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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5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6 1,255회 0건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55부


“너한테는 여전히 배신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이 말에 격노한 그 남자가 이원주 선생의 뺨을 세차게 때리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불끈 진 직후, 잠시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그가 내지른 손은 아직 허공에 떠 있고, 그녀의 얼굴은 매의 충격으로 돌아간 상태고, 나는 그 자리에 못이 박혀 버렸다. 다시 시간이 제대로 흐를 때 그가 제일 먼저 행동을 취했다.

“미안! 미안해! ...... 아아, 내가 어쩌다 이런 짓을 ...... ! 원주야, 정말 미안해!”
그는 방금 자신이 때린 그녀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려 했으나 그녀가 도래질을 하자 두팔을 움켜잡았다.
그것마저 뿌리치자 두손을 합장하듯 모아 고개를 연신 숙여가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정말 미안해하고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녀의 왼쪽 뺨에는 곧 벌겋게 손자국이 났다. 그러나 허둥대는 그에 비해 표정은 차디찼다.

“채병욱 검사님 참 대단하시구나! 이제는 폭력까지 ...... ”
“미안해! 잘못했어! 갑자기 욱해서 나도 모르게 ...... 이렇게 빌게. 제발 한번만 용서를 ...... ”
나는 그가 검사라는 것을 그녀의 말로 처음 알았다. 그런데 검사라는 것이 그녀의 말대로 정말 대단한 것인가. 어떻든 은숙 아버지가 그 앞에서 쩔쩔매는 것만 봐도 대단하기는 한 모양이다.
“네가 미안하다며 용서를 비니 이번은 나도 받아들일게. 하지만 대신 이집에서 빨리 나가줘!”
그녀의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냉정했다.

“원주야. 그러지 말고 내 이야기를 좀 더 ...... 자, 우선 앉아서, ...... 한번만 더 나를 믿어줘.”
그 대단한 검사가 그녀 앞에서만은 계속 저자세였다. 둘 다 선 채로 잠시 실랑이를 하다가 그녀는 식탁의 의자에 앉았다. 그도 그 앞에 앉자 나도 마지막으로 그녀 옆의 의자에 다시 앉았다.
아까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났었지만 내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어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사태를 수습했고 다시 대화의 분위기로 돌아선 셈이다.

“이원주씨, 거듭 말하지만 나는 정말 지난날을 참회하고 당신의 용서를 빌고 있소. 그리고 우리가 이미 흘러간 과거에만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지금의 나는 원주씨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아름답게 꾸며가자는 생각만으로 가득하고 또 그렇게 해낼 자신이 있어요.”
“이봐요, 채병욱씨. 아까부터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데 그러니 나도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군요. 나는 과거를 잊거나 그리 쉽게 내던질 수가 없어요.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역사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다시 채병욱씨와 함께 라든지 아름다운 미래 같은 것은 나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예요.”

서로 존칭까지 쓰며 말투도 조용조용해 그들의 대화는 정상을 찾은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서로의 주장은 평행선이다.
“과거를 잊을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좋았던 것, 그리웠던 것도 되살려 봅시다. 나도 원주씨도, ...... 지난날 우리는 뜨겁게 사랑을 하지 않았소? 나는 그 첫사랑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방황하던 나그네가 고향을 찾듯 그렇게 당신을 찾아와 애원하는 거요.”
“첫사랑? 고향? ...... 매정하게 내팽개치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병욱씨는 아직 여유가 있거나 여전히 너무 뻔뻔스럽군요. 나에게는 아직도 참혹한 기억일 뿐인데 ...... ”

말투는 점잖아졌어도 여전히 그녀는 냉담한 표정인데 말을 끊은 그녀의 눈이 젖어오는 것 같다.
“그 나쁜 기억들을 우리가 함께 지워가자는 것이요. 또 좋은 기억으로 남게될 것을 함께 만들어 가고,...... 어머니나 동생들도 모두 원주씨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당신 가족들이 ...... ?”
“그렇소. 지난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언제나 원주씨가 등장합니다. 그만큼 잊지 못할 정겨운 사람으로 ...... ”

