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마치고 차로 두 사람을 데려다 준 직원이 떠났다.
"옷 갈아 입고 보자."
"네."
언제나 처럼 호텔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 입고 호텔의 정원으로 내려와 뒤쪽에 있는 야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올라갔었다.
여름이라서 실내와 야외를 함께 운영하는것도 전원풍의 이 소도시였기에 가능할 것이다.
누구든 먼저 내려 온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나중에 내려온 사람이 왔을 때 식사를 시켰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
현석은 까닭 없이 즐거웠다.
까닭 없지는 않다.
그렇게 오매불망 사모하던 사람과 이제 한 방에서 잘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괜히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녀도 같은 기분일까?
그것은 모르겠지만 오는 교육을 받는 내내 서로간에 주고받은 눈길을 따뜻했다.
그 전에도 그렇기는 했지만, 오늘은 정말 무언가 많이 달랐었다.
그것이 어제 밤의 섹스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입 밖으로는 서로 어제 밤의 일에 대해 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 도착하는 날부터 따져서 오늘이 4일차 이지만, 어제 까지도,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거나, 돌아 올 때 간혹 그녀가 팔짱을 끼었던 것처럼, 오늘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갈 때, 그리고 돌아올 때 그녀가 아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정도였을 뿐, 몸짓이나 행동이 달라지지도 않았고, 평소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느낌만은 완전히 달랐다.
정말 친숙한 느낌, 그리고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느낌, 그런 것들은 어제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교육을 받는 낮과는 달리 밤은 새로운 기대를 하게한다.
그녀와 떨어져서 방으로 들어가면서 현석은 콧노래가 나올뻔 했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간단하게 샤워까지도 했다.
그리고는 식당에 와서 기다리자 그녀 역시도 편한 복장으로 내려왔다.
아직 저녁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야외 식당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녀에게 물었다.
"몸은 괜찮아?"
실은 많이 걱정이 되었고, 몇번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뭔가 조금 어색해서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하기 힘든 질문이다. 그들이 한국어를 알아 들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하게 되었다.
유부녀라면 늘 밤마다 있을 법한 일이고, 단련이 되어서 아픔 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크겠지만, 그녀는 아직 미혼의 몸이라 하복부가 조금 아프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 때문에 한 말이다.
결혼 초에 아내 하영이 그랬었나?
기억이 없다.
예리, 그녀가 그랬었다.
에잇, 갑자기 그애는 또 왜 떠올린거야.
다만, 하영과 예리와의 다른점, 그리고 하영과 지수와의 다른점이라면, 하영은 결혼 초에 섹스에서 절정을 느끼고, 그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기 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렸었다.
아마 한 달은 지나서 절정의 그 느낌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오래된 기억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현석이 무척이나 노력하긴 했지만, 예리가 그랬던 것처럼, 어제 밤 지수는 분명 절정에 도달했고 그것에 맞추어 현석도 그 절정의 쾌감을 함께 맛보았다.
그녀를 앞세워서 걸어 다닐일은 없었으니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은 좀 많이 신경이 쓰였었다.
그녀가 현석에게 첫 남자였던 것을 현석이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조금."
그 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녀가 힐끗 눈을 들어 현석을 쳐다보다가는 다시 식탁으로 시선을 주었다.
"오늘 힘들었지?"
"아뇨. 괜찮았어요."
"다행이다."
"지수야."
"네?"
"그냥 그렇게 불러 보고 싶었어. 레이첼이라고 부를까?"
레이첼은 그녀의 명함에 쓰여 있는 영어 이름이다. 여권에는 그렇게 쓰지 않았는데 명함에만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다.
"지수가 듣기 좋은데요."
"집에서 그렇게 불러?"
"네."
"그래? 그런데, 아침에..”
현석이 말을 하려다가 얼버무렸다.
“….?”
왜 그러느냐는듯이 그녀가 현석을 쳐다보았다.
“지수가 내 품에 안긴채, 차장님, 하고 부르니까.”
