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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4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9 986회 0건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46부


학교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고 가슴은 답답했다.
어제 이원주 선생에게 따귀를 맞았고, 그보다는 하루 종일 나한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 냉랭함이 모처럼 그녀를 좋아하게 된 상황에서 갑자기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면서 서글프고 삭막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늘의 그녀는 어떨까? 여전히 나를 미워하고 따돌린다면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도착해보니 오늘만은 그럴 걱정이 없었다.

아침 조회시간이 지났는데도 이원주 선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10분쯤이 더 지나서 교감 선생이 교실에 들어섰다.
“느그들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편찮으셔가 오늘은 학교에 몬 나오신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수업을 대신하고, ...... 첫시간이 무슨 과목이고?”
여자인 교감 선생은 고향이 경상도라 우리처럼 사투리를 쓴다. 시간표의 첫시간은 사회과목이었다.
교감은 맨 앞에 앉은 학생의 교과서를 받아 배운 부분을 확인하더니 책을 덮고 말했다.

“오늘은 진도를 나갈게 아니라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지식을 들려 줄끼다.”
교감의 훈시 같은 강의가 끝나고 둘째 시간은 자습, 셋째 시간은 3학년 담임이 풍금까지 옮겨와 노래를 몇곡 배웠고 넷째 시간은 다시 자습이었다.
둘째 시간보다 더 산만해져 잡담이나 장난도 더 심해지고 도시락을 미리 먹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도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어울리다보니 시간은 잘 갔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다시 교감 선생이 교실에 들어왔다.
“자습을 해도 그기 그기고 자, 5학년 느그들은 집에 가그라. 이원주 선생님이 내일은 나올 수 있나 알아보고 못 나오시마 따로 학교에서도 수업계획을 세울끼다.”
교실에 환성이 터졌다. 참 아이들이란, ...... 나도 그렇지만 월사금을 내고 다니면서도 공부를 안한다면 그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선생님!”
그때 고행자가 손을 들었다.
“우리 선생님이 편찮으시다는데 그럼 문병을 가도 될까요?”
교감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래. 가도 괘않겠지. 누구 이원주 선생님 댁 아는 사람 있나?”
“저요!”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며 소리쳤다. 이어서 몇 명의 손이 올라왔지만 교감 선생은 나를 지목했다.

“니 이름은 뭐꼬?”
“문영도라예.”
“그래? 그럼 너무 많이 몰려 가도 안좋으이 고행자하고 문영도, 그라고 반장, 부반장 정도 가마 좋을끼다.”
교감은 행자의 이름은 알면서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나도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어떻든 문병 갈 사람은 4명으로 정해졌다.

우리반 반장은 김정호, 부반장은 여학생인 정순자였다. 고행자와 나까지 낀 4명이 함께 가는 것을 부러운 듯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어쩐지 어깨가 으쓱했다. 무슨 원정대라도 되는 기분이었다.
“새임 문병 가는데 뭐락도 좀 사가야 되지 않겠나?”
정호가 말하는데 나는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바지의 시계 주머니에는 5천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다. 추렴을 해도 꿀릴게 없는 것이다.

그런데 행자가 반대의견을 내 놓았다.
“나도 병원에 오래 입원해봐서 아는데 문병객들이 그저 드링크나 쥬스 같은 것만 사오니까 환자나 가족들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며 싫어하기도 해. 일단 선생님 형편을 보고 필요하면 그때 사자.”
“그래도 빈 손은 좀, ...... 꽃이라도 사 가마 ...... ”
부반장 순자가 말했다.

“꽃을 사려면 읍내까지 가야 하잖아. 아, 여기 저기 들꽃들도 많네! 저것들로 꽃다발을 만들면 어때?”
행자의 말에 아무도 다른 말이 없어 우리는 동의한 셈이었다. 눈을 돌려보니 6월의 들판에는 정말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제각기 뽐내듯 혹은 수줍은 듯 피어 있었다.
흰 꽃잎이 큼직한 노란 술을 감싸고 있는 개망초, 붉은 색의 엉겅퀴, 분홍색의 들장미도 한창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름도 잘 모르는 오리새와 말냉이, 갈퀴나물꽃 등이 더해졌고 감자꽃까지 겻들이니 제법 그럴싸한 꽃다발이 되었다.

