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여자 : 미혜와 윤진 **
-- 그날 밤 --
현수는 술을 한잔 들이키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평소 맛있게만 느껴지던 소주가 고량주 마냥 뜨겁게 목을 긁어댄다.
어느 번화가 한복판, 어느 술집의 한 구석 자리.
현수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두여자를 보았다.
오늘 밤 자신을 찾아온 여자, 윤진.
오늘 밤 자신이 만나던 여자, 미혜.
...........................
미혜는 현수와 끈질긴 인연 또는 악연으로 8년 정도 만나오던 여자다.
몇번이나 현수를 속이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른 남자의 얘를 두번이나
임신 하고, 그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도 했다가 곧 이혼한 여자다.
하지만, 그녀의 알수 없는 매력에 아직도 그 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다. 현수는 이여자와 결혼 할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미혜가 쉽게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애인인지
섹스 파트너 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동거 비슷한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윤진, 갑부집 딸내미, 현수보다 한참 어린 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을 몇 주
앞둔 아직 고등학생의 신분일 때, 고작 19살에 현수에게 처녀를 바친 아이.
뛰어난 미모를 가진 아이. 보잘것 없는 현수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아이.
그리고 현수만 바라보는 아이...
이런 윤진이 어느날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글 하나 때문에 우연한 인연으로
현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를 처음 봤을때 겨우 고등학생 일뿐이라고 귀엽게만
보였던 윤진은 현수가 당황 할 정도로 현수에게 적극적으로 고백을 해왔고,
결국 고백한지 3일만에 현수의 집에서 현수에게 처녀를 바친 아이.
미혜가 또 다시 미혜에게 결혼 하자며 달려드는 어떤 남자 때문에 현수와 트러블이
생겨 현수 곁을 또다시 떠났을때, 그때 운명처럼 만난 아이가 윤진이었다.
그렇게 윤진과 행복한 시간을 가지며 미혜와의 상처를 잊어 가던 어느날..
거의 1년 만에 미혜가 또 다시 현수에게 돌아왔다. 미혜는 정말로 현수가 없으면
못 살겠다며 제발 자신을 다시 받아달라며 눈물로 애원하며 나타났다.
받아들이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성적으로는 간단하게 단호하고,
명쾌하게 결론이 나왔지만, 그녀가 내뿜는 묘한 매력에 홀린 그의 감성은
그녀가 다시 나타났을 때 이미 미혜를 다시 받아 들이고 있었다.
결국에는 현수의 이성이 패배하고 감성의 뜻을 따라 미혜를 다시 받아주면서
그렇게 현수는 이번엔 윤진을 속이고, 미혜를 속이며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그런 위태한 생활을 몇달째 가까이 해오고 있었다.
오늘.. 주말..
지난주 윤진이 현수에게 미국에 볼일이 있다며 보름 정도 다녀오겠다고
했기에, 현수는 마음 편히 미혜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하루종일 같이 뒹굴며
서로의 몸을 탐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 늦은 시간에 배도 고프고,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술도 한잔 생각이 나서 동네의 번화한 거리로 나와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괜한 불길한 예감이 들어 테이블 아래로
슬쩍 번호를 보았다.
역시 윤진이었다.
어떻게 전화를 한거지? 미국은 지금 몇시지? 아마 어제 오후 일텐데..
외출을 나갔다 돌아와서 전화라도 한건가? 그냥 안부 전화인가?
현수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어번 전화가 더 왔지만, 현수는 그냥 무시 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곤 약 한시간 정도 다시 지나서 또 다시 윤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 1차에서 술 한잔 하고, 2차로 다른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현수는 더이상은 안되겠는지 화장실을 간다 하고 밖으로 나와
윤진의 전화를 받았다.
[오빠?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아.. 미안 지금 동네서 친구랑 술 마시는데 시끄러워서 전화 온줄
몰랐어. 미안해. 보니까 여러번 한거 같던데"
[친구? 나 아는 오빠 친구들이야?]
"아니 회사 사람이야. 왜 전에 우리 옆동네 살아서 가끔 퇴근하고 우리
동네서 술 마신다는 사람."
현수는 윤진이가 납득 할 만한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대었다.
[아.. 그사람.. 어디서 마시는데?]
"집 앞에 거기 먹자 골목, 거기서 지금 소주 한잔 하고 있어."
[응 그래? 알았어...]
"으.. 응....."
현수는 그냥 알았다고만 하고 말을 잘라버리는 윤진의 말에 뭐라
할말이 없어서 가만 있었다.
[근데 오빠.. 내 전화 부재 중 온거 봤으면 왜 전화 안했어?]
"ㅎㅎ 국제 전화 통화료 비싸~ 나 가난하잖아 ㅎㅎ"
[칫. ㅋㅋ 나 지금 오빠네 집앞인데 지금 그쪽으로 차 돌리고 있어용. ㅎㅎ
금방 그쪽으로 가니까 다시 전화 할께.]
"...........!!!!! 뭐라고?"
[놀랬지? 오빠 놀려켜 줄려고 몰래왔어. 오빠 보고 싶어서, 나 지금
오빠 만나려고 오늘 한국 들어와서 집에 갔다가 바로 나와서
오빠한테 온거야. 나 옷도 이쁘게 입고 왔어 ㅎㅎ 지금 그리로
가니까 기대해~]
뚝....
당황한 현수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다. 아무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자신이 제대로 처신을
못해서 이렇게 되버렸구나. 이젠 다 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지? 윤진에게 욕 먹더라도 오늘은 미혜를 데리고 다른곳으로
피해 있을까? 아니면 미혜에게 나중에 설명한다하고 급히 집으로
보낼까? 지금 집에 남겨져 있는 미혜의 옷가지들은 어쩌지? 그냥
이 앞에서 윤진을 만나서 윤진의 집으로 가버릴까? 같이 있던
친구는 어떻게 집에 보냈다고 할까? 아님 미혜를 회사 친구라고 속일까?
지금 미혜가 입고 있는 위 겉옷을 벗으면 얇은 면티 아래로 노브라 인게
티가 날텐데 그게 걸린다면 윤진이가 믿을까? 어떻하지? 누굴 보내야 하지?
