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피&도넛"입니다.
과연 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올렸던 글이 4년 1개월 전이니...... 그러고 보니 세월이 정말 유수같이 흘렀어요.
그간 간혹이나마 들르긴 했었는데 다시 글을 써서 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을 쓴다는 게 시간과의 사투이다 보니 특히 저 같은 slow writer에겐 참 힘겹거든요.
그런데도 어떻게 여기 이렇게 섰네요!
이번 이야기는 3~4편 내로 이야기가 매조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니어서 책을 읽는 느낌 보다는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써봤습니다.
(제 글은 처음부터 후다닥 시작해서 후다닥 끝나는 류가 아니라서 이게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는..)
허접한 부분은 여러분의 내공과 상상으로 메꾸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 지난 이야기는 완결을 못지었는데요.
그 당시 저장했던 컴퓨터 하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복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거의 마무리 부분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스토리여서......
사실은 엄두가 안나서 그냥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읽어보니 그냥 미완인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서... 추가 마무리는 없는 걸로...
그리고,,,,,,,,,,,,,,,,,,
제가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간혹 들어오긴 했는데, 남는 건 리플이더군요.
억지로 남기실 필요는 없지만 한 번 남기게 되면 그건 이 글의 한 부분이 되는 거 더라구요.
글을 작가가 쓰는 게 맞지만 그걸 완성 시키고 살리는 것은 독자들이란 말이 실감이 됩니다.
어쩌면 제가 다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된 것도 제 오래된 글에 달리는 리플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자 그러면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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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리다
(부제;후배의 여자친구)
이 곳으로 이사온 뒤로 일이 끝나면 헬스 클럽에서 2시간씩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그게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간 제법 많은 사람들을 봐온 것 같아.
물론 안면이 익숙해진다는 것이 친목이나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지낸다는 의미는 아니야.
그냥 얼굴 아는 사람 정도?
- 젊은 연인 -
작년 이맘때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의 경계를 넘던 시기였어.
그 동안 지켜 봐온 바로는 계절이 바뀔 때 항상 회원들이 늘어나는데
그 때도 헬스 클럽 안은 새로운 얼굴들이 제법 보이더군.
내가 사람들을 꼼꼼히 살피고 체크하는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그건 그냥 보이는 것들이었어.
난 이런 곳에서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고 잡담을 나누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저 오래된 회원들과 가벼운 인사만 하고 혼자서 조용히 운동에 열중하다 조용히 사라지거든.
그런데 새로운 얼굴들 중 젊은 친구 한 명이 운동 몇 가지만 가르쳐 달라면서 말을 걸어 오는 거야.
사실 운동 중에 누가 옆에서 훈수 두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데 그 반대 상황이 되는 것 같아 내키지 않더라고.
"저도 잘 몰라요. 코치님한테 부탁하면 가르쳐 주실 텐데."
"가르쳐 주시긴 했는데 너무 대충 가르쳐 주셔서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는 부탁인데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똑 부러지게 말하더군.
그런데도 아주 예의 바르다는 느낌, 그것도 한국식 예절이 아닌 서양식 매너로 잘 교육 받은 느낌이었어.
내가 어째야 하나 잠시 고민하는 순간 그의 여자친구가 정수기 있는 곳에서 걸어 오더니
그 청년 반걸음 뒤에 멈춰 서서 우리를 번갈아 보더라.
마치 서로 아는 사이인가 하는 표정이었어.
"제 여자친구에요."
"아…. 안녕하세요."
"운동 가르쳐 주신데. 인사 드려."
"안녕하세요."
"아…. 저…."
"우리 오빠가 실례한 건 아니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돼서 뭘 잘 몰라요."
"아, 아니에요."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전 한국 나이로 27살이에요."
"오빠보다 형님 같은 얼굴은 아닌데?"
"에이…… 딱 봐도 제가 한참 들어 보이는데요 뭘. 전 32이에요."
"와, 정말이에요? 전 많아도 한두 살 정도 일거라고 봤는데."
"형님 정말 어려 보이시는데요."
"외국에서 오셔서 그런지 립서비스가…."
"아니에요, 그리고 오빠만 외국에서 왔지 전 한국 토박이에요."
4개월째 접어든 젊은 연인 혁민이와 유경이를 그렇게 알게 되었어.
혁민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식 버터발음이 섞인 걸 제외하면 한국어가 꽤나 유창했어.
근데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냥 작고 똥똥한 체격의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느낌?
자기 말로는 미국에서도 컨트리 사이드에 살아서 그렇데.
유경이는 170cm 가까운 키에 풍만한 몸매를 소유한 25살짜리 사회초년생이었어.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었지.
작은 얼굴에 선이 얇은 이목구비, 분명 요즘의 미인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수줍음이 많은 인상인데도 애교가 뒤섞인, 나긋나긋한 말투와 여성스러움이 가득한,
특히나 눈웃음을 지을 때면 시선을 떼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어.
한눈에 반할 타입은 아니지만 서서히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반 강제적으로 그들의 트레이너가 되었어.
나 역시 전문가는 아니니까 그 동안 어깨너머로 봐왔던 코치들의 방법을 참고 삼아
기구 설명과 자세를 잡아 주는 정도로 시작을 했지.
혁민이의 넉살이 좋아서인지 금새 친해지더라.
혁민이 아니었으면 눈빛도 안 마주쳤을 유경이도 잘 따랐어.
사실 난 낯가림이 제법 심해서 그렇게 금새 친해지는 경우도 없었고
여자한텐 괜한 오해 사는 게 싫어서 거리를 두고 딱딱하게 대하는 편이거든.
그래서인지 이렇게 쉽게 친해지는 걸 보고 뭔가 인연은 인연이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라.
한 달쯤 지나고부터는 헬스 클럽 밖에서도 어울리기 시작했는데
혁민이 업무시간이 뒤로 늦춰졌던 게 이유였어.
같이 운동을 못하니 운동 마치는 시간에 유경이를 데리러 와서 같이 커피 한 잔 하는 식이었지.
그러다가 주말이면 한국어 배우러 온 혁민이 친구 누나까지 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그랬어.
혁민이는 친구 누나랑 나랑 소개를 시켜주려던 의도가 있었다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더라.
그래도 뭐 한국인 모습을 한 외국인 여자 사람 친구가 생겼다는 건 참 좋았지.
2:2 머리수도 맞출 수 있었고.
- 혁민이의 갑작스런 출국 -
3개월쯤 지나고 였을 거야. 혁민이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음 소식에 출국을 했어.
결과적으론 그게 혁민이와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는데
무엇보다도 예고도 없이 이별을 맞게 된 유경이가 걱정이 되더라.
