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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자 - 48, 도서관 - 상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11 761회 0건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 나는 어둠속에서 손을 더듬에 침대옆에 놓아둔 노트와 펜을 집어들었다.

최대한 몸을 웅크린채로 불도 켜지 않은 어둠속에서 나는 휘갈기듯 빠르게 노트에 뭔가를 적어나갔다.

[저승사자, 검은망토, 낫, 유럽, 광장, 분수대, 옷->낫질->나체, 상처X, 30-40명, 원형, 대자, 낫자루, 처녀혈, 피먹음, 난교, 남자1, 아빠, 발기, 자위, SOS, 거세, 피X, 삽입]

불을 켰다. 나는 노트를 보면서 이미 휘발되어버린 꿈의 단편과 낱말들을 짜맞추어 꿈을 다이어리에 조심스럽게 적어내려갔다.





또래 여자애들이 연애소설에 읽을 때 나는 철학책을 읽었다.

나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어려운 그 글들을 성경의 한구절처럼 소중히 읽어내려갔다.

나는 칸트가 내가 좋아하는 거짓말을 욕하는 걸 읽고는 도덕 나부랭이를 설교하는 그를 집어던지고 니체를 집어들었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를 통해 나는 그동안 내 안에 있던 도덕이란 벽을 허물어버리고 그 위에 새로 내 자신의 벽을 쌓기 시작했다.

그 밑바닥에 다 무너지지 않은 벽돌 몇장이 남아있다면 그건 아빠에 관할 것일 것이다.



철학자들이 대부분 좌뇌가 발달된 남자들이란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더 이상 철학책을 읽지 않았다. 대신에 나는 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남자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을 기억하는 방법을 배우고 내 꿈을 하나하나 직접 기록해 나갔다. 프로이트는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라고 했지만 난 그의 말보다는 "꿈은 신이 매일 밤 나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받은 것은 달콤한 연애편지가 아닌 무시무시한 협박편지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저승사자에게 끌려간다. 유럽풍의 좁은 거리를 지나 어느 광장의 분수대앞에 나를 세우고는 저승사자는 커다란 낫으로 나를 벤다. 내 몸에는 어떤 상처도 나지 않고 옷이 잘려져 발가벗겨진다. 갑자기 광장으로 30-40명쯤 되는 사람들이 발가벗은 나를 보기 위해 둥근 원을 그리며 모여든다.

저승사자는 십자가가 아닌 대자로 생긴 나무틀에 나를 메달고는 낫을 뒤집어 들고는 낫자루를 내 보지속으로 밀어넣는다. 보지에서는 진한 처녀혈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모여든 사람들은 줄을 서서 내 보지에서 흘러내리는 처녀혈을 한 모금씩 받아먹는다.

내 처녀혈을 먹은 사람들이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광장에는 난교가 벌어진다. 사람들은 서로 뒤엉킨 채로 다양한 모습으로 섹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유일하게 어떤 한 남자만이 혼자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다. 아빠다.

아빠는 옷을 벗고는 내 모습을 보면서 발기한 물건을 만지며 자위를 하고 있다. 나는 아빠에게 내 이름을 말하며 구해달라고 소리치지만 아빠는 내 소리를 듣지 못한듯 계속 자위를 하고 있다. 나의 외침에 저승사자가 고개를 돌려 아빠를 보고는 커다란 낫으로 아빠의 물건을 자른다. 피는 나지 않는다. 아파보이지도 않는다. 아빠는 그냥 물건이 잘린채로 가만히 서 있다. 저승사자는 땅바닥에 떨어진 아빠의 물건을 집어들고 대자로 묶여있는 나의 가랭이 사이로 딜도처럼 아빠의 물건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꿈이 우리의 소망을 보상해 주는 것이라면 내가 아빠와의 섹스를 원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가끔 아빠를 상상하며 자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아빠 앞에서 가랭이를 벌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욕망이 그것을 원할지라도 아빠가 가지게 될 죄책감을 잘 알기에 내가 아빠를 유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융은 그의 심층심리학에서 꿈의 모든 요소는 자신이라고 말했다. 꿈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내 안에 있는 것이라면 꿈속의 아빠는 나의 그림자에 의해 거세된 내 아니무스일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한테 내려와 지내면서도 나는 늘 근처의 도서관을 찾았고 나는 그 곳에서 아빠를 닮은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내가 앉은 열람실의 맞은편 자리가 잠시 비워졌다. 누군가 앉아있을 때는 빤히 쳐다보지 못하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난 그 자리를 보게되었다. 그 자리에는 내가 알 수 없는 기계들의 그림과 도식들로 가득한 가격증을 준비하는 두꺼운 책사이에 "불륜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숨겨져 있었다.


