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62부
“아이, 싫다! 잉, 잉! ······ 싫어! ······ 잉, 잉! ······ ”
꿈결에서처럼 무슨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나는 잠에서 깨었다.
그 소리는 실제로 영자 누나가 내고 있었다. 한 팔로 내 등을 감싸고 얼굴은 거의 내 가슴에 묻고 있는 자세로 마치 어린애가 칭얼거리는 듯 한 소리가 계속 나온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려 했다. 그런데 잠시 지켜보니 여전히 잠을 자는 모습이다. 아마 잠꼬대를 하는 모양이다.
분명 한밤중인 것 같은데 보름 무렵이라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달빛 때문에 사물을 구별할 정도는 되었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아이, 싫다니까 ······ 잉, 잉! ······ ”
누나가 다시 칭얼거렸다. 이번에는 내 등을 감은 손을 흔들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깨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모로 누운 누나의 젖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젖꼭지를 살짝 비틀자 몸이 꿈틀하는 것 같더니 바로 눕는다.
보지를 손으로 덮었다. 보드라운 보지털의 감촉이 와 닿는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모처럼 빠구리를 하지 않았기에 누나의 보지는 여전히 깨끗한 채였다. 다리로 가랑이를 벌리자 비로소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그 속은 메말라 있어 손가락 끝으로 지긋이 누르고만 있었다.
“어, 어! 니, 영, 영도가?”
누나도 잠이 깬 모양이다.
“니가 여 있었구나! 아, 영도야! ······ ”
아직 잠결일 텐데도 누나는 와락 나를 껴안으며 내 몸 위로 올라와 나를 짓누른다.
“누부야, 무슨 꿈 꿨나?”
“꿈 ······ ? 그래, 그기 꿈이지. ······ 꿈도 참 개차반 같은 꿈이다.”
누나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 나를 끌고, ······ 아, 그 전에 니캉 둘이 무슨 들판, 아니 꽃밭 같기도 한데, ······ 그쨔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어떤 손이 나타나 나만 끌고 가는 기라. 길도 아니고 ······ 진흙탕 같이 발은 푹푹 빠지는데, ······ 나는 안 가겠다고 몸부림을 쳐도 힘으로 당할 수가 없는 기라. ······ 그래가 니한테 도와달라고 막 소리 질러도 니는 그저 힛죽 웃으면서 가만히 있는 기라. 얼마나 무섭고 슬펐던지 ······ ”
두서도 없이 토막토막 나오는 말이지만 나에게도 누나의 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제 괘않다, 누부야. 잠이 안 깼으마 꿈속에서도 내가 막 좇아가서 누부야를 뺏어 왔을 기다.”
안은 팔에 힘을 주자 누나의 입술이 내 입을 덮는다. 한동안 서로의 혀가 오가는 동안 나의 한손은 젖통으로부터 허리, 엉덩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어느새 우리는 빠구리의 초기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모처럼 잠들기 전에 빠구리를 하지 않았기에 자지도 여느 때보다 훨씬 성이 나있었다.
“내가 위에서 해볼까?”
누나는 몸을 일으켜 걸터앉더니 이제 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지를 집어 넣었다.
한밤중이건만 달빛이 들어온 방안의 어둠에 눈이 익자 누나의 얼굴이며 봉긋한 젖통의 윤곽이 드러났다. 환할 때와 달리 어슴프레 보이는 그 상반신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누부야, 얼굴이 좀 부은 것 같다. 눈도 그렇고 ······ ”
누나가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잠이 들었었지만 그 때문인지 누나의 얼굴이 부석부석해 보였다.
“눈물을 마음껏 쏟았드이 그 자리에 헛짐이 드간 모양이제. 그래도 실컷 울었드이 마음은 개운타.”
자지의 벌떡거림과 보지 속의 옴찔거림이 시작되자 누나도 그 감촉을 즐기는지 엉덩이를 들썩이지 안은 채 내 가슴과 얼굴을 번갈아 쓰다듬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움직였다. 엉덩이를 좌우로 아래위로 흔들자 나는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도 자지가 보지 속을 휘젓고 있는 느낌이다.
누나는 엎어져 몸을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무릎으로 바닥을 고르는 것처럼 위치를 잡고 엉덩이를 오르내렸다. 여기 저기 보지 속의 다른 감촉을 느끼려는지 위로 치받기도 하고 옆으로 기울여 박아대기도 한다.
“아, 아! ······ 아, 아! ······ 흐으! ······ 흐으! ······ 흐윽! ······ ”
한껏 죽인 소리지만 신음이 터져나오더니 동작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타. 니가 해도!”
결박을 풀고 내 몸에서 떨어진 누나는 엎드린 자세다.
나는 빙긋 웃음이 나오려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빠구리가 자지를 넣다 뺐다 하는 것도 몰랐다는 처지에 이제는 체위까지도 자신이 지정하는 것이다.
풍만한 엉덩이 밑으로 자지를 집어넣자 누나는 한번 움찔하더니 얼굴을 요 위에 묻었다. 무릎을 꿇은 채 나는 서서히 박기를 시작했다.“아아, 그 이불 좀 푹 덮어라.”
이불을 덮은 채 박기를 계속하는데 또 주문이 들어왔다.
“좀 더 ······ 좀 더 빨리 해도!”
속도를 높이자 엉덩이도 함께 움직이며 박자를 맞춘다.
“아악! ······ 아악! ······ 하악! ······ 학! 학! ······ ”
누나에게 또 제대로 느낌이 오는 모양이다. 한껏 억제된 소리지만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뒤 그 소리가 바뀌었다.
“으음! ······ 음, 음, 음! ······ ”
짐승의 울음 같기도 한 그 소리는 요로 입을 틀어막았음에도 새어나오는 소리였다.
나도 기분이 고조되며 더욱 빨리 박아댔다.
“아윽!”
낮은 비명을 지르며 누나가 무릎을 펴고 엎어지는 바람에 자지는 빠져 버렸다.
“하아! ······ 하아! ······ 어엉, 엉. 엉! ······ ”
숨을 헐떡이면서 또 누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가 진정될 때가지 나는 누나의 목덜미를 핥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차츰 어깨의 들먹임이 줄어들더니 누나는 바로 누어 나를 끌어 안았다.
“아아, 영도야. 내는 또 올라갔다 왔다. 이제는 니가 해도!”
무릎을 세우고 가랑이를 벌린 그곳에 자지를 박고 막 엉덩이를 움직이려는데 누나가 제동을 걸었다.
“아, 쪼매 옆으로 ······ 아래가 많이 젖었다.”
엉덩이를 옮긴 그 자리에는 내 주먹크기만큼이나 오줌 싼 자국 같은 것이 나 있었다.
누나가 손으로 자지를 이끌어 집어 넣었다. 그리고 누운 채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나도 서서히 자지를 박아댔다.
“아아, 또 오를락 한다. 으으! ······ 으으! ······ 좀 빨리 해도!”
나는 누나의 두다리를 내 어깨에 걸치게 했다. 그리고 이불을 다시 푹 덮었다.
물기가 흥건하면서도 보지 속은 뜨거웠다. 자지가 드나들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며 보지 둔덕을 때리는 살 부딪치는 소리가 이불로 에워싸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보다 더 큰 소리는 결국 누나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아! ······ 하아! ······ 악! 악! ······ 허억! ······ 헉! ······ 헉!”
내 몸을 더욱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누나의 엉덩이 동작을 멈추었다. 역시 울컥하고 물기가 터져 나왔다.
“어엉! ······ 엉! ······ 엉! ······ ”
누나는 또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소리를 냈다. 오르가슴에 이르면 누나는 꼭 울기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누나가 또 절정을 맛보았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지만 나는 아직 사정을 못한 터였다. 다시 자지를 박아댔다.
“아, 또 ······ ? ······ 너무 벅차다!”
그러면서도 누나는 엉덩이로 박자를 맞춰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비명이 아니라 계속 울음소리만 내는 중에 나는 사정했다. 사정이 끝났음에도 누나의 울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둘 다 온몸이 땀 투성이었다.
자지를 빼자 뻥 뚤렸던 구멍은 곧 오무러 들었지만 옴찔거리면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타올로 그 정액을 한번 닦아내고
누나의 얼굴과 몸의 땀을 닦는 동안 누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듯 가쁜 숨만 고르면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나도 뒤처리를 하고 옆에 몸을 뉘이자 비로서 누나는 나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고맙다, 영도야. 이번엔 몇 번이나 올라갔었다. 진즉 자기 전에 이래 했으마 그 요상한 꿈도 안꿨을텐데 ······ ”
“그래, 누부야가 좋았다 카이 나도 기분 좋다. 이제 푹 자라.”
다시 눈을 떴을 때 날은 훤히 밝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일어날 시각은 아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누나의 젖통을 만지는데 곧바로 누나의 손길이 내 가슴을 쓰다듬는다.
누나가 먼저 잠에서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한동안 서로를 애무하다가 누나 위로 올라가 우리는 다시 엉켰다.
이제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이 진짜 누나와의 마지막 빠구리가 될 것이다.
아, 불과 며칠뿐이었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나의 신부, 진정 사랑하는 누나 ······ 자지를 꼽으면서도 흥분보다는 애석함과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그래도 자지는 빳빳하게 서 있고 보지도 이미 질퍽하게 젖어있어 우리들의 마지막 의식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했다.