현석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녀가 계면쩍은 듯이 웃었다.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적어도 아침의 대화에서는 호칭을 많이 쓰지는 않았었다.
“…. 훗..”
아마 자신도 그랬었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남들이 다 부르는 이름 말고, 우리 서로 나만, 우리 지수씨를 부르거나, 지수만 나를 부르는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오늘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건 어때?"
“아! 네, 좋아요.”
그녀가 반색을 한다.
“그래서 난 이름을 하나 지어 봤거든.”
"뭔데요?"
현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물었다.
"엘리, 스펠링으로는 Ellie 는 가장 빛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으로 알고있어.”
"어머 예뻐요. 좋아요. 그 이름, 제 이름으로 지으신거죠?”
그녀는 손뼉을 쳤다.
"응. 그래.”
"엘리..."
그녀는 혼자서 중얼거려 보았다.
"엘리... 엘리..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래? 레이첼이라는 이름도 참 좋은데. 레이첼은 누가 지어준 이름이야?"
"대학때 교수님이요. 참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엘리가 훨씬 더 정감있고 좋은 것 같아요. 부르기 쉽게 두자 인데다가, 또 약간 튀는 느낌도 나고."
"그런데 여권에는 한글이름 그대로 쓰잖아?"
"교수님이 지어주기 전에 여권을 만들어서 그대로 쓴 거예요. 레이첼은 여권이 만들어진 뒤에 지어준 이름이니까."
"그렇구나. 엘리."
"네."
"엘리~"
"네에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그럼 저두 이름 지어드려야 하는데..음."
"그래 하나 지어줄래?"
현석은 영어이름이 없다.
그냥 그대로 한글을 영문으로 바꾸어 표기한 명함과 여권이었다.
"갑자기 지으려니까 생각이 안 나네."
"날 보면 떠 오르는 느낌 그런 거 없어?"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었다.
“응, 뭘까?”
"음. 멋지고 강한 남자.”
그리고 그녀는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뭐로 이름을 지으려고?
이름이란게 금방 지어지나 하고 생각했다.
“헨리, Henry.”
헨리 라는 이름, 느낌이 좋은 이름이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프랑스나 영국의 왕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차장님의 이름인 현석과 시작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구요.”
그래, 그렇다.
외국인들이 현석의 이름을 부르기 힘들어하지만 아직도 영어식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았는데, 그녀가 지어주는 이름이라 더 좋은 것 같다.
"흠 아주 좋은데? 우리끼리는 그럼 그렇게 부르자. 나도 둘만 있을 때 차장님 차장님 하고 불리는 거 보다 훨씬 좋겠다. 외국인들도 부르기 쉬워 할 것 같아.”
"헨리."
"응?"
"헨리."
"으응?"
“저는 정말 좋아요. 그런데, 두 이름이 모두 한굴로 두글자 인데가가 모두 리 로끝나네요.”
정말 그렇다.
헨리나 엘리나 모두 리로 끝난다.
갑자기 두 사람이 이름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물론, 오늘 교육 받는 중에 짬짬이 새로운 이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고, 마음속으로 지어 둔 이름이다.
어제 밤의 섹스 중에 두 사람 다 별로 말이 없이 사랑의 행위에 열중했지만, 오늘 아침의 경우에는 좀 이상했다.
그렇게 섹스를 하고, 함께 잠을 자고, 그리고 알몸으로 함께 깨어나서, 회사의 직책을 부르는 것이 좀 많이 어색했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으로, 그리고 정답게 껴안고 누워 있으면서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르는 지수라는 이름이 아닌 두 사람만이 통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낮에 생각해 둔 것인데 자신에게도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 헨리 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센스가 참 뛰어난 그녀였다.
물론, 지수 라는 이름 참 예쁘다.
한 이라는 성과도 잘 어울려서 발음하기도 좋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까지도 현석이라는 이름은 전혀 발음이 불가능 했지만, 지수를 부르는 한국이름인 지수나 명함의 이름 레이첼도 쉽게 발음했다.
