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 선배님 회고담 ~69 (추석날/ 정이처형과 김반장 혼인약속)
(이 선배님회고담을 금년 년말까지 완결하기 위해 ~ 가능한 일주일에 2회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지속적인 성원을 기대할게요 ~~~ 하하하)
중추절 ~ 한가위 추석 명절이 돌아왔다
유서 깊은 민족고유의 전통명절인지라 ~
아파트 건설현장도 쉬고,
청진동 한정식도 쉬고,
국민학교도 쉬고,
신당동의 온 가족들이 대거 고향으로 귀향길을 나섰는데 ...
하숙집어머니와 옥희, 정이처형은 시골마을로 ~
순심누나, 명순이, 순이와 나는, 고향마을로 ~
일단 고향집에서 어머님께 인사 올리고, 추석차례를 모신 후,
추석날 오후에 처갓집에 들려 인사 하기로 ~
귀경길은 모두가 뭉쳐서 함께 올라오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특별 초대손님으로 ...
김동식 목수반장에게 처가집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쥐어주면서 ~
추석날 오후에 우리들과 시간을 맞추어 처갓댁에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장인, 장모, 처남, 처남댁, ...
처가집 모든 가족들께 초면인사를 드리면서 혼인약속까지 마무리 짓자고 ~
나하고, 정이처형, 김반장, 세 사람이 추석 전에 미리 말을 맞추었는데
김반장은 입이 헤벌레 벌어졌고 ~ 정이처형도 싫지 않다는 듯 베시시 웃었다
(그동안 시간만 있으면 둘이 엉겨붙어 ~ 키스, 애무를 즐긴 탓이었는지 ...쑥스러움도 없이 좋아하였다)
산에도 강에도 들에도 ~ 시원상큼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
몇년만에 맞이하는 대풍에 농촌의 들녁은 온통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
철로변의 코스모스 군락이 추석명절 축하 군무를 넘실넘실 추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기차타고 귀향길에 나선 수많은 사람들 얼굴에는
무더운 한여름, 객지생활의 서름도 고달픔도 잠시 잊어버리고
옷단장 깔끔하게 차려입고 ...
손에 손에 선물꾸러미 가득 들고서 ...
모처럼 고향 찾아가는 자랑과 보람, 기대감으로 표정들이 화사한 꽃처럼 피어났다
대만원! ~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서울 ~ 대전 ~ 부산행 급행열차 ~ 선착순으로 자리 차지하기,
대합실에서 개찰이 시작되자 ...
어머니를 위시한 가족들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도록 하고
나하고 순이는 순발력을 발휘 ... 손잡고 힘차게 뛰었다
가을 운동회, 100m 달리기 선수처럼 ~ 잰걸음으로 객차에 올라타
남들보다 먼저, 의자 두 개를 선점하여 일곱가족이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어머니 ~ 11월에 장충동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바빠질 것 같아요
집도 넓고 ...
정원도 넓고 ...
뒷마당 장독대에다 숨쉬는 큰 항아리를 10여개 구입해 드릴테니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 "시암댁어머니" 솜씨자랑을 멋지게 해보세요
그리고 ~ 제작년 여름휴가 때, 광천새우젖 맛 보셨던 일 기억나시지요?
젓갈을 담을 수 있는 옹기단지를 별도로 많이 구입할 거예요
새우, 멸치, 명란, 밴대기, 바지락, 오징어, 황세기, 어리굴젖 ...
그 옹기단지에다 각종 젓갈을 고소하게 담아보세요 ~
맛갈지게 만들어만 주시면 파는 것은 김순심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까요 ...
아직 장담하긴 이르지만 ~
앞으로 옥희보다는 어머니가 훨씬 돈을 많이 버실 듯 싶어요 ~ 호호호"
"에이구 ~ 순심이 말이 그렇지 ~ 늙은 내가 어찌 돈을 벌 수 있겠어 ?
그리고 내 나이 금방 70인데 ... 돈을 많이 번다한들 어디에다 쓸 것이며 ~
저승갈 때는 노잣돈 한 푼을 못쥐고 가는 거라고 도선사 스님이 말씀하셨잖어 ~! 후후후"
"와 ~ 불심 깊으신 "수련성 보살님" 어머니께서 우리들 중에서 제일먼저 득도 하셨구먼요 ~~~
공수래 공수거 ..... 빈 몸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돌아간다고 했거늘
우리 어머니께서는 벌써 해탈의 경지에 오르셨나봐요 ~?
자아, 자, 자, ... 모두들 어머니의 깨우침에 축하하는 박수를 보내드립시다 ~ 짝 짝 짝 ..."
"외삼촌 ~ 참 이상한데요? ~ 할머니는 왜 돈이 많은게 싫다고 하시지요?
우리 학교에다 저금하면 전교생 앞에서 상도 타고 정말 좋을텐데 ~"
(그시절은 ... 근면 자립 저축? ~ 잘살아보세 운동이 한창 전개되어 ~ 학교마다 마을마다 "저축왕" 표창이 있었음)
하하하
후후후
호호호
헤헤헤
히히히
"아이구 ~ 우리 이쁜 명순이 ~ 할매가 돈 많이 벌어서 명순이 줄까? ~ 저금하라고~"
"히히히 ~ 할머니 ~! 명순이에게 공짜로 돈 주시면 안돼요~!
집안 심부름, 방청소, 할머니 어깨 주물러드리면 ... 조금씩 주세요 ~
제가 노력해서 벌어야만 진짜 저금이 되는 거예요 ~ 히히히"
어머니가 명순이를 품안에 꼭 끌어안고 주고 받는 천진난만한 대화에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
비좁은 귀성열차안이 흐믓한 미소로 번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대전역에 도착 ~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
그리고 방향이 다른 버스에 나누어 탑승 ... 부르릉 ~!!!
들녁에 황금물결 ~ 넘실대는 그리운 내고향 땅 ~!
멀리 신작로에서도 바라보이는 솟을 대문, 기와지붕, 담쟁이 들러진 토담 ...
어린시절 순심누나와 철없이 뛰놀았던 정든 우리집 ~
하얀 옥양목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서
툇마루에 올라서서 손을 이마에 얹은채, 우리들 오기를 학수고대 기다리는
어머니 ~ 나의 어머니 ~!
명순이가 제일 먼저 뜀박질해서 할머니 품에 와락 안겨들었고 ...
아들, 딸, 며느리 ~
한사람 한사람 손을 쥐어 맞이해주는 ~ 다정한 내 어머니 ~!
큰방으로 들어가 일열로 주욱 늘어서서 어머니께 넓죽 인사 올리고 ...
대전에서 미리 도착해 계시는 큰형님, 형수님께도 형제간 큰절 ~!
대전의 장성한 조카들이 ... (아들 하나, 딸 셋) 서울의 고모, 삼촌, 숙모에게 큰절...
"할머니 ~! 서울 00국민학교 3학년3반 장명순이 절 받으세요 ~ 그리고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
"오냐 ~ 오냐 ~ 어쩌면 이렇게 말소리가 야물고 똑똑할꼬 ~?
우리 명순이는 클수록 엄마를 닮아 얼굴이 이뻐지는구나 ... 후후후
그런데 누굴 닮아서 이렇게 키가 장대처럼 클꺼나 ~?"
"할머니 ~ 내가 우리반에서 제일 키가 커요 ~ 제 별명이 장다리래요 ~ 히히히"
"그래 ~ 우리집안 식구들은 다들 키가 크단다 ~
명순이로 치자면 외증조할머니, 외할아버지, 다들 키가 컸어요 ...
그래서 여기 대전 외삼촌이랑, 막내 외삼촌이 키가 크잖니? ~"
"아하 ~ 그래서 대전의 언니 오빠들도 키가 크고 ... 명순이도 키가 큰거로구나 ..."
후후후
하하하
호호호
헤헤헤
히히히
"어머니 ~ 요즈음 건강은 어떠하세요? ~ 손발 저린데는 없으신가요?
저를 이처럼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
그 누구보다도 제가 어머니를 가까이서 편히 모셔야 할텐데 ~
식당에 나다닌다고 불효막심이네요 ... 늘 죄송한 마음이랍니다 ~"
"오냐 ~ 순심이 너의 고운 마음을 내가 모르겠느냐 ~?
내 걱정은 말어라 ~ 큰애가 대전에서 철철이 보약 지어 보내주고
가끔씩 찾아와서 침을 놓고/ 뜸도 떠주니/ ...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구나 ~"
"어머니 ~ 저하고 순이도 가끔씩 찾아뵙고 문안인사 올려야 할텐데
아파트 건설현장 공사가 워낙 바빴어요
순이가 다니는 종합병원은 환자들 때문에 일년 365일 쉬는 날이 없거든요
순심누님 말대로 ~ 저희도 어머니께 불효하고 있네요 ~ 용서하세요 ~!"
"아이구 ~ 막내랑 순이가 그런말 안해도 내 잘 알고있다 ~
지난번에 너희 큰형이 찾아와서 그간의 사정을 세세히 전해주었거든 ...