누굴 선택해야하지?
복잡한 생각을 하던 현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았자 현 상황을
무사히 빠져 나가는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말그대로 해답이
없었다. 시간도 얼마 없다. 윤진이 이제 몇분이면 도착 할 것이었다.
결국 현수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 했다, 아무래도 오늘로 어떻게
되든 자신이 벌린 이 모든걸 다 정리하고 끝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그대로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
미혜, 윤진 두 여자가 현수에게 모두 소중했는데, 둘 모두를 잡고 싶은
욕심에 오늘 같은 날이 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한심함에 다시 눈물이
솟아 올랐다.
현수는 그렇게 눈시울을 붉힌 채 술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야.. 너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왜 울어?"
미혜가 현수의 얼굴을 보더니 걱정 스럽게 묻는다.
현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연거푸 술만 따라 마셨다. 이제 곧 두 여자에게 줄 상처를 생각 하면
도저희 맨정신으로는 현수가 견딜 수 가 없을 것 같았다.
건너편에 앉아 자신을 계속 걱정 하는 미혜의 말에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은 채 혼자 술을 들이키던 현수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 여기.. 그쪽으로 더 오면 XXX 라는 데야. 들어와.."
"누구 오는거야? 야 현수야 너 왜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하아... 미혜야... 너한테 할말이 있다."
"뭔데..?"
"이제 알게 될거야"
현수가 앉은 자리에서도 술집의 입구 쪽 테이블의 남자들 시선이
한순간에 입구 쪽으로 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순간 술집 안의 모든 남성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여자가 현수에게
다가왔다.
훤칠한 키, 동그란 눈망울을 가진 청순하고 어려보이는 뛰어난 미모,
풍만한 가슴, 잘빠진 엉덩이와 늘씬한 다리 라인,
남자들이라면 비명을 지르며 환호할만한 긴 생머리...
패션의 "ㅍ"자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명품이라고 느껴질만큼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구두, 옷, 코트, 백, 시계 등등등....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그런 것들 뿐이지만, 현수 혼자만이 더 알고 있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변태적인 섹스로 현수를 미치도록 흥분하게 만드는 여자.
그런 윤진이 환하게 웃으며 또각.. 또각.. 현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현수의 테이블 가까이 다가온 윤진이 현수 건너편의 미혜를 발견 하고
잠시 멈칫 하더니 아무말 없이 조용히 미혜 옆에 앉는다.
미혜 역시 색기가 넘치는 얼굴과 몸매로 남자들의 유혹을 많이 받는
여자지만 이렇게 두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외모나 분위기는
미혜가 좀 밀리는 모습이다.
"혀.. 현수야... 이.. 이분 누구야?"
"..........."
"오빠.. 혹시.."
"........"
"현수야... 너...."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얘기 할께...."
현수는 술을 한잔 들이키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평소 맛있게만 느껴지던 소주가 고량주 마냥 뜨겁게 목을 긁어댄다.
어느 번화가 한복판, 어느 술집의 한 구석 자리.
현수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두여자를 보았다.
오늘 밤 자신을 찾아온 여자, 윤진.
오늘 밤 자신이 만나던 여자, 미혜.
...........................
"미안하다...."
현수의 간신히 뗀 첫마디는 미안하단 말이었다.
"두사람 모두.... 내가 속이고 있었어."
현수는 먼저 두 사람의 만남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미혜가 떠나고 현수가 새로 만난 사람이 윤진이었다고, 그런데 자신은 바보같이
미혜가 돌아오는 걸 막지 못하고, 윤진을 버리지도 못하고, 이렇게 두 사람을
속이게 되었다고.
미혜의 눈에는 당혹 스러운 표정이.
윤진의 눈에는 증오를 담은 표정이.
두여자에게서 다른 표정이 보였다.
미혜는 윤진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우습게도 그렇게 자신이 바람을
피우는 동안에도 항상 현수는 다른 여자를 만난다거나 하지 않았을거라고
믿고 있던 미혜였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미혜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윤진은 미혜를 알고 있었다. 현수 역시 어린 나이인지라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철 없는 남자였던 현수가 가끔씩 미혜와 있었던 얘기를 해주었고,
그런 얘기들을 듣기 끔찍히도 싫었던 윤진이 어느날 신경질을 내면서
더이상 미혜 얘기는 듣기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이런 얘기를 하면
안되는 구나 하고 눈치를 챘던 멍청한 현수였다.
자신만의 남자였다고 믿었던 현수 옆에, 생전 처음 보는 윤진이가....
현수에게 남아있던 희미한 흔적에도 진저리 쳐지도록 보기 싫었던 바로 그 미혜가...
함께 모여 앉아있다.
현수는 두 여자의 표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현수는 주저리 주저리 최대한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 시키며, 자신의
실수를 이해 해달라고 얘기를 했다. 하염없이 미안하다며, 두사람에대한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고 자신을 책망하던 현수의 말이 한참이 이어지고 난 뒤
두여자의 얼굴은 아까와는 조금 다른 표정이 나타나 있다.
당황, 난감, 곤혹, 혼란.... 그리고 걱정.
두여자가 똑같이 복잡한 심정의 얼굴 표정을 지으며 현수 앞에 앉아
아무말 없이 각자의 술잔을 들이키고 있다.
"하아..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거 정말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두사람 모두... 할말이 없다.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해도
나는 할말이 없어. 두사람 모두 나를 떠나도 되고.. 용서 해달란 말은
안할께. 할 수 도 없는 거고. 원하는 대로 해... 이젠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현수도 점점 몽롱해짐을 느끼며 술을 계속 들이키면서 주저리 주저리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오빠... 말해봐. 내가 떠나길 바래?"
"뭐라고?"
"현수야.. 너 어떻할 거야.. 그래서 니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뭐라고?"
현수는 두 여자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바람핀 남자를
눈앞에 두고, 아니 거기다가 바람핀 상대와 함께 앉아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차분하고 얌전한 말이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욕설이 날라오거나 주먹이 날라와도 이상치 않은 상황일텐데...
현수는 자신이 술에 취해 저들의 말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이야... 내가 뭘 말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니..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어떻게 해. 이런 짓을 해놓고... 후우..... 딸꾹.."