하지만 유경이는 냉정하리만큼 내색을 않더군.
오히려 그 때부터 운동에 더욱 빠져드는 모습이 이렇게라도 마음을 달래는 건가 싶었어.
겨울 끝에 다다를수록 눈이 굉장히 자주 내렸어.
그 날도 운동 끝나고 나오는데 눈이 펑펑 내리더라고.
유경이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헬스클럽 락커에 넣어두었던 접이식 손우산을 가지고 나왔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눈을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 유경이의 뒷모습,
코트 아래로 검은색 레깅스를 신고 있었는데 군더더기 없이 매끈해 보이는 게 몸이 제법 변한 것 같았어.
운동 시작한 지 벌써 5개월, 게다가 두 달 전부터는 대회라도 나갈 것처럼 해댔으니….
"유경아 뒤에서 보니까 너 종아리가 많이 날씬해 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그 특유의 매력 넘치는 눈웃음을 짓더군.
"이제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넌 이미 알고 있었던 가보네."
"그럼요. 10키로나 빠졌는데."
"오~~. 그럼 지금 몇 키론거야?"
"아니, 오빠 저도 여자에요."
"아, 됐고. 빨리 말해 봐!"
"지금 키로수 말해 드리면 전에 몸무게 들통나잖아요."
"나 더하기, 빼기 못하니까 그냥 말하라고!"
"53키로요."
"헬스 클럽에서 인바디 검사한 거야?"
"네."
"그럼 근육 량은 얼마나 늘었어?"
"3.4인가? 체지방이 15%정도 였어요."
"오~ 그 정도면 목표 달성했네. 근데 언제 검사했데?"
"그저께 오빠 씻으러 들어가는 거 보고 몰래 검사해봤어요."
"이야~~ 아무튼 축하해!"
"근데 오빠가 맨날 옆에서 나 가르치면서 전혀 몰랐다는 게 더 웃겨요."
그러게 왜 몰랐을까? 왜 먼저 인바디 검사해 보자고 말 한 번 해보지 않았을까?
"진짜 오빠 나한테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에요?"
"얘가 왜 이러실까? 내가 무심했음 같이 운동했겠니?"
"신경 써주는 거 말고요. 나한테 관심이 없다 이 말이에요."
"관심이 있으니까 신경을 쓰는 거지."
"됐어요!"
"알았어, 알았어. 내가 내일부터 관심 듬뿍 줄 테니까 일단 가자! 춥다!"
난 왼 손으론 우산을 받쳐들고 오른 손으론 유경이의 등을 감싸면서 걸음을 옮겼어.
그 순간 유경이는 발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양 팔로 내 허리춤을 껴안더군.
어찌 보면 그 상황에선 너무나 자연스런 포즈인데 처음 있는 일이라 내가 살짝 놀랬던 것 같아.
"오빠!"
"왜, 또?"
"나 그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선물 하나만 해주면 안돼요?"
"선물? 무슨 선물?"
"이 냄새……."
길 가에 있던 치킨 집 환풍구로 하얀 연기랑 닭튀기는 냄새가 그윽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어.
사실 그냥 지나치다 맡아도 견디기 힘든데 운동까지 하고 나왔으니 그 유혹이 이만저만이 아니지.
게다가 그 동안 식단 조절한다고 참아왔을….
아니, 냄새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동안 닭가슴 살 먹은 것만으로도 질릴 텐데…….
"너 닭가슴 살 질리도록 먹었을 텐데 닭이 먹고 싶니?"
"저 닭 좋아해요. 그리고 이건 양념된 거 잖아요."
"이왕이면 정말 먹고 싶던 거 먹어도 돼."
"괜찮아요. 그리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싶고. 그래도 되죠?"
"뭐, 니가 원한다면야."
2층 구석자리였지만 창가 바로 옆이라 함박눈이 쏟아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게 운치가 있었어.
유경이는 눈이 내리거나 말거나 신이 나서 메뉴판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그래 봐야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선택하는 건데 뭘 그리 살피는지.
결국은 후라이드 반, 양념 반에 생맥주 두 잔을 시켰어. 유경이가 이렇게 신나 하는 모습을 본 게 얼마만인지.
아니, 생각해 보니 유경이랑 단 둘이서는 커피 한 잔 한 적이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 흐뭇하기도 했어.
"닭 더 시켜줘?"
평소와는 달리 거창하게 먹은 것 같지만 실은 작은 닭 반 마리씩 먹은 꼴이었으니 배가 찰 리가 없었지.
그래서 더 먹지 않겠냐고 물었어.
"음…. 골뱅이 먹고 싶어요."
"맥주에 골뱅이?"
"그럼 안돼요?"
"안 될 거야 없지. 근데 여기 닭만 파는 거 아니었어?"
"아까 메뉴 보니까 있었어요."
"그럼 시켜."
그 날 따라 유경이랑 나는 맥주 한 잔씩을 가볍게 비우고 2잔째 이어 3잔째를 앞에 놓고 있었어.
취기 까지는 아니고 기분이 살짝 업된 상태?
"오빠는 그 언니랑 잘 되고 있어요?"
"언니?"
"제시카 언니요."
"아니. 연락 안 한지 2어달 됐지?"
"혁민이 간 이후로요?"
"응. 근데 그 전에도 따로 연락하고 그러진 않았어. 문자나 좀 주고 받는 정도였지."
"왜요? 언니 이쁘잖아요."
"내가 보기엔 니가 더 이쁘다."
"제가 이쁘다구요?"
그 순간의 내 말 뜻은 "니가 이쁘다."가 아니라 "차라리 니가 더 낫다."라는 비교 우위,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시카는 나에겐 이쁘지 않다."였어.
그런데 유경이는 자기가 이쁘다고 하는 걸로 받아드리더군.
그러니 어떡하겠어.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고 하자니 애를 민망하게 하는 것 같고.
"응. 이뻐."
"저 그 말 처음 들어봐요. 근데 부끄럽다. 헤~"
그 순간 나도 조금 놀랐어. 정말 유경이가 예쁘게 보였거든.
술 때문도 조명 때문도 아니고 그 동안 유경이의 매력을 알게 되어서도 아닌
순수하게 얼굴 자체만 놓고 봐서 이쁘더라고.
아마 얼굴이 갸름해지면서 이목구비 비율이 조화롭게 자리 잡혔던가 봐.
근데, 진짜 남자건 여자건 살이 빠져야 본 얼굴이 나오더라.
"아니야, 진짜 이쁘네. 역시 살 빠지니 인물도 사는 구나!"
"오빠가 말하니까 진짜 그런 것 같잖아요."