꽃다발은 행자가 들고 있지만 그것을 보며 나는 혼자만의 감회에 빠져 들었다.
작년 가을, 이미영 선생이 이임식을 하고 학교를 떠난 뒤에도 그리움을 억제할 수 없어 나는 혼자 가을의 들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 집은 우리가 빠구리를 하고, 그녀가 직접 만든 옴라이스와 돈까스 같은 별식을 먹고, 이원주 선생한테 따귀를 맞은 발단이 된 귀한 책들도 얻어온 곳이다.
그리고 꽃다발을 전해주려다 선잠이 드는 바람에 결국 이미영 선생 집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고 남편이 잠든 사이 마지막 빠구리까지 했다.

그런데 그 집의 골목으로 접어들며 나는 감미로운 추억에서 깨어나 새로운 걱정에 휩싸였다.
불쑥 문병 원정대에 끼기는 했지만 이원주 선생이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있을 테니 나를 보고는 “모두 돌아가.”라거나 “문영도는 들어오지 마.”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다. 부딪혀 보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해명하고 싶다. 내가 먼저 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고 ...... 정말 감히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초인종을 누르자 대문을 열어준 이원주 선생은 잠옷바람에 한눈에도 초췌한 안색이 안스럽게 보였다.
“아니, 너희들이 어떻게 집까지, ...... 어서 들 들어와.”
미소도 짓지 않고 말에도 힘이 없는데 다행이 나를 따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나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점심들은 먹었니? ...... 그럼 뭐 마실거라도 ...... ”
“선생님! 저희들은 환자를 뵈러 온거예요. 저희 걱정 마시고 우선 누우세요.”

행자가 그녀를 부축하며 안방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정말 부축을 받아야 할만큼 걸음걸이도 힘이 없어 보였다.
“그냥 몸살인가 봐. 밤새 열이 나고 온몸이 아프더니 아침에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어. 의사 선생님이 왕진 오셔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 아마 내일은 출근할 수 있겠지.”
침대에 누운 그녀는 우리들의 문안에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어머나, 선생님! 지금도 열이 많으시네요. 제가 물수건을 해 올께요.”
행자는 우리가 꺾어 온 들꽃을 꽃병에 담고 물수건을 가져와 이마에 얹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진지는 ...... ?”
“식욕도 없어. 또 아침에 링거주사도 맞아서 배는 안 고파.”
“ 그래도 환자가 속을 비우면 안 되죠. 제가 죽을 끓여 드릴께요.”
“네가 할 줄 아니?”
“그럼요. 아빠 엄마가 늦게까지 밖에 계시니까 살림도 거의 제가 하거든요.”

행자가 같이 오기를 잘했다. 병원생활을 해봐서인지 그녀는 우리 문병 원정대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잡고 일을 처리했다.
“그래, 오늘 학교수업은 어떻게 했니?”
반장과 부반장이 번갈아 가며 학교의 일을 보고했다. 오늘은 오전수업만 했으나 내일은 이원주 선생이 안 나와도 교감 선생이 새로 수업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는 것도 겻들였다.
“수고들 많았구나. 잠깐 좀 나가 있을래? 나는 문영도하고 할 말이 있어서 ...... ”

이 방에 들어와서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머쓱한 표정으로 서 있던 나는 지목을 받자 더욱 긴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보면 다시 따귀를 맞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영도야, 이리 좀 가까이 오렴.”
내 손목을 잡아준 것도 뜻밖인데 다음 행동에 나는 깜짝 놀랐다. 우선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너한테 정말 큰 죄를 지었다. 그날 많이 아팠지? 내가 정말 못된 짓을 했다. 너한테 정말 미안해. 그래도 나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그녀의 눈에서는 기어코 눈물이 주르르 흘려 내렸다.