현석은 영어 이름이 없이 한글 그대로 영문으로 표기했기에 다들 발음을 무척 어려워한다.
현석은 그냥 석이라고 불러요 하려다가 영어로 석이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 남다른 탓에 그렇게 부르라고 할 수가 없어서 끝까지 현석이라고 발음해 주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제대로 발음 해 내지 못했다.
결국은 이니셜로 HS라고 부르라고 하자 그들이 발음을 쉽게 했다.
그들 앞에서는 현석은 HS가 되어 버렸다.
"엘리. 저녁 먹을까?"
"네. 그런데 여기 식당은 너무 맛이 없어요."
"나도그래, 메뉴도 몇 개 없고, 맛도 없고.”
“네.”
“하긴 엘리는 한식을 더 좋아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으니 참아야죠 뭐."
"아까 프랑수아에게 이 부근에 한식당 없는지 한 번 물어 볼걸 그랬어."
"낮에 제가 물어 봤는데, 이 부근에는 본적이 없대요. 아마 파리로 가야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하긴 이렇게 파리의 외곽지역이고, 볼거리도 없는 한가한 전원지역에 한국 관광객이 올 리도 없으니 한국 식당이 있기란 쉽지 않은 장소이다.
"그래?"
"네. 유심히는 안 봤지만, 기억이 안 나는것으로 봐서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 구요."
“할 수 없지. 나는 양식이나 한식이나 크게 상관없지만 엘리가 걱정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 식당은 없으려나? 중국식이나, 멕시코식, 그것도 아니면 베트남 요리도 괜찮을텐데 말이야.
".."
그녀는 웃기만 했다.
정말 그녀는 순 한국식 요리를 좋아한다.
적어도 현석이 알기로는 그랬다.
“그지?”
"네, 정말 뜨끈한 국물에 김치 한 조각 먹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녀는 정말 한식이 생각 나는가 보다.
앞으로도 무척이나 많은 기간이 남았는데, 정말 걱정된다.
이제 4일차 저녁때이니 앞으로 무려 7일이나 남아있다.
이번 주말에 파리로 나가면, 한식집을 찾아서 그녀와 함께 한식을 먹으리라.
"나도 김치가 그립기는 하지. 그런데 차로 이동하면서 보니까, 이 인근에 식당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
"네. 그렇죠?”
“프랑스 식당들이 우리나라처럼 간판을 크게 안해서 우리가 못본건지..”
“아뇨, 저도 유심히 보았는데 호텔 인근에는 식당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호텔에 한 번 물어 보지 뭐."
함께 프론트로 이동했다.
역시 이 인근에 한국 식당은 없단다.
한국 식당은 파리에 가면 몇 곳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머물러야 할 시간이 앞으로 많이 남았는데 사실은 지수가 많이 걱정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교육이 없으니 당연히 파리로 갈 생각이다.
말은 안하지만 얼마나 한식이 그리우면 뜨끈한 국물에 김치 한조각 먹으면 소원이 없다고까지 할까?
프론트에서 중국식당이 이 인근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지만 없는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멕시코 요리를 하는 집은 있느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멕시코 식당이 있다고 했다.
그 식당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받았다.
“멕시코 요리 먹으러 갈래?”
“그건 맛이 좀 다른가요?”
“응, 한국사람들 식성에 잘 맞는 외국요리가 멕시코 요리야. 다른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
“그럼 가요.”
“택시로 30분 가야 하면 제법 먼거리지?”
“으응. 그래도 가 보고 싶어요.”
그녀는 현석에게 말을 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프론트 맨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녀가 불어로 말하지 않고, 프론트맨에게 영어로 요청했다.
현석을 배려해서 하는 말이이라.
프론트 맨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불어로 잠시 통화를 하고는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유럽의 여름은 정말 해가 늦게 진다.
