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異能) - 다른 능력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것은 한 때 좋아하던 여자애 때문이었다. 그녀는 안나라는 잡종 발바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안나가 2-3일 아파서 동물병원에 입원이라도 할라치면 우울증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내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내가 내 강아지 레나를 키우게 된 것도 결국엔 안나 때문이었다. 그녀와 난 오일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파전을 사먹고, 여름이불을 한 채 사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철창에 갇혀있는 강아지들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난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를 몹시 싫어해서 시장을 갈때마다 동물들이 모여있는 섹터근처를 빙 둘러서 가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초여름이어서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공기자체에 눅눅함이 배어있었는데도,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강아지 곁으로 다가갔고, 운명처럼 우리는 레나와 조우하고 말았다. 레나는 학대견이었다. 꼬리가 반쯤 잘려 있었고, 몸의 여기저기에 상처들이 많았다. 다소 특이했던 점이라면 미용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다른 개들과 다르게 잡혀온 시간이 매우 짧았던 듯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 정도였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건냈다.
"오빠, 너무 귀엽다. 불쌍하지?"
강아지는 귀엽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털이 날리는 동물을 싫어하는데다, 관리가 필요한 생물을 집에서 기른다는 것도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미 강아지가 있는 그녀가 좁은 원룸에서 한 마리를 더 기를 여유는 없었고, 내 차지가 될 것이 뻔한 강아지를 맡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난 솔직히 말을 하기로 했다.
내가 말을 꺼내려할 때, 앉아서 강아지와 눈을 맞추던 그녀가 일어나 평소엔 잘 끼지도 않던 내 팔짱을 끼면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빠, 저 강아지들 여기서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아니, 어떻게 되는데?"
"바로 보신탕집 행이야. 죽는다고."
"설마? 저렇게 작은데?"
"아주 작은 것들 말고, 저런 것들. 다 유기견들이거든. 어머나 저기 봐. 안나랑 같은 종이야."
아까부터 레나만을 보고 있던 주제에 마치 처음 발견했다는 듯 그녀는 자뭇 간절한 목소리로 내가 강아지를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그에 맞는 정답만을 이야기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짐짓 난 모른 척을 거듭했다. 정말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내가 강아지를... 말도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선선히 들어주던 내가 갑자기 상황을 모른 척 하자, 그녀는 당황한 듯 하더니, 곧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고, 삼십분을 넘게 실갱이를 거듭한 끝에 난 결국 그 강아지를 데리고 그녀의 단골 동물병원에 들러야 했다. 예상대로 강아지는 피부병이 있었고, 털에도 진드기 같은 것이 있어서 털을 모두 깎아야 했으며, 단계별로 맞는 전염병 예방접종에 심장사상충 연고까지 발라야 했다. 강아지는 삼만원이었지만, 병원비로 거의 15만원이 들었다.
레나와 나의 관계는 처음부터 썩 좋지 못했다. 치료를 모두 마치고, 미용까지 한 후, 레나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은 하루가 지나서였다. 그 사이, 내 투룸엔 레나만을 위한 공간이 그녀의 지도와 감독에 의해 생겼는데, 그 공간이 내 서재의 한쪽 구석이라는 것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난 당연히 화장실 안에 개집을 만들려고 했다. 오줌이나 똥을 생각했을 때 그곳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집에서 안나가 쓰던 대변판같은 것을 가져왔는데, 신문지를 깔아주면 그곳에 대소변을 볼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난 레나가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어서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들어주는 척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레나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레나는 방에서 거의 짓지 않았고, 얌전한 편이었으며, 대변판에 깔아놓은 신문지 위에다 대소변을 가렸으며, 식빵을 좋아했으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면 잘때 자기의 잠자리가 아닌 이불을 파고 들어와서 내 옆에서 자고 싶어 한다는 것 뿐이었는데, 레나의 젖어있는 코때문에 한 번씩 놀라서 잠에서 깨는 것을 제외하면 이불 위에다 무슨 일을 치거나 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조차 이삼일 안에 적응이 되어버렸다.
아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난 자연스럽게 레나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한달이 못되어 난 그녀와 안나가 다니는 애견샵의 최우수고객이 되었고, 동네 뚜레주르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식빵을 좋아하는 강아지를 위해서 모든 종류의 식빵을 하나씩 사보는 내 극성을 빵집 아르바이트 생은 좋아해줬다. 그렇게 난 조금씩 애견인이 되어갔다.
그녀와의 연애는 짧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로 우리는 크게 다투었고, 조금씩 소원해져갔으며, 2개월 정도의 시간을 더 만나다가 곧 헤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떠나갔고, 레나만이 남았다. 천주교인데다 박정현을 좋아해서 박정현의 세레명인 레나를 내 강아지에게 붙여준 그녀가 기억날 때는 가끔씩 그녀가 좋아했던 박정현의 달아요나 편지할게요를 들을 때 뿐이었다.
