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중년인 윤과장이 처음 듣는 경쾌한 성인가요로 룸 안을 휘감았고 그 뒤로 한 무리가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그 무리 중 맨 왼쪽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하성의 팔에 팔짱을 끼고 깔깔거리는 이대리가 바짝 붙어 서 있었다. 그녀가 박수를 칠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하성의 팔에 와 닿아 부딪히며 부드러운 뭉클거림이 고스란히 그의 팔에 전해져 왔고 그는 경직된 채 불편한 미소만 짖고 서 있었다. 이대리의 뭉클거리는 가슴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아니 좋은 느낌은 맞지만 괜스레 누군가 볼 것 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간주가 흐르자 스크린의 글자를 읽느라 정신없던 윤과장은 흥에 겨워 웃으며 뒤를 휘 돌아보는데 하성은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윤과장이 팔짱낀 모습을 슬쩍 내려 본 탓도 있었지만 하성이 당황한 이유는 바로 이대리의 행동 때문이었다.
“오호~! 과장님 멋있어요!”
한 손을 치켜들고 공중에서 휘휘 돌리며 폴짝폴짝 뛰어대는 이대리의 아부성 행동 때문에 하성을 의지하고 있던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더욱 바짝 붙게 됐고 그녀의 꿀렁이는 가슴이 하성의 팔을 마구잡이로 비벼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리는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리듬에 맞춰 무릎을 꾸벅이며 박수를 치고 까르르 웃어 댔다. 하성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언제 노래가 끝났는지도 모르게 다음 예약된 곡으로 바뀌고 전주가 흘러나오자 이대리는 간지러운 코끝을 긁적이느라 하성의 팔에 꼭 매달려 있던 자신의 팔의 힘을 조금 풀었다. 하성은 이 틈을 타서 이대리의 팔 사이로 슬쩍 자신의 팔을 빼내보았지만 그녀의 레이더에 감지되기에 충분히 어색한 행동이었다.
“어? 왜 빼지?”
“아니... 그게...”
일순간 퉁명해진 그녀의 눈빛에 하성이 체념하듯 팔을 벌리자 이대리는 다시 그의 팔에 매달려 꼭 움켜쥐고 흐르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담차장이 반주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이대리는 끼고 있던 하성의 팔을 툭툭 쳐 가며 까르르 넘어갔고 하성도 더 꽉 밀착해오는 이대리의 뭉클한 가슴의 아리한 느낌 때문에 마른 침이 꼴깍 넘어갔다.
무슨 노래인지도 당체 모르는 담차장의 노래가 이어지고 하성의 옆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인 여과장이 하성과 이대리의 팔짱 낀 모습을 보고 옆 사람을 쿡쿡 찔러 재미있는 볼거리마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하성은 요 며칠 다운돼 있던 이대리의 기분을 맞추느라 그녀가 하는 대로 따라갔지만 더 이상 이 민망한 상황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하성은 꼭 껴안은 이대리의 팔을 겸연쩍게 풀고 웃어 보이며 뒤로 빠져나와 소파 끝에 풀썩 주저 앉았다.
팔이 풀린 이대리는 쀼루퉁한 표정을 잠깐 지어보였지만 이내 담차장의 노래에 아부성 환호성을 지르며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고 즐겁게 리듬에 몸을 맡겼다.
경쾌함을 넘어서는 시끄러운 음악에 담차장의 고성까지 더해지면서 살짝 짜증까지 나는 하성은 땀이 차 눅눅해진 팔을 내려다보며 테이블 위의 맥주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 시원한 캔 맥주로 위안을 삼으려 홀짝이고 있을 때 어느 틈엔가 다가서는 이대리가 하성을 향해 귀엽게 미간을 찌푸려 보이며 테이블과 하성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섰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하성은 이대리가 지나 갈 길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몸을 의자 안쪽 깊숙이 묻어보았지만 그녀가 지나가기엔 통로가 너무 비좁아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성의 발에 걸려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는 바람에 이대리도 하성도 순간 얼음처럼 굳어져 버렸다.
하성은 자신의 성기를 깔고 앉은 이대리의 엉덩이에 깜짝 놀랐고 이대리는 자신의 엉덩이로 전해지는 말캉한 살덩이에 깜짝 놀랐다. 그대로 수 초간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고 눈이 휘둥그레진 하성은 어정쩡한 자세로 애꿎은 소파만 쥐어뜯었다. 이내 이대리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 마치 섹스라도 하는 듯 과장되게 흔들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재치 있게 하성의 다리를 타고 넘어가 슬쩍 하성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성씨, 너무 순진하다.”
“...”
하성의 어깨에 손을 얹은 이대리가 눈에 들어온 하성의 캔 맥주를 뺏어들고 이내 홀짝거렸다. 하성은 황당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 표정으로 이대리를 쳐다 볼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여자한테 듣는 순진하다는 말에 울컥 화가 났지만 머릿속이 하얘져 반박할 대거리를 찾지 못했다는 게 더 맞았다. 더구나 이대리가 오늘따라 애써 더 즐거운 척 하는 모습에 뭔지 모를 불안감마저 들었기에 하성은 이대리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중이였었다.
노래를 부른 사람도 그 뒤에서 장단을 맞추던 사람들도 이젠 지쳤는지 하나 둘씩 자리를 찾아 테이블로 몸을 돌렸다. 이대리는 냉큼 몸을 일으켜 하성을 타고 넘으며 그를 내려다보고는 눈웃음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나 하성은 그녀의 눈웃음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의 눈앞에 바짝 다가온 그녀의 가슴팍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꽂혀 바짝 긴장한 채 또다시 어정쩡한 자세로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기에 급급한 그였다.
“어? 어디가게?”
“화장실에요.”
“나도 같이 가.”
이대리는 그대로 여과장과 룸 밖으로 사라져 버렸고 하나 둘씩 사람들로 테이블이 채워져 갔다. 사람들은 앞으로 이렇게 책임자급 노인네들 빼고 자주 모이자는 둥 다른 팀의 동료들에 대한 뒷담화에 가까운 소식들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어 댔다. 한 참이 지나서야 들어 온 이대리는 테이블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앉아 과장되게 웃으며 재잘거렸고 하성이 흘끗흘끗 볼 때마다 이대리의 앞에는 맥주 캔이 계속 쌓여만 갔다. 1차에서도 넙죽넙죽 받아 마시는 모습에 불안 불안했었는데 2차로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 술을 들이 붓고 있었다. 이대리의 그런 모습에 오늘은 술이 좀 받는 날로 치부하기에는 도가 좀 지나쳐 보여도 하성은 이대리를 멀리서 바라볼 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기혼의 서른 살 직속상관을 살뜰히 챙기는 미혼의 말단 직원을 곱게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상시 장단이 잘 맞는 두 사람이 사석에서까지 가깝게 지낸다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릴 가장 적당한 안주거리가 될 게 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어느 새 훌쩍 지나가 자정이 훨씬 지나버렸고 슬슬 파장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지방방송으로 시끄러운 틈을 타 몇몇은 어느 새 슬쩍 사라져 버렸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자 담차장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던 윤과장이 주위를 흘끗 보더니 이내 총대를 맺다.
“어이어이, 담차장,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 말이야. 다들 가자고 애절하게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는데 말이야.”
윤과장이 주위를 가리키며 담차장을 쏘아붙였다. 말이 끊긴 담차장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윤과장을 향해 과장되게 고개를 조아렸다.
“아, 그렇습니까. 윤과장님. 그럼 파장해얍죠.”
담차장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봤지? 과장 나부랭이가 하늘같은 차장님께 엉겨 붙는 거. 이런 걸 소원수리에 쓰란 말이야. 이거, 이거.”
윤과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자 이내 윤과장은 담차장의 손가락을 물어버리는 시늉으로 맞받아치고 그제야 사람들은 옷가지를 챙겨들고 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밤이 깊어서인지 차가운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인적은 거의 드물었고 일행은 서로의 안부를 챙기기 바빴다. 소리 소문 없이 먼저 사라져버린 사람들에 대한 살짝 원망 섞인 뒤담화도 빼지 않고 챙겼다.
“어휴, 이대리는 왜 이렇게 취했어?”
윤과장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이대리를 어깨에 들쳐 멘 하성을 향해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이어갔다.
“좀 챙기지 뭐 했어?... 어이, 들어 가! 주말 잘 보내고!”
윤과장은 하성을 꾸짖으며 먼저 흩어지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 다 가버렸네. 그럼 이대리는 하성씨가 챙기시고...”
윤과장은 담차장과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는 한 잔 더?”
“어이, 뭘 한 잔 더 야? 늦었어, 아, 집에 안 들어가나?”
“무튼... 일단 가자고....”
윤과장이 담차장의 등을 떠밀며 하성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들어 가. 이대리 잘 챙기고...잉”
“예. 안녕히 들어가세요.”
“어이.”
윤과장은 집에 가겠다는 담차장의 등을 강제로 떠밀며 뒤 돌아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토닥거리며 멀어져 갔다.
휑한 길바닥이 덩그러니 남겨진 하성은 어깨에 두른 이대리의 팔을 강하게 당겨 들춰 맺다.
“선배! 선배! 집이 어디에요?”
고개를 떨어뜨린 이대리를 세차게 흔들어 봐도 그녀는 하성의 힘에 흐느적거리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하이 씨, 작작 좀 퍼마시지... 선배! 선배!”
“으음...꺽!...”
“아우 씨, 무거.... 선배!... 선배!.... 이 씨, 야 이조은! 야!”
세차게 흔들어 대는 하성에게 응답이라도 하듯 조은이 스르르 고개를 쳐들었다.
“음... 하성씨네...끅...”
“선배, 정신이 좀 들어요? 집이 어디에요?”
이내 조은의 고개는 다시 툭 떨어졌다.
“우 씨, 야! 이조은!”
“이 자식이... 누나... 이름을 막 불러... 끅...”
조은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하성을 쳐다보더니 이내 초점 없이 그의 머리를 툭툭 내리쳤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집이 어디냐고, 집!”
“집?... 끅... 어댈까여~? 끅...”
“그래! 집! 집이 어디냐고! 집! 집!”
“방배동! 꼬! 꼬우!”
“방배동? 방배동 맞아?”
다시 푹 사그라지는 그녀의 머리... 하성은 다시금 조은의 어깨를 흔들 쳐 깨웠다.
“방배동이에요? 방배동?”
“어? 하성씨네... 끅...”
배시시 웃는 조은의 미소에 하성은 기가 찼다.
“헐... 방배동이에요? 집이?”
“집?... 끅... 사당...끅... 어?... 끅... 사탕 머고 시퍼...끅... 사탕 사주세욤... 끅...”
“헐... 알았어요. 사탕 사줄께여. 집이 사당이에요? 사당 맞아요?”
“사당! 꼬! 꼬! 꼬우~!.... 푸르르르르”
조은은 그러고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성은 바깥 공기에 어느 새 익숙해 졌는지 취기에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내 도리질로 졸음을 떨쳐내고 어딘지도 모를 집을 찾느니 점점 무거워지는 조은을 던져버릴 곳을 찾는 게 더 낳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외곽지역이여서 인지 쉴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기만 해도 속속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모텔들이 즐비했다. 하성은 시간이 갈수록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조은을 들춰 메고 가장 가까운 모텔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모텔로 들어선 하성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어서 무개 중심이 맞지 않아 더 무겁게 느껴지는 조은을 들춰 메고 가까스로 뒷주머니로 손을 뻗어 지갑을 빼들었다. 입으로 지갑을 베어 물고 프런트를 찾아봤지만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포기하고 조은을 다시 힘차게 들춰 메고 나가려고 하자 딸깡거리는 문소리가 나며 털썩털썩 뛰어 오는 소리가 났다.
“숙박하시게요?”
“예? 예....”
“숙박 7만원, 대실 3만원이요.”
“예, 예...”
하성은 조은을 빨리 내려놓고 싶은 생각에 건성으로 답하고 그냥 지갑 채 디밀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흠칫 거리더니 지갑에서 돈을 추려내서 쫙 펼쳐 보여준다.
“7만원이요.”
“예, 예.”
청년이 바로 앞 공중전화처럼 생긴 머신에서 버튼을 몇 번 꾹꾹 누르더니 번호표 같은 것을 뽑아 하성의 손에 쥐어 줬다.
“3층, 이 방으로 가시면 돼요.”
“예, 예.”
하성은 다시 한 번 힘껏 조은을 들쳐 메고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틈 사이로 비웃음 섞인 표정의 청년이 하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이 씨, 저 걸 그냥...”
하성은 그 청년의 썩소보다도 자꾸 흘러내리는 조은이 더 무거웠다.
“빨리, 빨리...”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번호표에 찍힌 방 호수를 확인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 선 하성은 지체 없이 침대를 찾아 조은을 던지다시피 눕혔다. 그리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아 생각보다 무거운 조은을 내려다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음....”
조은이 잠결에 뒤척이다 한 쪽 다리를 웅크렸고 그 행동으로 인해 하성이 방심하는 사이 그대로 조은의 무릎이 하성의 급소를 가격하는 꼴이 돼버렸다.
