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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2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4 968회 0건
“졸업식 때?”
“으응.”
현석과 예리가 온 몸을 불사르고, 샤워를 마쳤을 때도 여전히 대낮이었지만, 언제인지 모르게 두 사람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현석이 잠에서 깨었을 때는 그녀가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현석의 품에 안겨 곤 하게 자고 있었다.
맨 살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현석도 예리도 몸에는 옷가지를 걸치지 않은 것 같다.
맞아.
샤워를 하면서 현석의 온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장난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던 그녀였다.
그리고, 현석에게 물기가 마르지 않은 상태로 무슨 피부 보습용 오일을 온 몸에 발라 달라고 했다.
현석에게도 역시 물기를 닦지 말고 오일을 바르라고 했었다.
현석은 그녀의 몸에 그녀가 내미는 오일을 골고루 발라 주었다.
피부 보습 오일은 아직 온 몸에 남아있는 물방울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듯 했다.
그리고 수건으로 닦지 않고, 마치 마사지 하듯 온 몸을 손으로 문질러서 약간의 물기가 어느 정도 빠졌을 때, 그대로 자기를 안고 가 달라고 하고는 현석의 품에 안겨서 침대로 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피부는 부드럽고 매끄럽기 그지 없다.

잠이 깨어서도 그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을 느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불 속에서 그녀의 어깨와 허리와 엉덩이를 가리지 않고, 이쪽 저쪽을 만져 보고 있을 때, 그녀가 배시시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된 그녀와의 열정적인 섹스.
예리는 이십 대 초반이지만 현석은 삼십 대 말의 몸이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사람을 나눌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한 나이가 아니다.
물론, 현석도 결혼 초에는 하루에 몇 번씩 사랑을 나누었다.
심지어 어느 주말에는 하룻밤에 네 번이나 사랑을 나눈 적도 있었다.
아마, 현석이 섹스를 즐기는 편이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아내 하영이 그것을 함께 즐겼는지 아닌지 궁금했던 적도 있었고, 그리고 그녀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지만, 그녀의 ‘좋았어’ 라는 짧은 대답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번씩 사랑을 나누고 난 뒤에, 정말 기진맥진해서 하루 종일 잔 적도 있다.
하루에 몇 번 정도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팡팡 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예리와 함께 그렇게 몇 번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졸업식 때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해야지.”
“아잉 싫어, 왜애?”
현석이 가족들과 만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대답에 보인 예리의 반응이었다.
물론, 비음까지 섞인 애교가 넘치는 반응으로 그 말을 듣고서는 도저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정도였다.
“아니, 나야 좋지, 그렇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이 싫어 할거 아냐?”
“그럼, 됫어요. 그날 만나요. 졸업식에 오시라고 하면, 회사를 땡땡이 쳐야 하니까, 그건 곤란 하겠구, 그래서 저녁에 만나자는 거예요.”
참 많이도 생각해 준다.
예리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각자의 생활에 바쁘고, 아이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번 들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해도 설마 졸업식에도 오지 않으려나 싶다.
그런데, 졸업식 때가 아니고, 졸업식 마치고 저녁에 만나자고 하니 굳이 그것을 물어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니 물어봐 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관심을 나타내는 말 일수도 있지만, 지난번에 언젠가, 부모님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다면, 일부러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예리와 처음 만났던 청담동의 다이닝 바가 현석과 예리가 약속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 곳은 낮에는 굳게 잠겨 있고 저녁 여섯 시가 되어야 문을 열고는 밤새워 영업을 하고 아침에야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안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저녁 일곱 시.
졸업 선물을 고르는데도 참으로 난감했다. 물어 보기도 그렇고 할 수 없이 귀걸이를 샀다.
백화점 점원에게 물어서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물어 겨우 비취를 예쁘게 조각해서 만든 귀걸이를 준비한 것이다.
웅성웅성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예리가 다른 일행과 함께 들어온다.
이런. 일행과 같이 온다는 말은 안 했는데. 황당한 일이다.
"아저씨. 안녕."
"응. 졸업 축하해."
예리는 현석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현석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함께 온 친구들은 맞은편 의자에 앉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이곳에서 몇 번 만났지만 이렇게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친구들이 보고 있는데, 보란 듯이 입을 맞추는 것은 일부러 그런 것 같이 느껴졌다.
현석은 약간 놀랐지만, 굳이 피할 이유도 없어서 그 역시 입을 살짝 모아서 쪽 소리가 나도록 했다.
건너편을 보니, 두 사람 다 제법 세련된 옷을 입었다.
슬쩍 보기에도 꽤 값나가는 복장들이다.
흔히 하는 말로 부티가 줄줄 흐르는 복장이다.
"네. 감사해요. 얘들아. 내가 말했던 현석 아저씨야. 인사해."
그녀가 데리고 온 두 명의 친구에게 현석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박인옥이에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멋쟁이시네요. 난 정하니에요."
두 사람이 인사를 했지만, 혼자 사는 몸이라 세탁소에 와이셔츠를 세탁 맡겨서 항상 희고 깨끗한,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를 입고 다닌다는 것을 포함해서, 평범한 직장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뭐가 멋쟁이 인지는 모르겠다.
하영이 작별의 편지를 남기고 집을 나간 이후로 직접 빨래하고 다리미질을 하기가 성가셔서 와이셔츠까지 세탁소에 맡기다 보니 세탁소와 단골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오기는 하지만 너 댓 장의 와이셔츠를 세탁을 해서 잘 다려서 가져다 준다.
"네. 반갑습니다. 김현석입니다."
예쁘기는 박인옥이 예리에게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예뻐 보인다.
정하니는 박인옥과는 조금은 다른, 그러나 좀 더 귀여운 모습이다.
"아영이가 꼭 보고 싶어 했는데..."
박인옥의 말이다.
"...?"
웬? 무엇을? 누구를 보고 싶어? 왜 봐야 하는데?
현석이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조금은 황당했다.
"아. 제 친구 홍아영이란 아이가 있는데 아저씨 꼭 보고 싶어 했거든요."
예리의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제가 아저씨 자랑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이제 자랑 안 해야겠어.”
무슨 소린가 싶다.
"아저씨. 악수도 안 청하세요? 악수는 남자가 청하는 거라는데."
정하니라고 소개를 했던 여자가, 남의 이야기를 전하듯 하면서 현석을 나무라는 투다.
"아. 실례. 너무 미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요.."
그 말을 듣고 악수를 청하지 않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다. 할 수 없이 그 말을 한 정하니부터 악수를 청했다.
가녀린 여자의 손이 현석의 손에 차갑게 잡혔다.
방금 밖에서 들어온 탓인지 겨울바람에 찬 손이 현석의 손안에 들어 왔다. 두 사람 다 악수를 하고서 자리에 앉았다.
"혹시 서양식으로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니죠?"
현석이 박인옥을 보고,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음. 다음에 만나면 요. 아저씨 같으면 용서해 드리죠. 예리의 친구이시니까."
내가 예리의 친구라고?

