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43
일요일과 월요일에도 아버지와 엄마는 남의 집 모내기를 도우러 나갔다.
화요일은 할아버지 댁이 모내기하는 날이라 나도 학교가 끝나자 책가방만 내려놓고 바로 할아버지네 논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네도 가진 논은 우리와 비슷해서 7~8명이 모여 있었다.그중에는 임기띠기도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본 척도 안했다. 지난날 자지가 안빠져 곤욕을 치렀던 일이 다시 생각나 더욱 꼴보기 싫었다.
허리병이 도져 대구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몇 달 전 퇴원한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온 날 저녁에 함께 찾아뵈었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일은 못하고 총감독처럼 논둑에서 담배만 피고 있었고 10시쯤 되자 새할머니와 엄마가 새참을 날라와 돌렸다.
처음에는 새할머니와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넷이 둘러 앉았다. 그런데 남정네들이 막걸리를 같이 마시자며 아버지를 불렀고, 엄마는 뭔가 더 가져올 것이 있다고 국수에 젓가락도 대지 못한 채 자리를 떠 새할머니와 나만 남게 되었다.한동안 삶에 지친 듯 얼굴이 찌들어 보이기도 했던 새할머니는 얼굴이 펴졌고 양볼이 발그레한 것이 혈색도 좋아보였다.
“할부지 하고는 어떠십니꺼?”
“응, 마이 기운을 찾으싰다.”
“그건요?”
“뭐를 ...... ?”
버릇없다고 야단을 맞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궁금했다. 또 그런 이야기는 새할머니가 나에게 먼저 꺼낸 것이기도 했다.
“그 뜨겁고 오래 끈다는 것 ...... ?”
할아버지는 입원중이고 병수발을 하던 새할머니가 잠시 집에 들렸을 때 얼켰던 일이 떠올랐다.
새할머니가 얻어 왔다는 술찌끼미를 먹고 낮잠에 빠졌는데 잠이 깨어보니 그녀가 내 자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들려 준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자지가 “클뿐 아니라 뜨겁고 오래 끌어서 여자를 환장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허리병이 도지고 나서 1년쯤 그 일도 못했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그 말을 하면서 눈물짓는 것이 애처로워 불쑥 “우리락도 할까요?”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아, 나는 몰라! 나는 모른다!”며 내 바지에 얼굴을 부비던 새할머니.
결국 우리는 한몸이 되었지만 중간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그만 하자.”고 애원하는데도 나는 이미 불붙은 욕정을 억누를 수 없어 끝장을 보고 말았다.
그러나 사정을 하자마자 나는 심한 자책과 후회에 빠져 버렸고 다시 새할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더욱 나쁜 결과는 그 때문에 임가띠기와도 빠구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심술궂고 살이 디룩디룩한 임가띠기가 우리를 엿보고 새할머니를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같은 빠구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창 방아질을 하던 중 남편 임판돌이 낫을 들고 뛰어들었으며 임가띠기의 임기응변으로 그가 물러간 뒤로도 자지가 빠지지 않아 얼마나 곤욕을 치루었던가.
그 악몽 같은 일은 다시 생각해도 진저리가 쳐지는데 이어 두 여인과의 빠구리의 기억도 되살아 나자 창피하게도 자지에 피가 몰리는 것 같다.
“아아 ...... ! 그거 ...... !”
새할머니가 나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는데 얼굴에 홍조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한달에 두어번, ......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달에 두세번은 꼭 ...... ”
새할머니는 그런 말까지 해놓고도 부끄럼을 타듯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는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나 앞으로는 절대로 새할머니를 빠구리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날 모내기는 우리집 차례였다.
읍내에 머물고 있던 영숙 누나도 어떻게 알았는지 전날 저녁 제과점에서 만드는 빵도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왔다. 황달자네의 희망상회에서 일하면서 누나의 얼굴도 좀 피어 보였다.우리집 모내기라 영자 누나를 빼고는 온가족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다만 영숙 누나는 야간 여상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오후 4시쯤 다시 읍내로 돌아갔다.
우리집 모내기는 모든 것이 잘 끝났고 그날 밤 아버지와 엄마는 또 빠구리를 했다.
밤이 꽤 깊은 듯 했고 누나들과 자는 방의 불도 꺼져 있는데 나는 안방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상하게도 작년 추석무렵 아버지와 엄마가 빠구리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본 뒤에 남들이 빠구리를 할 때는 거의 잠이 깨는 것이다. 외삼촌과 외숙모가 빠구리 할 때도 한밤중이나 새벽녘이었을텐데 꼭 나는 잠이 깼었다.