".............."
"잠깐만... 나와 볼래요...?"
"네 그러죠."
미혜가 윤진을 잠시 얘기 하자며 현수를 놔두고 밖으로 나간다.
술집을 가로 지르며 나가는 두여자에게 남자들의 시선이 쏠렸고,
두 여자가 나간 뒤에 현수에게로 쏠렸다.
"ㅋㅋ 씨발 놈들... 내가 부럽냐? ㅋㅋㅋ난 미치겠다.. 내 꼴이 되바라.. 하 씨발..."
현수는 속으로 머저리 같은 자신을 탓하며 또 다시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얼른 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서 오늘밤을 기억 못하고 지나갔으면
하고 바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5분쯤 있었을까? 두여자가 나간 뒤 현수가 담배
한대를 다 피우고, 두번째 술잔을 비웠을 때 두여자가 다시 들어온다.
응큼한 남자들의 시선은 또 두 여자를 뒤 쫓는다.
하.. 저 씰룩거리며 걸으며 남자 꼴리게 만드는 탱탱한 미혜의 엉덩이,
좃물을 잔뜩 뿌려주고 싶은 저 스타킹 속의 미끈한 윤진의 허벅지..
"씨발.. 저 두년 따먹느라 정신 빠져서 이렇게 됐자나.. 정신차려.. 이놈아.. 끄윽.."
"왔냐... 흐으응....."
"오빠. 이제 술 그만 마셔"
"현수야. 내말 들어봐."
"뭐어... 뭘 들어.. 아.. 그래 나한테 욕하고 싶지..? 어서 욕해.. 어서.. 마음껏..."
현수의 바램대로 얼큰하게 술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술기운에 현수는 떠오르는
말을 되는대로 내뱉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현수 네가 결정해. 나하고 윤진씨, 누굴 네가 앞으로
만날지 결정 하라고. 네가 여기서 지금 말해줘."
"오빠. 저에요? 이쪽 이에요? 오빠가 결정해요. 전 오빠 용서 할거에요.
앞으로만 이런일 없으면 되요. 지금 오빠가 결정해주면 다른 사람은
앞으로 오빠 안만나기로 했어요."
"후우... 이건 또 무슨 헛소리들이야....."
현수는 기껏 취하도록 마신 술이 홀딱 깨는 느낌이었다. 좌우로 흔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멈추고는 현수는 게슴츠레 술취한 눈으로 두 여자를 바라 보았다.
두여자는 조금 전 자신들이 용기있게 내뱉은 말의 결심은 어디로 갔는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선 현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런 그녀들의 얼굴에서
걱정과 두려움의 표정이 보인다.
"하..... 이거...."
정말로 현수는 술이 다 깰 것 같았다. 두 여자는 현수에게 말도 안되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한쪽을 깨끗히 정리 하는 조건으로..
현수는 술잔을 내려다 보았다. 찰랑 찰랑.. 기막히도록 맛있는 소주가 잔에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술잔에 손을 가져다 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지금 두여자를 회상하기에 바뻤다.
8년간 자신을 괴롭힌 여자.
지난 1년간 자신만을 바라본 여자.
그토록 떼어내고 싶어도 떼어낼 수 없었던 여자.
현수를 선택해준것 만으로 황송한 여자.
현수와 섹스 도중 다른 남자의 자지를 입에 올리는 여자.
결코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자극적인 섹스를 즐기는 여자.
가난한 집 여자.
갑부집 여자.
내가 사랑하고 싶은 여자는.
나와 결혼할 여자는.
내 얘를 낳고 키우며 미래를 함께 할 여자는.
내가 결코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여자는.
"난..... 미헤와 있고 싶어....."
얼마나 오랫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끔찍한 긴 침묵 속에서 나온
현수의 한마디 였다.
현수의 말이 떨어지고, 두여자의 눈에서 눈물도 떨어졌다.
똑같은 눈물이지만, 의미는 다를 것.
"아.... 알....았어.. 오빠...."
"...................."
".............."
현수와 미혜는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윤진에게 미안해서 였다.
한동안 그렇게 세명은 말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윤진이가 일어날 때 까지
움직일 수 가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었다.
술집의 손님들도 거의 다 나가고, 저쪽 편의 한테이블만 남은 듯
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녀 커플은 현수의 테이블이 궁금한지 계속
힐끔 거리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여기 문 닫을 시간도 된거 같고..."
현수가 힘들게 말을 꺼내며 일어날 채비를 했다.
현수가 말을 꺼내자 힘들게 숨 죽이고 있던 윤진의 울음 소리가
그녀의 입술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흐.. 흑... 흑흑.... 끄윽.. 흑흑...."
그녀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떨어진다.
아까전에 윤진과 미혜가 꺼내 놓은 말이 자신의 패배?.. 패배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이제서야 그 결과의 무게가 너무나 무섭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 현수는 윤진의 마음을 알것 같았다.
이제 이렇게 나가면 현수를 못본다는 생각. 여기서 나가면 이젠
끝이라는 생각.
그래도 현수는 어쩔수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고 일단 윤진을 데리고
나가야 했기에 윤진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며 얘기 했다.
"일단 우리집으로 가자. 여기 더 있기 어려울 거 같아."
현수가 윤진의 어깨를 감싸고 팔을 부축해 일으키며 그렇게 얘기하자,
그제서야 윤진이 현수에게 기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혜는 윤진의 백을 챙겨 들고, 그 와중에도 윤진의 백을
살펴 보면서 그 두사람을 따라 나온다.
윤진을 부축해서 술집에서 나온 현수는 윤진의 차를 세워둔 근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가운 한겨울, 거기다 새벽바람이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다.
현수는 윤진이 추울 까봐 어깨를 더 감싸안아 주었다.
"오빠.. 이제 괜찮아. 내가 혼자 걸을께."
현수가 윤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걸으며 조금 뒤로 쳐졌다.
현수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조금 뒤쪽에선
미혜가 윤진의 가방을 들고 따라오면서 앞에 가던 현수와 윤진을 보고
있었다.
현수는 미혜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렇게 윤진의 뒤에서, 미혜의 앞에서
담배를 피며 천천히 걸어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윤진의 하얀 차가 보였다. 벤츠 S클래스 라.....