오히려 ~ 늦은 나이로 대학나와서 서울의 유명한 건설회사에 취직하고,
막내며느리 순이도 그간 얼마나 억척으로 노력을 했었는지 ~
서울에 큰 대학병원 의사 간호사 환자들 ... 전체 식구들이 먹는 것을 책임진다니 ~
우리마을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 순심이, 운명이, 순이, 칭찬하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란다 ~ 후후후"
"모두가 어머님께서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은덕이라고 생각합니다 ~
순이는 평생토록 두고 두고 ~ 어머님의 하늘 같은 은혜를 잊지 않고 ~ 보은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호호호 ~ 우리 막내며느리 말하는 것 들어봐라 ~!
옛말에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친다"는 속담이 있지?
우리 막내며느리는 ...
16살 앳띤 여중생으로 양갈래 머리를 단정히 하고 운명이 손을 잡고 내 앞에 불쑥 나타났었는데
서글서글한 눈매에, 훤한 이마, 오동포동 복스럽게 생긴 볼살 ...
수줍은 듯 살며시 웃는 첫인상이 어찌나 좋게 보이던지
내가 그 자리에서 두 말 없이 선 뜻 ... 흔쾌한 마음으로 민며느리 맞아들였거든 ~
그러니까 ~ 벌써 6년전이냐? 7년전이냐?
이제는 이토록 당당하고 예쁘고 귀티가 흐르는 요조숙녀로 자라났으니 ~
막내며느리가 아닌 내가 낳은 딸이라고 자랑을 하고 싶구나 ~
그나저나 ~
운명이는 서른살이 넘었는데 언제쯤이나 금자동이 손주를 내품에 안겨 줄것이냐? ~ 후후후"
아릿한 옛날 일들을 꼼꼼이 회상하며, 칭찬과 덕담 끝에 손주낳기를 독려하는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방천정을 올려다 보면서 소리없이 빙그레 웃었고
순이는 방바닥을 내려다 보며 부끄러운 듯,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 ~ 그런 말씀은 나중에 천천히 하시구요 ~
점심 때가 지나 도련님, 올케, 동서, 배고플텐데 ~ 어서 식사부터 하도록 하지요 ~"
때 맞추어 대전 형수님이 "브레이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잔소리 진소리 말씀이 한없이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그래, 그래, ~ 내가 깜박했구나 ~ 귀성길 대단히 복잡 했을텐데 ~
먼길 ... 기차타고, 버스타고, 내려오느라 수고들 많았다
다들 시장할텐데 ~~~ 어서 ~ 손 씻고서 점심 같이 먹자구나 ~"
50대의 형수님은 어머니 곁에 앉아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고
팔팔한 순심누나와 순이가 ~ 가벼운 평상복으로 바꿔입고 앞치마를 두루고 부엌으로 내려서면서
부엌에서 진땀 흘리며 추석음식 장만하는
동삼이댁 (과수댁), ~ 낯익은 동네 아줌마들께 함박 웃으며 인사 ~!
"우와 ~ 서울 멋쟁이 여자 둘이 부엌으로 들어오니 ~
대낮인데도 추석 보름달이 둥실 솟아오른 것 같네요 ~ 호호호"
"어머나 ~ 이렇게 고운 손으로 ~ 상차림하면 맛이 얼마나 좋을까? ~ 호호호"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부엌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안방에 까지 들려왔다
잠시후,
떡 벌어진 점심상 ~ 이것 저것 푸짐하게 차려내온 늦은 점심을 맛있게 들고
나하고/ 순심누나/ 순이/ 명순이/ ~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먼 친척들, 이웃어른들, 빠짐없이 명절 인사를 드렸는데 ~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 가는 곳마다 ~ 만나는 사람들마다 ~
서울에서 잘나가는 우리 세 사람에게 온갖 칭찬과 덕담을 많이 해주셨다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앞 가을들판에
석양이 사라지고, 동녁하늘에 8월 열나흩날 보름달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
잠자리에 들기 전, 임시 가족회의가 열렸다 ~
주로 큰형님이 말씀하시고 ... 나머지 가족은 조용히 경청하는 자세 ~!
-. 15년전에 매입한 신당동 집이 너무 비좁고 불편해서 ...
장충동 일본집을 운명이 앞으로 계약했는데 ~ 11월 말에 이사할거라구
-. 이사 마친 뒤에 ... 어머님이 저희랑 서울에 한번 다녀오시면 좋겠다고
-. 운명이와 제수씨가 새로운 직장에 취직, 주야로 한창 열심히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년 봄 4~5월쯤,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루어주었으면 좋겠다고
-. 결혼식 장소는 서울 보다는
양갓집에서 거리가 가깝고/ 저하고 절친한 유지들도 많으니/
대전의 예식장에서 거행했으면 하는데 ~ 제수씨 부모님 의견도 들어봐야겠다고
-. 이번에 구입한 장충동 집값은 ~
오래전에 대전한의원 처음 개원할 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큰 돈을 지원해 주셨는데
그 돈을 ~ 막내에게 되돌려 갚는 셈치고 ~
또한 내년 봄, 결혼선물 겸사 겸사해서 제가 사준 것이라고
-. 신당동 집은 팔아서 ~ 그 돈을 묵히지말고 서울근교에다 땅을 샀으면 한다고
-. 이번에 장충동 집을 계약하면서 느낀건데 ~ 운명이는 건축전문가 답게 ~
예리한 관찰력, 명쾌한 판단력, 부동산에 대한 전망, 투자요령 등에 대해서 저 보다 훨씬 더 앞선 듯하니 ~
앞으로 서울에다 재산을 불리는 것은 모두 운명이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고 ~
-. 금년에는 모처럼 몇해만에 대풍이 들었는데 ~
앞으로 2년~3년 계속 풍년이 들어서, 농가에 여유 돈들이 돈다면 ...
소리소문 없이 집안의 전답을 서서히 처분하여 ~ 일부는 대전에/ 일부는 서울에/
사람 많이 사는 곳에 재투자를 해야만이 10년~20년~30년 이후, 장래성이 밝다고 ~~
큰형님이 미리 준비해 온듯이 조목조목 자세한 말씀을 하시니까
방안의 누구 한사람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집안에 어른이신 어머니께서도 ~ 고개만 끄덕 끄덕 ~ 수긍을 하시더니
"큰애의 생각대로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듯 하구나 ~
큰 맘 먹고서 ~ 장충동 좋은 집을 막내 운명이에게 결혼선물로 선 뜻 사주었다니
지하에 계신 어버지도 너희 두 형제의 우애에 얼마나 좋아하시겠느냐 ~?
자고로 남여지간의 혼사를 인륜지대사라 하였는데 ...
우리집안의 마지막 막내 결혼식인데 ... 서울이건/ 대전이건/ 잘 알아서 결정하고,
큰며느리가 발벗고 나서서 ~
예단, 예물, 사돈네 인사, 모든걸 소홀함 없이 잘 챙겨주어라 ...
돈을 쌓아두기만하면 언제 어디다 쓸 것이냐? ~
운명이와 순이의 결혼식을 내 팔순잔치라 생각하고 ~ 소문나게 치뤄주었으면 좋겠다
고향의 전답처분 건은 ~
지난번 명절에 내 앞에서 너희 형제가 이야기 했던대로
큰애가 잘 정리해서 아들 딸 형제들에게 서운치않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도록 ...
단지 ~ 내 눈에 흙이 들어간 후에라도
이 집하고 ... 선산의 제답 (선산지기, 제사용?)은 보존해 두었으면 좋겠다 ~"
밤 늦도록 ~ 도란 도란 가족회의를 하는 도중에
어린 명순이가 기차여행의 피로 탓인지 ~ 제일 먼저 스르르 잠이 들었고
큰방에선 어머니를 모시고 여자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잠자고
작은방에는 큰형님, 나하고, 대전조카, ~ 남자들 셋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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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이른아침에 차례를 모시고 (우리집은 언제나 신새벽에 차례를 모심)
명절에 대중교통이 번잡하다며 ~
대전 큰형님 승용차를 이용, 오후 늦게서야 시골 처가댁에 도착했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내외에게 ~ 순이와 내가 (딸 사위) 먼저 인사 올리고,
뒤이어 사돈인 순심누나와 명순이도 따로 명절인사를 드렸다
좁은 방안 ~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은 17살 막내처제 ~!
하루가 다르게 싱그럽게 피어난 막내처제의 등을 살짝 두드려주면서
"어쩌면 이렇게 7년전의 순이 모습을 빼닮았느냐 ... 몰라보게 예뻐졌다 ~"
처제를 향한 나의 덕담에 ~
장모님이 빙긋 웃으시더니 ~ 세 딸들을 향해 들으라는 듯, 말씀하셨다
"우리집엔 밑으로만 딸을 셋 보았는데 ...
생긴게 모두 비슷비슷해서 ~ 도토리 키 재기라네 ...
열 손가락을 깨물어 아프지 않은게 있겠는가?
어쩌던지 정이, 순이, 동이, 세 딸들이 서로 우애하고, 서로 돕고, 사이좋게 잘 살아주었으면 한다네 ...
