뒤늦게 상황설명 하는 거야? 아 짜증나.../
왈칵. 왈칵.
머리채가 잡힌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더 이상의 정액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몸으로 떨어지지 않게 입안에다 머금고 있는 것이었다.
[한 방울도 남기지말고 쭉쭉 빨아! 크큭!]
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키는대로 자지 끝에 입을 대고 쭉쭉 빨아주었다.
[오우...씨x... 그래 이거야...]
규철이는 비틀비틀 뒷걸음질치더니 침대에 누워버렸고 난 입에 있는 정액을 뱉으러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정액을 뱉고 샤워기로 입과 정액 묻은 곳을 헹구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상황이 다시 머리 속에서 재현되자 난 얼굴을 감싸쥐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래... 넌 그냥 섹스를 좋아하는 거였어.../
[휴...]
커튼을 열어 밖을 보니 규철이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난 수건으로 몸을 닦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아얏!]
오랫만에 찾아왔습니다!
방학 때는 무척 바쁘다가 개학직전 8월말에는 오랫만에 해운대에 놀러갔다가 왔구요~
(역시 해운대 짱짱!! 헌팅도 많았고, 재밌었어용~~)
개학하고는 동아리에, 친구들이랑 노느라 이제서야 슬며시 들어와보네요~
모두들 잘 지내셨죠?
제글을 봐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업데이트를 못했던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평소에 틈틈이 쓰면서 모아두는데 편집을 못해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편집해서 올리곤 합니다.
이번에 추석연휴 덕분에 친척들 방문하는데 차에 앉아서 정리할 시간이 많이 생겼었어요~
부모님께는 과제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뒷좌석에서 넷북으로 편집했었구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이어서 갑니다!!
78.
여잔...
가끔은 아무 이유없이 화장을 하고...
약속도 없으면서 근사한 옷을 차려입고...
마땅히 갈 곳도 없으면서 서둘러 걸어가기도 해...
79.
탁.
모든 연락을 무시하고 무작정 택시를 탄 나는 효촌동으로 가달라는 한 마디만 한 채, 대화를 건네려는 아저씨의 모든 말에 대꾸없이 창 밖만 바라봤다.
문을 닫고 집에 들어온 나는 불도 켜지 않은채 벽면에 곰팡이가 슬어있는 어두침침한 현관 앞에 쓰러지듯 웅크려 앉았다.
여느 때와 같이 얼굴은 보이지 않는 다리사이에 기댄 채, 두 손은 깍지를 끼고 앉았다.
그리고는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오른손에 나 있는 혹을 만지작 거렸다.
/나란 인간... 도대체 난 정말 누굴까? 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말 살아야 하는걸까?/
한참을 꼼짝않고 똑같은 질문을 계속 던졌다.
질문을 계속 할수록 몸이 떨리고 더 많은 사념에 사로잡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예전의 내가 나았던 것 같아... 비록 아팠었지만...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잖아... 이젠 전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내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내가 할 수 없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너무나 큰 화살이 되어서 박혀.../
/내가 연예인 곽지민과 단순히 닮은 거지 내가 곽지민은 아니잖아?/
또르륵.
또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난 내 상체를 더 깊숙히 파묻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많이 지난 것 같았다...
밥맛도 없었고, 보민이는 연락도 없이 계속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때로 끓여 먹는 라면도 어떨 때는 너무 짰고 어떨 때는 물이 너무 많아 싱거웠다.
거기에 가끔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공포와 함께...
남자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고, 추행을 당하고, 강간을 당했던 장면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럴때마다 내 얼굴은 더 깊이 파묻혀갔다.
그리고는 또 다시..
금새 내 머리 속은 며칠째 똑같이 "나란 누굴까"라는 질문이 그 장면을 대신했다.
계속 되는 질문이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조 선생님이 처방해 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난 여전히 현관 앞에서 웅크리고 기대 있었다.
여름도 끝무렵에 들어서는지 한 여름에 비해 그 강렬함이 시들어버린 그 얼굴을 방안으로 조금씩 들이밀고 있었다.
/넌 예전의 니가 아니야../
어느새 내가 앉아 있는 현관 구석까지 다가온 따뜻한 느낌은 내 다리의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 그림자는 내 마음에서 어떤 목소리 하나를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동시에 조 선생님이 내게 해주셨던 말이었다는 게 기억났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내게 무엇인가를 말을 하려다가 그만 뒀던 것도 기억이 났다.
[...!!]
난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바로 조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 수아야! 예쁜 아가씨가 이 시간에 웬일일까?]
선생님은 신호음이 두 번도 채 울리기 전에 내 전화를 받아주었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난 가슴이 벅찼다.
[흐흠..아녜요 그냥 뭐 좀 여쭈어 보려구요..]
목이 메이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만나서 얘기할까?]
뭉클함.
[...아뇨~ 그냥 전화로 물어볼래요]
/죄송하기도 하고...어차피 별다를게 없을 것 같거든요... 이만해도 정말 감사해요/
[그래도 괜찮겠어?]
난 잠시 뜸을 들이다가 속사포같이 말을내뱉었다.
[선생님...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누굴까요? 꼭 나는 투명인간인데, 다른 사람은 다 저를 볼 수 있고... 나만 나를 못봐요...]
[...수아가 벌써 그걸 고민하고 있었구나...]
나와 같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조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에게 답을 해온다.
[벌써 알고 계셨어요?]
[응... 그랬지... 수아야 잘 들어봐...]
[네..]
[선생님이 마지막 힌트를 줄게... 더 이상의 힌트를 준다면 수아 네가 혼자서 헤쳐갈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
걱정스러운 말투의 선생님.
[펜을 꺼내서 적어도 좋구.. 나중에라도 계속 고민해봐...]
[......]
[사람들은 말야... 정체성 형성에 다른 사람의 평가, 사회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네...]
선생님 방에 걸려있던 액자가 생각났다.
[그런데 그런 평가와 판단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누구라고 생각하니?]
난 곰곰이 고민을 해보았다.
[...본인...이겠죠..?]
[그래 수아야... 선생님은 비록 다른 사람의 평가와 사회적인 판단이 자아 정체성 형성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를 했지만, 그건 일부분일 뿐이야. 선생님의 논문의 가장 큰 주제는 이거였어. "정체성 형성은 주체로서의 본인과 객체로서의 사회의 끊임 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거야...]
[......]
[어렵지?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만나서 해야하는데...선생님이 예를 하나 들어볼게... 자기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이 "너 완전 못생겼어", 혹은 "너 왜 그렇게 생겼냐"고 말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냥 무시할 것 같아요...]
[그래.. 그게 한 인격체가 주체로서 정체성 형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거야...]
