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에 들어서자 북쪽에서부터 단풍이 들어 올해는 예년보다 일주일쯤 일찍 가을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을 거라며 방송에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현석에게 있어서 이 가을이 그나마 조금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윤가희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아내 하영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은 이제는 영영 없어져 버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현석은 빵과 우유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출근하고 아내는 그 때도 잠에 빠져 있다. 저녁은 두 사람 다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
그리고 잠은 서로 다른 방에서 자고 있으니 비록 한 집에 있어도 얼굴을 마주보는 시간도 좀처럼 없다.
현석은 그나마 어쩌다 한 번씩 아내의 방으로 찾아 드는 것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전에는 아내가 거부해도 몸이 요구하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었지만 이제 그것을 윤가희라는 여자가 대신해 주고 있어서 아내의 방을 찾아 갈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윤가희가 옆을 지켜 주고 있어서 섹스에 대한 육체적 괴로움이 훨씬 덜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리라.
어찌 본다면 아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정작 아내는 없고 윤가희가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현석씨."
"으응?"
"현석씨. 깨었어?"
"응. 일어 났네?"
현석이 가희의 부름에 눈을 뜨자 그녀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반쯤 일으킨 상반신이 아침을 맞아 비껴 든 햇살에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보여졌다.
현석 쪽으로 반쯤 기울인 나신에서 유난히 젖가슴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참 예쁜 몸을 가지고 있다.
현석이 그녀가 짚고 있는 팔뚝을 쓰다듬으며 젖가슴을 살짝 스치듯이 만지고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제 오후에 윤가희와 함께 가을 단풍구경을 가자며 함께 나서서 찾아온 용문산 인근의 모텔인데 산속의 아침에 햇살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제법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격주 토요일 휴무 제를 시행하지만 어제는 근무하는 토요일인지라 일을 마치고 이 곳까지 왔을 때에는 날이 무척 어두웠었다.
"응. 그런데 지수가 누구야?"
응. 이게 무슨 소리.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러고 보니 꿈결에서 그녀와 만났던 것 같은 아슴아슴한 기억이 부분부분 생각났다.
시치미를 떼어야 하는데. 뭐라고 말을 하지?
"지수?"
"응."
"왜. 내가 그 이름 불렀어?"
"후훗. 나 질투하는 거 아니니까 말 해 봐요."
"에이. 아무도 아니야."
"말 해봐요."
"....."
"몇 번이나 부르던데 아무도 아닐 리가... 응? 현석씨"
"참. 나. 그 이름은 왜 부르냐? 가희씨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 참. 서운하지?"
"말 돌리기는."
그녀가 삐친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금방 생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왔다.
"아무도 아니야 신경 쓰지마."
"신경 안 써. 나두. 예뻐?"
"응. 가희 보다는 못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아니 완전히 거꾸로 말한 것이다.
어찌 지수와 가희를 비교한단 말인가?
한지수의 아름다움은 윤가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녀의 미모는 단순이 예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이 깊어 가는 가을을 몸으로 느끼자며 함께 여행을 오고 어제 밤에도 밤이 짧다 하고 육체의 사랑을 나누었는데 그런 여자에게 다른 사람이 더 예쁘다고 말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정말? 그런데. 애인?"
"흐흐흐 애인은 가희뿐이야. 난 여러 사람을 애인으로 둘 만큼 힘이 넘쳐 나질 못해."
"에이. 고건 고짖말이다."
그녀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현석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팅겼다.
"정말이라니깐."
"음. 그럼 누굴까? 와이프?"
"아니."
"하긴 와이프 두고 나랑 바람 피는 사람이 와이프 이름을 부를 리는 없구."
"그래 난 바람몰이 다니는 사람이다. 가희도 바람. 나도 바람. 우린 바람바람 바람 이려오."
현석이 어느 인기가수의 곡과 노랫말을 넣어 흥얼거리듯 하며 그녀의 젖가슴을 툭툭 쳤다.
"호호... 바람...바람. 그러고 보니 난 바람이네."
"그래 우리 둘 다 바람이지 뭐. 바람이라도 좋기만 하지만."
"나도 좋긴 한데 자꾸 말 돌리고 말 안 하려고 하는 거 보니 무언가 비밀이 있는 거 같애. 있죠? 실토해요 빨리."
"없어. 정말."
"나 질투 안 한 다니깐. 나 말고도 또 애인 있을 수도 있지 뭐."
"애인 아니야. 가희가 신경 쓸만한 사람도 아니고."
"음. 정말 말을 안 하니깐 더 궁금해지네."
"꼭 알고 싶어?"