“윽....”
짧은 신음 소리도 잠깐, 하성은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진 조은의 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른 살 치고는 매끄럽고 운동을 했는지 탄탄해 보이는 그녀의 허벅지에 시선이 쏠렸다.
“좋다...”
하성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조은을 돌아보며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뭐가 힘들어서... 요즘 뭐가 그리 힘들었어요? 선배...”
하성은 조은을 마주보고 옆에 누워 그녀의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스르르 눈이 감겨버렸다.
하성은 꿈을 꾸었다. 얼굴은 보이질 않지만 왠지 익숙한 사랑스러운 여자와 함께였다. 그녀가 부드러운 손길로 성기를 앞뒤로 흔들어 주었고 하성에게 사랑스런 키스도 해주었다. 그녀의 입술이 닿고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그리고 익숙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손놀림에 기분 좋게 정액을 분출하고 그녀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너무 생생했다. 마치 현실인 것처럼... 그러나 하성은 이 좋은 꿈을 깨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의 귓가에 찢어지는 한 줄기 비명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
놀란 하성이 눈을 번쩍 떴을 때 그는 심장이 멎어버리는 듯 했다. 토끼 눈을 하고 바로 코앞에서 깜빡거리는 까만 눈동자가 하성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심장이 멎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헉!!!!!”
하성은 순간 당황해서 몸을 뒤로 쭉 뺐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하성의 성기도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쑥 뽑히는 그런 느낌 때문이었다.
“뭐... 뭐야! 당신!”
팔 하나 간신히 뻗을 위치에서 깜빡이던 까만 눈동자의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조은이었다.
“선...선...배?... 선배가 여기 왜?...”
조은은 꼼짝도 못한 채 얇은 침대 시트를 따라 손을 끌어 올렸다. 그녀의 가슴 팍 부분에서 끝나는 시트 밖으로 그녀의 손이 불쑥 나타났는데 손바닥에선 하얀 액체가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놀라 숨만 깊이 들이켰다. 그리고 그만큼 눈도 더 동그래져 갔다.
“!!!!!!!!!!!!!!!!!!”
그녀는 손바닥에 흥건한 액체의 정체를 짐작하고 깊게 들이켰던 숨을 비명으로 쏟아냈다. 연신 손바닥을 코로 가져가 킁킁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확신에 찬 비명을 재차 쏟아냈다.
“!!!!!!!!!!!!!!!!!!”
당황스럽기는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잠도 덜 깬 터라 새하얗게 텅 빈 머릿속은 멍 할 뿐 상황파악도 되질 않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하성은 조은의 뒤로 보이는 침대 맡 탁자에 놓인 티슈가 눈에 들어 왔다. 일단은 티슈로 조은의 손에 묻은 정체불명의 액체를 닦아줘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조은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티슈를 뽑아 드는 순간 또 한 번의 날카로운 비명이 방 안을 휘감았다. 고개를 숙여 조은을 응시하던 하성도 숨이 멎을 뻔 했다. 조은의 바로 눈앞에서 덜렁이고 있는 그의 성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헉!!!”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원위치한 하성은 재빠르게 무릎에 걸려 있던 시트로 온 몸을 휘감았고 동시에 조은의 감싸고 있던 얄팍한 시트는 훌렁 벗겨져 버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나신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휑한 기분에 밑을 내려다 보던 조은은 또 다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재빨리 하성의 몸에 감겨 있는 시트자락을 움켜쥐고 끌어 당겼다. 그러나 하성도 빼앗기면 벌거벗겨 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시트를 꽉 움켜잡았다. 조은은 필사적 이였지만 하성의 힘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수차례 끌어 당겨봤지만 꼼짝하지 않는 시트를 포기하고 그녀는 노출된 중요부위를 가리기 위해 몸을 획 돌려 누웠다. 드러나는 그녀의 뒤태, 매끄러운 굴곡, 하성의 눈에 들어 온 광경은 그것이였다. 하성은 이내 이성을 찾고 자신이 둘러싸고 있던 시트를 풀어 조은에게 덮어 주었다. 조은은 한줄기 빛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녀를 덮어오는 시트자락을 잽싸게 움켜쥐고 온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조심히 몸을 끌어 침대 끝으로 꿈틀거리며 기어나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그녀의 실루엣이 하얀 시트 사이로 아른거리자 하성은 넋 놓고 그녀의 뒤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래쪽에서 불끈불끈한 기운을 느끼면서....
“으흠... 흠... 좀 돌아 줄래?”
차마 하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반만 돌려 이전보다는 침착해진 조은이 하성의 불편한 눈길에 그만 볼 것을 요구했다.
“예?... 예... 예... 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성도 후다닥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말끝을 흐렸다. 조은은 침대 반대 쪽에서 바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고 하성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찰나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조은의 벗겨진 팬티였다. 아마 조은이 기웃거리던 것의 주인공이 이 팬티일 것이라는 생각에 하성은 팬티를 허공으로 집어 들었다.
“저기... 서... 선배... 이거....”
바닥을 기웃거리던 조은은 하성의 손끝에서 달랑거리던 조막만한 천조가리를 보곤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시선엔 하성의 손끝에 달랑거리는 팬티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잽싸게 팬티를 낚아 챌 생각만으로 조은은 침대 쪽으로 몸을 홱 기울였다.
“악!”
너무 급한 마음에 그녀는 시트에 발이 걸려 침대위로 넘어졌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시트자락이 벗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다다닥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잡으려고 한 행동이 더 큰 참극으로 번져갔다. 조은의 짧은 외마디 비명을 들은 하성도 뒤를 돌아보면서 대참사를 만들었다.
“퍽!...”
“헉!”
하성은 복부를 가격 당했다. 다다닥 기어오던 조은의 얼굴로 말이다. 그녀는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 채 창피함에 몸이 경직된 채 그대로 하성의 복부에 얼굴을 묻어 버렸고 하성은 가격당한 고통도 잠시, 그녀의 거친 호흡이 그의 하복부를 간질이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배꼽 주위를 간질였다. 멍한 하성의 시선은 그녀의 매끈한 등허리를 타고 내려가 빛을 고스란히 받아 반짝이는 탱탱한 엉덩이 굴곡 사이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하성은 거친 숨을 내 쉬었고 아래쪽이 불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그의 자지가 솟아올랐다. 마치 위협하는 코브라 대가리마냥 거대해져서 까딱거렸다.
민망한 조은은 얼굴은 짓이기는 꿀렁거림과 그녀의 뺨을 톡톡 건드리는 따끈한 살덩이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본 것은 거뭇한 수풀 속에서 거대한 기둥이 당장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출렁이는 모습이었다.
“악!!!!!!!!!!!!!”
조은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뒤로, 뒤로, 다다다닥....
양 팔로 몸을 지탱한 채 뒷걸음질을 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지고 하성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벌어진 번지르르한 보지에 꽂혔다.
“헉!”
“!!!!!!!!!!!!!”
잽싸게 다리를 오므린 조은이 후다닥 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는가 싶더니 이내 쿵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헉! 선배!”
머리로 떨어지는 듯 한 둔탁한 소리에 하성은 잽싸게 침대 건너편으로 기어갔다. 바닥에 머리를 쳐 박고 있는 조은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민망함에 얼굴을 가려버렸고 다음으로 하성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눈앞에서 활짝 벌어진 그녀의 보지였다.
“꿀꺽”
조용한 방안에 하성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조은은 손가락 사이로 하성을 올려다보고 머리가 새하얘질 만큼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보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하성을 보게 된 것이다.
“!!!!!!!!!!!!!!!”
“퍽퍽! 퍽! 퍽!”
조은은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몇 번의 발끝에 둔탁하게 와 닿는 느낌을 받으면서 허공을 향해 세차게 발길질을 퍼부었다.
“악! 악!”
몇 번의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악악 소리가 조은의 귀에 들려오고 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은의 발길질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추고 그녀는 문득 하성이 크게 다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침대 위를 보니 역시나 하성이 침대 위에 납작 엎드려 웅크리고 있었다.
“하...하성씨 괜찮아? 어디... 어디 봐. 많이 다친 거야?”
조은은 하성의 어깨를 흔들며 하성을 일으키려 했다. 한참을 웅크리고 있던 하성이 고개를 쳐들며 몸을 일으키자 그의 얼굴에는 멍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고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어떻케...”
그러나 그녀가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것도 한 순간이었다. 조은의 시선은 점점 아래로, 그리고 하성의 시선도 점점 아래로 쏠리고 있었다.
“흠... 흐흠.... 도..돌아 앉아.”
민망함에 미간을 찌푸린 조은이 몸을 휙 돌리며 하성에게 쏘아 붙였다. 이내 멍투성이가 된 하성도 어기적거리며 다시 침대 끝으로 가 걸터앉았다. 빠끔히 뒤를 돌아 본 조은은 침대 위에 널브러진 팬티를 홱 낚아채서 허리를 구부렸다. 하성은 아픈 얼굴을 매만지며 유난히 반사가 잘 되는 금색 벽면 장식을 통해 조은이 팬티를 입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직접 대놓고 보는 것보다 장식에 살짝 살짝 가려진 모습이 더 색스럽게 보이는 그녀였다.
팬티를 챙겨 입은 조은이 가슴을 가리고 다시 바닥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침대 위를 휘 돌아보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조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저기...혹시... 그 쪽에 내... 내 소...속옷 있어?”
“예?...어... 어떤 거요?”
“...”
하성은 바닥을 내려 보며 찾은 시늉을 했다.
“그...저...브...브라...”
그녀의 브라라는 말이 유난히 색스럽게 들리는 그였다. 다시 한 번 침이 꼴깍 넘어갔고 그는 혹시나 이 소리를 그녀가 들었을까 내심 걱정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문득 하성이 고개를 떨어뜨렸을 때 발가락 사이에서 꼼지락 대던 흰 끈 쪼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포근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발꿈치를 포개 놓았던 것이 조은의 브라 안쪽 면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헉...”
하성은 냉큼 조은의 브라를 집어 들고 혹시라도 때라도 묻었을까 털기 시작했다. 하성의 행동을 뒤에서 지켜보던 조은은 그녀의 브라 안쪽을 빤히 들여다보는 하성이 보였다.
“야! 뭐... 뭐하는 거야!...이리 내!”
이미 한 번 침대 위에 널브러진 참극이 있었기에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조심스럽지만 잽싸게 브라를 낚아채 왔다. 브라 안 쪽을 살피던 조은은 왠지 찜찜하지만 별 도리 없이 얼굴을 붉히며 돌아서서 브라를 착용했다. 방 이 곳 저 곳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치마와 블라우스를 다 챙겨 입은 조은은 핸드백을 챙겨들고 황급히 방을 나가려고 했다. 문고리를 붙잡은 그녀가 하성은 아직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꺼냈다.
“나... 나가고 좀... 있다가 나와...”
조은은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하성은 묵직한 생각의 무게에 눌려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방 안 곳곳에는 어제의 사건, 사고를 떠 올리게 하는 증거들이 흩어져 있었다. 방 문 틈에 걸린 흡사 걸레 같은 팬티를 발견하곤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서 보는 침대 위의 상황은 대 전투를 격은 듯 참으로 가관이었다. 순간 문득 문득 스쳐가는 잔상들에 후회가 몰아치다 이내 떠오른 조은의 나신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아래쪽에 불끈불끈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지가 다시 한 번 코브라 대가리처럼 빳빳하게 까딱거렸다. 하성은 성난 자지를 붙잡고 잔상에 의존하며 살살 손에 힘을 주며 움직이는 찰나 문이 벌컥 열렸고 놀란 토끼 눈의 조은에게 그 광경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헉!!!”
하성은 몸을 웅크리며 가려봤지만 이미 발딱이는 대물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귀두가 빠끔히 고개를 쳐들고 조은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뭔가 말 할 것이 있어 다시 돌아 온 것 같은 조은은 그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이내 사라져 버렸다.
“서... 선배!... 선배!...”
복도로 따라 나갈 수도 없는 하성은 고개만 디밀고 애타게 조은을 불렀다.
“아.... 이....”
하성은 이 볼썽사나운 꼴에 고개만 떨어뜨린 채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 온 하성은 힘없이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그리고 어제 일을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이어지지 않는 두서없는 잔상들... 잔상들만으로도 어제 밤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벌떡 일어난 하성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이제 앞으로 선배를 어떻게 볼 것인지... 회사를 관둬야 하나... 아니면 전근을 신청해야 하나... 하성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터져버릴 것만 같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신에게 성질을 냈다.
복잡한 심경에 어떻게 주말이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게 시간은 훌쩍 흘러버렸다. 얼굴에 남겨진 멍 자국만이 그 날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하성은 착잡한 심경으로 출근을 했고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조은을 보았다.
“아이고, 뭔 일이래? 중학생들한테 맞기라도 했나? 얼굴이 그게 뭐야?”
비꼬는 담차장 특유의 저질 농담이 역시나 제일 먼저 그를 반겼다.
“아니... 뭐....”