엉덩이를 들썩이자 누나의 신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골고루, 나도 그렇지만 누나에게 여러 가지 빠구리의 맛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
자지가 꽂혀 있는 채로 몸을 돌려 누나를 위로 올라오게 했다. 그리고 누나의 상체를 들어 올렸다. 이미 익숙해진 듯 엉덩이를 아래위로 좌우로 움직인다. 그러다가는 말을 탄 자세로 들썩이며 신음이 커졌다.
나는 일어나 앉았다. 마주 보며 젖꼭지를 입으로 빨아주자 내 손을 남은 젖통으로 인도한다. 나는 이런 누나의 적극적인 모습이 좋았다.
양쪽 젖을 번갈아 빨고 주무르는 동안 누나는 내 허리에 두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으흐 ······ ! 으흐 ······ ! ······ ”
신음이 이어지면서 빨라지던 엉덩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누나가 먼저 지친 것이다.
누나를 옆으로 누이고 한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자지를 집어넣고 박음질을 시작했다.
“누부야가 직접 만져 봐라.”
한손으로 공알을 매만지다 대신 누나의 손을 이끌어 주었다. 방금 내가 해주었던 것처럼 손가락을 부벼 댄다.“하아! ······ 이상타! ······ 흐윽!”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처럼 자지가 박아주고 있는데 또 자신의 손으로 더해주는 자극을 누나는 즐기고 있었다.
그 자세가 꽤나 오래 끌었는지 허리가 아파왔다. 누나를 엎드리게 했다. 엉덩이를 높이 들고 두 팔을 바닥에 대고 얼굴을 묻은 자세는 거의 완벽했다.
그러나 나는 자지를 바로 박지 않고 엉덩이 골에 슬슬 문질러 대기만 했다.
“아이, 와 빨리 안 들어오노?”
누나가 채근을 하듯 말하는데도 나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누나는 한손을 뒤로 빼더니 자지를 이끌어 구멍에 맞추고는 엉덩이를 뒤로 밀었다. 누나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좋았다.
“하아! ······ 흐응! ······ 흐응! ······ 흥! ······ 흥! ······ ”
콧소리처럼 나는 신음의 간격이 조금씩 빨라지다 누나가 무릎을 펴는 서슬에 자지가 빠져 버렸다.
“하아! ······ 너무 뜨겁다. 속에서 불이 날락 한다!”
“그래? ······ 그라마 아주 불을 내 뿔자. 원시인들 불 피우듯이 막 그래 마찰을 하마 불꽃이 피어날 지도 모른다.”
“오야! 한번 해보자! 하지만 이제는 니 얼굴 보면서 하고잡다.”
누나는 반듯이 누었다. 자지를 꼽자 두팔로 허벅지를 들어 올린다. 그 자세에 나도 몸을 포개지 않고 두손을 바닥에 대고 무릎을 꿇은 채 자지를 박아 댔다.
엉덩이를 움직이면서도 우리는 계속 눈이 마주친 채였다. 더러 찡그리기도 하고 입을 실룩거리며 신음을 내면서도 누나는 끝내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 자세로 나는 사정했다. 사정이 시작되자 누나는 허벅지를 안은 채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사정이 끝나자 나는 완전히 엎어져 누나의 귓가에 얼굴을 묻고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누나 역시 젖통이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쉬면서도 내 등을 쓰다듬어 준다.
“니를 이래 안고 몸을 섞는 게 참말로 이번이 마지막이겠제? 또 언제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 ”
“아 참, 누부야. 이번에도 ······ ?”
불쑥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좋았고, 특히 누나와의 마지막 빠구리라는 것 때문에도 더욱 정성을 쏟았고 황홀했는데 누나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이번에도 기분이 별로였제? 끝까지 못갔제?”
“응? ······ 아, 그거 ······ ”
누나는 고개를 한번 갸웃하다가 빙그레 웃으면서 오히려 대범하게 말했다.
“그까짓 거 괘않다. 사람이 맨날 진수성찬만 포식하며 살겠나? 그라마 오히려 음식이 귀한 줄도, 좋은 맛도 모르게 될 기다. 내는 벌써 두 번이나 그 맛을, 아니 실컷 먹었다 아이가. 방금 한 것도 아주 좋았다. 니캉 한 긴데 ······ 그것도 어쩌면 마지막으로 ······ ”
우리는 마주 보고 누워 키스를 길게 한 뒤 서로의 몸을 어루만졌다.
“영도야, 누나가 떠나도 니는 언제나 씩씩하고 정의롭게, 또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내도 몸은 떨어져 있어도 늘 니를 생각하고 남자답게 잘 자라기를 빌끼다. 또 니는 이 집의 기둥이니 어무이나 다른 누나들도 잘 보살펴 줘야 한다. 내가 꼭 이런 말을 안해도 니가 잘해나갈 기라고 누나는 믿고 있지만 ······ ”
방금 빠구리를 마친 누나가 마치 엄마나 할머니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타이르는 것이 나는 좀 쑥스러웠다. 하지만 나도 속으로 다짐했다. 누나의 말처럼 살아가겠다고, 또 나 역시 누나가 잘 살기를 빌겠다고 ······ 그리고 누나의 그 말들을 자장가처럼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니는 학교 안 갈끼가?”
약간은 앙칼진 소리가 영미 누나였다. 언제 들어왔는지 교복 차림이다.
나는 정신이 버쩍 들며 우선 몸을 살폈다. 영자 누나의 배려이겠지만 다행히 런닝셔츠와 팬티는 입고 있었고 영자 누나는 벌써 나간 모양이다.
누나와 빠구리를 하게 된 이래 나는 한번도 잠을 푹 자본 적이 없었다. 자다가도 누가 먼저인지 잠을 깨면 빠구리를 하게 되고 그래서 항상 토막잠을 자온 터였다.
냉큼 옷을 차려입고 세수를 하고 안방에 들어서니 엄마가 영자 누나의 머리를 따주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랫목에서 그 광경을 보며 담배만 뻐꿈대고 있다. 큰 딸이 시집가는 날이건만 잔칫집 같은 들뜬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오늘은 좀 늦은 것 같아 산길을 타기로 했다. 그 산길 초입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도 데련 어니 가능교?”
청송띠기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밭에 나와 일을 하는 중이다. 그녀는 늘 나를 보며 같은 질문을 던지고 내 대답도 “집에요.” 라거나 “학교요.” 라는 식으로 항상 같았다. 오늘도 “학교요.” 라며 가는 나를 그녀가 다시 불러 세웠다.
“데련. 내일은 마침 공일인데 우리 집에 점심 자시러 올란겨? 며칠 전에 아부지가 새로 갖다 주신 산나물들도 있고 ······ ”
“내일은 안돼예. 큰 누나 떠나는 날이라 ······ ”
“아, 그렇구나! 말은 들었는데 ······ 그라마 언제라도 한번 오소.”
산길을 올라가면서 잠시 방금 헤어진 청송띠기를 떠 올렸다. 영자 누나가 시집가는데 나는 자꾸 청송띠기와 비교를 하기도 했다.
그녀 역시 심한 절름발이에다 사팔뜨기며 학교는 문턱에도 못 가본 여인으로서 망나니 영구와 심술보 시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시집왔건만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고 거의 혼자 힘으로 살림을 꾸려가며 살고 있다.
게다가 몸은 또 얼마나 뜨겁고 정열적이던가. 자지가 좀 삐뚜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지만 나와 첫 빠구리 때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소리를 내도 되는겨?”
그리고는 “아이구야! 아이구야! ······ ” 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급한 발걸음인데도 청송띠기를 떠 올리자 자지가 벌떡 서버렸다.
그 때문인지 이어서 다른 여인들이 떠오른다.
개학 첫날에는 고행자가 밀린 빚을 독촉하듯이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성 조숙증이라는 병 때문에 동갑이지만 나보다도 먼저 빠구리를 경험했고 수10명의 남자와 빠구리를 해왔다는 소녀. 하지만 그녀의 정서는 메말라 있었다.
그런데 나와 빠구리를 하면서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경험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이제 너만 사랑할 거야.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 ”
그래, 나도 네가 이제 측은하기보다는 사랑스럽다. 곧 빠구리 할 날이 오겠지.
개학 다음날은 이원주 선생이 수업이 끝난 후 자기 집에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 나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그 집에서 한번 더 빠구리를 하자는 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영자 누나와의 약속 때문에, 그렇지 않더라도 떠날 날이 이틀밖에 안 남은 누나를 두고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이라도 그녀는 나에게 다시 초대장을 내밀까? 정말 그녀를 다시 한번 안아보고 싶다.
그녀의 열정적인 수업을 받으면서 학생으로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것이지만 한 여인으로서도 그녀는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남자 때문에 지금도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연민의 정도 더해 더욱 사랑스럽다.
근 열흘동안 영자 누나와의 빠구리를 하는 동안 잊고 있었던 여인들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그러고보니 꼽추할매와도 한달에 한번이라는 약속이 며칠 지났다. 나보다 작은 몸매에 젖통도 시든 과일처럼 조그맣지만 자지를 박아대면 “엄마야! 엄마야!”를 외치며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 전에 있었던 금촌리 최고의 미인 송윤초와의 사연도 떠오른다. 한몸이 되어 막 절정에 오르려는 순간 며느리격인 여옥 엄마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송윤초와의 빠구리는 맥이 빠져 버렸다.
그러나 대신 방금순이라는 이름의 여옥 엄마와 새로운 인연도 맺게 되었다.