다른 유럽국가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현석이 해외 관광을 많이 다닌것도 아니고, 이렇게 업무상 출장으로 일년에도 몇번씩 해외를 다니지만, 동남아쪽은 기껏 반나절 정도의 블랭크이지만, 미주나 유럽쪽으로 출장가는 경우에는 비행기 스케쥴로 인해서 대부분 하루 정도는 블랭크가 생긴다.
어쩌다가 이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하루정도의 블랭크가 은근히 즐겁기도 하다.
이제는 전 아내가 된 하영도 직장생활을 해서 일정조정이 쉽지도 않거니와 사이가 그닥 좋지 않다보니 둘이 함께 여행하는경우란 거의 없는 탓에, 출장지에서 하루정도 남는 기간동안의 여행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해외 여행을 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프랑스는 몇번을 와서 비교적 익숙하긴 하지만, 이렇게 여름에 온 출장은 처음이다.
그래서 여름 날씨에 대한 기억은 없다.
프랑스의 여름 날씨는 참 이상한 것 같다.
이것이 유럽 날씨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햇빛에 나가면 따가울 정도로 덥고,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하다.
그리고 저녁 여섯 시만 넘으면 무척이나 시원해서 지금이 칠월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이다.
정상적인 교육은 늘 5시 30분이면 끝이 나기에 호텔로 돌아왔을 때에는 6시 정도밖에는 안되기도 하고, 한국땅도 여름에는 8 시는 되어야 어두워지긴 하지만, 그정도 어두워 지려면 지금 이곳에서는 밤 10시가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저녁 6시 정도는 했살이 너무나 환하게 비쳐서 그냥 오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태양을 놓고 본다면 아직 대낮이니, 차로 30분 거리 정도면, 다녀 오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럼 우리 복장이 너무 편한 것 같아 보이는데 조금만 갖출까?”
지수는 티셔츠에 긴 바지를 입어서 무난해 보였지만, 현석은 티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차, 아니, 아니 헨리가 바지만 갈아 입으면 될 것 같은데요.”
그녀는 차장님 할뻔 했다.
그래서 서둘러 정정을 한것같다.
하긴, 습관이란 무서운 것인데, 1년 넘도록 차장님 차장님 하고 불렀는데, 이름을 지어서 부르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갑자기 되는게 아닐것이다.
“잘 안되지 한번에?”
“네. 습관되서 그러나 봐요.”
“엘리.”
현석은 지수를 불렀다.
“네?”
“우리 둘이 있을땐, 엘리도 나한테 말을 편하게 하면 안될까?”
“…”
그녀가 말은 안하고 빙긋 웃었다.
“왜?”
“정말 그렇게 해요?”
그녀는 웃으면서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난 그게 좋아.”
“그런데, 혹시 돌아가서, 무심결에 말이 그렇게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되어서요.”
돌아가서?
맞아 돌아가서가 있긴하다.
지금 현석에게 돌아가서란 말은 까마득한 먼 훗날의 이야기 같다.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말을 이었다.
“음, 그럴께요.”
“그런다면서?”
“아이참, 그게 한번에 잘 안되서..”
그녀는 말을 흘리면서 이제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를 전달 했다.
그리고 장난처럼 현석의 팔을 툭 치더니 팔에 매달렸다.
그녀 역시 멕시코요리는 입맛에 잘 맞아 한다.
멕시코 요리도 국물이 없고, 김치도 없지만 칠리쉬림프 타코와 쉬림프 퀘사디아와 칠리 콘카르네를 시켜서 맵다고 하면서도 두사람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음 배불러.”
“아, 난 살 것 같아. 헨리 말대로 멕시코 요리는 정말 내 입맛에도 잘 맞는거 같아.”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만족한듯 했다.
그리고 택시로 이동하고, 식사를 하는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석이 몇번 지적한 탓에 이제는 말을 편하게 하는것에 제법 익숙해 진듯 하다.
“난 너무 많이 먹은거 같은데.”
“으응, 나도.”
그녀는 귀엽게 배를 툭툭 건드렸다.