“너의 행태뿐 아니라 나에게 인간적 환멸을 더 얹어준 것이 바로 너의 가족들이야!”
그녀가 분노한 표정이 되며 말도 다시 거칠어 졌다.
“네가 나를 떠났을 때는 너라는 인간의 본질이 원래 그러니 어쩔 수가 없구나 하고 오히려 쉽게 포기할 수 있었어. 물론 네 어머니나 동생들도 빗나간 너를 바꿀 수는 없었겠지. 하지만 나에게 보여준 너의 가족들 행태는 정말 환멸이었어. 내가 그들을 어떻게 대했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말해 왔는데 ...... ”

“우리 가족들이 어떻게 했는데 ...... ?”
“아무 짓도 안했다는 거야!”
그녀의 언성이 높아졌다.
“너의 합격소식에 어머니가 아들보다 나를 부둥켜안고 우시던 것 너도 봤지? 아가, 이 영광이 다 너의 공이다. 네가 없었다면 병욱이는 도저히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을 거야. 어쩌면 지금쯤 폐인이 됐을지도 몰라 라고 까지 하시면서 ...... ”

“그래. 그만큼 너를 인정하고 감사해 하셨다니까 ...... ”
“흥! ...... 네 그 잘난 동생 수진이는 지금도 잘 살고 있니? 그 애 혼수를 내가 다 장만해 주었는데 결혼식 며칠 전 나를 찾아 왔더라. 호마이카 장롱이 너무 초라하니 자개장으로 바꿀 수 없겠느냐고 ...... 너는 그걸 알고 있었니?”
“아니, 그런 일까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 ”

“나는 아직 결혼도 못하고 정식 올케도 아닌데 그런 부탁은 너무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왜 안 들겠니? 그래도 해줬어. 수진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언니의 은혜는 죽어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와 동생들이 ...... 너의 변심을 가족들도 막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나도 인정해. 나 역시 불가능했으니까 .....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한마디 동정이나 위로라도 해주었다면 나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렸을 거야. 나쁜 사람은 하나지만 그래도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 ”

“그만큼 너를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지. 그 모든 일의 원인이 나 때문이야. 그런 내가 잘못을 뉘우치고 새사람이 될테니 그럼 우리 가족들도 달라지겠지. 아니, 어머니나 동생들은 여전히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다니까.”
“네가 그렇게 말할수록 나는 더욱 환멸과 아픔이 되살아날 뿐이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 너는 돈이 좋아서 부잣집 사위가 됐고 가족들도 그때는 신이 났겠지? 그런데 이제는 싫증이 났어? ...... 그럴수록 나는 너와 가족들이 모두 싫어. 여전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종들이 ...... ”

“뭐, 인종 ...... ?”
그가 눈을 부릅떴다. 아까 가족들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녀가 분노했던 것 같은 표정이다. 협상이 제대로 진척이 안 되자 아까 배신이라는 말에 화를 낸 것처럼 말꼬투리라도 잡고 싶은 심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자제했다. 잠시 거칠어진 숨을 가라앉히고 그가 말했다.
“너 지금 남자가 있니?”
“뭐라구 ...... ?”
그녀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 사귀는 남자가 있느냐고 ...... ?”
잠시 뜸을 들이며 그녀의 표정은 평정을 찾았다.
“왜? ...... 너는 지금껏 네가 반한 여인을 품고 살아왔으면서 그게 궁금하니?”
그녀는 경멸의 눈초리로 비웃음을 보내며 차갑게 말했다.
“너, 새로 남자가 생겼구나! 그래서 그렇게 냉담했구나! 어떤 놈이냐?”

“미친놈!”
“뭐?”
“네가 미친놈이라고! 지금 내 남자는 너 같은 미친놈이 아니야! 더없이 착하고 배신을 모르는 멋진 남자지.”
그녀의 웃음이 더욱 커진 것을 보면 경멸을 넘어 그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변해가는 표정을 보며 나는 가슴이 덜컥할 정도로 놀랐다. 마치 ‘닥터 지킬’이 약을 마시고 ‘미스터 하이드’로 변신하듯 눈은 충혈되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친놈? 그래, 너 정말 나 미치는 꼴 좀 볼래?”
그는 상의를 벗고 안경마저 벗었다. 충혈 된 눈이 더욱 드러나 보이며 험악한 표정이 이성을 잃은 듯 했다.
“너는 내 여자야! 처음부터 그랬잖아! 너한테 내가 처음 말뚝을 박았어. 어떤 놈한테도 너를 안게 할 수 없어.”
그의 돌변한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를 그는 끼어 안았다.
“너 왜 이래? 제자도 있는 앞에서 ...... ”