그저께였다. 홈플러스 안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레나의 정기검진일이라는 문자였다. 저녁 무렵 예약을 하고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난 오랜만에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나와 그녀의 관계를 알고 계셨기도 했지만, 안나와 레나가 진료카드를 동시에 쓰고 있기도 해서였다.
"지원씨 말이에요. 결혼을 할 모양이던데요."
"그래요? 잘 되었네요."
"전, 지원씨랑 경민씨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인연이란 게 뭐 그렇지요."
"하긴 그렇지요. 경민씨 저녁 하셨어요?"
"아뇨. 아직이요."
"미용하고 가실거죠? 한 시간 반쯤 걸릴 테니까, 저랑 저녁이나 하지 않을래요?"
"그럴까요?"
선생님과 홈플러스 푸드코트에 올라가서 돌솥비빔밥을 두개 시키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데, 서른이 좀 못되어 보이는 회사원차림의 여자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식사하러 오셨나봐요?"
"네."
"아, 여기는 이경민씨에요. 식사하지 않았으면 같이 하지 않을래요."
"그래도 될까요?"
"네."
미모가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서른 한 살의 그녀는 홈플러스에서 하는 문화강좌의 선생님이었고, 애견인이었지만, 강아지는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거의 9년이나 키운 강아지를 노환으로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는데, 선생님에게서 내가 학대를 받던 유기견을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듣더니, 굳이 식사를 마치고서 우리 레나를 보러 병원으로 따라 내려오는 것이었다.
레나는 미용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몹시 흔들더니, 미용사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내게로 뛰어와서 다리에 매달리는 강아지를 성림씨는 몹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뭔가 애잔함이 가득한 눈이었다. 툭 떨어지듯 고개를 떨군 그녀가 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쁘네. 레나. 좋으니?"
몹시 슬픈 눈이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놀란 듯 한쪽 발을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얼굴에 놀란 빛이 가득했다. 그러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와 선생님, 미용사 아가씨를 한번씩 돌아보더니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내게 물었다.
"혹시요. 말도 되지 않는건데요. 이건 진짜 말도 되지 않는 건데요. 혹시 여자친구분과 헤어지셨어요?"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 아이의 마음이 전해졌어요. 우리 아빠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든데, 내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요. 우리 아빠 엄청 좋은 사람이라고요. 아 잠깐만요."
"레나가 좋아하는 간식이 이건가요?"
이번에는 나와 미용사, 수의사 선생님이 놀라고 말았다. 그녀가 손에 든 것은 레나가 제일 좋아하는 닭고기 육포였던 것이다.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것은 한 때 좋아하던 여자애 때문이었다. 그녀는 안나라는 잡종 발바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안나가 2-3일 아파서 동물병원에 입원이라도 할라치면 우울증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내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내가 내 강아지 레나를 키우게 된 것도 결국엔 안나 때문이었다. 그녀와 난 오일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파전을 사먹고, 여름이불을 한 채 사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철창에 갇혀있는 강아지들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난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를 몹시 싫어해서 시장을 갈때마다 동물들이 모여있는 섹터근처를 빙 둘러서 가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초여름이어서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공기자체에 눅눅함이 배어있었는데도,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강아지 곁으로 다가갔고, 운명처럼 우리는 레나와 조우하고 말았다. 레나는 학대견이었다. 꼬리가 반쯤 잘려 있었고, 몸의 여기저기에 상처들이 많았다. 다소 특이했던 점이라면 미용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다른 개들과 다르게 잡혀온 시간이 매우 짧았던 듯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 정도였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건냈다.
"오빠, 너무 귀엽다. 불쌍하지?"
강아지는 귀엽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털이 날리는 동물을 싫어하는데다, 관리가 필요한 생물을 집에서 기른다는 것도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미 강아지가 있는 그녀가 좁은 원룸에서 한 마리를 더 기를 여유는 없었고, 내 차지가 될 것이 뻔한 강아지를 맡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난 솔직히 말을 하기로 했다.
내가 말을 꺼내려할 때, 앉아서 강아지와 눈을 맞추던 그녀가 일어나 평소엔 잘 끼지도 않던 내 팔짱을 끼면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빠, 저 강아지들 여기서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아니, 어떻게 되는데?"
"바로 보신탕집 행이야. 죽는다고."
"설마? 저렇게 작은데?"
"아주 작은 것들 말고, 저런 것들. 다 유기견들이거든. 어머나 저기 봐. 안나랑 같은 종이야."
아까부터 레나만을 보고 있던 주제에 마치 처음 발견했다는 듯 그녀는 자뭇 간절한 목소리로 내가 강아지를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그에 맞는 정답만을 이야기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짐짓 난 모른 척을 거듭했다. 정말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내가 강아지를... 말도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선선히 들어주던 내가 갑자기 상황을 모른 척 하자, 그녀는 당황한 듯 하더니, 곧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고, 삼십분을 넘게 실갱이를 거듭한 끝에 난 결국 그 강아지를 데리고 그녀의 단골 동물병원에 들러야 했다. 예상대로 강아지는 피부병이 있었고, 털에도 진드기 같은 것이 있어서 털을 모두 깎아야 했으며, 단계별로 맞는 전염병 예방접종에 심장사상충 연고까지 발라야 했다. 강아지는 삼만원이었지만, 병원비로 거의 15만원이 들었다.