"진짜 그렇다니까!"
취기가 올라와서 빨개진 건지 부끄럼 때문에 빨개진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다 수줍음과 함께 미소가 가득 번지니 귀엽더라.
사랑스럽다? 그런 느낌도 들고.
"남자들 말 안 믿지만 오빠한테 들으니까 왠지 달라요."
"뭐가 다른데?"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같지 않고 용기를 주는 말 같아서요."
"그래?"
"네, 그리고……."
"그리고 뭐?"
"이건 조금 다른 건데 오빠가 말하는 게 듣기가 좋아요."
"취했어? 너 지금 같은 말 되풀이 하는 거 알지?"
"아뇨, 그게 아니라. 오빠가 무슨 말을 하든 듣고 있으면 귀가 간질간질한 게 잠이 올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고 여튼 되게 묘해요."
"남들이 들으면 내가 무슨 최면술사인 줄 알겠다."
"그렇네! 나 오빠한테 최면 걸렸나 봐요."
"그럼 내가 양파 주고 사과라고 하면 먹겠네?"
"아이~ 오빤…."
그 날 처음으로 유경이를 집 앞까지 바래다 줬어.
계속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어서 한 우산 아래서 나는 한 손으로 유경이의 어깨를 두르고
유경이는 양손으로 나를 껴안은 채 걸었지.
어색함 없이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게 이상할 정도더라.
왠지 기분도 묘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분명 설렘이 맞는데 난 무의식에서 그걸 부인했던 것 같아.
그땐 우리 관계가 보통의 남녀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평소 내 성격을 비춰봐서 난 내 감정보다 나를 향한 신뢰가 우선이었을 거야.
유경이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 프런트 앞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권했을 때 팅긴 것도
아마 그런 무의식이 작용했던 거겠지.
- 미묘한 관계 속으로 -
다음날 퇴근길에 아디다스 매장에 들러 유경이한테 줄 여성용 트레이닝 타이즈 두 벌을 샀어.
하나는 발 목까지 내려오는 거, 다른 하나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3/4짜리 타이즈.
사실 레깅스 같아서 처음 입으면 민망할 수도 있지만 요즘 들어 운동하는 여자들은 너도나도 입는 분위기고
원단도 일반 레깅스나 타이즈 원단이랑은 다른데다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이 들어가서 예쁘더라고.
사는 김에 필 받아서 상의도 두 벌을 더했어.
슬림한 거랑, 박스형. 어떤 스탈을 좋아할 지 몰라서 그냥 두 개를 다 산 거지.
마음 같아선 신발도 질러 버릴까 싶었지만 그건 좀 오버하는 것 같아서, 뭐…. 사이즈도 몰랐고.
실은 문자라도 보내볼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난 유경이의 전화번호가 없더라.
따로 연락할 일이 없었거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헬스클럽에 도착하면 같이 운동하는 게 다였으니까.
그 날 저녁 운동을 마치고 쇼핑백을 건네니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짓더군.
그래서 그 동안 고생했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다 했지.
진심으로 감동받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
사실 난 부담스러워 하면 어쩌나 했거든.
혁민이란 존재가 없으면 난 그냥 동네 오빤데, 동네 오빠가 이런 선물은 안 하잖아.
전날처럼 유경이를 집까지 바래다 줬어.
현관 대형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새삼 내가 알던 유경이가 맞나 싶더라.
전신성형을 하고 나면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
어제와 마찬가지로 코트에 레깅스, 하이힐인데 왠지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내 인식의 변화인지, 유경이의 변화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집으로 돌아와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어.
헬스클럽에서 샤워를 하고 왔지만 몸이 영 찌부둥한 게 감기기운도 살짝 돌고 해서 말이야.
칼바람 속에 얼었던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니 몸이 풀어지는 듯 나른하니 좋더라.
하마터면 그대로 잠이 들뻔했을 정도로.
어쩌면 살짝 졸았다 깬 건지도 모르겠다. 20여분 뒤 욕실을 나왔을 땐 방에 훈기가 가득하더라.
무슨 천연 바디로션을 온 몸 구석구석 바르고 벌거벗은 그대로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어.
살짝 잠이 들려는 찰라 머리맡 탁자에 올려둔 스마트 폰에 메시지가 연달아 들어오더군.
<오빠가 사준 트레이닝복 입어봤어요. 어때요?>
유경이는 내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었던 가봐.
내가 카톡 자동 동기화를 해제시키고 있어서 내 카톡 멤버엔 뜨지 않았던 거였고.
아무튼 유경이는 내가 선물한 트레이닝 복을 입은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와~ 진짜 입이 쩍 벌어지더라.
몸이 이정도 까지 만들어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타이즈 트레이닝용 티셔츠를 입고 옆으로 서서 찍은 사진을 보니까,
팔다리가 길죽길죽한 데다 상체는 짧은 게 몸 비율 자체가 아시아 유전자가
아니라 남미 여자들을 연상시키더라고.
특히 엉덩이는 대개의 아시아 여성이 운동으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어.
몸매 사진만 보면 그냥 스페인 피가 섞인 남미 여자?
이건 뭐 운동의 효과라기 보다 그냥 타고 난 거였어.
뿐만 아니라 잘록한 허리라인 위로 이어지는 가슴,
가슴 큰 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수위 높은 야사 같은 느낌?
<와~ 이거 정말 너 맞니?>
<그럼 누구겠어욧!!!! ㅡ.ㅡ^>
<이건 운동한다고 나올 몸이 아닌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몸 비율을 봐도 그렇고 전체적인 몸매 라인을 봐도 그렇고 스페니쉬 여자 같다. 한국인 아니 아시아인 같지가 않아서. 정말 몸 하나는 타고 났네.>
<앗……. 정말이요? 칭찬 맞죠?>
<그럼. 지금이라도 이 길로 나가도 성공하겠어.>
<우와~~ 기분 좋다. 더 열심히 해야지~>
<특히나 난 이런 엉덩이 첨 본다.>
<흥, 엉덩이만 보셨군요. 응큼쟁이!!!!>
유경이는 신이 났는지 몇 장의 사진을 더 보냈고 난 그 때마다 진지한 평과 호응을 보내줬어.
우리의 톡은 자정까지 이어졌지.
정말 그렇게 오래도록 톡을 주고 받은 것이 얼마만이었던지.
굿나잇 인사를 하고 난 뒤 한 동안 잠이 안 오더라.
자꾸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게 정체 모를 묘한 감정까지 담배 연기처럼 피어나서 말이야.