눈길을 돌리고 입을 삐쭉거릴 때도 색기가 넘쳐 흐르는 것 같은 홍인태의 첩은 나를 타고 앉아 엉덩이를 능숙하게 돌려 댔지. 그 40간 기와집을 찾았을 때 송윤초 말고도 그녀와 또 한번 기회가 오게 될지 모르겠다. 어떻든 한번은 더 그녀의 몸에 자지를 박고 싶다.
고개마루에서 잠간 쉬면서 나는 계속 다른 여인들을 떠올리는 이 상황을 스스로 꾸짖었다. 영자 누나가 곧 떠날 텐데 벌써 다른 여인들을 생각하다니 ······ 하지만 어쩌면 누나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그 슬픔과 외로움의 반작용이나 현실도피 같은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전 수업만 하는 학교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고행자와는 몇마디 일상적인 말을 나누었지만 빠구리하자고 나를 채근하거나 교태를 부리지는 않았다.
이원주 선생과는 딱 두 번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 쪽에서 급히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괜히 내가 당황하고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수업 중에 문제를 풀 사람, 혹은 정답을 말할 사람을 찾을 때 나는 매번 손을 높이 들었지만 한번도 나를 지명하지는 않았다.그녀와의 사이에 새로운 진전은커녕 오히려 내가 미움을 받고 있거나 무시당한다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이 답답했다.
방과 후 나는 읍내에 잠간 들릴 생각이었다. 영자 누나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학교 앞 문방구에서 알아봤더니 그곳에도 그 물건이 있었다. 바로 하모니카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 바지 시계주머니에 챙겨 둔 5천원짜리로 몇 개는 살 수 있었다. 나는 두 개를 샀다.
음악을 좋아하는 누나가 고향을 생각하면서 불어보라고 선물할 것이지만 또 하나는 나도 배워서 누나를 생각하며 불고 싶었다. 선물을 마련했다는 것 때문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누나는 치마저고리로 성장을 하고 입술에 루즈까지 발랐다. 그러고 보니 눈썹도 그리고 마스카라까지 했다. 얼마 있으면 도착한다는 신랑을 맞이하는 준비다.
곰보자국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보는 누나의 화장한 모습은 화사하면서도 그윽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듯 흰 면사포를 썼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나는 누나를 건너방으로 데려와 선물을 건넸다.
“이기 그 전에 말했던 하모니카다. 이렇게 도는 내불고 레는 들이 마시마 제각기 다른 소리가 나고 곡조를 따라 부를 수 있는 기다.”
나는 이미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부는 방법을 알기에 누나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소리가 참 예쁘네! 고맙다.”
누나도 잠시 불어보며 신기해 했다.
“그런데 영도야, 이미 나는 니한테서 더 귀한 선물을 받았다.”
하모니카를 내려놓고 정색을 하며 하는 말에 나는 의아했다.
“내가 뭘 또 ······ ?”
“꿈에 니가 나를 복숭아 밭에 데려갔다. 그쨔서 나는 복숭아 세 개를 땄다. 얼마나 잘 익고 향기로운지 ······ 그걸 품에 안고 나오다 잠이 깼다. 그리 바로 오늘 아침녁이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돈 주고 산 하모니카보다 꿈에 본 복숭아가 더 귀한 선물이라니 ······
“그기 뭐 그리 대단하노? 먹지도 못한 걸 ······ 또 누부야가 직접 땄으이 내가 준 선물도 아이잖나?”
“그렇지 않다. 니가 나를 그쨔로 데려갔잖나? 또 그 복숭아는 꼭 먹지 않더라도 내 품속에 있는기라.”
내가 알아듣기 힘든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도암띠기! ······ 영자 신랑 왔는갑다.”
마당에서 민철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오후 4시쯤이다.
이미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와 새할머니, 그리고 읍내에서 일하는 영숙 누나까지 와서 안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가보니 담 옆에 트럭 한 대가 서있었다. 그 차는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앞바퀴가 한 개, 뒷바퀴가 둘인 오토바이 비슷한 3륜 트럭으로 기아자동차에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화물차였다.
그리고 4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가 내렸다.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오늘의 신랑이다. 양복을 챙겨 입었지만 얼굴은 검게 그을었고 촌티가 물신 풍겼다.
강석구라는 이름의 매형은 우선 할아버지와 새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엄마에게 큰 절을 올렸다.
다시 영자 누나와 맞절을 하고 영숙, 영미 누나와 나는 합동으로 매형과 맞절로 첫인사를 마쳤다.
할아버지의 몇마디 질문을 옆에서 들으며 알게 된 것은 나이가 38살, 영자 누나의 꼭 갑절이다. 울진읍에서도 꽤 들어간 산중에서 숯을 구워 팔고 10여년전 결혼해서 남매까지 두었건만 “산골생활을 못견디겠다.”며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가출해버린 뒤 전혀 소식이 끊겼고, 몇 년동안을 홀어머니와 단둘이서 홀아비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집에서 새벽 6시쯤 출발했건만 당시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도 제대로 정비가 안된 상태인데다 타이어가 펑크 나 때우고, 엔진에 이상이 생겨 수리까지 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했다.
예정대로 마당에 멍석을 깔고 향과 촛불, 그리고 간소한 술상이 차려졌고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한모금씩 마시는 것으로 모든 의식이 끝났다.
더러 금촌리에서도 전통 혼례를 치루는 것을 보아왔는데 신랑은 사모관대, 색시는 족두리에 연지 곤지를 찍고 구경꾼들은 농담도 하고 박수로 치며 축하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식이 끝나면 잔치상이 차려지며 요란한데 그런 혼례식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고 서글퍼 보인다.
그것은 가난 뿐 아니라 신랑 색시가 다 문제가 있기에 사실 떠들썩한 잔치를 벌일 상황이 애초부터 아니었다.
안방에서 가족들만 모여 조금 이른 저녁상에 둘러앉았다.
불고기며 생선, 전 등이 마련됐지만 그저 명절에 차린 정도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의 술잔이 몇순배 돌고 대화도 오갔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그저 공허한 기분만 들었다.
아까 마당에서 그렇듯 이 밥상에서도 축제의 분위기는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도 말솜씨가 없어서인지 이런 자리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물에 뜬 기름처럼 우리 가족과 융화되지를 못했다. 영숙 영미 누나와 나는 일찍 밥을 먹고 밥상을 떠났다.
할아버지와 새할머니가 떠남으로써 이 초라하고 어색한 만찬은 끝났다.‘
“자네, 나가서 나하고 술한잔 더 할까?”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아버지가 사위에게 말했다. 매형이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엄마가 나섰다.
“아니, 이런 날 신랑을 당신이 상대할라카는겨? 즈그들끼리 할 일도 있을텐데 ······ ”
“하기사 ······ 그라마 내는 밖에서 한잔 더 하고 올기다. 자네는 푹 쉬게.”
아버지가 좀 어색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새롭게 집안 정리가 되었다.
건너방에 있던 영숙 영미 누나가 안방으로 이동하고 오늘의 신랑 각시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작은 술상을 차려다 주었고 시간이 좀 걸린 것을 보면 이부자리도 손을 봐준 모양이다.
“야들아, 좀 쉬었다 하자. 음식도 많이 남았는데 내도 호젓하게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
두 누나가 저녁밥상을 주섬주섬 치우려 하는데 엄마가 밥상머리에 다시 주저앉더니 마시다 만 청주병을 들어 밥공기에 가득 따르고는 벌컥벌컥 반쯤은 들이켰다.
“아아, 이제 대충 끝난 기가? ······ 우째 키운 자식인데 ······ 다 지 복인데 ······ 그저 탈 없이 살아주었으면 ······ ”
혼잣말처럼 푸념하는 엄마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어른거린다.
큰딸을 시집보냈다는 안도감도 있겠지만 장님인 딸이 시집살이를 제대로 해낼지 하는 새로운 걱정들, 그리고 이렇게 초라하게 보내는데 대한 서글픔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버지나 두 누나를 비롯해 나까지도 경사스런 날의 자축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고 모두 울적하고 허전하고 또 서글퍼하는 것 같았다.
“어무이, 너무 빨리 마신다.”
밥공기의 술을 두 번 째 마시며 비워버리자 영숙 누나가 걱정스러워 한다.
“이런 날은 술이라도 좀 취해야 ······ 느그 애비는 여기서 줄곧 마시고도 모자라 밖을 헤매는데 나라고 못 마실 게 뭐고? 아, 이 정종은 너무 밋밋하다. 영미야, 찬장에서 소주 좀 가온나.”
딸의 제지에 반발심이었는지 엄마는 한 술 더 뜬다.
"영도야, 이 잔 좀 채워라. 나도 오늘 아들이 주는 술 한잔 받아보자."
나는 엄마의 소주잔에 술을 채웠다. 단숨에 마셔버린 엄마는 술잔을 내게 내민다.
"니도 한잔 할래? 남자들은 꼭 소주는 이래 잔을 돌려가며 마시데."
"글세 `````` "
나는 조금 망설이다 그 잔을 받았다. 엄마가 지금 술 마시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한다면 나 역시 비슷한 심정이다. 울적하고 스산하고, 또 영자 누나가 진짜 신랑이기는 하지만 지금 다른 남자와 단둘이 있다는 것에 야릇한 질투심 같은 기분도 솟는다. 엄마가 딸아 준 소주를 나도 냉큼 비우려 했다. 그러나 반쯤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썼고 목이 따가워 캑캑거렸다.