“언니야, 빠구리 하는 기 그리 좋나?”
윗목에서 영미 누나가 소곤거리 듯 말하는데 조용한 밤이라 그런지 내게는 똑똑하게 들렸다.
“어 ...... !”
영자 누나는 좀 놀란 듯 첫마디가 나오면서도 잠시 머뭇거렸다.
“니는 해보이 좋드나?”
“뭐라꼬? 내가 언제 빠구리를 했다카노?”
억울한 누명이라 생각해서인지 갑자기 소리가 커졌다.
“호 호 호 ...... ”
영자 누나는 나직한 웃음소리를 내며 역시 나직하게 말했다.
“그라마 니나 내나 마찬가진데 내한테 물으마 우야노?”
평소의 누나답지 않게 재치를 부린 것에 나도 어둠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히 히 ...... 언니가 사람 놀래키네. 그래도 다 큰 자식들 앞에서 꼭 저래 소란을 피워야 되나?”
“그기사 세상의 부부들이 다 하는 것 아이가? 그래가 니도 나도 태어난기고 ...... ”
그 말은 나도 영자 누나에게서 들은 적이 있고 그것 때문에 빠구리의 의미를 깨우쳤었다.
“지금은 알라 만들라꼬 하는 것도 아이잖나?”
“그라마 사랑의 행위겠지. 어쨌든 어른들 일에 니가 참견도 못하면서 기분 나뿔끼 뭐 있노?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마 그만이지.”
영자 누나의 말에 설득이 되었는지 두 누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도 꼭 그래 추잡게 해야 하는지 ...... 개 돼지도 그래는 안 하는데 ...... ”
“오줌 누는 데로 하이 추잡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개 돼지는 우예 하는데 ...... ?”
“언니는 개 돼지가 우찌 하는지 모르나?”
“내가 우째 알겠노? 니 얼굴도 아직 못봤는데 ...... ”
“하기사 ...... 개나 돼지는 빠구리라 안하고 흘레 붙는다 카더라. 그런데 각각 좀 다르다.”
한밤중 누나들의 화제가 흘레로까지 번진다. 하지만 그 본질은 빠구리에 대한 호기심의 연장일 것이다.
“개는 암캐가 암내를 피우마 그 냄새에 숫놈들이 몰려든데이. 그래가 숫놈 하나가 암캐 엉덩이에 앞다리를 걸고 빨갛게 솟아나온 좆을 박아대는데 다 드가마 수놈이 꼽은 채 뒤로 돌아뿐다.”
“그라마 엉덩이끼리 붙어있는 기가?”
“그래.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자세로 가마 있는데 암캐 보지가 막 좆을 주물러가 좆물을 받아낸다 카데. 그래가 강아지가 나오는기지.”
영자 누나는 아무 반응이 없는데 영미 누나의 말이 이어진다.
“돼지는 ...... 히 히 ...... 좆이 개보다도 가는데 나사못처럼 꾸불꾸불하게 생겼다. 살이 너무 찐 숫놈은 암놈한테 잘 못 올라가 사람이 들어 올려줘야 할 때도 있다.”
“동물들은 즈그들끼리만은 못하나?”
“그렇지야 않겠지. 멧돼지나 사슴도 다 즈그들끼기 해가 새끼 만들잖나. 집돼지는 살을 너무 찌워가 그럴지도 모르지. ...... 그런데 제일 몸집이 큰 소는 좀 웃긴다. 황소 좆은 개좆보다도 가느다란 꼬챙이 같은기 내 팔뚝만큼 기다란데 한번 집어넣자 마자 금방 빼고 내려오는기라. 그라마 암소 보지에서는 뜨물 같은기 흘러 나오는데 그게 숫놈 정액이지.”
“흠, 동물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짝짓기도 제각각이네. 자, 이제 그만 자자. 낮에 모내기 하느라꼬 니도 힘들었을텐데 잘몬하마 늦잠 자겠다.”
영자 누나는 영미 누나의 말에 호응은 하면서도 그리 큰 흥미는 갖지 않은 것 같았다.
“내도 저녁 묵자마자 사지가 노곤하고 졸음이 왔는데 안방 소리 때문에 잠이 깼잖나.”
