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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2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3 858회 0건

샤워를 마치고 예리를 안아서 침대에 내려 놓았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언제나 그녀가 하는 것처럼 물기를 닦지 않은 상태로 오일을 발라 주었고, 충분히 마사지를 해서 몸에 물기는 남아있지 않지만 그 특유의 촉촉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자, 침대 속으로 들어 가세요. 아가씨.”
현석은 약간은 장난스러운 말로 예리를 침대에 높이고는 이불을 살짝 덮어 주었다.
“아저씨도 들어와요.”
“알았어요. 아가씨.”
현석도 예리의 옆에 살며시 밀고 들어갔다.
맨 살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예리는 현석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살짝 가져다 대었다.
격렬한 섹스 이후에 이 가벼운 입맞춤도 무척이나 감미롭다.
“아저씨와 이렇게 사랑을 나눌 때마다, 나 꼭 죽을 것 같아.”
“나도 그런데.”
현석은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정말?”
“그럼, 정말 좋아. 그런데 정하니가 혹시 깨지 않았겠지?”
이제서야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걱정해도 아니, 정하니가 깨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예리와의 섹스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녀의 숨소리와 신음은 무척이나 고성이라서 사실 오늘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그게 이성으로 잘 절제가 되지 않는다.
이성으로 쉽게 절제가 된다면, 그것은 황홀한 섹스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깨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안 깨었을 거예요, 그 애는 한번 잠들면 누가 들고 가도 안 깨요.”
“흠. 한번 보고 올까?”
“으응. 한번 보고 오세요.”
이불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가운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예리의 방에 종종 와서 잠을 자고 가는 탓에 얼마 전에 예리가 준비 했다면서 가운을 입혀주었던 기억이 났다.

옷장을 열고, 가운을 꺼냈다.
예리는 현석의 그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현석이 쳐다보자 씨익 웃었다.
현석은 허리 끈을 묶고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 보았다.
예리의 디자인 실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낮은 빛이 사물을 분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며, 디자인 실에서 무언가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본 뒤에 고개를 내 밀어 보았다.
3인용 소파에 정하니가 잠들어 있고, 코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그러다가 현석은 유심히 보았다.

말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현석은 조용히 침실 문을 다시 닫고는 천천히 예리의 옆자리에 쏙 들어갔다.
“안 깨었죠?”
“아마, 다음에 정하니가 예리한테 무슨 말 할 것 같은데.”
현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정하니가 원래 누운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자고 있어.”
“네?”
예리가 깜짝 놀라는 목소리이다.
그랬다.
방금 디자인 실을 내다보고, 현석의 말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할 정도로 놀란 이유는 처음에 그녀가 쓰러져 누운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하니가 잠에서 깨어 일어 났었다는 말이 된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깨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상황을 다 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그러고 있을 때 일어 났었다는 거지 뭐.”
“훗, 기집애, 나쁜 기집애.”
그러면서 예리는 현석의 품 속으로 깊이 안겨왔다.
“지금도 깨어 있는데, 자는 체 하는 것인지, 모르지.”
“네. 흐흐.”
예리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문이 닫혀 있었으니 볼 수야 없었겠지만, 이 벽은 웬만한 말소리도 들릴 정도로 얇은 나무 벽이다.
현석과 예리와의 섹스 상황을 귀로 다 들었다면, 지금 일어나는 것도 조금은 민망한 상황일 것이니, 자고 있는 척 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다.
“자는지 안 자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난 가야 할 것 같다.”
“아잉, 싫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더욱 더 깊이 파고 들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지만, 정하니가 일어 났을 때 좀 어색하지 않을까?”
“흐응, 좀 그렇긴 해요.”
“그러니까, 가야지.”
“아이참, 쟤는 왜 따라와서는.”
그렇다, 왜 따라 와서는 참.
사실 예리의 나이 정도 일 때는 설사 섹스를 하다가 그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해도, 한번 씩 웃고 나면 괜찮은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다.
현석이 예리의 나이 때는 군인이긴 했지만, 군에 가기 전을 생각 해 보면, 그런 일로 많이 부끄러워하거나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난 갈 께.”
현석이 가고 나면, 바로 정하니가 일어나서 예리에게 아는 체 할 지도 모른다.
그 둘은 친구이니까.

예리의 가게를 빠져 나오자 겨울 바람이 몰아친다.
아직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지나고 있다.
다이닝 바는 새벽 6시까지 한다고 했던가?
술도 다 깨었으니 차를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히 차들이 지나다니기에 택시를 잡아타고, 그 다이닝 바로 향했다.
주차장은 몇 개의 등이 켜져 있고, 추위 탓에 안내요원 두 명이 두꺼운 외투 차림으로 박스 안에 난로를 켜고 있다.