얼마나 잤을까? 그렇게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머리 맡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들어왔다는 LED 신호에 바로 눈이 떠졌어.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소리도 아니고 단 한 번의 불빛 신호였으니. 유경이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면서 메시지를 확인을 했어.
유경이가 맞더군. 한 장의 사진을 보냈는데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온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어.
유경이의 등 뒤 45도 정도 비스듬히, 그리고 바닥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카메라 앵글.
속눈썹까지 붙인 채 짙은 스모키 눈 화장을 한 유경이가 등 뒤로 고개를 돌려
바닥에서 자신을 향했을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었어.
붉은색 체크 무늬 남방을 가슴 바로 아래에서 묶었는지 밑 단이 올라가 허리춤이 다 드러나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 시선이 고정된 곳은 그 아래 엉덩이…….
왼쪽 다리로 몸을 지지하고 오른쪽 다리는 발판 위에 걸쳐 45도 정도 ㄱ자로 꺾인 포즈로
엉덩이를 살짝 뒤로 내 민 듯 했는데 입고 있는 게 타이트한 핫팬츠가 아니라
엉덩이의 2/3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원단의 드로우즈 종류 속옷 같았어.
그러니까 오른쪽 엉덩이 2/3부터 허벅지 아래로 그냥 맨 몸인 건데
뭘 발랐는지 피부는 반질거리고 조명까지 엉덩이에 머물고 있어서 더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더군.
마치 섹시 화보 같은 느낌? 도저히 그 엉덩이와 허벅지 옆 라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확인했다는 표시가 뜨는데 왜 말이 없지?>
워낙 넋을 놓고 있었던 터라 답해줄 정신도 없었던 가봐.
한 참 뒤에 다시 텍스트 메시지가 뜨더라고.
<이거 언제 적이야?>
<언제 적이긴요. 방금 찍어서 보낸 건데. 어때요?>
<와~ 나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답해 주는 것도 잊었을까?>
<각도 때문에 그런가? 엉덩이랑 허벅지 너무 두꺼워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더 정신을 못 차리겠다. 근데 이거 핫팬츠는 아니지?>
<네. 새로 산 속옷!>
<하......>
<왜요? 안 이뻐요?>
<이쁜정도가 아니라 정말 섹시하다.>
<오빠 므흣해졌겠네요. 히히>
<나 굉장히 건강한 남자거든!>
<오빤 돌덩인 줄 알았는데? 몸도 돌덩이, 가슴도 돌덩이>
<이 사진 보고 흐물흐물 녹았다.>
<그럼 이제 다시 주무세요!>
<잠 다 깨워놓고 다시 자라니 무슨 심보냐?>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 ㅋ>
<아니다. 됐다. 근데 너 여직 안자고 이거 찍은 거?>
<네, 오빠 칭찬에 필 받아서 화장하고 때마침 오늘 도착한 속옷도 입어보고 그러다 사진까지 찍게 된 거죠. 오빠 때문임!!!!>
<난 너 때매 지금 코피 터짐.>
<그럼 코피 터진 김에 왕창 쏟고 주무세요, 엉덩이 매니아님!!!! 그럼 전 뿅~♥>
유경이는 마지막 텍스트 메시지 뒤로 두 장의 사진을 더 보내왔어.
두 장 모두 아까와 같은 차림의 사진이었는데 한 장은 완전히 뒤돌아 선 자세에서
다리를 살짝 벌리고 뒤를 돌아다 보는 사진이었고
다른 한 장은 그 상태에서 허리를 숙여 벽에 양손을 집은 포즈였어.
자연스럽게 후배위 자세가 연상될 정도로 자극적인 사진이었지.
난 잠시 유경이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나 야한 사진을 찍어 보낸 걸까 고민에 휩싸였어.
아니,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렇다고 둘 사이에 뭔가 스파크가 일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 사이가 너무 확고하다고 생각해서 쓸데 없는 오해를 안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걸까?
그래도 그렇지 이런 사진을 보낸 다는 게 오빠 동생하는 사이에서,
그것도 남친이 낀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건가?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답하고 혼자 부인하기를 되풀이 하며
평소 잘 피지도 않던 담배를 두 까치나 피워댔어.
그런다고 뭘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다시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계속해서 사진 속 유경이의 모습이 떠올랐거든.
게다가 수위가 높은 야릇한 상상까지 더해지니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크게 뛰었어.
난방으로 인한 훈기와 욕정으로 타오른 열기로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모래사장에 누운 것 같더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불을 걷어 버리고 벌거벗은 몸을 어둠 속에서 드러냈지.
페니스가 빳빳하게 발기해 있더라.
쇳덩이가 달궈진 것처럼 데일 정도로 뜨거웠어.
검지 손 끝으로 느껴지는 귀두는 맨질맨질한 게 벌써 최대한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것 같았어.
한 손에 유경이 사진을 띄운 스마트 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잔뜩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천천히 움직였어.
억지로 뭔가를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려지더라.
살짝 벌어진 유경이의 입술 하나만으로도 수십 가지 그림이 펼쳐지더라고.
저 반질거리는 엉덩이 사이로 페니스를 갖다 대고 입술을 탐미하는 것부터 무릎을 꿇리고
살짝 벌어진 저 입술에 내 페니스를 쑤셔 넣는 영상까지 그냥 한편의 영화처럼 주르륵.
얼마나 흥분했던지 그 사이 페니스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손마디를 다 적실 정도였어.
손에 묻은 애액을 가슴에 대충 닦고 스마트 폰에 띄운 유경이 사진을 엉덩이 부분만 클로즈 업 시켜봤어.
무릎을 꿇고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가 빨고 싶더라.
양 손으론 유경이의 양 허벅지를 어루만지면서.
오랜만에 하는 자위인데다 매일 같이 만나는 여인의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하고 있으니
페니스뿐만 아니라 온 몸이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지더군.
쉬 끝나는 게 아쉬워 사정이 타이밍을 몇 번이나 끌고 끌었는지 모르겠어.
허나 제일 마지막에 보낸 사진을 띄운 채 후배위하는 상상을 하니 더 이상 참고 싶지 않더라.
그냥 싸버리고 싶었어.
"으………음."
정액이 쭉욱하고 거의 목 아래 부분까지 뿜어져 나왔어.
배 위는 정액으로 아주 난장판이 되었지.
결국엔 옆으로 줄줄 흘러 침대 시트까지 적셔버렸어.
그러고 나니 현자타임이 오더군.
다른 때와는 다르게 유경이를 향한 죄책감 같은 것도 뒤섞여서 후회스럽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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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독자들이 더 많은 건 알고 있습니다.
