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 - 다른 능력
성림씨는 몹시 당황한 얼굴로 내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아 손에 쥐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급하게 뒤따라 나가려다가 성림씨의 패딩과 핸드백이 그대로 가게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는 가져다 줘야 할 것 같아서 잡지 못했다. 계산을 마치고, 성림씨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려봤지만, 열어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집에 오지 않은 것인지 답이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패딩과 가방을 가지고 있는데, 찾으러 오는 것이 어려우면, 종이 봉투에 넣어서 문고리에 걸어둘테니까 성림씨가 괜찮은 시간을 알려달라고 보냈지만, 대답은 없었다. 쓰지 않는 종이 봉투를 찾아서 패딩과 핸드백을 넣어놓고, 레나와 잠시 시간을 보내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었더니 성림씨가 서 있었다. 나는 그녀를 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미리 싸놓은 그녀의 짐을 담아놓은 종이가방을 내밀었는데,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푹숙인 고개 아래로 약간 붉어진 뺨이 보였는지 울었는지 조금 부어있었다. 그녀는 울음기가 있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 잘못하지 않았어요. 내 탓이 아니에요."
"예?"
"잘못하지 않았다고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사람을 밖에 세워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을 권했다. 성림씨는 내 손에서 빼앗듯 종이가방을 잡아당겨서 종이가방을 품안에 안고 저벅저벅 긴 복도를 걸어갔는데, 뒷모습만 봐도 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두고 보기가 어려웠다.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있었다. 내 방은 2층이어서 난 곧 복도를 거쳐 뛰어내려갔고, 내가 1층의 로비에 도착하자, 후문쪽으로 성림씨가 발을 끌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뛰어가서 그녀의 앞에 섰는데, 그녀는 수치스러움과 알 수없는 죄의식에 이미 정신을 잃을 듯 지쳐 있었다. 나는 성림씨의 양어깨를 잡고 말했다.
"잘못했어요. 내 잘못이에요."
"......"
"나도 잘못인 걸 알았는데, 예뻐서 그냥 정신을 뺏기고 말았아요. 나도 남자라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진짜로."
"......"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울먹거리는데다, 너무 작은 목소리여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쓰러질 것 같은 성림씨를 일단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녀를 부축하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복도에서도 내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그녀의 방 앞에 거의 도착해서야 울음기를 수습한 성림씨가 조금 분명한 어조로 말을 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돌아가셔도 돼요."
"들어가는 걸 보고 돌아갈게요."
"네. 고마워요."
꾸벅 인사를 건낸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방으로 돌아오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뭔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바람을 좀 맞으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싸늘한 공기를 대하니까 뭔가 따뜻한 것이 먹고 싶었다. 근처의 상가로 가서 오뎅을 두 개 사먹고는 성림씨에게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3천원치 물오뎅을 사서 성림씨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려다가 괜히 나를 봐서 좋지 않을 것 같아, 놓고 간다는 문자를 남기고 성림씨의 방 문고리에 오뎅을 걸어두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면서 성림씨가 나와서 오뎅을 가져가며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드세요. 그냥 따뜻한 것이 먹고 싶어서 오뎅을 사먹다가 성림씨가 생각나서요."
"왜 이러세요. 왜 이렇게 잘해주시죠? 나를 좋아하세요?"
"예?"
뭔가 과정이 많이 생략된 것 같은 반응이었다. 날카롭게 날이 선 것 같으면서도, 나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못하는 성림씨가 뭔가 정서적으로, 아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왜 그럴까를 생각하려는데, 그녀는 나를 자기 방 안으로 이끌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방이었지만, 여자의 방 같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가구같은 것이, 아니 여자 특유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막 지은 새 건물에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은 집 같았다. 소파가 없어서 어디에 앉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방 한구석에 앉았는데, 성림씨가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를 꺼내서 한 잔을 따라 가져와서 내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는 조금 들뜬 얼굴이었고, 내가 쥬스를 한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자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까 그 사진, 잊어주시면 좋겠어요."
"네. 그러죠. 미안해요. 진짜로 실수였어요."
"아니에요. 내 실수에요. 그런 사진이 남아 있는 줄 몰랐어요. 그리고 그거 내가 찍은 게 아니에요."
"아. 네."
"저기, 그런데 왜 내게 이렇게 잘하죠?"
"네?"
"왜 필요없는 친절을 베푸는 거냐고요."
"아니요. 그냥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아까 그런 사진을 보고 나니까, 내가 쉬워 보이나요. 나랑 자고 싶어요?"