그런다고 해도 워낙 날씬한 체형이라 전혀 배가 나온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
"옷 갈아 입고 보자."
"네."
언제나 처럼 호텔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 입고 호텔의 정원으로 내려와 뒤쪽에 있는 야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올라갔었다.
여름이라서 실내와 야외를 함께 운영하는것도 전원풍의 이 소도시였기에 가능할 것이다.
누구든 먼저 내려 온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나중에 내려온 사람이 왔을 때 식사를 시켰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
현석은 까닭 없이 즐거웠다.
까닭 없지는 않다.
그렇게 오매불망 사모하던 사람과 이제 한 방에서 잘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괜히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녀도 같은 기분일까?
그것은 모르겠지만 오는 교육을 받는 내내 서로간에 주고받은 눈길을 따뜻했다.
그 전에도 그렇기는 했지만, 오늘은 정말 무언가 많이 달랐었다.
그것이 어제 밤의 섹스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입 밖으로는 서로 어제 밤의 일에 대해 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 도착하는 날부터 따져서 오늘이 4일차 이지만, 어제 까지도,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거나, 돌아 올 때 간혹 그녀가 팔짱을 끼었던 것처럼, 오늘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갈 때, 그리고 돌아올 때 그녀가 아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정도였을 뿐, 몸짓이나 행동이 달라지지도 않았고, 평소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느낌만은 완전히 달랐다.
정말 친숙한 느낌, 그리고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느낌, 그런 것들은 어제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교육을 받는 낮과는 달리 밤은 새로운 기대를 하게한다.
그녀와 떨어져서 방으로 들어가면서 현석은 콧노래가 나올뻔 했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간단하게 샤워까지도 했다.
그리고는 식당에 와서 기다리자 그녀 역시도 편한 복장으로 내려왔다.
아직 저녁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야외 식당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녀에게 물었다.
"몸은 괜찮아?"
실은 많이 걱정이 되었고, 몇번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뭔가 조금 어색해서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하기 힘든 질문이다. 그들이 한국어를 알아 들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하게 되었다.
유부녀라면 늘 밤마다 있을 법한 일이고, 단련이 되어서 아픔 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크겠지만, 그녀는 아직 미혼의 몸이라 하복부가 조금 아프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 때문에 한 말이다.
결혼 초에 아내 하영이 그랬었나?
기억이 없다.
예리, 그녀가 그랬었다.
에잇, 갑자기 그애는 또 왜 떠올린거야.
다만, 하영과 예리와의 다른점, 그리고 하영과 지수와의 다른점이라면, 하영은 결혼 초에 섹스에서 절정을 느끼고, 그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기 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렸었다.
아마 한 달은 지나서 절정의 그 느낌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오래된 기억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현석이 무척이나 노력하긴 했지만, 예리가 그랬던 것처럼, 어제 밤 지수는 분명 절정에 도달했고 그것에 맞추어 현석도 그 절정의 쾌감을 함께 맛보았다.
그녀를 앞세워서 걸어 다닐일은 없었으니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은 좀 많이 신경이 쓰였었다.
그녀가 현석에게 첫 남자였던 것을 현석이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조금."
그 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녀가 힐끗 눈을 들어 현석을 쳐다보다가는 다시 식탁으로 시선을 주었다.
"오늘 힘들었지?"
"아뇨. 괜찮았어요."
"다행이다."
"지수야."
"네?"
"그냥 그렇게 불러 보고 싶었어. 레이첼이라고 부를까?"
레이첼은 그녀의 명함에 쓰여 있는 영어 이름이다. 여권에는 그렇게 쓰지 않았는데 명함에만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다.
"지수가 듣기 좋은데요."
"집에서 그렇게 불러?"
"네."
"그래? 그런데, 아침에..”
현석이 말을 하려다가 얼버무렸다.
“….?”
왜 그러느냐는듯이 그녀가 현석을 쳐다보았다.
“지수가 내 품에 안긴채, 차장님, 하고 부르니까.”