"너무 독하나? 그럼 니는 이걸 마시라."
엄마는 청주를 아까 자신이 마시던 밥공기에 부어 나에게 내민다.
"어무이는 와 어린애한테까지 술을 마시게 하노?"
영숙 누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와 ······ ? 느그 할부지, 아부지, 그라고 사위까지, ······ 남정네들 술잔 돌려가며 흥얼거리면서도 내한테는 술 한잔 안주더라. 음식도 내가 다 장만한 기고 딸 보내는데도 내 가슴이 즈그들보다 더 아릴텐데 ······ 그러이 나도 남자 앞에 놓고 대작도 해야겠다."
엄마는 이미 취기가 돈 듯 했다. 청주 맛은 밍밍했지만 그래도 몇 모금 마시다 보니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다.
"그라마 내도 한잔 하자. 나도 왠지 가슴이 아리다."
영미 누나가 밥상에 주저앉아 술잔을 집어 든다.
"이 가시나가 버릇없이 와 이카노? 아직 여학생이 ······ “
“체! ······ 내는 영도보다 네 살이나 더 먹었다. 그런데 아들만 사람이고 내는 쓰레기가?”
“하 하 하 ······ ”
영미 누나의 도발에 엄마는 웃음으로 넘겼다. 이 자리에서는 그 웃음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래? ······ 그라마 니도 한잔 해뿌라. 이 세상이 여자는 나이를 먹거나 어리거나 도대체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기 참말로 너무 요상타.”
엄마는 영미 누나가 들고 있는 술잔에 소주를 채워 주었다. 영숙 누나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내는 경자네 집에서 잘 기다. 이방에 다섯명 자기도 비좁지만 네명이 모두 술에 취해가 있다 카는 게 너무 끔찍하다.”
영숙 누나가 방을 나서자 오히려 방안의 분위기는 안정이 되는 듯 했다. 그래서 약간은 기묘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엄마와 영미 누나가 술잔을 들이키는 것을 보며 나도 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서러움도 외로움도, 그보다 더 착잡한 기분도 술잔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체질 탓인지 나는 술이 안 받는 것 같다. 어느새 머리는 핑핑 도는 것 같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이 가빠졌다. 엄마도 나의 그런 변화를 알아챘다.
“야가, ······ 영도가 술 취했네. 자, 니는 빨리 자거라.”
엄마가 일어서는데 몸이 조금 비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윗목에 요를 펴고 나를 끌어다 눕혔다.
몽롱한 기분에도 눈을 떠보니 내가 빠지면서 술자리도 파장이 온 것 같다. 엄마와 영미 누나가 주섬주섬 밥상을 치우는 것을 보며 나는 잠이 들었다.
“앗! 아얏! ······ ”
째지는 비명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분명히 건너방에서 영자 누나가 내는 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멈추었다. 안방의 불은 꺼져 있고 어슴프레 어둠에 눈이 익어서 보니 시각은 밤 10시가 넘었다. 아버지는 아직도 안 돌아온 모양으로 아랫목에 엄마와 영미 누나의 머리만 보였다.
“아! ······ 아이고! ······ 아파요!”
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당황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가름을 할 수 없었다.
“저게 큰 언니 아다 깨지는 소리제?”
아랫목에서 영미 누나의 소근거림이 들려온다.
비로소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영미 누나의 말처럼 매형이 자지를 영자 누나에게 박는 모양이다. 나는 놀라움이 진정되자 피식 웃음이 나려했다.
나와 첫날밤을 치루었을 때 누나는 이를 악물고 작은 신음을 냈을 뿐이다. 이제는 분명 아프지도 않을텐데 안방까지 들릴만큼 비명을 지르고 있다. 누나가 말한 대로 여인의 내숭이란 것인가, 지금은 분명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웃으려던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지금 누나 몸에 자지를 박은 남자가 진짜 주인이긴 하지만 일종의 질투심과 더불어 자지가 벌떡거리는 것이다.
“첫날밤은 문구멍 뚫고 훔쳐보기도 한다 카데. 나도 한번 가 볼까?”
“떠들썩 한 잔칫집에서나 하는 기지. ······ 그런데 니도 저게 부럽나?”
“체, 부럽기는, ······ 저레 아프다꼬 야단인데 ······ ”
“그기사 여자가 딱 한번 치루는 일이제. 한번 거치고 나마 저런 소리는 안 날기다.”
모녀간의 대화는 거기서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 영미 누나가 또 말문을 열었다.
“아다 깨지고 나마 아프지는 않고 그냥 좋기만 하나?”
“글세 ······ 사람마다 다르겠제. 니도 시집가마 알텐데 벌써 그리 궁금하나? 하기사 니도 이미 사춘기가 지났으이 ······ 어디 우리 막내딸 얼마나 컸나 한번 보자.”
“아이, 간지럽다.”
소곤거리는데도 말소리가 좀 다른 것뿐 아니라 모녀의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선 것이 엄마나 영미 누나 모두 술기운 때문인 것 같다.
“아이고, 이 짜슥. 이래 몽실몽실하네! 니 기저귀 갈아줬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래 ······ 요 젖꼭지 딱딱한 거 봐라! 어디 밑에도 얼마나 영글었나 한번 보자.”
“아이, 하지 마라! 지금 멘스중인데 ······ ”
엄마의 동작은 거기서 멈춘 것 같다. 이제 건너방에서도 아무 기척이 없다. 다시 잠이 들려하는데 누나가 또 말을 꺼냈다.
“그런데 어무이는 아부지캉 하면서 꼭 그 짓까지 해야 하나?” “
“뭐를 ······ ?”
누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응?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 ?”
“에이, 말 안할란다.”
“가시나, 지가 먼저 말을 꺼내놓고 와 주둥이를 닫노? 궁금하마 물어봐라. 내는 우리 엄마한테서 아무 말도 못 들어가 다 클 때까지도 남자하고 하는 것에는 아주 숙맥이었는 기라.”
“체, ······ 어무이는 ······ 아부지 좆을 입으로 빨아댔잖나?”
망설이던 누나는 그예 그 일을 꺼냈다. 어릴 적 받았던 충격을 엄마에게도 털어놓고 싶은 모양이다.
“뭐라꼬? ······ 니가 봤나?”
“그래! 열 살 무렵 한번 봤다. 좆을 물고 걸떡거리고, 아부지도 어무이 그쨔를 막 빨아대고 ······ 짐승도 그런 짓은 안할기다. 흐윽 ······ 얼마나 추잡하고 무서웠는지 한동안은 둘다 사람 같지도 않게 보이더라. 응, 응 ······ ”
누나는 훌쩍이기까지 했다.
“에고, 이 짜슥. 부모 하는 걸 훔쳐보고 디기 놀랐구나! 하지만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그런 짓도 하는 기라. 니도 시집가서 남편이 해달라면 하게 될 기다. 니가 남편을 사랑한다면 ······ ”
모녀의 도란도란거리는 소리가 좀 더 이어졌지만 나는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새할머니까지 와서 아침밥상을 물리고 첫날밤을 치룬 신랑 색시는 어른들에게 다시 큰 절을 했다.
영자 누나는 엄마가 다시 화장을 해주었는데 수줍어 하면서도 계속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각이 온 것이다. 매형은 삼륜트럭에서 싣고 온 숯 한가마를 내리고 그 자리에 누나의 이부자리와 단촐한 살림살이를 실었다. 이웃집 여인들 몇이 나와서 누나에게 배웅인사를 건넸다.
“새 색시가 웃음이 떠나지 않네. 신랑 따라가는 기 되게 좋은 갑다.”
한 여인의 말에 나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지금 누나가 얼마나 힘들여 웃음을 짓고 있는지, 얼마나 힘들게 눈물을 참고 있는지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집 앞에 택시가 한 대 멎었다. 택시라지만 군용 지프차에 드럼통의 철판을 씌운 시발택시라는 것으로 우리 읍내에 딱 3대만 있다는데 그중 한 대가 우리집을 찾아온 것이다. 내리는 사람을 보니 뜻밖에도 박금순과 금지 자매였다.
“누부야, 점자 선생 오셨다. 금지 누부야도 같이 ······ ”
“뭐라꼬 ······ ?”
반가움보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누나는 급히 속삭인다.
“빨리 나를 사람들 안보이는데로 데려가 도. 그라고 선생님 모셔 온나.”
나는 담을 끼고 집뒤로 돌아 모퉁이에 누나를 서 있게 하고 금순 자매를 데려왔다.
“영자씨, 결혼 축하해!”
내가 손을 이끌어 누나 앞에 이끌자 금순이 환하게 웃으며 누나의 손을 잡자 누나는 그녀를 왈칵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선생님! 엉 엉 엉! ······ ”
마치 봇물이 터지듯 통곡하는 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먹이는 누나를 따독이며 금순이 말했다.
“자, 그만 그만 ······ 오늘 같이 좋은 날 울면 어떡해.”
금순의 품을 벗어나서도 누나는 계속 흐느끼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미리 실컷 울어 눈물을 말리겠다더니 아직도 많이 남았나보다.
“선물이라고 마련한 게 ······ 이게 미국의 여류작가 마가렛 미첼이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소설이야. 여기도 시골이지만 영자 시집가는 곳이 더 벽촌이라니 외롭기도 하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거야.”