선생님은 너무나도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런데... 제가 너무너무 힘들어하는건... 선생님이 말씀하신 예와는 달리 제가 가질 수 있는 판단 기준 자체가 없잖아요...]
하지만 내가 아까부터 고민하고 있던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듣고 있는것 같아 답답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맞아 수아야... 선생님이 그게 너에게 주는 마지막 힌트가 될 거라고 한거였어..]
[그게...무슨...]
난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왜곡된 이미지이건 진실된 이미지이건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갖고 있지... 그 기준은 부모로부터 받았을수도, 친구로부터 얻었을수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민감해하고 힘들어하고 그렇게 평생을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다가 죽어. 하지만 만약 수아 너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백지라면 어떻게 될까?]
[...전혀 모르겠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목소리를 타고 흘렀다.
[음... 그럼 딱 하나만 더 말해줄게 수아야...]
이제는 걱정스러움이 섞여있는 어투로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긴 정체성이 곧잘 자신의 한계가 되어버린단다... 사회유지 측면으로는 개개인의 한계를 정할때 장점이 있어보이지만 개개인의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혹은 성격보다 훨씬 적은 능력만 발휘하게 하거나, 진짜 자신의 성격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어 버린단다... 사회는 그런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라는 무기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하고있고...]
/...!!!!/
한동안 수화기 너머로 대화보다 더 깊고 의미가 있는 침묵이 오고갔다.
/그래...내가 비록 보이진 않지만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한계가 없다는 건내가 내 자신을 한계를 정해 갇힐 수도, 한계없이 확장해 나갈 수도 있는 거네.../
선생님 수화기 너머로 아이들이 칭얼대는 소리가 들리자 선생님이 다시 대화를 이어온다.
[수아야... 이해했니? 그거란다... 행복하게 지내렴...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 신이 있다면 지금의 수아는 신의 축복이라고 했던 내 말 기억나지?]
[네...]
[그럼 이만 끊을게~ 우리 아이들 밥 달라고 난리야~ 호호호]
[죄송해요 선생님...]
탈칵.
슬라이드를 닫으며 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로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 자신있게 서긴 했지만 여전히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서 있자 내 생각은 또 다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죄책감을 느끼며 희고 역겨운 액체를 닦아 내던 내 모습...
/한 가지 이상한 건...내가 그 순간은 기분이 이상했지만 종진씨가 해줄 때 아랫배에서부터 쾌감이 퍼지기 시작했었어... 대체 뭐였지?/
나도 모르게 왼손이 슬그머니 아랫배 위에 얹혀졌다.
/어떻게 보면 행복했던 느낌이었는데... 종진씨 말대로 내가 섹스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혹시 그게 행복일까?/
순간 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스스로 깜짝 놀랐다.
도리도리.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나에게 스스로 자책한다.
/미친년. 걔는 널 강간한 애야! 어떻게 걔를 그렇게 미화할 수 있니?/
/하긴... 사랑없이 섹스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야!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가 있겠어!/
좀전까지 내게 자책하던 난 갑자기 화가 났다.
세면대를 두 손으로 쾅쾅 내리칠 정도로 순식간에 머리 끝까지 화가 차올랐다.
한참을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치자 또다시 분노가 사그러들더니 다른 생각으로 옮겨갔다.
/아니지, 그렇게 당했던 내가 병신이었지.../
팬티를 빨다가 사람이 들어오자 놀란 나머지 떨어뜨려 발로 밟아버렸던 내가 떠오르자 창피함에 진저리를 치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핫! 졸라 웃겨 씨x. 그때 정말 병신 같았을 거야. 그 사람 표정 기억나? 아하하하핫..]
난 배를 잡고 웃었다.
난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울다가 웃고, 짜증내다가 자책하고, 가끔은 섹스당시의 쾌감을 떠올리기도 했다.
/행복하게 사는거야.../
[...!]
흠칫.
가슴에서 내게 속삭였던 아까전보다, 이번에는 훨씬 아래쪽인 아랫배에서부터 나에게 말이 전해져 왔다.
씨익.
80.
보이지는 않지만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며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샤워를 말끔히 하고 나왔다.
지난 주에 보민이와 함께 샀던 하나 남은 검은색에 회색레이스로 포인트 되어 있는 브라팬티세트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아이보리색 레이스탑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보민이꺼라 크지 않을까 걱정스레 몸에 대어 봤는데 신기하게도 내 몸에 딱 맞는 원피스였다.
/어? 신기해! 내 몸에 딱 맞는걸?/
/예쁘긴 한데... 옷이 가슴부분에 걸려있네.../
옷이 가슴부분까지밖에 안보이는 것을 보니 어깨 부분과 쇄골부분은 다 드러나있는 듯 했다.
보민이의 키가 나보다 작은건지 밑단은 허벅지 중간부분쯤 되는 곳에서 나풀거렸다.
검은색 브라끈만 어깨부근에 걸려있었다.
/뭐... 어때.../
/아냐... 브라끈은 투명색으로 하는게 맞겠어.../
난 다시 속옷부터 새로 입은뒤에 옷 매무새를 만지고 다시금 거울 앞에 서봤다.
옷 바깥으로 속옷의 흔적이 없다는것을 확인한 뒤 허벅지 부근에 걸려있는 원피스 밑단 자락을 정돈하고는 코발트 블루색 벨트를 마지막으로 매치하고는 우드뮬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구두도 하나 사야겠어! 계속 이 신발을 신고 다니기는 이상해.../
늦은 여름에다 늦은 오후였지만 밖으로 나와보니 집안과는 다르게 따가운 햇살과 무더위는 여전했다.
난 핸드폰을 열어 그동안 확인하지 않은 메세지를 확인해 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넘어있었고 24통이 새메세지로 와있었지만 메세지함이 꽉차서 최근 메세지는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대충 보니 형돈이나 영욱이한테서 온 메세지라 전체삭제를 누르자 순식간에 또다시 100통의 메세지가 들어왔다.
난 모두를 다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한 번 더 전체삭제를 눌렀다.
그러자 2통의 가장 최근 메세지만 들어왔다.
띠링.띠링.
/안녕하세요! 지미퓨 매니저 최인철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사신 신발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부터 가을 신상품이 나오니 매장에 방문하셔서 착용해보세요!/
[와~ 타이밍 좋다~ 조만간 가봐야지~]
첫번째는 구두 매장에서 문자가 온 거였다.
두번째는...
/이쌍년아..문자랑전화계속씹어대네..이제는걱정되서그러는거니까한번만연락줘라..니집에도가봤는데인기척도없고..어딨는거냐?/
현성이였다.
난 순간 화가 났지만 문자의 내용을 보고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는 걱정이 되어서 연락한 거라고?/
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폰을 만지작거렸다.