"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정상적인 사고의 진행순서가 아니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자고 싶다 하면 변태로 몰 것 같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왜 자신에게 쓸데없는 친절을 베푸는 것이냐 비난할 것 같았다.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성림씨가 제법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경민씨랑 자고 싶지 않아요. 아니, 난 누구와도 다시는 자지 않아요."
"네."
"포기하는 건가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성림씨가 기분이 괜찮아질 지 몰라서요. 그냥 솔직히 말하면, 제가 아까 전에 그 사진을 봤을 땐, 진짜 예쁘다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사진 자체에 감탄을 했어요. 하지만, 그 사진의 대상이랑 자고 싶다 생각한 건 아니에요. tv에서 보는 연예인을 보고 예쁘다 섹시하다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이랑 자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오뎅은 그냥 그대로에요. 말한 그대로. 아까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났더니 왠지 모르게 속도 헛헛하고, 바람도 좀 맞고 싶어서 밖에 나갔다가요. 따뜻한 게 먹고 싶더라고요. 오뎅을 사먹고 났더니 성림씨 생각이 나서 많이 울면 배가 고프잖아요. 그래서 사온 거에요. 성림씨가 예쁘고 좋은 사람이지만 오늘 처음 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음... 그냥 많이 미안했어요. 내가 울린 것 같아서요."
내가 긴 말을 하는 동안, 난 어떻게든 성림씨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어떻게든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성림씨가 내 이야기를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다가 내 눈과 마주쳤을 때 난 놀라운 경험을 하고 말았다. 성림씨의 눈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내게 단편적인 영상 정보같은 것이 흘러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녀는 탈북인이었다. 어린 시절 탈북을 경험했고, 중국으로 인신매매들 당했으며, 중국인 남편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20대 초반에 일어났던 것이었다. 그녀는 한국으로 망명한 후 한 번도 남자와 자지 않았던 것이었다.
난 그녀가 말할 수 없다던, 그녀의 부끄러운 생각, 아니, 레나가 그녀에게 전한 레나의 생각도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레나는 자기가 덕희가 했던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덕희가 했던 일은 남자를 대신해서 그녀의 보지를 혀로 애무하는 일이었다.
너무 큰 충격에 나도 비틀거리고 말았는데, 그녀는 열심히 변명을 주절거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방을 빠져 나온 나는 레나의 눈을 마주했지만, 레나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하지 못했다. 레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성림씨, 성림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나. 이 능력은 서로간의 소통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전염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성림씨는 몹시 당황한 얼굴로 내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아 손에 쥐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급하게 뒤따라 나가려다가 성림씨의 패딩과 핸드백이 그대로 가게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는 가져다 줘야 할 것 같아서 잡지 못했다. 계산을 마치고, 성림씨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려봤지만, 열어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집에 오지 않은 것인지 답이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패딩과 가방을 가지고 있는데, 찾으러 오는 것이 어려우면, 종이 봉투에 넣어서 문고리에 걸어둘테니까 성림씨가 괜찮은 시간을 알려달라고 보냈지만, 대답은 없었다. 쓰지 않는 종이 봉투를 찾아서 패딩과 핸드백을 넣어놓고, 레나와 잠시 시간을 보내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었더니 성림씨가 서 있었다. 나는 그녀를 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미리 싸놓은 그녀의 짐을 담아놓은 종이가방을 내밀었는데,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푹숙인 고개 아래로 약간 붉어진 뺨이 보였는지 울었는지 조금 부어있었다. 그녀는 울음기가 있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 잘못하지 않았어요. 내 탓이 아니에요."
"예?"
"잘못하지 않았다고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사람을 밖에 세워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을 권했다. 성림씨는 내 손에서 빼앗듯 종이가방을 잡아당겨서 종이가방을 품안에 안고 저벅저벅 긴 복도를 걸어갔는데, 뒷모습만 봐도 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두고 보기가 어려웠다.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있었다. 내 방은 2층이어서 난 곧 복도를 거쳐 뛰어내려갔고, 내가 1층의 로비에 도착하자, 후문쪽으로 성림씨가 발을 끌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뛰어가서 그녀의 앞에 섰는데, 그녀는 수치스러움과 알 수없는 죄의식에 이미 정신을 잃을 듯 지쳐 있었다. 나는 성림씨의 양어깨를 잡고 말했다.
"잘못했어요. 내 잘못이에요."
"......"
"나도 잘못인 걸 알았는데, 예뻐서 그냥 정신을 뺏기고 말았아요. 나도 남자라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진짜로."
"......"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울먹거리는데다, 너무 작은 목소리여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쓰러질 것 같은 성림씨를 일단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녀를 부축하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복도에서도 내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그녀의 방 앞에 거의 도착해서야 울음기를 수습한 성림씨가 조금 분명한 어조로 말을 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돌아가셔도 돼요."
