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조카녀석이 좋아하는 과자 몇 봉지를 사들고 언니집에 다녀왔다.
언니에 관한 글을 다 쓰고나서 먼저 보여줘야만 할 것 같아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과 함께 이 글을 보여줬다. 언니에게는 아물어가던 상처의 딱지를 다시 떼어낼 수 있는 나의 글... 그 때까지도 언니에게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그 안에 있었고 언니는 그 글들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언니는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쓸 수 있냐고 물었고 난 그냥 미소짓듯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고깃덩어리 하나 들어있지 않은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소주 4병을 마셨다.
여기서는 그냥 그녀를 "다정"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다정 언니를 처음 봤던 건 어느 SM 커뮤너티의 게시판이었다.
그녀가 써 놓은 글은 몇 개 없었지만 그녀가 독백처럼 써 내려간 글을 읽었을 때, 나는 그녀가 나와 같은 아픔을 가졌다는 걸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같은 아픔의 결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다만 그것을 아는체하지 않을 뿐이다. 아는체하는 것이 서로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는 걸 잘 알기에 우리는 서로를 모른 척 하는 것 뿐이다.
두번째 그녀를 봤던 건 그 커뮤너티의 단체채팅방이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어떤 남자가 무슨 말을 하면 "네, 주인님"이라고 대답하기만 했다.
내 눈에는 그 남자가 어떤 다른 여자를 작업하고 있는 걸로 보였지만 그녀는 그걸 아무 말없이 묵묵히 지켜만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그 남자가 채팅방을 떠나자 그녀도 떠났다.
나는 그녀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에게 쪽지를 보냈다. 내 전화번호와 함께 구구절절 그녀의 글에서 느꼈던 감정을 거짓반 진실반을 섞어서 이야기했다.
쪽지를 보내고 1주일즈음 지나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먼저 내가 남자가 아님을 안도했고 우리는 가벼운 첫 인사정도를 나누고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세번재 그녀를 만난 건 어느 카페였다.
보통 20대 초중반의 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SM 커뮤너티에서 그녀는 어느 정도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20살이었고 그녀는 30살이었다.
평범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아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과 풍만해 보이는 몸매는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겁주는데 사용했다. 그녀가 SM 커뮤너티에서 보고 들었던, 어쩌면 직접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해주며 가능하면 평범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라고 했다.
나는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나는 되물었다.
"언니는요? 언니는 왜 아직 여기 남아있어요?"
"나같은 여자 받아 줄 그런 남자가 있을까?"
그녀의 말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던 그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 남자는 그녀보다 두살 어리다고 했고 4년째 그 남자와 사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결혼식을 올릴거라고 이야기했다.
축하의 이야기는 잠시... 나는 그 남자의 바람기를 걱정하며 오지랍스럽게 그녀에게 은근슬쩍 그 남자가 채팅방에서 다른 여자를 작업하던 이야기를 했다.
그녀도 안다고 했다. 그냥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네번째 그녀를 만난건 어느 술집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던 남자와 함께 나타났다.
나는 곧 있을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로 그와 인사를 했고 그의 얼굴에서 뭔가 탐탁치 않음을 느꼈을 때 그 결혼이 언니가 원해서 밀어붙힌 결혼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순박한 얼굴에 커다란 체구를 가진 농촌 총각같은 이미지였고, 어설픈 작업을 하던 채팅방과는 다르게 그 날은 그녀에 집중하였고 가끔 나와 이야기 할 뿐이었다.
다섯번째 그녀를 만난건 그녀가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술한잔 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대뜸 잘 들리지도 않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이..."
"..."
"너랑 같이 한 번 플을 해보고 싶대.."
플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건 일반인의 언어로 번역하면 한 번 자보고 싶다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언니!!!!!!"
"...."
"언니! 지금 제 정신이야?"
"너만 괜찮다면..."
다정언니는 그 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흘러흘러 SM 바닥까지 와서 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피스팅을 좋아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 그녀가 말한 "나같은 여자"란 보지에 주먹이 들어가는 그런 여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나이에 비해 순진하고 철이 없긴하지만 다정할 땐 한없이 다정하게 대해주고 그녀가 힘들었을 때 큰 위로가 되어준 남자라는 말을 덧붙였다.
"너한테는 그런거 하지 말라고 말해 놓을께.."
"곧 결혼할거라면서.. 괜찮아?"
"나한테는 상관없어.."
그녀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상관없다고만 말했다.
"괜찮다"와 "상관없다"는 심장에서 머리까지 만큼의 거리를 가지고 있다. "괜찮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라면 "상관없다"는 불편한 감성을 이성의 거짓말로 덮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녀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고(그때나 지금이나 이런식으로 잘 거절 못하는 편이다) 그녀도 그 주인님이라 불리는 남자한테 등이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부탁인마냥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통화를 할 때면 "주인님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다시 그 부탁을 했다.
