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회의는 조금 어둡게 마무리 되었다.
요즘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외환위기에 대해 박일한 사장의 이야기가 제법 길어졌다.
11월에 접어들면서 위기감은 점점 더 심해 지는 것 같다.
IMF에서 조사단이 입국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은 어둡게 끝이 났다.
현석은 시기가 좋지는 않지만, 회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지수와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시기가 좀 안좋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네,”
“알았어. 그럼 다른 사람들은 나가 봐.”
박일한 사장이 다른사람들을 내 보내려고 했다.
"아닙니다.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축하 받고싶은 일이라서 들으시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부장들이 뭐지? 하면서 나가는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현석이 얼른 제지를 했다.
"그래? 그럼 같이 듣지 뭐. 무슨일인데?”
"저 한지수양과 결혼 하려고 합니다."
한참 어른에게는 씨 대신 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을 했다.
"뭐?"
옆에 있던 다른 부장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들이다.
"어찌 된 건가? 자넨 결혼 했잖아?"
옆에 있던 이상호 부장이 물었다.
이혼했을 때 박일한 사장에겐 말을 해 두어서, 사장은 놀라지 않는 것 같다.
"혼자 된지 제법 되었습니다."
"흠. 그래?”
박일한 사장은 뭐 있을수 있는 일이라는듯 덤덤하게 말했다.
“네.”
“그래 양가에서는 허락을 했고?”
"네, 양가에 허락은 다 받았습니다.”
"어찌 되었던 축하하네. 김 차장."
"김 차장 축하합니다."
옆의 두 부장들도 축하해 주었다.
"그래 결혼 날자는 잡았고?"
"날자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내년 3월이나 4월경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래 한지수양 똑똑하고 예쁘고, 현모양처가 될 걸세, 내가 아들이 좀 더 컷으면 며느리 삼고 싶었는데, 자네한테 뺏기는군,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세."
"네?"
"이건 직원들에게 알려야 해. 함께 축하해야지."
사장은 뚜벅뚜벅 사장실을 걸어나갔다.
사장실 앞 비서가 있는 공간을 지나자 왼쪽에는 창을 등지고 각 부의 부장들 앞으로 직원들이 앉은 책상이 있고 오른쪽은 각 사업본부의 사업본부장들 방이 따로 있다.
직원들의 머리가 보이는 파티션으로 개인 칸막이가 되어 있다.
마침 다른 사업본부들도 부서장들과 회의 마치고 나오거나 아니면 나와 있었다.
일찍 시작한 회의라 아직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리에 있었다.
"전 직원들을 이쪽으로 주목."
박일한 사장이 소리치자 다른 직원들이 모두 전달하며 일어서서 사장 쪽으로 돌아 보았다.
"멀리 있는 사람 들은 이쪽으로 가까이 오세요."
박일한사장이 이런 적이 간 혹 있다.
회사에 매우 축하할 일이 있을 경우에 전 직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형식을 취한다.
다른 층에 있는 기술 및 연구부분과 기획. 자금. 총무 경리 파트만 빠지고 영업관련 부서 인원이 모두 이 한 층에 있다.
"저기, 한 지수양. 이리 나오세요."
현석의 사업본부의 부장들은 한쪽에 기대어 섰고, 그 부름에 지수가 조금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다가 영문을 모른 채 걸어 나왔다.
현석은 가까이 오는 지수의 손을 잡았다.
‘왜?’
입 모양으로 봐서 그렇게 현석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지수는 처음에 왜 이러느냐는 듯 현석이 잡는 손을 뿌리치려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다.
손을 잡힌 채로 가만히 있었다.
직원들도 조금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김현석 차장이 한지수의 손을 잡다니.
미쳤어? 하는 표정이다.
그것도 전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손을 잡다니, 짧은 시간이지만 수근거림도 들려 왔다.
웅성거림으로 사무실이 조금 술렁거렸다.
"아. 조용. 조용."
장내가 조용해 졌다.
"여러 분들에게 알리고, 꼭 함께 축하를 해 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갑자기 불렀습니다."