고로 남자의 자위행위 묘사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성 독자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도 때문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커플들이 많이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올렸던 글이 4년 1개월 전이니...... 그러고 보니 세월이 정말 유수같이 흘렀어요.
그간 간혹이나마 들르긴 했었는데 다시 글을 써서 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을 쓴다는 게 시간과의 사투이다 보니 특히 저 같은 slow writer에겐 참 힘겹거든요.
그런데도 어떻게 여기 이렇게 섰네요!
이번 이야기는 3~4편 내로 이야기가 매조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니어서 책을 읽는 느낌 보다는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써봤습니다.
(제 글은 처음부터 후다닥 시작해서 후다닥 끝나는 류가 아니라서 이게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는..)
허접한 부분은 여러분의 내공과 상상으로 메꾸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 지난 이야기는 완결을 못지었는데요.
그 당시 저장했던 컴퓨터 하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복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거의 마무리 부분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스토리여서......
사실은 엄두가 안나서 그냥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읽어보니 그냥 미완인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서... 추가 마무리는 없는 걸로...
그리고,,,,,,,,,,,,,,,,,,
제가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간혹 들어오긴 했는데, 남는 건 리플이더군요.
억지로 남기실 필요는 없지만 한 번 남기게 되면 그건 이 글의 한 부분이 되는 거 더라구요.
글을 작가가 쓰는 게 맞지만 그걸 완성 시키고 살리는 것은 독자들이란 말이 실감이 됩니다.
어쩌면 제가 다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된 것도 제 오래된 글에 달리는 리플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자 그러면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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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리다
(부제;후배의 여자친구)
이 곳으로 이사온 뒤로 일이 끝나면 헬스 클럽에서 2시간씩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그게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간 제법 많은 사람들을 봐온 것 같아.
물론 안면이 익숙해진다는 것이 친목이나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지낸다는 의미는 아니야.
그냥 얼굴 아는 사람 정도?
- 젊은 연인 -
작년 이맘때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의 경계를 넘던 시기였어.
그 동안 지켜 봐온 바로는 계절이 바뀔 때 항상 회원들이 늘어나는데
그 때도 헬스 클럽 안은 새로운 얼굴들이 제법 보이더군.
내가 사람들을 꼼꼼히 살피고 체크하는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그건 그냥 보이는 것들이었어.
난 이런 곳에서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고 잡담을 나누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저 오래된 회원들과 가벼운 인사만 하고 혼자서 조용히 운동에 열중하다 조용히 사라지거든.
그런데 새로운 얼굴들 중 젊은 친구 한 명이 운동 몇 가지만 가르쳐 달라면서 말을 걸어 오는 거야.
사실 운동 중에 누가 옆에서 훈수 두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데 그 반대 상황이 되는 것 같아 내키지 않더라고.
"저도 잘 몰라요. 코치님한테 부탁하면 가르쳐 주실 텐데."
"가르쳐 주시긴 했는데 너무 대충 가르쳐 주셔서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는 부탁인데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똑 부러지게 말하더군.
그런데도 아주 예의 바르다는 느낌, 그것도 한국식 예절이 아닌 서양식 매너로 잘 교육 받은 느낌이었어.
내가 어째야 하나 잠시 고민하는 순간 그의 여자친구가 정수기 있는 곳에서 걸어 오더니
그 청년 반걸음 뒤에 멈춰 서서 우리를 번갈아 보더라.
마치 서로 아는 사이인가 하는 표정이었어.
"제 여자친구에요."
"아…. 안녕하세요."
"운동 가르쳐 주신데. 인사 드려."
"안녕하세요."
"아…. 저…."
"우리 오빠가 실례한 건 아니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돼서 뭘 잘 몰라요."
"아, 아니에요."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전 한국 나이로 27살이에요."
"오빠보다 형님 같은 얼굴은 아닌데?"
"에이…… 딱 봐도 제가 한참 들어 보이는데요 뭘. 전 32이에요."
"와, 정말이에요? 전 많아도 한두 살 정도 일거라고 봤는데."
"형님 정말 어려 보이시는데요."
"외국에서 오셔서 그런지 립서비스가…."
"아니에요, 그리고 오빠만 외국에서 왔지 전 한국 토박이에요."
4개월째 접어든 젊은 연인 혁민이와 유경이를 그렇게 알게 되었어.
혁민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식 버터발음이 섞인 걸 제외하면 한국어가 꽤나 유창했어.
근데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냥 작고 똥똥한 체격의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느낌?
자기 말로는 미국에서도 컨트리 사이드에 살아서 그렇데.
유경이는 170cm 가까운 키에 풍만한 몸매를 소유한 25살짜리 사회초년생이었어.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었지.
작은 얼굴에 선이 얇은 이목구비, 분명 요즘의 미인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수줍음이 많은 인상인데도 애교가 뒤섞인, 나긋나긋한 말투와 여성스러움이 가득한,
특히나 눈웃음을 지을 때면 시선을 떼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어.
한눈에 반할 타입은 아니지만 서서히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반 강제적으로 그들의 트레이너가 되었어.
나 역시 전문가는 아니니까 그 동안 어깨너머로 봐왔던 코치들의 방법을 참고 삼아
기구 설명과 자세를 잡아 주는 정도로 시작을 했지.
혁민이의 넉살이 좋아서인지 금새 친해지더라.
혁민이 아니었으면 눈빛도 안 마주쳤을 유경이도 잘 따랐어.
사실 난 낯가림이 제법 심해서 그렇게 금새 친해지는 경우도 없었고
여자한텐 괜한 오해 사는 게 싫어서 거리를 두고 딱딱하게 대하는 편이거든.
그래서인지 이렇게 쉽게 친해지는 걸 보고 뭔가 인연은 인연이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라.
한 달쯤 지나고부터는 헬스 클럽 밖에서도 어울리기 시작했는데
혁민이 업무시간이 뒤로 늦춰졌던 게 이유였어.
같이 운동을 못하니 운동 마치는 시간에 유경이를 데리러 와서 같이 커피 한 잔 하는 식이었지.
그러다가 주말이면 한국어 배우러 온 혁민이 친구 누나까지 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그랬어.
혁민이는 친구 누나랑 나랑 소개를 시켜주려던 의도가 있었다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더라.
그래도 뭐 한국인 모습을 한 외국인 여자 사람 친구가 생겼다는 건 참 좋았지.
2:2 머리수도 맞출 수 있었고.
- 혁민이의 갑작스런 출국 -
3개월쯤 지나고 였을 거야. 혁민이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음 소식에 출국을 했어.
결과적으론 그게 혁민이와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는데
무엇보다도 예고도 없이 이별을 맞게 된 유경이가 걱정이 되더라.