그래 요놈들아.
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놈들이 친구라니.
하긴 그 편이 훨씬 편하기는 할 것이다.
"자 그럼 이렇게 미인들을 모시고 한 마리 나비가 되었는데, 예리 포함해서 세분 다 졸업 축하 합니다.”
“고맙습니다. 축하할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의미 있는 듯한 정하니의 반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같은 날 술 한잔 해야겠죠?"
장내정리도 안 끝났는데 박인옥이 술 이야기부터 한다.
"응, 당연히 그래야지."
예리의 대답이다.
얘는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때, 만취해서 업고 갔었는데, 혹시 오늘 또 그러려나?
물론 그때 만취한 덕분에 예리와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소주에 삼겹살도 하나요?"
현석이 장난처럼 물었다.
"네? 여기는 그런 거는 없는데요. 캬. 아저씨는 내 과네요. 얘 예리야. 나도 아저씨 친구해도 되?"
박인옥이란 여자가 조금은 너스레를 떤다.
그럼 박인옥은 이런 분위기 보다는 삼겹살에 소주가 취향이라는 소리이다.
"얘는. 않되."
"디게 아끼네. 같이 좀 친구하자. 그래도 되죠? 아저씨?"
예리의 안 된다는 대답에 한술 더 뜨며 박인옥이 현석을 쳐다본다.
같이 친구 좀 하자니.
그럼 예리처럼 간혹 한 번씩 같이 자기도 하고 섹스도 하잔 말이야?
비린내가 나지만, 그래도 성인이니, 아무리 내가 바람기가 없다 해도, 그런 친구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바람기가 없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런 친구 말하는 거야?
속으로는 그런 질문을 해 댔다. 참 우스운 질문이지만.
그런데, 이러다가 바람둥이 되는 거 아닌가?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그리고 아무리 혼자 된 몸이라고 해도, 친구들을 두루 섭렵해?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그럴만한 능력도 안되면서 무슨.
"않되. 내가 찜 했단 말이야."
찜?
요것들이.
어른을 찜 하다니. 내가 물건이야?
"크. 찜이라니. 갑자기 예리의 작은 장난감이 되어버렸네."
"앗, 아저씨. 실수. 취소해요 취소. 요놈의 입이 왜 이래."
현석의 장난감이란 말에 예리가 한 손은 손사래를 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입을 때리듯 하며 진화를 하느라 바쁘다.
현석의 나이가 벌써 이런 애들이 애들로 보이고 한편으로 귀엽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가 된 걸까.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아니 성격들이 그러한지는 몰라도 이 정도면 최소한 말로는 가리는 것도 없고 거침이 없다.

주문을 받으러 왔던 종업원이니 그 소란스러운 상황을 보더니 그냥 가 버린다.
"얘는 안되겠어. 아저씨. 아저씨가 대답해 보세요. 우리 친구해도 되죠?"
박인옥이 재차 현석을 쳐다보고 물어 본다. 그녀의 얼굴에는 장난 끼가 가득하다.
"음. 예리가 승낙해야 하는데요."
현석은 예리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음, 아저씨는 역시 멋쟁이, 쪽.”
예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맞추었다.
"아저씨는.. 예리한테 꽉 잡혔나 봐요."
박인옥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예리한테 승낙 안 받고 친구해도 좋다고 했다가는 나중에 예리한테 좀 혼날 것 같아서요. 하하. 예리야 그렇지?”
현석이 예리를 보고 물었다.
"그럼요, 그리고 얘네들 하고 친구하면 안 되요. 얘네들 욕심이 많아서 아저씨를 채 간단 말이에요."
예리는 팔짱을 끼면서 현석에게 더 바짝 다가 앉았다.
"응? 내가 병아리 인가? 인옥씨가 독수리라도 되어서 채 가게?"
"흥. 괜히 데려 왔어."
예리는 삐진 표정으로 역시 장난스레 말을 받았다.
"얘. 안 해. 안 해. 친구 좀 하자는데 닳기라도 하니?"
박인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래. 닳는다. 아저씨 닳죠?"
예리는 박인옥을 쳐다 보다가 현석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었던 자세를 풀고는 현석의 허리를 안으면서 더 착 달라 붙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예리가 삐치면 안되니까. 오늘만 친구해요. 우리. 예리야 그건 괜찮지?"
현석은 박인옥과 정하니에게 말하면서 예리에게 동의를 구했다.
참 이게 뭔 모양이람. 여자들이란 이런가? 아직 애들이라서 그런가?
"응. 아저씨가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그러지 뭐."
예리의 마지 못하는 대답이다.
"차암. 그러려면 우리보고 왜 여기 같이 오자구 했니?"
여태 별 말이 없었던 정하니가 끼어 들었다. 여태까지 예리와 박인옥과 현석의 대화를 들으면서 생글생글 웃고만 있던 그녀였다.
"그래 맞어. 치사하다 치사해."
"자. 자. 웨이터를 부를까요? 여러 분?"
일단 이 상황을 종결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웨이터를 부르자고 현석이 제안했다.
"잠깐만요. 친구하기로 했으면 말 놔야 되는 거 아닌가?"
이번에도 정하니다.

참. 얘는 진짜 웃긴다.
그렇다고 저 보다 열 몇 살 이상이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 말 놓자고?
"어? 그래야 되나?"
현석이 약간은 황당하게 대답을 했다.
"얘는. 나하고 친구인데 난 존대하는데?"
예리의 대답이다.
"그럼. 아저씨는 말 놓고 우린 존대 말 해요. 예리처럼."
"하하하. 알아서 하세요."
정하니의 다른 제안에 현석이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하세요 라고 하지 말고 알아서 해라. 그러세요. 이젠 친구인데."
"음 그럴까? 좀 어색하긴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그럼 예리 같은 친구가 되는 거네?"
정하니가 대화에 끼어 드니까 그녀가 거의 틈을 안주고 말을 받으며 정리를 해 나갔다.
예리하고 같은 친구라.
참 좋다고 해야 하나 신난다고 해야 하나.
니들이 예리와 내 사이를 아니?
모르면서.