“누가 있으면 ...... ? 나는 이미 너를 찍었어! 그 흔적은 지금도 네 몸에 남아 있잖아? 너는 내 여자란 말야! 구경꾼이 있든 말든 나는 그걸 다시 확인해야겠어!”
그는 정말 발작을 해버린 것 같았다. 재빨리 입을 맞추는데 그녀의 도래질로 입술은 떨어졌다. 이어서 그녀의 원피스를 벗기려 했다.
그녀가 몸부림을 치자 옷을 당겨 버렸다. 찍! 하는 소리가 나며 옷이 찢어지고 그녀의왼쪽 어깨가 거의 드러났다.

“아저씨, 참으이소!”
이제는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그녀의 옷을 벗기려는 그의 한쪽 팔을 잡았다.
“저리가, 이 자식아!”
호리호리해 보였지만 어른은 역시 다르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나는 맥없이 밀려나 머리를 벽에 박으며 나뒹굴었다.

그는 다시 그녀의 옷을 잡고 두손을 벌렸다. 벗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찢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아악! 이러지 마!”
그녀의 처절한 비명이 나왔지만 다시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옷이 더 찢어졌다. 나는 그의 오른팔을 깨물었다.
“아얏!”
이번에는 그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온힘을 다해 깨물었는데도 그가 팔을 휘두르는 서슬에 나는 밀려났다. 그는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 상처를 살펴봤다. 피는 안보이지만 이빨자국은 꽤 깊이 나 있었다.
“이 자식이 계집애처럼 깨물기는 ...... ”

그의 분노는 이제 내가 표적이었다.
“이 자식아! 그러니까 아까부터 어른들 이야기 자리는 피하랬잖아!”
주먹이 날아오자 핑 도는 느낌이 오면서 나는 자빠졌다. 뭐라고 욕설을 해대며 그의 주먹질이 계속되는데 그녀의 울부짖음이 크게 들리더니 점점 멀어져 간다. 나는 거의 의식을 잃은 모양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겨우 몸을 추슬러 일어나 보니 코피가 흐르고 입술도 터져 있었다. 그보다 더 큰 일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그녀의 침실 쪽이다.

방문을 열었더니 그녀는 이미 침대에 눕혀져서 발버둥을 치는데 올라탄 그는 두손으로 번갈아 그녀의 뺨을 때리고 있다. 나는 등 뒤로 가서 그의 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돌리자 내 팔은 풀어졌고 배를 주먹으로 맞으며 또 내동댕이쳐졌다. 도저히 힘으로는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 방을 나와 집안을 둘러보다 싱크대 위에 식칼이 보였다.

“어, 어! 너 이 자식. ...... 그런 것 들고 있기만 해도 너는 살인미수야!”
그가 약간은 겁먹은 표정으로 말하는데 그녀는 더욱 놀라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영도야! 그러지 마! 어서 그거 내려놔! 나는 괜찮아! 빨리 너는 물러나! 차라리 냉큼 집으로 가!”
그녀가 거의 절규하듯 명령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살인미수? ...... 이걸 니놈한테 찌르마 아주 살인이 되겠제! 그런데 검사라는 새끼가 정당방위라 카는 것도 모르나?”

나는 고함을 질렀다. 이집에 와서 쭉 주눅이 들었던 내가 마음껏 소리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더구나 그녀와 나에게 폭력을 휘두른 그에게 욕까지 하게 되니 마음이 후련하기까지 했다.
정당방위라는 말은 셜록 홈즈가 나오는 추리소설을 보며 얻어들은 말이다.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 여인이 남편의 위협적인 폭력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게 되는 내용이었다.
나의 고함에 둘 다 놀란 표정으로 그들의 동작은 중단되었다.