이제 갓 성년이 된 어린 여자가 가지고 다니는 차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차다. 듣기로는 새로 산것은 아니고, 운전면허 처음 따고 성년이
된 기념으로 윤진의 아버지가 타던 차를 물려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는 차를 새로 한대 더 샀다고 한다.
그래도 새로 뽑은지 몇년 된 차라고 하지만 그런 고가의 차를, 이제 성인이 되서
운전면허 딴 기념 선물이라고 그렇게 쉽게 딸에게 준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때,
도대체 윤진이네 집은 얼마나 잘 사는지 현수로써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마치 드라마 속의 이야기 같았다.
미혜도 윤진의 차를 보더니 약간 멈칫한다. 아까 전부터 느꼈던 윤진의
여러 분위기에다 차까지 보더니 조금 위축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윤진의 차를 타고 현수의 아파트에 도착한 뒤 엘레베이터 앞에서
세사람이 모여 섰다. 그까지도 모두 아무말이 없었다.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현수가 살고 있는 층에 도착 할 때까지
세사람은 그렇게 불편한 분위기에서 아무말 없이 서있기만 했다.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미혜가 먼저 내리고 현수가 뒤따라 내리면서
미혜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짜악~!!
현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미혜가 갑작스럽게 현수의 뺨을 때린것이다.
그 소리에 놀란 윤진이 급히 다가오며 소리친다.
"우리 오빠 왜 때려요!!!"
"너.. 진짜 앞으로 이런일 있으면 가만히 안둘거야.."
"....."
현수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억울 했다. 윤진이가 자신의 뺨을
때렸다면 모를까. 미혜가 자신의 뺨을 때리다니.. 그리고 미혜가 한 말은....
정말 미혜가 현수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일까.. 하고 현수는 생각했다.
그렇게 현수의 뺨을 때린 미혜가 앞장 서서 현수의 집으로 들어갔다.
윤진은 뺨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던 현수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녀도 잘 알고 있는 현수의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함께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서자, 미혜가 아무 말도 없어 외투를 벗고 침대에 올라가 벽쪽
구석으로 가서 이불로 몸을 감싸고는 벽을 보고 돌아 누워있었다.
윤진은 방 한켠의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너무나 가슴이 아픈 모습이었다. 저렇게 남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미녀가 자신의 집 방안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
현수는 침대 한켠에 앉아 윤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30분 정도를 그렇게
아무말 없이 앉아만 있었고, 미혜 역시 꼼짝도 않고 처음 그 자세 그대로였다.
또 현수가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윤진아 피곤 할테니까 일단 이쪽에 누워서 눈을 좀 붙이고 있어."
현수는 윤진에게 다가가 일으키고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기고는 옷걸이에
걸었다. 윤진의 코트를 벗겨내자 그제서야 윤진의 몸이 현수의 눈에 들어왔다.
한겨울임에도 짧은 핫팬츠를 입고 그아래에 거의 투명하리만큼 옅은 색의
스타킹을 신은 아찔할 만큼 쭉 뻗은 늘씬한 다리가 보였다.
아마 오늘도 현수와의 뜨거운 밤을 생각하면서 현수를 만족 시키고자 집에서
고르고 골라서 갈아입고 온 옷일거라고 그렇게 현수는 생각했다.
그런 윤진을 부축해서 미혜와의 반대편 끝쪽편에 눕혔다.
큰키의 윤진은 미혜와 등을 마주보게 한채로 옆으로 누운 뒤 다리를 오므려서
새우잠을 자듯 자세를 잡았다.
보일러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추울까봐 윤진에게 이불을
덮어주려 보니 미혜가 이불 두장을 모두 자신이 감싸고 있었다.
현수가 미혜 쪽으로 다가가서 이불 한장을 빼내려 힘을 주었더니, 미혜도
아직 까지 잠이 들지 않은 채였는지, 그리고 윤진의 상황을 이해하는지
살짝 몸을 들어서 이불을 쉽게 빼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이불을 가지고 윤진의 몸에 살며시 덮어 주었다.
그리고 현수는 다시 윤진이 앉아 있던 의자로 가서 자신의 침대 위 두여자를
바라 보고있었고, 또 다시 방안은 끝없는 정적에 휩싸였다.
어찌되었든, 이대로 시간이 흘러 일단 내일이 되면 윤진이의 슬픔은 가시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것 이고, 그러고 난 뒤에는 미혜에게
시달림 좀 받겠지만 이 상황은 정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윤진이가 다시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윤진이가 마음을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지금 현수의 마음이 두 갈래로 찢어져서 어쩌지도 못하는 것을
두 여자는 알까? 미혜는 앞으로 내게 거꾸로 이런 상황을 또 만들진 않을까.
미혜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던 현수 였다.
그렇게 환한 불빛 아래서 멍하니 두 여자를 바라보던 현수는 윤진이 조금
뒤척이는 소리에 혼자만의 상념에서 벗어났다.
성능좋은 보일러를 무시하고 추울까봐 다리부터 목까지 꼭꼭 감싸서 덮어준
이불이 윤진에게는 더웠는지 이제 이불을 조금 걷어내면서 다시 자세를 고친 것이다.
이불 밖으로 나온 윤진의 두 다리가 보인다. 항상 현수가 윤진을 애무 해줄때
그녀의 허벅지서 부터 발가락 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입술로 키스해주면서
애무 해주던 그녀의 다리다. 그녀의 다리 어느 부분에 키스를 해주면 윤진의 입에서
희미한 애타는 탄식을 내뱉으며 반응 하는지 현수는 전부 알고 있다.
그녀의 다리를 보면서 현수의 자지가 꿈틀 대는 것을 느끼고, 현수는 그것이
술기운 때문일거라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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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여자 본편의 첫번? 단편 외전 두여자. 부제 윤진과 미혜 편입니다.
본편과 다르게 문체가 너무 조용 하죠? ㅎㅎ
말 그대로 본편과는 다른 분위기라서 문체도 그대로 따라가네요.
이번편 별 내용 없어서 재미 없으시죠? 죄송합니다.