/종진씨 말고도 현성이도 나에게 해서는 안될 일을 했었지?/
그 순간,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아랫배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 왜 이래../
손가락 발가락 하나 하나, 그리고 젖꼭지 끝까지 나의 모든 게 전율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혔고 눈물까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털썩.
난 그 자리에서 휘청이며 주저앉고 말았다.
무서움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뭐지? 종진씨랑 현성이를 동시에 생각한 것밖에 없는데 무슨일이 생긴거야?/
이번엔 이유를 모르는 몸의 반응때문에 한참동안 공포로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나 왜이래.../
왼쪽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륵 흘러내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 부들부들 떨렸던 몸이 진정이 되자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큰길로 나서기 전이라 다행히 그 시간동안 내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난 옷 매무새를 정돈하면서 팬티가 축축하게 젖은 걸 알아챘다.
/너 혹시 느낀거야? 진짜 미친 거 아냐?/
마음 속으로 날 자책하는 동안 몸은 어느새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 근처에 도착했다.
난 무심코 안에 현성이가 있는지 살펴보러 했다.
[야!]
편의점에 다가서자 내 뒤로 고함소리가 쾅하고 들렸다.
난 깜짝 놀라 돌아서자 현성이가 서있었다.
[넌 도대체 뭐하는 년이냐?]
[......]
/뭐야... 좀 전 문자는 그냥 보낸건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폰을 꼬옥 쥐었다.
또 다시 몸에서 전율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입고 어디가냐?]
[너...]
난 무시하고 내 말을 이어갔다.
[내가 뭐?]
[내가 걱정된다고 문자했던데?]
[크흠.. 내...내가 언제?]
입모양을 보니 욕을 함께 내뱉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었구나... 알았어..]
난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아... 씨x, 또 어디가는 거야...너!]
현성이는 내 팔을 잡으며 소리를 질렀고 현성이의 힘에 의해 내 몸이 빙그르르 돌았고 현성이의 얼굴이 보였다.
아까부터 몸에서 일던 전율이 현성이에게 팔이 잡히자 더 크게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성이의 화가 난 얼굴이 보이자 나도 화가 났다.
/왜 니가 화내는데?/
[아 진짜! 니가 뭔 상관인데!!]
내가 덜덜 떨며 쏘아붙이자 현성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네가 나한테 왜 화내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내가 어딜 가든 니가 뭔 상관이야?]
나는 다시 돌아서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내 등 뒤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씨x. 걸레년 주제에...]
[뭐...뭐라고?]
[ㅈ같은년아! 미안하다고... 그저께 알았어... 종진이 형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
이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씨x, 그저께 우연찮게 근처에서 형을 만났는데... 형이 니 얘길 하더라고... 너 그렇게 해놓고 옷을 다 가지고 도망친 거 말야...]
[됐어... 그만해.. 더 이상 그 때 일은 듣고 싶지 않아...]
또 다시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몸을 겨우 가누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무튼, 미안하게 됐어...]
[......]
/미안하다라.../
사과를 절대 할 것 같지 않던 이미지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본인도 어색한 것인지 엉거주춤한 태도로 사과를 하는 모습에 표정이 영 이상했다.
그 어색한 표정의 사과는 신기하게도 몸의 떨림이 멈추게 만들었고 가슴이 아릿한 고마움의 감정이 차올랐다.
[야!]
[어? 왜?]
내 양 어깨를 잡으며 흔드는 현성이 때문에 몸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현성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근처에서 술 한 잔 안할거냐고?]
또 내가 못 들었었나보다.
[너 알바는?]
[오늘 그만 뒀음]
[왜?]
[나랑 술 한 잔 하면 얘기해줄게...]
[......]
/그러고보니 나 어딜가려고 준비했더라...?/
[갈거면 가고... 별로 중요한 약속 아니면 째!]
내가 머뭇거리자 현성이는 다 안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알겠어.. 지금 갈거야?]
[오케이.. 가자!]
내 어깨를 감싸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더니 날 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81.
영등포로 나온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현성이는 이 곳의 지리에 익숙한듯 내 손목을 붙잡고는 코너를 돌아 들어갔다.
현란한 불빛과 맛있는 냄새는 사람들사이사이를 돌고돌아 길가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야 담배좀 사올테니까 뭐 먹고 싶은지 좀 둘러보고 있어라~]
[어.. 알겠어~ 넌 뭐 먹고 싶은데?]
[웬만하면 소주로 가자? 오케이?]
현성이는 오케이사인을 내보이며 골목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치킨집도 많고~ 곱창? 우엑~~]
생물학 책에서 봤던 내장 그림이 떠올랐다.
/저걸 먹는다고?/
진저리가 난다.
[저기 언니야!]
그 때 갑자기 내 왼쪽으로 누군가가 불쑥 다가오면서 내 팔을 붙잡아 나를 멈춰 세웠다.
돌아보니 언니라고 부른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내가 당황할 틈도 주지않고 이 남자는 말을 걸어왔다.
[언니 고딩아니지? 저기 우리 일행 있는데 같이 술 한 잔하자~]
[어.. 아니 나 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여자친구? 그럼 둘 다 같이 가면 되지 우리는 셋이거등! 헤헤~]
내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 남자는 더 가까이 다가와 내 허리에 손을 대고 자신의 일행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왁스인지 젤인지 잔뜩 발린 머리칼은 하늘로 솟구쳐 자신의 작은키를 커버하려는 것 같은 이 남자의 웃음소리는 웬지 정이 안갔다.
[아니.. 남잔데...]
[아~ 그래? 그럼.. 걔랑 놀다가 재미없으면 우리한테 연락해~]
갑자기 내 손에 들고 있던 폰을 가져가더니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니.. 뭐하는...]
[예쁜 언니~ 연락할게 알았지?]
[아니... 잠깐만...]
난 어이가 없었지만 오히려 이 남자는 어이없어하는 나를 보고 능글맞게 웃고는 자리를 떴다.
/뭐야... 재수없게.../
마침 담배를 사온 현성이는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는 고민해보라는 말은 예의상 한 말인지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곱창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야! 한 잔 해!]
곱창이 나오기도 전에 내 잔에 소주를 채워주고 자기는 자기 잔에 스스로 채우는 현성이었다.
[건배!]
현성이랑 나는 한 잔씩 마셨다.
[쓰읍~]
소주의 쓴 맛에 나는 표정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
막상 술을 마시러 오긴 했는데 어색한 느낌이 없어지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야! 그...]
나를 이리저리 쳐다보더니 한참의 침묵을 깨고 현성이가 말을 꺼냈다.
[너.. 그때 어떻게 됐었냐?]
현성이의 말투는 그 때 일을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
[주인아저씨한테서 옷 빌려서 집에 왔었지..]
[아 진짜? 다행이었네... 별다른 일은 없었고?]