“아이라예, 새임. 제가 잘못한 긴데 ...... ”
그녀는 ‘정말’이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나는 정말 당황하고 쑥스러웠다. 분노와 경멸의 눈빛을 보냈던 그녀의 사과도 뜻밖이지만 다른 학생들도 밖에 있는데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아니야. 어린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흐윽! ...... 명색이 선생이며 어른인 내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 흐윽! ...... 정말 부끄럽고 나 자신이 싫어질 정도야. 너한테 용서를 빌면서도 나는 치욕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그녀는 흐느끼기까지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불쑥 이집에서 이미영 선생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에게 이별을 통고하며 “내가 죄인이야. 너에게 씻지 못할 죄를 졌어,”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여선생들은 원래 그렇게 잘 우는 것인지, 참.

“새임요! 저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남자라요! 새임한테 맞은 거 하나도 안 아팠어예. 그라고 그런 일은 다 잊어뿌십니더. 저한테는 아무 걱정도 마시고 다 떨쳐뿌이소. 그라고 새임, 빨리 병이 나으셔야죠. 우리반 아들이 모두 새임 걱정하고 기다리고 있심더.”
그녀의 눈물 때문인지 울컥 감정이 치받히면서 나도 말이 많아졌다. 나중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남자라 끝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이원주의 갑작스런 몸살은 순전히 문영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호실로 그 학생을 불러 자지를 까보이게 하고 뺨을 세차게 때린 그 돌발적 행동은 그녀 자신에게도 정말 충격적이며 자학을 해야 할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늘 자신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문영도에게 한 행위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짓이었다.

여교사와 4학년짜리 국민학생이 섹스를 했는데 어찌 그 학생을 응징할 수 있는가.
그 학생이 누구에겐가 그 자초지종을 털어 놓든지, 부모가 그 사실을 알고 서을의 극성스런 학부형들처럼 문제를 삼는다면 그녀는 변명할 여지조차 그간의 경력이나 현직에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그보다는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용인할 수 없었다.ㅅ
그런데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 ? 물론 그녀는 스스로 진단할 수 있었다.
여전히 떨치지 못하는 그녀의 콤플렉스, 그것은 배신의 트라우마와 일종의 질투였다.
그녀의 콤플렉스는 첫사랑 같기도 한 이미영과의 오랜 우정과 두 여인이 각각 만나게 된 남자, 그리고 그 틈에 우연히 끼게 된 문영도까지 얽혀 엉뚱하고 돌발적으로 분출된 셈이었다.

원주가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라는 긴 이름을 가진 사범학교 3학년으로 진급했을 때 미영은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미영이 입학했을 때 원주는 교내의 유명인사 중 하나였다. 남녀공학인 이 학교의 수석합격에다 학년의 1등 자리를 놓진 적이 없었다.
미영도 입학하면서 남들의 주목을 받았다. 성적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청순하고 뛰어난 미모가 남학생들뿐 아니라 여학생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집이 광주인 원주와 대구인 미영은 공교롭게도 같은 하숙집을 쓰면서 더욱 급속히 친해졌다.

친한 여고생들이 그렇듯 그녀들도 학교 공부 외에 선생이나 다른 학생들에 대한 품평, 영화나 문학 이야기, 또 아직 막연하기는 하지만 사랑이나 이성에 대한 동경 같은 것들로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되면서 그녀들은 다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아아, 언니 이상해!”
그날도 화제가 이성문제로 기울어 둘 다 잠이 못들고 싱숭생숭하던 중 원주의 손길이 아직 채 영글지 않은 미영의 젖가슴을 쓰다듬을 때 미영은 가쁜 숨을 쉬며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둘은 난생 처음 혀가 오가는 키스를 했다.
결국 둘 다 알몸이 되어 서로를 애무하고 젖꼭지를 빨아 주었으며 물끼가 그득한 보지에까지 서로의 손길이 자극을 주고 받았다.