그냥 본편을 봐주신 분들에게 추가로 드리는 내용이다 보니.. ㅎㅎ
-- 그날 밤 --
현수는 술을 한잔 들이키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평소 맛있게만 느껴지던 소주가 고량주 마냥 뜨겁게 목을 긁어댄다.
어느 번화가 한복판, 어느 술집의 한 구석 자리.
현수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두여자를 보았다.
오늘 밤 자신을 찾아온 여자, 윤진.
오늘 밤 자신이 만나던 여자, 미혜.
...........................
미혜는 현수와 끈질긴 인연 또는 악연으로 8년 정도 만나오던 여자다.
몇번이나 현수를 속이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른 남자의 얘를 두번이나
임신 하고, 그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도 했다가 곧 이혼한 여자다.
하지만, 그녀의 알수 없는 매력에 아직도 그 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다. 현수는 이여자와 결혼 할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미혜가 쉽게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애인인지
섹스 파트너 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동거 비슷한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윤진, 갑부집 딸내미, 현수보다 한참 어린 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을 몇 주
앞둔 아직 고등학생의 신분일 때, 고작 19살에 현수에게 처녀를 바친 아이.
뛰어난 미모를 가진 아이. 보잘것 없는 현수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아이.
그리고 현수만 바라보는 아이...
이런 윤진이 어느날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글 하나 때문에 우연한 인연으로
현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를 처음 봤을때 겨우 고등학생 일뿐이라고 귀엽게만
보였던 윤진은 현수가 당황 할 정도로 현수에게 적극적으로 고백을 해왔고,
결국 고백한지 3일만에 현수의 집에서 현수에게 처녀를 바친 아이.
미혜가 또 다시 미혜에게 결혼 하자며 달려드는 어떤 남자 때문에 현수와 트러블이
생겨 현수 곁을 또다시 떠났을때, 그때 운명처럼 만난 아이가 윤진이었다.
그렇게 윤진과 행복한 시간을 가지며 미혜와의 상처를 잊어 가던 어느날..
거의 1년 만에 미혜가 또 다시 현수에게 돌아왔다. 미혜는 정말로 현수가 없으면
못 살겠다며 제발 자신을 다시 받아달라며 눈물로 애원하며 나타났다.
받아들이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성적으로는 간단하게 단호하고,
명쾌하게 결론이 나왔지만, 그녀가 내뿜는 묘한 매력에 홀린 그의 감성은
그녀가 다시 나타났을 때 이미 미혜를 다시 받아 들이고 있었다.
결국에는 현수의 이성이 패배하고 감성의 뜻을 따라 미혜를 다시 받아주면서
그렇게 현수는 이번엔 윤진을 속이고, 미혜를 속이며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그런 위태한 생활을 몇달째 가까이 해오고 있었다.
오늘.. 주말..
지난주 윤진이 현수에게 미국에 볼일이 있다며 보름 정도 다녀오겠다고
했기에, 현수는 마음 편히 미혜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하루종일 같이 뒹굴며
서로의 몸을 탐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 늦은 시간에 배도 고프고,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술도 한잔 생각이 나서 동네의 번화한 거리로 나와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괜한 불길한 예감이 들어 테이블 아래로
슬쩍 번호를 보았다.
역시 윤진이었다.
어떻게 전화를 한거지? 미국은 지금 몇시지? 아마 어제 오후 일텐데..
외출을 나갔다 돌아와서 전화라도 한건가? 그냥 안부 전화인가?
현수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어번 전화가 더 왔지만, 현수는 그냥 무시 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곤 약 한시간 정도 다시 지나서 또 다시 윤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 1차에서 술 한잔 하고, 2차로 다른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현수는 더이상은 안되겠는지 화장실을 간다 하고 밖으로 나와
윤진의 전화를 받았다.
[오빠?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아.. 미안 지금 동네서 친구랑 술 마시는데 시끄러워서 전화 온줄
몰랐어. 미안해. 보니까 여러번 한거 같던데"
[친구? 나 아는 오빠 친구들이야?]
"아니 회사 사람이야. 왜 전에 우리 옆동네 살아서 가끔 퇴근하고 우리
동네서 술 마신다는 사람."
현수는 윤진이가 납득 할 만한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대었다.
[아.. 그사람.. 어디서 마시는데?]
"집 앞에 거기 먹자 골목, 거기서 지금 소주 한잔 하고 있어."
[응 그래? 알았어...]
"으.. 응....."
현수는 그냥 알았다고만 하고 말을 잘라버리는 윤진의 말에 뭐라
할말이 없어서 가만 있었다.
[근데 오빠.. 내 전화 부재 중 온거 봤으면 왜 전화 안했어?]
"ㅎㅎ 국제 전화 통화료 비싸~ 나 가난하잖아 ㅎㅎ"
[칫. ㅋㅋ 나 지금 오빠네 집앞인데 지금 그쪽으로 차 돌리고 있어용. ㅎㅎ
금방 그쪽으로 가니까 다시 전화 할께.]
"...........!!!!! 뭐라고?"
[놀랬지? 오빠 놀려켜 줄려고 몰래왔어. 오빠 보고 싶어서, 나 지금
오빠 만나려고 오늘 한국 들어와서 집에 갔다가 바로 나와서
오빠한테 온거야. 나 옷도 이쁘게 입고 왔어 ㅎㅎ 지금 그리로
가니까 기대해~]
뚝....
당황한 현수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다. 아무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자신이 제대로 처신을
못해서 이렇게 되버렸구나. 이젠 다 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지? 윤진에게 욕 먹더라도 오늘은 미혜를 데리고 다른곳으로
피해 있을까? 아니면 미혜에게 나중에 설명한다하고 급히 집으로
보낼까? 지금 집에 남겨져 있는 미혜의 옷가지들은 어쩌지? 그냥
이 앞에서 윤진을 만나서 윤진의 집으로 가버릴까? 같이 있던
친구는 어떻게 집에 보냈다고 할까? 아님 미혜를 회사 친구라고 속일까?
지금 미혜가 입고 있는 위 겉옷을 벗으면 얇은 면티 아래로 노브라 인게
티가 날텐데 그게 걸린다면 윤진이가 믿을까? 어떻하지? 누굴 보내야 하지?
누굴 선택해야하지?