하성은 그렇게 곁눈질로 인사를 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하성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밥도 약속 있다고 따로 나가 버려 그녀와는 대면 할 기회조차 없었다. 하성이 말을 붙이려 하면 이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며 돌아 앉아버렸고 복도에서 부르는 소리에 쏜살같이 모퉁이 너머로 사라져 버린 그녀였다. 앞으로 그와는 말도 안 할 것처럼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하성도 체념에 가까운 인정을 하고 시간은 흘러갔다. 그 일이 있었던 지 벌써 일주일째 되는 또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다. 남들에게는 황금 같은 불금이겠지만 하성에게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불지옥의 금요일이었다. 하성은 계속 가시방석과도 같은 지옥 불 속이었다. 착잡한 심정으로 오후 일과를 시작하려는데 사내 메신저로 조은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이조은 대리 : 오늘 저녁에 좀 볼 수 있을까?
장하성 사원 : 예. 시간 되요.
이조은 대리 : 그럼 끝나고 회사 앞 커피숍에서 만나.
장하성 사원 : 예.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하지 못한 어려운 숙제라도 해낸 기분이었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조은이 말을 걸어 준 것만으로도 하성은 모든 일이 다 잘 풀린 것만 같았다. 오후였지만 퇴근 시간까지는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다. 거의 십 분에 한 번씩 시계를 본 것 같다. 야속한 시간은 그런 하성을 놀리기라도 하듯 더욱 더디게 흘렀고 그래도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처럼 이윽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하성은 조은을 슬쩍 쳐다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냉랭한 표정으로 서류만 뒤척였다.
그래도 하성은 화해할 수 있는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쏜살같이 회사를 빠져나와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녀가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먼저 주문해 놓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거의 30분이 지났을 무렵 그녀가 커피숍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은은 하성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와 말없이 앉았다.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번 쳐다보고 하성에게 눈짓으로 허락을 구하는 듯한 모습에 하성은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선배가 즐겨 마시는 거...”
조은은 말없이 빨대를 홀짝이며 빨고 있을 뿐이었다. 하성도 조심스러워 말없이 커피만 홀짝이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 그 때... 그 일....”
“여기 답답하다. 자리 옮기자.”
“예? 예...”
무표정한 얼굴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휑하니 일어나 저만치 가버리는 그녀였다. 하성은 조은을 놓칠세라 감히 옆에서 나란히 걷지도 못하고 그녀의 발걸음만 보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거리로 나온 조은이 하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도로에 세워 둔 그녀의 차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차 창 밖에서 허리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는 하성을 조은이 퉁명스럽게 타라고 손을 까딱거릴 뿐 말은 없었다. 하성은 왠지 가시방석으로 들어오라는 악마의 유혹인 것 같아 잠시 머뭇거리다 차 문을 열고 올라타면서 애써 태연한 척 헛웃음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하성이 차 문을 닫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차는 도로를 따라 쌩하니 내달렸다.
“선배, 어디 가는 거예요?”
“...”
“그 때 그 일은...”
“...”
차갑게 노려보는 조은의 눈빛에 기가 죽은 하성은 말꼬리를 흐리며 겸연쩍게 고개를 돌리고 창 밖에 지나가는 차량들만 응시했다.
한 참을 내달린 차는 도시 외곽을 향하고 있었다. 하성은 궁금했지만 날카로운 조은의 기에 눌려 물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차에서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차는 어느 덧 인적도 찾아볼 수 없는 좁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조은은 잘 아는 듯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외곽지역의 한 오리농원이었다. 차가 주차장에 서자 하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이 나지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지형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었고 드나드는 차량 또한 적지 않았다. 하성은 조은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옆으로 갔다.
“와!... 선배... 좋은 곳... 알고 있네요. 저 여기 처음 와 봐요.”
“...”
냉랭한 분위기를 띄우려고 조은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하성이었다. 조은의 표정이 아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하성은 알 수 있었다. 좀 더 편안해진 느낌, 살짝 보이는 옅은 미소... 그러나 여전히 말이 없는 조은은 주차장을 지나 식당 외부에 마련된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간이 업장으로 향했고 하성은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비닐하우스 안은 고기 굽는 연기로 자욱했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성과 조은을 발견한 주인인 듯 한 사람이 이내 다가와 자리를 안내하고 조은에게서 주문을 받아 갔다. 미소 띤 조은의 모습에 하성은 불안한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여기, 남편하고 자주 오던 곳이야.”
“...”
하성을 대하는 조은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졌고 특히 남편을 강조했다.
“오던 곳? 그럼 요즘은 안 와 봤다는 거예요?”
하성은 아차 싶었다. 조은이 차갑게 그를 노려보며 눈 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성은 또다시 좌불안석, 온 몸을 따끔따끔한 가시방석으로 비벼대는 것 같았다. 하성은 조은의 시선을 피해 허공을 두리번거리며 애써 태연한 척 말을 돌렸다.
“와!... 선배한테는 소중한 곳이구나. 분위기 좋고... 춥고...”
계속 노려보고 있는 조은의 시선에 말꼬리를 흐리며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는데 구세주처럼 주인장이 주문한 고기와 술을 가지고 왔고 하성은 주인장에게 무한감사를 보내며 탁자 세팅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주인장의 말에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조은을 저승사자마냥 바라보고 있는 하성이었다. 다시 냉랭해진 조은의 표정.... 하성은 살짝 짜증도 났지만 조은의 기분을 맞춰주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일단 술 한 잔 따르고... 후루룩 마셔버리는 조은이었다. 탁 소리가 나게 탁자에 잔을 내리고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 하성은 슬쩍 조은을 올려다보며 다시 잔을 채웠다. 잔이 채워지자마자 다시 후르륵 마셔버리는 그녀였다. 그리고 다시 탁 소리와 함께 내밀어진 빈 술잔....
“천천히 마셔요. 선배. 취해.”
“...”
똑바로 하성을 응시하는 조은은 빈 술잔을 더 들이밀었다.
“나 참...”
하성이 다시 잔을 채웠고 이내 후루룩 마셔버리고 다시 빈 술잔을 들이밀었다.
“선배!”
조은의 성질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하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다그쳤지만 눈동자가 살짝 흔들릴 뿐 빈 술잔을 탁탁 내치는 그녀였다. 하성은 다시 한 번 잔을 채우고 어색한 분위기를 피해보려고 그녀의 잔 끝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미친놈처럼 히죽거리며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히히... 그럼 나는 자작.”
하성이 자신의 술잔을 눈앞으로 들어 올리며 헤죽거리자 순간 조은이 피식 웃었다. 하성이 누르고 있던 손가락을 잔에서 떼며 마시자는 제스처를 해보이자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조은도 쭉 들이켰다.
“캬~ 조오타!... 한 잔 더?”
하성이 술병을 들어 흔들어 보이자 조은이 술잔을 스윽 내밀었다. 그녀의 술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을 채우려는데 조은이 술병을 빼앗아 들고 하성의 잔을 채워준다. 그녀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오히려 당황스러운 눈동자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하성이었다. 잔을 시원하게 들이킨 조은은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입술만 물어뜯고 있었다. 이미 취기가 올라오는지 어느새 그녀의 볼은 발그레해 져 있었다. 하성은 조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선배....”
그러나 조은은 하성의 말을 끊고 단숨에 말을 내 뱉았다.
“남편한테 여자가 생긴 것 같아.”
예상 밖의 조은의 발언에 머리가 하얘진 하성은 눈만 껌뻑일 뿐 할 말을 잃었다. 고개를 든 조은은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아른거리는 눈망울로 하성을 응시했다. 그녀의 남편은 유명 정유사의 지방 공장에서 근무를 하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그녀와는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하성도 알고 있었다.
“에... 에이... 설마... 누가 선배 같은 여자를 놔두고 바...바람을 펴요,,,서...선배가 오해한 걸 거예요...”
“...”
조은은 무심히 탁자를 내려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일이 바빠서 못 올라온다면서 안 온 게 세 달이 넘었어. 내가 내려간 데도 바빠서 방해된다고 오지도 못하게 하고...”
조은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탁자 밑으로 애꿎은 손톱만 뜯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번 주... 말에...”
저번 주말이라면 하성과 모텔에서 있었던 일 일거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일을 차마 입을 담을 수 없었는지 말끝을 흐리던 조은은 입술에 침을 한 번 바르고 슬쩍 하성을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을 이어갔다.
“저번 주말에 그 일이 있고 나서 무작정 남편한테 찾아 갔었는데... 봐버렸어...”
조은의 어깨가 축 쳐지며 눈가로 향하는 그녀의 손을 보니 눈물을 훔치는 것이 틀림없었다. 조은의 짧은 한 마디에 그녀가 겪었을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하성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바람이야 남의 가정사니 그가 화를 낼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겪었을 수치심, 모멸감, 배신감, 분노, 울분 등등등... 그것도 모자라 그녀를 울게 만들었다는 것이 하성을 격분케 했다.
“아! 뭐 그런 나쁜 새끼가!...”
깜짝 놀라 하성을 올려다 본 조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그래도 남편 욕하는 소리는 싫었는지 그를 원망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하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술잔을 벌컥 이며 비워버리고 탕 소리가 나도록 잔을 내려놓았다.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주변 사람들이 슬쩍 쳐다보기까지 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인 조은이 한없이 애처로워 보이는 하성이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는 지 아니면 같이 욕을 퍼 부어줘야 하는 지 그런 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나는 하성이었다. 그냥 한없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그 상황을 먼저 푼 것은 조은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손톱을 뜯으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나... 하성씨한테 화나서 그랬던 거... 아냐... 처음엔 당황하고 무섭기도 했었는데... 하성씨 볼 자신도 없었는데...”
나지막이 말끝을 흐리던 조은은 우물쭈물 금붕어마냥 입만 뻐끔거린다. 하성의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천사의 속삭임처럼 화나지 않았다는 한 마디에 남편이고 나발이고 이 여자를 웃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그였다.
“선배! 힘내요. 그깟 남자 새... 남자 하나 때문에 세상이 끝장나지는 않아. 자! 한 잔 받아요. 선배!”
하성은 조은의 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도 채워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조은이 홀짝거리며 마시는 모습을 보고 하성도 자신의 잔을 비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탁자 위에는 빈병들이 쌓여만 갔고 둘은 건아하게 취기가 올라 있었다.
“자! 건배~”
이미 벌게진 얼굴의 조은이 혀가 꼬여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발음으로 술잔을 높이 쳐들었고 그 반동으로 인해 잔속의 술은 허공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에헤이!...”
공중에서 자유유형을 하던 술 방울이 하성의 사타구니 사이를 적셨다. 바지 앞섶에 테러를 당한 하성은 엉거주춤하게 물기를 털어내며 비틀거렸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이를 쳐다보던 조은은 젖은 하성의 바지를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어!... 오줌 쌌다.. 끅... 헤헤헤...”
“아! 뭐야!~... 끅...”
조은은 자신은 아무런 죄도 없다는 듯이 해맑게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이내 의자를 끽끽거리며 끌고 와 하성의 옆으로 다가갔다. 조은이 술잔을 다시 높이 치켜들었다.
“헤헤헤... 이리 와... 누나가 먹여 줄게...”
조은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하성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은 술을 그의 입 안에 털어 넣고 의자도 없는 허공으로 내려앉다가 퍽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
“안 다친 거 야냐? 크크크크.”
“우! 씨~... 끅... 아... 꼬리뼈...”
엉덩이를 쓱쓱 문지르며 간신히 탁자를 짚고 올라선 조은이 이번에는 의자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조은이 풀린 눈으로 꾸부정한 자세로 비틀거리는 팔을 치켜들어 하성을 향해 훈계를 했다.
“이 자식이... 끅... 누나가 다쳤으면 호~ 해 줘야지... 끅... 감히 웃어!”
“그래? 고롬 방뎅이를 이리 대거라. 호~ 해 줄테니. 헤헤헤헤...”
“어머, 어머... 이 응큼한 놈... 끅... 감히 어딜...”
“에이, 이거 왜 이러시나.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조은의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잔상들... 그녀는 풀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하게 인정한다.
“하긴... 다 봤지... 끅...”
조은은 잔상을 떠올리며 시선을 옮겼는데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은 하성의 사타구니 안쪽이었다. 하성도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을 내려다봤다.
“우~씨! 어딜 봐!”
황급히 다리를 오므리며 손으로 가리는 하성이었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의 어깨를 다독이는 조은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이 언니... 아, 아니지 이 누나가... 끅... 다 봤잖아...”
“음... 발딱 선 것까지 봤지. 그것도 초 근접에서... 음....크크크크.”
“우히.... 우히히히히~....”
조은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웃어댔다. 하성도 민망한 듯 눈을 찡긋했다.
“하...”
조은이 탁자 위 술병을 들고 잔에 따르려는 데 몇 방울만 또르르 흘러내렸다. 이에 심술궂은 얼굴로 잔을 들어 올려 눈앞에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한 번 따랐다. 없는 술이 나올리는 만무하고 몇 방울만 톡톡 떨어졌다. 떨어지는 술 방울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손바닥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던 하성의 정액을 떠올렸다.