한밤의 대화는 끝이 난 모양이다. 나도 슬슬 잠에 빠지려 하는데 다시 영미 누나의 소근거림이 들려 왔다.
“빠구리할 때 여자는 어떤 느낌일까?”
“우쨌든 좋겠지. 어무이가 내는 소리나 저번에 외숙모 울음소리도 다 좋아가 나는 것 아이가? 그런데 지금 그기 뭐 그리 궁금하노? 니도 시집 가마 언젠가는 하게 될텐데 그때 알마 되지.”
“그래도 아부지 어무이 하는 꼬라지 보마 내는 구역질 날만큼 싫다.”
어쩔 수 없이 소근대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는 어둠속에서 빙긋 웃음이 났다.
영자 누나는 내 자지를 만져보고 “내사 시집은 가도 빠구리는 안할끼다.”라고 내게 말했었다. 영미 누나도 지금 빠구리가 “구역질 날만큼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빠구리의 화제를 내놓는다. 여인들의 이중성인지 궁금증 속에서의 갈등인지 나는 모르겠다.
“언니야. 어무이는 막 아부지 좆을 입에 넣고 빨아댄데이. 한참 그러다 아부지도 어무이 그쨔, 아래에 입을 대고 부비대마 어무이는 흥 흥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고 ...... ”
“그래? 사람들은 그래 하는기가?”
작은 소리지만 영자 누나도 그 말에는 호기심을 갖는 것 같았다.
“꼭 그런건 아이드라. 즈그 부모들 빠구리하는 것 봤다카는 다른 아들도 여자가 그래 좆을 물고 빠는 건 못봤다는 기라. 그런데 우리 어무이 아부지가 그런 짓을 하니 얼마나 놀랐겠노? 며칠동안은 그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날락하고 어무이가 더럽게, 사람 같지도 않게 뵈는기라.”
“그럼 우리 아부지 어무이만 그리 하는기가?”
“그건 나도 몰라. 그래 하는 건 국민학교 3학년 때 딱 한번 봤고 그 뒤에 몇 번 볼 때는 그저 몸만 포개가, 가끔은 어무이가 위로 올라가 흔들기도 하고 ...... ”
“니는 아부지 어무이 하는걸 마이 봤구나.”
“그리 마이는 아이다. 한 너댔번, ...... 그것도 다 국민학생 때다.”
이제는 나도 잠에 빠져야겠다. 그런데 또 영미 누나가 말을 꺼냈다.
“우리반 가시나도 빠구리 한 아가 있다.”
“그래? 누구하고 ...... ?”
다시 소곤대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건 나도 몰라. 갸 단짝이 비밀을 들었다고 내한테 전해준기라.”
“그런 비밀을 남한테 퍼뜨린다면 그건 진정한 단짝도 아이네.”
안방 쪽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누나들의 속삭임에 신경을 쏟는 사이에 다 끝이 난 것 같다. 두 누나 쪽에서도 아무 말이 없다.
이제 이방의 3명도 모두 다시 잠에 빠져 들 것이다.
졸음 속에서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와 엄마도 서로의 자지와 보지를 빨아준다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영미 누나처럼 놀랄 일은 아니다. 세상의 많은 남녀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고 나도 체험했으니까.
오히려 나는 두 누나, 특히 아직 빠구리 경험이 없으면서도 영미 누나가 그에 대해 많은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것에 좀 놀랐다.
나도 처음 빠구리를 하기 전까지 그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나날이 커져 갔다.
학교 변소에는 누가 누구와 “빠구리 했다.”는 낙서나 콩처럼 생긴 보지에 털 몇 개를 덧붙이고 “이미영 선생 보지 한번 박고 싶다.” 같은 그림이 지워도 또 생기곤 했다.
남자 녀석들 몇이 모이면 “저 가시나는 빠구리 잘하게 생겼다.”거나 “어제밤 우리 아버지 엄마가 빠구리했다.” 같은 말들을 나누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대화에 끼지 못했고 오히려 그런 말들이 나오면 자리를 피했다. 빠구리가 자지 보지와 관련된 것 같은데 나도 합세하면 ‘멍게좆’ ‘개밥좆’이라는 나의 문제도 등장할 것 같은 열등감에서였다.
