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내가? 나는 화가 잘 나지 않는 성격이다. 세상일은 언제나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저 기다리면 언제나 세상은 바르게 돌아간다. 지나는 차가 없어도 난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는 사람이고, 아무리 많은 규칙도 결국에는 적응해서 그 규칙 안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인간형의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나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그 때 우리 학교에선 한번씩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해줬었는데, 내가 고등학교 1학년 시월에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 대학교 교수님이 오셨었다. 교수님은 성공의 조건으로 아니 사회적 성공의 증거로 규칙을 지켜야 하는 사람에서 벗어나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난 기다리다가 질문시간에 사회적 약속인 규칙을 지키는 삶이 자신을 위해서 새로운 규칙을 새로 만드는 사람의 삶보다 사회적으로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졌었다. 교수님은 얼굴이 벌겋게 변해서는 옳지 않은 법이나 규칙의 예를 들어 그것을 개선시켜 나가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지만, 난 곧바로 교수님이 강의하신 내용으로 미루어 생각했을 때,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공의보다는 사익이 그가 만드는 규칙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내 반문에 별다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난 그 날로 학교에서 말을 잘하는 놈으로 유명해졌던 것이다.
성림씨의 분노와 적의를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난 성림씨의 마음을 그대로 보고 있으니까, 왜 모르겠는가. 리경포라는 인간은 사람으로선 하지 말아야 할 죄과를 가진 인간이고, 그런 과거를 가진 인간을 단죄하는 것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답답한 아버지를 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그가 저지른 범죄는 우리 사회가 아닌 북한에서 저질러진 문제였다. 경찰이나 법원에 호소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나와 성림씨에게는 우리가 그를 눈앞에서 죽인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가 가지게 될 죄책감이 문제일 뿐, 사회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늘은 쓰지 않을 능력을 주지 않는다. 아니, 능력이 있으면 써야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난 고민에 빠져들어갔고, 성림씨는 잠시 자기 집에 다녀 온다더니, 곧 차를 한 잔 타서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라버니, 뽕잎차에요. 혈압을 내리는데에 좋다고 해서 어제 사뒀거든요."
"그래요? 한 잔 마셔볼까요?"
갑자기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림씨가 잘 이해가 안돼서 궁금해하다 물었더니, 성림씨가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나는 오라버니가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남조선에 내려왔을 때, 남자들이 모두 늑대처럼 보여서 믿지를 못했었거든요. 왜 일면식도 없는 내게 그렇게 다정하게 하나. 남자가 여자에게 바라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그런 못된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오라버니가 내게 해주는 다정한 말들은 용기를 줍니다. 그래서 자꾸만 좋아져서..."
누구라도 이런 사람을 대하다보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붉게 달아오른 성림씨의 뺨을 만졌다. 달아오른 뺨에 온기가 느껴졌다. 내 손이 서늘했던지 성림씨는 기분좋아 하면서도 더욱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아주 천천히 입술을 가져갔다. 성림씨는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손끝으로 자기 패딩자락을 잡고 있었는데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등의 손가락뼈가 닿는 부분이 하얗게 될 정도였다. 첫키스를 하는 여자 같았다. 살짝 입을 맞추고 얼굴을 떼는데 그 때까지도 감은 눈에 힘을 줘서 파르르 눈꺼풀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이마와 감은 눈에 입술을 한번 더 맞추고는 성림씨를 품에 안고 달아오른 뺨에 내뺨을 댔다.
"눈을 떠요. 성림씨."
"네."
"지금 내가 보이지 않죠?"
"네."
"나도 성림씨가 보이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니까요.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서로를 볼 수가 없잖아요. 우리 이렇게 살아요. 서로 안고 한 몸이 되어서 내가 보지 못하는 곳을 성림씨가 보고, 성림씨가 보이지 않는 곳은 내가 보면서 이렇게요. 말해줄게요. 나 성림씨가 사랑스러워요. 너무 사랑스러워서요. 성림씨랑 자고 싶어요."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난 이 때가 되어서야 그녀의 과거를 모두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지나온 삶을 모두 알게 되었지만, 내가 만나는 그녀는 과거의 사람이 아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성림씨가 난 사랑하고, 운명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성림씨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었는데, 곧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왜요? 무서워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니요. 오라버니.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진짜로 고맙습니다."
"네?"
"사실,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게도 오라버니의 마음 속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서워서, 오라버니가 나를 떠날 것 같아 무서워서 말을 하지 못했지만서도요."