사장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사장의 말씀 중이니 모두 조용 했다.
"다름이 아니고 여기 있는 김현석 차장과 한지수양이 결혼을 약속 했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말자 장내에는 소요가 일었다.
서로 쳐다보면서 말들을 했고, 그 소리는 큰 울림으로 들렸다.
“아. 조용.
결혼 날자는 미정이지만 내년 3~4월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간에 사내커플이 몇 있었지만,
부서의 책임자와 그 부서 직원이 커플이 된 경우는 처음이라서
내가 직접 알리는 것이니 여러 분들이 꼭 축하해 주세요. 자 박수."
우뢰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런 중에도 억. 그럴 수가. 너무 한다. 축하할 일이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박수소리 속에서 들려 왔다.
지수는 너무 놀란 것 같다.
현석도 이런 상황이 되리란건 전혀 몰랐으니.
그런 지수를 보다가 현석이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지수도 엉겁결에 따라 고개를 숙였다.
지수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자자. 이제 박수 그만."
사장이 제지를 하자 박수가 멎었다.
"뭐해 김차장. 한 번 안아 줘야지."
"네."
현석은 지수를 돌려서 가만히 안았다.
그녀도 가만히 안겨 왔다.
현석은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한쪽에서 누군가가 키스해를 외쳤고, 뒤이어 여러 사람이 합창을 했다.
이런, 이런
이런 황망한 일이라니.
“김차장, 직원들이 부러워서 그러는 것 같은데, 한번 보여줘 봐.”
박일한 사장까지 그 대열에 동참한 것 같다.
현석은 박일한 사장과 직원들을 한바퀴 주욱 둘러보았다.
“여러분들이 자꾸 놀리면, 우리 정말 찐하게 키스할겁니다.”
현석은 생각과는 달리 큰소리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찐하게 키스해. 찐하게 키스해.”
또 합창이 이어졌다.
에잇, 괜히
현석은 그녀를 바라보고는 입술에 살짝 터치했다.
아주 재빨리 터치하듯 하고 말았다.
그녀가 현석을 툭 쳤다.
“그게 뭔 키스인가요?”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지만, 그건 무시했다.
그리고는 다시 앞을 보고 인사를 한 번 더 했다.
"저기 김차장 부서에 있는 박 과장, 정과장, 그 직원들, 그리고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들까지, 지금까지는 부서의 직원이지만, 앞으로는 사모님이 되기도 해. 그거 명심들 해. 알았나?"
이건 사장의 우스개 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크게 답하면서 박수를 쳤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지수양. 결혼해도 회사는 계속 다닐거지요?”
박일한 사장이 지수에게 물었다.
많은 여직원들이 결혼하면 그만두고 있다.
간혹 다니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만두는 직원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다.
“네, 그럴 예정입니다.”
지수는 계속 다닐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때 멀리 있던 다른 부서의 직원이 큰소리로 물어 보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차이가 몇 살 입니까?"
"열 한 살입니다."
현석은 크게 대답했다.
"도둑이시네요."
그 말에 사무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옆에 서있던 이상호 부장이 악수를 청해왔다.
"축하해요 김차장."
"고맙습니다."
사장의 배려이지만 이런 축하를 받게 될 줄을 몰랐다.
현석은 지수와 함께 일일이 다니면서 직원들과 악수를 교환했다.
이렇게 공표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지수에게 와서 어떻게 좀 해보려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또 말도 함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함께 퇴근해도 된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 * *
"엘리. 오늘 놀랐지?"
함께 퇴근하는 차 안에서 물었다.
함께 퇴근이라니.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던 일이지만, 오늘부터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늘 낮 직원들의 짖궂은 질문에 많이 시달렸다.
그녀도 아마 마찬가지 였으리라.
"응. 정말 놀랐어."
"나도 놀랐어. 사장님께 우리 결혼 말씀 드렸는데 갑자기 그렇게 하시는 바람에."
"그래도 좋은 점도 있어."
"뭐가?"
"직원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말투나 행동이 많이 달라진 거 같아.”