그나저나 ~
막내 "동이"가 중학교는 겨우 마쳤지만, 딱히 할일이 없어서
집에서 저리 빈둥거리고 놀고있으니 ~ 무슨 일자리를 찾아봐야 하겠는데 ..."
"네에 ~ 막내처제에게 마땅한 일자리를 제가 천천히 찾아보겠습니다 ~"
"정이언니가 동이를 함바식당에 대려다가 ~ 야간학교라도 보내줄 수 있잖아요 ~?"
"에구 ~ 함바식당 일 때문에 ~ 산넘어 산인데 ...동이를 어떻게 간수하겠니?
차라리 순이 네가 병원에 보조 일자리라도 알아보는게 낳을 거 같다 ~"
"자아 ~ 다른 이야기인데요 ~ 저번에 편지로 알려드린대로 ~
정이처형의 신랑감이 오늘 이곳에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김해 김씨 후손으로 ~ 전라북도 태생이고, 이름은 김동익이라 합니다
저하고는 반년 넘도록 같은 공사현장에서 함께 지냈는데
사람이 착하고, 부지런합니다 ~ 체격이나 인물도 괜찮은 편이구요 ...
단지 한가지 ~ 집안 가족이 너무 단촐합니다
아버지는 바다에서/ 어머니는 심화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지금은 방직공장 다니는 손아래 누이와 단 둘이 서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정이처형과는 서로가 극진히 좋아하는 눈치이니 ~
오늘 잘 살펴보시고, ~ 흡족하시면 결정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
"어머나 ~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
그 사람이 계속 저에게 치근덕 달라붙어서 ~ 할 수 없이 일이 이렇게 된거예요 ..."
정이처형이 얼굴을 벌겋게 붉히면서 ~ 부끄럽다는 듯,
부정도 긍정도 아닌 발언을 하여 방안 가득 와그르르 ~ 웃음이 쏟아져 내렸다
허허허
하하하
후후후
호호호
헤헤헤
막내처제 동이의 취업 시키는 일로 ~ 두 자매가 서로 다른 주장을 주고받다가 ~
내가 갑자기 이야기의 방향을 정이처형의 혼사문제로 돌리자 ~
처가집 온 가족이 둥그렇게 모여있는 방안인데도 부끄럽지도 않는지 ~
옆자리 순이가 내 팔에 팔장을 살며시 끼면서, 처형을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빙그레 웃었고
순이와 나의 다정한 모습에 ...
그리고 자신의 혼사 이야기에 당황한 듯 ...
정이처형이 눈쌀을 살짝 찡그리면서 입술을 깨물고 ~ 질투하는 표정 ~?
"잘 알았네 ~ 우리 김서방이 반년이나 살펴보았다면 ~ 틀림없는 사람이겠지~?"
"네에 ~ 단촐한 가족 빼고는 괜찮은 신랑감입니다 ~ 나이도 저하고는 동갑이거든요"
"허어 ~ 동갑내기 동서지간이 더없이 사이가 좋다고 말들 하던데 ... 허허허"
여자들이 부엌에 내려가서 저녁을 준비하는 어두워진 시각에
"실례합니다 ~ 여기가 ~ 서정이씨 집인가요 ~?"
김동익반장이 문패도 없는 싸리문 마당안으로 주저 주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처남과 내가 마당으로 나가서 ~ 반갑게 마중을 하였고
정이처형은 황급히 부엌안으로 숨어들고 ~
부엌에서 저녁상을 장만하던 여자들이 (처남댁, 순심누나, 순이, 동이 ...)
마당안에 들어선 처음보는 김동익반장 얼굴을 훔쳐보면서 히히덕 거리고 ~
좁은 방안에 들어선 김동익반장이 처가 부모님께 큰절로 첫 인사 ~!
처남과 나에게는 편하게 목례와 악수로 인사 ~!
초면인지라 ~
서로 어색한 분위기에서 몇마디 형식적인 인삿말을 묻고 답하는 신랑 첫 선보기 ?
"하하하 ~ 김반장 주눅 들지말고, 어깨를 쭉 ~ 펴라구요 ~!
나는 6년전, 김반장이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16살 중학생이었던 순이를 민며느리 달라고 당돌하게 억지를 부렸었는데 ~
그 때, 장인 장모님이 깜짝 놀라면서도 좋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가슴 뭉클해 ~!"
허허허
후후후
하하하
헤헤헤
나의 순간적인 재치있는 말에, 어색했던 방안에 웃음꽃이 피어났고 ...
내숭 떨면서 부엌으로 숨어 들어간 정이처형을 방안에 불러들여
당사자가 마주앉은 자리에서 간단하게 언약을 받고, 혼사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버님, 어머님 ...
저 김동익이는 가진 것이 없어, 제 처지로선 분에 넘칩니다만 정이씨를 진정 사랑합니다 ~
저랑 같이 맺어주신다면 아끼고 위해주면서 백년을 해로하고저 합니다
부디 허락해주시길 이렇게 큰 절로 간청드립니다 ..."
"자네의 마음은 그렇다치고/ 정이는 어떠냐? 둘이서 똑같이 마음 먹기로 다짐했느냐?...
네 나이도 벌써 수물다섯살, 자신의 앞 일에 스스로 책임을 갖을 수 있고,
여자로선 혼기에 꽉찬 나이가 아니더냐?
우리마을에 너랑 비슷한 다른 처자들은 벌써 애기를 낳아 기르고 있는데 ...
이자리에서 정이 너의 의사를 확실히 말하도록 하여라 ~!"
"저기 ~ 서로 같은 마음을 갖기로 하였어요 ~ "
"그래 ~ 두 사람의 뜻이 그렇다면 ~ 지금부터 이 애비의 말을 잘 새겨들어봐라 ~!"
-. 김서방한테서 ~ 소상한 편지를 받고서, 김동익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 조금 전에도 식구들끼리 자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
-. 두 사람의 은혜하는 마음을 평생토록 변함없이 간직하고
-. 서로 가진 것이 변변찮은 형편이니 ... 둘이 열심히 벌어서 자수성가해야 한다
-. 정이는 몸은 튼튼한데 ~ 마음이 순하고 여리니 ~ 김반장이 잘 위해주고
-. 김반장은 조실부모 하였다니 ~ 정이가 마음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 내년 봄에 김서방과 순이가 대전에서 결혼식을 치룬다니 ~
-. 나이 한살이라도 더 들기 전인 금년 12월 동짓달에
-. 정한수 한그릇 떠놓고 집안에서 조촐하게 혼사를 치루자 ~
-. 혼사를 치루고나면 ~ 둘이 잘 의논해서 함바식당을 계속 운영해 가라고
-. 농촌에 살던 사람들이 소문만 듣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갖은고생을 한다던데
-. 정이는 김서방 덕으로 ~ 그 좋은 함바식당을 맡았는데 포기해선 안된다
-. 우리가 친부모 몫까지 마음을 써줄테니 ~ 김반장, 정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주로 ~ 장인어른의 말씀에 모두가 조용히 듣기만 하였고
김반장은 장인이 무슨 말을 하던지간에 ~ "네에" "네에" 고개를 조아렸다
6년전 ... 당당하던 나의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된 순진한 김반장에게 조금 실망하는 눈치~?
그 자리에서 문득 ~ 고향어머니께서 평소에 자주 쓰시는 말씀이 생갔났다
"자고로 ~
사위는 떵떵거리는 집안에서 대려오고/ 며느리는 조금 빠진 집안에서 대려온단다"
예전의 세도가, 양반들, 부잣집에서,
자랑할만한 사윗감에/ 그저 만만하고 심성이 착한 며느리를/ 필요로 했던가 싶다 ~
세간에 널리 퍼진 이러한 말들은 ~ 유교의 남존여비 사상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참고자료 :
남녀간 불평등의 현상은 거의 모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선시대의 유교이념이 널리 퍼지면서
남존여비, 반상제도, 상명하복 ... 모두 힘있는 자를 위한 모순적인 사회제도였다
따지자면 우리 것도 아닌 것인데,
옛날에는 "자왈... 어쩌고 ... 저쩌고 ..."
말을 시작하면 그게 유식한 척, 좀 있어보였던 것 아닐까? ~ 빈 수레가 요란하다?
힘없는 여자는 남자를 받들고 우러러야 한다
작은 신하는 큰 왕을 섬겨야 한다
가난한 천민은 양반을 주인으로 모셔야한다
자식 된 자는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부모를 따라야 한다
직업의 귀천은 분명히 존재한다 ~ 사농공상 순으로 ...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조상을 위해 격식을 차려 밥을 차려야한다
격식과 형식, 남의 이목이 실리보다 중요하다 ~ 아무리 빈궁해도 체통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남존여비라는 말로 용어화(用語化)하고 관행이 될 정도였다
여성은 벼슬길에 오르거나, 생산에서도 소외되었고
중문(中門) 안으로 폐쇄 된데서 부터 더욱 심해졌다
밥짓기, 빨래하기, 길쌈 등으로 세월을 보내고 ... 그 자신은 집안 후손을 낳는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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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 정이처형의 혼사이야기를 대충 마무리할 무렵 ~ 부엌에서 밥상이 들어왔다
명색이 추석명절인데다 ...