아니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애들의 반응으로 봐서 현석과 예리가 어떤 사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 같다.
"예리를 만난 그날 빼고는 오늘이 생애에서 가장 신나는 날이네. 갑자기 이렇게 아름다운 친구가 두 명이 한꺼번에 생기다니."
"저두 좋아요. 이렇게 나이 많은 친구는 처음이지만. 호호호. 예리야 고맙다. 네 덕분에 이런 멋쟁이 아저씨 친구가 생겨서."
"그래. 나두야 고맙다."
박인옥과 정하니가 약을 올리듯 예리에게 말하며 장난을 친다.
현석도 아직 충분히 젊지만 젊음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이들의 지금 이 나이란 것이 책임도 의무도 별로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면 되는 나이이다.
비록 현석이 하영과의 결별로 인해, 이제는 나 홀로가 되어버린 상황.
그래서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없어져 버렸지만, 그것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을 경험한 입장으로서는 한 없이 좋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 뭐예요?"
그때, 박인옥이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포장을 보고 하는 말이다.
예리에게 졸업 선물로 주려고 산 귀걸이 이다. 여태까지 말 장난 하고 떠드느라고 못 보다가 이제야 그것을 본 것이다.
"그런데 어떡하나. 예리만 올 줄 알고 졸업선물을 한 개만 준비했는데."
"예리는 좋겠네. 뭔 지 풀어 봐요 아저씨."
현석의 말에 정하니가 질투석인 표정으로 말하며 선물 포장을 자기 앞으로 끌고 갔다.
"응. 예리가 풀면 안될까?"
"아녀요. 우린 선물도 못 받았는데 풀기라도 해 봐 야죠."
현석이 예리가 풀라는 말에 정하니가 제가 풀겠단다.
"안돼. 우리 아저씨가 주는 선물인데 왜 니가 푸니. 내가 풀어야지."
예리가 그렇게 말하며 그것을 얼른 낚아 채어 갔다.
"얘는. 오늘은 같이 친구하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우리 아저씨가 되기도 해."
정하니도 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상황이라는 것이 처음 보는 남자를 놓고 자기네들끼리 일종의 쟁탈전이 벌어진 양상이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놈들은 애인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식에 꼭 애인이랑 저녁을 보내야 하는 이유야 없겠지만 졸업식에 애인이랑 놀지 않고 예리를 따라온 것을 보면 애인이 없는 건가.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 연출 되고 있었다.
"아저씨."
박인옥이다.
"응. 왜?"
"우린 선물 안 줄 거예요?"
이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진짜 선물을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만, 장난으로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니들에게 선물을 왜 사주니?
"준비를 한 개 밖에 안 했는데... 어떡하지?"
현석이 그렇게 말하며 머리만 긁고 있었다. 속으로야 생각이 뻔 해도, 선물을 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안 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조금은 난감하다.
"호호호. 조크에요."
박인옥은 현석을 놀려 먹으려고 하는 말이다.
속으로는 이미 그런 반응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으니, 이상할건 없지만, 그래 임마, 그렇게 할 걸 알고 있었어 라고 한다면 재미 없는 일일 것이다.
“아우, 깜짝 놀랐네.”
현석은 정말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여자들과는 말싸움에 이길 방법이 없다고 누가 말 했었던가. 얘들이 말 싸움 하는 것도 아닌데 세 명에게 둘러 쌓여 있으니 정신이 없다.
"자 그럼. 우리 아저씨로부터 예리에게 졸업선물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정하니가 때맞추어 장내를 정리하여 주었다.
"내가 풀어?"
"네."
"네. 풀어서 전달하세요."
박인옥과 정하니가 한꺼번에 말을 한다.
"아냐. 내가 풀 거야."
이예리가 제가 풀겠다고 한다.
"기집애는."
이예리가 포장의 끈을 풀고는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어 내었다. 그리고 반쯤 뜯어져 나간 포장지 사이로 상자를 밀어내었다.
예리가 현석을 힐끗 쳐다보고는 상자를 열었다.
그 상자 속에는 자그마한 동그란 비취색 귀걸이 한 쌍이 나란히 누워 있고 귀에 피어싱되는 위치에는 큐빅이 불빛에 반사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머. 예쁘다."
"그래 예쁘다. 와. 부럽다."
두 여자가 동시에 그것을 한 짝씩 꺼내 들며 하는 말이다.
"와. 안목치수가 얼마나 되세요? 정말 예쁘네요."
하긴 심혈을 기울여 고른 것이다. 쇼핑을 극히 싫어하는 현석이지만 이것을 사기 위해, 이것을 파는 가게를 몇 집을 돌았었다.
"예리야 해 봐. 그거 빼고. 아냐. 아저씨가 해 주세요."
정하니가 법석을 떤다.
예리가 현석을 쳐다보고 윙크를 한다.

이럴 때, 이예리는 참으로 예쁘다.
현석은 두 사람에게서 받아 든 귀걸이를 예리의 귀에 매달아 주었다. 귀걸이를 하고 있는지라 그것을 빼 내고 이미 구멍이 나 있는 귓밥에 귀걸이를 끼웠다.
그녀의 얼굴에도 잘 어울린다.
"예뻐요?"
예리가 고개를 돌리며 하는 말이다. 그녀의 고개 짓에 큐빅이 반짝이며 빛을 발한다.
"부럽다 얘."
"아 참. 아저씨."
부럽다고 하던 정하니가 현석을 부른다.
"응."
"친구 되었으니 명함이라도 주세요. 그래야 담에 또 친구하자고 전화 하죠."
"그럴까?"
반문처럼 하면서 명함 두 장을 꺼내어 두 사람에게 건네 주었다.
"직책이 높으시네요. 보이는 나이에 비해."
박인옥이 명함을 쳐다 보다가 던진 말이다.
뭘 임마.
그건 높은 직책이 아니라 내 나이에는 대부분 그 정도 직책은 되는거야.
"...."
"담에도 연락해도 되죠?"
"그럼. 예리 친구들인데."
그녀들이 핸드백을 찾아 명함을 넣는다.

현석도 예리도 함께 따라온 친구들도 취했다.
꼬냑을 시켜 한 병을 다 비우고 시킨, 다음 병도 거의 다 비워져 갈 때는 네 사람 모두 다 많이 취한 상태이다. 이미 세 여자는 혀가 꼬여져 발음이 안 나왔다.
"아저씨."
예리가 귀에다가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응?"
"우리 가게에 가요. 나아..... 오늘 아저씨와 있고 싶어."
"그래. 가자"
"혹시, 자고 가도 되요?"
"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자고 가지 뭐."
"아. 좋아."
내일이 마침 휴무인 토요일이다. 그러니 편하게 머물러도 된다.
윤가희가 떠나고 난 뒤에 예리와 종종 만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윤가희와 있을 때처럼 자주 섹스를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언제나, 늘 약간의 갈증이 있다.
그렇지만, 간혹 이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 아이와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관계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되는 사이인데, 그리고 이제 겨우 3개월 되기는 했지만, 얘와 헤어지면, 달리 갈증을 해소할 방법이 없고, 그리고 헤어짐이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우리 그만 만나자 라고 하는 것도 조금은 우습다.
그래서 현석도 종종 갈등에 쌓인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이렇게 만나면 안 되는 거야’라고 하고 헤어져야 할 지도 모른다.
첫 정을 현석에게 주어서 그런 것인가?
첫 정이란 생각보다 깊은 것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괜찮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예리가 밤을 함께 있어주기를 원하는 것이니 얼마나 반가운 것인가.
친구들 보내 버리고 우리는 따로 가자는 이야기를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들고 싶기도 했는데, 예리가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에 이예리와 꽤 자주 밤을 함께 보냈다.
함께 한 몇 번의 밤이 이제 서로간에 부담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이 없다.
하긴 그녀는 첫 섹스에서도 전혀 그런 것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녀와 의견이 합치 되었으니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제는 얘들이 더 취하기 전에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온전하게 돌아갈 수 있지 그렇지 않았다가는 얘들한테 끌려 다닐 것 같았다. 이 정도 상태도 무척이나 많이 취한 상태이다.
예리는 조금 마신 건지 그리 많이 취하지 않았다.
"자. 모두 오늘 졸업 축하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고, 이제 그만들 마시고 일어서자."
현석이 가자고 제의했다.
"네. 가요 아저씨."
예리가 맞장구를 치자 다른 여자들이 함께 일어선다.
역시 술값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지불되어 있다.
센스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사실 이 술값을 현석이 낸다면 허리가 휘청거렸을 것이다.
메뉴에서 본 술값이 장난 아니게 비싸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고급만 시켜 먹었었다.
"예리야. 아까 네 방에 나 선물 받은 거 두고 왔어."
정하니가 술 취한 목소리로 그 곳을 가야겠다고 한다. 뭐 부담될 거 없다. 물건만 가지고 갈 테니까.