[..어...]
나는 불현듯 심술궂은 두꺼비같이 생긴 주인아저씨가 떠올랐지만 아무일 없었던 듯이 대답했다.
[근데 갑자기 왜?]
[아니... 종진이형이 니 얘기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더라고... 그래서 너 걱정되서 연락해봤는데... 연락도 없고 그래서 걱정이 됐어..]
/그냥 했던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나봐.../
자연스레 몸을 테이블에 기대며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현성이에게 몸을 가까이 갔다.
미소가 나도 모르게 지어졌다.
[근데... 니가 걱정을 왜 해?]
[아... 아니야... 한 잔 더해~ 걸레 같은년아~ 왜 실실 쪼개? 벌써 취했어?]
현성이는 당황한 듯이 술을 채워주었다.
[치...]
/뭐야.../
현성이에게 기울였던 몸을 다시 의자등받이에 기댔다.
더 이상의 심각한 얘기 없이 내가 오늘 입은 옷을 가지고 패션에 관한 얘기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난 조금씩 마셨지만 금새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띠로로~]
때마침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언니? 아직 혼자면 우리랑 놀자~ 연락해!/
[누구야?]
[아... 아까 너 담배사러 갔을때 누가 내 번호 가져갔는데 같이 놀자고 연락왔어~]
[아~ 새끼들... 양아치짓 하고있네~]
[좀 느끼하게 생기긴 했었어 호호호~]
현성이 잠깐 말을 끊고는 담배 하나 꺼내물고 불을 붙인 현성이는 한 모금의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을 이어간다.
[너 진짜 신기한 애 같애...]
[무슨 뜻이야?]
[가끔은 지금 니 모습과 완전 딴판인 성격이 가끔 보여서... 어느게 진짜 니 모습일까 궁금해...그게 니 매력일지도 모르지... 크큭]
[저번에도 그런 얘기 한 것 같은데? 내가 취하고 난 다음에 다시 술을 마셨다고 했잖아...]
[아.. 그랬나? 무튼 넌 참 알다가도 모를 애야~ 참 요즘 니 남친은 잘 지내냐? 크큭...]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지끈.
또 뇌세포는 과부하가 걸렸다는 걸 말하길 원하는 듯 다시 엄습해오는 두통.
난 왼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고개를 숙였다.
[......]
[너, 혹시... 헤어...졌냐? 하하하~ 하긴 그날 니 남친 연락씹고 나한테 너무 매달리긴 했었어~~]
그 순간 내 기억속으로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단지 내 기억속에는 난 구경꾼이었다는 것만 달랐을 뿐...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혼란의 물결에 사로잡혔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너울처럼, 아니 내가 계속해서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또르륵.
또 눈물이 차오르더니 내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어떡해?]
[씨x년, 그러니까 좀 작작 밝히지...]
[그게 아니란 말야...]
[아니긴 뭘 아냐... 적어도 니년의 좆 밝힘증이 원인인거지...]
[넌 날 몰라!]
[모르긴 뭘 모르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알고 있는데 나원참... 남친이랑 헤어지고 나서 왜 내 앞에서 질질 짜고 있냐? 이 씹걸x년아...재수없게시리...]
현성이는 투덜투덜대며 테이블에 있던 냅킨 두 장을 뽑아서 건네준다.
/머릿속이 너무너무 복잡해.../
[나 술 한잔 줘봐!]
[으이구...이년아 그래. 한 잔 마시고 다 잊어버려. 그 놈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성이는 나름 위로해준다고 했지만 계속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아~ 너 왜 자꾸 남친이랑 헤어졌다고 하는거야!]
[에휴.. 너 같은 년 많이봤어...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게 하면 남자가 돌아올 것 같고...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는 지 여자가 딴 남자랑 놀아나는 거 못 참는다!]
현성이는 술 때문인지 열성적으로 얘기를 해서 그런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계속 여자의 뒤끝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난 계속해서 머리를 짚고 있었다.
/혹시 진짜 나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나?/
이쯤되자 내 기억이 잘못 됐나 싶었다.
[그니까 그냥 잊어버려...잊어버리라구...]
그 사이에 술을 몇 잔 더 마신 현성이는 렉 걸린 동영상인양 잊어버리라는 말을 계속했다.
[알았어! 알았다구! 원래부터 기억에도 없었어~ 그니까 잠시만 기다려봐봐.]
[그래! 그런 태도 좋아! 자! 망각주로 한 잔 더 해! 자 건배!]
[응응~?]
정신도 못차리게끔 몰아부치는 현성이 때문에 얼떨떨했지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니 기억력을 위하여!!]
[뭐야! 푸훗!]
결국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자! 2차 가자~]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더니 자리를 옮기자는 얘기를 한다.
[뭐이렇게 급해? 갑자기 2차라니?]
[원래 기분 꿀꿀한 날은 신나게 소리질러서 푸는 거야!]
[치...]
현성이가 얼른 계산을 나가서 하고는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근처에 있는 노래방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현성이는 이제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음악의 비트소리,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형! 올만이예요! 아직 여기서 일해요?]
현성이는 또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분은 머리가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아서 외모로는 30대는 족히 되어 보였다.
[가끔 봐주는 거지... 너도 알잖냐 노래방 알바가 일에 비해 제일 짭잘한 거~]
[하긴 그래! 잘됐다 헤헤! 형~ 좋은 방 하나 시간 풀로 넣어줘!]
[참 안그래도 물어볼 참이었는데... 이열~ 이분 누구시냐?]
남자분은 아까부터 현성이의 말을 듣는둥마는둥 무시한 채 계속 나만보고 있었고 슬슬 난 무안해지려던 참이었다.
[여기? 요즘 가깝게 지내는 여자애~ 인사해! 여기는 태훈이형이야. 얘는 수아~]
[어유 안녕하세요? 미인이시네요!]
[아...네~ 반갑습니다. 신수아라고 해요~]
[어유 수아씨.. 몸매가~]
[감사합니다 헤헷~]
/어느새 익숙해졌나봐... 칭찬을 받는게 역시 좋긴 좋은 거였어.../
난 웃으며 답했다.
[씨x년. 눈웃음 치는것 봐~ 형! 어유.. 침 닦고 정신 좀 차려! 몇 번방 가면 돼?]
현성이는 괜히 야단스럽게 말을 가로막는다.
[보자...저기 안쪽에 8번방 들어가면돼~ 수아씨 8번방으로 가시면 되요~]
[고마워요 오빠~!]
[어쭈 누구보고 오빠래~? 얼른 너 먼저 들어가있어~ 잠깐 형이랑 얘기하고 들어갈게!]
[치~ 알았어!]
두리번 거리면서 난 8번방을 찾아 갔다.
[여기구나?]