뒷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난 이 능력을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 내가 성림씨의 마음을 이렇게 느끼고 있는데, 성림씨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성림씨는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레나의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사람이 아닌가. 성림씨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간절히 염원하듯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생각을 눈으로 말했고, 난 그 마음에 절절히 고마워하는 마음을 역시 내 눈에 담아 성림씨에게 보냈다. 성림씨가 나를 안으면서 내 가슴에 자기 얼굴을 묻고는 말했다.
"그래도 오라버니는 내게 늘 다정한 말을 해주셔야 합니다. 오라버니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여자가 될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요. 그리고 오라버니 목소리는 참 좋습니다. 나직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아직도 약간은 북한 말투가 남아있는 성림씨가 신음을 하면 어떻게 할까를 문득 떠올렸는데, 성림씨가 내 허리께를 꼬집으면서 말했다.
"그런 것이 다른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똑같습니다."
"에게 그런 게 어딨어. 들어봐야 알지."
"자꾸 그러지 마십시오. 오라버니. 나 집에 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있어요. 안 그럴게요. 나 성림씨에게는 거짓말 못하잖아요. 못하게 됐잖아요. 좋아요. 나 그런 게 좋거든요. 솔직하고, 규칙을 지키고, 바르게 사는 것. 나 그렇게 살아왔어요."
성림씨가 조금 어두운 낯빛을 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죽이는 편이 세상을 위해 좋습니다."
단정적이고 확고한 말투였다. 격정에 휩싸였을 때엔 성림씨의 생각이 거의 들렸었는데, 이번만은 붉게 타오르는 강렬한 적의만이 느껴졌을 뿐 생각이나 마음이 흘러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적의가 깊었다. 성림씨의 전화기가 울려서 성림씨가 받더니 몹시 놀라는 목소리였고, 곧 전화기를 내게 건내줬다. 성림씨의 지인 중에서 내가 알만한 사람은 동물병원의 여민 선생님밖엔 없는데, 전화를 받았더니 변 국장이었다.
"자네가 내 목숨을 구했다며?"
"네. 그런데, 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네. 내 좀 알아봤더니 아가씨가 안 됐더구만. 내 각별히 신경을 쓰지."
"네?"
"불상한 아이잖나. 자네와 일을 치르고 난 다음이라면 그 아가씨 인생이 더 불행해지지 않겠어."
"어머님은 제 입장을 이해해 주시던데요."
"나이가 들어보니, 명예나 뭐 부는 하찮다는 것을 알았네. 내 딸이 좋다면 뭐 이해하지 못할 것이 어디에 있겠나. 괜찮아. 난 자네 정도도."
고등학교 때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나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그 때 우리 학교에선 한번씩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해줬었는데, 내가 고등학교 1학년 시월에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 대학교 교수님이 오셨었다. 교수님은 성공의 조건으로 아니 사회적 성공의 증거로 규칙을 지켜야 하는 사람에서 벗어나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난 기다리다가 질문시간에 사회적 약속인 규칙을 지키는 삶이 자신을 위해서 새로운 규칙을 새로 만드는 사람의 삶보다 사회적으로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졌었다. 교수님은 얼굴이 벌겋게 변해서는 옳지 않은 법이나 규칙의 예를 들어 그것을 개선시켜 나가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지만, 난 곧바로 교수님이 강의하신 내용으로 미루어 생각했을 때,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공의보다는 사익이 그가 만드는 규칙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내 반문에 별다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난 그 날로 학교에서 말을 잘하는 놈으로 유명해졌던 것이다.
성림씨의 분노와 적의를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난 성림씨의 마음을 그대로 보고 있으니까, 왜 모르겠는가. 리경포라는 인간은 사람으로선 하지 말아야 할 죄과를 가진 인간이고, 그런 과거를 가진 인간을 단죄하는 것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답답한 아버지를 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그가 저지른 범죄는 우리 사회가 아닌 북한에서 저질러진 문제였다. 경찰이나 법원에 호소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나와 성림씨에게는 우리가 그를 눈앞에서 죽인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가 가지게 될 죄책감이 문제일 뿐, 사회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늘은 쓰지 않을 능력을 주지 않는다. 아니, 능력이 있으면 써야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난 고민에 빠져들어갔고, 성림씨는 잠시 자기 집에 다녀 온다더니, 곧 차를 한 잔 타서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라버니, 뽕잎차에요. 혈압을 내리는데에 좋다고 해서 어제 사뒀거든요."
"그래요? 한 잔 마셔볼까요?"
갑자기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림씨가 잘 이해가 안돼서 궁금해하다 물었더니, 성림씨가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나는 오라버니가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남조선에 내려왔을 때, 남자들이 모두 늑대처럼 보여서 믿지를 못했었거든요. 왜 일면식도 없는 내게 그렇게 다정하게 하나. 남자가 여자에게 바라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그런 못된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오라버니가 내게 해주는 다정한 말들은 용기를 줍니다. 그래서 자꾸만 좋아져서..."