한편 나와 빠구리한 여인들은 2명 이상만 모이면 빠구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서울띠기와 꼽추할매도 그렇고, 시누이와 올케 사이인 병호엄마와 홍금순, 그리고 황달자와 그녀의 올케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고생들인 김춘자 강복순 최나영등도 첫경험에서부터 선생의 정액을 먹은 것, 남친이조루증이라는 등 평소의 그 여인들에게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내용들도 많았다.
또 이미영 선생이나 박금순에게서는 남녀의 생리적 문제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빠구리에 관해서만은 여인들마다 제각기 조금씩 다른 보지맛의 특징, 그녀들이 특히 좋아하는 성감대나 심리상태 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셈이다.
5학년에 올라와서도 사내녀석들은 여인이나 빠구리에 관련된 화제가 오를 때가 많은데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끼지 않는다. 그들의 대화 내용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유치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방에도 19살과 15살의 처녀 2명과 11살짜리 소년이 있다. 그런데 빠구리에 관해서만은 내가 두 누나보다 훨씬 앞서 있는 셈이다.
이튿날도 아버지와 엄마는 남의 모내기를 도우러 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저녁 식사가 끝난 후 혼자 집을 나섰다.
밖은 이제 깜깜한데 한 남자가 찾아왔다. 엄마가 행상에서 가져온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우리 영자 아배도 지금 같이 있는겨?”
엄마가 물건을 내주면서 지나는 말처럼 물었다.
“아뇨.”
“아까 용칠 아버지네 간다며 집을 나섰는데 ...... ?”
“아니, 광석이는 태수, 용재캉 어불리가 주막에 간다카던데 ...... 벌써 한시간쯤 됐을끼라요.”
아버지가 없는 안방에서 영미 누나와 나는 요즘 라디오의 가장 인기있는 노래자랑 프로를 엄마와 함께 들었다.
그런데 엄마는 계속 얼굴을 찌푸린 채였다. 아버지의 외출, 그것도 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주막으로 갔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인 것 같다.
프로가 끝나고 누나와 내가 그 방을 나올 때 엄마는 시계를 한번 보고 투덜거렸다.
“이 바람개비가 오늘은 또 찜발이 집에 말뚝 박았나?”
건너방으로 와서야 나는 엄마의 그 말을 그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작년 추석무렵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 엄마의 빠구리장면을 훔쳐볼 때 일종의 사랑싸움처럼 싱갱이를 하다 엄마가 말했다.
“흥, 찜발이나 할마씨만 봐도 벌떡거리면서 ...... ”
그 찜발이가 바로 주막의 주모 아닐까? 그러고보니 할마씨는 분명 송윤초일 것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주모며 송윤초와 빠구리를 했다는 것을 알고있나보다. 아니라도 최소한 그런 관계를 의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미 자정도 넘은 밤 늦게 나는 변소에 가려고 나와 댓돌을 보니 아버지의 신발은 없었다.주막에서 주모를 끼어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 있었다.
오늘이 아버지와 엄마가 모내기 품앗이하는 마지막 날이다. 아버지는 내일 다시 집을 떠난다고 했다.
“모처럼 집에 와서도 우째 이래 밖으로만 쏘다니노.”
엄마의 불평처럼 아버지는 저녁 때 또 외출했다.
“니 그 대갓댁 마님 만났나?”
엄마는 아침을 준비하느라 부엌에 있는데 아버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대갓댁 마님이란 바로 송윤초다. 나는 당황했고 얼굴도 좀 붉어졌을 것 같다.
“아, ...... 예. ...... 그 집에 여옥이가 다친 것을 데려다 주느라고 ...... ”
“마님이 니 칭찬을 마이 하더라. 그라고 언제고 한번 놀러 오라는 말도 ...... ”
“알았심더.”
그 말만 하고 나는 급히 아버지 앞을 피했다.
“아부지, 잘 다녀 오이소.”
아직 집에 있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학교로 향했다.
어쩔 수 없이 금촌리 여인들과 아버지와 내가 얽힌 사연들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나는 모른 채 시작된 것이지만 문숙자와 홍금순, 송윤초, 게다가 주모까지 ...... 마치 아버지의 발자취를 밟는 것처럼 아버지가 거쳐간 그 여인들과 나는 빠구리를 했다.
그런데 모처럼 집에 온 아버지는 이제 내가 거쳐간 여인들을 다시 만났다. 마치 내 뒤를 좇는 것처럼.
문숙자 홍금순과 어울린 것은 현장을 확인했고 주모나 송윤초와도 분명 어울렸을 것 같다.