복잡한 생각을 하던 현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았자 현 상황을
무사히 빠져 나가는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말그대로 해답이
없었다. 시간도 얼마 없다. 윤진이 이제 몇분이면 도착 할 것이었다.
결국 현수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 했다, 아무래도 오늘로 어떻게
되든 자신이 벌린 이 모든걸 다 정리하고 끝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그대로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
미혜, 윤진 두 여자가 현수에게 모두 소중했는데, 둘 모두를 잡고 싶은
욕심에 오늘 같은 날이 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한심함에 다시 눈물이
솟아 올랐다.
현수는 그렇게 눈시울을 붉힌 채 술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야.. 너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왜 울어?"
미혜가 현수의 얼굴을 보더니 걱정 스럽게 묻는다.
현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연거푸 술만 따라 마셨다. 이제 곧 두 여자에게 줄 상처를 생각 하면
도저희 맨정신으로는 현수가 견딜 수 가 없을 것 같았다.
건너편에 앉아 자신을 계속 걱정 하는 미혜의 말에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은 채 혼자 술을 들이키던 현수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 여기.. 그쪽으로 더 오면 XXX 라는 데야. 들어와.."
"누구 오는거야? 야 현수야 너 왜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하아... 미혜야... 너한테 할말이 있다."
"뭔데..?"
"이제 알게 될거야"
현수가 앉은 자리에서도 술집의 입구 쪽 테이블의 남자들 시선이
한순간에 입구 쪽으로 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순간 술집 안의 모든 남성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여자가 현수에게
다가왔다.
훤칠한 키, 동그란 눈망울을 가진 청순하고 어려보이는 뛰어난 미모,
풍만한 가슴, 잘빠진 엉덩이와 늘씬한 다리 라인,
남자들이라면 비명을 지르며 환호할만한 긴 생머리...
패션의 "ㅍ"자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명품이라고 느껴질만큼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구두, 옷, 코트, 백, 시계 등등등....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그런 것들 뿐이지만, 현수 혼자만이 더 알고 있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변태적인 섹스로 현수를 미치도록 흥분하게 만드는 여자.
그런 윤진이 환하게 웃으며 또각.. 또각.. 현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현수의 테이블 가까이 다가온 윤진이 현수 건너편의 미혜를 발견 하고
잠시 멈칫 하더니 아무말 없이 조용히 미혜 옆에 앉는다.
미혜 역시 색기가 넘치는 얼굴과 몸매로 남자들의 유혹을 많이 받는
여자지만 이렇게 두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외모나 분위기는
미혜가 좀 밀리는 모습이다.
"혀.. 현수야... 이.. 이분 누구야?"
"..........."
"오빠.. 혹시.."
"........"
"현수야... 너...."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얘기 할께...."
현수는 술을 한잔 들이키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평소 맛있게만 느껴지던 소주가 고량주 마냥 뜨겁게 목을 긁어댄다.
어느 번화가 한복판, 어느 술집의 한 구석 자리.
현수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두여자를 보았다.
오늘 밤 자신을 찾아온 여자, 윤진.
오늘 밤 자신이 만나던 여자, 미혜.
...........................
"미안하다...."
현수의 간신히 뗀 첫마디는 미안하단 말이었다.
"두사람 모두.... 내가 속이고 있었어."
현수는 먼저 두 사람의 만남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미혜가 떠나고 현수가 새로 만난 사람이 윤진이었다고, 그런데 자신은 바보같이
미혜가 돌아오는 걸 막지 못하고, 윤진을 버리지도 못하고, 이렇게 두 사람을
속이게 되었다고.
미혜의 눈에는 당혹 스러운 표정이.
윤진의 눈에는 증오를 담은 표정이.
두여자에게서 다른 표정이 보였다.
미혜는 윤진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우습게도 그렇게 자신이 바람을
피우는 동안에도 항상 현수는 다른 여자를 만난다거나 하지 않았을거라고
믿고 있던 미혜였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미혜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윤진은 미혜를 알고 있었다. 현수 역시 어린 나이인지라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철 없는 남자였던 현수가 가끔씩 미혜와 있었던 얘기를 해주었고,
그런 얘기들을 듣기 끔찍히도 싫었던 윤진이 어느날 신경질을 내면서
더이상 미혜 얘기는 듣기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이런 얘기를 하면
안되는 구나 하고 눈치를 챘던 멍청한 현수였다.
자신만의 남자였다고 믿었던 현수 옆에, 생전 처음 보는 윤진이가....
현수에게 남아있던 희미한 흔적에도 진저리 쳐지도록 보기 싫었던 바로 그 미혜가...
함께 모여 앉아있다.
현수는 두 여자의 표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현수는 주저리 주저리 최대한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 시키며, 자신의
실수를 이해 해달라고 얘기를 했다. 하염없이 미안하다며, 두사람에대한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고 자신을 책망하던 현수의 말이 한참이 이어지고 난 뒤
두여자의 얼굴은 아까와는 조금 다른 표정이 나타나 있다.
당황, 난감, 곤혹, 혼란.... 그리고 걱정.
두여자가 똑같이 복잡한 심정의 얼굴 표정을 지으며 현수 앞에 앉아
아무말 없이 각자의 술잔을 들이키고 있다.
"하아..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거 정말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두사람 모두... 할말이 없다.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해도
나는 할말이 없어. 두사람 모두 나를 떠나도 되고.. 용서 해달란 말은
안할께. 할 수 도 없는 거고. 원하는 대로 해... 이젠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현수도 점점 몽롱해짐을 느끼며 술을 계속 들이키면서 주저리 주저리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오빠... 말해봐. 내가 떠나길 바래?"
"뭐라고?"
"현수야.. 너 어떻할 거야.. 그래서 니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뭐라고?"
현수는 두 여자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바람핀 남자를
눈앞에 두고, 아니 거기다가 바람핀 상대와 함께 앉아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차분하고 얌전한 말이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욕설이 날라오거나 주먹이 날라와도 이상치 않은 상황일텐데...
현수는 자신이 술에 취해 저들의 말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이야... 내가 뭘 말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니..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어떻게 해. 이런 짓을 해놓고... 후우..... 딸꾹.."