“그래?”
“응. 그리고 다른부서의 부장들도 전과 달리 말을 좀 조심하는 것 같고.”
“그건 좋은 소식이네.”
“직원들은 상급자하고 결혼할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
"그건 나쁘지 않잖아?"
"대개는 좋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어."
식당에 도착했다.
“편하던 사람이 갑자기 좀 불편할 수도 있겠네.”
“으응. 약간.”
“박과장이나 정과장은?”
“박과장님은 완전히 사모님 취급하고, 최대리님, 김대리님도 그래. 말을 편하게 하던 직원들도, 존대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로 하고.”
“지들도 곤란 하겠지.”
“으응. 어떤 사람은 바로 깍듯하게 존대말로 하고, 어떤 사람은 어떻게 부를지 몰라서 말을 피하는것 같기도 해. 그렇다고 상관의 부인이 되는데, 전처럼 편하게 말 놓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것이 맞다.
그전부터 반말을 안하던 사이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반말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직원은 심히 곤란 할 것이다.
그래, 지들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한 사모님 될게 분명한데, 이젠 반말 할 수 없을것이다.
그리고 현석의 상관들도, 정신 나가지 않은 다음에야 부하직원의 부인에게 반말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오늘 첫날이라서 그렇지, 몇일 지나면 정리도 되고 해서 좀 나아질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이정도로 확 달라지는걸 느끼니까 나도 이상해.”
* * *
외환시장이 또 난리가 났다.
지난 10월 말에, 그것도 말일에 외환시장 개장 8분만에 달러 환율이 하루 변동폭 상한선까지 치솟아서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기름값이 폭등한다면서 주유소 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자정까지 장사진을 쳤다.
어떤 주유소는 낮부터 문을 닫아 버린곳도 있었다.
몇시간만 지나면 날자가 바뀌고, 달이 바뀌면서 비싼 값으로 팔수 있는데, 그 몇시간쯤 문닫는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다음날 해태그룹이 부도가 나고, 또 몇일이 지나자 뉴코아가 부도가났다.
왜 이지경인 것인지, 왜 이래야 하는것인지.
주가는 연일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었다.
주식을 진작 팔았어야 되는데, 차일피일 증권사를 못가고 있었는데, 지금처럼 떨어지면 이거 완전히 휴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주식이 팔릴 리도 없을텐데.
주식이 폭락하면, 거래도 없이 가격만 떨어진다.
현석이 아무리 주식을 잘 몰라도 그정도는 안다.
에잇.
에잇
에잇
환율이 1천원을 넘어서 버렸다.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그렇다고 회사들은 돈이 없는데, 달러를 사 둘수도 없다.
그리고 몇일전에, 부총리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IMF로 가야한다고 했단다.
일국의 부총리가 그런상황을 예측도 못하고 있다니.
그리고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불과 1주일쯤 전에 미셜 캉드시라는 이름의 IMF 총재가 한국은 위기 상황이 아니다 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IMF로 가야 한단다.
그리고 한국은 위기가 아니라던, 바로 그 IMF 총재가 한국의 IMF에 대한 정리를 하기위해 한국에 왔단다.
대통령은 몇일전에 IMF로 가기로 했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조짐들을 본다면 사실상 대단한 위기상황인 것 같다.
아니 위기는 이미 년초부터 보이지 않는곳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년초에 한보철강이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니 그 뒤로도 진로그룹의 부도나 한신공영이 부도가 나면서 이미 전조가 충분히 있었고, 여름에 기아자동차가 위기상황으로 내 몰리면서 위기가 올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졌지만, 그동안 고도성장으로 입은 혜택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럴것이다.
현석과 같이 평범한 직장인은 그것을 몰랐다고 치자.
그게 정상일 테니까.
그런데 한 나라의 경제를 움직이는 고위관료들이 그걸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먹고 놀았다는 소리 아닌가?
아니, 먹고 놀지는 않고, 그 권력을 이용해서 자기네들 배를 불리는데 애를 썼거나, 그 권력의 맛을 보느라 이곳 저곳 돌아다녔겠지.