하지만 유경이는 냉정하리만큼 내색을 않더군.
오히려 그 때부터 운동에 더욱 빠져드는 모습이 이렇게라도 마음을 달래는 건가 싶었어.
겨울 끝에 다다를수록 눈이 굉장히 자주 내렸어.
그 날도 운동 끝나고 나오는데 눈이 펑펑 내리더라고.
유경이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헬스클럽 락커에 넣어두었던 접이식 손우산을 가지고 나왔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눈을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 유경이의 뒷모습,
코트 아래로 검은색 레깅스를 신고 있었는데 군더더기 없이 매끈해 보이는 게 몸이 제법 변한 것 같았어.
운동 시작한 지 벌써 5개월, 게다가 두 달 전부터는 대회라도 나갈 것처럼 해댔으니….
"유경아 뒤에서 보니까 너 종아리가 많이 날씬해 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그 특유의 매력 넘치는 눈웃음을 짓더군.
"이제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넌 이미 알고 있었던 가보네."
"그럼요. 10키로나 빠졌는데."
"오~~. 그럼 지금 몇 키론거야?"
"아니, 오빠 저도 여자에요."
"아, 됐고. 빨리 말해 봐!"
"지금 키로수 말해 드리면 전에 몸무게 들통나잖아요."
"나 더하기, 빼기 못하니까 그냥 말하라고!"
"53키로요."
"헬스 클럽에서 인바디 검사한 거야?"
"네."
"그럼 근육 량은 얼마나 늘었어?"
"3.4인가? 체지방이 15%정도 였어요."
"오~ 그 정도면 목표 달성했네. 근데 언제 검사했데?"
"그저께 오빠 씻으러 들어가는 거 보고 몰래 검사해봤어요."
"이야~~ 아무튼 축하해!"
"근데 오빠가 맨날 옆에서 나 가르치면서 전혀 몰랐다는 게 더 웃겨요."
그러게 왜 몰랐을까? 왜 먼저 인바디 검사해 보자고 말 한 번 해보지 않았을까?
"진짜 오빠 나한테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에요?"
"얘가 왜 이러실까? 내가 무심했음 같이 운동했겠니?"
"신경 써주는 거 말고요. 나한테 관심이 없다 이 말이에요."
"관심이 있으니까 신경을 쓰는 거지."
"됐어요!"
"알았어, 알았어. 내가 내일부터 관심 듬뿍 줄 테니까 일단 가자! 춥다!"
난 왼 손으론 우산을 받쳐들고 오른 손으론 유경이의 등을 감싸면서 걸음을 옮겼어.
그 순간 유경이는 발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양 팔로 내 허리춤을 껴안더군.
어찌 보면 그 상황에선 너무나 자연스런 포즈인데 처음 있는 일이라 내가 살짝 놀랬던 것 같아.
"오빠!"
"왜, 또?"
"나 그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선물 하나만 해주면 안돼요?"
"선물? 무슨 선물?"
"이 냄새……."
길 가에 있던 치킨 집 환풍구로 하얀 연기랑 닭튀기는 냄새가 그윽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어.
사실 그냥 지나치다 맡아도 견디기 힘든데 운동까지 하고 나왔으니 그 유혹이 이만저만이 아니지.
게다가 그 동안 식단 조절한다고 참아왔을….
아니, 냄새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동안 닭가슴 살 먹은 것만으로도 질릴 텐데…….
"너 닭가슴 살 질리도록 먹었을 텐데 닭이 먹고 싶니?"
"저 닭 좋아해요. 그리고 이건 양념된 거 잖아요."
"이왕이면 정말 먹고 싶던 거 먹어도 돼."
"괜찮아요. 그리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싶고. 그래도 되죠?"
"뭐, 니가 원한다면야."
2층 구석자리였지만 창가 바로 옆이라 함박눈이 쏟아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게 운치가 있었어.
유경이는 눈이 내리거나 말거나 신이 나서 메뉴판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그래 봐야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선택하는 건데 뭘 그리 살피는지.
결국은 후라이드 반, 양념 반에 생맥주 두 잔을 시켰어. 유경이가 이렇게 신나 하는 모습을 본 게 얼마만인지.
아니, 생각해 보니 유경이랑 단 둘이서는 커피 한 잔 한 적이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 흐뭇하기도 했어.
"닭 더 시켜줘?"
평소와는 달리 거창하게 먹은 것 같지만 실은 작은 닭 반 마리씩 먹은 꼴이었으니 배가 찰 리가 없었지.
그래서 더 먹지 않겠냐고 물었어.
"음…. 골뱅이 먹고 싶어요."
"맥주에 골뱅이?"
"그럼 안돼요?"
"안 될 거야 없지. 근데 여기 닭만 파는 거 아니었어?"
"아까 메뉴 보니까 있었어요."
"그럼 시켜."
그 날 따라 유경이랑 나는 맥주 한 잔씩을 가볍게 비우고 2잔째 이어 3잔째를 앞에 놓고 있었어.
취기 까지는 아니고 기분이 살짝 업된 상태?
"오빠는 그 언니랑 잘 되고 있어요?"
"언니?"
"제시카 언니요."
"아니. 연락 안 한지 2어달 됐지?"
"혁민이 간 이후로요?"
"응. 근데 그 전에도 따로 연락하고 그러진 않았어. 문자나 좀 주고 받는 정도였지."
"왜요? 언니 이쁘잖아요."
"내가 보기엔 니가 더 이쁘다."
"제가 이쁘다구요?"
그 순간의 내 말 뜻은 "니가 이쁘다."가 아니라 "차라리 니가 더 낫다."라는 비교 우위,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시카는 나에겐 이쁘지 않다."였어.
그런데 유경이는 자기가 이쁘다고 하는 걸로 받아드리더군.
그러니 어떡하겠어.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고 하자니 애를 민망하게 하는 것 같고.
"응. 이뻐."
"저 그 말 처음 들어봐요. 근데 부끄럽다. 헤~"
그 순간 나도 조금 놀랐어. 정말 유경이가 예쁘게 보였거든.
술 때문도 조명 때문도 아니고 그 동안 유경이의 매력을 알게 되어서도 아닌
순수하게 얼굴 자체만 놓고 봐서 이쁘더라고.
아마 얼굴이 갸름해지면서 이목구비 비율이 조화롭게 자리 잡혔던가 봐.
근데, 진짜 남자건 여자건 살이 빠져야 본 얼굴이 나오더라.
"아니야, 진짜 이쁘네. 역시 살 빠지니 인물도 사는 구나!"
"오빠가 말하니까 진짜 그런 것 같잖아요."