서울에 사는 딸 사위도 명절인사 다니러 오고
더욱이 새로운 사위감이 첫인사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갓집에서 정성드려 마련한 ~
갖가지 나물반찬에 산적이며, 전이며, 구은생선도 있었고,
고향의 어머니께서 손수 담아 ~ 막내며느리 집에 보내는 명절 이바지 ...
정갈하고 고급스런 음식들을 ~ 순심누나의 멋진 솜씨로 함께 상차림 하고보니 ~
이거 뭐? ... 떡 벌어진 "청진동한정식 스페셜 밥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우와 ~ 김동익반장 ~!
아니 ... 이제는 서씨 집안의 큰사위라 불러야겠군요 ... 흐흐흐
아무튼 대단한 환영만찬인데요 ~
나는 처갓집에서 아직까지 이런 대우를 못받아 보았는데 ... 하하하"
"호호호 ~ 정이언니의 큰사위라서 더욱 신경을 쓰신거예요 ~"
나와 순이가 맞장구를 치면서 김반장, 처형을 떠 올리면서 ~ 농담으로 짖궂게 놀려대자
두 사람은 기뻐하면서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홍당무 되어 어쩔줄을 몰라했고 ....
밥상 앞에 모여앉은 가족들 모두가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밥 숫가락을 막 들던 장모님이 ... 막내 동이처제를 심부름시켜 ~
바로 이웃의 시암댁(하숙집어머니)과 옥희를 모셔왔는데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자 김반장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아는채를 하였다
"주말이면 함바식당에 나오셔서 반찬 만들어 주신 어머니시군요 ~"
"어어 ~ 김반장이 늙은이를 알아봐주니 고맙구려 ~ 후후후"
비좁은 방안에 작은 밥상을 세 개나 차리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
화기애애한 분위기 ~ 추석날 저녁을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원래 ~ 식솔들이 많으면 빕 맛이 좋다했던가?
밥을 먹으면서 ~ 가난한 흥부네 가족 이야기가 생각이 떠 올랐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 과일을 깍아 먹으면서 ~
서울의 장충동 집들이 겸 김장이야기를 의논하였다
이 때의 좌장은 제갈공명 순심누나 ~!!!
정이처형, 장모님, 시암댁, 처남댁이 각자의 의견을 한마디씩 제시하였고 ~
배추, 무우, 고추, 파, 마늘, 참깨 ...
모든 김장재료를 시골에서 직접 농사 지은 걸로 조달하기로 ~ 결정하고
마을에서 많이 사들이고/ 부족한 것은 읍내장에서 추가로 구입하기로/
"정이는 함바식당용으로 몇 포기나 예상하고 있니?
우리집은 50포기 정도 담그면 내년 여름까지는 충분할텐데 ~
매년 보내드리고 있는 고향 어머님/ 대전 큰오빠/
그리고 이번에는 추가로 김반장네 집에도 나누어 주기 위해 ~ 조금 여유있게 ...100포기를 담갔으면 하는데 ~ "
"하루에 식사인원이 아침, 점심, 저녁, 세끼 합해서 약 150~200명 내외예요
야간작업을 하게되면 200명이 조금 넘구요
반대로 비가 오는 날은 100명 미만이예요 ~ 식권숫자를 어림하기가 참 어렵거든요 ..."
"거기다가 ~ 공사진행에 따라 ~
목수들, 철근공, 콘크리트공, 전기공, 창호공, 페인트공, ... 늘 ~ 변수가 있어요 ..."
"식당에서 밥상을 차리려면 ~ 김치, 깍두기는 기본 반찬인데 ...
그럼 ~ 함바식당용으로 배추 900포기, 무우 300단, ... 정도 할까?
우리집 100포기를 합해서 ~ 배추 1,000포기, 무우 300단을 일단 담기로 하고
만약에 부족하다 싶으면 ~
서울의 재래시장에서 배추 무우를 구입해서 추가로 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
"우와 ~~~ 배추 1,000포기, 무우 300단, ~
고추 기타 양념들을 서울로 옮기려면 큰 화물차가 필요할텐데 ~
더욱이 그 많은 김장을 다 하려면 사람손이 많이 필요할텐데 어쩌지요 ~?"
"호호호 ~ 그 때문에 지금 이자리에서 의논을 하는거잖어~? 호호호
자아 ~ 김순심의 생각인데요 ~
각자 맡게될 임무(?)들을 새겨 들어보세요 ~
배추, 무우, 고추, 마늘, 파, ..... 등 등 김장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사돈어르신, 사돈마님, 운명이 처남 내외께서 함께 수고해주시면 좋겠구요
고추말리기, 흙먼지 닦고, 꼭지 떼어내기, 방아간에서 빻는 작업에는 동이도 함께 수고해야겠네요
요리법에 보면 ~
태양초 (햇볕에 직접 말린 고추)는 속에 든 씨가 영양분이 많다고 합니다
방아간에서 고추가루 빻을 때, 반드시 씨를 포함해서 빻아야 합니다
김장 담글 항아리는 ~
신당동집에서는 식구 수가 적었기에 중간 크기의 동이만 대여섯개 있어요 ...
이곳 읍내장이나 이웃장들을 돌아보셔서
숨쉬는 옹기항아리 큰 것 20개와 ~
중간 크기의 옹기 동이 10개를 미리 구입해 두었다가 ~
배추 무우를 화물차로 옮길 때, 같이 실어 서울 장충동 집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
이 일들은 남자분들이 직접 나서야 할 것 같구요
젓갈은 ~ 예전에 해수욕장에서 저하고 시암댁어머니가 "광천 젓갈집"을 미리 알아두었으니
저한테 일임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 김장 담그기 작업인데요
배추 1,000포기에 무우 300단이면 ~ 제가 다니는 청진동한정식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식당에서는 남여직원들이 군대처럼 우르르 떼지어
며칠동안 한해의 김장 일을 마무리하게 되거든요
다행이 ~ 장충동 집은 ... 방이며 주방이며 마당이며, 김장할 장소가 넉넉합니다
11월 말에 저희가 집을 이사 하게되니 ~
12월 첫 주에 사돈마님, 처남댁, 동이가 서울로 올라오시면 좋겠네요
사돈어르신과 처남께서는 그 다음날 ~
화물차편으로 배추 무우 항아리 등을 싣고 올라오시면, 앞뒤 손발이 척 척 맞겠습니다
이번에 김장 담그면서 소요될 모든 비용은 제가 미리 전해드릴거구요
정이네 함바식당 것은
추후 ~ 정이랑 제가 실제 김장비용만 정산 할겁니다
정이가 조금 불편하겠지만 ~ 장충동 집 마당 땅속에 김장을 저장했다가 ~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씩 김치와 깍두기를 함바식당으로 옮겨가면 될거 같구요 ...
이제는 든든한 김반장이 정이 곁에 있으니 ~
김치 깍두기 옮기는 것은 힘들지도 않겠지요 ~? 호호호"
"어머나 ~ 순심언니는 잘 나가다가 ~ 꼭 저한테 우스개 소리를 하시네요 ~ 헤헤헤"
"처형 ~! 순심누나의 말 뜻은 그런게 아닙니다 ~
엄청나게 많은 량의 김장이야기에 모두들 너무 긴장 하시니까 ~
끝 마무리를 우스개 소리로 매듭 짓는 순심누나가 정말 존경스럽지요 ~! 하하하"
"운명이 너 ~ 어른들 앞에서 나를 공짜 비행기에 태우는 이유가 뭐야 ~?"
"히히히 ~ 순심언니가 김장 비용 다 대주신다니 ~ 고마워서 그런거예요 ~!"
"어쭈 ~!!! 결혼식도 안한 예비 부부가 ~
벌써부터 돈 생기는 일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는구나 ~ 무섭다! 무서워 ~! 호호호"
허허허
후후후
하하하
헤헤헤
히히히
깔깔깔 .....
긴장했던 비좁은 방안에 독아지 깨지는 듯한 박장대소가 넘쳐났다
처갓집 가족들, 김반장, 서울가족들 ... 서로 서로 어깨를 툭 툭치며 "깔깔깔" 넘어졌다
참으로 대단한 순심누나였다 ~!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풍산개? 진도개? ~
무슨 일이던지 ~ 꼼꼼히 생각한 후엔 일사천리 추진하는 불도저 ~!
그 자리에 모인 모든 가족들이 ~
순심누나의 당찬 매력에 (전쟁 터, 전투소대장 같은 지휘능력?) 흠뻑 젖어들어
마음속으로 존경의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순심누나의 ... 타고난 지혜/ 결단력 있는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그후 10~20~30년 지나면서
우리나라 굴지의 음식점 사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저력이 되었다
순심누나가 ~ 매사에 꼼꼼이 챙기고/ 빈틈없는 상황판단/ 치밀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
평소 ~ 나의 성격이나 일처리 방식과 한치 다름이 없었기에 ...
아무리 생각해봐도 ...
아버지가 대전역에서 주워다 기른 딸이 아닌
김운명과 DNA 유전자가 같은 오누이? ...