그런데도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10월부터 기존의 휴대폰 사업자가 아닌, 새로이 이동통신 써비스를 시작하는 PCS사업자 3개 회사는 예약 가입자들이 휴대폰을 못받아서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그것이 뉴스로 나오는 상황이다.
PCS 폰이 나오면서 가격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휴대폰이 사치품에 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휴대폰은 편리하고 뛰어난 통신수단이긴 하지만, 여전히 값비싼 물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PCS 폰이 이렇게 대단한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모두 다 휴대폰으로 몰려들고 있고, 이러한 모습은 경제가 좋아지는 모습을 투영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IMF 로 가야한다는 상황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IMF로 가야한다는 것에 대한 파장은 컷다.
그러나, 여전히 현석에게도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안정적인 직장이 있기 때문일테고, 집은 이미 작은 월세로 옮겨 버린 데다가 지수가 옆에 있고, 결혼도 예정되어 있어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IMF 위기를 발표 하는 그 날 거래처에서는 술렁거림이 있었고 외부 업무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럼, 이젠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건가?
부총리가 경질됫다.
그리고 청와대에 있는 경제관련 수석도 경질됫다다.
그리고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임명했다.
재경부 장관은 그럼 똑똑해서 이 난국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어서일까?
그건 모르지.
부총리가 경제수장이니 책임을 물어 경질은 시켜야겠고, 그래서 경질 했는데,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권 말기이니 새로 경제부총리를 인선해서 임명하려고 하다가 이 위기의 타개는커녕, 더 엉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상황에서 두세달이면 끝날 이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누가 하려고 할 것인가?
막상 경질을 안할 수는 없었겠지만, 역시 대책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대체 뭐 하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속에, 환율변동폭을 확대하고,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확충하고, 부실금융기관을 조속하게 정리하고, 채권시장을 추가 개방한다는 내용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하루이틀만에 뚝딱 만들어서 내 놓을 수 있는 정책이 맞는지 모르겠다.
하긴 똑똑한 사람들이니, 그래서 장관씩이나 하는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현석은 생각을 멈추었다.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 *
IMF
이게 뭐야?
대체 이걸 뭐라고 하는거야?
금융위기로 인한 IMF 구제금융 신청관련 발표가 있은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회사는 일부가 술렁이고 있었다.
뜬금없이 구조조정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이 위기를 넘기려면 슬림화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경영층에선 이미 나오기 시작 했다고 한다.
구조조정?
회사는 적자는 아닌것으로 알고있는데, 구조조정을 한다고?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하는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벌써 심각한 일이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시작한다면 현재 전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으로 보건대 무척이나 큰 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에서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시작한다면 대충 하지는 않겠지.
정말 구조 조정을 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조정 대상이 될까? 아니면 잔류 대상이 될까?
시작된다면 올해일까? 내년일까?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렇지만 현석은 회사 내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부서이다.
현석은 경영진이 아닌 일개 부서의 부서장일 뿐이라 경영진이 느끼는 IMF 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았어도 구조 조정 같은 이야기가 종종 들려 오자 걱정은 되었다.
환율은 벌써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주택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거꾸로 이자가 급격히 오르는 양극 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어떤 것은 바닥을 치고 어떤 것은 오르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었다.
수출을 주로 하는 회사는 계속하여 오르고 있었고, 수입해서 내수하는 회사는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여러가지 걱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
부서 내 취급품목이 절반은 수입품, 절반은 국내 개발 제품이다.
전에는 효자 노릇을 하던 수입제품이 이런 때는 벌써 혹이 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실적이 좋은데 설마 나가라고 하지야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별로 걱정은 안되었지만, 그건 자신할 문제가 아니다.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어떻게 세워야 할까?
어떻게?
현석은 대통령선거 결과를 신문으로 보았다.
새 대통령으로 야당의 지도자이면서 정계를 은퇴했던 후보가 당선됫다.