"진짜 그렇다니까!"
취기가 올라와서 빨개진 건지 부끄럼 때문에 빨개진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다 수줍음과 함께 미소가 가득 번지니 귀엽더라.
사랑스럽다? 그런 느낌도 들고.
"남자들 말 안 믿지만 오빠한테 들으니까 왠지 달라요."
"뭐가 다른데?"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같지 않고 용기를 주는 말 같아서요."
"그래?"
"네, 그리고……."
"그리고 뭐?"
"이건 조금 다른 건데 오빠가 말하는 게 듣기가 좋아요."
"취했어? 너 지금 같은 말 되풀이 하는 거 알지?"
"아뇨, 그게 아니라. 오빠가 무슨 말을 하든 듣고 있으면 귀가 간질간질한 게 잠이 올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고 여튼 되게 묘해요."
"남들이 들으면 내가 무슨 최면술사인 줄 알겠다."
"그렇네! 나 오빠한테 최면 걸렸나 봐요."
"그럼 내가 양파 주고 사과라고 하면 먹겠네?"
"아이~ 오빤…."
그 날 처음으로 유경이를 집 앞까지 바래다 줬어.
계속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어서 한 우산 아래서 나는 한 손으로 유경이의 어깨를 두르고
유경이는 양손으로 나를 껴안은 채 걸었지.
어색함 없이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게 이상할 정도더라.
왠지 기분도 묘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분명 설렘이 맞는데 난 무의식에서 그걸 부인했던 것 같아.
그땐 우리 관계가 보통의 남녀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평소 내 성격을 비춰봐서 난 내 감정보다 나를 향한 신뢰가 우선이었을 거야.
유경이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 프런트 앞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권했을 때 팅긴 것도
아마 그런 무의식이 작용했던 거겠지.
- 미묘한 관계 속으로 -
다음날 퇴근길에 아디다스 매장에 들러 유경이한테 줄 여성용 트레이닝 타이즈 두 벌을 샀어.
하나는 발 목까지 내려오는 거, 다른 하나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3/4짜리 타이즈.
사실 레깅스 같아서 처음 입으면 민망할 수도 있지만 요즘 들어 운동하는 여자들은 너도나도 입는 분위기고
원단도 일반 레깅스나 타이즈 원단이랑은 다른데다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이 들어가서 예쁘더라고.
사는 김에 필 받아서 상의도 두 벌을 더했어.
슬림한 거랑, 박스형. 어떤 스탈을 좋아할 지 몰라서 그냥 두 개를 다 산 거지.
마음 같아선 신발도 질러 버릴까 싶었지만 그건 좀 오버하는 것 같아서, 뭐…. 사이즈도 몰랐고.
실은 문자라도 보내볼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난 유경이의 전화번호가 없더라.
따로 연락할 일이 없었거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헬스클럽에 도착하면 같이 운동하는 게 다였으니까.
그 날 저녁 운동을 마치고 쇼핑백을 건네니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짓더군.
그래서 그 동안 고생했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다 했지.
진심으로 감동받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
사실 난 부담스러워 하면 어쩌나 했거든.
혁민이란 존재가 없으면 난 그냥 동네 오빤데, 동네 오빠가 이런 선물은 안 하잖아.
전날처럼 유경이를 집까지 바래다 줬어.
현관 대형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새삼 내가 알던 유경이가 맞나 싶더라.
전신성형을 하고 나면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
어제와 마찬가지로 코트에 레깅스, 하이힐인데 왠지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내 인식의 변화인지, 유경이의 변화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집으로 돌아와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어.
헬스클럽에서 샤워를 하고 왔지만 몸이 영 찌부둥한 게 감기기운도 살짝 돌고 해서 말이야.
칼바람 속에 얼었던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니 몸이 풀어지는 듯 나른하니 좋더라.
하마터면 그대로 잠이 들뻔했을 정도로.
어쩌면 살짝 졸았다 깬 건지도 모르겠다. 20여분 뒤 욕실을 나왔을 땐 방에 훈기가 가득하더라.
무슨 천연 바디로션을 온 몸 구석구석 바르고 벌거벗은 그대로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어.
살짝 잠이 들려는 찰라 머리맡 탁자에 올려둔 스마트 폰에 메시지가 연달아 들어오더군.
<오빠가 사준 트레이닝복 입어봤어요. 어때요?>
유경이는 내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었던 가봐.
내가 카톡 자동 동기화를 해제시키고 있어서 내 카톡 멤버엔 뜨지 않았던 거였고.
아무튼 유경이는 내가 선물한 트레이닝 복을 입은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와~ 진짜 입이 쩍 벌어지더라.
몸이 이정도 까지 만들어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타이즈 트레이닝용 티셔츠를 입고 옆으로 서서 찍은 사진을 보니까,
팔다리가 길죽길죽한 데다 상체는 짧은 게 몸 비율 자체가 아시아 유전자가
아니라 남미 여자들을 연상시키더라고.
특히 엉덩이는 대개의 아시아 여성이 운동으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어.
몸매 사진만 보면 그냥 스페인 피가 섞인 남미 여자?
이건 뭐 운동의 효과라기 보다 그냥 타고 난 거였어.
뿐만 아니라 잘록한 허리라인 위로 이어지는 가슴,
가슴 큰 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수위 높은 야사 같은 느낌?
<와~ 이거 정말 너 맞니?>
<그럼 누구겠어욧!!!! ㅡ.ㅡ^>
<이건 운동한다고 나올 몸이 아닌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몸 비율을 봐도 그렇고 전체적인 몸매 라인을 봐도 그렇고 스페니쉬 여자 같다. 한국인 아니 아시아인 같지가 않아서. 정말 몸 하나는 타고 났네.>
<앗……. 정말이요? 칭찬 맞죠?>
<그럼. 지금이라도 이 길로 나가도 성공하겠어.>
<우와~~ 기분 좋다. 더 열심히 해야지~>
<특히나 난 이런 엉덩이 첨 본다.>
<흥, 엉덩이만 보셨군요. 응큼쟁이!!!!>
유경이는 신이 났는지 몇 장의 사진을 더 보냈고 난 그 때마다 진지한 평과 호응을 보내줬어.
우리의 톡은 자정까지 이어졌지.
정말 그렇게 오래도록 톡을 주고 받은 것이 얼마만이었던지.
굿나잇 인사를 하고 난 뒤 한 동안 잠이 안 오더라.
자꾸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게 정체 모를 묘한 감정까지 담배 연기처럼 피어나서 말이야.