한 핏줄, 친 누나, 친 동생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그 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선배님회고담을 금년 년말까지 완결하기 위해 ~ 가능한 일주일에 2회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지속적인 성원을 기대할게요 ~~~ 하하하)
중추절 ~ 한가위 추석 명절이 돌아왔다
유서 깊은 민족고유의 전통명절인지라 ~
아파트 건설현장도 쉬고,
청진동 한정식도 쉬고,
국민학교도 쉬고,
신당동의 온 가족들이 대거 고향으로 귀향길을 나섰는데 ...
하숙집어머니와 옥희, 정이처형은 시골마을로 ~
순심누나, 명순이, 순이와 나는, 고향마을로 ~
일단 고향집에서 어머님께 인사 올리고, 추석차례를 모신 후,
추석날 오후에 처갓집에 들려 인사 하기로 ~
귀경길은 모두가 뭉쳐서 함께 올라오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특별 초대손님으로 ...
김동식 목수반장에게 처가집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쥐어주면서 ~
추석날 오후에 우리들과 시간을 맞추어 처갓댁에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장인, 장모, 처남, 처남댁, ...
처가집 모든 가족들께 초면인사를 드리면서 혼인약속까지 마무리 짓자고 ~
나하고, 정이처형, 김반장, 세 사람이 추석 전에 미리 말을 맞추었는데
김반장은 입이 헤벌레 벌어졌고 ~ 정이처형도 싫지 않다는 듯 베시시 웃었다
(그동안 시간만 있으면 둘이 엉겨붙어 ~ 키스, 애무를 즐긴 탓이었는지 ...쑥스러움도 없이 좋아하였다)
산에도 강에도 들에도 ~ 시원상큼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
몇년만에 맞이하는 대풍에 농촌의 들녁은 온통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
철로변의 코스모스 군락이 추석명절 축하 군무를 넘실넘실 추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기차타고 귀향길에 나선 수많은 사람들 얼굴에는
무더운 한여름, 객지생활의 서름도 고달픔도 잠시 잊어버리고
옷단장 깔끔하게 차려입고 ...
손에 손에 선물꾸러미 가득 들고서 ...
모처럼 고향 찾아가는 자랑과 보람, 기대감으로 표정들이 화사한 꽃처럼 피어났다
대만원! ~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서울 ~ 대전 ~ 부산행 급행열차 ~ 선착순으로 자리 차지하기,
대합실에서 개찰이 시작되자 ...
어머니를 위시한 가족들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도록 하고
나하고 순이는 순발력을 발휘 ... 손잡고 힘차게 뛰었다
가을 운동회, 100m 달리기 선수처럼 ~ 잰걸음으로 객차에 올라타
남들보다 먼저, 의자 두 개를 선점하여 일곱가족이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어머니 ~ 11월에 장충동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바빠질 것 같아요
집도 넓고 ...
정원도 넓고 ...
뒷마당 장독대에다 숨쉬는 큰 항아리를 10여개 구입해 드릴테니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 "시암댁어머니" 솜씨자랑을 멋지게 해보세요
그리고 ~ 제작년 여름휴가 때, 광천새우젖 맛 보셨던 일 기억나시지요?
젓갈을 담을 수 있는 옹기단지를 별도로 많이 구입할 거예요
새우, 멸치, 명란, 밴대기, 바지락, 오징어, 황세기, 어리굴젖 ...
그 옹기단지에다 각종 젓갈을 고소하게 담아보세요 ~
맛갈지게 만들어만 주시면 파는 것은 김순심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까요 ...
아직 장담하긴 이르지만 ~
앞으로 옥희보다는 어머니가 훨씬 돈을 많이 버실 듯 싶어요 ~ 호호호"
"에이구 ~ 순심이 말이 그렇지 ~ 늙은 내가 어찌 돈을 벌 수 있겠어 ?
그리고 내 나이 금방 70인데 ... 돈을 많이 번다한들 어디에다 쓸 것이며 ~
저승갈 때는 노잣돈 한 푼을 못쥐고 가는 거라고 도선사 스님이 말씀하셨잖어 ~! 후후후"
"와 ~ 불심 깊으신 "수련성 보살님" 어머니께서 우리들 중에서 제일먼저 득도 하셨구먼요 ~~~
공수래 공수거 ..... 빈 몸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돌아간다고 했거늘
우리 어머니께서는 벌써 해탈의 경지에 오르셨나봐요 ~?
자아, 자, 자, ... 모두들 어머니의 깨우침에 축하하는 박수를 보내드립시다 ~ 짝 짝 짝 ..."
"외삼촌 ~ 참 이상한데요? ~ 할머니는 왜 돈이 많은게 싫다고 하시지요?
우리 학교에다 저금하면 전교생 앞에서 상도 타고 정말 좋을텐데 ~"
(그시절은 ... 근면 자립 저축? ~ 잘살아보세 운동이 한창 전개되어 ~ 학교마다 마을마다 "저축왕" 표창이 있었음)
하하하
후후후
호호호
헤헤헤
히히히
"아이구 ~ 우리 이쁜 명순이 ~ 할매가 돈 많이 벌어서 명순이 줄까? ~ 저금하라고~"
"히히히 ~ 할머니 ~! 명순이에게 공짜로 돈 주시면 안돼요~!
집안 심부름, 방청소, 할머니 어깨 주물러드리면 ... 조금씩 주세요 ~
제가 노력해서 벌어야만 진짜 저금이 되는 거예요 ~ 히히히"
어머니가 명순이를 품안에 꼭 끌어안고 주고 받는 천진난만한 대화에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
비좁은 귀성열차안이 흐믓한 미소로 번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대전역에 도착 ~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
그리고 방향이 다른 버스에 나누어 탑승 ... 부르릉 ~!!!
들녁에 황금물결 ~ 넘실대는 그리운 내고향 땅 ~!
멀리 신작로에서도 바라보이는 솟을 대문, 기와지붕, 담쟁이 들러진 토담 ...
어린시절 순심누나와 철없이 뛰놀았던 정든 우리집 ~
하얀 옥양목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서
툇마루에 올라서서 손을 이마에 얹은채, 우리들 오기를 학수고대 기다리는
어머니 ~ 나의 어머니 ~!
명순이가 제일 먼저 뜀박질해서 할머니 품에 와락 안겨들었고 ...
아들, 딸, 며느리 ~
한사람 한사람 손을 쥐어 맞이해주는 ~ 다정한 내 어머니 ~!
큰방으로 들어가 일열로 주욱 늘어서서 어머니께 넓죽 인사 올리고 ...
대전에서 미리 도착해 계시는 큰형님, 형수님께도 형제간 큰절 ~!
대전의 장성한 조카들이 ... (아들 하나, 딸 셋) 서울의 고모, 삼촌, 숙모에게 큰절...
"할머니 ~! 서울 00국민학교 3학년3반 장명순이 절 받으세요 ~ 그리고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
"오냐 ~ 오냐 ~ 어쩌면 이렇게 말소리가 야물고 똑똑할꼬 ~?
우리 명순이는 클수록 엄마를 닮아 얼굴이 이뻐지는구나 ... 후후후
그런데 누굴 닮아서 이렇게 키가 장대처럼 클꺼나 ~?"
"할머니 ~ 내가 우리반에서 제일 키가 커요 ~ 제 별명이 장다리래요 ~ 히히히"
"그래 ~ 우리집안 식구들은 다들 키가 크단다 ~
명순이로 치자면 외증조할머니, 외할아버지, 다들 키가 컸어요 ...
그래서 여기 대전 외삼촌이랑, 막내 외삼촌이 키가 크잖니? ~"
"아하 ~ 그래서 대전의 언니 오빠들도 키가 크고 ... 명순이도 키가 큰거로구나 ..."
후후후
하하하
호호호
헤헤헤
히히히
"어머니 ~ 요즈음 건강은 어떠하세요? ~ 손발 저린데는 없으신가요?
저를 이처럼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
그 누구보다도 제가 어머니를 가까이서 편히 모셔야 할텐데 ~
식당에 나다닌다고 불효막심이네요 ... 늘 죄송한 마음이랍니다 ~"
"오냐 ~ 순심이 너의 고운 마음을 내가 모르겠느냐 ~?
내 걱정은 말어라 ~ 큰애가 대전에서 철철이 보약 지어 보내주고
가끔씩 찾아와서 침을 놓고/ 뜸도 떠주니/ ...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구나 ~"
"어머니 ~ 저하고 순이도 가끔씩 찾아뵙고 문안인사 올려야 할텐데
아파트 건설현장 공사가 워낙 바빴어요
순이가 다니는 종합병원은 환자들 때문에 일년 365일 쉬는 날이 없거든요
순심누님 말대로 ~ 저희도 어머니께 불효하고 있네요 ~ 용서하세요 ~!"
"아이구 ~ 막내랑 순이가 그런말 안해도 내 잘 알고있다 ~
지난번에 너희 큰형이 찾아와서 그간의 사정을 세세히 전해주었거든 ...