당선자는 이전의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정계를 은퇴했다가 아주쉽게 복귀하듯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쉽게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계속)
요즘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외환위기에 대해 박일한 사장의 이야기가 제법 길어졌다.
11월에 접어들면서 위기감은 점점 더 심해 지는 것 같다.
IMF에서 조사단이 입국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은 어둡게 끝이 났다.
현석은 시기가 좋지는 않지만, 회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지수와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시기가 좀 안좋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네,”
“알았어. 그럼 다른 사람들은 나가 봐.”
박일한 사장이 다른사람들을 내 보내려고 했다.
"아닙니다.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축하 받고싶은 일이라서 들으시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부장들이 뭐지? 하면서 나가는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현석이 얼른 제지를 했다.
"그래? 그럼 같이 듣지 뭐. 무슨일인데?”
"저 한지수양과 결혼 하려고 합니다."
한참 어른에게는 씨 대신 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을 했다.
"뭐?"
옆에 있던 다른 부장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들이다.
"어찌 된 건가? 자넨 결혼 했잖아?"
옆에 있던 이상호 부장이 물었다.
이혼했을 때 박일한 사장에겐 말을 해 두어서, 사장은 놀라지 않는 것 같다.
"혼자 된지 제법 되었습니다."
"흠. 그래?”
박일한 사장은 뭐 있을수 있는 일이라는듯 덤덤하게 말했다.
“네.”
“그래 양가에서는 허락을 했고?”
"네, 양가에 허락은 다 받았습니다.”
"어찌 되었던 축하하네. 김 차장."
"김 차장 축하합니다."
옆의 두 부장들도 축하해 주었다.
"그래 결혼 날자는 잡았고?"
"날자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내년 3월이나 4월경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래 한지수양 똑똑하고 예쁘고, 현모양처가 될 걸세, 내가 아들이 좀 더 컷으면 며느리 삼고 싶었는데, 자네한테 뺏기는군,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세."
"네?"
"이건 직원들에게 알려야 해. 함께 축하해야지."
사장은 뚜벅뚜벅 사장실을 걸어나갔다.
사장실 앞 비서가 있는 공간을 지나자 왼쪽에는 창을 등지고 각 부의 부장들 앞으로 직원들이 앉은 책상이 있고 오른쪽은 각 사업본부의 사업본부장들 방이 따로 있다.
직원들의 머리가 보이는 파티션으로 개인 칸막이가 되어 있다.
마침 다른 사업본부들도 부서장들과 회의 마치고 나오거나 아니면 나와 있었다.
일찍 시작한 회의라 아직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리에 있었다.
"전 직원들을 이쪽으로 주목."
박일한 사장이 소리치자 다른 직원들이 모두 전달하며 일어서서 사장 쪽으로 돌아 보았다.
"멀리 있는 사람 들은 이쪽으로 가까이 오세요."
박일한사장이 이런 적이 간 혹 있다.
회사에 매우 축하할 일이 있을 경우에 전 직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형식을 취한다.
다른 층에 있는 기술 및 연구부분과 기획. 자금. 총무 경리 파트만 빠지고 영업관련 부서 인원이 모두 이 한 층에 있다.
"저기, 한 지수양. 이리 나오세요."
현석의 사업본부의 부장들은 한쪽에 기대어 섰고, 그 부름에 지수가 조금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다가 영문을 모른 채 걸어 나왔다.
현석은 가까이 오는 지수의 손을 잡았다.
‘왜?’
입 모양으로 봐서 그렇게 현석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지수는 처음에 왜 이러느냐는 듯 현석이 잡는 손을 뿌리치려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다.
손을 잡힌 채로 가만히 있었다.
직원들도 조금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김현석 차장이 한지수의 손을 잡다니.
미쳤어? 하는 표정이다.
그것도 전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손을 잡다니, 짧은 시간이지만 수근거림도 들려 왔다.
웅성거림으로 사무실이 조금 술렁거렸다.
"아. 조용. 조용."
장내가 조용해 졌다.
"여러 분들에게 알리고, 꼭 함께 축하를 해 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갑자기 불렀습니다."