현석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녀가 계면쩍은 듯이 웃었다.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적어도 아침의 대화에서는 호칭을 많이 쓰지는 않았었다.
“…. 훗..”
아마 자신도 그랬었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남들이 다 부르는 이름 말고, 우리 서로 나만, 우리 지수씨를 부르거나, 지수만 나를 부르는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오늘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건 어때?"
“아! 네, 좋아요.”
그녀가 반색을 한다.
“그래서 난 이름을 하나 지어 봤거든.”
"뭔데요?"
현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물었다.
"엘리, 스펠링으로는 Ellie 는 가장 빛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으로 알고있어.”
"어머 예뻐요. 좋아요. 그 이름, 제 이름으로 지으신거죠?”
그녀는 손뼉을 쳤다.
"응. 그래.”
"엘리..."
그녀는 혼자서 중얼거려 보았다.
"엘리... 엘리..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래? 레이첼이라는 이름도 참 좋은데. 레이첼은 누가 지어준 이름이야?"
"대학때 교수님이요. 참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엘리가 훨씬 더 정감있고 좋은 것 같아요. 부르기 쉽게 두자 인데다가, 또 약간 튀는 느낌도 나고."
"그런데 여권에는 한글이름 그대로 쓰잖아?"
"교수님이 지어주기 전에 여권을 만들어서 그대로 쓴 거예요. 레이첼은 여권이 만들어진 뒤에 지어준 이름이니까."
"그렇구나. 엘리."
"네."
"엘리~"
"네에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그럼 저두 이름 지어드려야 하는데..음."
"그래 하나 지어줄래?"
현석은 영어이름이 없다.
그냥 그대로 한글을 영문으로 바꾸어 표기한 명함과 여권이었다.
"갑자기 지으려니까 생각이 안 나네."
"날 보면 떠 오르는 느낌 그런 거 없어?"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었다.
“응, 뭘까?”
"음. 멋지고 강한 남자.”
그리고 그녀는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뭐로 이름을 지으려고?
이름이란게 금방 지어지나 하고 생각했다.
“헨리, Henry.”
헨리 라는 이름, 느낌이 좋은 이름이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프랑스나 영국의 왕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차장님의 이름인 현석과 시작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구요.”
그래, 그렇다.
외국인들이 현석의 이름을 부르기 힘들어하지만 아직도 영어식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았는데, 그녀가 지어주는 이름이라 더 좋은 것 같다.
"흠 아주 좋은데? 우리끼리는 그럼 그렇게 부르자. 나도 둘만 있을 때 차장님 차장님 하고 불리는 거 보다 훨씬 좋겠다. 외국인들도 부르기 쉬워 할 것 같아.”
"헨리."
"응?"
"헨리."
"으응?"
“저는 정말 좋아요. 그런데, 두 이름이 모두 한굴로 두글자 인데가가 모두 리 로끝나네요.”
정말 그렇다.
헨리나 엘리나 모두 리로 끝난다.
갑자기 두 사람이 이름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물론, 오늘 교육 받는 중에 짬짬이 새로운 이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고, 마음속으로 지어 둔 이름이다.
어제 밤의 섹스 중에 두 사람 다 별로 말이 없이 사랑의 행위에 열중했지만, 오늘 아침의 경우에는 좀 이상했다.
그렇게 섹스를 하고, 함께 잠을 자고, 그리고 알몸으로 함께 깨어나서, 회사의 직책을 부르는 것이 좀 많이 어색했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으로, 그리고 정답게 껴안고 누워 있으면서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르는 지수라는 이름이 아닌 두 사람만이 통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낮에 생각해 둔 것인데 자신에게도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 헨리 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센스가 참 뛰어난 그녀였다.
물론, 지수 라는 이름 참 예쁘다.
한 이라는 성과도 잘 어울려서 발음하기도 좋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까지도 현석이라는 이름은 전혀 발음이 불가능 했지만, 지수를 부르는 한국이름인 지수나 명함의 이름 레이첼도 쉽게 발음했다.