"불륜의 심리학..."


나는 몽상속으로 빠져들었다.

불륜을 저지르는데도 공부를 해야하는가라는 생각에서부터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불륜의 자책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려고 그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불륜을 저질러서 그 심리를 알고 싶은 것인지 궁금했다. 자격증을 공부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어느 대학생의 호기심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의자를 빼는 소리에 나는 몽상에서 깨어났다. 힐끗 쳐다보았을 때 마흔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격증 책을 펴고는 그 사이에 심리학 책을 끼워넣고 읽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교과서 밑에 순정만화를 숨겨놓고 보던 그 때처럼...

나는 책을 읽는둥 마는둥 고개를 숙인채 그를 관찰했다.



이른 오후의 한적한 주중의 도서관, 40대와 자격증 그리고 심리학 책...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그런 엉뚱함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읽던 책을 검색해 봤지만 대출중이라는 표시될 뿐,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의 호기심이 거의 사라질 때 쯤, 그는 내가 앉아있던 열람실에서 멀직히 떨어진 곳에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는 그의 앞자리로 옮겼다. 나는 고개를 숙여 책을 보고 있다가도 가끔 눈을 들어 책장을 넘기는 그의 손을 훔쳐보았다.

손등에는 굵고 파란 핏줄이 중간중간 튀어나와 있었고 손가락 마디는 굵었다. 조금 거친 남자의 손이었지만 길고 동그랗게 휘어진 그의 손톱은 꼭 여자의 것이었다.



그를 본 것이 이번이 비록 두번째였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면 그는 아빠의 모습과 비슷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도톰한 눈두덩이와 입이 비슷했다. 지금 아빠는 배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앨범에서 본 아빠의 그 때 모습과 비슷하게 그는 탄탄하고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내 다리가 조금 벌어졌다. 나는 머리속으로 그의 손이 책상아래로 다가와 내 보지를 만지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턱을 괴고 책을 보는척하며서 다른 한손을 책상아래로 내려 손톱끝으로 플레어 레깅스위로 클리토리스를 조심스럽게 긁어댔다.

두겹의 천을 거쳐 전달되는 무딘 자극이었지만 그가 내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에 내 몸은 서서히 달아올랐고 보지가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맨 안쪽 칸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레깅스와 팬티를 한꺼번에 무릅밑으로 끌어내렸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빠르게 문질러댔다.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려고 했지만 나는 쓴 약을 삼키듯이 신음을 속으로 삼켰다.

보지에서 끈적한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을 때 벽에 기댄채로 무릅을 반쯤 굽혀 두 다리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보지를 쑤셔대기 시작했다. 그가 내 보지를 박는다는 상상에 나는 빠르게 절정에 치닫고 있었다.

몸 속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느껴졌을 때 나는 한 손으로 벽을 더듬어 휴지를 찾아 그 끝을 손으로 몇번 대충 휘감아서 뜯어냈다. 그러면서도 끙끙대며 다른 한 손은 쑤셔대는 걸 멈추지 않았다.

급하게 휴지를 가져다대자마자 뜨거운 보짓물이 터져나왔다.