밖에서 봤을 때는 오래된 건물이긴 하지만 방안에는 향기도 나고 벽지도 하얀 게 약간 고급스럽게 꾸민 흔적이 보였다.
난 잠깐 앉아서 두리번거리자 소변이 마려왔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였지... 태훈오빠한테 물어봐야겠다~/
[야! 진짜? 그래서 종진이가 찾아내기 전에 니가 먼저 찾았구나? 다행이네 큭큭... 새끼~ 쟤가 그렇게 좋냐?]
[어 형! 쟤 때매 입대 날짜 미루려고 병무청에다 전화까지 했다니까? 씨x.]
[니가 그러니까 적응 안된다~ 쟤 때문에 여친이랑 깨지고 잘하는 짓이다]
[뭐... 어차피 군대 들어가니까... 헤어지고 들어가야지~ 요즘 여자애들 기다리는 애들 어딨냐?]
[그럼 쟤는 기다릴 거 같냐? 어? 수아씨?]
카운터에 서 있던 태훈씨가 복도 앞에 서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얼른 걸어나오며 아무 것도 못 들은 척했다.
[태훈오빠... 저... 화장실이 어디예요?]
[1층에.. 이 키 가지고...]
[고마워요...]
[......]
현성이는 아무말 하지 않고 내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슨 이야기였지...날 좋아한다고? 그리고 군대 들어간다고?/
우선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남녀 공용 화장실.
들어가서 안에서 문을 잠그고 살펴보니 다행히 좌변기가 아니었다.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는 변기였다.
[다행이다...]
무엇이 다행인지 나 스스로도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날 좋아해줘서 다행이라는 건가? 더 이상 얘를 안 봐도 되서 다행이라는 건가?]
얼른 볼일을 마치고 손을 씻었다.
깨끗한 손으로 다시 옷 매무새만 간단히 고친 뒤 내려왔다.
내려와보니 현성이는 방에 들어갔는지 카운터에 보이지 않았고 태훈씨만 있었다.
[여기 화장실 키예요~]
[감사감사! 수아씨는 몇 살이예요?]
[호호 여자 나이는 묻는게 아닌데~ 오빠는 몇살인데요?]
[전 스물아홉이요]
[당연히 전 오빠보다 동생이겠죠?]
/혹시 나이많다고 알아채는 건 아니겠지?/
난 두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태훈오빠에게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렇겠지~~ 대학교1학년? 그럼 나 말 놔도되지? 이것도 인연인데 자주 놀러와~ 서비스 많이 넣어줄게~]
태훈오빠는 술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그나마 대학생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방에는 들어가지 않고 이미 목청껏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부르고 있는 현성이를 쳐다봤다.
/입대한다고?/
8번방 문손잡이를 잡는 그 순간 뭔가 마음이 아려왔다.
/이거... 왜 이래.../
/날 강제로 했던 애랑 같이 술먹는 것도 이상한데... 마음까지 흔들리다니.../
[미쳤구나... 신수아...]
난 내가 현성이를 진짜 좋아하는지 아닌지 의심이 갔다.
/내 마음이 가기 전에 몸이 먼저 가서 마음이 따라가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그냥 얘랑 했던 섹스가 좋아서?/
노래가 끝이 나고 또 다른 한 곡이 끝날때쯤 되었는데도 난 결국 그 방문을 열지 못했다.
82.
태훈오빠의 부름도 뒤로하고 난 서둘러 노래방을 빠져나왔다.
확인하고 싶은게 있었다.
[여보세요?]
[어? 이쁜이? 어디야?]
부담스러울 만큼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원조곱창집 옆인데...]
[아까 우리 만난 곳 알지? 편의점 근처~? 그쪽으로와. 내가 마중나갈게~]
[알겠어요...]
아까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까처럼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단지 그때보다는 비틀거리는 사람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를 보니 현성이었다.
난 심장이 두근거려서 터질 것 같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얼른 핸드폰 배터리를 빼버렸다.
핸드폰이 꺼지자 두근거리는 심장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고 평상심을 되찾을 때가 되어서는 편의점 근처에 다다랐다.
[이쁜이! 남자친구가 재미없게 해줬구나?]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갑자기 내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시간이 지나도 죽지않고 하늘로 솟구쳐 있는 머리카락은 다시봐도 느끼했다.
[남자친구 아니었는데?]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꼭 정식으로 사겨야 남자친구인가? 우리처럼 같이 술먹고 놀러다니고 연락하고 지내면 남친여친이지, 안그래?]
[내가 왜 너랑 연락하고 지낼거라 생각하는데?]
[오~ 이쁜이 까칠한데? 오빠는 여자한테 재밌게해주고 또 잘해주거등~ 그래서 너도 이 오빠랑 연락하고 지낼걸?]
[진짜지? 재밌게 해줄거지? 좋아! 가자!]
[저기에 우리 일행 있어~ 이쁜이? 이름이 뭐야?]
[보민이야.. 남보민...]
나 스스로도 놀랬다.
한번 보고 말 사이라 내 본명을 말해주고 싶지 않아서 다른 이름을 말해야지 생각은 했다.
하지만 보민이의 이름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은 한적이 없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나왔고 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민이의 이름을 말해 놀랐다.
[그래 보민이~ 오빠는 재형이라고 해~]
가게에 들어서니 전형적으로 술을 파는 곳이었다.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자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오~~ 어서와요! 이제야 짝이 맞네~]
[이름이?]
[보민이래~ 인사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끌벅적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자~ 이제껏 너만 여자분 못 모셔와서 남자여자 따로 앉았는데 이제 그럼 파트너 정해서 앉기로 하자!]
[그런게 어딨어! 방금 데리고왔는데!]
[그냥 해~오빠! 우리도 이제 슬슬 남자 옆에서 먹고 싶던 차였어~]
[그럼 나는 보민이랑 앉을게 너희들끼리 알아서 섞어~ 좀전까지 잘 놀았잖아?]
[그런게 어딨어 임마! 니도 같이 히히덕거리면서 잘 놀아놓고! 쳐맞기전에 앉아라! 보민씨? 여기와서 앉아요~]
[고마워요~ 여자를 계속 세워놓고 뭐하는 거야? 빨리 앉기나 해!]
[오~ 쿨하시네! 맘에 든다! 낄낄~]
[그러게~]
[아 짜증나!]
재형이만 마음에 안드는지 짜증을 내고 있었다.
한편 내 속마음은 달랐다.
/한번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내 모습을 보고 내가 놀랐다.
/이제 정말 내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예전과 달리 이렇게 행동해도 날 놀리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반응이 없고.../
[크흠...]
두근거리는 심장때문에 난 목이 메어 기침을 한번 했다.
[목이 타시나봐? 여기 생맥 한잔 받아~]
덩치가 있고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남자가 생맥주를 따라주었다.