원주는 이미 음모가 보지 전체를 덮고 있을만큼 풍성했지만 미영은 털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음모가 났던 원주는 그저 미영이 아직 성숙이 덜 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격정의 시간이 지나자 두 여고생은 서로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할 만큼 부끄러움에 휩싸였다.
그러나 일단 그 감흥을 알게 된 것이라 쉽게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원주가 졸업할 때까지 비슷한 행위는 서너번 더 이어졌고 그것은 두 여인에게 첫사랑 비슷한 야릇한 추억으로 각인되었다.

수석졸업을 한 원주는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속국민학교라는 역시 긴 이름을 가진 사대부국에 교사로 임용되었다.
2년 후 졸업한 미영도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장이며 고향인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자리를 잡았다.
두 여인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각각의 삷을 영위했지만 여전히 두터운 교분을 이어갔다. 단 레즈비언의 행위는 다시 없었다. 그것은 여고시절의 해프닝 같은 것이었고 둘 다 세상의 대부분 여자들처럼 언젠가 남자와 짝을 맺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영은 교사생활 4년차가 되었을 때 결혼했다. 신랑은 그녀 아버지와 친구인 역시 교육자의 아들로 경북도청에 근무하는 권병찬이라는 공무원이었다.
미영은 2살 차이로 연달아 아들을 낳았고 원주가 가끔 소식을 접하고 지켜 보기에도 무척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었다. 병찬은 듬직한 구석은 없었지만 호쾌해 보이는 남자였고 전형적인 현모양처 같은 미영과 오히려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부부가 다 직장생활을 하니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원주도 연인을 만났다. 상대는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채병욱이라는 청년이었다.
학벌로 따지면 병욱이 나은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어쩌면 언발란스라고 할만도 했다.
교사생활 6년차인 원주는 이미 부임한 학교에서도 이름난 선생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타고난 총명에 열정까지 더 해 그녀의 인생은 화려하게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반면 병욱은 3번이나 사법고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여전히 거기에만 매달린 백수에다가 결핵을 앓고 집안도 째지게 가난했다.

원주는 몇학년 담임을 맡든 그 반의 성적은 눈에 뜨이게 향상되었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평판도 올라갔는데 6학년 담임을 맡으며 더욱 그녀의 진면목이 부각되었다.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치루는 당시의 서울은 입시열이 꽤 치열했고 학부형, 특히 여인들의 치맛바람이 드셌다. 사대부국은 그중에도 특권층이나 부유층의 자녀들이 많아 그 도가 한층 심했다.
원주가 처음 맡은 6학년의 한 반은 1년 후 중학교 입시에서 발군의 성과를 거두었다. 요즘의 고등학교나 학원의 평가처럼 당시의 초등학교 6학년은 얼마나 일류 중학교에 많이 합격하느냐가 평가의 첫째 바로미터였다.

원주가 담임인 반은 6학년의 4개 반중에서도 사대부중을 비롯해 경기 서울 경복중학 등 당시의 일류 중학교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했다.
그녀가 중.고교에서 늘 수석을 놓지지 않았던 것은 IQ가 높을 뿐 아니라 시험에 대해 천부적인 감각과 요령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일류 중학교의 출제경향을 분석하고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능력을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그리고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입학원서를 내도록 했다.
이듬해에도 그녀가 맡은 6학년은 중학 입시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고 그녀의 명성은 극성스런 학부모들 사이에 전파되었다.