"들어가는 걸 보고 돌아갈게요."
"네. 고마워요."
꾸벅 인사를 건낸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방으로 돌아오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뭔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바람을 좀 맞으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싸늘한 공기를 대하니까 뭔가 따뜻한 것이 먹고 싶었다. 근처의 상가로 가서 오뎅을 두 개 사먹고는 성림씨에게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3천원치 물오뎅을 사서 성림씨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려다가 괜히 나를 봐서 좋지 않을 것 같아, 놓고 간다는 문자를 남기고 성림씨의 방 문고리에 오뎅을 걸어두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면서 성림씨가 나와서 오뎅을 가져가며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드세요. 그냥 따뜻한 것이 먹고 싶어서 오뎅을 사먹다가 성림씨가 생각나서요."
"왜 이러세요. 왜 이렇게 잘해주시죠? 나를 좋아하세요?"
"예?"
뭔가 과정이 많이 생략된 것 같은 반응이었다. 날카롭게 날이 선 것 같으면서도, 나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못하는 성림씨가 뭔가 정서적으로, 아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왜 그럴까를 생각하려는데, 그녀는 나를 자기 방 안으로 이끌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방이었지만, 여자의 방 같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가구같은 것이, 아니 여자 특유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막 지은 새 건물에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은 집 같았다. 소파가 없어서 어디에 앉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방 한구석에 앉았는데, 성림씨가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를 꺼내서 한 잔을 따라 가져와서 내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는 조금 들뜬 얼굴이었고, 내가 쥬스를 한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자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까 그 사진, 잊어주시면 좋겠어요."
"네. 그러죠. 미안해요. 진짜로 실수였어요."
"아니에요. 내 실수에요. 그런 사진이 남아 있는 줄 몰랐어요. 그리고 그거 내가 찍은 게 아니에요."
"아. 네."
"저기, 그런데 왜 내게 이렇게 잘하죠?"
"네?"
"왜 필요없는 친절을 베푸는 거냐고요."
"아니요. 그냥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아까 그런 사진을 보고 나니까, 내가 쉬워 보이나요. 나랑 자고 싶어요?"
"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정상적인 사고의 진행순서가 아니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자고 싶다 하면 변태로 몰 것 같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왜 자신에게 쓸데없는 친절을 베푸는 것이냐 비난할 것 같았다.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성림씨가 제법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경민씨랑 자고 싶지 않아요. 아니, 난 누구와도 다시는 자지 않아요."
"네."
"포기하는 건가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성림씨가 기분이 괜찮아질 지 몰라서요. 그냥 솔직히 말하면, 제가 아까 전에 그 사진을 봤을 땐, 진짜 예쁘다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사진 자체에 감탄을 했어요. 하지만, 그 사진의 대상이랑 자고 싶다 생각한 건 아니에요. tv에서 보는 연예인을 보고 예쁘다 섹시하다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이랑 자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오뎅은 그냥 그대로에요. 말한 그대로. 아까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났더니 왠지 모르게 속도 헛헛하고, 바람도 좀 맞고 싶어서 밖에 나갔다가요. 따뜻한 게 먹고 싶더라고요. 오뎅을 사먹고 났더니 성림씨 생각이 나서 많이 울면 배가 고프잖아요. 그래서 사온 거에요. 성림씨가 예쁘고 좋은 사람이지만 오늘 처음 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음... 그냥 많이 미안했어요. 내가 울린 것 같아서요."
내가 긴 말을 하는 동안, 난 어떻게든 성림씨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어떻게든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성림씨가 내 이야기를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다가 내 눈과 마주쳤을 때 난 놀라운 경험을 하고 말았다. 성림씨의 눈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내게 단편적인 영상 정보같은 것이 흘러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녀는 탈북인이었다. 어린 시절 탈북을 경험했고, 중국으로 인신매매들 당했으며, 중국인 남편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20대 초반에 일어났던 것이었다. 그녀는 한국으로 망명한 후 한 번도 남자와 자지 않았던 것이었다.
난 그녀가 말할 수 없다던, 그녀의 부끄러운 생각, 아니, 레나가 그녀에게 전한 레나의 생각도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레나는 자기가 덕희가 했던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덕희가 했던 일은 남자를 대신해서 그녀의 보지를 혀로 애무하는 일이었다.
너무 큰 충격에 나도 비틀거리고 말았는데, 그녀는 열심히 변명을 주절거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방을 빠져 나온 나는 레나의 눈을 마주했지만, 레나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하지 못했다. 레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성림씨, 성림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나. 이 능력은 서로간의 소통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전염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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