금지가 양손에 들고 있는 그 소설은 족히 30권쯤 되어 보였다. 점자로 찍었기에 분량이 일반 활자책의 몇배나 된 것이다.
“고맙심더, 선생님. 가서 곧 편지 올릴게요. 엉 엉 엉! ······”
누나는 다시 금순을 와락 끌어안고 울음을 이어가다 차츰 진정이 되자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래 귀한 걸음 하셨지만 빨리 좀 돌아가 주이소. 집을 떠나며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선생님 앞에서는 참을 수가 없는 기라예.”
“아, 그렇군. 자, 그럼 갈게. 영자야, 부디 행복하게 살아.”
금지도 누나와 한번 포옹을 하고 자매는 서둘러 타고 왔던 시발택시에 올랐다.
“내 얼굴 이제 괘않나?”
저고리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눈을 부벼대면서 누나가 물었다.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물을 펑펑 쏟던 흔적은 많이 지워졌다.
“참말로 이런 결심은 안 할걸 그랬다. 눈물을 참는 게 억지로 우는 것보다 얼마나 더 힘든가를 알았다면은 ······ ”
누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말할 때 내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억지로 참았다.
누나는 그렇게 다시 시종 미소를 띄운 얼굴로 우리집을, 그리고 내 곁을 떠났다.
“아이, 싫다! 잉, 잉! ······ 싫어! ······ 잉, 잉! ······ ”
꿈결에서처럼 무슨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나는 잠에서 깨었다.
그 소리는 실제로 영자 누나가 내고 있었다. 한 팔로 내 등을 감싸고 얼굴은 거의 내 가슴에 묻고 있는 자세로 마치 어린애가 칭얼거리는 듯 한 소리가 계속 나온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려 했다. 그런데 잠시 지켜보니 여전히 잠을 자는 모습이다. 아마 잠꼬대를 하는 모양이다.
분명 한밤중인 것 같은데 보름 무렵이라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달빛 때문에 사물을 구별할 정도는 되었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아이, 싫다니까 ······ 잉, 잉! ······ ”
누나가 다시 칭얼거렸다. 이번에는 내 등을 감은 손을 흔들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깨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모로 누운 누나의 젖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젖꼭지를 살짝 비틀자 몸이 꿈틀하는 것 같더니 바로 눕는다.
보지를 손으로 덮었다. 보드라운 보지털의 감촉이 와 닿는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모처럼 빠구리를 하지 않았기에 누나의 보지는 여전히 깨끗한 채였다. 다리로 가랑이를 벌리자 비로소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그 속은 메말라 있어 손가락 끝으로 지긋이 누르고만 있었다.
“어, 어! 니, 영, 영도가?”
누나도 잠이 깬 모양이다.
“니가 여 있었구나! 아, 영도야! ······ ”
아직 잠결일 텐데도 누나는 와락 나를 껴안으며 내 몸 위로 올라와 나를 짓누른다.
“누부야, 무슨 꿈 꿨나?”
“꿈 ······ ? 그래, 그기 꿈이지. ······ 꿈도 참 개차반 같은 꿈이다.”
누나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 나를 끌고, ······ 아, 그 전에 니캉 둘이 무슨 들판, 아니 꽃밭 같기도 한데, ······ 그쨔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어떤 손이 나타나 나만 끌고 가는 기라. 길도 아니고 ······ 진흙탕 같이 발은 푹푹 빠지는데, ······ 나는 안 가겠다고 몸부림을 쳐도 힘으로 당할 수가 없는 기라. ······ 그래가 니한테 도와달라고 막 소리 질러도 니는 그저 힛죽 웃으면서 가만히 있는 기라. 얼마나 무섭고 슬펐던지 ······ ”
두서도 없이 토막토막 나오는 말이지만 나에게도 누나의 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제 괘않다, 누부야. 잠이 안 깼으마 꿈속에서도 내가 막 좇아가서 누부야를 뺏어 왔을 기다.”
안은 팔에 힘을 주자 누나의 입술이 내 입을 덮는다. 한동안 서로의 혀가 오가는 동안 나의 한손은 젖통으로부터 허리, 엉덩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어느새 우리는 빠구리의 초기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모처럼 잠들기 전에 빠구리를 하지 않았기에 자지도 여느 때보다 훨씬 성이 나있었다.
“내가 위에서 해볼까?”
누나는 몸을 일으켜 걸터앉더니 이제 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지를 집어 넣었다.
한밤중이건만 달빛이 들어온 방안의 어둠에 눈이 익자 누나의 얼굴이며 봉긋한 젖통의 윤곽이 드러났다. 환할 때와 달리 어슴프레 보이는 그 상반신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누부야, 얼굴이 좀 부은 것 같다. 눈도 그렇고 ······ ”
누나가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잠이 들었었지만 그 때문인지 누나의 얼굴이 부석부석해 보였다.
“눈물을 마음껏 쏟았드이 그 자리에 헛짐이 드간 모양이제. 그래도 실컷 울었드이 마음은 개운타.”
자지의 벌떡거림과 보지 속의 옴찔거림이 시작되자 누나도 그 감촉을 즐기는지 엉덩이를 들썩이지 안은 채 내 가슴과 얼굴을 번갈아 쓰다듬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움직였다. 엉덩이를 좌우로 아래위로 흔들자 나는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도 자지가 보지 속을 휘젓고 있는 느낌이다.
누나는 엎어져 몸을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무릎으로 바닥을 고르는 것처럼 위치를 잡고 엉덩이를 오르내렸다. 여기 저기 보지 속의 다른 감촉을 느끼려는지 위로 치받기도 하고 옆으로 기울여 박아대기도 한다.
“아, 아! ······ 아, 아! ······ 흐으! ······ 흐으! ······ 흐윽! ······ ”
한껏 죽인 소리지만 신음이 터져나오더니 동작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타. 니가 해도!”
결박을 풀고 내 몸에서 떨어진 누나는 엎드린 자세다.
나는 빙긋 웃음이 나오려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빠구리가 자지를 넣다 뺐다 하는 것도 몰랐다는 처지에 이제는 체위까지도 자신이 지정하는 것이다.
풍만한 엉덩이 밑으로 자지를 집어넣자 누나는 한번 움찔하더니 얼굴을 요 위에 묻었다. 무릎을 꿇은 채 나는 서서히 박기를 시작했다.“아아, 그 이불 좀 푹 덮어라.”
이불을 덮은 채 박기를 계속하는데 또 주문이 들어왔다.
“좀 더 ······ 좀 더 빨리 해도!”
속도를 높이자 엉덩이도 함께 움직이며 박자를 맞춘다.
“아악! ······ 아악! ······ 하악! ······ 학! 학! ······ ”
누나에게 또 제대로 느낌이 오는 모양이다. 한껏 억제된 소리지만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뒤 그 소리가 바뀌었다.
“으음! ······ 음, 음, 음! ······ ”
짐승의 울음 같기도 한 그 소리는 요로 입을 틀어막았음에도 새어나오는 소리였다.
나도 기분이 고조되며 더욱 빨리 박아댔다.
“아윽!”
낮은 비명을 지르며 누나가 무릎을 펴고 엎어지는 바람에 자지는 빠져 버렸다.
“하아! ······ 하아! ······ 어엉, 엉. 엉! ······ ”
숨을 헐떡이면서 또 누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가 진정될 때가지 나는 누나의 목덜미를 핥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차츰 어깨의 들먹임이 줄어들더니 누나는 바로 누어 나를 끌어 안았다.
“아아, 영도야. 내는 또 올라갔다 왔다. 이제는 니가 해도!”
무릎을 세우고 가랑이를 벌린 그곳에 자지를 박고 막 엉덩이를 움직이려는데 누나가 제동을 걸었다.
“아, 쪼매 옆으로 ······ 아래가 많이 젖었다.”
엉덩이를 옮긴 그 자리에는 내 주먹크기만큼이나 오줌 싼 자국 같은 것이 나 있었다.
누나가 손으로 자지를 이끌어 집어 넣었다. 그리고 누운 채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나도 서서히 자지를 박아댔다.
“아아, 또 오를락 한다. 으으! ······ 으으! ······ 좀 빨리 해도!”
나는 누나의 두다리를 내 어깨에 걸치게 했다. 그리고 이불을 다시 푹 덮었다.
물기가 흥건하면서도 보지 속은 뜨거웠다. 자지가 드나들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며 보지 둔덕을 때리는 살 부딪치는 소리가 이불로 에워싸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보다 더 큰 소리는 결국 누나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아! ······ 하아! ······ 악! 악! ······ 허억! ······ 헉! ······ 헉!”
내 몸을 더욱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누나의 엉덩이 동작을 멈추었다. 역시 울컥하고 물기가 터져 나왔다.
“어엉! ······ 엉! ······ 엉! ······ ”
누나는 또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소리를 냈다. 오르가슴에 이르면 누나는 꼭 울기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누나가 또 절정을 맛보았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지만 나는 아직 사정을 못한 터였다. 다시 자지를 박아댔다.
“아, 또 ······ ? ······ 너무 벅차다!”
그러면서도 누나는 엉덩이로 박자를 맞춰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비명이 아니라 계속 울음소리만 내는 중에 나는 사정했다. 사정이 끝났음에도 누나의 울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둘 다 온몸이 땀 투성이었다.