얼마나 잤을까? 그렇게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머리 맡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들어왔다는 LED 신호에 바로 눈이 떠졌어.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소리도 아니고 단 한 번의 불빛 신호였으니. 유경이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면서 메시지를 확인을 했어.
유경이가 맞더군. 한 장의 사진을 보냈는데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온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어.
유경이의 등 뒤 45도 정도 비스듬히, 그리고 바닥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카메라 앵글.
속눈썹까지 붙인 채 짙은 스모키 눈 화장을 한 유경이가 등 뒤로 고개를 돌려
바닥에서 자신을 향했을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었어.
붉은색 체크 무늬 남방을 가슴 바로 아래에서 묶었는지 밑 단이 올라가 허리춤이 다 드러나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 시선이 고정된 곳은 그 아래 엉덩이…….
왼쪽 다리로 몸을 지지하고 오른쪽 다리는 발판 위에 걸쳐 45도 정도 ㄱ자로 꺾인 포즈로
엉덩이를 살짝 뒤로 내 민 듯 했는데 입고 있는 게 타이트한 핫팬츠가 아니라
엉덩이의 2/3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원단의 드로우즈 종류 속옷 같았어.
그러니까 오른쪽 엉덩이 2/3부터 허벅지 아래로 그냥 맨 몸인 건데
뭘 발랐는지 피부는 반질거리고 조명까지 엉덩이에 머물고 있어서 더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더군.
마치 섹시 화보 같은 느낌? 도저히 그 엉덩이와 허벅지 옆 라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확인했다는 표시가 뜨는데 왜 말이 없지?>
워낙 넋을 놓고 있었던 터라 답해줄 정신도 없었던 가봐.
한 참 뒤에 다시 텍스트 메시지가 뜨더라고.
<이거 언제 적이야?>
<언제 적이긴요. 방금 찍어서 보낸 건데. 어때요?>
<와~ 나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답해 주는 것도 잊었을까?>
<각도 때문에 그런가? 엉덩이랑 허벅지 너무 두꺼워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더 정신을 못 차리겠다. 근데 이거 핫팬츠는 아니지?>
<네. 새로 산 속옷!>
<하......>
<왜요? 안 이뻐요?>
<이쁜정도가 아니라 정말 섹시하다.>
<오빠 므흣해졌겠네요. 히히>
<나 굉장히 건강한 남자거든!>
<오빤 돌덩인 줄 알았는데? 몸도 돌덩이, 가슴도 돌덩이>
<이 사진 보고 흐물흐물 녹았다.>
<그럼 이제 다시 주무세요!>
<잠 다 깨워놓고 다시 자라니 무슨 심보냐?>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 ㅋ>
<아니다. 됐다. 근데 너 여직 안자고 이거 찍은 거?>
<네, 오빠 칭찬에 필 받아서 화장하고 때마침 오늘 도착한 속옷도 입어보고 그러다 사진까지 찍게 된 거죠. 오빠 때문임!!!!>
<난 너 때매 지금 코피 터짐.>
<그럼 코피 터진 김에 왕창 쏟고 주무세요, 엉덩이 매니아님!!!! 그럼 전 뿅~♥>
유경이는 마지막 텍스트 메시지 뒤로 두 장의 사진을 더 보내왔어.
두 장 모두 아까와 같은 차림의 사진이었는데 한 장은 완전히 뒤돌아 선 자세에서
다리를 살짝 벌리고 뒤를 돌아다 보는 사진이었고
다른 한 장은 그 상태에서 허리를 숙여 벽에 양손을 집은 포즈였어.
자연스럽게 후배위 자세가 연상될 정도로 자극적인 사진이었지.
난 잠시 유경이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나 야한 사진을 찍어 보낸 걸까 고민에 휩싸였어.
아니,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렇다고 둘 사이에 뭔가 스파크가 일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 사이가 너무 확고하다고 생각해서 쓸데 없는 오해를 안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걸까?
그래도 그렇지 이런 사진을 보낸 다는 게 오빠 동생하는 사이에서,
그것도 남친이 낀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건가?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답하고 혼자 부인하기를 되풀이 하며
평소 잘 피지도 않던 담배를 두 까치나 피워댔어.
그런다고 뭘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다시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계속해서 사진 속 유경이의 모습이 떠올랐거든.
게다가 수위가 높은 야릇한 상상까지 더해지니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크게 뛰었어.
난방으로 인한 훈기와 욕정으로 타오른 열기로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모래사장에 누운 것 같더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불을 걷어 버리고 벌거벗은 몸을 어둠 속에서 드러냈지.
페니스가 빳빳하게 발기해 있더라.
쇳덩이가 달궈진 것처럼 데일 정도로 뜨거웠어.
검지 손 끝으로 느껴지는 귀두는 맨질맨질한 게 벌써 최대한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것 같았어.
한 손에 유경이 사진을 띄운 스마트 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잔뜩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천천히 움직였어.
억지로 뭔가를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려지더라.
살짝 벌어진 유경이의 입술 하나만으로도 수십 가지 그림이 펼쳐지더라고.
저 반질거리는 엉덩이 사이로 페니스를 갖다 대고 입술을 탐미하는 것부터 무릎을 꿇리고
살짝 벌어진 저 입술에 내 페니스를 쑤셔 넣는 영상까지 그냥 한편의 영화처럼 주르륵.
얼마나 흥분했던지 그 사이 페니스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손마디를 다 적실 정도였어.
손에 묻은 애액을 가슴에 대충 닦고 스마트 폰에 띄운 유경이 사진을 엉덩이 부분만 클로즈 업 시켜봤어.
무릎을 꿇고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가 빨고 싶더라.
양 손으론 유경이의 양 허벅지를 어루만지면서.
오랜만에 하는 자위인데다 매일 같이 만나는 여인의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하고 있으니
페니스뿐만 아니라 온 몸이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지더군.
쉬 끝나는 게 아쉬워 사정이 타이밍을 몇 번이나 끌고 끌었는지 모르겠어.
허나 제일 마지막에 보낸 사진을 띄운 채 후배위하는 상상을 하니 더 이상 참고 싶지 않더라.
그냥 싸버리고 싶었어.
"으………음."
정액이 쭉욱하고 거의 목 아래 부분까지 뿜어져 나왔어.
배 위는 정액으로 아주 난장판이 되었지.
결국엔 옆으로 줄줄 흘러 침대 시트까지 적셔버렸어.
그러고 나니 현자타임이 오더군.
다른 때와는 다르게 유경이를 향한 죄책감 같은 것도 뒤섞여서 후회스럽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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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독자들이 더 많은 건 알고 있습니다.
고로 남자의 자위행위 묘사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성 독자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도 때문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커플들이 많이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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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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