".............."
"잠깐만... 나와 볼래요...?"
"네 그러죠."
미혜가 윤진을 잠시 얘기 하자며 현수를 놔두고 밖으로 나간다.
술집을 가로 지르며 나가는 두여자에게 남자들의 시선이 쏠렸고,
두 여자가 나간 뒤에 현수에게로 쏠렸다.
"ㅋㅋ 씨발 놈들... 내가 부럽냐? ㅋㅋㅋ난 미치겠다.. 내 꼴이 되바라.. 하 씨발..."
현수는 속으로 머저리 같은 자신을 탓하며 또 다시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얼른 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서 오늘밤을 기억 못하고 지나갔으면
하고 바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5분쯤 있었을까? 두여자가 나간 뒤 현수가 담배
한대를 다 피우고, 두번째 술잔을 비웠을 때 두여자가 다시 들어온다.
응큼한 남자들의 시선은 또 두 여자를 뒤 쫓는다.
하.. 저 씰룩거리며 걸으며 남자 꼴리게 만드는 탱탱한 미혜의 엉덩이,
좃물을 잔뜩 뿌려주고 싶은 저 스타킹 속의 미끈한 윤진의 허벅지..
"씨발.. 저 두년 따먹느라 정신 빠져서 이렇게 됐자나.. 정신차려.. 이놈아.. 끄윽.."
"왔냐... 흐으응....."
"오빠. 이제 술 그만 마셔"
"현수야. 내말 들어봐."
"뭐어... 뭘 들어.. 아.. 그래 나한테 욕하고 싶지..? 어서 욕해.. 어서.. 마음껏..."
현수의 바램대로 얼큰하게 술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술기운에 현수는 떠오르는
말을 되는대로 내뱉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현수 네가 결정해. 나하고 윤진씨, 누굴 네가 앞으로
만날지 결정 하라고. 네가 여기서 지금 말해줘."
"오빠. 저에요? 이쪽 이에요? 오빠가 결정해요. 전 오빠 용서 할거에요.
앞으로만 이런일 없으면 되요. 지금 오빠가 결정해주면 다른 사람은
앞으로 오빠 안만나기로 했어요."
"후우... 이건 또 무슨 헛소리들이야....."
현수는 기껏 취하도록 마신 술이 홀딱 깨는 느낌이었다. 좌우로 흔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멈추고는 현수는 게슴츠레 술취한 눈으로 두 여자를 바라 보았다.
두여자는 조금 전 자신들이 용기있게 내뱉은 말의 결심은 어디로 갔는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선 현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런 그녀들의 얼굴에서
걱정과 두려움의 표정이 보인다.
"하..... 이거...."
정말로 현수는 술이 다 깰 것 같았다. 두 여자는 현수에게 말도 안되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한쪽을 깨끗히 정리 하는 조건으로..
현수는 술잔을 내려다 보았다. 찰랑 찰랑.. 기막히도록 맛있는 소주가 잔에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술잔에 손을 가져다 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지금 두여자를 회상하기에 바뻤다.
8년간 자신을 괴롭힌 여자.
지난 1년간 자신만을 바라본 여자.
그토록 떼어내고 싶어도 떼어낼 수 없었던 여자.
현수를 선택해준것 만으로 황송한 여자.
현수와 섹스 도중 다른 남자의 자지를 입에 올리는 여자.
결코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자극적인 섹스를 즐기는 여자.
가난한 집 여자.
갑부집 여자.
내가 사랑하고 싶은 여자는.
나와 결혼할 여자는.
내 얘를 낳고 키우며 미래를 함께 할 여자는.
내가 결코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여자는.
"난..... 미헤와 있고 싶어....."
얼마나 오랫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끔찍한 긴 침묵 속에서 나온
현수의 한마디 였다.
현수의 말이 떨어지고, 두여자의 눈에서 눈물도 떨어졌다.
똑같은 눈물이지만, 의미는 다를 것.
"아.... 알....았어.. 오빠...."
"...................."
".............."
현수와 미혜는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윤진에게 미안해서 였다.
한동안 그렇게 세명은 말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윤진이가 일어날 때 까지
움직일 수 가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었다.
술집의 손님들도 거의 다 나가고, 저쪽 편의 한테이블만 남은 듯
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녀 커플은 현수의 테이블이 궁금한지 계속
힐끔 거리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여기 문 닫을 시간도 된거 같고..."
현수가 힘들게 말을 꺼내며 일어날 채비를 했다.
현수가 말을 꺼내자 힘들게 숨 죽이고 있던 윤진의 울음 소리가
그녀의 입술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흐.. 흑... 흑흑.... 끄윽.. 흑흑...."
그녀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떨어진다.
아까전에 윤진과 미혜가 꺼내 놓은 말이 자신의 패배?.. 패배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이제서야 그 결과의 무게가 너무나 무섭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 현수는 윤진의 마음을 알것 같았다.
이제 이렇게 나가면 현수를 못본다는 생각. 여기서 나가면 이젠
끝이라는 생각.
그래도 현수는 어쩔수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고 일단 윤진을 데리고
나가야 했기에 윤진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며 얘기 했다.
"일단 우리집으로 가자. 여기 더 있기 어려울 거 같아."
현수가 윤진의 어깨를 감싸고 팔을 부축해 일으키며 그렇게 얘기하자,
그제서야 윤진이 현수에게 기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혜는 윤진의 백을 챙겨 들고, 그 와중에도 윤진의 백을
살펴 보면서 그 두사람을 따라 나온다.
윤진을 부축해서 술집에서 나온 현수는 윤진의 차를 세워둔 근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가운 한겨울, 거기다 새벽바람이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다.
현수는 윤진이 추울 까봐 어깨를 더 감싸안아 주었다.
"오빠.. 이제 괜찮아. 내가 혼자 걸을께."
현수가 윤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걸으며 조금 뒤로 쳐졌다.
현수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조금 뒤쪽에선
미혜가 윤진의 가방을 들고 따라오면서 앞에 가던 현수와 윤진을 보고
있었다.
현수는 미혜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렇게 윤진의 뒤에서, 미혜의 앞에서
담배를 피며 천천히 걸어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윤진의 하얀 차가 보였다. 벤츠 S클래스 라.....