질이 안 좋은 공중화장실의 휴지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많이 쏟아낸 것인지는 몰라도 다 흡수하지 못한 보짓물이 옆으로 새어나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곧장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서관 안을 빙빙돌며 다른 읽을만한 책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그가 저번에 읽던 책이 생각나 단말기에서 그 책을 검색했다.


<대출 가능>


나는 그 책을 찾아들고 그가 보란듯 제목이 보이도록 올려놓고는 내가 읽고 있던 책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그를 힐끗 쳐다봤지만 그는 무심하게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읽던 책을 멈추고 "불륜의 심리학"이란 책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륜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책이었기에 한장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잠시 책을 엎어두고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커피를 꺼내들고 막 동전이 타닥거리며 떨어질 때 그가 내 뒤로 다가왔다. 웅웅거리며 자판기가 다시 커피를 내뱉고 있을 때 그도 말을 내뱉었다.



"그 책이 재미있어 보이던가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책제목이 재미있어 보였냐고 묻는건지 아니면 그가 그 책을 읽고 있었던게 재미있어 보였냐고 묻는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망설이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가 또 물었다.



"좀 지루하지 않아요?"



이 질문도 어려웠다. 책이 지루하다는건지 오늘같이 따분한 날이 지겹다는건지 알 수 없었다.

우물쭈물거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술 한잔 하러 갈래요?"


"불륜의 심리학" 책에서는 작업 방법같은 것은 알려주지 않는게 분명했다. 오후 4시도 안된 시간에 술한잔이라니...





우리는 가방을 챙겨들고 도서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까 자판기 옆에서 그는 지금까지 일들을 이야기해줬다. 심리학쪽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책을 찾다가 그 책을 보게되었는데 제목에 혹해서 집어들긴 했는데 역시나 제목때문에 대놓고 보긴 어려웠다고 했다. 다른 책 사이에 끼워놓고 보는데 앞에 앉아있던 내가 자꾸 힐끗힐끗 보는게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자기 앞에서 힐끗거리며 쳐다보던 내가 오늘 자기가 읽었던 책을 가지고 또 다시 자기 앞에 앉길래 감시당하는 것같은 찜찜함에 말을 걸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꼈던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아빠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같이 걸어가면서 그는 자신을 42살에 별거중이지만 아직은 유부남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집은 서울이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혼자사는 남동생 집에 머물면서 동생이 하는 호프집 일을 도우며 지낸다고 했다. 가게일이 늦게 마치고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자주는 못 오지만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도서관에 들러서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자동차가 좋아서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달에 두 번 쉬는데 오늘이 그 중 하루라고 덧붙였다.

나는 23살에 휴학생이라고만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물론 나는 23살도 아니고 휴학생도 아니었다.




우리는 24시간 돼지국밥집 구석에 앉아 족발을 앞에 두고 소주를 마셨다.

그의 외모와 나의 외모로 보면 아빠와 딸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부사이도 아닌... 좋게 보아도 불륜의 사이로, 아니면 원조교제 정도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 나의 관심은 그의 별거생활과 그가 왜 그 책을 읽었냐에 있었다.



"바람피워보신 적 있으세요?"
"... 아니"
"그럼 왜 별거중이세요?"


그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쩌다 보게 된 아내의 핸드폰에서 한 남자가 보낸 음란한 카톡과 그에 호흥하는 아내의 답장을 보게 되었고 그게 발단이 되어 지금은 별거중이라고 했다. 서로 만나지는 않지만 대화로 외로움을 달래는 사이일 수도 있지 않냐는 나의 말에 그는 어린애한테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하냐는 표정으로 그가 심각한 발기부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8년전부터 그 문제로 스스로 안방을 나와 각방을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내의 부정보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 듯했다.



"아빠"와 "거세"라는 단어가 내 머리속에 계속 맴돌다 갑자기 내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다.


"저랑 바람 피워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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