레나와 나의 관계는 처음부터 썩 좋지 못했다. 치료를 모두 마치고, 미용까지 한 후, 레나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은 하루가 지나서였다. 그 사이, 내 투룸엔 레나만을 위한 공간이 그녀의 지도와 감독에 의해 생겼는데, 그 공간이 내 서재의 한쪽 구석이라는 것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난 당연히 화장실 안에 개집을 만들려고 했다. 오줌이나 똥을 생각했을 때 그곳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집에서 안나가 쓰던 대변판같은 것을 가져왔는데, 신문지를 깔아주면 그곳에 대소변을 볼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난 레나가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어서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들어주는 척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레나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레나는 방에서 거의 짓지 않았고, 얌전한 편이었으며, 대변판에 깔아놓은 신문지 위에다 대소변을 가렸으며, 식빵을 좋아했으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면 잘때 자기의 잠자리가 아닌 이불을 파고 들어와서 내 옆에서 자고 싶어 한다는 것 뿐이었는데, 레나의 젖어있는 코때문에 한 번씩 놀라서 잠에서 깨는 것을 제외하면 이불 위에다 무슨 일을 치거나 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조차 이삼일 안에 적응이 되어버렸다.
아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난 자연스럽게 레나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한달이 못되어 난 그녀와 안나가 다니는 애견샵의 최우수고객이 되었고, 동네 뚜레주르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식빵을 좋아하는 강아지를 위해서 모든 종류의 식빵을 하나씩 사보는 내 극성을 빵집 아르바이트 생은 좋아해줬다. 그렇게 난 조금씩 애견인이 되어갔다.
그녀와의 연애는 짧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로 우리는 크게 다투었고, 조금씩 소원해져갔으며, 2개월 정도의 시간을 더 만나다가 곧 헤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떠나갔고, 레나만이 남았다. 천주교인데다 박정현을 좋아해서 박정현의 세레명인 레나를 내 강아지에게 붙여준 그녀가 기억날 때는 가끔씩 그녀가 좋아했던 박정현의 달아요나 편지할게요를 들을 때 뿐이었다.
그저께였다. 홈플러스 안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레나의 정기검진일이라는 문자였다. 저녁 무렵 예약을 하고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난 오랜만에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나와 그녀의 관계를 알고 계셨기도 했지만, 안나와 레나가 진료카드를 동시에 쓰고 있기도 해서였다.
"지원씨 말이에요. 결혼을 할 모양이던데요."
"그래요? 잘 되었네요."
"전, 지원씨랑 경민씨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인연이란 게 뭐 그렇지요."
"하긴 그렇지요. 경민씨 저녁 하셨어요?"
"아뇨. 아직이요."
"미용하고 가실거죠? 한 시간 반쯤 걸릴 테니까, 저랑 저녁이나 하지 않을래요?"
"그럴까요?"
선생님과 홈플러스 푸드코트에 올라가서 돌솥비빔밥을 두개 시키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데, 서른이 좀 못되어 보이는 회사원차림의 여자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식사하러 오셨나봐요?"
"네."
"아, 여기는 이경민씨에요. 식사하지 않았으면 같이 하지 않을래요."
"그래도 될까요?"
"네."
미모가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서른 한 살의 그녀는 홈플러스에서 하는 문화강좌의 선생님이었고, 애견인이었지만, 강아지는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거의 9년이나 키운 강아지를 노환으로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는데, 선생님에게서 내가 학대를 받던 유기견을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듣더니, 굳이 식사를 마치고서 우리 레나를 보러 병원으로 따라 내려오는 것이었다.
레나는 미용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몹시 흔들더니, 미용사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내게로 뛰어와서 다리에 매달리는 강아지를 성림씨는 몹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뭔가 애잔함이 가득한 눈이었다. 툭 떨어지듯 고개를 떨군 그녀가 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쁘네. 레나. 좋으니?"
몹시 슬픈 눈이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놀란 듯 한쪽 발을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얼굴에 놀란 빛이 가득했다. 그러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와 선생님, 미용사 아가씨를 한번씩 돌아보더니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내게 물었다.
"혹시요. 말도 되지 않는건데요. 이건 진짜 말도 되지 않는 건데요. 혹시 여자친구분과 헤어지셨어요?"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 아이의 마음이 전해졌어요. 우리 아빠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든데, 내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요. 우리 아빠 엄청 좋은 사람이라고요. 아 잠깐만요."
"레나가 좋아하는 간식이 이건가요?"
이번에는 나와 미용사, 수의사 선생님이 놀라고 말았다. 그녀가 손에 든 것은 레나가 제일 좋아하는 닭고기 육포였던 것이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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