누구라도 이런 사람을 대하다보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붉게 달아오른 성림씨의 뺨을 만졌다. 달아오른 뺨에 온기가 느껴졌다. 내 손이 서늘했던지 성림씨는 기분좋아 하면서도 더욱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아주 천천히 입술을 가져갔다. 성림씨는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손끝으로 자기 패딩자락을 잡고 있었는데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등의 손가락뼈가 닿는 부분이 하얗게 될 정도였다. 첫키스를 하는 여자 같았다. 살짝 입을 맞추고 얼굴을 떼는데 그 때까지도 감은 눈에 힘을 줘서 파르르 눈꺼풀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이마와 감은 눈에 입술을 한번 더 맞추고는 성림씨를 품에 안고 달아오른 뺨에 내뺨을 댔다.
"눈을 떠요. 성림씨."
"네."
"지금 내가 보이지 않죠?"
"네."
"나도 성림씨가 보이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니까요.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서로를 볼 수가 없잖아요. 우리 이렇게 살아요. 서로 안고 한 몸이 되어서 내가 보지 못하는 곳을 성림씨가 보고, 성림씨가 보이지 않는 곳은 내가 보면서 이렇게요. 말해줄게요. 나 성림씨가 사랑스러워요. 너무 사랑스러워서요. 성림씨랑 자고 싶어요."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난 이 때가 되어서야 그녀의 과거를 모두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지나온 삶을 모두 알게 되었지만, 내가 만나는 그녀는 과거의 사람이 아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성림씨가 난 사랑하고, 운명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성림씨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었는데, 곧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왜요? 무서워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니요. 오라버니.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진짜로 고맙습니다."
"네?"
"사실,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게도 오라버니의 마음 속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서워서, 오라버니가 나를 떠날 것 같아 무서워서 말을 하지 못했지만서도요."
뒷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난 이 능력을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 내가 성림씨의 마음을 이렇게 느끼고 있는데, 성림씨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성림씨는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레나의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사람이 아닌가. 성림씨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간절히 염원하듯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생각을 눈으로 말했고, 난 그 마음에 절절히 고마워하는 마음을 역시 내 눈에 담아 성림씨에게 보냈다. 성림씨가 나를 안으면서 내 가슴에 자기 얼굴을 묻고는 말했다.
"그래도 오라버니는 내게 늘 다정한 말을 해주셔야 합니다. 오라버니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여자가 될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요. 그리고 오라버니 목소리는 참 좋습니다. 나직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아직도 약간은 북한 말투가 남아있는 성림씨가 신음을 하면 어떻게 할까를 문득 떠올렸는데, 성림씨가 내 허리께를 꼬집으면서 말했다.
"그런 것이 다른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똑같습니다."
"에게 그런 게 어딨어. 들어봐야 알지."
"자꾸 그러지 마십시오. 오라버니. 나 집에 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있어요. 안 그럴게요. 나 성림씨에게는 거짓말 못하잖아요. 못하게 됐잖아요. 좋아요. 나 그런 게 좋거든요. 솔직하고, 규칙을 지키고, 바르게 사는 것. 나 그렇게 살아왔어요."
성림씨가 조금 어두운 낯빛을 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죽이는 편이 세상을 위해 좋습니다."
단정적이고 확고한 말투였다. 격정에 휩싸였을 때엔 성림씨의 생각이 거의 들렸었는데, 이번만은 붉게 타오르는 강렬한 적의만이 느껴졌을 뿐 생각이나 마음이 흘러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적의가 깊었다. 성림씨의 전화기가 울려서 성림씨가 받더니 몹시 놀라는 목소리였고, 곧 전화기를 내게 건내줬다. 성림씨의 지인 중에서 내가 알만한 사람은 동물병원의 여민 선생님밖엔 없는데, 전화를 받았더니 변 국장이었다.
"자네가 내 목숨을 구했다며?"
"네. 그런데, 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네. 내 좀 알아봤더니 아가씨가 안 됐더구만. 내 각별히 신경을 쓰지."
"네?"
"불상한 아이잖나. 자네와 일을 치르고 난 다음이라면 그 아가씨 인생이 더 불행해지지 않겠어."
"어머님은 제 입장을 이해해 주시던데요."
"나이가 들어보니, 명예나 뭐 부는 하찮다는 것을 알았네. 내 딸이 좋다면 뭐 이해하지 못할 것이 어디에 있겠나. 괜찮아. 난 자네 정도도."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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