이것도 역시 인연인가, 내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일요일과 월요일에도 아버지와 엄마는 남의 집 모내기를 도우러 나갔다.
화요일은 할아버지 댁이 모내기하는 날이라 나도 학교가 끝나자 책가방만 내려놓고 바로 할아버지네 논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네도 가진 논은 우리와 비슷해서 7~8명이 모여 있었다.그중에는 임기띠기도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본 척도 안했다. 지난날 자지가 안빠져 곤욕을 치렀던 일이 다시 생각나 더욱 꼴보기 싫었다.
허리병이 도져 대구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몇 달 전 퇴원한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온 날 저녁에 함께 찾아뵈었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일은 못하고 총감독처럼 논둑에서 담배만 피고 있었고 10시쯤 되자 새할머니와 엄마가 새참을 날라와 돌렸다.
처음에는 새할머니와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넷이 둘러 앉았다. 그런데 남정네들이 막걸리를 같이 마시자며 아버지를 불렀고, 엄마는 뭔가 더 가져올 것이 있다고 국수에 젓가락도 대지 못한 채 자리를 떠 새할머니와 나만 남게 되었다.한동안 삶에 지친 듯 얼굴이 찌들어 보이기도 했던 새할머니는 얼굴이 펴졌고 양볼이 발그레한 것이 혈색도 좋아보였다.
“할부지 하고는 어떠십니꺼?”
“응, 마이 기운을 찾으싰다.”
“그건요?”
“뭐를 ...... ?”
버릇없다고 야단을 맞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궁금했다. 또 그런 이야기는 새할머니가 나에게 먼저 꺼낸 것이기도 했다.
“그 뜨겁고 오래 끈다는 것 ...... ?”
할아버지는 입원중이고 병수발을 하던 새할머니가 잠시 집에 들렸을 때 얼켰던 일이 떠올랐다.
새할머니가 얻어 왔다는 술찌끼미를 먹고 낮잠에 빠졌는데 잠이 깨어보니 그녀가 내 자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들려 준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자지가 “클뿐 아니라 뜨겁고 오래 끌어서 여자를 환장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허리병이 도지고 나서 1년쯤 그 일도 못했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그 말을 하면서 눈물짓는 것이 애처로워 불쑥 “우리락도 할까요?”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아, 나는 몰라! 나는 모른다!”며 내 바지에 얼굴을 부비던 새할머니.
결국 우리는 한몸이 되었지만 중간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그만 하자.”고 애원하는데도 나는 이미 불붙은 욕정을 억누를 수 없어 끝장을 보고 말았다.
그러나 사정을 하자마자 나는 심한 자책과 후회에 빠져 버렸고 다시 새할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더욱 나쁜 결과는 그 때문에 임가띠기와도 빠구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심술궂고 살이 디룩디룩한 임가띠기가 우리를 엿보고 새할머니를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같은 빠구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창 방아질을 하던 중 남편 임판돌이 낫을 들고 뛰어들었으며 임가띠기의 임기응변으로 그가 물러간 뒤로도 자지가 빠지지 않아 얼마나 곤욕을 치루었던가.
그 악몽 같은 일은 다시 생각해도 진저리가 쳐지는데 이어 두 여인과의 빠구리의 기억도 되살아 나자 창피하게도 자지에 피가 몰리는 것 같다.
“아아 ...... ! 그거 ...... !”
새할머니가 나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는데 얼굴에 홍조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한달에 두어번, ......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달에 두세번은 꼭 ...... ”
새할머니는 그런 말까지 해놓고도 부끄럼을 타듯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는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나 앞으로는 절대로 새할머니를 빠구리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날 모내기는 우리집 차례였다.
읍내에 머물고 있던 영숙 누나도 어떻게 알았는지 전날 저녁 제과점에서 만드는 빵도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왔다. 황달자네의 희망상회에서 일하면서 누나의 얼굴도 좀 피어 보였다.우리집 모내기라 영자 누나를 빼고는 온가족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다만 영숙 누나는 야간 여상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오후 4시쯤 다시 읍내로 돌아갔다.
우리집 모내기는 모든 것이 잘 끝났고 그날 밤 아버지와 엄마는 또 빠구리를 했다.
밤이 꽤 깊은 듯 했고 누나들과 자는 방의 불도 꺼져 있는데 나는 안방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상하게도 작년 추석무렵 아버지와 엄마가 빠구리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본 뒤에 남들이 빠구리를 할 때는 거의 잠이 깨는 것이다. 외삼촌과 외숙모가 빠구리 할 때도 한밤중이나 새벽녘이었을텐데 꼭 나는 잠이 깼었다.