"아니. 가르쳐 주고 싶지 않으면 말구."
말을 갑자기 바꾸니까 느낌이 이상했다.
그녀가 반쯤 일으켜 있던 상반신을 현석에게 기울이며 입술을 덮어 왔다.
현석이 그녀의 가슴을 받아들여 두 팔로 그녀의 등을 안았다. 그녀의 혀가 입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밖에서는 두런두런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 오는데 그녀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다시 한 번 더 사랑을 불태우자고 달려들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는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현석 역시도 그녀의 혀를 받아들여 입안에서 서로 교차시키고 있었다.
윤가희의 이런 섹스의 열정이 현석에게는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현석 역시도 원하는 일이니까.
하긴 이 시간에 다시 섹스를 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들의 앞에서 하는 것도 아닌데.
다만 가희의 거친 숨소리와 섹스에서의 신음성은 무척이나 큰 편이라 문밖에서 엿듣지 않고 옆방에만 있어도 잘 들릴 것이다.
그것이 더욱더 열정적으로 육체적 행위를 하도록 하는 요인도 되었지만 햇살이 비쳐 들만큼 지나 버린 시간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마음은 그러한데도 현석의 아랫도리는 벌써 힘껏 부풀어 올랐다.
"흐응. 현석씨도 한 번 더 하고 싶지?"
"그래.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은 거 아냐?"
"무슨 상관이야."
그녀의 손은 벌써 얇은 이불을 걷어 내고 현석의 사타구니에 가 있었다.
그리고 알 주머니의 아래쪽을 슬슬 쓰다듬고 있다.
언제 인가부터 그녀는 알 주머니부터 육봉으로 올라오며 쓰다듬거나 알 주머니를 입안에 넣고 애무하면 현석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하긴 그녀와의 이런 관계가 늦 여름부터 시작되어 벌써 가을에 접어 들었으니 몇 달간의 기간에 매주 한두 번은 꼭 함께 지냈다.
대부분의 경우는 잠시 들려서 육체적 사랑을 불 태우고 가는 정도였지만 어떤 때는 아침까지 함께 있기도 했다.
"상관 없지 뭐. 옆방에서 들으면 재미있을까?"
"흐응. 옆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그럼 우리 언제 녹화할까?"
그녀의 입술이 현석의 작은 젖꼭지를 애무하다가는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다.
"에이 그건 좀 그렇다."
"호호호. 하긴 캠코더도 없어."
어느새 그녀는 몸을 현석의 하복부로 가져 가서는 육봉의 주위에 수북이 난 수풀을 손가락으로 만지더니 입안으로 육봉을 쪼옥 빨아들였다.
한바탕의 격렬한 섹스가 지나고 그녀의 몸이 현석의 몸 위에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항상 하던 것처럼 섹스 후에 함께 씻으려 가는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가쁘게 색색거리며 숨을 내쉬는 채로 그녀가 엎드려 있다.
하긴 현석이 쏟아 낸 사랑의 꿀물은 그녀가 다 삼켜 버려서 꼭 씻으러 가야 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그것을 다 빨아들여 삼켜 버리고 난 뒤에 현석의 육봉이 힘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현석이 사정하고 난 뒤에도 간혹 완전히 힘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아... 나. 잠깐 넣고 있고 싶어."
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꽃잎 속에 현석의 육봉을 찔러 넣고 그대로 그의 몸 위에 엎드린 상태였다.
"넣고 있으면 좋니?"
"응."
"힘 빠질 텐데 곧."
"하아... 힘 빠지면 저절로 빠져 나가잖아. 흐으..."
"그래."
"넣고만 있어도 되는 이 묘한 느낌이 너무 좋아."
"어떤데?"
"하아.. 뭐랄까 뜨겁고... 기분이 야릇하고..."
그녀가 아직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거친 숨소리를 잔즈르며 하복부를 조금씩 원을 그리듯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때문인지 현석의 육봉이 힘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아. 현석씨 나 말고 애인 만들어.."
"무슨 소리야 그게."
"그냥."
"그냥이 어딧어? 엉터리 아냐."
"하여튼 만들어."
"그런데 왜?"
"아까 지수가 누구인지도 말 안 해줘서 나도 안 해 줄 거야."
"참나.."
"난 지수라는 여자가 애인인줄 알고 조금은 질투도 났지만 좋아했단 말이야."
"애인이면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 아냐?"
"하아. 아니. 나 곧 떠날 거야."
"무슨 소리야?"
"엄마가 이민 수속 중이거든."
참 쉽게도 이야기 한다.
그녀와의 관계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과는 달리 맺어진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고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라니.