그녀의 반에 배정받지 못한 학부모들은 그녀에게 특별과외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녀는 처음 완강히 거부했지만 특권층과 부유층의 집요한 탐욕은 교장에게까지 압력을 가해 그녀는 5~6명의 특별과외까지 맡게 되었다. 약간 고달펐지만 그녀의 수입은 교사 월급과는 비교도 못할만큼 늘어났다.
당시는 학부형들의 촌지도 횡행했다. 1학년이나 3학년을 맡을 때도 대부분 학부형들은 그녀에게 돈봉투를 내밀었다.
초년 교사시절 그녀는 한사코 거부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들쭝나 보이기도 했고 있는 자들이 펑펑 쓰는 것을 꼭 마다할 필요는 없다는 자기합리화로 별 가책없이 촌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 때문에 학생을 편파적으로 대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한편 한창 때인 그녀에게는 촌지봉투를 받는 것 만큼 선도 많이 들어왔다. 그녀의 자질을 아는 동료교사나 학부형들이 꽤 좋은 조건의 남자들을 천거해 왔지만 하나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직 그녀의 열정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만 몰두했고 그런 생활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의 마음을 빼앗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바로 서울법대 출신의 병욱이었다.
선이 들어왔던 남자들에 비해 너무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사랑에 눈이 먼 원주에게는 그런 것마저 그만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보였다.

창백한 인텔리겐챠로서 지적으로 보이지만 또 외로움이 가득 담긴 눈길은 그녀의 모성적 본능을 일구어 내고 자극했다. 집안이 가난하다는 것도 오히려 마음이 끌리는 조건이었다.
특권층이며 부유층의 거들먹거리는 짓들에 일종의 반감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연인뿐 아니라 순박해서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들의 사랑은 4년 째 이어졌다. 그동안 그녀는 그와 틈틈이 빠구리도 하고 가난한 연인과 그 가족의 뒷바라지도 여전했다. 현상 유지처럼 진행된 것은 병욱이 번번히 사법고시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병욱도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 왔건만 대가 약한 것인지 1차 시험은 늘 합격하면서도 2차에는 낙방을 거듭했다. 그러다 도전 7년만에 그는 꿈을 이루었다. 사법고시 합격자 발표의 신문기사에 그를 ‘7전8기’의 주인공으로 토막기사가 날 정도로 그의 합격은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이 원주에게는 상실의 시작이었다. 사법연수원이 없던 시절이라 그는 곧바로 검사에 임용되었다. 그래서 지청에 부임한 뒤 만나기도 어렵고 어쩐지 연락도 잘 안되던 그가 이별을 선고한 것이다.

“원주야! 정말 미안하다. 나를 아무리 욕하고 경멸해도 좋아.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우리의 지난 날들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도 나를 그냥 보내주었으면 해.”
그는 이른바 마담뚜들이 나서서 내놓는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철공소 직원이었다가 자수성가한 꽤 큰 철강회사 사장은 판, 검사가 될 사위를 맞음으로써 자신도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기회라 투자에 과감했다. 사윗감에게 큰 아파트와 고급 자동차는 물론, 친가에도 큰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가난에 찌들어왔던 그와 가족들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너는 경멸할 가치도, 경멸받을 자격도 없는 자식이야!”
원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그녀는 4년이나 사귀어 왔던 연인을 자신의 말과는 반대로 진짜 경멸하며 쉽게 단념하려 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이미 깊게 그녀의 몸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미영도 그들의 사연을 알았다. 그전에 몇 번 만났던 병욱을 ‘형부’라고 불러주기까지 했지만 그의 배신에 분노하면서도 원주에게는 위로의 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움을 줄 방법은 없었다.