“이 누나가... 끅... 물도 빼줬구만...”
“물?...”
하성의 뇌리를 스치는 잔상... 너무 대범해진 자신에 놀라 민망해 하는 조은... 순간 오그라드는 뻘줌함이 있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였고 하성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무슨~ 물?”
조은이 고개를 홱 돌려 앙증맞게 하성을 노려봤다.
“내가 말 못할 거 같아?...”
“응. 무슨~ 물?”
하성은 아무리 술기운이라고 해도 조은이 직접적인 저속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약간 망설이던 조은이 하성의 귓가에 얼굴을 디밀고 색색거리며 박자에 맞춰 속삭였다.
“좆~물~”
그녀의 입에서 나온 색스런 단어와 그의 귀를 간질이는 그녀의 입김에 하성은 몸이 순간 확 달아올랐다.
“아이고! 환장 하것구만!...”
“왜애? 이 누나랑 자고 싶어서?”
아무리 술기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찔한 두 사람은 어색함에 아무 말도 못 하고 한 동안 서로 두 눈만 깜빡였다. 조은은 속내를 들켜버린 것 같은 민망함에 그리고 하성은 조은이 그런 표현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였다. 정신을 가다듬은 하성은 애써 부인을 해 봤다.
“됐... 됐거든!... 난 임자 있는 여자는 안 건드리거든! 그리고 누나는 내 취향이 아니 시거든요!”
“허이구... 저 번에는 아주 좋아 죽드만... 누나 나 쌀 거 같아, 누나 넘 좋아. 누나, 누....”
조은은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알아차리자 또 한 번 민망함에 이 번에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도리질을 쳤다. 하성도 스쳐지나가는 잔상들에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자신의 장난에 반응하는 조은이 더 재미있었고 화제도 전환도 할 겸 말을 꺼냈다.
“쪽 팔리지?”
그제야 눈을 뜬 조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니, 안 쪽 팔린데?”
심하게 깜박이는 그녀의 눈꺼풀은 거짓말을 못하고 있었고 이에 하성은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에이~, 쪽 팔린데....”
“아니거든.”
“진짜?”
“진짜.”
“진짜. 아니야?”
“응, 진짜 아니야.”
“그럼 확 다시 한 번 해?”
“다....시....”
어쩌다 대화는 섹스를 할 거냐 말거냐가 돼버렸고 조은은 안 그래도 발그레한데 아예 홍당무가 되어버린 자신의 볼을 감싸고 땅만 쳐다봤다. 하성은 말 한 마디에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 자신을 비난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순간 조은은 자신이 아닌 딴 여자 때문에 웃고 있을 바람난 남편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하성과는 처음도 아니었으므로 다시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조은도 오기가 발동했다.
“오케이, 해!”
“아... 아니, 난... 내 말은...”
하성은 새하얘진 머릿속 때문에 말을 더듬으며 손 사레를 쳤다.
“왜? 자신 없어?”
“...”
자신? 하성의 분노 게이지를 폭발시키는 한 마디였다.
“자신? 지금 자신이라고 한 거야? 이거 왜 이러셔. 나중에 살려 달라고 울지나 마셔. 나 장강쇠야.”
“허! 변강쇠가 다 죽었나 보네. 니가? 니가? 에잉....”
비웃기라도 하듯 조은은 손가락을 휘휘 저어가며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해 봐. 지금 당장 할까? 제일 비싼 방 잡아서 먼저 코피 쏟는 쪽이 다 내는 거야. 난 자신 있거든. 겁나면 포기하시던가.”
“헐! 좋아. 니 쌍코피 질질 흘리는 꼬라지를 꼭 봐야겠다. 아저씨! 여기 대리 불러주세요!”
큰 소리로 의기양양하던 두 사람은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에 민망 그 자체였다. 조은은 창피해서 두 손에 얼굴을 묻어 버렸고 하성은 주위에 사과의 의미로 연신 고개를 꾸벅이다 조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쪽 팔린다.”
“그러게... 빨리 나가자.”
“그래.”
서둘러 비닐하우스 식당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대리를 기다렸다. 농장의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항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많아서인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그 들 앞으로 다가 선 조은의 차에 두 사람은 몸을 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백미러로 두 사람을 건너보는 건장한 체구의 대리기사가 누구든 빨리 말하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성과 조은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가 몸을 돌리는 데 어둠 속에서 봐서 그런지 약간 험악해 보였다. 이 때 옆구리를 쿡 쑤셔 오는 조은의 팔꿈치...
“호텔! 호텔이요..... 제~일 비싼 데로요.”
하성은 말을 맺으며 조은을 향해 음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이에 지지 않고 조은도 썩소를 날려주었다. 차가 호텔에 도착하는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차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호텔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근방에서 제일 좋은 호텔입니다. 앞에 강이 있어서 전망도 좋을 겁니다.”
“아, 예”
“자, 다 왔습니다. 대리비 3만원입니다.”
하성이 재빨리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자 기사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기사는 인사를 꾸벅 하고 사라져 버리고 차 안엔 두 사람만이 덩그러니 앉아서 고요한 침묵과 대치중이였다. 하성은 조은의 눈치를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냥 갈까요? 선배?”
“...”
“난 자신 있거든. 영 자신이 없다면 그냥 가는 거지. 뭐...”
하성은 살살 조은의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초조해 하는 조은이 가자고 하면 진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은도 하성의 말에 발끈해 그에게 지기는 싫었다.
“니... 니가 자신이 없으면 그... 그러든가...”
“뭐? 어~ 그래? 어디 비~싼 방 값 내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고. 내려.”
“하! 니 쌍코피 줄줄 흘리는 꼬라지, 사진 찍어 고이 액자에 담아 선물해 줄께! 빨랑 내려. 너 땜에 나님 못 내리고 있잖아!”
“나님? 헐~”
두 사람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냥 당당히 프론트로 향했다.
“저기요, 여기서 가~장 비싼 방 주세요.”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유니폼의 아가씨가 비싼 방이라는 소리에 눈만 깜박이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을 했다.
“두 분이신가요?”
“네.”
“1박에 29만원입이다. 카드로 하실 건가요?”
“예... 예...”
하성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들고 결제를 마치자 안내인이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했다. 안내인은 팁을 받아 챙긴 후에야 방에서 사라졌고 고요한 방 안에는 두 사람만이 다시금 마주 보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조은과 눈이 마주 친 하성은 그녀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려 헛기침을 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허허험... 와! 경... 경치가 끝내주네! 역시 비~ 싼 방이라 뭐가 달라도 달라.”
하성은 창가로 몸을 옮겨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시선으로 그런 하성을 ?고 있던 조은은 긴장한 빛이 역력해 보였다.
“내가 이거 이자까지 쳐서 다 받아 낼 거야. 이미 계산은 됐고. 계좌 찍어줄까? 포기할래?”
조은을 돌아다보며 비아냥거리는 농담을 하는 하성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흠칫거리던 그녀는 떨리는 하성의 목소리에서 자신만 초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어~, 거... 겁나는 구나?”
“겁~? 그게 뭐임? 먹는 거임? 겁은 그 쪽이 내는 것 같은데?”
“그 쪽? 이게!”
조은이 당당히 하성의 앞으로 걸어왔다. 순간 하성이 긴장하고 엉거주춤 창틀에 걸터앉아 버렸다. 바로 앞까지 다가 온 조은을 올려다보는 하성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고 서서히 올라와 양 볼을 감싸는 그녀의 손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분명 부드럽고 따스했다.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성의 입술에서부터 시작된 전율은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입맞춤이 순수한 사랑이었다면 지금 말랑하게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혓바닥은 하성의 욕구를 폭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 하....”
거친 숨을 몰아쉬던 하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격하게 입을 맞추었고 서로의 혓바닥이 엉겨 붙게 만들었다. 조은도 자신의 입 안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혓바닥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대범하게 그의 몸에 매달려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조은은 하성의 리드에 맞춰 뒷걸음질을 치다 침대에 다리가 걸려 털썩 내려앉았고 다시 그대로 다가오는 하성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가슴을 덮쳐오는 그의 거친 손길에 이리저리 몸을 뒤틀던 조은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그녀의 짤막한 신음소리에 하성은 좀 더 과감하게 그녀의 블라우스를 잡아 당겼다. 하성은 치마 허리선을 따라 빨려나은 블라우스 재봉선 밑으로 손을 쑥 밀어 넣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을 타고 손을 뻗어 올렸다. 이내 온기가 감도는 그녀의 브라가 만져지고 하성은 브라 밑으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었다. 그러자 뭉클한 그녀의 젖가슴이 느껴지고 그대로 손을 뻗어 뜨겁게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손바닥 가득 움켜쥐고 주물렀다. 그녀와 혓바닥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손바닥으로부터 뭉클하게 전해져 오는 찌릿한 전율에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
조은은 가슴을 꽉 움켜잡고 꿈틀거리는 하성의 거친 손길에 몸을 비틀어대다 욕정을 느끼며 그의 목을 감고 있던 팔을 스르르 풀어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잡아 뜯다시피 풀어 헤쳤다. 흥을 깨고 싶지 않은 그녀는 불편한 자세임에도 하성과 입술을 떼지 않고 마치 요가라도 하듯이 어께를 들썩이며 블라우스를 간신히 벗어 던져버리고 그대로 등 뒤로 손을 뻗어 브라의 후크를 풀었다. 이내 그녀의 젖가슴이 탱글거리는 요동을 치며 브라 밖으로 삐져나왔고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갈색 유두가 슬쩍슬쩍 비치며 출렁였다.
하성의 두 손은 그녀의 양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고 조은의 두 손은 바쁘게 하성의 와이셔츠 단추를 뜯어내 가고 있었다. 와이셔츠 단추가 다 풀리자 그의 러닝셔츠를 잡아끌어 속으로 손을 쑥 밀어 넣고 가슴을 찾아 더듬기 시작했다. 뜨끈뜨끈한 체온이 손바닥에 느껴지다가 그녀의 손 끝에 걸리는 하성의 말랑한 젖꼭지를 찾은 그녀는 양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부비기 시작했다.
“아...”
하성의 입에서는 탄식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고 동시에 아래쪽에 불끈거리며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성은 그녀의 나신을 빨리 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휩싸였다. 몸을 일으킨 하성이 상의를 다 벗어 던져버리고 거칠게 그녀의 치마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거칠게 잡아 당겨보지만 치마와 함께 그녀가 쓱 딸려올 뿐 벗겨지질 않았다. 하성이 그녀의 치마 허릿단을 더듬거리자 조은은 옆쪽에 후크를 간단하게 톡 떼어내고 자크를 내렸고 그녀의 치마 허릿단은 헐렁해졌다. 초조하게 보고 있던 하성이 다시 한 번 그녀의 치마를 잡아당겼고 조은이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주면서 치마는 그녀의 다리 밑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하성의 시야에는 아무런 장식도 무늬도 없는 그녀의 하얀 팬티를 옥죄고 있는 살색 팬티 스타킹이 들어왔다. 스타킹은 둔부에 꽉 밀착되어 그녀가 꿈틀거릴 때마다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하성은 그녀의 스타킹을 거칠게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일었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의 골반을 감싸고 있는 팬티라인에 손가락을 걸어 스타킹과 함께 부드럽게 끌어내리자 그녀의 까만 음모 끄트머리에서 오동통하게 갈라지는 그녀의 보지가 속살을 드러냈다. 하성의 동공이 팽창됐고 마른 침은 목구멍을 타고 꼴깍 넘어갔다. 더불어 심장은 쿵쾅쿵쾅 요동을 쳐댔다. 팬티와 스타킹이 허벅지까지 내려왔을 때 하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작정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틈으로 머리를 디밀었다. 혓바닥을 날름거리자 간신히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돌기가 혀끝으로 전해지자 하성은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비틀어 대던 조은은 사타구니 사이를 간질이는 뜨겁고 거친 하성의 호흡에 몸이 달아오르다가 까끌한 그의 혓바닥이 민감한 속살에 건들이자 심하게 복부를 꿀렁이며 몸을 비틀어댔다. 일그러진 미간에 두 눈을 꼭 감은 그녀의 입에서는 뜨거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흐....”
하성이 더 깊게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머리를 쳐박고 흔들어댈수록 코 끝에 눌린 음모는 심하게 까끌까끌하게 느껴졌다. 그의 혀끝이 깊숙히 파고들자 이미 흥건히 젖어 있는 뜨끈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의 감촉이 느껴졌고 그의 아랫도리는 터져버릴 듯 부풀어 올라있었다. 하성은 당장에라도 쑤셔넣고 싶은 충동에 혀를 계속 날름거리며 허리띠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지를 벗어 던져버리고 이어서 팬티까지 벗어 던져버렸다. 하성은 상체를 세우며 그녀의 두 다리를 잡아 한 손으로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은 심하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자지를 잡아 그녀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구멍을 찾으려 쿡쿡 찔러댔다. 순간 그의 복부에 와 닿은 조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강하게 그의 삽입을 제지하며 밀쳐냈다.