박인옥은 집으로 가야겠다며 택시를 타고 갔고, 세 사람 역시 택시로 피에르체로 이동하여 뒷문을 통해 이예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정하니는 이 문으로 드나든 경험이 있는 듯, 택시에서 내리자 흐느적거리며 앞서갔다.
예리의 전용 디자인 실로 들어가서 불을 켜자 말자 정하니와 이예리가 동시에 소파에 주저 앉았다.
두 개나 있는 삼인 용 소파에 정하니가 앉고, 일인용 소파에 이예리가 앉았다.
현석도 팔에 걸고 있던 외투를 디자인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얹었다.
"아저씨. 아저씨."
정하니의 혀 꼬부라진 소리다.
"응?"
"예리 어디서 만났어요?"
"음. 그건 비밀."
예리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침실로 들어갔다.
그 곳은 예리와 뜨거운 밤을 몇 번이나 함께 보낸 바로 그 방이다.
오늘 역시 기대 된다.
이제 정하니 만 가고 나면 두 사람은 이방에서 함께 보내기를 이미 약속하고 온 상태이다.
"피. 메롱이다."
정하니가 토라진 표정을 하며 혀를 쏙 내민다. 예리에 비해 예쁘지는 않지만 귀여운 용모인 그녀가 이럴 때는 더 귀여워 보인다.

"아저씨. 잠깐만요."
침실에서 이예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현석은 침실로 들어갔다.
"응. 왜?"
이예리는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려있고, 현석이 이곳에 왔을 때 종종 보아서 즐겨 입는 옷으로 생각되는 흰색 니트블라우스 상태였고, 침실로 들어서는 현석을 보더니 현석에게 안겨 왔다.
술 한잔을 한데다가 아까 다이닝 바에서 오늘 밤을 함께 보내자고 약속하였으니 은근한 기대로 인해 현석도 아까부터 육봉이 불룩 솟아올라 있던 차이다.
그런데 아마 이예리도 그랬나 보다.
그녀는 안겨 오면서 입을 맞추었다.
침실 문이 그대로 열려 있는 상태라 정하니가 눈치를 챌 터인데 겁도 없이 키스를 해 오다니.
현석은 그녀의 입술을 받고는 연이어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혀를 마중 나갔다.
부드러운 혀가 현석의 입안으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녀의 숨결에 따라 약간의 술 냄새가 느껴진다.
그건 아마 현석이 숨을 내쉴 때 예리도 같이 느낄 것이다.
현석은 예리의 가슴을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마주한 상태에서 쪽 소리가 제법 크게 났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현석이 그녀를 먼저 밀어내었다.
아무래도 밖에 있는 정하니가 의식이 된다.
디자인실과 침실을 가르는 나무 문을 닫지도 않은 상태이니 더욱 더 신경이 쓰인다.
그녀는 현석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붙이고 현석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다. 그것은 오늘 밤의 기대를 눈빛으로 실어 보내는 것이리라.
"정하니 보내야지."
현석이 그녀에게 낮게 속삭였다.
"응."
두 사람은 디자인실로 나왔다.
그런데. 키스를 나눈 그 짧은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정하니가 소파에 길게 쓰러져 자고 있다. 옷은 외투까지 입은 그대로.
"하니 자는데."
"큰일이네. 얘는 한 번 잠들면 좀처럼 안 일어나는데."
예리의 말이다.
"그래도 깨워서 보내야지. 그지?"
현석이 한쪽 눈을 찡긋 해 보였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니야. 하니야."
예리가 정하니를 부르며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정하니는 어깨를 흔드는 예리의 손을 밀쳐 낸다. 그리고는 몸을 뒤척이더니 눈도 뜨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자고 있었다.
"...."
"얘가 이래요. 아저씨."
"그러게."
"얘가 정말...."
예리는 그녀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가 흔들었다.
"흠. 깨우지 말고 소파에서 자게 해. 어차피 술도 많이 먹었으니 할 수 없지."
"...."
예리는 토라진 표정으로 정하니를 보고 눈을 흘기더니 팔짱을 끼고 몸을 한두 번 좌우로 흔들었다.
왜 안가고 여기서 자느냐는 몸짓이다.
현석은 소파아래로 내려져 있는 정하니의 한쪽 발을 소파위로 끌어 올리면서 구두 두 짝을 모두 벗겨 내었다.
"예리야 뭐 덮을 것 없니? 그냥 자면 감기 걸릴 텐데 아무리 코트를 입고 있어도."
"없어요... 나쁜 기집애."
오늘의 중요한 일을 방해놓은 아니 놓으려 하는 친구가 밉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침실에 있는 한쪽 옷장을 열고 그곳에서 베개와 이불을 꺼냈다.
그리고 정하니의 몸에 덮어 주었다.
현석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난 갈께. 예리야."
"아저씨 약속. 아까..."
"그래 약속 했지. 그런데 쟤가 있으니 어떡하니. 할 수 없지."

현석도 안타깝다.
그냥 가기에는 정말 너무 허전하고 섭섭한 일이다.
예리의 침실과 디자인 실은 시멘트로 된 벽이 아니라 나무로 된 벽이다.
그래서 디자인 실의 말소리가 침실에서 들릴 것이고, 침실의 말소리 역시 디자인 실에 들릴 것이다.
그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예리의 친구가 자고 있는데, 두 사람이 벌이는 육체의 향연에 친구가 혹시 잠이라도 깨면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예리는 섹스 때에 발하는 희열에 넘쳐 고조된 신음성은 현석을 더욱 흥분시키기는 하지만 유난히 크게 내 지르는 것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쟤는 안 일어나요. 엠티 갔을 때도 한 번 잠들면 안 일어나는 통에 애를 먹었었는데."
"그래도....."
"아저씨...."
"...."
"나 오늘 같은 날 꼭 아저씨랑 있고 싶단 말이야."
그녀가 낮게 속삭였다.
"정말 안 일어나?"
"응. 절대 안 일어나."
"그래. 그 대신 정하니 일어나기 전에 난 갈 거야. 알았지?"
"응."
그 대답에 마음이 바뀌었다.