오히려 ~ 늦은 나이로 대학나와서 서울의 유명한 건설회사에 취직하고,
막내며느리 순이도 그간 얼마나 억척으로 노력을 했었는지 ~
서울에 큰 대학병원 의사 간호사 환자들 ... 전체 식구들이 먹는 것을 책임진다니 ~
우리마을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 순심이, 운명이, 순이, 칭찬하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란다 ~ 후후후"
"모두가 어머님께서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은덕이라고 생각합니다 ~
순이는 평생토록 두고 두고 ~ 어머님의 하늘 같은 은혜를 잊지 않고 ~ 보은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호호호 ~ 우리 막내며느리 말하는 것 들어봐라 ~!
옛말에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친다"는 속담이 있지?
우리 막내며느리는 ...
16살 앳띤 여중생으로 양갈래 머리를 단정히 하고 운명이 손을 잡고 내 앞에 불쑥 나타났었는데
서글서글한 눈매에, 훤한 이마, 오동포동 복스럽게 생긴 볼살 ...
수줍은 듯 살며시 웃는 첫인상이 어찌나 좋게 보이던지
내가 그 자리에서 두 말 없이 선 뜻 ... 흔쾌한 마음으로 민며느리 맞아들였거든 ~
그러니까 ~ 벌써 6년전이냐? 7년전이냐?
이제는 이토록 당당하고 예쁘고 귀티가 흐르는 요조숙녀로 자라났으니 ~
막내며느리가 아닌 내가 낳은 딸이라고 자랑을 하고 싶구나 ~
그나저나 ~
운명이는 서른살이 넘었는데 언제쯤이나 금자동이 손주를 내품에 안겨 줄것이냐? ~ 후후후"
아릿한 옛날 일들을 꼼꼼이 회상하며, 칭찬과 덕담 끝에 손주낳기를 독려하는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방천정을 올려다 보면서 소리없이 빙그레 웃었고
순이는 방바닥을 내려다 보며 부끄러운 듯,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 ~ 그런 말씀은 나중에 천천히 하시구요 ~
점심 때가 지나 도련님, 올케, 동서, 배고플텐데 ~ 어서 식사부터 하도록 하지요 ~"
때 맞추어 대전 형수님이 "브레이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잔소리 진소리 말씀이 한없이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그래, 그래, ~ 내가 깜박했구나 ~ 귀성길 대단히 복잡 했을텐데 ~
먼길 ... 기차타고, 버스타고, 내려오느라 수고들 많았다
다들 시장할텐데 ~~~ 어서 ~ 손 씻고서 점심 같이 먹자구나 ~"
50대의 형수님은 어머니 곁에 앉아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고
팔팔한 순심누나와 순이가 ~ 가벼운 평상복으로 바꿔입고 앞치마를 두루고 부엌으로 내려서면서
부엌에서 진땀 흘리며 추석음식 장만하는
동삼이댁 (과수댁), ~ 낯익은 동네 아줌마들께 함박 웃으며 인사 ~!
"우와 ~ 서울 멋쟁이 여자 둘이 부엌으로 들어오니 ~
대낮인데도 추석 보름달이 둥실 솟아오른 것 같네요 ~ 호호호"
"어머나 ~ 이렇게 고운 손으로 ~ 상차림하면 맛이 얼마나 좋을까? ~ 호호호"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부엌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안방에 까지 들려왔다
잠시후,
떡 벌어진 점심상 ~ 이것 저것 푸짐하게 차려내온 늦은 점심을 맛있게 들고
나하고/ 순심누나/ 순이/ 명순이/ ~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먼 친척들, 이웃어른들, 빠짐없이 명절 인사를 드렸는데 ~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 가는 곳마다 ~ 만나는 사람들마다 ~
서울에서 잘나가는 우리 세 사람에게 온갖 칭찬과 덕담을 많이 해주셨다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앞 가을들판에
석양이 사라지고, 동녁하늘에 8월 열나흩날 보름달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
잠자리에 들기 전, 임시 가족회의가 열렸다 ~
주로 큰형님이 말씀하시고 ... 나머지 가족은 조용히 경청하는 자세 ~!
-. 15년전에 매입한 신당동 집이 너무 비좁고 불편해서 ...
장충동 일본집을 운명이 앞으로 계약했는데 ~ 11월 말에 이사할거라구
-. 이사 마친 뒤에 ... 어머님이 저희랑 서울에 한번 다녀오시면 좋겠다고
-. 운명이와 제수씨가 새로운 직장에 취직, 주야로 한창 열심히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년 봄 4~5월쯤,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루어주었으면 좋겠다고
-. 결혼식 장소는 서울 보다는
양갓집에서 거리가 가깝고/ 저하고 절친한 유지들도 많으니/
대전의 예식장에서 거행했으면 하는데 ~ 제수씨 부모님 의견도 들어봐야겠다고
-. 이번에 구입한 장충동 집값은 ~
오래전에 대전한의원 처음 개원할 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큰 돈을 지원해 주셨는데
그 돈을 ~ 막내에게 되돌려 갚는 셈치고 ~
또한 내년 봄, 결혼선물 겸사 겸사해서 제가 사준 것이라고
-. 신당동 집은 팔아서 ~ 그 돈을 묵히지말고 서울근교에다 땅을 샀으면 한다고
-. 이번에 장충동 집을 계약하면서 느낀건데 ~ 운명이는 건축전문가 답게 ~
예리한 관찰력, 명쾌한 판단력, 부동산에 대한 전망, 투자요령 등에 대해서 저 보다 훨씬 더 앞선 듯하니 ~
앞으로 서울에다 재산을 불리는 것은 모두 운명이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고 ~
-. 금년에는 모처럼 몇해만에 대풍이 들었는데 ~
앞으로 2년~3년 계속 풍년이 들어서, 농가에 여유 돈들이 돈다면 ...
소리소문 없이 집안의 전답을 서서히 처분하여 ~ 일부는 대전에/ 일부는 서울에/
사람 많이 사는 곳에 재투자를 해야만이 10년~20년~30년 이후, 장래성이 밝다고 ~~
큰형님이 미리 준비해 온듯이 조목조목 자세한 말씀을 하시니까
방안의 누구 한사람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집안에 어른이신 어머니께서도 ~ 고개만 끄덕 끄덕 ~ 수긍을 하시더니
"큰애의 생각대로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듯 하구나 ~
큰 맘 먹고서 ~ 장충동 좋은 집을 막내 운명이에게 결혼선물로 선 뜻 사주었다니
지하에 계신 어버지도 너희 두 형제의 우애에 얼마나 좋아하시겠느냐 ~?
자고로 남여지간의 혼사를 인륜지대사라 하였는데 ...
우리집안의 마지막 막내 결혼식인데 ... 서울이건/ 대전이건/ 잘 알아서 결정하고,
큰며느리가 발벗고 나서서 ~
예단, 예물, 사돈네 인사, 모든걸 소홀함 없이 잘 챙겨주어라 ...
돈을 쌓아두기만하면 언제 어디다 쓸 것이냐? ~
운명이와 순이의 결혼식을 내 팔순잔치라 생각하고 ~ 소문나게 치뤄주었으면 좋겠다
고향의 전답처분 건은 ~
지난번 명절에 내 앞에서 너희 형제가 이야기 했던대로
큰애가 잘 정리해서 아들 딸 형제들에게 서운치않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도록 ...
단지 ~ 내 눈에 흙이 들어간 후에라도
이 집하고 ... 선산의 제답 (선산지기, 제사용?)은 보존해 두었으면 좋겠다 ~"
밤 늦도록 ~ 도란 도란 가족회의를 하는 도중에
어린 명순이가 기차여행의 피로 탓인지 ~ 제일 먼저 스르르 잠이 들었고
큰방에선 어머니를 모시고 여자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잠자고
작은방에는 큰형님, 나하고, 대전조카, ~ 남자들 셋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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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이른아침에 차례를 모시고 (우리집은 언제나 신새벽에 차례를 모심)
명절에 대중교통이 번잡하다며 ~
대전 큰형님 승용차를 이용, 오후 늦게서야 시골 처가댁에 도착했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내외에게 ~ 순이와 내가 (딸 사위) 먼저 인사 올리고,
뒤이어 사돈인 순심누나와 명순이도 따로 명절인사를 드렸다
좁은 방안 ~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은 17살 막내처제 ~!
하루가 다르게 싱그럽게 피어난 막내처제의 등을 살짝 두드려주면서
"어쩌면 이렇게 7년전의 순이 모습을 빼닮았느냐 ... 몰라보게 예뻐졌다 ~"
처제를 향한 나의 덕담에 ~
장모님이 빙긋 웃으시더니 ~ 세 딸들을 향해 들으라는 듯, 말씀하셨다
"우리집엔 밑으로만 딸을 셋 보았는데 ...
생긴게 모두 비슷비슷해서 ~ 도토리 키 재기라네 ...
열 손가락을 깨물어 아프지 않은게 있겠는가?
어쩌던지 정이, 순이, 동이, 세 딸들이 서로 우애하고, 서로 돕고, 사이좋게 잘 살아주었으면 한다네 ...