이제 갓 성년이 된 어린 여자가 가지고 다니는 차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차다. 듣기로는 새로 산것은 아니고, 운전면허 처음 따고 성년이
된 기념으로 윤진의 아버지가 타던 차를 물려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는 차를 새로 한대 더 샀다고 한다.
그래도 새로 뽑은지 몇년 된 차라고 하지만 그런 고가의 차를, 이제 성인이 되서
운전면허 딴 기념 선물이라고 그렇게 쉽게 딸에게 준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때,
도대체 윤진이네 집은 얼마나 잘 사는지 현수로써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마치 드라마 속의 이야기 같았다.
미혜도 윤진의 차를 보더니 약간 멈칫한다. 아까 전부터 느꼈던 윤진의
여러 분위기에다 차까지 보더니 조금 위축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윤진의 차를 타고 현수의 아파트에 도착한 뒤 엘레베이터 앞에서
세사람이 모여 섰다. 그까지도 모두 아무말이 없었다.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현수가 살고 있는 층에 도착 할 때까지
세사람은 그렇게 불편한 분위기에서 아무말 없이 서있기만 했다.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미혜가 먼저 내리고 현수가 뒤따라 내리면서
미혜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짜악~!!
현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미혜가 갑작스럽게 현수의 뺨을 때린것이다.
그 소리에 놀란 윤진이 급히 다가오며 소리친다.
"우리 오빠 왜 때려요!!!"
"너.. 진짜 앞으로 이런일 있으면 가만히 안둘거야.."
"....."
현수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억울 했다. 윤진이가 자신의 뺨을
때렸다면 모를까. 미혜가 자신의 뺨을 때리다니.. 그리고 미혜가 한 말은....
정말 미혜가 현수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일까.. 하고 현수는 생각했다.
그렇게 현수의 뺨을 때린 미혜가 앞장 서서 현수의 집으로 들어갔다.
윤진은 뺨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던 현수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녀도 잘 알고 있는 현수의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함께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서자, 미혜가 아무 말도 없어 외투를 벗고 침대에 올라가 벽쪽
구석으로 가서 이불로 몸을 감싸고는 벽을 보고 돌아 누워있었다.
윤진은 방 한켠의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너무나 가슴이 아픈 모습이었다. 저렇게 남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미녀가 자신의 집 방안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
현수는 침대 한켠에 앉아 윤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30분 정도를 그렇게
아무말 없이 앉아만 있었고, 미혜 역시 꼼짝도 않고 처음 그 자세 그대로였다.
또 현수가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윤진아 피곤 할테니까 일단 이쪽에 누워서 눈을 좀 붙이고 있어."
현수는 윤진에게 다가가 일으키고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기고는 옷걸이에
걸었다. 윤진의 코트를 벗겨내자 그제서야 윤진의 몸이 현수의 눈에 들어왔다.
한겨울임에도 짧은 핫팬츠를 입고 그아래에 거의 투명하리만큼 옅은 색의
스타킹을 신은 아찔할 만큼 쭉 뻗은 늘씬한 다리가 보였다.
아마 오늘도 현수와의 뜨거운 밤을 생각하면서 현수를 만족 시키고자 집에서
고르고 골라서 갈아입고 온 옷일거라고 그렇게 현수는 생각했다.
그런 윤진을 부축해서 미혜와의 반대편 끝쪽편에 눕혔다.
큰키의 윤진은 미혜와 등을 마주보게 한채로 옆으로 누운 뒤 다리를 오므려서
새우잠을 자듯 자세를 잡았다.
보일러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추울까봐 윤진에게 이불을
덮어주려 보니 미혜가 이불 두장을 모두 자신이 감싸고 있었다.
현수가 미혜 쪽으로 다가가서 이불 한장을 빼내려 힘을 주었더니, 미혜도
아직 까지 잠이 들지 않은 채였는지, 그리고 윤진의 상황을 이해하는지
살짝 몸을 들어서 이불을 쉽게 빼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이불을 가지고 윤진의 몸에 살며시 덮어 주었다.
그리고 현수는 다시 윤진이 앉아 있던 의자로 가서 자신의 침대 위 두여자를
바라 보고있었고, 또 다시 방안은 끝없는 정적에 휩싸였다.
어찌되었든, 이대로 시간이 흘러 일단 내일이 되면 윤진이의 슬픔은 가시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것 이고, 그러고 난 뒤에는 미혜에게
시달림 좀 받겠지만 이 상황은 정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윤진이가 다시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윤진이가 마음을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지금 현수의 마음이 두 갈래로 찢어져서 어쩌지도 못하는 것을
두 여자는 알까? 미혜는 앞으로 내게 거꾸로 이런 상황을 또 만들진 않을까.
미혜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던 현수 였다.
그렇게 환한 불빛 아래서 멍하니 두 여자를 바라보던 현수는 윤진이 조금
뒤척이는 소리에 혼자만의 상념에서 벗어났다.
성능좋은 보일러를 무시하고 추울까봐 다리부터 목까지 꼭꼭 감싸서 덮어준
이불이 윤진에게는 더웠는지 이제 이불을 조금 걷어내면서 다시 자세를 고친 것이다.
이불 밖으로 나온 윤진의 두 다리가 보인다. 항상 현수가 윤진을 애무 해줄때
그녀의 허벅지서 부터 발가락 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입술로 키스해주면서
애무 해주던 그녀의 다리다. 그녀의 다리 어느 부분에 키스를 해주면 윤진의 입에서
희미한 애타는 탄식을 내뱉으며 반응 하는지 현수는 전부 알고 있다.
그녀의 다리를 보면서 현수의 자지가 꿈틀 대는 것을 느끼고, 현수는 그것이
술기운 때문일거라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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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여자 본편의 첫번? 단편 외전 두여자. 부제 윤진과 미혜 편입니다.
본편과 다르게 문체가 너무 조용 하죠? ㅎㅎ
말 그대로 본편과는 다른 분위기라서 문체도 그대로 따라가네요.
이번편 별 내용 없어서 재미 없으시죠? 죄송합니다.
그냥 본편을 봐주신 분들에게 추가로 드리는 내용이다 보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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