현석은 영어 이름이 없이 한글 그대로 영문으로 표기했기에 다들 발음을 무척 어려워한다.
현석은 그냥 석이라고 불러요 하려다가 영어로 석이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 남다른 탓에 그렇게 부르라고 할 수가 없어서 끝까지 현석이라고 발음해 주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제대로 발음 해 내지 못했다.
결국은 이니셜로 HS라고 부르라고 하자 그들이 발음을 쉽게 했다.
그들 앞에서는 현석은 HS가 되어 버렸다.
"엘리. 저녁 먹을까?"
"네. 그런데 여기 식당은 너무 맛이 없어요."
"나도그래, 메뉴도 몇 개 없고, 맛도 없고.”
“네.”
“하긴 엘리는 한식을 더 좋아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으니 참아야죠 뭐."
"아까 프랑수아에게 이 부근에 한식당 없는지 한 번 물어 볼걸 그랬어."
"낮에 제가 물어 봤는데, 이 부근에는 본적이 없대요. 아마 파리로 가야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하긴 이렇게 파리의 외곽지역이고, 볼거리도 없는 한가한 전원지역에 한국 관광객이 올 리도 없으니 한국 식당이 있기란 쉽지 않은 장소이다.
"그래?"
"네. 유심히는 안 봤지만, 기억이 안 나는것으로 봐서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 구요."
“할 수 없지. 나는 양식이나 한식이나 크게 상관없지만 엘리가 걱정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 식당은 없으려나? 중국식이나, 멕시코식, 그것도 아니면 베트남 요리도 괜찮을텐데 말이야.
".."
그녀는 웃기만 했다.
정말 그녀는 순 한국식 요리를 좋아한다.
적어도 현석이 알기로는 그랬다.
“그지?”
"네, 정말 뜨끈한 국물에 김치 한 조각 먹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녀는 정말 한식이 생각 나는가 보다.
앞으로도 무척이나 많은 기간이 남았는데, 정말 걱정된다.
이제 4일차 저녁때이니 앞으로 무려 7일이나 남아있다.
이번 주말에 파리로 나가면, 한식집을 찾아서 그녀와 함께 한식을 먹으리라.
"나도 김치가 그립기는 하지. 그런데 차로 이동하면서 보니까, 이 인근에 식당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
"네. 그렇죠?”
“프랑스 식당들이 우리나라처럼 간판을 크게 안해서 우리가 못본건지..”
“아뇨, 저도 유심히 보았는데 호텔 인근에는 식당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호텔에 한 번 물어 보지 뭐."
함께 프론트로 이동했다.
역시 이 인근에 한국 식당은 없단다.
한국 식당은 파리에 가면 몇 곳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머물러야 할 시간이 앞으로 많이 남았는데 사실은 지수가 많이 걱정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교육이 없으니 당연히 파리로 갈 생각이다.
말은 안하지만 얼마나 한식이 그리우면 뜨끈한 국물에 김치 한조각 먹으면 소원이 없다고까지 할까?
프론트에서 중국식당이 이 인근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지만 없는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멕시코 요리를 하는 집은 있느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멕시코 식당이 있다고 했다.
그 식당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받았다.
“멕시코 요리 먹으러 갈래?”
“그건 맛이 좀 다른가요?”
“응, 한국사람들 식성에 잘 맞는 외국요리가 멕시코 요리야. 다른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
“그럼 가요.”
“택시로 30분 가야 하면 제법 먼거리지?”
“으응. 그래도 가 보고 싶어요.”
그녀는 현석에게 말을 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프론트 맨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녀가 불어로 말하지 않고, 프론트맨에게 영어로 요청했다.
현석을 배려해서 하는 말이이라.
프론트 맨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불어로 잠시 통화를 하고는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유럽의 여름은 정말 해가 늦게 진다.