집으로 향하다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 밖으로 나와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날씨가 맑은지 청명해 보이는 하늘에는 뽀얗게 별들이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종잇장처럼 얇은 벽이 가리고 있는 한쪽 방에 그녀의 친구를 눕혀두고 예리와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이지?
예리와 자신과의 관계를 좀 정리 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냥 즐기는 관계?
현석이나 예리나 꼭 같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예리의 나이를 보면, 현석과 연결시키지 않고 보더라도 아직 장래를 이야기 하기에는 어린 나이이다.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 나이임이 분명하다.

이예리.
만일, 현석이 아직 이십 대 말의 나이라면, 붙잡고 싶은 아이이다.
붙잡아야 한다?
아니, 놓치지 말아야 할 아이다.
예쁘다.
그리고 능력도 있다.
이 아이의 능력이라면, 셔터맨으로 살아도 별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차에 태워서 출근해서 셔터를 열어주고, 저녁에 퇴근시에 셔터를 닫아주고, 퇴근을 시키는 한량 같은 남자.
그렇게 생각하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나한테도 그런 한량 같은 생각이 숨어 있었던가?
물론 현석의 성격상, 체질상 그렇게는 살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체질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그건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녀는 아직 대학을 졸업 하기도 전에 성공한 사업가로서 기틀을 잡은 것 같다.
그런데, 그래도 아이일 뿐이다.
아이 인데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왜 예리에게 빠져 들었을까?
그녀를 사랑하는가?
사랑한다.
그 짧은 기간에 사랑이라.
아무리 사랑은 순식간에 찾아 온다고 하지만, 햇수로 2년은 되었지만, 만남으로는 겨우 3개월이다.
그러니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사랑하느냐 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에는 망설임이 있다.
서로간에 섹스를 하고, 간혹 자고 가는 것, 그 기간이 2달이 되었다.
단순한 만남에 비해, 육체적인 결합은 그 간격을 한꺼번에 없애버리는 것은 사실이다.
갈증 때문일까?
한지수에 대한 갈증.
섹스에 대한 갈증.
로리타렘피카
한지수가 쓰는 그 향수.
그 향수 때문일까?
한지수에 대한 열망이 높지만, 그녀는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다. 아니 다가가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같은 향수를 쓰는 예리를 한지수 대신으로 생각한 것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지수를 대신한, 대리 만족으로 밖에는 예리에 대해서 더 설명할 길이 없다.
사람이 참 너무나 이기적인 것 같다.
어느 것도 이것이 맞다 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다시 한번 하늘을 쳐다 보았다.
대리만족이라.
대리만족이라면 나는 진짜 나쁜 놈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정말 나쁘다.
이 이상한 관계를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닐까?
현석의 생각대로 한지수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빠르게 이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이 관계를 청산하면?
육체적 욕구는 누가 채워 줄 수 있을까?
윤가희도 없는데.
육체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녀를 옆에 두어야 하나?
말도 안 된다.
사람이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때 적용되는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혼자밖에 생각하지 않는 파렴치한이다.
적어도 현석이 생각하기에 파렴치한은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예리를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그냥 예리를 재혼의 대상으로?
그러나 아니다.
아직 재혼을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
이혼서류가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서류에 잉크가 마르고 그렇지 않고가 중요한가?
한 집에 살았지만, 이미 몇 년 전에 헤어진 것과 같은 사람 아닌가?
그리고, 재혼 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더 이기적이다.
아직 채 피어나지도 않은 어린 아가씨에게, 삽 십대 후반의 유부남이? 아니, 이제 유부남은 아니다. 정식으로 이혼을 했고, 완전히 남으로 갈라서긴 했다.
그렇지만, 현석의 상황을 좀 더 직설적으로 본다면,
홀애비, 결혼에 실패한 홀애비다.
홀애비란 말이 심한가?
아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한 것이다.
자기 합리화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꽃다운 젊은 아가씨를 대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니.
과욕이다 그건.
언감생심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하다.

그래도, 여난이다.
윤가희를 만난 그 이후로 한지수, 그리고 이예리.
꼭 주위에 여러 여자가 있어야 여난인가?
윤가희를 보낼 때는 이렇게 파내듯이 가슴이 아프지는 안았다.
만남이 그러해서인가?
한지수, 엄밀히 보면 만난 것도 아니다.
스쳐 지나가듯, 우리 주위에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그런 만남이다.
그냥 직원일 뿐이고, 쉽게 말해 손도 한번 안 잡아 보았다. 아니 못 잡아 보았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 내색도 못했다.
느낌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난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이예리.
아마 한지수 이전에 이 아이를 만났다면, 아이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그녀를 선택했을 것 같다.
정말 그랬을까?
단정은 못하지만,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쁘지, 한지수보다?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한지수가 훨씬 예쁘다. 그녀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러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어리지,
그래 어리다는 것은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그 어리다는 것이 어울리는 정도인가?
재력, 한지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예리는 상당하다. 그 정도의 고급 패션샵의 사장이다.
그렇다면, 흔히 하는 말로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현석에게 있어서 여자의 재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어딜 때부터 생각이 그랬다. 고리타분 한 것인가?
모르겠다.
한 사람은 품 안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멀리에 있다.
품 안에 있는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는 사이이지만,
멀리 있는 사람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보기는커녕, 느낌도 전해주지 못했다.
그런데, 멀리에 있는 그 사람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이것이야 말로 여난이 아닐까?