현석이 승낙을 하자 그녀가 현석의 품에 안겨 왔다.
현석은 예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녀의 한 손이 현석의 바지 앞쪽을 더듬고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현석과의 섹스가 첫 경험인 이예리가 아니었던가?
그때 보았던 혈흔 자국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영상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런 부끄러움이나, 멈칫거림도 없다.
하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에 몇 번, 이방에서 열정적인 밤을 보냈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쯤 전, 눈 내리는 그 휴일에는 낮부터 밤까지 여기서 열정적으로 사랑을 불 태웠었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현석이 첫 남자이니, 적어도 섹스에 관한 한 그녀는 현석이 가르치는 대로 모든 것을 배울 것이다.
현석은 자신과 예리가 얼마나 이러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그 사이에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밤이면, 현석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섹스의 방법을 다 가르쳤다.
아무래도 현석이 결혼 생활도 했었고, 몇 사람과 사귀어 보기도 했었고, 섹스 동영상을 보아도 더 많이 보았을 것이다.
물론 바람둥이는 아니어서 사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도, 현석은 사귀는 사람과의 섹스에서 정말 성심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해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와 함께 절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그리고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닌 진정 섹스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왔다.
그것은 예리와의 만남에서도 동일하다.

지금 예리의 침실 밖의 바로 앞, 디자인실의 소파에서 정하니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참 묘한 상황이지만, 현석도 솟아오른 욕구는 팽팽하게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현석의 하복부는 팽창해 있은 지 이미 오래 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그대로 인 것 같다.
아까, 다이닝 바에서부터 이미 기대를 하고 온 상태이어서 그런가 싶다.
사실상 윤가희가 떠나고, 사귀는 사람은 이제 이예리이다 보니, 이 아이를 만나면 항상 그 생각이 난다.
그런데 정하니가 저러고 자고 있으니, 사실상 말은 가겠다고 했지만 가기는 싫었다.
정하니가 저기서 잠들어버린 것이 정말 미웠었다.
그런데, 예리가 그래도 있어주어야 한다고 해서 정말 기뻣다.

현석은 침실 문을 닫고는 큰 불을 끄고, 미등을 켰다.
그리고 예리를 두 팔로 안아 올려 한 바퀴 빙그르르 돌렸다.
예리가 입을 맞추어 왔다.
아. 밖에 불을 꺼야 하는데
"밖에 불 끄고 올 께."
"응."
현석은 디자인 실로 나갔다.
그리고 디자인실의 입구 쪽에 있는 전등의 스위치를 껏다.
칠흑 같은 어두움이 방으로 밀려 들어온다.
아니 환한 빛이 순식간에 디자인 실을 빠져 나갔다.
침실의 문이 열려 있기에 그 낮은 조명이 디자인 실을 보일 듯 말 듯 밝히고 있을 뿐이다.

잠시의 시간.
어두움에 눈이 익자 예리의 침실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온 불빛에 보일 듯 말듯 디자인실의 전경이 눈에 다시 들어왔다.
현석은 상의를 벗어서 소파에 걸쳐 놓고는 넥타이를 당겨 빼서 상의에 함께 걸쳤다.
그리고 예리의 방으로 들어서서는 행여, 누군가가 열면 안도리 것처럼 문을 꼭 닫았다.
예리는 현석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고 있었다.
현석은 침대에 걸터 앉은 그녀의 앞에 바닥에 무릎으로 앉으며 허벅지에 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검지를 반쯤 구부린 다음 천천히 위로 밀어 올라갔다.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새액새액 하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같다는 느낌보다 사실이 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발끝으로 현석의 허벅지를 간지럽힌다.
짧은 치마아래로 손을 천천히 밀어 올리자 허벅지의 끝과 아랫배가 만나는 지점에 닿는다.
예리가 현석의 와이셔츠의 단추를 끌러 가다가 손이 닿지 않자 옷자락을 끌어 내었다. 현석은 일어서서 와이셔츠 단추를 마저 풀어서 벗어서 아무렇게나 던지고 바지를 벗어서는 그 위치에 함께 던졌다.
술 냄새가 날 텐데.
하긴 아까 키스 할 때도 술 냄새가 났다.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그 냄새는 사라져 버린다.
현석이 예리의 니트 블라우스를 당겨 올리자 그녀는 팔을 뻗어 쉽게 벗겨지도록 해 주었다. 블라우스가 없어진 예리의 젖가슴을 가린 흰색 브래지어가 아주 작은 조각으로 걸려 있다.
현석은 브래지어 위로 손가락 끝을 가져다 대고 콕 찔러 보았다.
"아..."
"아파?"
"아니. 그냥."
"후후."
현석이 그녀를 일으켜 세워서는 치마의 호크를 풀고 아래로 떨어트렸다.
입 냄새라도 없애려면 양치를 하고 싶었다.
혹시 물 소리에 정하니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에이 급한데 참지 뭐.
사실 다이닝 바에서 시작된 섹스에 대한 예고로 인하여, 현석은 조금 흥분 된 상태이다.
아마도 예리도 그런 듯 하다.
그녀가 현석의 런닝 셔츠를 그의 목 위로 빼 내었다. 그리고 팬티에 손이 갔다 가는 팬티 밖에서 그의 육봉을 슬슬 쓰다듬었다.
여자가 섹스를 알기 시작하면 이렇게 변하는 모양이다.
처음. 작년 크리스마스 때 그녀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였다.
비록 두려워하지는 않았어도 모든 것이 서툴렀던 기억인데 현석과 몇 번의 경험이 예리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 같다.
"벗겨 줘."
현석이 옷을 벗겨 달라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입술을 그녀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 역시 현석의 얼굴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 눈을 감고 마중 나온다.
현석이 그녀의 두 볼을 손으로 감싸고 입술을 붙이자 그녀의 몸은 현석의 몸에 힘껏 달라붙으며 동시에 혀가 건너온다.
첫 키스의 그 서툴렀던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이제 그녀는 어떻게 하면 가장 기분이 좋은지, 어떻게 하면 가장 황홀해 지는지를 아는 것 같다.

그녀를 안고는 그대로 침대에 벌렁 누웠다.
입술과 입술은 틈이 없이 밀착되어 있고 혀는 그의 입안에서 요동 쳤다.
처음 입술을 마주칠 때 풍겨 왔던 술 냄새가 많이 희박해 진 것 같다.
현석이 위치를 바꾸어 그녀의 몸을 위로 올라오게 만들었다.
"으음."
입술 밖으로 자그맣게 신음이 새어 나온다.
현석이 그녀의 등 쪽으로 손을 올려 브래지어 호크를 풀고는 그녀의 몸에서 그것을 걷어 내었다.
예리는 팔을 빼는 동작 외에는 계속해서 현석의 입안에서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봉긋한 젓 가슴이 맨 살의 촉감으로 전해진다.
샤워를 하지 않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땀도 흐르지 않았으니, 맨 살은 매끈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맨 살의 촉감은 정말 기가 막힌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이다.