한편 미영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5.16쿠테타가 일어난 후 부패공무원 단속 열풍에 휩쓸려 권병찬은 시골 군청 근무로 좌천되었고 미영도 남편을 따라 역시 시골의 외진 학교로 전근을 간 것이다.
소식을 듣고 원주는 미영에게 동정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미영의 반응은 담담했으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풍파도 겪을 수 있는거지. 그런데 와서 보니 정말 시골이 좋아. 공기도 맑고 목가적인 풍경에다 인심도 후하고 학생들도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어. 어쩌면 내가 동경해왔던 전원적인 생활 같아 모든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원주는 낙천적으로 보이는 미영이 부러우면서도 약간의 공감이 갔다. 그러던 미영이 작년 봄의 어느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그녀를 찾아와 흐느꼈다.
우수교사로 뽑혀 서울 관광을 왔던 미영이 삼촌의 연줄로 서울에 진출한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그의 외도를 알게 된 것이다. 그것도 술집 같은데서 어찌 어울린 것이 아니라 아예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
“참, 사내새끼들이란 ...... ”
두 여인은 함께 분개하면서 원주는 어느 정도 아물어가던 옛 상처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8월 여름방학 때 미영은 서울로 올라와 원주와 어울렸다.
“언니, 오늘은 나 술 좀 사줘.”
원주는 그녀를 호텔의 칵테일 바로 데려가 양주를 주문했다. 학부형들의 대접도 많이 받아보며 그녀도 고급 술집을 찾을만큼 서울생활에 익숙해 있었다.
둘 다 술기운이 오르며 원주의 전 애인과 미영의 남편 험담을 나누나 미영이 불쑥 말을 꺼냈다.

“언니, 나도 바람을 폈어.”
“그래?”
평소 그녀의 품행을 보면 놀라운 일이지만 그녀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말도 있고 오히려 배신을 당하고도 그런 행동을 못하는 자신에게 약간의 자괴감도 들었다.
“잘했다. 그래, 상대는 누구야?”
“그게, ...... 우리 학교 학생이야.”
“뭐라구 ...... ?”

이번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교사라는 직분을 갖고 제자와, 그것도 풋내 나는 국민학생과 섹스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간통도 물론 범죄다. 그러나 교사가, 그것도 국민학생 제자와 섹스를 했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너 그게 정말이니? 너 그러다 정말 큰일 난다. 혹 남들이 알면 어찌 되겠니? 어쩌면 네가 그럴 수 있니?”
“흐윽!”
미영은 머리를 묻고 한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그러나 적당한 위로의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그게 정말 후회스럽고 고통과 자학에서 헤어나지를 못해. 더구나 그 학생을 생각하면, ...... 명색이 선생이라는 내가 어린애한테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상처를 주었는지, ...... 그 생각만 하면 당장 죽고싶은 심정이야.”
미영이 너무 심하게 자책하고 있어 원주는 더 이상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다. 거기에 미영은 또 하나 충격적 발언을 했다.
“나 이혼하기로 했어.”

원주는 첫사랑처럼 애정이 갔던 미영의 겹친 불행에 마음이 아팠다. 빼어난 미모에 현모양처의 전형 같았던 그녀가 외도를, 그것도 국민학생인 제자와 저지르고, 두아이의 엄마인 입장에서 이혼까지 하겠다며 허물어져가는 그녀가 안스러웠다.
“이혼 ...... ? 그 남자애 때문에 ...... ?”
“무슨 그런 소리를 ...... 세상이 어떻고가 아니고 나 자신 그런 짓을 했다는 것조차 용서할 수가 없는데 ...... 다시는 그 학생을 상대하지 않을꺼야. 하지만 남편에게서도 완전히 마음이 떠났어.”

미영의 충격적인 사연 때문에 술 한병이 더해졌고 두 여인은 취기가 더해 가면서 말도 많아졌다.
원주는 이별이 여인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고, 단지 이혼녀라는 것 때문에도 여자 혼자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주위의 예를 들어가며 이혼을 만류했다.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색녀처럼 섹스에 집착하게 되었고 혹 남편에게 불만이 있고 화가 나도 섹스를 한번 치루고 나면 풀어져 버린다는 자신의 약점도 고백했다.