다른 유럽국가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현석이 해외 관광을 많이 다닌것도 아니고, 이렇게 업무상 출장으로 일년에도 몇번씩 해외를 다니지만, 동남아쪽은 기껏 반나절 정도의 블랭크이지만, 미주나 유럽쪽으로 출장가는 경우에는 비행기 스케쥴로 인해서 대부분 하루 정도는 블랭크가 생긴다.
어쩌다가 이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하루정도의 블랭크가 은근히 즐겁기도 하다.
이제는 전 아내가 된 하영도 직장생활을 해서 일정조정이 쉽지도 않거니와 사이가 그닥 좋지 않다보니 둘이 함께 여행하는경우란 거의 없는 탓에, 출장지에서 하루정도 남는 기간동안의 여행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해외 여행을 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프랑스는 몇번을 와서 비교적 익숙하긴 하지만, 이렇게 여름에 온 출장은 처음이다.
그래서 여름 날씨에 대한 기억은 없다.
프랑스의 여름 날씨는 참 이상한 것 같다.
이것이 유럽 날씨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햇빛에 나가면 따가울 정도로 덥고,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하다.
그리고 저녁 여섯 시만 넘으면 무척이나 시원해서 지금이 칠월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이다.
정상적인 교육은 늘 5시 30분이면 끝이 나기에 호텔로 돌아왔을 때에는 6시 정도밖에는 안되기도 하고, 한국땅도 여름에는 8 시는 되어야 어두워지긴 하지만, 그정도 어두워 지려면 지금 이곳에서는 밤 10시가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저녁 6시 정도는 했살이 너무나 환하게 비쳐서 그냥 오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태양을 놓고 본다면 아직 대낮이니, 차로 30분 거리 정도면, 다녀 오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럼 우리 복장이 너무 편한 것 같아 보이는데 조금만 갖출까?”
지수는 티셔츠에 긴 바지를 입어서 무난해 보였지만, 현석은 티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차, 아니, 아니 헨리가 바지만 갈아 입으면 될 것 같은데요.”
그녀는 차장님 할뻔 했다.
그래서 서둘러 정정을 한것같다.
하긴, 습관이란 무서운 것인데, 1년 넘도록 차장님 차장님 하고 불렀는데, 이름을 지어서 부르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갑자기 되는게 아닐것이다.
“잘 안되지 한번에?”
“네. 습관되서 그러나 봐요.”
“엘리.”
현석은 지수를 불렀다.
“네?”
“우리 둘이 있을땐, 엘리도 나한테 말을 편하게 하면 안될까?”
“…”
그녀가 말은 안하고 빙긋 웃었다.
“왜?”
“정말 그렇게 해요?”
그녀는 웃으면서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난 그게 좋아.”
“그런데, 혹시 돌아가서, 무심결에 말이 그렇게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되어서요.”
돌아가서?
맞아 돌아가서가 있긴하다.
지금 현석에게 돌아가서란 말은 까마득한 먼 훗날의 이야기 같다.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말을 이었다.
“음, 그럴께요.”
“그런다면서?”
“아이참, 그게 한번에 잘 안되서..”
그녀는 말을 흘리면서 이제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를 전달 했다.
그리고 장난처럼 현석의 팔을 툭 치더니 팔에 매달렸다.
그녀 역시 멕시코요리는 입맛에 잘 맞아 한다.
멕시코 요리도 국물이 없고, 김치도 없지만 칠리쉬림프 타코와 쉬림프 퀘사디아와 칠리 콘카르네를 시켜서 맵다고 하면서도 두사람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음 배불러.”
“아, 난 살 것 같아. 헨리 말대로 멕시코 요리는 정말 내 입맛에도 잘 맞는거 같아.”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만족한듯 했다.
그리고 택시로 이동하고, 식사를 하는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석이 몇번 지적한 탓에 이제는 말을 편하게 하는것에 제법 익숙해 진듯 하다.
“난 너무 많이 먹은거 같은데.”
“으응, 나도.”
그녀는 귀엽게 배를 툭툭 건드렸다.
그런다고 해도 워낙 날씬한 체형이라 전혀 배가 나온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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