“언니야, 빠구리 하는 기 그리 좋나?”
윗목에서 영미 누나가 소곤거리 듯 말하는데 조용한 밤이라 그런지 내게는 똑똑하게 들렸다.
“어 ...... !”
영자 누나는 좀 놀란 듯 첫마디가 나오면서도 잠시 머뭇거렸다.
“니는 해보이 좋드나?”
“뭐라꼬? 내가 언제 빠구리를 했다카노?”
억울한 누명이라 생각해서인지 갑자기 소리가 커졌다.
“호 호 호 ...... ”
영자 누나는 나직한 웃음소리를 내며 역시 나직하게 말했다.
“그라마 니나 내나 마찬가진데 내한테 물으마 우야노?”
평소의 누나답지 않게 재치를 부린 것에 나도 어둠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히 히 ...... 언니가 사람 놀래키네. 그래도 다 큰 자식들 앞에서 꼭 저래 소란을 피워야 되나?”
“그기사 세상의 부부들이 다 하는 것 아이가? 그래가 니도 나도 태어난기고 ...... ”
그 말은 나도 영자 누나에게서 들은 적이 있고 그것 때문에 빠구리의 의미를 깨우쳤었다.
“지금은 알라 만들라꼬 하는 것도 아이잖나?”
“그라마 사랑의 행위겠지. 어쨌든 어른들 일에 니가 참견도 못하면서 기분 나뿔끼 뭐 있노?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마 그만이지.”
영자 누나의 말에 설득이 되었는지 두 누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도 꼭 그래 추잡게 해야 하는지 ...... 개 돼지도 그래는 안 하는데 ...... ”
“오줌 누는 데로 하이 추잡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개 돼지는 우예 하는데 ...... ?”
“언니는 개 돼지가 우찌 하는지 모르나?”
“내가 우째 알겠노? 니 얼굴도 아직 못봤는데 ...... ”
“하기사 ...... 개나 돼지는 빠구리라 안하고 흘레 붙는다 카더라. 그런데 각각 좀 다르다.”
한밤중 누나들의 화제가 흘레로까지 번진다. 하지만 그 본질은 빠구리에 대한 호기심의 연장일 것이다.
“개는 암캐가 암내를 피우마 그 냄새에 숫놈들이 몰려든데이. 그래가 숫놈 하나가 암캐 엉덩이에 앞다리를 걸고 빨갛게 솟아나온 좆을 박아대는데 다 드가마 수놈이 꼽은 채 뒤로 돌아뿐다.”
“그라마 엉덩이끼리 붙어있는 기가?”
“그래.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자세로 가마 있는데 암캐 보지가 막 좆을 주물러가 좆물을 받아낸다 카데. 그래가 강아지가 나오는기지.”
영자 누나는 아무 반응이 없는데 영미 누나의 말이 이어진다.
“돼지는 ...... 히 히 ...... 좆이 개보다도 가는데 나사못처럼 꾸불꾸불하게 생겼다. 살이 너무 찐 숫놈은 암놈한테 잘 못 올라가 사람이 들어 올려줘야 할 때도 있다.”
“동물들은 즈그들끼리만은 못하나?”
“그렇지야 않겠지. 멧돼지나 사슴도 다 즈그들끼기 해가 새끼 만들잖나. 집돼지는 살을 너무 찌워가 그럴지도 모르지. ...... 그런데 제일 몸집이 큰 소는 좀 웃긴다. 황소 좆은 개좆보다도 가느다란 꼬챙이 같은기 내 팔뚝만큼 기다란데 한번 집어넣자 마자 금방 빼고 내려오는기라. 그라마 암소 보지에서는 뜨물 같은기 흘러 나오는데 그게 숫놈 정액이지.”
“흠, 동물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짝짓기도 제각각이네. 자, 이제 그만 자자. 낮에 모내기 하느라꼬 니도 힘들었을텐데 잘몬하마 늦잠 자겠다.”
영자 누나는 영미 누나의 말에 호응은 하면서도 그리 큰 흥미는 갖지 않은 것 같았다.
“내도 저녁 묵자마자 사지가 노곤하고 졸음이 왔는데 안방 소리 때문에 잠이 깼잖나.”