“야 이 새끼야! 내는 아까 계집애 처럼이 아니라 사자처럼 니를 물었다. 이제 이 칼은 살인이 아니라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처럼 니한테 휘두를 끼다. 여인을 폭행하는 새끼는 왜적보다도 나쁜 놈이니까.”
내가 칼 든 손을 흔들어 보이자 그의 눈동자도 움직인다. 그리고 미스터 하이드의 얼굴에 차츰 겁이 나는 표정이 나타났다.
“빨리 거기서 못 내려오나? 참말로 이 방에서 피맛 좀 볼래?”

나는 방문 앞에서 몇걸음 물러났다. 그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주춤거리며 일어나더니 칼을 든 내 손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몸을 옆으로 틀어 방을 빠져 나갔다.
내가 가만히 서있기만 하자 그도 자신이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내가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뒷걸음질 치면서 식탁에 벗어던졌던 윗옷을 입고 안경을 썼다.
“촌놈은 애들도 무작하다니까 ...... 원주야, 나는 다시 올 거야. 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쓴맛을 보여주지. 저 촌놈 애새끼한테도 ...... ”

현관을 열고 던지는 말에 나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패전한 장수의 푸념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이 미친놈아! 목숨 살려줬으면 고마운 줄 알고 빨리 꺼져! 다시 온다고? 그래 봐라! 내가 오늘처럼 너를 대해줄 것 같니?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너는 인생의 파멸을 각오해야 할 거야.”
어느새 방에서 나온 그녀가 역시 고함을 치는데 그는 우리를 한번 훑어 보고는 말없이 집을 나갔다.

적은 완전히 물러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승리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광란의 시간이 지나자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고, 나는 코피가 흘러 옷을 다 버렸고, 그녀는 옷이 찢겨져 누더기 차림 같았다. 그보다 더 큰 피해는 남은 자의 슬픔이었다.
그녀는 마루에 주저앉더니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아아, 어쩌다 내 인생이 ...... !”
두손에 얼굴을 묻고 거의 울부짖으며 어깨를 들먹였다. 그 울음이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새임, 진정하이소. 이제 다 끝난 기라요.”
여전히 흐느끼는 그녀를 일으키려 하자 나를 돌아본 그녀는 울음을 뚝 그쳤다.
“아니, 너, 그, 피 ...... !”
지난날 엄마가 가위에 찔린 내 손바닥을 보면서 했던 말과 똑같은 절규가 터졌다. 지금은 손이 아니라 코피가 아직도 질금질금 흐르고 있었다.
“저는 괘않아예.”
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이런, 이런 ...... ! 내 생각만 하고 ...... 영도야, 우선 코를 막고 ...... ”
그녀는 허둥대며 약상자를 들고 나왔다. 양호선생을 겸하고 있는 그녀는 집에도 구급의약품일 구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탈지면으로 양쪽 콧구멍을 막아주었다.
“입술도 터지고 ...... 여기는 멍이 들고 ...... ”
내 눈가를 만지는데 그 손길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확 껴안고 울먹였다.
“영도야,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 나를 지켜준다고 ...... ”
그저 여인의 체취인지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인지, 달콤한 내음과 함께 그녀의 젖가슴이 닿는 뭉클한 감촉에 나는 황홀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말에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래, 나는 오늘 이원주 선생을 지켜 줬어. 아까부터 나를 오늘의 보호자라고 했는데 나는 그 역할을 해낸 거야. 그걸 생각하면 이까짓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목숨이라도 내 던질 수 있어.

“새임도 마이 다치셨네요.”
콧구멍 둘을 막으니 콧소리가 나오는 것이 내가 듣기에도 좀 이상했다.
포옹을 풀고 그녀를 살펴보니 나보다 더 처참했다. 양볼은 벌겋게 손자국이 남아있고 한쪽 눈가에는 멍이 들었다.
목에는 붉은 반점도 있다. 침대에 강제로 눕히고 키스마크를 남긴 것 같다. 정말 미친놈에다 치사한 놈이다.
옷차림도 말이 아니었다. 왼편 어깨 쪽은 옷이 찢겨져 어깨와 브래지어 끈이 다 드러나 있다. 옆구리도 터져 있었다.