육봉이 아파 온다.
육봉에 힘이 들어 간지 시간이 좀 오래 되었나 보다.
아까 이방에 들어설 때부터 부풀어 올라 힘을 받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 이제 아픈 느낌이다.
지난번 휴일에 그녀는 현석이 가르치지도 않았고, 요구 하지도 않았는데, 육봉을 애무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었다.
현석이 그녀의 꽃잎을 입술로 애무하는 것을 이미 여러 번 해 주었었다.
그래서 가르쳐 주지도 않았음에도 그렇게 현석을 기분 좋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는 알 주머니를 입 안에 넣지는 않았었다.
그러기 전에 현석이 그녀를 끌어올려서 키스를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볼에 손을 대고 입술을 떼어 내었다.
현석은 누운 채로 윗도리와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그녀가 항상 입기를 좋아하는 그 작은 팬티를 끌어내리자 그녀 스스로 벗어 버렸다.
"예리야."
"하아.... 응."
그녀는 낮에 일상에서 만나면 존대를 하지만, 섹스를 할 때면 꼭 말을 편하게 한다.
현석이 그녀의 팔을 잡고 자신의 하복부로 인도했다.
"만져 봐."
"여기. 뜨거워."
예리가 손으로 현석의 육봉을 가볍게 잡았다.
"응. 그 아래로 옮겨 봐."
"여기...는 부드럽네."
"응. 거기. 키스해 줄래?"
"응?. 여기?"
"응. 아래위로."
"...할..까?"
망설임 반 호기심 반, 질문도 대답도 아닌 말이 들려 왔다.
현석은 가만히 있었다.

얼마간의 뜸한 시간.
그녀의 입술이 육봉의 끝에 닿는 느낌이다. 그리고 입술 사이로 혀 끝이 나와서는 마치 처음 보는 음식을 맛보듯 슬슬 문질렀다.
입에서 나온 침이 묻어 미끄러운 느낌이 전해진다.
그녀가 끝의 봉우리만 입안으로 빨아당겼다.
현석은 그녀의 발을 잡아 당겼다.
그녀는 현석의 육봉을 입안에 반쯤 넣은 채로 혀로 마사지를 하면서 현석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현석은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현석의 얼굴에 걸터 앉은 형태가 되도록 유도 했다.
완전하게 걸터 앉은 자세가 되면, 그것이 완전한 육구 자세일 것이다.
육구 자세도 여자가 아래로 가는 자세는 매우 힘 든다.
그것을 잘 알기에 육구 자세를 취하고 싶을 현석은 항상 먼저 누워서 그 자세를 유도해 낸다.
현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돌리다가 잠시 멈칫 했지만, 현석의 의도를 읽은 듯 그녀가 한쪽 무릎을 들어서 현석의 얼굴을 사이에 두고 두 다리로 걸터 앉았다.
이렇게 자세를 제대로 갖춘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런데 아무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베개를 찾아 머리 아래로 끌어 당겼다.
그녀의 꽃잎이 코끝에 닿았다.
현석이 조금 움직이자 입술이 꽃잎에 닿았다.
현석은 입술로 꽃잎을 빨아들이듯 하면서 혀끝을 꽃잎 속으로 가져갔다.
예리의 몸이 잠깐 경직되는 듯 흔들렸다. 그 순간 그녀가 현석의 육봉을 살짝 깨물었다.
"아....아야."
그녀의 입술이 잠깐 현석의 육봉을 놓았다.
"하아... 몸이 찌르르 해서...”
“..”
그녀가 살짝 깨 물은 탓에 육봉에 조금 아름이 있었지만, 그 아픔은 금방 사라졌다.
“아파?"
그녀가 조금 미안해 하는 음성으로 물었다.
"아니 조금. 그냥 좀 놀랬어."
그 대답을 들은 그녀의 입술은 다시 육봉의 끝을 감싸고 들어 왔다.
그리고 천천히 입 안으로 깊숙이 빨아 들인다.
현석의 육봉에 따뜻하고 매끄러운 느낌이 감싸고 든다. 그리고 찌르르한 전율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그리고 입 안에서 그녀의 혀 놀림이 부지런 해 졌다.
"예리야..."
"...."
당연히 그녀는 대답을 못할 것이다. 지금 그녀의 입 속에는 현석의 남자, 육봉이 부풀어 오를 대로 부푼 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아래...."
그녀가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그것을 계속하고 있었다.
현석은 입술을 움직여 그녀의 꽃잎에 가져다 대었다.
예리의 움직임이 다시 멈칫한다. 하긴 그녀는 그녀의 꽃잎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것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
몇 번 그녀의 꽃잎을 입술로 애무해 주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매우 빠르게 절정에 도달했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러지 안았던가?

그러나 육구 자세로는 그 아래의 알 주머니를 입에 넣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보다 가까운 곳에 육봉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알 주머니는 아래로 쳐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석은 하복부를 일으켜 주었다.
어깨와 허리만 침대에 닿아있는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자 그녀가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녀의 꽃잎은 더욱 현석의 입으로 밀착 되었다.
그녀가 너무 눌러서 이빨이 그녀의 꽃잎에 부딪칠 것 같다.
예리도 이빨이 부딪힘을 느꼈는지 몸을 조절하여 현석의 입술 위에 살짝 닿도록 하복부를 들었다.
그러자 현석도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그녀는 한 손으로 육봉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알 주머니를 이리 저리 당기더니, 입술을 가져다 대고는 좌 우로 조금 흔들어 보더니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그곳은 힘을 주거나 누르면 안 된다는 말을 해 주지 않은 것 같다.
말해주지 않아도 알까?
아니야, 아마 모를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주머니를 통해서 번져오는 매끄러움과 촉촉함과 뜨거움은 쾌감과 함께 현석의 온 몸을 짜르르 울리며 전해온다.
현석은 혀끝으로 그녀의 꽃잎 위쪽으로부터 아래쪽까지 일직선으로 끌었다.
“으읍.”
그녀의 목소리다.
지금 입 안에는 현석의 알 주머니가 들어 있다.
알이 약간 눌리는 듯 했지만, 이내 힘이 빠지면서 혀가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
이 기분은 정말 특이하다.
형언 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머리 꼭지로 구멍이 뚫리는 듯한 쾌감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주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부드럽고, 말랑 말랑하고, 그리고 따뜻한 느낌.
“아하앙…”
현석이 그녀의 꽃잎을 입술 사이로 빨아들이며, 혀를 깊이 넣어가자 그녀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알 주머니를 밀어내고는 교성을 질렀다.
현석은 그 상태에서 더욱 빠르게 혀를 놀렸다.
부드러운 꽃잎과 그 꽃잎 속의 동굴 입구가 부드럽게 혀끝에 닿는다.
혀는 왜 이리 짧은 거야?
혀가 동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정말 혀가 더 깊숙이 들어가면, 기분이 더 좋아질까?
남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그 기분은 오직 여자만이 알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한번쯤은 물어 봐야지 하면서 여태까지 단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다.
분명 기분이 좋을 거야 라고 생각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혀는 일정 깊이 이상을 들어가지 않는다.