나는 그녀가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좋아하고 곧 결혼을 할 남자에게 다른 여자를 물어다주는 자존심도 없는 바보 멍청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사랑을 하면 저렇게 한없이 퍼다만 줄 수 있을까 부럽기까지 했다.
난 남녀간의 사랑을 모른다. 아니 그 땐 몰랐다.
나중에 불현듯 다가왔던 첫사랑을 나의 조급함과 소심함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렇게라도 사랑이란 감정을 내 마음속에 한 번 품어봤었지만 지금도 나는 다정언니를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왜? 왜 하려는건데? 왜 하필 나인데?]
[나도 네가 좋고.. 너라면 이해해줄거 같기도 하고.. 주인님이 1:2로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예전부터 쭉 그런 말을 했었는데 무시해오다가 결혼이 가까워오니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번쯤 그 남자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그녀의 말이 진실은 아닌거 같았다. 하지만, 그냥 진심으로 믿어주고 싶었다.
[되게 좋아하더라..]
나의 승락을 그 남자에게 전하고 나서 그녀가 들뜬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난 후 혼자 중얼거렸다.
"자존심도 없는 년!"
그 남자의 뒤를 따라 걷던 모텔 복도의 빨간 카페트가 떠오른다. 그 남자는 빨간 카페트 위를 어깨를 들썩거리며 자기가 무슨 왕이라도 된 마냥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모텔방에 들어서자 그 남자는 익숙하게 침대에 걸터앉았고 그녀는 문앞에서 나를 잠시 쭈삣 쳐다보고는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까만 원피스위에 걸치고 있던 청자켓을 벗었다. 무릅까지 내려오는 깔끔하고 단정한 검은색 원피스.. 그런 그녀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속은 음탕했다.
원피스를 벗어내리자 그녀의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리사이의 털마저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그 곳은 매끈했고 가늘고 긴 선 하나만이 그어져있었다.
옷을 다 벗은 그녀는 문 앞에 조용히 무릅을 꿇고 앉았다.
군중심리란 묘한 것이다.
군중까지도 아니었고 오직 내 옆에 그녀만 있었지만 그녀가 옷을 벗고 무릅을 꿇고 앉자 나도 왠지 옷을 벗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겹겹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마지막 팬티까지 벗고나서 나는 두 다리사이의 시커먼 털을 내보이며 서 있었다.
"둘 다 이리 와 봐.."
그 남자는 침대를 손바닥으로 툭툭치면서 말했고 우리 둘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기어갔고 나는 걸어갔다.
언니에 관한 글을 다 쓰고나서 먼저 보여줘야만 할 것 같아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과 함께 이 글을 보여줬다. 언니에게는 아물어가던 상처의 딱지를 다시 떼어낼 수 있는 나의 글... 그 때까지도 언니에게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그 안에 있었고 언니는 그 글들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언니는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쓸 수 있냐고 물었고 난 그냥 미소짓듯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고깃덩어리 하나 들어있지 않은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소주 4병을 마셨다.
여기서는 그냥 그녀를 "다정"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다정 언니를 처음 봤던 건 어느 SM 커뮤너티의 게시판이었다.
그녀가 써 놓은 글은 몇 개 없었지만 그녀가 독백처럼 써 내려간 글을 읽었을 때, 나는 그녀가 나와 같은 아픔을 가졌다는 걸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같은 아픔의 결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다만 그것을 아는체하지 않을 뿐이다. 아는체하는 것이 서로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는 걸 잘 알기에 우리는 서로를 모른 척 하는 것 뿐이다.
두번째 그녀를 봤던 건 그 커뮤너티의 단체채팅방이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어떤 남자가 무슨 말을 하면 "네, 주인님"이라고 대답하기만 했다.
내 눈에는 그 남자가 어떤 다른 여자를 작업하고 있는 걸로 보였지만 그녀는 그걸 아무 말없이 묵묵히 지켜만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그 남자가 채팅방을 떠나자 그녀도 떠났다.
나는 그녀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에게 쪽지를 보냈다. 내 전화번호와 함께 구구절절 그녀의 글에서 느꼈던 감정을 거짓반 진실반을 섞어서 이야기했다.
쪽지를 보내고 1주일즈음 지나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먼저 내가 남자가 아님을 안도했고 우리는 가벼운 첫 인사정도를 나누고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세번재 그녀를 만난 건 어느 카페였다.
보통 20대 초중반의 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SM 커뮤너티에서 그녀는 어느 정도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20살이었고 그녀는 30살이었다.
평범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아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과 풍만해 보이는 몸매는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겁주는데 사용했다. 그녀가 SM 커뮤너티에서 보고 들었던, 어쩌면 직접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해주며 가능하면 평범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라고 했다.
나는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나는 되물었다.
"언니는요? 언니는 왜 아직 여기 남아있어요?"
"나같은 여자 받아 줄 그런 남자가 있을까?"