다시 번갈아 눈물을 흘리고 웃음도 터뜨리며 수다가 이어지던 중 미영이 불쑥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그 애는 아직 국민학생인데도 페니스가 남편보다 훨씬 커. 또 정력이랄까, 오래 끄는 것도 대단해. 이혼을 선언한 뒤 남편이 내려와서 빌고 애원을 하다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갖게 되었는데 전혀 휩쓸리지 않고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어. 그것이 이혼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야. 나도 이제 섹스 같은 것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
그 말도 원주에게는 또하나 충격이었다. 그녀는 전 애인과 섹스를 해오면서도 별로 큰 감흥은 없었고 그 밖의 남자는 아직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미영이 결국 이혼을 포기하고 서울의 학교로 전근 온다는 말에 원주는 불쑥 자기가 그곳으로 전근 가겠다고 제의했다.
“아니, 말도 안 돼! 서울에서도 제일 잘 나가고 떵떵거리는 명교사가 벽촌에 가서 묻히겠다고 ...... ?”
미영은 처음 원주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말을 꺼냈던 원주는 더욱 그 결심을 굳혔다. 미영도 원주의 결심히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는 교장에게 그녀를 천거했다.
원주의 서울 학교생활은 여전히 평판이 좋고 수입도 많았지만 그런 생활이 슬슬 지겹기도 했다.

특권층이나 부유층 학부모들의 거들먹거림에 대한 반감은 늘어갔고 그런 부모를 두었다고 까지고 건방을 떠는 아이들에게도 싫증이 났다.
더욱 큰 이유는 남들에게는 표시가 안 나도록 했지만 그녀가 꽤 오래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는 점이다.
이별의 상처, 더구나 4년이 넘게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뒷바라지 해온 남성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그를 경멸하고 깨끗이 잊으려 했지만 이미 트라우마로 그녀의 몸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미영의 말처럼 공기 맑고 순박한 인심이 남아있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다.

내리국민학교에 부임해 3학년 담임을 맡은 후 그녀는 불쑥 미영의 상대였던 남학생이 누굴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우선 그녀는 상대가 당연히 6학년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어리고 풋내 나는 애들이지만 그래도 좀 허우대가 좋거나 미영이 좋아할만한 타입의 남학생이 있나를 찾아 봤지만 전혀 종잡을 수 없었다.
그 6학년생들이 졸업하면서 그녀의 호기심도 사그러 들었다.

5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그녀의 주목을 끈 학생 중 하나가 문영도였다.
녀석이 4학년 때 자신을 놀리는 그림을 칠판에 그린 것을 보았지만 그런 것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이 학교에서 자신이 ‘도라무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도 알고 있었고, 10여년 고사생황 중 그녀가 경험한 개구쟁이의 장난끼란 그보다 더 한 것도 많았다.
그런데 항상 반감으로 가득한 눈길과 비뚤어진 성격이 마음에 걸렸다. 한번 문제를 풀게 했더니 빈정거리듯 실실 웃는 것에 흥분해 손찌검까지 했다.

그녀는 그 일로 무척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교사의 체벌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교사생활중 너무 당돌하고 못된 학생에게 몇 번 손찌검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골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그리고 몇 대씩이나 따귀를 때렸다는 것에 그녀는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고 학생에게 미안했다.
생활기록부를 보니 4년동안의 성적은 늘 중간정도였고 가정은 빈곤한 편이었다. 가정환경 때문일까, 원래 성격이 비뚤어진 것일까? 어떻든 그를 하루 빨리 바로잡아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잘하는 아이는 북돋아 주고 지진아나 문제아동은 이끌고 바로잡아 주는 것은 언제나 교사의 보람이었다.
그런데 문영도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번 혼이 난 뒤로 수업시간에도 열중했고 시험답안도 항상 상위권이었다. 무엇보다도 선생을 대할 때 반감에 가득한 눈길이 사라졌다는 것이 그녀는 반가웠다.
학생들 중에는 드물게 스스로 엇나간 길을 스스로 바로잡는 아이들도 있는데 문영도가 그런 경우였다. 더 관심을 갖고보니 감수성도 풍부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차츰 애정이 갔다.