“아하…”
그녀가 짧은 신음을 내 뱉으며, 견딜 수 없다는 듯 하복부를 잠깐 끌어 올렸다.
그녀의 젖가슴이 현석의 무릎에 가까운 허벅지에서 뭉클하게 느껴진다.
그리고는 그녀의 젖가슴이 더욱 밀착하는 느낌이 들면서 그녀가 하복부를 현석의 입으로 바짝 눌러왔다.
“하으응..”
쾌감에 몸이 떠는듯한 목소리다.
그리고는 그녀가 현석의 육봉을 입 안으로 쭈욱 빨아들였다.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간 현석의 육봉은 마치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나 힘이 들어가서 팽팽해져 있을 것 임을 보지 않아도 안다.
그것은 지금 그곳이 힘이 넘쳐서 약간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현석은 그녀의 누르는 힘과 무게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을 움직이지도 혀를 움직이지도 못했다.
현석이 비록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고 손가락은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지만, 크게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라 그대로 눌려져 있다.
그래서 입으로 약간 바람을 불어 넣었다.
바람은 입술과 그녀의 꽃잎 사이로 일부가 빠져 나가면서 바람소리를 냈다.
“하아아앙.”
잠시 참았던 깊은 숨을 내 쉬듯 하며,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면서 그녀가 엉덩이를 조금 들어서 공간을 만들어 준다.
현석은 다시 혀를 아래위로 빠르게 움직이며 그녀의 꽃잎을 애무했다.
그녀의 꽃잎의 앞부분을 지키는 작은 돌기에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고개를 움직여 가며, 그리고 혀에 힘을 주어서 아래위로 움직였다.
“하아..”
“아흐으응.”
그녀는 연속적으로 교성을 토해냈다.
그러다가 항문이 있는 곳의 오목한 곳에 혀끝을 세우고 좌우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하악.. 거.. 거긴..”
“…”
현석은 그 자리에 상하로 좌우로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했다.
“거,, 거긴, 더러운 데.”
“…”
그녀가 그렇게 말 하거나 말거나 현석은 그 자리에 혀끝으로 애무를 계속했다.
아마 또 다른 쾌감일 것이다.
어차피 혀끝은 그곳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꽃잎과는 달리, 그곳을 지키는 힘은 대단히 커서 혀끝 정도로는 결코 뚫고 들어갈 수 없으리라.

물론 현석은 애널 섹스를 해 본 적이 없다.
크게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별로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마사지 실에서 그곳을 혀로 애무를 받아본 적이 있다.
그것은 전혀 색다른 쾌감이었었다.
적어도 현석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다만 그때는 미리 잘 씻고 마사지를 받았지만, 오늘 현석이 예리에게 그곳을 애무해 주고 있지만, 샤워를 생략하고, 바로 이 격정 속으로 들어왔기에 깨끗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리가 자신의 침실에 딸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면, 분명 깨끗 할 것이다.
예리의 욕실에는 현석이 여태 몇 곳에서 보지 못한 비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덜 깨끗하면 어떠랴.
지금 그녀도 현석의 육봉을 입안에 넣고 이리 저리 빨고 애무하고 있지 않은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하리라.

“하아앙. 나, 나.”
그녀가 무어라고 말을 한다.
아.
맞다.
시간이 제법 경과 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입으로 꽃잎에 애무해 줄 때, 절정에 도달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
그렇다면, 더욱 빠르게 하여 그녀의 몸 속에서 쏟아내는 꿀물을 마셔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몸 밖으로 새액하는 소리가 나듯이 몸 안에서 분출한다.
그리고 그녀가 뿜어내는 꿀물을 마셔보고, 현석이 분출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지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그것을 삼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비록 입안으로 받기는 했어도 재빨리 화장실로 가서 그것을 뱉아 내었다.
아마, 예리도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석은 여자의 꿀물을 목으로 넘긴 적이 많다.
입 안에서 약간의 시큼한 느낌이 있지만, 특별히 나쁘지는 않았다.
바로 지난 일요일에도 예리와의 섹스에서 그녀가 쏟아낸 꿀물을 그대로 목으로 넘겼었다.
물론 그때는 모두 다 현석의 입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일부가 흘러 들어왔었다.
그러나, 이 자세로 그녀가 절정에 도달한다면, 아마 그녀의 꿀물은 모두 현석의 입 안으로 들어 올 것이다.
양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남자들이 쏟아내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그 양이 비슷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릴 적, 아니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부터 여자와 섹스를 하기 전까지는 섹스에 대한 욕구를 자위로 해결 할 수 밖에 없던 시절에 많이도 구경한 것이다.

“하아아..”
그녀의 교성이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가 현석의 입으로 더욱 밀착되면서 좌우로 앞 뒤로 움직였다.
현석의 혀가 예리의 항문에 닿아 있었지만, 이제는 그녀의 움직임으로 인해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그녀의 꽃잎으로 갔다가, 다시 항문으로 갔다가, 그리고는 그녀의 수풀의 위치까지 이동했다.
그녀의 동작이 빨라졌다.
그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이리라.
“흐아아앙.”
콧소리가 더욱 커졌다.
격렬하게 움직이던 그녀가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엉덩이로 현석을 힘껏 눌러왔다.
한편으로 두 팔로는 현석의 무릎을 힘껏 부여 잡았다.
쐐액~
소리가 난 것인지, 났다고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나 이 부분에서 혼돈이 된다.
소리가 난 것인가?
입 안으로 물줄기가 쏘아지는 느낌과 함께 물기가 주르르 흘러 들었다.
약간은 시큼한 맛.
냄새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꽃잎의 냄새인지, 아니면 그녀의 살 냄새인지, 그것도 아니면 격렬한 섹스로 인한 두 사람의 살이 서로 비벼져서 나는 냄새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의 꿀물에서 나는 냄새인지, 구분도 가지 않고, 어떤 냄새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애초에 아예 냄새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석은 쏘아지면서 주르르 흘러 드는 것이 입안에 고이자, 처음의 생각대로 목으로 꿀꺽 넘겼다.
꿀꺽~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마도 누워서 목으로 넘긴 때문이리라.
“하아..”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진 상태로 긴 숨을 들이쉬고 내 뱉는 소리가 들린다.

현석이 들었던 엉덩이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하아…”
그때, 그녀의 하복부가 다시 한번 경직되며 떨렸다.
그 떨림과 함께 역시 짧게 입 안으로 쏘아지는 물줄기.
그녀는 그 상태로 두 다리를 잠시 오므렸다.
그리고 그 물줄기는 입 안에서 쪼르르 흘러서 현석이 어떻게 해 볼 사이도 없이 목으로 넘어갔다.
목으로 넘긴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흘러서 넘어간 것이다.