그녀의 말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던 그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 남자는 그녀보다 두살 어리다고 했고 4년째 그 남자와 사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결혼식을 올릴거라고 이야기했다.
축하의 이야기는 잠시... 나는 그 남자의 바람기를 걱정하며 오지랍스럽게 그녀에게 은근슬쩍 그 남자가 채팅방에서 다른 여자를 작업하던 이야기를 했다.
그녀도 안다고 했다. 그냥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네번째 그녀를 만난건 어느 술집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던 남자와 함께 나타났다.
나는 곧 있을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로 그와 인사를 했고 그의 얼굴에서 뭔가 탐탁치 않음을 느꼈을 때 그 결혼이 언니가 원해서 밀어붙힌 결혼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순박한 얼굴에 커다란 체구를 가진 농촌 총각같은 이미지였고, 어설픈 작업을 하던 채팅방과는 다르게 그 날은 그녀에 집중하였고 가끔 나와 이야기 할 뿐이었다.
다섯번째 그녀를 만난건 그녀가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술한잔 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대뜸 잘 들리지도 않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이..."
"..."
"너랑 같이 한 번 플을 해보고 싶대.."
플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건 일반인의 언어로 번역하면 한 번 자보고 싶다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언니!!!!!!"
"...."
"언니! 지금 제 정신이야?"
"너만 괜찮다면..."
다정언니는 그 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흘러흘러 SM 바닥까지 와서 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피스팅을 좋아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 그녀가 말한 "나같은 여자"란 보지에 주먹이 들어가는 그런 여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나이에 비해 순진하고 철이 없긴하지만 다정할 땐 한없이 다정하게 대해주고 그녀가 힘들었을 때 큰 위로가 되어준 남자라는 말을 덧붙였다.
"너한테는 그런거 하지 말라고 말해 놓을께.."
"곧 결혼할거라면서.. 괜찮아?"
"나한테는 상관없어.."
그녀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상관없다고만 말했다.
"괜찮다"와 "상관없다"는 심장에서 머리까지 만큼의 거리를 가지고 있다. "괜찮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라면 "상관없다"는 불편한 감성을 이성의 거짓말로 덮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녀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고(그때나 지금이나 이런식으로 잘 거절 못하는 편이다) 그녀도 그 주인님이라 불리는 남자한테 등이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부탁인마냥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통화를 할 때면 "주인님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다시 그 부탁을 했다.
나는 그녀가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좋아하고 곧 결혼을 할 남자에게 다른 여자를 물어다주는 자존심도 없는 바보 멍청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사랑을 하면 저렇게 한없이 퍼다만 줄 수 있을까 부럽기까지 했다.
난 남녀간의 사랑을 모른다. 아니 그 땐 몰랐다.
나중에 불현듯 다가왔던 첫사랑을 나의 조급함과 소심함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렇게라도 사랑이란 감정을 내 마음속에 한 번 품어봤었지만 지금도 나는 다정언니를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왜? 왜 하려는건데? 왜 하필 나인데?]
[나도 네가 좋고.. 너라면 이해해줄거 같기도 하고.. 주인님이 1:2로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예전부터 쭉 그런 말을 했었는데 무시해오다가 결혼이 가까워오니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번쯤 그 남자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그녀의 말이 진실은 아닌거 같았다. 하지만, 그냥 진심으로 믿어주고 싶었다.
[되게 좋아하더라..]
나의 승락을 그 남자에게 전하고 나서 그녀가 들뜬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난 후 혼자 중얼거렸다.
"자존심도 없는 년!"
그 남자의 뒤를 따라 걷던 모텔 복도의 빨간 카페트가 떠오른다. 그 남자는 빨간 카페트 위를 어깨를 들썩거리며 자기가 무슨 왕이라도 된 마냥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모텔방에 들어서자 그 남자는 익숙하게 침대에 걸터앉았고 그녀는 문앞에서 나를 잠시 쭈삣 쳐다보고는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까만 원피스위에 걸치고 있던 청자켓을 벗었다. 무릅까지 내려오는 깔끔하고 단정한 검은색 원피스.. 그런 그녀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속은 음탕했다.
원피스를 벗어내리자 그녀의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리사이의 털마저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그 곳은 매끈했고 가늘고 긴 선 하나만이 그어져있었다.
옷을 다 벗은 그녀는 문 앞에 조용히 무릅을 꿇고 앉았다.
군중심리란 묘한 것이다.
군중까지도 아니었고 오직 내 옆에 그녀만 있었지만 그녀가 옷을 벗고 무릅을 꿇고 앉자 나도 왠지 옷을 벗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겹겹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마지막 팬티까지 벗고나서 나는 두 다리사이의 시커먼 털을 내보이며 서 있었다.
"둘 다 이리 와 봐.."
그 남자는 침대를 손바닥으로 툭툭치면서 말했고 우리 둘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기어갔고 나는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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