한밤의 대화는 끝이 난 모양이다. 나도 슬슬 잠에 빠지려 하는데 다시 영미 누나의 소근거림이 들려 왔다.
“빠구리할 때 여자는 어떤 느낌일까?”
“우쨌든 좋겠지. 어무이가 내는 소리나 저번에 외숙모 울음소리도 다 좋아가 나는 것 아이가? 그런데 지금 그기 뭐 그리 궁금하노? 니도 시집 가마 언젠가는 하게 될텐데 그때 알마 되지.”
“그래도 아부지 어무이 하는 꼬라지 보마 내는 구역질 날만큼 싫다.”
어쩔 수 없이 소근대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는 어둠속에서 빙긋 웃음이 났다.
영자 누나는 내 자지를 만져보고 “내사 시집은 가도 빠구리는 안할끼다.”라고 내게 말했었다. 영미 누나도 지금 빠구리가 “구역질 날만큼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빠구리의 화제를 내놓는다. 여인들의 이중성인지 궁금증 속에서의 갈등인지 나는 모르겠다.
“언니야. 어무이는 막 아부지 좆을 입에 넣고 빨아댄데이. 한참 그러다 아부지도 어무이 그쨔, 아래에 입을 대고 부비대마 어무이는 흥 흥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고 ...... ”
“그래? 사람들은 그래 하는기가?”
작은 소리지만 영자 누나도 그 말에는 호기심을 갖는 것 같았다.
“꼭 그런건 아이드라. 즈그 부모들 빠구리하는 것 봤다카는 다른 아들도 여자가 그래 좆을 물고 빠는 건 못봤다는 기라. 그런데 우리 어무이 아부지가 그런 짓을 하니 얼마나 놀랐겠노? 며칠동안은 그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날락하고 어무이가 더럽게, 사람 같지도 않게 뵈는기라.”
“그럼 우리 아부지 어무이만 그리 하는기가?”
“그건 나도 몰라. 그래 하는 건 국민학교 3학년 때 딱 한번 봤고 그 뒤에 몇 번 볼 때는 그저 몸만 포개가, 가끔은 어무이가 위로 올라가 흔들기도 하고 ...... ”
“니는 아부지 어무이 하는걸 마이 봤구나.”
“그리 마이는 아이다. 한 너댔번, ...... 그것도 다 국민학생 때다.”
이제는 나도 잠에 빠져야겠다. 그런데 또 영미 누나가 말을 꺼냈다.
“우리반 가시나도 빠구리 한 아가 있다.”
“그래? 누구하고 ...... ?”
다시 소곤대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건 나도 몰라. 갸 단짝이 비밀을 들었다고 내한테 전해준기라.”
“그런 비밀을 남한테 퍼뜨린다면 그건 진정한 단짝도 아이네.”
안방 쪽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누나들의 속삭임에 신경을 쏟는 사이에 다 끝이 난 것 같다. 두 누나 쪽에서도 아무 말이 없다.
이제 이방의 3명도 모두 다시 잠에 빠져 들 것이다.
졸음 속에서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와 엄마도 서로의 자지와 보지를 빨아준다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영미 누나처럼 놀랄 일은 아니다. 세상의 많은 남녀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고 나도 체험했으니까.
오히려 나는 두 누나, 특히 아직 빠구리 경험이 없으면서도 영미 누나가 그에 대해 많은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것에 좀 놀랐다.
나도 처음 빠구리를 하기 전까지 그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나날이 커져 갔다.
학교 변소에는 누가 누구와 “빠구리 했다.”는 낙서나 콩처럼 생긴 보지에 털 몇 개를 덧붙이고 “이미영 선생 보지 한번 박고 싶다.” 같은 그림이 지워도 또 생기곤 했다.
남자 녀석들 몇이 모이면 “저 가시나는 빠구리 잘하게 생겼다.”거나 “어제밤 우리 아버지 엄마가 빠구리했다.” 같은 말들을 나누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대화에 끼지 못했고 오히려 그런 말들이 나오면 자리를 피했다. 빠구리가 자지 보지와 관련된 것 같은데 나도 합세하면 ‘멍게좆’ ‘개밥좆’이라는 나의 문제도 등장할 것 같은 열등감에서였다.