조은은 자신의 다리가 거칠게 들어 올려져 모아지고 이어서 뜨끈한 살덩이가 둔부 언저리를 찔러대자 순간 두려움이 휘몰아 쳤다. 남편 이외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조차 된 적이 없는 곳을 익숙하다는 듯 찔러대는 뜨끈한 살덩이가 공포로 다
간주가 흐르자 스크린의 글자를 읽느라 정신없던 윤과장은 흥에 겨워 웃으며 뒤를 휘 돌아보는데 하성은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윤과장이 팔짱낀 모습을 슬쩍 내려 본 탓도 있었지만 하성이 당황한 이유는 바로 이대리의 행동 때문이었다.
“오호~! 과장님 멋있어요!”
한 손을 치켜들고 공중에서 휘휘 돌리며 폴짝폴짝 뛰어대는 이대리의 아부성 행동 때문에 하성을 의지하고 있던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더욱 바짝 붙게 됐고 그녀의 꿀렁이는 가슴이 하성의 팔을 마구잡이로 비벼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리는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리듬에 맞춰 무릎을 꾸벅이며 박수를 치고 까르르 웃어 댔다. 하성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언제 노래가 끝났는지도 모르게 다음 예약된 곡으로 바뀌고 전주가 흘러나오자 이대리는 간지러운 코끝을 긁적이느라 하성의 팔에 꼭 매달려 있던 자신의 팔의 힘을 조금 풀었다. 하성은 이 틈을 타서 이대리의 팔 사이로 슬쩍 자신의 팔을 빼내보았지만 그녀의 레이더에 감지되기에 충분히 어색한 행동이었다.
“어? 왜 빼지?”
“아니... 그게...”
일순간 퉁명해진 그녀의 눈빛에 하성이 체념하듯 팔을 벌리자 이대리는 다시 그의 팔에 매달려 꼭 움켜쥐고 흐르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담차장이 반주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이대리는 끼고 있던 하성의 팔을 툭툭 쳐 가며 까르르 넘어갔고 하성도 더 꽉 밀착해오는 이대리의 뭉클한 가슴의 아리한 느낌 때문에 마른 침이 꼴깍 넘어갔다.
무슨 노래인지도 당체 모르는 담차장의 노래가 이어지고 하성의 옆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인 여과장이 하성과 이대리의 팔짱 낀 모습을 보고 옆 사람을 쿡쿡 찔러 재미있는 볼거리마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하성은 요 며칠 다운돼 있던 이대리의 기분을 맞추느라 그녀가 하는 대로 따라갔지만 더 이상 이 민망한 상황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하성은 꼭 껴안은 이대리의 팔을 겸연쩍게 풀고 웃어 보이며 뒤로 빠져나와 소파 끝에 풀썩 주저 앉았다.
팔이 풀린 이대리는 쀼루퉁한 표정을 잠깐 지어보였지만 이내 담차장의 노래에 아부성 환호성을 지르며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고 즐겁게 리듬에 몸을 맡겼다.
경쾌함을 넘어서는 시끄러운 음악에 담차장의 고성까지 더해지면서 살짝 짜증까지 나는 하성은 땀이 차 눅눅해진 팔을 내려다보며 테이블 위의 맥주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 시원한 캔 맥주로 위안을 삼으려 홀짝이고 있을 때 어느 틈엔가 다가서는 이대리가 하성을 향해 귀엽게 미간을 찌푸려 보이며 테이블과 하성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섰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하성은 이대리가 지나 갈 길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몸을 의자 안쪽 깊숙이 묻어보았지만 그녀가 지나가기엔 통로가 너무 비좁아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성의 발에 걸려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는 바람에 이대리도 하성도 순간 얼음처럼 굳어져 버렸다.
하성은 자신의 성기를 깔고 앉은 이대리의 엉덩이에 깜짝 놀랐고 이대리는 자신의 엉덩이로 전해지는 말캉한 살덩이에 깜짝 놀랐다. 그대로 수 초간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고 눈이 휘둥그레진 하성은 어정쩡한 자세로 애꿎은 소파만 쥐어뜯었다. 이내 이대리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 마치 섹스라도 하는 듯 과장되게 흔들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재치 있게 하성의 다리를 타고 넘어가 슬쩍 하성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성씨, 너무 순진하다.”
“...”
하성의 어깨에 손을 얹은 이대리가 눈에 들어온 하성의 캔 맥주를 뺏어들고 이내 홀짝거렸다. 하성은 황당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 표정으로 이대리를 쳐다 볼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여자한테 듣는 순진하다는 말에 울컥 화가 났지만 머릿속이 하얘져 반박할 대거리를 찾지 못했다는 게 더 맞았다. 더구나 이대리가 오늘따라 애써 더 즐거운 척 하는 모습에 뭔지 모를 불안감마저 들었기에 하성은 이대리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중이였었다.
노래를 부른 사람도 그 뒤에서 장단을 맞추던 사람들도 이젠 지쳤는지 하나 둘씩 자리를 찾아 테이블로 몸을 돌렸다. 이대리는 냉큼 몸을 일으켜 하성을 타고 넘으며 그를 내려다보고는 눈웃음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나 하성은 그녀의 눈웃음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의 눈앞에 바짝 다가온 그녀의 가슴팍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꽂혀 바짝 긴장한 채 또다시 어정쩡한 자세로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기에 급급한 그였다.
“어? 어디가게?”
“화장실에요.”
“나도 같이 가.”
이대리는 그대로 여과장과 룸 밖으로 사라져 버렸고 하나 둘씩 사람들로 테이블이 채워져 갔다. 사람들은 앞으로 이렇게 책임자급 노인네들 빼고 자주 모이자는 둥 다른 팀의 동료들에 대한 뒷담화에 가까운 소식들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어 댔다. 한 참이 지나서야 들어 온 이대리는 테이블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앉아 과장되게 웃으며 재잘거렸고 하성이 흘끗흘끗 볼 때마다 이대리의 앞에는 맥주 캔이 계속 쌓여만 갔다. 1차에서도 넙죽넙죽 받아 마시는 모습에 불안 불안했었는데 2차로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 술을 들이 붓고 있었다. 이대리의 그런 모습에 오늘은 술이 좀 받는 날로 치부하기에는 도가 좀 지나쳐 보여도 하성은 이대리를 멀리서 바라볼 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기혼의 서른 살 직속상관을 살뜰히 챙기는 미혼의 말단 직원을 곱게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상시 장단이 잘 맞는 두 사람이 사석에서까지 가깝게 지낸다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릴 가장 적당한 안주거리가 될 게 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어느 새 훌쩍 지나가 자정이 훨씬 지나버렸고 슬슬 파장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지방방송으로 시끄러운 틈을 타 몇몇은 어느 새 슬쩍 사라져 버렸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자 담차장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던 윤과장이 주위를 흘끗 보더니 이내 총대를 맺다.
“어이어이, 담차장,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 말이야. 다들 가자고 애절하게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는데 말이야.”
윤과장이 주위를 가리키며 담차장을 쏘아붙였다. 말이 끊긴 담차장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윤과장을 향해 과장되게 고개를 조아렸다.
“아, 그렇습니까. 윤과장님. 그럼 파장해얍죠.”
담차장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봤지? 과장 나부랭이가 하늘같은 차장님께 엉겨 붙는 거. 이런 걸 소원수리에 쓰란 말이야. 이거, 이거.”
윤과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자 이내 윤과장은 담차장의 손가락을 물어버리는 시늉으로 맞받아치고 그제야 사람들은 옷가지를 챙겨들고 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밤이 깊어서인지 차가운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인적은 거의 드물었고 일행은 서로의 안부를 챙기기 바빴다. 소리 소문 없이 먼저 사라져버린 사람들에 대한 살짝 원망 섞인 뒤담화도 빼지 않고 챙겼다.
“어휴, 이대리는 왜 이렇게 취했어?”
윤과장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이대리를 어깨에 들쳐 멘 하성을 향해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이어갔다.
“좀 챙기지 뭐 했어?... 어이, 들어 가! 주말 잘 보내고!”
윤과장은 하성을 꾸짖으며 먼저 흩어지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 다 가버렸네. 그럼 이대리는 하성씨가 챙기시고...”
윤과장은 담차장과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는 한 잔 더?”
“어이, 뭘 한 잔 더 야? 늦었어, 아, 집에 안 들어가나?”
“무튼... 일단 가자고....”
윤과장이 담차장의 등을 떠밀며 하성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들어 가. 이대리 잘 챙기고...잉”
“예. 안녕히 들어가세요.”
“어이.”
윤과장은 집에 가겠다는 담차장의 등을 강제로 떠밀며 뒤 돌아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토닥거리며 멀어져 갔다.
휑한 길바닥이 덩그러니 남겨진 하성은 어깨에 두른 이대리의 팔을 강하게 당겨 들춰 맺다.
“선배! 선배! 집이 어디에요?”
고개를 떨어뜨린 이대리를 세차게 흔들어 봐도 그녀는 하성의 힘에 흐느적거리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하이 씨, 작작 좀 퍼마시지... 선배! 선배!”
“으음...꺽!...”
“아우 씨, 무거.... 선배!... 선배!.... 이 씨, 야 이조은! 야!”
세차게 흔들어 대는 하성에게 응답이라도 하듯 조은이 스르르 고개를 쳐들었다.
“음... 하성씨네...끅...”
“선배, 정신이 좀 들어요? 집이 어디에요?”
이내 조은의 고개는 다시 툭 떨어졌다.
“우 씨, 야! 이조은!”
“이 자식이... 누나... 이름을 막 불러... 끅...”
조은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하성을 쳐다보더니 이내 초점 없이 그의 머리를 툭툭 내리쳤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집이 어디냐고, 집!”
“집?... 끅... 어댈까여~? 끅...”
“그래! 집! 집이 어디냐고! 집! 집!”
“방배동! 꼬! 꼬우!”
“방배동? 방배동 맞아?”
다시 푹 사그라지는 그녀의 머리... 하성은 다시금 조은의 어깨를 흔들 쳐 깨웠다.
“방배동이에요? 방배동?”
“어? 하성씨네... 끅...”
배시시 웃는 조은의 미소에 하성은 기가 찼다.
“헐... 방배동이에요? 집이?”
“집?... 끅... 사당...끅... 어?... 끅... 사탕 머고 시퍼...끅... 사탕 사주세욤... 끅...”
“헐... 알았어요. 사탕 사줄께여. 집이 사당이에요? 사당 맞아요?”
“사당! 꼬! 꼬! 꼬우~!.... 푸르르르르”
조은은 그러고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성은 바깥 공기에 어느 새 익숙해 졌는지 취기에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내 도리질로 졸음을 떨쳐내고 어딘지도 모를 집을 찾느니 점점 무거워지는 조은을 던져버릴 곳을 찾는 게 더 낳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외곽지역이여서 인지 쉴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기만 해도 속속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모텔들이 즐비했다. 하성은 시간이 갈수록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조은을 들춰 메고 가장 가까운 모텔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모텔로 들어선 하성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어서 무개 중심이 맞지 않아 더 무겁게 느껴지는 조은을 들춰 메고 가까스로 뒷주머니로 손을 뻗어 지갑을 빼들었다. 입으로 지갑을 베어 물고 프런트를 찾아봤지만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포기하고 조은을 다시 힘차게 들춰 메고 나가려고 하자 딸깡거리는 문소리가 나며 털썩털썩 뛰어 오는 소리가 났다.
“숙박하시게요?”
“예? 예....”
“숙박 7만원, 대실 3만원이요.”
“예, 예...”
하성은 조은을 빨리 내려놓고 싶은 생각에 건성으로 답하고 그냥 지갑 채 디밀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흠칫 거리더니 지갑에서 돈을 추려내서 쫙 펼쳐 보여준다.
“7만원이요.”
“예, 예.”
청년이 바로 앞 공중전화처럼 생긴 머신에서 버튼을 몇 번 꾹꾹 누르더니 번호표 같은 것을 뽑아 하성의 손에 쥐어 줬다.
“3층, 이 방으로 가시면 돼요.”
“예, 예.”
하성은 다시 한 번 힘껏 조은을 들쳐 메고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틈 사이로 비웃음 섞인 표정의 청년이 하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이 씨, 저 걸 그냥...”
하성은 그 청년의 썩소보다도 자꾸 흘러내리는 조은이 더 무거웠다.
“빨리, 빨리...”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번호표에 찍힌 방 호수를 확인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 선 하성은 지체 없이 침대를 찾아 조은을 던지다시피 눕혔다. 그리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아 생각보다 무거운 조은을 내려다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음....”
조은이 잠결에 뒤척이다 한 쪽 다리를 웅크렸고 그 행동으로 인해 하성이 방심하는 사이 그대로 조은의 무릎이 하성의 급소를 가격하는 꼴이 돼버렸다.
“윽....”
짧은 신음 소리도 잠깐, 하성은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진 조은의 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른 살 치고는 매끄럽고 운동을 했는지 탄탄해 보이는 그녀의 허벅지에 시선이 쏠렸다.
“좋다...”