그나저나 ~
막내 "동이"가 중학교는 겨우 마쳤지만, 딱히 할일이 없어서
집에서 저리 빈둥거리고 놀고있으니 ~ 무슨 일자리를 찾아봐야 하겠는데 ..."
"네에 ~ 막내처제에게 마땅한 일자리를 제가 천천히 찾아보겠습니다 ~"
"정이언니가 동이를 함바식당에 대려다가 ~ 야간학교라도 보내줄 수 있잖아요 ~?"
"에구 ~ 함바식당 일 때문에 ~ 산넘어 산인데 ...동이를 어떻게 간수하겠니?
차라리 순이 네가 병원에 보조 일자리라도 알아보는게 낳을 거 같다 ~"
"자아 ~ 다른 이야기인데요 ~ 저번에 편지로 알려드린대로 ~
정이처형의 신랑감이 오늘 이곳에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김해 김씨 후손으로 ~ 전라북도 태생이고, 이름은 김동익이라 합니다
저하고는 반년 넘도록 같은 공사현장에서 함께 지냈는데
사람이 착하고, 부지런합니다 ~ 체격이나 인물도 괜찮은 편이구요 ...
단지 한가지 ~ 집안 가족이 너무 단촐합니다
아버지는 바다에서/ 어머니는 심화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지금은 방직공장 다니는 손아래 누이와 단 둘이 서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정이처형과는 서로가 극진히 좋아하는 눈치이니 ~
오늘 잘 살펴보시고, ~ 흡족하시면 결정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
"어머나 ~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
그 사람이 계속 저에게 치근덕 달라붙어서 ~ 할 수 없이 일이 이렇게 된거예요 ..."
정이처형이 얼굴을 벌겋게 붉히면서 ~ 부끄럽다는 듯,
부정도 긍정도 아닌 발언을 하여 방안 가득 와그르르 ~ 웃음이 쏟아져 내렸다
허허허
하하하
후후후
호호호
헤헤헤
막내처제 동이의 취업 시키는 일로 ~ 두 자매가 서로 다른 주장을 주고받다가 ~
내가 갑자기 이야기의 방향을 정이처형의 혼사문제로 돌리자 ~
처가집 온 가족이 둥그렇게 모여있는 방안인데도 부끄럽지도 않는지 ~
옆자리 순이가 내 팔에 팔장을 살며시 끼면서, 처형을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빙그레 웃었고
순이와 나의 다정한 모습에 ...
그리고 자신의 혼사 이야기에 당황한 듯 ...
정이처형이 눈쌀을 살짝 찡그리면서 입술을 깨물고 ~ 질투하는 표정 ~?
"잘 알았네 ~ 우리 김서방이 반년이나 살펴보았다면 ~ 틀림없는 사람이겠지~?"
"네에 ~ 단촐한 가족 빼고는 괜찮은 신랑감입니다 ~ 나이도 저하고는 동갑이거든요"
"허어 ~ 동갑내기 동서지간이 더없이 사이가 좋다고 말들 하던데 ... 허허허"
여자들이 부엌에 내려가서 저녁을 준비하는 어두워진 시각에
"실례합니다 ~ 여기가 ~ 서정이씨 집인가요 ~?"
김동익반장이 문패도 없는 싸리문 마당안으로 주저 주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처남과 내가 마당으로 나가서 ~ 반갑게 마중을 하였고
정이처형은 황급히 부엌안으로 숨어들고 ~
부엌에서 저녁상을 장만하던 여자들이 (처남댁, 순심누나, 순이, 동이 ...)
마당안에 들어선 처음보는 김동익반장 얼굴을 훔쳐보면서 히히덕 거리고 ~
좁은 방안에 들어선 김동익반장이 처가 부모님께 큰절로 첫 인사 ~!
처남과 나에게는 편하게 목례와 악수로 인사 ~!
초면인지라 ~
서로 어색한 분위기에서 몇마디 형식적인 인삿말을 묻고 답하는 신랑 첫 선보기 ?
"하하하 ~ 김반장 주눅 들지말고, 어깨를 쭉 ~ 펴라구요 ~!
나는 6년전, 김반장이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16살 중학생이었던 순이를 민며느리 달라고 당돌하게 억지를 부렸었는데 ~
그 때, 장인 장모님이 깜짝 놀라면서도 좋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가슴 뭉클해 ~!"
허허허
후후후
하하하
헤헤헤
나의 순간적인 재치있는 말에, 어색했던 방안에 웃음꽃이 피어났고 ...
내숭 떨면서 부엌으로 숨어 들어간 정이처형을 방안에 불러들여
당사자가 마주앉은 자리에서 간단하게 언약을 받고, 혼사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버님, 어머님 ...
저 김동익이는 가진 것이 없어, 제 처지로선 분에 넘칩니다만 정이씨를 진정 사랑합니다 ~
저랑 같이 맺어주신다면 아끼고 위해주면서 백년을 해로하고저 합니다
부디 허락해주시길 이렇게 큰 절로 간청드립니다 ..."
"자네의 마음은 그렇다치고/ 정이는 어떠냐? 둘이서 똑같이 마음 먹기로 다짐했느냐?...
네 나이도 벌써 수물다섯살, 자신의 앞 일에 스스로 책임을 갖을 수 있고,
여자로선 혼기에 꽉찬 나이가 아니더냐?
우리마을에 너랑 비슷한 다른 처자들은 벌써 애기를 낳아 기르고 있는데 ...
이자리에서 정이 너의 의사를 확실히 말하도록 하여라 ~!"
"저기 ~ 서로 같은 마음을 갖기로 하였어요 ~ "
"그래 ~ 두 사람의 뜻이 그렇다면 ~ 지금부터 이 애비의 말을 잘 새겨들어봐라 ~!"
-. 김서방한테서 ~ 소상한 편지를 받고서, 김동익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 조금 전에도 식구들끼리 자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
-. 두 사람의 은혜하는 마음을 평생토록 변함없이 간직하고
-. 서로 가진 것이 변변찮은 형편이니 ... 둘이 열심히 벌어서 자수성가해야 한다
-. 정이는 몸은 튼튼한데 ~ 마음이 순하고 여리니 ~ 김반장이 잘 위해주고
-. 김반장은 조실부모 하였다니 ~ 정이가 마음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 내년 봄에 김서방과 순이가 대전에서 결혼식을 치룬다니 ~
-. 나이 한살이라도 더 들기 전인 금년 12월 동짓달에
-. 정한수 한그릇 떠놓고 집안에서 조촐하게 혼사를 치루자 ~
-. 혼사를 치루고나면 ~ 둘이 잘 의논해서 함바식당을 계속 운영해 가라고
-. 농촌에 살던 사람들이 소문만 듣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갖은고생을 한다던데
-. 정이는 김서방 덕으로 ~ 그 좋은 함바식당을 맡았는데 포기해선 안된다
-. 우리가 친부모 몫까지 마음을 써줄테니 ~ 김반장, 정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주로 ~ 장인어른의 말씀에 모두가 조용히 듣기만 하였고
김반장은 장인이 무슨 말을 하던지간에 ~ "네에" "네에" 고개를 조아렸다
6년전 ... 당당하던 나의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된 순진한 김반장에게 조금 실망하는 눈치~?
그 자리에서 문득 ~ 고향어머니께서 평소에 자주 쓰시는 말씀이 생갔났다
"자고로 ~
사위는 떵떵거리는 집안에서 대려오고/ 며느리는 조금 빠진 집안에서 대려온단다"
예전의 세도가, 양반들, 부잣집에서,
자랑할만한 사윗감에/ 그저 만만하고 심성이 착한 며느리를/ 필요로 했던가 싶다 ~
세간에 널리 퍼진 이러한 말들은 ~ 유교의 남존여비 사상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참고자료 :
남녀간 불평등의 현상은 거의 모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선시대의 유교이념이 널리 퍼지면서
남존여비, 반상제도, 상명하복 ... 모두 힘있는 자를 위한 모순적인 사회제도였다
따지자면 우리 것도 아닌 것인데,
옛날에는 "자왈... 어쩌고 ... 저쩌고 ..."
말을 시작하면 그게 유식한 척, 좀 있어보였던 것 아닐까? ~ 빈 수레가 요란하다?
힘없는 여자는 남자를 받들고 우러러야 한다
작은 신하는 큰 왕을 섬겨야 한다
가난한 천민은 양반을 주인으로 모셔야한다
자식 된 자는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부모를 따라야 한다
직업의 귀천은 분명히 존재한다 ~ 사농공상 순으로 ...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조상을 위해 격식을 차려 밥을 차려야한다
격식과 형식, 남의 이목이 실리보다 중요하다 ~ 아무리 빈궁해도 체통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남존여비라는 말로 용어화(用語化)하고 관행이 될 정도였다
여성은 벼슬길에 오르거나, 생산에서도 소외되었고
중문(中門) 안으로 폐쇄 된데서 부터 더욱 심해졌다
밥짓기, 빨래하기, 길쌈 등으로 세월을 보내고 ... 그 자신은 집안 후손을 낳는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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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 정이처형의 혼사이야기를 대충 마무리할 무렵 ~ 부엌에서 밥상이 들어왔다
명색이 추석명절인데다 ...