사장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사장의 말씀 중이니 모두 조용 했다.
"다름이 아니고 여기 있는 김현석 차장과 한지수양이 결혼을 약속 했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말자 장내에는 소요가 일었다.
서로 쳐다보면서 말들을 했고, 그 소리는 큰 울림으로 들렸다.
“아. 조용.
결혼 날자는 미정이지만 내년 3~4월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간에 사내커플이 몇 있었지만,
부서의 책임자와 그 부서 직원이 커플이 된 경우는 처음이라서
내가 직접 알리는 것이니 여러 분들이 꼭 축하해 주세요. 자 박수."
우뢰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런 중에도 억. 그럴 수가. 너무 한다. 축하할 일이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박수소리 속에서 들려 왔다.
지수는 너무 놀란 것 같다.
현석도 이런 상황이 되리란건 전혀 몰랐으니.
그런 지수를 보다가 현석이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지수도 엉겁결에 따라 고개를 숙였다.
지수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자자. 이제 박수 그만."
사장이 제지를 하자 박수가 멎었다.
"뭐해 김차장. 한 번 안아 줘야지."
"네."
현석은 지수를 돌려서 가만히 안았다.
그녀도 가만히 안겨 왔다.
현석은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한쪽에서 누군가가 키스해를 외쳤고, 뒤이어 여러 사람이 합창을 했다.
이런, 이런
이런 황망한 일이라니.
“김차장, 직원들이 부러워서 그러는 것 같은데, 한번 보여줘 봐.”
박일한 사장까지 그 대열에 동참한 것 같다.
현석은 박일한 사장과 직원들을 한바퀴 주욱 둘러보았다.
“여러분들이 자꾸 놀리면, 우리 정말 찐하게 키스할겁니다.”
현석은 생각과는 달리 큰소리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찐하게 키스해. 찐하게 키스해.”
또 합창이 이어졌다.
에잇, 괜히
현석은 그녀를 바라보고는 입술에 살짝 터치했다.
아주 재빨리 터치하듯 하고 말았다.
그녀가 현석을 툭 쳤다.
“그게 뭔 키스인가요?”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지만, 그건 무시했다.
그리고는 다시 앞을 보고 인사를 한 번 더 했다.
"저기 김차장 부서에 있는 박 과장, 정과장, 그 직원들, 그리고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들까지, 지금까지는 부서의 직원이지만, 앞으로는 사모님이 되기도 해. 그거 명심들 해. 알았나?"
이건 사장의 우스개 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크게 답하면서 박수를 쳤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지수양. 결혼해도 회사는 계속 다닐거지요?”
박일한 사장이 지수에게 물었다.
많은 여직원들이 결혼하면 그만두고 있다.
간혹 다니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만두는 직원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다.
“네, 그럴 예정입니다.”
지수는 계속 다닐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때 멀리 있던 다른 부서의 직원이 큰소리로 물어 보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차이가 몇 살 입니까?"
"열 한 살입니다."
현석은 크게 대답했다.
"도둑이시네요."
그 말에 사무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옆에 서있던 이상호 부장이 악수를 청해왔다.
"축하해요 김차장."
"고맙습니다."
사장의 배려이지만 이런 축하를 받게 될 줄을 몰랐다.
현석은 지수와 함께 일일이 다니면서 직원들과 악수를 교환했다.
이렇게 공표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지수에게 와서 어떻게 좀 해보려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또 말도 함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함께 퇴근해도 된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 * *
"엘리. 오늘 놀랐지?"
함께 퇴근하는 차 안에서 물었다.
함께 퇴근이라니.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던 일이지만, 오늘부터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늘 낮 직원들의 짖궂은 질문에 많이 시달렸다.
그녀도 아마 마찬가지 였으리라.
"응. 정말 놀랐어."
"나도 놀랐어. 사장님께 우리 결혼 말씀 드렸는데 갑자기 그렇게 하시는 바람에."
"그래도 좋은 점도 있어."
"뭐가?"
"직원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말투나 행동이 많이 달라진 거 같아.”