한편 나와 빠구리한 여인들은 2명 이상만 모이면 빠구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서울띠기와 꼽추할매도 그렇고, 시누이와 올케 사이인 병호엄마와 홍금순, 그리고 황달자와 그녀의 올케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고생들인 김춘자 강복순 최나영등도 첫경험에서부터 선생의 정액을 먹은 것, 남친이조루증이라는 등 평소의 그 여인들에게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내용들도 많았다.
또 이미영 선생이나 박금순에게서는 남녀의 생리적 문제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빠구리에 관해서만은 여인들마다 제각기 조금씩 다른 보지맛의 특징, 그녀들이 특히 좋아하는 성감대나 심리상태 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셈이다.
5학년에 올라와서도 사내녀석들은 여인이나 빠구리에 관련된 화제가 오를 때가 많은데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끼지 않는다. 그들의 대화 내용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유치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방에도 19살과 15살의 처녀 2명과 11살짜리 소년이 있다. 그런데 빠구리에 관해서만은 내가 두 누나보다 훨씬 앞서 있는 셈이다.
이튿날도 아버지와 엄마는 남의 모내기를 도우러 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저녁 식사가 끝난 후 혼자 집을 나섰다.
밖은 이제 깜깜한데 한 남자가 찾아왔다. 엄마가 행상에서 가져온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우리 영자 아배도 지금 같이 있는겨?”
엄마가 물건을 내주면서 지나는 말처럼 물었다.
“아뇨.”
“아까 용칠 아버지네 간다며 집을 나섰는데 ...... ?”
“아니, 광석이는 태수, 용재캉 어불리가 주막에 간다카던데 ...... 벌써 한시간쯤 됐을끼라요.”
아버지가 없는 안방에서 영미 누나와 나는 요즘 라디오의 가장 인기있는 노래자랑 프로를 엄마와 함께 들었다.
그런데 엄마는 계속 얼굴을 찌푸린 채였다. 아버지의 외출, 그것도 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주막으로 갔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인 것 같다.
프로가 끝나고 누나와 내가 그 방을 나올 때 엄마는 시계를 한번 보고 투덜거렸다.
“이 바람개비가 오늘은 또 찜발이 집에 말뚝 박았나?”
건너방으로 와서야 나는 엄마의 그 말을 그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작년 추석무렵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 엄마의 빠구리장면을 훔쳐볼 때 일종의 사랑싸움처럼 싱갱이를 하다 엄마가 말했다.
“흥, 찜발이나 할마씨만 봐도 벌떡거리면서 ...... ”
그 찜발이가 바로 주막의 주모 아닐까? 그러고보니 할마씨는 분명 송윤초일 것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주모며 송윤초와 빠구리를 했다는 것을 알고있나보다. 아니라도 최소한 그런 관계를 의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미 자정도 넘은 밤 늦게 나는 변소에 가려고 나와 댓돌을 보니 아버지의 신발은 없었다.주막에서 주모를 끼어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 있었다.
오늘이 아버지와 엄마가 모내기 품앗이하는 마지막 날이다. 아버지는 내일 다시 집을 떠난다고 했다.
“모처럼 집에 와서도 우째 이래 밖으로만 쏘다니노.”
엄마의 불평처럼 아버지는 저녁 때 또 외출했다.
“니 그 대갓댁 마님 만났나?”
엄마는 아침을 준비하느라 부엌에 있는데 아버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대갓댁 마님이란 바로 송윤초다. 나는 당황했고 얼굴도 좀 붉어졌을 것 같다.
“아, ...... 예. ...... 그 집에 여옥이가 다친 것을 데려다 주느라고 ...... ”
“마님이 니 칭찬을 마이 하더라. 그라고 언제고 한번 놀러 오라는 말도 ...... ”
“알았심더.”
그 말만 하고 나는 급히 아버지 앞을 피했다.
“아부지, 잘 다녀 오이소.”
아직 집에 있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학교로 향했다.
어쩔 수 없이 금촌리 여인들과 아버지와 내가 얽힌 사연들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나는 모른 채 시작된 것이지만 문숙자와 홍금순, 송윤초, 게다가 주모까지 ...... 마치 아버지의 발자취를 밟는 것처럼 아버지가 거쳐간 그 여인들과 나는 빠구리를 했다.
그런데 모처럼 집에 온 아버지는 이제 내가 거쳐간 여인들을 다시 만났다. 마치 내 뒤를 좇는 것처럼.
문숙자 홍금순과 어울린 것은 현장을 확인했고 주모나 송윤초와도 분명 어울렸을 것 같다.
이것도 역시 인연인가, 내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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