하성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조은을 돌아보며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뭐가 힘들어서... 요즘 뭐가 그리 힘들었어요? 선배...”
하성은 조은을 마주보고 옆에 누워 그녀의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스르르 눈이 감겨버렸다.
하성은 꿈을 꾸었다. 얼굴은 보이질 않지만 왠지 익숙한 사랑스러운 여자와 함께였다. 그녀가 부드러운 손길로 성기를 앞뒤로 흔들어 주었고 하성에게 사랑스런 키스도 해주었다. 그녀의 입술이 닿고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그리고 익숙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손놀림에 기분 좋게 정액을 분출하고 그녀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너무 생생했다. 마치 현실인 것처럼... 그러나 하성은 이 좋은 꿈을 깨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의 귓가에 찢어지는 한 줄기 비명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
놀란 하성이 눈을 번쩍 떴을 때 그는 심장이 멎어버리는 듯 했다. 토끼 눈을 하고 바로 코앞에서 깜빡거리는 까만 눈동자가 하성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심장이 멎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헉!!!!!”
하성은 순간 당황해서 몸을 뒤로 쭉 뺐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하성의 성기도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쑥 뽑히는 그런 느낌 때문이었다.
“뭐... 뭐야! 당신!”
팔 하나 간신히 뻗을 위치에서 깜빡이던 까만 눈동자의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조은이었다.
“선...선...배?... 선배가 여기 왜?...”
조은은 꼼짝도 못한 채 얇은 침대 시트를 따라 손을 끌어 올렸다. 그녀의 가슴 팍 부분에서 끝나는 시트 밖으로 그녀의 손이 불쑥 나타났는데 손바닥에선 하얀 액체가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놀라 숨만 깊이 들이켰다. 그리고 그만큼 눈도 더 동그래져 갔다.
“!!!!!!!!!!!!!!!!!!”
그녀는 손바닥에 흥건한 액체의 정체를 짐작하고 깊게 들이켰던 숨을 비명으로 쏟아냈다. 연신 손바닥을 코로 가져가 킁킁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확신에 찬 비명을 재차 쏟아냈다.
“!!!!!!!!!!!!!!!!!!”
당황스럽기는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잠도 덜 깬 터라 새하얗게 텅 빈 머릿속은 멍 할 뿐 상황파악도 되질 않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하성은 조은의 뒤로 보이는 침대 맡 탁자에 놓인 티슈가 눈에 들어 왔다. 일단은 티슈로 조은의 손에 묻은 정체불명의 액체를 닦아줘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조은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티슈를 뽑아 드는 순간 또 한 번의 날카로운 비명이 방 안을 휘감았다. 고개를 숙여 조은을 응시하던 하성도 숨이 멎을 뻔 했다. 조은의 바로 눈앞에서 덜렁이고 있는 그의 성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헉!!!”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원위치한 하성은 재빠르게 무릎에 걸려 있던 시트로 온 몸을 휘감았고 동시에 조은의 감싸고 있던 얄팍한 시트는 훌렁 벗겨져 버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나신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휑한 기분에 밑을 내려다 보던 조은은 또 다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재빨리 하성의 몸에 감겨 있는 시트자락을 움켜쥐고 끌어 당겼다. 그러나 하성도 빼앗기면 벌거벗겨 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시트를 꽉 움켜잡았다. 조은은 필사적 이였지만 하성의 힘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수차례 끌어 당겨봤지만 꼼짝하지 않는 시트를 포기하고 그녀는 노출된 중요부위를 가리기 위해 몸을 획 돌려 누웠다. 드러나는 그녀의 뒤태, 매끄러운 굴곡, 하성의 눈에 들어 온 광경은 그것이였다. 하성은 이내 이성을 찾고 자신이 둘러싸고 있던 시트를 풀어 조은에게 덮어 주었다. 조은은 한줄기 빛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녀를 덮어오는 시트자락을 잽싸게 움켜쥐고 온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조심히 몸을 끌어 침대 끝으로 꿈틀거리며 기어나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그녀의 실루엣이 하얀 시트 사이로 아른거리자 하성은 넋 놓고 그녀의 뒤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래쪽에서 불끈불끈한 기운을 느끼면서....
“으흠... 흠... 좀 돌아 줄래?”
차마 하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반만 돌려 이전보다는 침착해진 조은이 하성의 불편한 눈길에 그만 볼 것을 요구했다.
“예?... 예... 예... 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성도 후다닥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말끝을 흐렸다. 조은은 침대 반대 쪽에서 바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고 하성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찰나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조은의 벗겨진 팬티였다. 아마 조은이 기웃거리던 것의 주인공이 이 팬티일 것이라는 생각에 하성은 팬티를 허공으로 집어 들었다.
“저기... 서... 선배... 이거....”
바닥을 기웃거리던 조은은 하성의 손끝에서 달랑거리던 조막만한 천조가리를 보곤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시선엔 하성의 손끝에 달랑거리는 팬티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잽싸게 팬티를 낚아 챌 생각만으로 조은은 침대 쪽으로 몸을 홱 기울였다.
“악!”
너무 급한 마음에 그녀는 시트에 발이 걸려 침대위로 넘어졌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시트자락이 벗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다다닥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잡으려고 한 행동이 더 큰 참극으로 번져갔다. 조은의 짧은 외마디 비명을 들은 하성도 뒤를 돌아보면서 대참사를 만들었다.
“퍽!...”
“헉!”
하성은 복부를 가격 당했다. 다다닥 기어오던 조은의 얼굴로 말이다. 그녀는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 채 창피함에 몸이 경직된 채 그대로 하성의 복부에 얼굴을 묻어 버렸고 하성은 가격당한 고통도 잠시, 그녀의 거친 호흡이 그의 하복부를 간질이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배꼽 주위를 간질였다. 멍한 하성의 시선은 그녀의 매끈한 등허리를 타고 내려가 빛을 고스란히 받아 반짝이는 탱탱한 엉덩이 굴곡 사이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하성은 거친 숨을 내 쉬었고 아래쪽이 불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그의 자지가 솟아올랐다. 마치 위협하는 코브라 대가리마냥 거대해져서 까딱거렸다.
민망한 조은은 얼굴은 짓이기는 꿀렁거림과 그녀의 뺨을 톡톡 건드리는 따끈한 살덩이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본 것은 거뭇한 수풀 속에서 거대한 기둥이 당장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출렁이는 모습이었다.
“악!!!!!!!!!!!!!”
조은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뒤로, 뒤로, 다다다닥....
양 팔로 몸을 지탱한 채 뒷걸음질을 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지고 하성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벌어진 번지르르한 보지에 꽂혔다.
“헉!”
“!!!!!!!!!!!!!”
잽싸게 다리를 오므린 조은이 후다닥 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는가 싶더니 이내 쿵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헉! 선배!”
머리로 떨어지는 듯 한 둔탁한 소리에 하성은 잽싸게 침대 건너편으로 기어갔다. 바닥에 머리를 쳐 박고 있는 조은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민망함에 얼굴을 가려버렸고 다음으로 하성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눈앞에서 활짝 벌어진 그녀의 보지였다.
“꿀꺽”
조용한 방안에 하성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조은은 손가락 사이로 하성을 올려다보고 머리가 새하얘질 만큼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보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하성을 보게 된 것이다.
“!!!!!!!!!!!!!!!”
“퍽퍽! 퍽! 퍽!”
조은은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몇 번의 발끝에 둔탁하게 와 닿는 느낌을 받으면서 허공을 향해 세차게 발길질을 퍼부었다.
“악! 악!”
몇 번의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악악 소리가 조은의 귀에 들려오고 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은의 발길질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추고 그녀는 문득 하성이 크게 다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침대 위를 보니 역시나 하성이 침대 위에 납작 엎드려 웅크리고 있었다.
“하...하성씨 괜찮아? 어디... 어디 봐. 많이 다친 거야?”
조은은 하성의 어깨를 흔들며 하성을 일으키려 했다. 한참을 웅크리고 있던 하성이 고개를 쳐들며 몸을 일으키자 그의 얼굴에는 멍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고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어떻케...”
그러나 그녀가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것도 한 순간이었다. 조은의 시선은 점점 아래로, 그리고 하성의 시선도 점점 아래로 쏠리고 있었다.
“흠... 흐흠.... 도..돌아 앉아.”
민망함에 미간을 찌푸린 조은이 몸을 휙 돌리며 하성에게 쏘아 붙였다. 이내 멍투성이가 된 하성도 어기적거리며 다시 침대 끝으로 가 걸터앉았다. 빠끔히 뒤를 돌아 본 조은은 침대 위에 널브러진 팬티를 홱 낚아채서 허리를 구부렸다. 하성은 아픈 얼굴을 매만지며 유난히 반사가 잘 되는 금색 벽면 장식을 통해 조은이 팬티를 입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직접 대놓고 보는 것보다 장식에 살짝 살짝 가려진 모습이 더 색스럽게 보이는 그녀였다.
팬티를 챙겨 입은 조은이 가슴을 가리고 다시 바닥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침대 위를 휘 돌아보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조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저기...혹시... 그 쪽에 내... 내 소...속옷 있어?”
“예?...어... 어떤 거요?”
“...”
하성은 바닥을 내려 보며 찾은 시늉을 했다.
“그...저...브...브라...”
그녀의 브라라는 말이 유난히 색스럽게 들리는 그였다. 다시 한 번 침이 꼴깍 넘어갔고 그는 혹시나 이 소리를 그녀가 들었을까 내심 걱정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문득 하성이 고개를 떨어뜨렸을 때 발가락 사이에서 꼼지락 대던 흰 끈 쪼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포근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발꿈치를 포개 놓았던 것이 조은의 브라 안쪽 면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헉...”
하성은 냉큼 조은의 브라를 집어 들고 혹시라도 때라도 묻었을까 털기 시작했다. 하성의 행동을 뒤에서 지켜보던 조은은 그녀의 브라 안쪽을 빤히 들여다보는 하성이 보였다.
“야! 뭐... 뭐하는 거야!...이리 내!”
이미 한 번 침대 위에 널브러진 참극이 있었기에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조심스럽지만 잽싸게 브라를 낚아채 왔다. 브라 안 쪽을 살피던 조은은 왠지 찜찜하지만 별 도리 없이 얼굴을 붉히며 돌아서서 브라를 착용했다. 방 이 곳 저 곳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치마와 블라우스를 다 챙겨 입은 조은은 핸드백을 챙겨들고 황급히 방을 나가려고 했다. 문고리를 붙잡은 그녀가 하성은 아직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꺼냈다.
“나... 나가고 좀... 있다가 나와...”
조은은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하성은 묵직한 생각의 무게에 눌려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방 안 곳곳에는 어제의 사건, 사고를 떠 올리게 하는 증거들이 흩어져 있었다. 방 문 틈에 걸린 흡사 걸레 같은 팬티를 발견하곤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서 보는 침대 위의 상황은 대 전투를 격은 듯 참으로 가관이었다. 순간 문득 문득 스쳐가는 잔상들에 후회가 몰아치다 이내 떠오른 조은의 나신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아래쪽에 불끈불끈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지가 다시 한 번 코브라 대가리처럼 빳빳하게 까딱거렸다. 하성은 성난 자지를 붙잡고 잔상에 의존하며 살살 손에 힘을 주며 움직이는 찰나 문이 벌컥 열렸고 놀란 토끼 눈의 조은에게 그 광경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헉!!!”
하성은 몸을 웅크리며 가려봤지만 이미 발딱이는 대물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귀두가 빠끔히 고개를 쳐들고 조은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뭔가 말 할 것이 있어 다시 돌아 온 것 같은 조은은 그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이내 사라져 버렸다.
“서... 선배!... 선배!...”
복도로 따라 나갈 수도 없는 하성은 고개만 디밀고 애타게 조은을 불렀다.
“아.... 이....”
하성은 이 볼썽사나운 꼴에 고개만 떨어뜨린 채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 온 하성은 힘없이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그리고 어제 일을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이어지지 않는 두서없는 잔상들... 잔상들만으로도 어제 밤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벌떡 일어난 하성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이제 앞으로 선배를 어떻게 볼 것인지... 회사를 관둬야 하나... 아니면 전근을 신청해야 하나... 하성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터져버릴 것만 같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신에게 성질을 냈다.
복잡한 심경에 어떻게 주말이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게 시간은 훌쩍 흘러버렸다. 얼굴에 남겨진 멍 자국만이 그 날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하성은 착잡한 심경으로 출근을 했고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조은을 보았다.
“아이고, 뭔 일이래? 중학생들한테 맞기라도 했나? 얼굴이 그게 뭐야?”
비꼬는 담차장 특유의 저질 농담이 역시나 제일 먼저 그를 반겼다.
“아니... 뭐....”