“코피에 옷도 다 버렸구나! 우선 옷부터 갈아 입어야겠어.”
“새임도 그렇네요.”
내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자신의 몸을 훑어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힌다.
“어머나! 정말 그렇구나! 하지만 너부터 우선 ...... ”
그녀는 나를 건너방으로 데려갔다. 이 방은 이미영 선생과 처음 빠구리를 한 방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인이 바뀌면서 내부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그전의 다다미 바닥에는 비닐장판이 깔려 있었다. 책꽂이의 책들도 물론 다 바뀌었다. 또 새롭게 보이는 선반에는 각종 인형과 상패, 우승컵 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고 장롱도 한 개 있었다.
“아, 다다미가 다 없어졌네.”
정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나온 말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나도 아차 하는 기분이었다.

“너, 미영이하고, ...... 이미영 선생님하고 이방에서, ...... 여기서 그랬니?”
얼굴의 당황함은 감출 수 없었겠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개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잠시의 침묵으로 그녀는 답을 얻었을 것이다.
“너는 어쩌다, ...... 어떻게 해서 미영이, 아니 이미영 선생님하고 그렇게 됐니?‘
그녀의 직설적인 질문에 나는 또 몸이 움추러 들었다.

“그기, ...... 저, ...... 그날 오차당번을 하다가 끓는 물에 디어가, ...... 양호실에 갔다가 새임이 옷을 벗으라 캐서, ...... 그런데 새임이 자기 집으로 오라 캐서, ...... 그래서 이 집에 와가 ...... ”
진실을 그대로 고백한다 해도 경우에 따라 말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 상황을 나는 빤히 알고 있지만 그녀 앞에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 나는 계속 더듬거렸다.
“그래서 무엇을 ...... ?”

아, 나는 또 실수를 했다.
뒤에 생각해 보니 그녀의 질문은 “‘이집에 와서 무슨 짓을 했느냐?”는 추궁이었다. 그런데 당황했던 나는 그 말을 “그래서 몇 번?”이라는 말로 알아 들었다. 그래서 속으로 셈까지 했다.
“처음 이방에서 두 번, ...... 그라고 새임이 자고 가라 캐서 그때도 두 번, ...... 또 새임이 전근간다고 알려주던 날 한번, 그라고 새임이 이사가기 전날 ...... ”

“그만 둬! 너한테 횟수를 알고 싶은 게 아니야!”
언뜻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보았을 때 다시 붉어진 그 표정은 좀 미묘했다. 꼭 화를 내는 것 같지도 않고, 귀찮다는 것도 아니고,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런 여러 감정들이 혼합된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짐작했듯 결국 미영이가 너를 유혹한 것이로군. 그래, 너는 좋았니?”
이번에는 대답을 안했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아름답고 우아하며 늘 선망해왔던 그녀에게 자지를 박으며 맛보았던 감격과 황홀함을 그녀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기는 부끄럽고 미안했다.

“참, 내 정신 좀 봐!”
그녀의 말에 우리는 잠시 옆길처럼 빠졌던 지난날에 대한 호기심과 추억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내 윗옷을 벗기려 했다.
“자, 우선 이걸 벗어. 이렇게 피투성이가 됐으니 ...... 얼마나 아팠니?”
남방을 벗고 보니 런닝셔츠에도 피가 배어 있었다. 그녀가 그 셔츠를 벗기어 상반신이 모두 드러났다.

지난날 서울띠기와 난생 처음 빠구리들 하던 날, 그녀 역시 내 런닝셔츠를 벗겼는데 그때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깡마른 몸이었다.
그런데 5학년 들어서는 운동장 구석에 있는 철봉과 평행봉에 가끔 매달렸기에 가슴과 팔뚝에는 제법 알통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덜 창피했다.
“어머나, 이런! ...... 바지까지 버렸네.”

과연 입고 있는 반바지에도 몇군데나 검은 얼룩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내 바지까지는 벗기지 않았다.
“이집에 남자 옷이란 하나도 없는데 ...... ”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방을 나가더니 곧 옷을 들고 와 나에게 건넸다.
“우선 이것들이라고 좀 걸치고 있어. 바지도 벗어 내놓고 ...... 모두 내 옷이라 좀 이상하겠지만 네 옷이 마를 때까지니까 ...... ”

그녀가 내 윗옷들을 들고 방을 나간 뒤 나는 반바지를 벗고 츄리닝 같은 바지를 갈아입었다. 기장이 내 다리보다 길었지만 밑에 고무줄이 있어 잠시 걸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윗도리는 티셔츠인지 런닝셔츠 계통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떻든 머리에 뒤집어쓰며 입었더니 그녀와의 체격 차이처럼 헐렁했다. 그런데 또 하나 특별한 것이 있었다.
가슴 부분이 불룩 나와 있는 것이다. 뚱뚱한 것처럼 젖통도 커 보이는 그녀가 입으면서 그 부분이 좀 늘어난 것 같다.