서울에 사는 딸 사위도 명절인사 다니러 오고
더욱이 새로운 사위감이 첫인사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갓집에서 정성드려 마련한 ~
갖가지 나물반찬에 산적이며, 전이며, 구은생선도 있었고,
고향의 어머니께서 손수 담아 ~ 막내며느리 집에 보내는 명절 이바지 ...
정갈하고 고급스런 음식들을 ~ 순심누나의 멋진 솜씨로 함께 상차림 하고보니 ~
이거 뭐? ... 떡 벌어진 "청진동한정식 스페셜 밥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우와 ~ 김동익반장 ~!
아니 ... 이제는 서씨 집안의 큰사위라 불러야겠군요 ... 흐흐흐
아무튼 대단한 환영만찬인데요 ~
나는 처갓집에서 아직까지 이런 대우를 못받아 보았는데 ... 하하하"
"호호호 ~ 정이언니의 큰사위라서 더욱 신경을 쓰신거예요 ~"
나와 순이가 맞장구를 치면서 김반장, 처형을 떠 올리면서 ~ 농담으로 짖궂게 놀려대자
두 사람은 기뻐하면서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홍당무 되어 어쩔줄을 몰라했고 ....
밥상 앞에 모여앉은 가족들 모두가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밥 숫가락을 막 들던 장모님이 ... 막내 동이처제를 심부름시켜 ~
바로 이웃의 시암댁(하숙집어머니)과 옥희를 모셔왔는데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자 김반장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아는채를 하였다
"주말이면 함바식당에 나오셔서 반찬 만들어 주신 어머니시군요 ~"
"어어 ~ 김반장이 늙은이를 알아봐주니 고맙구려 ~ 후후후"
비좁은 방안에 작은 밥상을 세 개나 차리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
화기애애한 분위기 ~ 추석날 저녁을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원래 ~ 식솔들이 많으면 빕 맛이 좋다했던가?
밥을 먹으면서 ~ 가난한 흥부네 가족 이야기가 생각이 떠 올랐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 과일을 깍아 먹으면서 ~
서울의 장충동 집들이 겸 김장이야기를 의논하였다
이 때의 좌장은 제갈공명 순심누나 ~!!!
정이처형, 장모님, 시암댁, 처남댁이 각자의 의견을 한마디씩 제시하였고 ~
배추, 무우, 고추, 파, 마늘, 참깨 ...
모든 김장재료를 시골에서 직접 농사 지은 걸로 조달하기로 ~ 결정하고
마을에서 많이 사들이고/ 부족한 것은 읍내장에서 추가로 구입하기로/
"정이는 함바식당용으로 몇 포기나 예상하고 있니?
우리집은 50포기 정도 담그면 내년 여름까지는 충분할텐데 ~
매년 보내드리고 있는 고향 어머님/ 대전 큰오빠/
그리고 이번에는 추가로 김반장네 집에도 나누어 주기 위해 ~ 조금 여유있게 ...100포기를 담갔으면 하는데 ~ "
"하루에 식사인원이 아침, 점심, 저녁, 세끼 합해서 약 150~200명 내외예요
야간작업을 하게되면 200명이 조금 넘구요
반대로 비가 오는 날은 100명 미만이예요 ~ 식권숫자를 어림하기가 참 어렵거든요 ..."
"거기다가 ~ 공사진행에 따라 ~
목수들, 철근공, 콘크리트공, 전기공, 창호공, 페인트공, ... 늘 ~ 변수가 있어요 ..."
"식당에서 밥상을 차리려면 ~ 김치, 깍두기는 기본 반찬인데 ...
그럼 ~ 함바식당용으로 배추 900포기, 무우 300단, ... 정도 할까?
우리집 100포기를 합해서 ~ 배추 1,000포기, 무우 300단을 일단 담기로 하고
만약에 부족하다 싶으면 ~
서울의 재래시장에서 배추 무우를 구입해서 추가로 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
"우와 ~~~ 배추 1,000포기, 무우 300단, ~
고추 기타 양념들을 서울로 옮기려면 큰 화물차가 필요할텐데 ~
더욱이 그 많은 김장을 다 하려면 사람손이 많이 필요할텐데 어쩌지요 ~?"
"호호호 ~ 그 때문에 지금 이자리에서 의논을 하는거잖어~? 호호호
자아 ~ 김순심의 생각인데요 ~
각자 맡게될 임무(?)들을 새겨 들어보세요 ~
배추, 무우, 고추, 마늘, 파, ..... 등 등 김장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사돈어르신, 사돈마님, 운명이 처남 내외께서 함께 수고해주시면 좋겠구요
고추말리기, 흙먼지 닦고, 꼭지 떼어내기, 방아간에서 빻는 작업에는 동이도 함께 수고해야겠네요
요리법에 보면 ~
태양초 (햇볕에 직접 말린 고추)는 속에 든 씨가 영양분이 많다고 합니다
방아간에서 고추가루 빻을 때, 반드시 씨를 포함해서 빻아야 합니다
김장 담글 항아리는 ~
신당동집에서는 식구 수가 적었기에 중간 크기의 동이만 대여섯개 있어요 ...
이곳 읍내장이나 이웃장들을 돌아보셔서
숨쉬는 옹기항아리 큰 것 20개와 ~
중간 크기의 옹기 동이 10개를 미리 구입해 두었다가 ~
배추 무우를 화물차로 옮길 때, 같이 실어 서울 장충동 집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
이 일들은 남자분들이 직접 나서야 할 것 같구요
젓갈은 ~ 예전에 해수욕장에서 저하고 시암댁어머니가 "광천 젓갈집"을 미리 알아두었으니
저한테 일임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 김장 담그기 작업인데요
배추 1,000포기에 무우 300단이면 ~ 제가 다니는 청진동한정식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식당에서는 남여직원들이 군대처럼 우르르 떼지어
며칠동안 한해의 김장 일을 마무리하게 되거든요
다행이 ~ 장충동 집은 ... 방이며 주방이며 마당이며, 김장할 장소가 넉넉합니다
11월 말에 저희가 집을 이사 하게되니 ~
12월 첫 주에 사돈마님, 처남댁, 동이가 서울로 올라오시면 좋겠네요
사돈어르신과 처남께서는 그 다음날 ~
화물차편으로 배추 무우 항아리 등을 싣고 올라오시면, 앞뒤 손발이 척 척 맞겠습니다
이번에 김장 담그면서 소요될 모든 비용은 제가 미리 전해드릴거구요
정이네 함바식당 것은
추후 ~ 정이랑 제가 실제 김장비용만 정산 할겁니다
정이가 조금 불편하겠지만 ~ 장충동 집 마당 땅속에 김장을 저장했다가 ~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씩 김치와 깍두기를 함바식당으로 옮겨가면 될거 같구요 ...
이제는 든든한 김반장이 정이 곁에 있으니 ~
김치 깍두기 옮기는 것은 힘들지도 않겠지요 ~? 호호호"
"어머나 ~ 순심언니는 잘 나가다가 ~ 꼭 저한테 우스개 소리를 하시네요 ~ 헤헤헤"
"처형 ~! 순심누나의 말 뜻은 그런게 아닙니다 ~
엄청나게 많은 량의 김장이야기에 모두들 너무 긴장 하시니까 ~
끝 마무리를 우스개 소리로 매듭 짓는 순심누나가 정말 존경스럽지요 ~! 하하하"
"운명이 너 ~ 어른들 앞에서 나를 공짜 비행기에 태우는 이유가 뭐야 ~?"
"히히히 ~ 순심언니가 김장 비용 다 대주신다니 ~ 고마워서 그런거예요 ~!"
"어쭈 ~!!! 결혼식도 안한 예비 부부가 ~
벌써부터 돈 생기는 일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는구나 ~ 무섭다! 무서워 ~! 호호호"
허허허
후후후
하하하
헤헤헤
히히히
깔깔깔 .....
긴장했던 비좁은 방안에 독아지 깨지는 듯한 박장대소가 넘쳐났다
처갓집 가족들, 김반장, 서울가족들 ... 서로 서로 어깨를 툭 툭치며 "깔깔깔" 넘어졌다
참으로 대단한 순심누나였다 ~!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풍산개? 진도개? ~
무슨 일이던지 ~ 꼼꼼히 생각한 후엔 일사천리 추진하는 불도저 ~!
그 자리에 모인 모든 가족들이 ~
순심누나의 당찬 매력에 (전쟁 터, 전투소대장 같은 지휘능력?) 흠뻑 젖어들어
마음속으로 존경의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순심누나의 ... 타고난 지혜/ 결단력 있는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그후 10~20~30년 지나면서
우리나라 굴지의 음식점 사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저력이 되었다
순심누나가 ~ 매사에 꼼꼼이 챙기고/ 빈틈없는 상황판단/ 치밀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
평소 ~ 나의 성격이나 일처리 방식과 한치 다름이 없었기에 ...
아무리 생각해봐도 ...
아버지가 대전역에서 주워다 기른 딸이 아닌
김운명과 DNA 유전자가 같은 오누이? ...
한 핏줄, 친 누나, 친 동생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그 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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