자지를 빼자 뻥 뚤렸던 구멍은 곧 오무러 들었지만 옴찔거리면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타올로 그 정액을 한번 닦아내고
누나의 얼굴과 몸의 땀을 닦는 동안 누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듯 가쁜 숨만 고르면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나도 뒤처리를 하고 옆에 몸을 뉘이자 비로서 누나는 나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고맙다, 영도야. 이번엔 몇 번이나 올라갔었다. 진즉 자기 전에 이래 했으마 그 요상한 꿈도 안꿨을텐데 ······ ”
“그래, 누부야가 좋았다 카이 나도 기분 좋다. 이제 푹 자라.”
다시 눈을 떴을 때 날은 훤히 밝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일어날 시각은 아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누나의 젖통을 만지는데 곧바로 누나의 손길이 내 가슴을 쓰다듬는다.
누나가 먼저 잠에서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한동안 서로를 애무하다가 누나 위로 올라가 우리는 다시 엉켰다.
이제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이 진짜 누나와의 마지막 빠구리가 될 것이다.
아, 불과 며칠뿐이었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나의 신부, 진정 사랑하는 누나 ······ 자지를 꼽으면서도 흥분보다는 애석함과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그래도 자지는 빳빳하게 서 있고 보지도 이미 질퍽하게 젖어있어 우리들의 마지막 의식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했다.
엉덩이를 들썩이자 누나의 신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골고루, 나도 그렇지만 누나에게 여러 가지 빠구리의 맛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
자지가 꽂혀 있는 채로 몸을 돌려 누나를 위로 올라오게 했다. 그리고 누나의 상체를 들어 올렸다. 이미 익숙해진 듯 엉덩이를 아래위로 좌우로 움직인다. 그러다가는 말을 탄 자세로 들썩이며 신음이 커졌다.
나는 일어나 앉았다. 마주 보며 젖꼭지를 입으로 빨아주자 내 손을 남은 젖통으로 인도한다. 나는 이런 누나의 적극적인 모습이 좋았다.
양쪽 젖을 번갈아 빨고 주무르는 동안 누나는 내 허리에 두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으흐 ······ ! 으흐 ······ ! ······ ”
신음이 이어지면서 빨라지던 엉덩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누나가 먼저 지친 것이다.
누나를 옆으로 누이고 한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자지를 집어넣고 박음질을 시작했다.
“누부야가 직접 만져 봐라.”
한손으로 공알을 매만지다 대신 누나의 손을 이끌어 주었다. 방금 내가 해주었던 것처럼 손가락을 부벼 댄다.“하아! ······ 이상타! ······ 흐윽!”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처럼 자지가 박아주고 있는데 또 자신의 손으로 더해주는 자극을 누나는 즐기고 있었다.
그 자세가 꽤나 오래 끌었는지 허리가 아파왔다. 누나를 엎드리게 했다. 엉덩이를 높이 들고 두 팔을 바닥에 대고 얼굴을 묻은 자세는 거의 완벽했다.
그러나 나는 자지를 바로 박지 않고 엉덩이 골에 슬슬 문질러 대기만 했다.
“아이, 와 빨리 안 들어오노?”
누나가 채근을 하듯 말하는데도 나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누나는 한손을 뒤로 빼더니 자지를 이끌어 구멍에 맞추고는 엉덩이를 뒤로 밀었다. 누나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좋았다.
“하아! ······ 흐응! ······ 흐응! ······ 흥! ······ 흥! ······ ”
콧소리처럼 나는 신음의 간격이 조금씩 빨라지다 누나가 무릎을 펴는 서슬에 자지가 빠져 버렸다.
“하아! ······ 너무 뜨겁다. 속에서 불이 날락 한다!”
“그래? ······ 그라마 아주 불을 내 뿔자. 원시인들 불 피우듯이 막 그래 마찰을 하마 불꽃이 피어날 지도 모른다.”
“오야! 한번 해보자! 하지만 이제는 니 얼굴 보면서 하고잡다.”
누나는 반듯이 누었다. 자지를 꼽자 두팔로 허벅지를 들어 올린다. 그 자세에 나도 몸을 포개지 않고 두손을 바닥에 대고 무릎을 꿇은 채 자지를 박아 댔다.
엉덩이를 움직이면서도 우리는 계속 눈이 마주친 채였다. 더러 찡그리기도 하고 입을 실룩거리며 신음을 내면서도 누나는 끝내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 자세로 나는 사정했다. 사정이 시작되자 누나는 허벅지를 안은 채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사정이 끝나자 나는 완전히 엎어져 누나의 귓가에 얼굴을 묻고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누나 역시 젖통이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쉬면서도 내 등을 쓰다듬어 준다.
“니를 이래 안고 몸을 섞는 게 참말로 이번이 마지막이겠제? 또 언제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 ”
“아 참, 누부야. 이번에도 ······ ?”
불쑥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좋았고, 특히 누나와의 마지막 빠구리라는 것 때문에도 더욱 정성을 쏟았고 황홀했는데 누나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이번에도 기분이 별로였제? 끝까지 못갔제?”
“응? ······ 아, 그거 ······ ”
누나는 고개를 한번 갸웃하다가 빙그레 웃으면서 오히려 대범하게 말했다.
“그까짓 거 괘않다. 사람이 맨날 진수성찬만 포식하며 살겠나? 그라마 오히려 음식이 귀한 줄도, 좋은 맛도 모르게 될 기다. 내는 벌써 두 번이나 그 맛을, 아니 실컷 먹었다 아이가. 방금 한 것도 아주 좋았다. 니캉 한 긴데 ······ 그것도 어쩌면 마지막으로 ······ ”
우리는 마주 보고 누워 키스를 길게 한 뒤 서로의 몸을 어루만졌다.
“영도야, 누나가 떠나도 니는 언제나 씩씩하고 정의롭게, 또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내도 몸은 떨어져 있어도 늘 니를 생각하고 남자답게 잘 자라기를 빌끼다. 또 니는 이 집의 기둥이니 어무이나 다른 누나들도 잘 보살펴 줘야 한다. 내가 꼭 이런 말을 안해도 니가 잘해나갈 기라고 누나는 믿고 있지만 ······ ”
방금 빠구리를 마친 누나가 마치 엄마나 할머니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타이르는 것이 나는 좀 쑥스러웠다. 하지만 나도 속으로 다짐했다. 누나의 말처럼 살아가겠다고, 또 나 역시 누나가 잘 살기를 빌겠다고 ······ 그리고 누나의 그 말들을 자장가처럼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니는 학교 안 갈끼가?”
약간은 앙칼진 소리가 영미 누나였다. 언제 들어왔는지 교복 차림이다.
나는 정신이 버쩍 들며 우선 몸을 살폈다. 영자 누나의 배려이겠지만 다행히 런닝셔츠와 팬티는 입고 있었고 영자 누나는 벌써 나간 모양이다.
누나와 빠구리를 하게 된 이래 나는 한번도 잠을 푹 자본 적이 없었다. 자다가도 누가 먼저인지 잠을 깨면 빠구리를 하게 되고 그래서 항상 토막잠을 자온 터였다.
냉큼 옷을 차려입고 세수를 하고 안방에 들어서니 엄마가 영자 누나의 머리를 따주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랫목에서 그 광경을 보며 담배만 뻐꿈대고 있다. 큰 딸이 시집가는 날이건만 잔칫집 같은 들뜬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오늘은 좀 늦은 것 같아 산길을 타기로 했다. 그 산길 초입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도 데련 어니 가능교?”
청송띠기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밭에 나와 일을 하는 중이다. 그녀는 늘 나를 보며 같은 질문을 던지고 내 대답도 “집에요.” 라거나 “학교요.” 라는 식으로 항상 같았다. 오늘도 “학교요.” 라며 가는 나를 그녀가 다시 불러 세웠다.
“데련. 내일은 마침 공일인데 우리 집에 점심 자시러 올란겨? 며칠 전에 아부지가 새로 갖다 주신 산나물들도 있고 ······ ”
“내일은 안돼예. 큰 누나 떠나는 날이라 ······ ”
“아, 그렇구나! 말은 들었는데 ······ 그라마 언제라도 한번 오소.”
산길을 올라가면서 잠시 방금 헤어진 청송띠기를 떠 올렸다. 영자 누나가 시집가는데 나는 자꾸 청송띠기와 비교를 하기도 했다.
그녀 역시 심한 절름발이에다 사팔뜨기며 학교는 문턱에도 못 가본 여인으로서 망나니 영구와 심술보 시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시집왔건만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고 거의 혼자 힘으로 살림을 꾸려가며 살고 있다.
게다가 몸은 또 얼마나 뜨겁고 정열적이던가. 자지가 좀 삐뚜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지만 나와 첫 빠구리 때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소리를 내도 되는겨?”
그리고는 “아이구야! 아이구야! ······ ” 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급한 발걸음인데도 청송띠기를 떠 올리자 자지가 벌떡 서버렸다.
그 때문인지 이어서 다른 여인들이 떠오른다.
개학 첫날에는 고행자가 밀린 빚을 독촉하듯이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성 조숙증이라는 병 때문에 동갑이지만 나보다도 먼저 빠구리를 경험했고 수10명의 남자와 빠구리를 해왔다는 소녀. 하지만 그녀의 정서는 메말라 있었다.
그런데 나와 빠구리를 하면서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경험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이제 너만 사랑할 거야.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 ”
그래, 나도 네가 이제 측은하기보다는 사랑스럽다. 곧 빠구리 할 날이 오겠지.