하성은 그렇게 곁눈질로 인사를 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하성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밥도 약속 있다고 따로 나가 버려 그녀와는 대면 할 기회조차 없었다. 하성이 말을 붙이려 하면 이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며 돌아 앉아버렸고 복도에서 부르는 소리에 쏜살같이 모퉁이 너머로 사라져 버린 그녀였다. 앞으로 그와는 말도 안 할 것처럼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하성도 체념에 가까운 인정을 하고 시간은 흘러갔다. 그 일이 있었던 지 벌써 일주일째 되는 또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다. 남들에게는 황금 같은 불금이겠지만 하성에게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불지옥의 금요일이었다. 하성은 계속 가시방석과도 같은 지옥 불 속이었다. 착잡한 심정으로 오후 일과를 시작하려는데 사내 메신저로 조은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이조은 대리 : 오늘 저녁에 좀 볼 수 있을까?
장하성 사원 : 예. 시간 되요.
이조은 대리 : 그럼 끝나고 회사 앞 커피숍에서 만나.
장하성 사원 : 예.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하지 못한 어려운 숙제라도 해낸 기분이었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조은이 말을 걸어 준 것만으로도 하성은 모든 일이 다 잘 풀린 것만 같았다. 오후였지만 퇴근 시간까지는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다. 거의 십 분에 한 번씩 시계를 본 것 같다. 야속한 시간은 그런 하성을 놀리기라도 하듯 더욱 더디게 흘렀고 그래도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처럼 이윽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하성은 조은을 슬쩍 쳐다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냉랭한 표정으로 서류만 뒤척였다.
그래도 하성은 화해할 수 있는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쏜살같이 회사를 빠져나와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녀가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먼저 주문해 놓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거의 30분이 지났을 무렵 그녀가 커피숍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은은 하성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와 말없이 앉았다.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번 쳐다보고 하성에게 눈짓으로 허락을 구하는 듯한 모습에 하성은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선배가 즐겨 마시는 거...”
조은은 말없이 빨대를 홀짝이며 빨고 있을 뿐이었다. 하성도 조심스러워 말없이 커피만 홀짝이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 그 때... 그 일....”
“여기 답답하다. 자리 옮기자.”
“예? 예...”
무표정한 얼굴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휑하니 일어나 저만치 가버리는 그녀였다. 하성은 조은을 놓칠세라 감히 옆에서 나란히 걷지도 못하고 그녀의 발걸음만 보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거리로 나온 조은이 하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도로에 세워 둔 그녀의 차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차 창 밖에서 허리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는 하성을 조은이 퉁명스럽게 타라고 손을 까딱거릴 뿐 말은 없었다. 하성은 왠지 가시방석으로 들어오라는 악마의 유혹인 것 같아 잠시 머뭇거리다 차 문을 열고 올라타면서 애써 태연한 척 헛웃음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하성이 차 문을 닫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차는 도로를 따라 쌩하니 내달렸다.
“선배, 어디 가는 거예요?”
“...”
“그 때 그 일은...”
“...”
차갑게 노려보는 조은의 눈빛에 기가 죽은 하성은 말꼬리를 흐리며 겸연쩍게 고개를 돌리고 창 밖에 지나가는 차량들만 응시했다.
한 참을 내달린 차는 도시 외곽을 향하고 있었다. 하성은 궁금했지만 날카로운 조은의 기에 눌려 물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차에서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차는 어느 덧 인적도 찾아볼 수 없는 좁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조은은 잘 아는 듯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외곽지역의 한 오리농원이었다. 차가 주차장에 서자 하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이 나지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지형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었고 드나드는 차량 또한 적지 않았다. 하성은 조은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옆으로 갔다.
“와!... 선배... 좋은 곳... 알고 있네요. 저 여기 처음 와 봐요.”
“...”
냉랭한 분위기를 띄우려고 조은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하성이었다. 조은의 표정이 아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하성은 알 수 있었다. 좀 더 편안해진 느낌, 살짝 보이는 옅은 미소... 그러나 여전히 말이 없는 조은은 주차장을 지나 식당 외부에 마련된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간이 업장으로 향했고 하성은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비닐하우스 안은 고기 굽는 연기로 자욱했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성과 조은을 발견한 주인인 듯 한 사람이 이내 다가와 자리를 안내하고 조은에게서 주문을 받아 갔다. 미소 띤 조은의 모습에 하성은 불안한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여기, 남편하고 자주 오던 곳이야.”
“...”
하성을 대하는 조은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졌고 특히 남편을 강조했다.
“오던 곳? 그럼 요즘은 안 와 봤다는 거예요?”
하성은 아차 싶었다. 조은이 차갑게 그를 노려보며 눈 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성은 또다시 좌불안석, 온 몸을 따끔따끔한 가시방석으로 비벼대는 것 같았다. 하성은 조은의 시선을 피해 허공을 두리번거리며 애써 태연한 척 말을 돌렸다.
“와!... 선배한테는 소중한 곳이구나. 분위기 좋고... 춥고...”
계속 노려보고 있는 조은의 시선에 말꼬리를 흐리며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는데 구세주처럼 주인장이 주문한 고기와 술을 가지고 왔고 하성은 주인장에게 무한감사를 보내며 탁자 세팅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주인장의 말에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조은을 저승사자마냥 바라보고 있는 하성이었다. 다시 냉랭해진 조은의 표정.... 하성은 살짝 짜증도 났지만 조은의 기분을 맞춰주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일단 술 한 잔 따르고... 후루룩 마셔버리는 조은이었다. 탁 소리가 나게 탁자에 잔을 내리고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 하성은 슬쩍 조은을 올려다보며 다시 잔을 채웠다. 잔이 채워지자마자 다시 후르륵 마셔버리는 그녀였다. 그리고 다시 탁 소리와 함께 내밀어진 빈 술잔....
“천천히 마셔요. 선배. 취해.”
“...”
똑바로 하성을 응시하는 조은은 빈 술잔을 더 들이밀었다.
“나 참...”
하성이 다시 잔을 채웠고 이내 후루룩 마셔버리고 다시 빈 술잔을 들이밀었다.
“선배!”
조은의 성질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하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다그쳤지만 눈동자가 살짝 흔들릴 뿐 빈 술잔을 탁탁 내치는 그녀였다. 하성은 다시 한 번 잔을 채우고 어색한 분위기를 피해보려고 그녀의 잔 끝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미친놈처럼 히죽거리며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히히... 그럼 나는 자작.”
하성이 자신의 술잔을 눈앞으로 들어 올리며 헤죽거리자 순간 조은이 피식 웃었다. 하성이 누르고 있던 손가락을 잔에서 떼며 마시자는 제스처를 해보이자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조은도 쭉 들이켰다.
“캬~ 조오타!... 한 잔 더?”
하성이 술병을 들어 흔들어 보이자 조은이 술잔을 스윽 내밀었다. 그녀의 술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을 채우려는데 조은이 술병을 빼앗아 들고 하성의 잔을 채워준다. 그녀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오히려 당황스러운 눈동자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하성이었다. 잔을 시원하게 들이킨 조은은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입술만 물어뜯고 있었다. 이미 취기가 올라오는지 어느새 그녀의 볼은 발그레해 져 있었다. 하성은 조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선배....”
그러나 조은은 하성의 말을 끊고 단숨에 말을 내 뱉았다.
“남편한테 여자가 생긴 것 같아.”
예상 밖의 조은의 발언에 머리가 하얘진 하성은 눈만 껌뻑일 뿐 할 말을 잃었다. 고개를 든 조은은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아른거리는 눈망울로 하성을 응시했다. 그녀의 남편은 유명 정유사의 지방 공장에서 근무를 하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그녀와는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하성도 알고 있었다.
“에... 에이... 설마... 누가 선배 같은 여자를 놔두고 바...바람을 펴요,,,서...선배가 오해한 걸 거예요...”
“...”
조은은 무심히 탁자를 내려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일이 바빠서 못 올라온다면서 안 온 게 세 달이 넘었어. 내가 내려간 데도 바빠서 방해된다고 오지도 못하게 하고...”
조은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탁자 밑으로 애꿎은 손톱만 뜯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번 주... 말에...”
저번 주말이라면 하성과 모텔에서 있었던 일 일거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일을 차마 입을 담을 수 없었는지 말끝을 흐리던 조은은 입술에 침을 한 번 바르고 슬쩍 하성을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을 이어갔다.
“저번 주말에 그 일이 있고 나서 무작정 남편한테 찾아 갔었는데... 봐버렸어...”
조은의 어깨가 축 쳐지며 눈가로 향하는 그녀의 손을 보니 눈물을 훔치는 것이 틀림없었다. 조은의 짧은 한 마디에 그녀가 겪었을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하성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바람이야 남의 가정사니 그가 화를 낼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겪었을 수치심, 모멸감, 배신감, 분노, 울분 등등등... 그것도 모자라 그녀를 울게 만들었다는 것이 하성을 격분케 했다.
“아! 뭐 그런 나쁜 새끼가!...”
깜짝 놀라 하성을 올려다 본 조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그래도 남편 욕하는 소리는 싫었는지 그를 원망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하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술잔을 벌컥 이며 비워버리고 탕 소리가 나도록 잔을 내려놓았다.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주변 사람들이 슬쩍 쳐다보기까지 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인 조은이 한없이 애처로워 보이는 하성이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는 지 아니면 같이 욕을 퍼 부어줘야 하는 지 그런 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나는 하성이었다. 그냥 한없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그 상황을 먼저 푼 것은 조은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손톱을 뜯으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나... 하성씨한테 화나서 그랬던 거... 아냐... 처음엔 당황하고 무섭기도 했었는데... 하성씨 볼 자신도 없었는데...”
나지막이 말끝을 흐리던 조은은 우물쭈물 금붕어마냥 입만 뻐끔거린다. 하성의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천사의 속삭임처럼 화나지 않았다는 한 마디에 남편이고 나발이고 이 여자를 웃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그였다.
“선배! 힘내요. 그깟 남자 새... 남자 하나 때문에 세상이 끝장나지는 않아. 자! 한 잔 받아요. 선배!”
하성은 조은의 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도 채워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조은이 홀짝거리며 마시는 모습을 보고 하성도 자신의 잔을 비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탁자 위에는 빈병들이 쌓여만 갔고 둘은 건아하게 취기가 올라 있었다.
“자! 건배~”
이미 벌게진 얼굴의 조은이 혀가 꼬여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발음으로 술잔을 높이 쳐들었고 그 반동으로 인해 잔속의 술은 허공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에헤이!...”
공중에서 자유유형을 하던 술 방울이 하성의 사타구니 사이를 적셨다. 바지 앞섶에 테러를 당한 하성은 엉거주춤하게 물기를 털어내며 비틀거렸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이를 쳐다보던 조은은 젖은 하성의 바지를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어!... 오줌 쌌다.. 끅... 헤헤헤...”
“아! 뭐야!~... 끅...”
조은은 자신은 아무런 죄도 없다는 듯이 해맑게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이내 의자를 끽끽거리며 끌고 와 하성의 옆으로 다가갔다. 조은이 술잔을 다시 높이 치켜들었다.
“헤헤헤... 이리 와... 누나가 먹여 줄게...”
조은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하성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은 술을 그의 입 안에 털어 넣고 의자도 없는 허공으로 내려앉다가 퍽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
“안 다친 거 야냐? 크크크크.”
“우! 씨~... 끅... 아... 꼬리뼈...”
엉덩이를 쓱쓱 문지르며 간신히 탁자를 짚고 올라선 조은이 이번에는 의자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조은이 풀린 눈으로 꾸부정한 자세로 비틀거리는 팔을 치켜들어 하성을 향해 훈계를 했다.
“이 자식이... 끅... 누나가 다쳤으면 호~ 해 줘야지... 끅... 감히 웃어!”
“그래? 고롬 방뎅이를 이리 대거라. 호~ 해 줄테니. 헤헤헤헤...”
“어머, 어머... 이 응큼한 놈... 끅... 감히 어딜...”
“에이, 이거 왜 이러시나.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조은의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잔상들... 그녀는 풀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하게 인정한다.
“하긴... 다 봤지... 끅...”
조은은 잔상을 떠올리며 시선을 옮겼는데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은 하성의 사타구니 안쪽이었다. 하성도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을 내려다봤다.
“우~씨! 어딜 봐!”
황급히 다리를 오므리며 손으로 가리는 하성이었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의 어깨를 다독이는 조은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이 언니... 아, 아니지 이 누나가... 끅... 다 봤잖아...”
“음... 발딱 선 것까지 봤지. 그것도 초 근접에서... 음....크크크크.”
“우히.... 우히히히히~....”
조은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웃어댔다. 하성도 민망한 듯 눈을 찡긋했다.
“하...”
조은이 탁자 위 술병을 들고 잔에 따르려는 데 몇 방울만 또르르 흘러내렸다. 이에 심술궂은 얼굴로 잔을 들어 올려 눈앞에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한 번 따랐다. 없는 술이 나올리는 만무하고 몇 방울만 톡톡 떨어졌다. 떨어지는 술 방울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손바닥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던 하성의 정액을 떠올렸다.
“이 누나가... 끅... 물도 빼줬구만...”
“물?...”
하성의 뇌리를 스치는 잔상... 너무 대범해진 자신에 놀라 민망해 하는 조은... 순간 오그라드는 뻘줌함이 있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였고 하성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무슨~ 물?”