벗은 반바지를 그녀에게 건네주는데 그녀도 방금 갈아입은 윗도리의 가슴부분에 시선이 갔다.
“어머나! 저런 ...... ”
그녀는 피식 웃었다. 얼굴도 좀 붉어진 것 같지만 그나마 이집에 들어와서 그 검사놈을 비웃을 때 말고는 처음 보이는 웃음이었다.
“어쩔 수 없구나. 이 집에는 그런 옷밖에 없으니 ...... 네 옷은 내가 빨리 빨아서 말려 놓을 테니까 잠시만 좀 입고 있으렴.”

“새임, 이것 좀 빼마 ...... ?”
나는 코를 가리켰다. 말은 별로 안했지만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것도 싫고 입으로 숨을 쉬는 것도 답답했다. 그녀가 한쪽 콧구멍의 빨갛게 변한 탈지면을 빼자 피가 주르르 흘러 내렸다.
“어머나! 지금도 흘러! 아직도 지혈이 안 됐나봐.”
그녀는 급히 약상자를 갖고 와 양쪽의 탈지면을 갈아준 뒤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저쪽, 내 방에라도 가서 잠시 누워있어. 너는 오늘 너무 피를 많이 흘렸어.”
“괘않아예. 남자가 이까짓 코피 갖고 ...... ”
나는 계속 사양했지만 그녀는 기어코 자신의 침대로 끌고 가 눕히고는 누비이불까지 덮어 주었다.
“새임도 좀 ...... ”
누운 채로 하는 말을 그녀는 알아들었다.
“그래, 나도 옷을 좀 갈아 입어야지. 하지만 먼저 네 옷을 빨고 ...... 그래야 빨리 마르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정말 염치없게도 나는 그녀의 푹신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었다.
하기야 꽤 오래 긴장해 있다가 온몸을 얻어맞고 코피를 흘리고 그런 격전을 치렀으니 심신이 지칠 만도 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이원주 선생의 침대에서 잠이 든다는 것은 너무 버릇없는 짓이다.
나는 아직 몸이 노곤하긴 하지만 그 방을 나섰다.

나와 보니 그녀는 식탁에 얼굴을 묻고 있는데 잠이 든 것 같다. 옷은 잠옷 비슷해 보이는 것으로 갈아입었는데 그녀 역시 피로에 지쳤던 모양이다.
“새임요. 드가 주무이소.”
“어 ...... 어 ...... !”
어깨를 흔들자 그녀는 곧 눈을 떴지만 아직도 멍한 표정이다.

“왜 벌써 일어났어? 아까 보니 곤히 자는 것 같더니 ...... ”
“그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가 ...... 이제 새임이 가서 누우이소.”
“그럴까? 나도 맥이 빠진 듯 힘이 하나도 없어. 온몸이 쑤셔 오기도 하고 ...... ”
일어나는 그녀를 부축하듯 한 팔을 잡고 그녀의 침실로 인도했다. 침대에 눕는 것을 보며 방을 나서려는데 그녀가 나를 불렀다.

“영도야, 어디 가려고 ...... ?”
“그냥 밖에 있을끼라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침대의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너도 이리 올라 오렴. 너도 더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이 집에는 이부자리도 별로 없어. 이런 때를 생각하면 좀 준비해 두었어야 하는데 늘 혼자 살다 보니 ...... ”

조금 망설이다 나는 침대로 갔다. 아까 그녀가 잠시 나를 안아주었을 때 풍겼던 그녀의 향기가 나를 손짓해 부르는 것 같았다.
침대는 황달자 올케네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사람이 몸을 닿지 않고도 눕기에는 충분했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똑바로 누워 눈을 감으며 옆에 누워있는 그녀의 향기를 느끼려 했다. 그러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런 젠장, 내 콧구멍이 여전히 탈지면으로 막혀있기 때문이었다.