하긴,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혼 남에다가 나이도 많으니, 꼭 같이 결혼에 실패한 다른 여자를 찾아서, 공평하게 같은 실패자끼리 조건을 따지고 고르고 하여, 재혼을 한다면, 같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그냥 마지 못해서, 남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위하며, 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
누군가를 사귀게 되고, 그러다가 사랑이 싹트고, 그리고 결혼을 하고 싶어 지면, 결혼을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그럼 지금 예리가 누군가를 사귀게 된 그 사람인가?
그리고 사랑이 싹트고?
마음속에 한 사람을 담아 두고,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이 그것이 맞는 것일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 예리와는 작별을 고하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한지수와 인연의 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결론이다.
한지수가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면,
그래서 사귀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아니, 현석이 접근조차 불가능 하다면,
그럴 것을 대비하여 예리의 옆에 머무르자?
그건 진짜 나쁜 놈이다.
설사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참담한 괴로움을 맛보게 될 지라도, 그것을 대비하여 예리의 옆에 머무르며 어떻게 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맞다.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일방적인 생각일까? 이것도 예리의 생각을 들어봐야 하나?
그리고 그렇게 한다면, 언제쯤?
어떤 계기를 만들어서 정리해야 할까?
가능한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옳다.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담뱃불을 비벼 끄고는 다시 차에 올랐다.

가희가 떠난 지도 벌써 오래 되었다.
그녀가 떠난 것이 1월인데, 벌써 4월이다.
아내가 충족시켜 주지 못한 육체적 욕구의 발산을 그녀가 해소해 주었는데, 이제는 예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리의 졸업식 날, 그때 생각했던, 그 결심.
생각만 그렇게 했고, 아직 어떤 내색도 하지 못하고 시간은 벌써 속절없이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에도, 현석과 예리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났고, 만나면 언제나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 정도라면, 그리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니다.
윤가희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자주 만나면 서너 번도 만났었다. 그렇지만 예리와는 그렇지는 못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만나기 시작했지만, 한 달에 서너 번의 만남이 고작이다 보니, 생각을 정리하여 결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현석은 정에 목마르고, 섹스에 목마르다.
그래도, 간혹 그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
예리는 요즈음 들어서 현석의 반응과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석이 예리에 대해서 생각한 것이 얼굴에 표시가 난 것일까?

현석은 책상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까마득히 잊혀진 꿈이었지만, 꿈속에서 한지수와의 일이 생각이 난다.
눈 앞에는 한지수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너를 보고 있어도 네가 그립다 라고 했던, 어느 드라마 중의 대사를 정말 가슴으로 절감한다.
이렇게 눈 앞에 있는데도 그립다니.
피식 웃음이 났다.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을 너무나 크게 차지하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자주 영상처럼 흐르고 지나간다.
두 칸의 책상 건너 앞자리에 그녀가 앉아 있고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업무보고를 하고, 그리고 때때로는 몇 번씩이나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도 막상 얼굴을 유심히 본 적은 없는 것 같은 그녀이다.
아니다. 지난번에 프랑스와의 업무를 맡길 때 빤히 한 번 쳐다 본 적이 있다.
아니다. 그 뒤에도 여러 번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제대로 얼굴을 본적이 없는 것처럼 생각 될까?
그리고 근무시간에도, 회의 중에도 자주 자주 쳐다 보는데 왜 그렇게 생각이 될까?