[고마워~]
난 싱긋 웃어주었다.
[난 규철이 오빠야 반갑다~ 너 이 근처에 자주오지? 너 몇 번 본적있는 것 같애!]
[글쎄~ 내 기억에는 너 본적 없는데?]
[그래? 이제 만났으니까 기억하라고~]
규철이는 생맥을 한 모금 들이키면서 왼손으로는 내 관자놀이 부근을 톡톡 친다.
/아... 또 처음부터 소개하고 그래야 되나? 내가 알고싶은 건 현성이에 대한 내 마음이잖아.../
/얼른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하는 거 봐서~]
난 귓가에 대고 웃으면서 규철이가 빨리 내 속을 알아채게끔 허벅지 위쪽을 만지며 얘기했다.
[호오~ 이년봐라?]
규철이는 조그만 소리로 나를 흘겨봤다.
/그래도... 방금 전 행동은 "남자에 미친년"정도로는 보이진 않았겠지?/
난 누구도 모르게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이글거리는 시선을 잠깐 피하려 생맥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럼 지금 나갈까?]
이번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야 좋지~]
[얘네들 뭔데 벌써부터 귓속말을 하고 난리야?]
주변에서 눈치를 준다.
[미안미안~ 너희들도 나눠 앉았어?]
규철이가 얼버무린다.
[난 갈게.. 따라나오든지 마음대로 해~ 요 옆에 편의점에서 5분만 기다릴거야~]
따가운 시선을 마다하지 않고 나는 귓속말로 한 마디를 건네고는 일어섰다.
[나 잠시만 화장실 좀...]
[그래 얼른 다녀와~화장실은 문 밖으로 나가서 복도에 있어~]
재형이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싱긋.
/내가 웃는거... 이제는 정말 다른 느낌일까.../
재형이의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83.
[약한 모습 보이면 안돼... 그랬다간 언제든 주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야...]
내 귀에 속삭이는 누군가로 인해 눈을 떴다.
흐릿하긴 했지만 흰색천장에 가림막을 위한 커튼 레일이 쳐져 있었고 내 주위로는 원래는 새하얀 커튼이었을, 하지만 먼지와 얼룩으로 꾀죄죄한 커튼이 둘러쳐져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수희가 앉아있었다.
/...!!!!/
온몸에 다시 긴장이 돌자, 온몸 마디마디가 후벼파는 고통이 뇌를 쳤다.
특히 아랫배 부분은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었다.
몸이 고통으로 인해 움직여 지지 않았고, 눈 앞이 캄캄해지고 다시금 그 악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살려주세요... 난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년 입니다..]
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정신을 잃었다.
84.
편의점 앞에서 슬라이드를 밀어올렸다 닫았다하며 기다렸다.
불안함과 초조함.
얼마 되지않아 그 불안함과 초조함은 꼭 어릴 적 수녀님들 몰래 못된 장난을 할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챘다.
/현성이... 내가 왜 걔한테 마음이 쓰이는 걸까?/
[휴... 괜히 그랬나?]
그 순간 왼쪽 엉덩이가 화끈거리더니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꽉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돌아보니 규철이었다.
[뭘 서성이고 있어?]
[어? 빨리 나왔네?]
내 엉덩이에 올려져 있는 규철이의 손을 잡아 슬며시 내리며 대꾸했다.
[씨x, 너 땜에 빨리 나왔잖아~ 얼마나 급했으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 속에 들떠있는 표정이 묻어났다.
[......]
난 아무말 없이 음료판매대로 가서 마실 물을 사려했다.
규철이도 날 따라오더니 소주 두 병과 맥주 피처를 꺼내고 내가 집은 물병을 낚아채듯 뺏어서 카운터로 갔다.
[야! 우리 안에 들어가서 한 잔 더 하면서 천천히 즐겨보자~]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모텔로 편의점에서부터 규철이는 내 허리 아래쪽에 손을 얹어 날 이끌고 들어갔다.
/또 다시 모텔이네.../
불현듯 스치는 기억들.
[아줌마 방 있어요?]
작고 낮고 빠른 목소리로 물어보는 규철이.
[어.. 하나 딱 남았어~ 잠깐 쉬다갈거야? 아니면 긴밤?]
[긴밤 주세요~]
[삼만오천원이야~ 재밌게 보내~]
/저기 서서 돈을 낼 때의 쟤 마음은 어떨까? 나처럼 복잡하게 생각은 할까?/
계단 난간에 기대 발끝에서 나의 이런저런 생각마다 흔들리던 신발은 갑자기 다가온 규철이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방 값을 지불하고 키를 건네받은 규철이는 내 왼쪽에 서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난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규철이 품에 쏙 들어간 모양새였다.
[올라가자~]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는 짬도 거의 주지 않은 채, 나를 끌어안다시피 계단을 올라갔다.
동시에 규철이는 기습적으로 어깨동무한 오른손을 쇄골 아래에 걸쳐져 있던 원피스 속으로 넣어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내 두 손은 규철이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서 빼려고 했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누가 보면 어, 어쩌려고 여기서 그래?]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뭐 어때~ 우리 방은 여기 4층이야]
어느새 규철이는 손가락으로 꼭지를 살살 꼬집으면서 돌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너 같이 입고 있는 옷에 손 넣어서 가슴 만져보는게 소원이었거든...]
[참나...너도 변...]
말이 더 이상 나오질 않았고 내 입술이 규철이의 입술로 막혀 버렸다는 걸 느낀 것은 찰나의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며 압박해주고 빨아줬다가 혀로 튕겨 내는 규철이의 키스.
그와 동시에 육중한 규철이의 팔이 으스러질듯이 안아왔다.
찌릿.
/뭐야... 나 이런 짓을 정말 좋아하는 건가봐...? 에휴... 그냥 생판 모르는 남자인데../
[하아...]
강력한 규철이의 키스로 호흡이 가빠져오자 턱을 살짝 돌려 숨을 쉬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규철이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건 그거구... 얘 넘 잘하는 거 같애.../
[읍...]
규철이의 혀가 멈춰있던 내 혀를 건드려서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내 혀가 규철이 그것의 움직임에 반응하자 내 입에서 침이 서서히 고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입 안 잔뜩 고인 침 한 줄기가 턱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로 정신없는 키스가 이어졌다.
/와... 뭔가... 황홀한.../
생각은 이미 멈춘지 오래였고 몇 개의 단어들만 머리 속에서 지금 내 상태를 겨우 말해줄 정도의 박력있는 키스는 내 심장을 콩닥거리는 수준을 넘어 내 귓가에 들릴정도로 쿵쿵거리며 뛰게 만들었다.
[꿀꺽...]