조은이 고개를 홱 돌려 앙증맞게 하성을 노려봤다.
“내가 말 못할 거 같아?...”
“응. 무슨~ 물?”
하성은 아무리 술기운이라고 해도 조은이 직접적인 저속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약간 망설이던 조은이 하성의 귓가에 얼굴을 디밀고 색색거리며 박자에 맞춰 속삭였다.
“좆~물~”
그녀의 입에서 나온 색스런 단어와 그의 귀를 간질이는 그녀의 입김에 하성은 몸이 순간 확 달아올랐다.
“아이고! 환장 하것구만!...”
“왜애? 이 누나랑 자고 싶어서?”
아무리 술기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찔한 두 사람은 어색함에 아무 말도 못 하고 한 동안 서로 두 눈만 깜빡였다. 조은은 속내를 들켜버린 것 같은 민망함에 그리고 하성은 조은이 그런 표현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였다. 정신을 가다듬은 하성은 애써 부인을 해 봤다.
“됐... 됐거든!... 난 임자 있는 여자는 안 건드리거든! 그리고 누나는 내 취향이 아니 시거든요!”
“허이구... 저 번에는 아주 좋아 죽드만... 누나 나 쌀 거 같아, 누나 넘 좋아. 누나, 누....”
조은은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알아차리자 또 한 번 민망함에 이 번에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도리질을 쳤다. 하성도 스쳐지나가는 잔상들에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자신의 장난에 반응하는 조은이 더 재미있었고 화제도 전환도 할 겸 말을 꺼냈다.
“쪽 팔리지?”
그제야 눈을 뜬 조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니, 안 쪽 팔린데?”
심하게 깜박이는 그녀의 눈꺼풀은 거짓말을 못하고 있었고 이에 하성은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에이~, 쪽 팔린데....”
“아니거든.”
“진짜?”
“진짜.”
“진짜. 아니야?”
“응, 진짜 아니야.”
“그럼 확 다시 한 번 해?”
“다....시....”
어쩌다 대화는 섹스를 할 거냐 말거냐가 돼버렸고 조은은 안 그래도 발그레한데 아예 홍당무가 되어버린 자신의 볼을 감싸고 땅만 쳐다봤다. 하성은 말 한 마디에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 자신을 비난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순간 조은은 자신이 아닌 딴 여자 때문에 웃고 있을 바람난 남편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하성과는 처음도 아니었으므로 다시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조은도 오기가 발동했다.
“오케이, 해!”
“아... 아니, 난... 내 말은...”
하성은 새하얘진 머릿속 때문에 말을 더듬으며 손 사레를 쳤다.
“왜? 자신 없어?”
“...”
자신? 하성의 분노 게이지를 폭발시키는 한 마디였다.
“자신? 지금 자신이라고 한 거야? 이거 왜 이러셔. 나중에 살려 달라고 울지나 마셔. 나 장강쇠야.”
“허! 변강쇠가 다 죽었나 보네. 니가? 니가? 에잉....”
비웃기라도 하듯 조은은 손가락을 휘휘 저어가며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해 봐. 지금 당장 할까? 제일 비싼 방 잡아서 먼저 코피 쏟는 쪽이 다 내는 거야. 난 자신 있거든. 겁나면 포기하시던가.”
“헐! 좋아. 니 쌍코피 질질 흘리는 꼬라지를 꼭 봐야겠다. 아저씨! 여기 대리 불러주세요!”
큰 소리로 의기양양하던 두 사람은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에 민망 그 자체였다. 조은은 창피해서 두 손에 얼굴을 묻어 버렸고 하성은 주위에 사과의 의미로 연신 고개를 꾸벅이다 조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쪽 팔린다.”
“그러게... 빨리 나가자.”
“그래.”
서둘러 비닐하우스 식당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대리를 기다렸다. 농장의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항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많아서인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그 들 앞으로 다가 선 조은의 차에 두 사람은 몸을 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백미러로 두 사람을 건너보는 건장한 체구의 대리기사가 누구든 빨리 말하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성과 조은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가 몸을 돌리는 데 어둠 속에서 봐서 그런지 약간 험악해 보였다. 이 때 옆구리를 쿡 쑤셔 오는 조은의 팔꿈치...
“호텔! 호텔이요..... 제~일 비싼 데로요.”
하성은 말을 맺으며 조은을 향해 음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이에 지지 않고 조은도 썩소를 날려주었다. 차가 호텔에 도착하는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차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호텔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근방에서 제일 좋은 호텔입니다. 앞에 강이 있어서 전망도 좋을 겁니다.”
“아, 예”
“자, 다 왔습니다. 대리비 3만원입니다.”
하성이 재빨리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자 기사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기사는 인사를 꾸벅 하고 사라져 버리고 차 안엔 두 사람만이 덩그러니 앉아서 고요한 침묵과 대치중이였다. 하성은 조은의 눈치를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냥 갈까요? 선배?”
“...”
“난 자신 있거든. 영 자신이 없다면 그냥 가는 거지. 뭐...”
하성은 살살 조은의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초조해 하는 조은이 가자고 하면 진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은도 하성의 말에 발끈해 그에게 지기는 싫었다.
“니... 니가 자신이 없으면 그... 그러든가...”
“뭐? 어~ 그래? 어디 비~싼 방 값 내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고. 내려.”
“하! 니 쌍코피 줄줄 흘리는 꼬라지, 사진 찍어 고이 액자에 담아 선물해 줄께! 빨랑 내려. 너 땜에 나님 못 내리고 있잖아!”
“나님? 헐~”
두 사람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냥 당당히 프론트로 향했다.
“저기요, 여기서 가~장 비싼 방 주세요.”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유니폼의 아가씨가 비싼 방이라는 소리에 눈만 깜박이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을 했다.
“두 분이신가요?”
“네.”
“1박에 29만원입이다. 카드로 하실 건가요?”
“예... 예...”
하성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들고 결제를 마치자 안내인이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했다. 안내인은 팁을 받아 챙긴 후에야 방에서 사라졌고 고요한 방 안에는 두 사람만이 다시금 마주 보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조은과 눈이 마주 친 하성은 그녀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려 헛기침을 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허허험... 와! 경... 경치가 끝내주네! 역시 비~ 싼 방이라 뭐가 달라도 달라.”
하성은 창가로 몸을 옮겨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시선으로 그런 하성을 ?고 있던 조은은 긴장한 빛이 역력해 보였다.
“내가 이거 이자까지 쳐서 다 받아 낼 거야. 이미 계산은 됐고. 계좌 찍어줄까? 포기할래?”
조은을 돌아다보며 비아냥거리는 농담을 하는 하성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흠칫거리던 그녀는 떨리는 하성의 목소리에서 자신만 초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어~, 거... 겁나는 구나?”
“겁~? 그게 뭐임? 먹는 거임? 겁은 그 쪽이 내는 것 같은데?”
“그 쪽? 이게!”
조은이 당당히 하성의 앞으로 걸어왔다. 순간 하성이 긴장하고 엉거주춤 창틀에 걸터앉아 버렸다. 바로 앞까지 다가 온 조은을 올려다보는 하성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고 서서히 올라와 양 볼을 감싸는 그녀의 손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분명 부드럽고 따스했다.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성의 입술에서부터 시작된 전율은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입맞춤이 순수한 사랑이었다면 지금 말랑하게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혓바닥은 하성의 욕구를 폭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 하....”
거친 숨을 몰아쉬던 하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격하게 입을 맞추었고 서로의 혓바닥이 엉겨 붙게 만들었다. 조은도 자신의 입 안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혓바닥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대범하게 그의 몸에 매달려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조은은 하성의 리드에 맞춰 뒷걸음질을 치다 침대에 다리가 걸려 털썩 내려앉았고 다시 그대로 다가오는 하성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가슴을 덮쳐오는 그의 거친 손길에 이리저리 몸을 뒤틀던 조은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그녀의 짤막한 신음소리에 하성은 좀 더 과감하게 그녀의 블라우스를 잡아 당겼다. 하성은 치마 허리선을 따라 빨려나은 블라우스 재봉선 밑으로 손을 쑥 밀어 넣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을 타고 손을 뻗어 올렸다. 이내 온기가 감도는 그녀의 브라가 만져지고 하성은 브라 밑으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었다. 그러자 뭉클한 그녀의 젖가슴이 느껴지고 그대로 손을 뻗어 뜨겁게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손바닥 가득 움켜쥐고 주물렀다. 그녀와 혓바닥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손바닥으로부터 뭉클하게 전해져 오는 찌릿한 전율에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
조은은 가슴을 꽉 움켜잡고 꿈틀거리는 하성의 거친 손길에 몸을 비틀어대다 욕정을 느끼며 그의 목을 감고 있던 팔을 스르르 풀어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잡아 뜯다시피 풀어 헤쳤다. 흥을 깨고 싶지 않은 그녀는 불편한 자세임에도 하성과 입술을 떼지 않고 마치 요가라도 하듯이 어께를 들썩이며 블라우스를 간신히 벗어 던져버리고 그대로 등 뒤로 손을 뻗어 브라의 후크를 풀었다. 이내 그녀의 젖가슴이 탱글거리는 요동을 치며 브라 밖으로 삐져나왔고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갈색 유두가 슬쩍슬쩍 비치며 출렁였다.
하성의 두 손은 그녀의 양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고 조은의 두 손은 바쁘게 하성의 와이셔츠 단추를 뜯어내 가고 있었다. 와이셔츠 단추가 다 풀리자 그의 러닝셔츠를 잡아끌어 속으로 손을 쑥 밀어 넣고 가슴을 찾아 더듬기 시작했다. 뜨끈뜨끈한 체온이 손바닥에 느껴지다가 그녀의 손 끝에 걸리는 하성의 말랑한 젖꼭지를 찾은 그녀는 양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부비기 시작했다.
“아...”
하성의 입에서는 탄식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고 동시에 아래쪽에 불끈거리며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성은 그녀의 나신을 빨리 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휩싸였다. 몸을 일으킨 하성이 상의를 다 벗어 던져버리고 거칠게 그녀의 치마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거칠게 잡아 당겨보지만 치마와 함께 그녀가 쓱 딸려올 뿐 벗겨지질 않았다. 하성이 그녀의 치마 허릿단을 더듬거리자 조은은 옆쪽에 후크를 간단하게 톡 떼어내고 자크를 내렸고 그녀의 치마 허릿단은 헐렁해졌다. 초조하게 보고 있던 하성이 다시 한 번 그녀의 치마를 잡아당겼고 조은이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주면서 치마는 그녀의 다리 밑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하성의 시야에는 아무런 장식도 무늬도 없는 그녀의 하얀 팬티를 옥죄고 있는 살색 팬티 스타킹이 들어왔다. 스타킹은 둔부에 꽉 밀착되어 그녀가 꿈틀거릴 때마다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하성은 그녀의 스타킹을 거칠게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일었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의 골반을 감싸고 있는 팬티라인에 손가락을 걸어 스타킹과 함께 부드럽게 끌어내리자 그녀의 까만 음모 끄트머리에서 오동통하게 갈라지는 그녀의 보지가 속살을 드러냈다. 하성의 동공이 팽창됐고 마른 침은 목구멍을 타고 꼴깍 넘어갔다. 더불어 심장은 쿵쾅쿵쾅 요동을 쳐댔다. 팬티와 스타킹이 허벅지까지 내려왔을 때 하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작정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틈으로 머리를 디밀었다. 혓바닥을 날름거리자 간신히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돌기가 혀끝으로 전해지자 하성은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비틀어 대던 조은은 사타구니 사이를 간질이는 뜨겁고 거친 하성의 호흡에 몸이 달아오르다가 까끌한 그의 혓바닥이 민감한 속살에 건들이자 심하게 복부를 꿀렁이며 몸을 비틀어댔다. 일그러진 미간에 두 눈을 꼭 감은 그녀의 입에서는 뜨거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흐....”
하성이 더 깊게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머리를 쳐박고 흔들어댈수록 코 끝에 눌린 음모는 심하게 까끌까끌하게 느껴졌다. 그의 혀끝이 깊숙히 파고들자 이미 흥건히 젖어 있는 뜨끈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의 감촉이 느껴졌고 그의 아랫도리는 터져버릴 듯 부풀어 올라있었다. 하성은 당장에라도 쑤셔넣고 싶은 충동에 혀를 계속 날름거리며 허리띠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지를 벗어 던져버리고 이어서 팬티까지 벗어 던져버렸다. 하성은 상체를 세우며 그녀의 두 다리를 잡아 한 손으로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은 심하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자지를 잡아 그녀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구멍을 찾으려 쿡쿡 찔러댔다. 순간 그의 복부에 와 닿은 조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강하게 그의 삽입을 제지하며 밀쳐냈다.
조은은 자신의 다리가 거칠게 들어 올려져 모아지고 이어서 뜨끈한 살덩이가 둔부 언저리를 찔러대자 순간 두려움이 휘몰아 쳤다. 남편 이외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조차 된 적이 없는 곳을 익숙하다는 듯 찔러대는 뜨끈한 살덩이가 공포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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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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