띠리링~
"김현석입니다."
‘아저씨 저 예리예요.’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회사 사무실을 막 들어서는데 벨이 울리고 전화기 건너편에서 이예리의 음성이 건너온다.
이런 아침 시간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것은 처음이다.
아직은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상태라 회사 사무실은 고요만이 흘렀다. 예리의 전화라고 하더라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응. 안녕. 뽀뽀. 쪽이다."
현석이 입을 모아 쪽 소리를 내며 전화기에 입을 맞추었다.
‘아이. 싫어. 내가 먼저 하고 싶단 말야. 아저씨이.’
전화기 저쪽에서 약간은 코 먹은 목소리와 토라진 목소리가 들려 왔다.
"왜 내가 먼저 하면 않되?"
‘응. 내가 먼저 해야 되는데.’
그녀는 어느새 앙탈하는 애인 모습으로 그에게 투정을 한다. 그런데 밉지 않다. 아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기 그지없다.
그녀는 크리스마스의 일 이후 전화를 한 뒤에 상대가 확인되고 나면 쪽 소리부터 먼저 했다. 그것이 인사란다.
"음. 좋아 그럼 전화 끊을 테니 예리가 다시 전화 할래? 첨부터 다시 하자."
‘네. 좋아요.’
그녀는 전화를 끊고 삼십 초도 안돼서 다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쪽. 저 예리예요.’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쪽 소리를 내었다.
급하기도 하다.
“그래. 안녕? 일찍 일어났네?"
"응. 우리 이번 주말에 여행 안 갈래요?”
“여행?”
“으응,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쉬지 않으세요?”
“이번 토요일은 쉬는 토요일이 맞긴 한데, 갑자기 왜?”
“그냥, 같이 여행가고 싶어요.”
왜 갑자기 여행?
지난 토요일에 만나서, 토요일 밤을 함께 보내고, 일요일인 어제 오후에 헤어졌는데.
갑자기 여행이라니.

아. 맞다.
지난 토요일의 만남에서 봄에 부인이 연수에서 돌아온다고 했었는데, 언제 돌아오세요? 하고 물었었다.
현석이 잊고 있었던 이야기 이다.
갑자기 떠 오르는 생각이 없어서, 응급 결에 10일후에 온다고 했었다.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의 만남에서, 자기가 전화 할 때 아내가 들으면 곤란하지 않느냐로 시작한 우려에 상관 없다고 하면서, 그 이유가 아내가 해외 연수 중이어서 그렇다고 말한, 그 작은 거짓 핑계가 그대로 사실로 굳어져서, 거짓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 애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던가?
연수 후 귀국 이야기를 또 거짓말로 하던 그때, 그녀는 이제 전화 하면 안 되는구나 하며 중얼거렸었다.
그리고는 이제, 만남도 안되겠죠? 라며 고개를 돌렸었다.
그것은 대답을 원하는 질문은 아니었었다.
그냥 자신에게 하는 질문인 듯 들렸다.
물론 현석이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간 그녀는 말이 좀 줄어 들었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전의 표정으로 돌아와서 재잘거렸었다.
그런데, 여행이라.
현석이 예리에게 말해 준 아내의 귀국 일을 기준으로 본다면, 예리와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인 셈이다.
예리와의 관계가 좋으면서도 늘 고민스러웠고, 이런 관계를 정리할 적절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었는데, 고민하지 않아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 오고 있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 기회에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맞을까?
마음 한 구석에 남은 일말의 기대감과 이기심이 또 머리를 치켜든다.
너 대처 어떻게 하고 싶은데?
속으로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윤가희를 만나기 이전에는 비록 부부관계가 좋지는 않아도, 다른 여자를 사귀지는 안았었다.
아니, 기회가 있었으면 사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은 기회가 없었다.
남자의 속성상 마음속에서 바람을 피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단란주점 같은 곳에서 만난 여인과 하룻밤을 지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여자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이렇게 모호한 자세를 견지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응, 그래 어디로 가고 싶은데?”
“바다가 보고 싶어요. 제주로 가요, 미리 비행기 예매 할 께.”
제주로 가자 한다.
제주에 한번 갔었구나.
“알았어.”
“그럼 금요일에 출발 할 수 있어요?”
“마지막 비행기가 몇 시인데?”
“응, 저녁 여덟 시.”
“그 시간이면 가능하긴 하겠다. 그렇게 하자 그럼.”
퇴근하고, 출발을 한다면 1시간이면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계속)

안녕하세요.
매일 한부는 꼭 올리려고 했는데도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는군요.
스토리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고, 내용은 그 스토리에 맞게 써 가는 중이긴 하지만, 내용도 상당히 많은 분량을 이미 써 두긴 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내용을 한번 쭉 훑어보면, 무언가 미진한 느낌, 부족한것
자꾸 느끼다 보니 다듬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것 같습니다.
이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유사한 형태가 중복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성행위장면을 상세히 묘사하려고 하지만,
다들 아시다 시피 그것이 변태적인것이 아니라면 대동소이 하지 않을까 싶군요.
앞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데, 예리와의 부분에서 너무 많이 할애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됩니다.
나중에 그러다가 쓸게 없어서 혹시 중도하차 하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아무튼 예리와의 사랑나눔의 내용을 읽고 많은 추천과 댓글로 격려해 주신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만, 예리와의 사랑 이야기가 예정했던것보다 너무 깊어져서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12월을 시작하며, 뜨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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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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