순간 입 안에 고여 있던 침이 순식간에 없어지더니 규철이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바스러질 정도로 안겨 있던 내 몸이 허전한 느낌이 들면서 내 입술을 덮고 있던 것도 사라졌다.
난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나도 모르게 감고 있던 눈을 재빨리 뜨고는 규철이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혀를 돌려 입 주위에 있는 침을 닦았다.
[씨x, 귀여운 얼굴에 색기가 넘친다 넘쳐~ 몸매도 색기 덩어리고~]
그러면서 규철이는 내 얼굴 앞에 자기의 중지와 약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뭔가 반질반질한 액체가 묻어있는 느낌.
[키스만 했는데도 이렇게 질질 싸냐?]
매우 신기한듯, 언젠가 본 듯한 우월감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하는 규철이.
/헐... 만지는 걸 느끼지도 못했는데 언제 내 원피스 아래로 손을 넣었지?/
당황했지만 표정을 안으로 숨겼다.
[......]
난 아무 말 없이 썩소를 지으며 내 눈 앞에 들이민 규철이의 손가락을 두 손으로 잡고는 입에 넣어 묻어있는 액체를 빨아버렸다.
쭙.
[몇 번 방이야?]
옷 매무새를 만지며 이번엔 내가 앞장섰다.
[하하하~ 씹x아, 그렇게 급해? 이 방이야, 그쪽이 아니고...]
내 뒤에서 큰 웃음과 함께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씨...쪽팔려.../
문을 잡고 있는 규철이를 한번 쳐다보고 그대로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한 잔해! 우리 제대로 술 못했잖아?]
규철이는 맥주에 소주를 타서 내게 건넸다.
/빨리 하고 가는게 나은데... 술을 먹으면 길어지잖아... 얘는 따로 꿍꿍이가 있는건가.../
난 침대맡에 걸터앉아 술잔을 받았다.
[넌 왜 이렇게 느긋해? 남자들은 들어오자마자 하지 않아?]
[상황이 다르지 오늘은...크크... 내가 급한게 아니라 니가 급하잖아? 난 여자가 급한 상황일 때가 더 좋더라구~ 지 스스로 옷 벗는거 보는 것도 흥분되고 남자한테 박아달라고 빌어대는 것도 꼴릴 것 같거든~]
술 한잔 원샷을 한 규철이는 땅콩 몇 개를 집어넣고는 대답했다.
/그러네... 내가 유혹한 이상 칼자루는 남자가 갖고 있을 수 밖에.. 그냥 빨리 하고 가자.../
[먼저 샤워하고 올게...]
[술 더 안하고?]
[뭐.. 우리가 술 마시면서 친해질 사이는 아니잖아? 니가 원하는 거, 내가 원하는 거 서로 얻어가면 되는 거 아냐?]
쓴 웃음을 지으며 쏘아붙이고는 화장실로 들어왔고 내 말에 멍한 표정을 짓는 규철이를 보며 화장실이 들여다보이는 유리창의 커튼을 닫았다.
머리카락이 젖지 않게끔 촉감만으로 머리카락을 모아 수건으로 두르고 원피스를 벗었다.
브래지어도 풀어냈고 액체로 흠뻑 젖은 팬티도 벗어두었다.
쏴아.
미지근한 물줄기를 몸에 맞으며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느끼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잘생긴 재형이가 아닌 산적처럼 우락부락한 규철이가 왜 마음에 들었을까... 보민이 영향을 넘 많이 받았나.../
보민이가 종종 얘기해주던 남자들과의 얘기가 잠깐 떠올랐다.
땀을 대충 씻어내고 수건을 두르고는 왼손으로는 수건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을 들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금방 씻네?]
[목욕하러 들어간 거 아니거든?]
[너 옷 벗는 거 보고 싶었는데... 안에 들어가서 벗어버리더라 치사하게?]
[넌 안 씻을거야?]
[어차피 섹하면 또 땀 흘린텐데뭐... 니 말대로 우리 친해질 사이는 아니잖냐? 좋은 냄새로 상대방에게 호감 살 필요도 없는데... 땀 냄새 좀 나면 어때? 니년 보지에 자지만 넣어주면 되는거 아냐? 크크]
/말 따라하고, 매너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새끼.../
[뭐 알아서 해...]
피식 웃음을 날려줬다.
[그리고 너! 자꾸 나 무시하는 듯 말하는데!]
그러자 갑자기 허리를 숙이더니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와서 격앙된 소리로 얘기했다.
[끝나고도 그러는지 한 번 보자! 빨아 씨x년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몸은 어깨에서부터 강하게 누르는 힘에 의해 순식간에 주저앉아 버렸고 내 입술에는 언제 꺼냈는지 검고 커다란 물체가 입을 뚫어버릴 듯이 들어오려했다.
아찔한 그 기세에 눌려 내 입에는 지린내가 풍기는 규철이의 자지가 들어왔다.
[웁...웁...]
[제대로 빨아봐... 이게 먹고 싶었던 거 아니야? 입 크게 벌려야 할거야.. 니 입에서 커질 거거든?]
규철이 말대로 난 입을 계속 더 크게 벌려야했다.
길이도 길이었지만 두께가 계속 두꺼워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는 왕복하는 규철이의 자지를 담아내는 것에 신경을 집중했다.
[추릅...읍...추릅...읍...]
계속해서 입을 벌리고 있어서 삼키지 못한 침이 자지에 묻어 질척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너 자지 많이 빨아봤잖아... 그냥 그렇게 물고만 있을거야? 손도 좀 쓰고, 혀도 좀 써가면서 빨아봐야지... 아씨...]
순간 규철이는 자지를 입에서 빼냈다.
/휴.../
한숨을 쉬려는 찰나, 내 몸에 두른 수건이 벗겨졌고 공중을 붕 뜨는 듯한 느낌 이후에 침대위로 몸이 던져지는 느낌을 받았다.
[악! 뭐얏!]
[지금은 니 년이 내 자지를 빨고 싶지 않은 것 같으니까, 좀 있다가 스스로 빨게끔 해줄게!]
규철이의 목소리가 내 다리 아래에서 들리더니 내 다리와 골반이 공중으로 들려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그 순간 부드럽고 뭉클한 물체가 내 아랫도리를 훔치고 지나갔다.
[꺅!]
[지ㄹ하네...꺅은 무슨... 후릅후릅..]
규철이는 내 아랫도리에 입을 대고 빨기 시작했다.
/아! 이 느낌이야.../
아랫배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기.
/이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가면.../
[하아하아...]
[신음소리 좋은데? 니 년 신음소리에 내 자지 반응한다 크크]
내 몸은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고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꺾이고 있었다.
경련을 참아내기 위해 내 손은 이불 시트를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발가락은 오므라들었다.