그런데 가정방문 중에 문영도가 읽는다는 책들에 모두 이미영의 사인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혹은 갔지만 확증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미영이 외도한 상대가 당연히 6학년 남학생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이미 졸업을 했다. 그때라면 문영도는 4학년일텐데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단서가 생각났다. 미영의 “그 학생의 페니스가 남편보다 훨씬 크다.”는 말이었다.
양호실에 데려와 강압적으로 자지를 꺼내보이게 한 후의 일은 충격적이었다.

풀 죽은 자지도 자신의 옛 애인보다 커 보였지만 순식간에 부풀어지며 끝이 휘어져 끄덕거리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미영과 섹스했다는 것을 실토했다.
순간적으로 학생의 뺨을 때리고 양호실을 뛰쳐 나오면서 바로 그녀는 심한 자책감과 자기모멸에 휩싸였다.
“너 때문에 미영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알아?”
자신이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것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부끄럽고 가증스러웠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신의 순간적인 분노는 미영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었다.
배신의 트라우마로 인한 남자에 대한 원초적인 증오감, 게다가 첫사랑 같은 야릇한 감정을 주고 받았던 미영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도 섹스를 했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 슬슬 애정이 갔던 자신의 제자가 바로 미영과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사람을 향한 일종의 질투심처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그녀는 허둥대고 불안한 심정으로 수업을 마치고 퇴근했다.
밤새도록 자책감과 자기모멸로 허우적거렸던 그녀는 출근준비를 하던 중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몸도 불덩이처럼 열이 났다. 의사의 왕진부탁도 겨우 할 정도였다.
그런데 마침 문영도가 문병을 왔다. 어린 제자에게 눈물로 사죄를 하면서 그녀는 몸도 마음도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 2시간 쯤 이원주 선생 댁에 머물다 함께 그 집을 나섰다.
이원주 선생이 울음까지 터뜨리며 사과한 것은 내게 놀라움을 안겨 줬지만 이제 그녀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게 됐다는 안도감에 돌아오는 발길은 가벼웠다.
다시 학교 쪽으로 지날 때 공산상회에 눈길이 갔다. 유리문을 열어놓은 상태라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박금지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학교 정문 앞에는 노란색 공중전화기가 있다. 나는 동전을 넣었다.

“네, 박경수씨 댁입니다.”
여전히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인 박금순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 왔다.
“안녕하셨어예? 저 영도라예.”
“어머나, 영도씨! 지금 어디야?”
“학교 앞이라예.”
“그래?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 참, 우리 토요일에 만나면 어떨까? 그날은 금지도 일찍 오라고 할테니까, 점심도 우리집에서 함께 먹기로 하고 ...... ”
토요일은 모레다. 그날을 생각하자 내 가슴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헛끌베리의 변
어줍잖은 글을 쓰면서 댓글이나 추천에 연연하는 것은 참 치졸한 짓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글을 올리면서 회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만 해도 조회수가 26만8천건이 넘기도 했고 댓글도 항상 수십개가 이어졌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군요. 처음 올린 <천한 여인>도 24만여건의 조회수에 280여건의 댓글이 달려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재연재를 시작한 후 반응이 미미하자 힘이 빠집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들이 있어 몇 년동안 연재를 중단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그래도 <금촌리 ...>만은 꼭 결말을 짓겠다고 마음먹고 죄송한 마음 때문에 다른 단편도 함께 올리는데 꼭 이렇게 해야하나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조회수가 적은 것은 물론 저의 역량 부족 때문입니다. 하지만 읽게 된 분은 나름대로 힘을 쏟은 글에 댓글이나 추천으로 격려를 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차라리 이 난의 선각자들처럼 연재를 중단하고 모든 글을 삭제해버릴까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글도 지지리 못쓰는 놈이 투정만 부린다고 조롱할 분도 계시겠지만 지금의 내 기분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이번 회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늬 에미에게 키스할꺼야>는 연재를 잠정 중단합니다. 나름대로 힘을 쏟은 것 같은데 댓글 4개가 달린 반응에는 도저히 힘이 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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