“그래?”
“응. 그리고 다른부서의 부장들도 전과 달리 말을 좀 조심하는 것 같고.”
“그건 좋은 소식이네.”
“직원들은 상급자하고 결혼할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
"그건 나쁘지 않잖아?"
"대개는 좋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어."
식당에 도착했다.
“편하던 사람이 갑자기 좀 불편할 수도 있겠네.”
“으응. 약간.”
“박과장이나 정과장은?”
“박과장님은 완전히 사모님 취급하고, 최대리님, 김대리님도 그래. 말을 편하게 하던 직원들도, 존대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로 하고.”
“지들도 곤란 하겠지.”
“으응. 어떤 사람은 바로 깍듯하게 존대말로 하고, 어떤 사람은 어떻게 부를지 몰라서 말을 피하는것 같기도 해. 그렇다고 상관의 부인이 되는데, 전처럼 편하게 말 놓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것이 맞다.
그전부터 반말을 안하던 사이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반말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직원은 심히 곤란 할 것이다.
그래, 지들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한 사모님 될게 분명한데, 이젠 반말 할 수 없을것이다.
그리고 현석의 상관들도, 정신 나가지 않은 다음에야 부하직원의 부인에게 반말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오늘 첫날이라서 그렇지, 몇일 지나면 정리도 되고 해서 좀 나아질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이정도로 확 달라지는걸 느끼니까 나도 이상해.”
* * *
외환시장이 또 난리가 났다.
지난 10월 말에, 그것도 말일에 외환시장 개장 8분만에 달러 환율이 하루 변동폭 상한선까지 치솟아서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기름값이 폭등한다면서 주유소 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자정까지 장사진을 쳤다.
어떤 주유소는 낮부터 문을 닫아 버린곳도 있었다.
몇시간만 지나면 날자가 바뀌고, 달이 바뀌면서 비싼 값으로 팔수 있는데, 그 몇시간쯤 문닫는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다음날 해태그룹이 부도가 나고, 또 몇일이 지나자 뉴코아가 부도가났다.
왜 이지경인 것인지, 왜 이래야 하는것인지.
주가는 연일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었다.
주식을 진작 팔았어야 되는데, 차일피일 증권사를 못가고 있었는데, 지금처럼 떨어지면 이거 완전히 휴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주식이 팔릴 리도 없을텐데.
주식이 폭락하면, 거래도 없이 가격만 떨어진다.
현석이 아무리 주식을 잘 몰라도 그정도는 안다.
에잇.
에잇
에잇
환율이 1천원을 넘어서 버렸다.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그렇다고 회사들은 돈이 없는데, 달러를 사 둘수도 없다.
그리고 몇일전에, 부총리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IMF로 가야한다고 했단다.
일국의 부총리가 그런상황을 예측도 못하고 있다니.
그리고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불과 1주일쯤 전에 미셜 캉드시라는 이름의 IMF 총재가 한국은 위기 상황이 아니다 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IMF로 가야 한단다.
그리고 한국은 위기가 아니라던, 바로 그 IMF 총재가 한국의 IMF에 대한 정리를 하기위해 한국에 왔단다.
대통령은 몇일전에 IMF로 가기로 했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조짐들을 본다면 사실상 대단한 위기상황인 것 같다.
아니 위기는 이미 년초부터 보이지 않는곳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년초에 한보철강이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니 그 뒤로도 진로그룹의 부도나 한신공영이 부도가 나면서 이미 전조가 충분히 있었고, 여름에 기아자동차가 위기상황으로 내 몰리면서 위기가 올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졌지만, 그동안 고도성장으로 입은 혜택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럴것이다.
현석과 같이 평범한 직장인은 그것을 몰랐다고 치자.
그게 정상일 테니까.
그런데 한 나라의 경제를 움직이는 고위관료들이 그걸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먹고 놀았다는 소리 아닌가?
아니, 먹고 놀지는 않고, 그 권력을 이용해서 자기네들 배를 불리는데 애를 썼거나, 그 권력의 맛을 보느라 이곳 저곳 돌아다녔겠지.