개학 다음날은 이원주 선생이 수업이 끝난 후 자기 집에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 나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그 집에서 한번 더 빠구리를 하자는 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영자 누나와의 약속 때문에, 그렇지 않더라도 떠날 날이 이틀밖에 안 남은 누나를 두고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이라도 그녀는 나에게 다시 초대장을 내밀까? 정말 그녀를 다시 한번 안아보고 싶다.
그녀의 열정적인 수업을 받으면서 학생으로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것이지만 한 여인으로서도 그녀는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남자 때문에 지금도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연민의 정도 더해 더욱 사랑스럽다.
근 열흘동안 영자 누나와의 빠구리를 하는 동안 잊고 있었던 여인들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그러고보니 꼽추할매와도 한달에 한번이라는 약속이 며칠 지났다. 나보다 작은 몸매에 젖통도 시든 과일처럼 조그맣지만 자지를 박아대면 “엄마야! 엄마야!”를 외치며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 전에 있었던 금촌리 최고의 미인 송윤초와의 사연도 떠오른다. 한몸이 되어 막 절정에 오르려는 순간 며느리격인 여옥 엄마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송윤초와의 빠구리는 맥이 빠져 버렸다.
그러나 대신 방금순이라는 이름의 여옥 엄마와 새로운 인연도 맺게 되었다.
눈길을 돌리고 입을 삐쭉거릴 때도 색기가 넘쳐 흐르는 것 같은 홍인태의 첩은 나를 타고 앉아 엉덩이를 능숙하게 돌려 댔지. 그 40간 기와집을 찾았을 때 송윤초 말고도 그녀와 또 한번 기회가 오게 될지 모르겠다. 어떻든 한번은 더 그녀의 몸에 자지를 박고 싶다.
고개마루에서 잠간 쉬면서 나는 계속 다른 여인들을 떠올리는 이 상황을 스스로 꾸짖었다. 영자 누나가 곧 떠날 텐데 벌써 다른 여인들을 생각하다니 ······ 하지만 어쩌면 누나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그 슬픔과 외로움의 반작용이나 현실도피 같은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전 수업만 하는 학교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고행자와는 몇마디 일상적인 말을 나누었지만 빠구리하자고 나를 채근하거나 교태를 부리지는 않았다.
이원주 선생과는 딱 두 번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 쪽에서 급히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괜히 내가 당황하고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수업 중에 문제를 풀 사람, 혹은 정답을 말할 사람을 찾을 때 나는 매번 손을 높이 들었지만 한번도 나를 지명하지는 않았다.그녀와의 사이에 새로운 진전은커녕 오히려 내가 미움을 받고 있거나 무시당한다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이 답답했다.
방과 후 나는 읍내에 잠간 들릴 생각이었다. 영자 누나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학교 앞 문방구에서 알아봤더니 그곳에도 그 물건이 있었다. 바로 하모니카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 바지 시계주머니에 챙겨 둔 5천원짜리로 몇 개는 살 수 있었다. 나는 두 개를 샀다.
음악을 좋아하는 누나가 고향을 생각하면서 불어보라고 선물할 것이지만 또 하나는 나도 배워서 누나를 생각하며 불고 싶었다. 선물을 마련했다는 것 때문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누나는 치마저고리로 성장을 하고 입술에 루즈까지 발랐다. 그러고 보니 눈썹도 그리고 마스카라까지 했다. 얼마 있으면 도착한다는 신랑을 맞이하는 준비다.
곰보자국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보는 누나의 화장한 모습은 화사하면서도 그윽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듯 흰 면사포를 썼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나는 누나를 건너방으로 데려와 선물을 건넸다.
“이기 그 전에 말했던 하모니카다. 이렇게 도는 내불고 레는 들이 마시마 제각기 다른 소리가 나고 곡조를 따라 부를 수 있는 기다.”
나는 이미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부는 방법을 알기에 누나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소리가 참 예쁘네! 고맙다.”
누나도 잠시 불어보며 신기해 했다.
“그런데 영도야, 이미 나는 니한테서 더 귀한 선물을 받았다.”
하모니카를 내려놓고 정색을 하며 하는 말에 나는 의아했다.
“내가 뭘 또 ······ ?”
“꿈에 니가 나를 복숭아 밭에 데려갔다. 그쨔서 나는 복숭아 세 개를 땄다. 얼마나 잘 익고 향기로운지 ······ 그걸 품에 안고 나오다 잠이 깼다. 그리 바로 오늘 아침녁이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돈 주고 산 하모니카보다 꿈에 본 복숭아가 더 귀한 선물이라니 ······
“그기 뭐 그리 대단하노? 먹지도 못한 걸 ······ 또 누부야가 직접 땄으이 내가 준 선물도 아이잖나?”
“그렇지 않다. 니가 나를 그쨔로 데려갔잖나? 또 그 복숭아는 꼭 먹지 않더라도 내 품속에 있는기라.”
내가 알아듣기 힘든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도암띠기! ······ 영자 신랑 왔는갑다.”
마당에서 민철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오후 4시쯤이다.
이미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와 새할머니, 그리고 읍내에서 일하는 영숙 누나까지 와서 안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가보니 담 옆에 트럭 한 대가 서있었다. 그 차는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앞바퀴가 한 개, 뒷바퀴가 둘인 오토바이 비슷한 3륜 트럭으로 기아자동차에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화물차였다.
그리고 4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가 내렸다.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오늘의 신랑이다. 양복을 챙겨 입었지만 얼굴은 검게 그을었고 촌티가 물신 풍겼다.
강석구라는 이름의 매형은 우선 할아버지와 새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엄마에게 큰 절을 올렸다.
다시 영자 누나와 맞절을 하고 영숙, 영미 누나와 나는 합동으로 매형과 맞절로 첫인사를 마쳤다.
할아버지의 몇마디 질문을 옆에서 들으며 알게 된 것은 나이가 38살, 영자 누나의 꼭 갑절이다. 울진읍에서도 꽤 들어간 산중에서 숯을 구워 팔고 10여년전 결혼해서 남매까지 두었건만 “산골생활을 못견디겠다.”며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가출해버린 뒤 전혀 소식이 끊겼고, 몇 년동안을 홀어머니와 단둘이서 홀아비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집에서 새벽 6시쯤 출발했건만 당시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도 제대로 정비가 안된 상태인데다 타이어가 펑크 나 때우고, 엔진에 이상이 생겨 수리까지 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했다.
예정대로 마당에 멍석을 깔고 향과 촛불, 그리고 간소한 술상이 차려졌고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한모금씩 마시는 것으로 모든 의식이 끝났다.
더러 금촌리에서도 전통 혼례를 치루는 것을 보아왔는데 신랑은 사모관대, 색시는 족두리에 연지 곤지를 찍고 구경꾼들은 농담도 하고 박수로 치며 축하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식이 끝나면 잔치상이 차려지며 요란한데 그런 혼례식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고 서글퍼 보인다.
그것은 가난 뿐 아니라 신랑 색시가 다 문제가 있기에 사실 떠들썩한 잔치를 벌일 상황이 애초부터 아니었다.
안방에서 가족들만 모여 조금 이른 저녁상에 둘러앉았다.
불고기며 생선, 전 등이 마련됐지만 그저 명절에 차린 정도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의 술잔이 몇순배 돌고 대화도 오갔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그저 공허한 기분만 들었다.
아까 마당에서 그렇듯 이 밥상에서도 축제의 분위기는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도 말솜씨가 없어서인지 이런 자리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물에 뜬 기름처럼 우리 가족과 융화되지를 못했다. 영숙 영미 누나와 나는 일찍 밥을 먹고 밥상을 떠났다.
할아버지와 새할머니가 떠남으로써 이 초라하고 어색한 만찬은 끝났다.‘
“자네, 나가서 나하고 술한잔 더 할까?”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아버지가 사위에게 말했다. 매형이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엄마가 나섰다.
“아니, 이런 날 신랑을 당신이 상대할라카는겨? 즈그들끼리 할 일도 있을텐데 ······ ”
“하기사 ······ 그라마 내는 밖에서 한잔 더 하고 올기다. 자네는 푹 쉬게.”
아버지가 좀 어색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새롭게 집안 정리가 되었다.
건너방에 있던 영숙 영미 누나가 안방으로 이동하고 오늘의 신랑 각시가 그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작은 술상을 차려다 주었고 시간이 좀 걸린 것을 보면 이부자리도 손을 봐준 모양이다.
“야들아, 좀 쉬었다 하자. 음식도 많이 남았는데 내도 호젓하게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
두 누나가 저녁밥상을 주섬주섬 치우려 하는데 엄마가 밥상머리에 다시 주저앉더니 마시다 만 청주병을 들어 밥공기에 가득 따르고는 벌컥벌컥 반쯤은 들이켰다.
“아아, 이제 대충 끝난 기가? ······ 우째 키운 자식인데 ······ 다 지 복인데 ······ 그저 탈 없이 살아주었으면 ······ ”
혼잣말처럼 푸념하는 엄마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어른거린다.
큰딸을 시집보냈다는 안도감도 있겠지만 장님인 딸이 시집살이를 제대로 해낼지 하는 새로운 걱정들, 그리고 이렇게 초라하게 보내는데 대한 서글픔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버지나 두 누나를 비롯해 나까지도 경사스런 날의 자축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고 모두 울적하고 허전하고 또 서글퍼하는 것 같았다.
“어무이, 너무 빨리 마신다.”