“영도야, 이쪽으로 ...... ”
그녀의 손길에 눈을 뜨고 돌아누우니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주 보는 자세가 되었다.
“오늘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몸을 던져 나를 지켜 주다니 ...... 코피 뿐 아니라 이렇게 상처들이 많이 났어.”
그녀는 입술의 터진 곳과 눈가의 멍을 손가락으로 스치더니 손바닥으로 한쪽 뺨을 덮었다. 그 감촉에 가슴까지 쿵쾅거리며 이 영광스러운 상처, 정말 얻어맞기를 잘했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집에 가면 어머니께서 걱정하시겠다. 뭐라고 말씀 드릴래?”
“괘않아예. 머슴아들은 싸우다 다칠 때도 많심더. 동네 아들캉 그랬다면 그만이라예. 그런데 새임도 많이 다쳤네요.”
그녀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도 그녀의 얼굴에 손바닥을 댔다. 아직도 벌겋게 손자국이 있는 뺨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그녀가 눈을 사르르 감았다. 그런데 그 감은 눈에서 눈물이 배어나왔다. 눈물은 미간을 타고 흘러 아래쪽 눈에서 흐르는 것과 합치더니 베개를 적셨다.

그 눈물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자지에 피가 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것인 츄리닝 바지가 불룩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자지는 혼자 벌떡거렸다.
나는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자지는 여전히 벌떡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핑계로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눈물만 흘러 내리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왜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못생겼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정말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슬픔을 혼자 새기며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그녀는 가련함이 화장을 한 것처럼 더욱 화사하게 아름답기만 하다.
긴 속눈섭, 오똑한 콧날, 도톰한 입술, 턱 밑으로 이어진 너무 부드럽게 보이는 목덜미,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원주라는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솔직히 좀 뚱뚱하기는 하지만.
나는 조용히 그 도톰한 입술에 내 입을 가져갔다.

“어! ...... ”
그녀가 눈을 떴다.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는 바로 누운 꼴이 됐다. 다시 그 입술을 완전히 덮었다.
그녀의 입은 열리지 않았지만 아까 검사놈이 했을 때처럼 도래질을 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콧구멍을 막아 놨으니 당장 질식할 것 같았다. 얼굴을 떼고 탈지면을 뺐더니 다행이 피는 더 나지 않았다.

다시 하던 짓을 이어가려다 나는 주춤했다.
그녀는 눈을 떴을 뿐 아니라 몸을 일으키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영도야, 이러지 마!”
속삭이듯 말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졌다.
“새임. 저, ...... 저는 ...... ”

말을 잊지 못하며 나는 그녀의 입술 대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 다음 말을 “사랑합니다.”라고 해야 하는지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말도 더 나오지 않았다.
일단 그녀는 나를 받아 주었다. 아까 그 검사놈이 할 때처럼 몸부림치지 않고 두팔로 나를 감싸 주는 것이다.
뭉클! 하고 그녀 젖가슴의 감촉이 와 닿았다.
뚝딱! 뚝딱! ...... 심장의 박동소리가 귀를 울리는 듯 하다. 그녀의 가슴에서인지 내 속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영도야!”
정감 있는 속삭임이 들리며 그녀의 한 손이 내 등을 쓰다듬는다.
“네가 오늘 너무 고마웠어! 하지만 우리는 이러면 ...... ”
나는 그녀의 다음 말을 막았다. 다시 그녀의 입을 덮은 것이다.
“읍! 읍! ...... ”
그녀는 숨이 막혀하며 도래질을 하려 했다. 그러나 내 두손이 그녀의 얼굴을 고정시켜 효력이 없었다.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세차게 빨아대니 혀가 쏙 들어온다. 더욱 빠는데 힘을 주며 그 혀를 내 혀로 감쌌다. 그 엉킴을 풀면서 내 혀를 집어넣자 그녀도 응답하듯 빨고 자신의 혀로 감싸 준다.
“하아! ...... 그만! 그만! ...... 영도야, 이제 그만 ......"
입을 떼고는 숨가쁘게 내뱉던 그녀의 말은 나의 다음 행동으로 중단되었다.
키스를 하는 중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잠옷 단추를 풀고 젖통을 매만졌는데 아예 앞섶을 열어제치고 젖꼭지를 입에 문 것이다. 브래지어를 안하고 있어 그 행동들은 더욱 거침이 없었다.