/아... 그만해... 안돼!/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왔다. 이 열기가 지속되면 안될 것 같은 무서움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 상태는 전혀 모르는지 규철이의 애무는 지속됐다.
[츄릅츄릅...]
[씨x년, 물 나오는 거 봐라... 좋냐? 근데... 에잇... 말 안하려했는데... 보징어냄새... 휴... 너 간만에 남자맛을 보는가보네 씨x년아? 씻을 때는 안에도 꼼꼼히 씻어라... 아니면 내가 매일 박아줄까?]
/아~ 뭐라는 거야 창피하게.../
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아하아...윽!]
몸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왔다.
[어라? 걸레년 치고는 구멍이 좁잖아? 내 손가락 두 개도 안들어가겠는데?]
한동안 물컹물컹한 혀는 계속 내 아랫도리를 훔치고 있었고, 그와 함께 내 몸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은 안쪽 벽 어딘가를 긁어댔다.
[잠깐! 아악! 그만! 그만!]
열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전류가 내 뒷머리와 발끝, 젖꼭지 끝까지 흘렀다.
[여기가 지스팟이라고 하는 곳이야~ 너 오늘 횡재한거야! 크큭...]
내 몸의 모든 세포가 간헐적인 경련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너도 물 많은 보지구나? 이 적당히 기분 좋은 찰짐~크크크]
/이 느낌... 낯설지 않아... 예전부터 알고 항상 느끼고 싶어했던 느낌.../
/넣고 싶어... 넣어줘.../
[넣어...줘...]
머릿속에서 들리는 말을 무심결에 뱉어냈다.
[뭐라고?]
[넣어달라구...]
[뭘 넣어?]
[씨x, 니 자지 빨리 넣으라고!]
왈칵!
내 입에서 욕이 나오자 심한 경련이 함께 내 몸을 울려왔다.
[씹x아, 그래 여기 자지 들어간다!]
그 순간.
[아악!]
/크다... 너무 커!/
경련도 멈추고 숨도 멎을것 같았다.
단단한 물건이 몸 안의 모든 뼈와 근육을 꿰뚫고 들어왔다.
끝없이 밀고 들어온 단단한 자지는 내 아랫배 깊숙한 곳을 쳤다.
[아파! 살살...]
규철이는 들은체도 하지 않고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천천히 자신의 물건을 빼냈다.
내 질 안에 있는 피부와 근육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커다란 물건에 의해 마찰이 될때마다, 늘어났다 줄어들 때마다 격렬한 쾌감을 머리로 가져다주었다.
/안돼.../
빠져나가는 그 느낌이 아쉬워 다리로 규철이의 허리를 감았다.
[그래그래~ 씨x년, 이제야 자연스러워 보이네~ 크큭]
누워있는 난 규철이의 쳐올림때문에 위아래로 흔들렸다.
/미치겠어... 이건 뭔가 안에서 잘못될 것 같아.../
[아악...하악...하악....]
풍선처럼 세포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
[좋지? 나 무시하면 돼, 안돼?]
[어으어....]
[무시 않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러나 내 온 신경은 커져가는 몸 속 풍선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부터 터지지 않고 꽉 차서 부풀어 있는 상황.
[좀 더 세게~ 흑...]
[부탁은 존댓말로 하는거 아냐?]
[세게... 아흑... 해주세요...]
[아아아악,아아아아...]
내 몸이 흔들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힘껏 들어오는 규철이를 받아내기 위해 양손을 침대 머리에 짚었다.
/그래도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는데? 터지면 안되는 건가? 아... 뭔가가 아쉬운 느낌인데.../
쑤욱.
뜨거웠던 내 아랫쪽이 순간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규철이가 몸을 일으켰다.
[야! 화장대 짚고 서봐!]
[응..]
규철이 말에 끌리듯이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화장대를 짚고 섰다.
철썩철썩.
[엉덩이를 더 내밀어야지!]
동물 다루듯이 내 엉덩이를 때렸다.
난 허리를 더 숙이고 엉덩이는 더 치켜 올렸다.
[다리가 길긴 기네! 씨x년. 내 자지 위치랑 맞는 구멍위치는 오늘 처음보네... 몸매는 죽이는구만... 아~~ 이게 뒷치기의 맛이지 큭큭...]
[악!]
중얼중얼거리던 규철이는 다시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각도가 달라진 느낌일까.
항문 쪽의 자극이 커졌다.
/내장에도 감각이 있나?/
다른 색깔의 풍선처럼 뒤로하는 자세는 또 다른 쾌감을 가져다 주었다.
[아악... 하학...]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싶었는데 규철이의 손에 단단히 고정된 허리위치로 인해 주저앉지도 못하고 계속 자지를 받아들여야 했다.
[넌 말야.. 헉헉... 말라서 그런지 조임이 탁월하게 좋은 건 아닌데... 후우~ 구멍이 좁아서 내 자지를 감싸는 맛은 좋다... 헉헉... 니년 같은 걸레치고는 아직 쓸만해~ 크큭...]
[아악! 학학...]
[헉헉...]
[아으아...]
[씨x, 올라온다... 야! 안에 싸도 되지?]
급박한 목소리.
/생리 끝난지가... 2주 넘었잖아!!/
[학학... 안돼! 위험한 날이야!! 아응... 안에다 하면 절대 안돼!!]
[에이씨...]
[아앙... 아아악!! 악!]
갑자기 스퍼트가 올라감과 동시에 내 머리채가 잡혔고 완력에 의해 화장대에 엎드려져 있던 내 몸은 순식간에 바닥에 쪼그려앉게 됐다.
그 순간, 신음을 내쉬던 내 입안으로 비릿하고 뜨거운 액체가 쏘아져 들어왔다. 입안에 머무르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어들어갔다. 나머지는 입을 타고 내 몸 위로 떨어졌다.
[입안에다 싼다! 아우... 씨x]
/뒤늦게 상황설명 하는 거야? 아 짜증나.../
왈칵. 왈칵.
머리채가 잡힌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더 이상의 정액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몸으로 떨어지지 않게 입안에다 머금고 있는 것이었다.
[한 방울도 남기지말고 쭉쭉 빨아! 크큭!]
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키는대로 자지 끝에 입을 대고 쭉쭉 빨아주었다.
[오우...씨x... 그래 이거야...]
규철이는 비틀비틀 뒷걸음질치더니 침대에 누워버렸고 난 입에 있는 정액을 뱉으러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정액을 뱉고 샤워기로 입과 정액 묻은 곳을 헹구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상황이 다시 머리 속에서 재현되자 난 얼굴을 감싸쥐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래... 넌 그냥 섹스를 좋아하는 거였어.../
[휴...]
커튼을 열어 밖을 보니 규철이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난 수건으로 몸을 닦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아얏!]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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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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