그런데도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10월부터 기존의 휴대폰 사업자가 아닌, 새로이 이동통신 써비스를 시작하는 PCS사업자 3개 회사는 예약 가입자들이 휴대폰을 못받아서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그것이 뉴스로 나오는 상황이다.
PCS 폰이 나오면서 가격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휴대폰이 사치품에 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휴대폰은 편리하고 뛰어난 통신수단이긴 하지만, 여전히 값비싼 물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PCS 폰이 이렇게 대단한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모두 다 휴대폰으로 몰려들고 있고, 이러한 모습은 경제가 좋아지는 모습을 투영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IMF 로 가야한다는 상황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IMF로 가야한다는 것에 대한 파장은 컷다.
그러나, 여전히 현석에게도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안정적인 직장이 있기 때문일테고, 집은 이미 작은 월세로 옮겨 버린 데다가 지수가 옆에 있고, 결혼도 예정되어 있어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IMF 위기를 발표 하는 그 날 거래처에서는 술렁거림이 있었고 외부 업무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럼, 이젠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건가?
부총리가 경질됫다.
그리고 청와대에 있는 경제관련 수석도 경질됫다다.
그리고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임명했다.
재경부 장관은 그럼 똑똑해서 이 난국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어서일까?
그건 모르지.
부총리가 경제수장이니 책임을 물어 경질은 시켜야겠고, 그래서 경질 했는데,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권 말기이니 새로 경제부총리를 인선해서 임명하려고 하다가 이 위기의 타개는커녕, 더 엉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상황에서 두세달이면 끝날 이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누가 하려고 할 것인가?
막상 경질을 안할 수는 없었겠지만, 역시 대책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대체 뭐 하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속에, 환율변동폭을 확대하고,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확충하고, 부실금융기관을 조속하게 정리하고, 채권시장을 추가 개방한다는 내용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하루이틀만에 뚝딱 만들어서 내 놓을 수 있는 정책이 맞는지 모르겠다.
하긴 똑똑한 사람들이니, 그래서 장관씩이나 하는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현석은 생각을 멈추었다.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 *
IMF
이게 뭐야?
대체 이걸 뭐라고 하는거야?
금융위기로 인한 IMF 구제금융 신청관련 발표가 있은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회사는 일부가 술렁이고 있었다.
뜬금없이 구조조정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이 위기를 넘기려면 슬림화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경영층에선 이미 나오기 시작 했다고 한다.
구조조정?
회사는 적자는 아닌것으로 알고있는데, 구조조정을 한다고?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하는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벌써 심각한 일이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시작한다면 현재 전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으로 보건대 무척이나 큰 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에서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시작한다면 대충 하지는 않겠지.
정말 구조 조정을 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조정 대상이 될까? 아니면 잔류 대상이 될까?
시작된다면 올해일까? 내년일까?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렇지만 현석은 회사 내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부서이다.
현석은 경영진이 아닌 일개 부서의 부서장일 뿐이라 경영진이 느끼는 IMF 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았어도 구조 조정 같은 이야기가 종종 들려 오자 걱정은 되었다.
환율은 벌써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주택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거꾸로 이자가 급격히 오르는 양극 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어떤 것은 바닥을 치고 어떤 것은 오르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었다.
수출을 주로 하는 회사는 계속하여 오르고 있었고, 수입해서 내수하는 회사는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여러가지 걱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
부서 내 취급품목이 절반은 수입품, 절반은 국내 개발 제품이다.
전에는 효자 노릇을 하던 수입제품이 이런 때는 벌써 혹이 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실적이 좋은데 설마 나가라고 하지야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별로 걱정은 안되었지만, 그건 자신할 문제가 아니다.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어떻게 세워야 할까?
어떻게?
현석은 대통령선거 결과를 신문으로 보았다.
새 대통령으로 야당의 지도자이면서 정계를 은퇴했던 후보가 당선됫다.
당선자는 이전의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정계를 은퇴했다가 아주쉽게 복귀하듯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쉽게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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