“흐윽!”
그녀의 젖통은 약간 뚱뚱한 몸과 닮아 풍만했지만 젖꼭지는 작았다. 그 젖꼭지를 입에 물자 그녀는 신음을 내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는 않았다.
“영도야! 이러지 마! 이제 멈춰! ...... 아, 나는 상처받은 여자야!”
마지막의 울먹이는 말은 날카로운 칼끝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그러나 나는 그 충격에도 멈찻거리지 않고 그녀에게 반격을 가했다.

“새임! 저는 절대로 새임한테 상처를 안 입힐 깁니더. 아니, 제가 새임 상처를 뽀담을 깁니더. 새임을 사랑합니다. 저를 받아 주이소! 절대로, 절대로 ...... 새임한테 상처는 안 줄깁니더.”
그 맹서를 행동으로 증명하듯 내 손은 그녀의 아래로 향했다.
잠옷이나 팬티의 고무줄은 그 전의 경험에서도 그렇듯 전혀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꺼끌꺼끌한 숲을 지나 질구에 다달았을 때 그곳은 이미 질퍽하게 젖어 있었다. 내 손가락은 그 물끼를 묻혀 공알에 머물렀다.

“하아! 우리는 이러면 안돼. 어떻게 나까지 너하고 ...... ”
그녀는 내 몸을 밀어내려 했지만 공알을 비벼대자 그 저항마저 사그러들고 몸을 비틀었다.
여기까지 온 우리의 몸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잠옷 바지를 벗기다 중간에 막혀 버리자 그녀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었다. 나는 팬티까지 한꺼번에 벗겨 버렸다.

나도 츄리닝과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아까부터 옷속에서 버둥대던 자지는 이제 자유를 찾았다. 막는 것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 자지도 보지도 모두 열려 있다.
“아아, 영도야! 나는 상처받은 여자야!”
그녀는 다시 그 말을 되풀이 하면서도 무릎을 세우고 가랑이를 벌렸다. 이번에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없이 나는 자지를 들이밀었다.


--------------------------------------------------------------------------------- *헛끌베리의 마지막 변
글을 쓰는 입장에서 댓글이나 추천을 요구한다는 것은 낯 뜨겁고 치욕스럽기까지 합니다.
잘 썼고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당연히 댓글이나 추천도 많아지겠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응이 시원찮을 때 남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글을 왜 쓰고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듭니다.
앞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저는 조회수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목부터가 고리타분하든지, 읽어보니 시원찮더라 해서 다시 찾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쓰는 자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저딴에는 힘을 쏟아 내놓은 것인데 읽은 분들한테서도 별 반응이 없다는 것에는 섭섭합니다.
저는 금촌리... 를 쓰면서도 생각이 이어지지 않거나 문장이 마음에 안들면 몇 번이고 고치곤 합니다. 또 어떻게 하면 좀 더 읽는 분들의 공감을 얻을까 하고 나름대로 고심하고 힘을 기울입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3여인과 빠구리를 하더라도 흔히 야설에서 보듯 “퍽퍽퍽, 칙칙칙, 아항 아항” 하는 것과는 좀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제각각의 상황을 설정하고 여인들의 반응이나 개성도 다르게 표현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반응이 시원찮은 것은 물론 저의 부족함 때문이겠지만 차라리 이 판을 걷어 치우고 그 시간과 정력을 다른 데에 쏟자 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름의 규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조회수의 100분의 1도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면 다시는 이곳에 쓰지 않겠다. --- 제 글을 읽은 100명 중에 1명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격려의 말 한마디 듣지 못한다면 더 쓸 필요도 힘도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댓글을 달아주실 때는 그저 "잘 봤습니다." 같은 한줄이 아니라 혹평이라도 좋으니 소감이나 비평도 좀 담아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글을 이어갈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댓글이 안 달린다면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명한 다른 작가분들이 그랬듯 집필실을 없애버리겠습니다.
그래도 소라넷에는 볼거리가 많고 저는 여전히 회원이니까 눈팅만 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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