섹스 할 때에만 주고받는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이런. 이런이다.
아내와 가질 수 없는 텅 빈 육체의 욕구를 채워 준 유일한 여자가 이민을 간다고 하다니. 참 이런 한심한 일이 있나. 현석이 여자를 꼬드기는데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아무 부담 없이 애인만 하기로 하는 이런 관계가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일인데.
그간에 아내와의 섹스가 항상 불만이어도 별도로 애인을 만들지는 못했었다. 생각이야 간절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이 아닌가.
사실은 윤가희가 이렇게 옆을 지키고 있어 주어서 이만 저만 다행이 아니었는데.
"엄마가 이민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럼 같이 간다는 거야?"
"응."
"그래? 언제 가는데?"
"아직 몰라요. 먼 친척이 보스톤에 사는데 아빠가 알아보러 가셨어요."
"그래? 그 참 아쉽다. 가는 시기는 모르고?"
"아마 년 말이나 내년 초 쯤 되겠죠."
"몇 달 남았네."
하긴 이민이 그리 빨리 이루어 지는 게 아닌데 년 말이나 내년 초이면 벌써 몇 달 전부터 진행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난. 가기 싫은데."
"남편은 어쩌고?"
비로소 남편 이야기를 물었다.
"갈라 섰어."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안되었다고 해야 하나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잘 된 거죠. 어차피 정신적으로는 괴롭히기나 하고 육체적으로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니깐. 내가 갈라서고 나니까 엄마가 아빠를 졸라 이민 가려고 한 거예요."
"하긴 물어 보지는 안 했지만 나하고 밤을 새고 가는 거 보고 갈라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민은 생각도 못했네."
"서운해요?"
"그럼. 내가 가희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엉터리."
그녀가 몸은 그대로 현석에게 밀착한 채로 한 팔을 올려 손끝으로 볼을 툭 쳤다.
"진짜야."
"나도. 나도 사랑해요. 그렇지만..... 난... 애인으로도 만족해요."
"그래서 가희가 떠날 걸 대비해서 애인 만들라고 한 거야?"
"응."
"참 희안한 여자야. 가희는."
"뭐가?"
"나 말고는 어떤 여자도 돌아보면 안 되요. 라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
"후후. 나도 벌써 현석씨 와이프 말고 날 돌아보게 했는데. 내가 그러면 욕심이 지나친 거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그게 공평한 거지. 돌아보면 안 된다고 말 할 수 있는 여자는 와이프 만 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
"논리적으로는 맞네 뭐."
"그런데 와이프가 있는 남자를 꼬셔 낸 여자가 그런 말 하면 도대체가 앞뒤가 안 맞는 거지."
"그렇게 되나?"
"나도 내 주제를 잘 알아요. 현석씨가 날 만나 주는 게 난 얼마나 고마운데."
그래서 그런가?
현석이 윤가희를 만나면 가능하면 현석이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윤가희가 상당한 부자집 딸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현석이야 샐러리맨이라 윤가희와 이렇게 자주 만나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아이도 없고 누군가 공부를 시켜야 할 일도 없고 아내조차도 상당히 보수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그다지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다.
결혼 후에 빨리 집을 장만하자고 제법 평수가 큰 집을 구입하고 융자를 끼고 산 집값의 융자금도 얼마 전에 다 갚은 상태라 그다지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었지만 윤가희에게 그런 것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지 않은가.
그녀는 자신을 만날 때 현석이 부담을 갖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이런 것을 배려가 깊다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하긴 유난히 섹스를 좋아하는, 아니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녀인 탓에 현석이 떠나 버린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석 역시도 그녀가 있으므로서 육체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술집을 전전하거나 거리를 배회할 필요가 없는 상태이다.
두 사람은 양쪽 모두가 필요로 하는 존재인데 이제 그녀가 현석의 곁을 떠날 것임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까지는 생각 안 해도 돼."
"여하튼. 앞으로 좀 더 자주 만나도 되죠?"
"... 그래. 가희가 언제 떠날 지는 모르지만 일찍 알려 주어 고맙고..... 그리고 그 때까지 만이라도 우리 사랑이 변치 않는 애인이었으면 좋겠다."
"응. 그런데. 와이프가 몰라요?"
"모르는 것 같아."
"마음이 착하신 건가. 아님 둔하신 건가. 나 같으면 금방 알 텐데."
"그래 이상하지? 나도 이상해."
사실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단풍이 물들어 가는 산책로를 걸으면서 그녀와 현석은 조금 전 방에서 진한 섹스 후에 나누었던 이야기는 잊어버린 듯 그녀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가을의 정취에 빠져 들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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