현석은 엉덩이를 들어 올리느라 구부러진 무릎을 펴며 두 다리를 쭉 뻗었다.
“하아..”
예리의 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러더니 그녀는 몸을 움직여서 현석의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 손으로 현석의 육봉을 움켜쥐고는 꽃잎에 위치를 맞추더니 그대로 주저 앉았다.
방금, 사랑의 꿀물을 쏟아낸 그녀의 동굴 속,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그곳에 현석의 육봉이 아무런 제지 없이 스르르 밀려들어갔다.
미끄러운 느낌과 뜨거움.
방금 절정에 도달했던 그녀이기에 그 뜨거움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
용암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열꽃이 그대로 현석의 육봉을 감싸 안는다.
하아…
그 어떤 것이 들어가도 녹여버릴 것 같은 뜨거움 때문이리라.
그 촉촉한 느낌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미끄러져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미끄러움 때문이리라.
그것으로 인해 현석의 육봉은 더욱 더 힘차게 부풀어 올랐다.
잠깐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육봉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조금 일으켰다.
그리고, 꼭지에서 잠시 멈추는 듯 하다가 그대로 주저 앉았다.
육봉을 타고 넘어오는 이 쾌감.
그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지금 현석의 발을 보고 있으리라.
현석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 그녀의 엉덩이가 보인다.
그리 밝지 않는 조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엉덩이는 환하게 보였다.
눈이 조명에 익숙해 진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땀이 밴 몸이 빛을 반사해서 더욱 그런 듯, 지금 현석의 손이 잡힌 그녀의 엉덩이에서 기분 좋은 땀방울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만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석도 얼굴에서 땀이 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녀가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 마다 현석의 육봉이 검붉은 모습으로 눈앞에 보였다가, 그녀가 내려 앉으면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쾌감을 준다.
시각적으로 주어지는 그 모습은 육봉에서 느껴지는 쾌감과는 또 다르게 머릿속에서 짜르르 하는 느낌이 온다.
그녀가 상하로 움직이는 속도가 자꾸 빨라진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살이 미끄러지는 소리,
그녀의 가쁜 숨소리,
“하아,, 하아..”
그녀의 가쁜 숨소리는 쉴새 없이 현석의 귓가를 파고 들었다.
그녀의 손이 현석의 무릎을 잡았다가 앞으로 쭉 뻗더니 발가락을 잡는다.
그리고 발을 당겨 온다.
무릎에 그녀의 젖가슴이 닿는 느낌이 온다.
그러는 중에도 그녀의 엉덩이는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빠르게 아래위로 움직였다.
발가락 끝에 바람이 느껴지더니 입술이 덮었다.
그리고는 혀가 발가락을 빨았다.
물기 가득한 그녀의 입 안에 엄지 발가락을 통째로 빨아 들여서는 혀가 발가락을 이리저리 핥고 있었다.
현석이 그녀의 항문에 혀끝을 가져다 대고 문지를 때에 그녀가 그곳은 더러운데 왜 그러냐는 표현을 조금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현석의 발가락을 입안에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저기야 말로 더러울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그녀가 정말 사랑스럽다.

그녀의 동작이 점점 빨라지면서 현석의 하복부에는 몸 속에 가득한 물기가 서서히 끓고 있는 느낌이다.
그곳이 끓기 시작하면, 그것은 점점 뜨거워져서 마침내는 투명한 붉은 빛을 내는 용암으로 변하리라.
그리고 그 용암이 점점 끓어서는 몸 밖으로 그것을 분출해 내리라.
현석은 두 다리를 모았다.
두 다리를 모으자 입 안에 들어가 있던 발가락이 빠지고, 그녀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현석은 아래 위로 요동치고 있는 예리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현석이 엉덩이를 들어 올리자 그녀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현석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엉덩이에 하복부를 그대로 밀착한 채로 몸을 일으키자, 그녀는 현석의 의도를 그대로 읽은 듯, 힘을 주어 그녀의 꽃잎 속 동굴에서 현석의 육봉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현석은 몸을 다 일으키자, 무릎을 구부리고 있던 두 다리를 뒤로 빼 내었다.
그러나, 그 동작에 그녀의 동굴 속에 들어가 있던 현석의 육봉이 쏙 빠져 나와버렸다.

소리가 나는 느낌이다.
“헉.”
예리가 헉 하며 숨을 내 쉬었다.
아마 허전 하리라.
현석도 허전한데, 예리인들 그렇지 않으랴.
현석이 몸을 일으키면서 예리가 무릎자세로 되어서, 그녀의 허벅지와 배 사이에 놀을 넣어 붙잡고, 그대로 그녀의 어깨를 짚고 몸을 앞으로 밀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 했지만, 현석이 미는 대로 허리를 꺽으며 앞으로 손을 짚었다.
예리와는 후 배위가 처음이다.
“하아..”
그녀가 무언가 기대를 하는 듯 큰 숨을 들이 쉬었다.
현석은 그의 육봉을 잡고,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꽃잎 속으로 그것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동굴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스르르 밀며 육봉을 받아 들였다.
“아하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교성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현석이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자신의 엉덩이를 천천히 뒤로 뺏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빠져 나가자 힘껏 앞으로 쳐 냈다.
“컥, 흐억.”
그녀의 숨소리가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은 듯 짧게 터져 나왔다.
현석은 그 동작을 천천히 반복적으로 시작했다.

이 자세는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난다.
척썩 거리는 소리.
그리고 부딪힐 때 퍽 하는 소리.
그것은 귀를 즐겁게 하고, 흥분의 정도를 무척이나 높여주지만, 바로 문 밖에서 누군가가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긴장이 되었다.
뭐랄까?
여태까지는 이런 상황이 없어서일까?
오히려 마음 한 곳에서는 깨어서 듣고 있었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도 있다.
우리의 섹스 장면을 듣고 있으면 얼마나 흥분될까?
듣는 것 만으로도 절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건 불가능 할 것이야.

내게 약간의 관음증도 있었던가?
아니다. 관음증은 남의 섹스장면을 보고 싶고, 듣고 싶어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 그런 마음은 어떤 마음이지?
현석은 긴장이 더욱 고조됨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웠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아까부터 몸 속에서 소리를 내며 끓어 오르던 느낌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현석이 동작을 빨리 할수록 끓는 느낌은 점점 더 많은 열을 내면서 점점 더 빨리 끓고 있었다.
“하아앙.”
“허억.”
예리의 숨소리가 때때로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린다.
몸의 반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남녀의 몸이 결합되면, 사랑의 증거로 몸 속에서 끓기 시작하고, 그것이 끓고 나면 몸 밖으로 분출되기 마련 아닌가?

현석의 몸에서 서서히 몸 밖으로 분출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예리와 시간을 맞추고 싶다.
그것이 마음대로 조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극치의 쾌감일수록 함께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녀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만, 신음과 깊은 숨소리만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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