밥공기의 술을 두 번 째 마시며 비워버리자 영숙 누나가 걱정스러워 한다.
“이런 날은 술이라도 좀 취해야 ······ 느그 애비는 여기서 줄곧 마시고도 모자라 밖을 헤매는데 나라고 못 마실 게 뭐고? 아, 이 정종은 너무 밋밋하다. 영미야, 찬장에서 소주 좀 가온나.”
딸의 제지에 반발심이었는지 엄마는 한 술 더 뜬다.
"영도야, 이 잔 좀 채워라. 나도 오늘 아들이 주는 술 한잔 받아보자."
나는 엄마의 소주잔에 술을 채웠다. 단숨에 마셔버린 엄마는 술잔을 내게 내민다.
"니도 한잔 할래? 남자들은 꼭 소주는 이래 잔을 돌려가며 마시데."
"글세 `````` "
나는 조금 망설이다 그 잔을 받았다. 엄마가 지금 술 마시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한다면 나 역시 비슷한 심정이다. 울적하고 스산하고, 또 영자 누나가 진짜 신랑이기는 하지만 지금 다른 남자와 단둘이 있다는 것에 야릇한 질투심 같은 기분도 솟는다. 엄마가 딸아 준 소주를 나도 냉큼 비우려 했다. 그러나 반쯤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썼고 목이 따가워 캑캑거렸다.
"너무 독하나? 그럼 니는 이걸 마시라."
엄마는 청주를 아까 자신이 마시던 밥공기에 부어 나에게 내민다.
"어무이는 와 어린애한테까지 술을 마시게 하노?"
영숙 누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와 ······ ? 느그 할부지, 아부지, 그라고 사위까지, ······ 남정네들 술잔 돌려가며 흥얼거리면서도 내한테는 술 한잔 안주더라. 음식도 내가 다 장만한 기고 딸 보내는데도 내 가슴이 즈그들보다 더 아릴텐데 ······ 그러이 나도 남자 앞에 놓고 대작도 해야겠다."
엄마는 이미 취기가 돈 듯 했다. 청주 맛은 밍밍했지만 그래도 몇 모금 마시다 보니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다.
"그라마 내도 한잔 하자. 나도 왠지 가슴이 아리다."
영미 누나가 밥상에 주저앉아 술잔을 집어 든다.
"이 가시나가 버릇없이 와 이카노? 아직 여학생이 ······ “
“체! ······ 내는 영도보다 네 살이나 더 먹었다. 그런데 아들만 사람이고 내는 쓰레기가?”
“하 하 하 ······ ”
영미 누나의 도발에 엄마는 웃음으로 넘겼다. 이 자리에서는 그 웃음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래? ······ 그라마 니도 한잔 해뿌라. 이 세상이 여자는 나이를 먹거나 어리거나 도대체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기 참말로 너무 요상타.”
엄마는 영미 누나가 들고 있는 술잔에 소주를 채워 주었다. 영숙 누나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내는 경자네 집에서 잘 기다. 이방에 다섯명 자기도 비좁지만 네명이 모두 술에 취해가 있다 카는 게 너무 끔찍하다.”
영숙 누나가 방을 나서자 오히려 방안의 분위기는 안정이 되는 듯 했다. 그래서 약간은 기묘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엄마와 영미 누나가 술잔을 들이키는 것을 보며 나도 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서러움도 외로움도, 그보다 더 착잡한 기분도 술잔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체질 탓인지 나는 술이 안 받는 것 같다. 어느새 머리는 핑핑 도는 것 같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이 가빠졌다. 엄마도 나의 그런 변화를 알아챘다.
“야가, ······ 영도가 술 취했네. 자, 니는 빨리 자거라.”
엄마가 일어서는데 몸이 조금 비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윗목에 요를 펴고 나를 끌어다 눕혔다.
몽롱한 기분에도 눈을 떠보니 내가 빠지면서 술자리도 파장이 온 것 같다. 엄마와 영미 누나가 주섬주섬 밥상을 치우는 것을 보며 나는 잠이 들었다.
“앗! 아얏! ······ ”
째지는 비명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분명히 건너방에서 영자 누나가 내는 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멈추었다. 안방의 불은 꺼져 있고 어슴프레 어둠에 눈이 익어서 보니 시각은 밤 10시가 넘었다. 아버지는 아직도 안 돌아온 모양으로 아랫목에 엄마와 영미 누나의 머리만 보였다.
“아! ······ 아이고! ······ 아파요!”
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당황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가름을 할 수 없었다.
“저게 큰 언니 아다 깨지는 소리제?”
아랫목에서 영미 누나의 소근거림이 들려온다.
비로소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영미 누나의 말처럼 매형이 자지를 영자 누나에게 박는 모양이다. 나는 놀라움이 진정되자 피식 웃음이 나려했다.
나와 첫날밤을 치루었을 때 누나는 이를 악물고 작은 신음을 냈을 뿐이다. 이제는 분명 아프지도 않을텐데 안방까지 들릴만큼 비명을 지르고 있다. 누나가 말한 대로 여인의 내숭이란 것인가, 지금은 분명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웃으려던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지금 누나 몸에 자지를 박은 남자가 진짜 주인이긴 하지만 일종의 질투심과 더불어 자지가 벌떡거리는 것이다.
“첫날밤은 문구멍 뚫고 훔쳐보기도 한다 카데. 나도 한번 가 볼까?”
“떠들썩 한 잔칫집에서나 하는 기지. ······ 그런데 니도 저게 부럽나?”
“체, 부럽기는, ······ 저레 아프다꼬 야단인데 ······ ”
“그기사 여자가 딱 한번 치루는 일이제. 한번 거치고 나마 저런 소리는 안 날기다.”
모녀간의 대화는 거기서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 영미 누나가 또 말문을 열었다.
“아다 깨지고 나마 아프지는 않고 그냥 좋기만 하나?”
“글세 ······ 사람마다 다르겠제. 니도 시집가마 알텐데 벌써 그리 궁금하나? 하기사 니도 이미 사춘기가 지났으이 ······ 어디 우리 막내딸 얼마나 컸나 한번 보자.”
“아이, 간지럽다.”
소곤거리는데도 말소리가 좀 다른 것뿐 아니라 모녀의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선 것이 엄마나 영미 누나 모두 술기운 때문인 것 같다.
“아이고, 이 짜슥. 이래 몽실몽실하네! 니 기저귀 갈아줬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래 ······ 요 젖꼭지 딱딱한 거 봐라! 어디 밑에도 얼마나 영글었나 한번 보자.”
“아이, 하지 마라! 지금 멘스중인데 ······ ”
엄마의 동작은 거기서 멈춘 것 같다. 이제 건너방에서도 아무 기척이 없다. 다시 잠이 들려하는데 누나가 또 말을 꺼냈다.
“그런데 어무이는 아부지캉 하면서 꼭 그 짓까지 해야 하나?” “
“뭐를 ······ ?”
누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응?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 ?”
“에이, 말 안할란다.”
“가시나, 지가 먼저 말을 꺼내놓고 와 주둥이를 닫노? 궁금하마 물어봐라. 내는 우리 엄마한테서 아무 말도 못 들어가 다 클 때까지도 남자하고 하는 것에는 아주 숙맥이었는 기라.”
“체, ······ 어무이는 ······ 아부지 좆을 입으로 빨아댔잖나?”
망설이던 누나는 그예 그 일을 꺼냈다. 어릴 적 받았던 충격을 엄마에게도 털어놓고 싶은 모양이다.
“뭐라꼬? ······ 니가 봤나?”
“그래! 열 살 무렵 한번 봤다. 좆을 물고 걸떡거리고, 아부지도 어무이 그쨔를 막 빨아대고 ······ 짐승도 그런 짓은 안할기다. 흐윽 ······ 얼마나 추잡하고 무서웠는지 한동안은 둘다 사람 같지도 않게 보이더라. 응, 응 ······ ”
누나는 훌쩍이기까지 했다.
“에고, 이 짜슥. 부모 하는 걸 훔쳐보고 디기 놀랐구나! 하지만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그런 짓도 하는 기라. 니도 시집가서 남편이 해달라면 하게 될 기다. 니가 남편을 사랑한다면 ······ ”
모녀의 도란도란거리는 소리가 좀 더 이어졌지만 나는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새할머니까지 와서 아침밥상을 물리고 첫날밤을 치룬 신랑 색시는 어른들에게 다시 큰 절을 했다.
영자 누나는 엄마가 다시 화장을 해주었는데 수줍어 하면서도 계속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각이 온 것이다. 매형은 삼륜트럭에서 싣고 온 숯 한가마를 내리고 그 자리에 누나의 이부자리와 단촐한 살림살이를 실었다. 이웃집 여인들 몇이 나와서 누나에게 배웅인사를 건넸다.
“새 색시가 웃음이 떠나지 않네. 신랑 따라가는 기 되게 좋은 갑다.”
한 여인의 말에 나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지금 누나가 얼마나 힘들여 웃음을 짓고 있는지, 얼마나 힘들게 눈물을 참고 있는지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집 앞에 택시가 한 대 멎었다. 택시라지만 군용 지프차에 드럼통의 철판을 씌운 시발택시라는 것으로 우리 읍내에 딱 3대만 있다는데 그중 한 대가 우리집을 찾아온 것이다. 내리는 사람을 보니 뜻밖에도 박금순과 금지 자매였다.
“누부야, 점자 선생 오셨다. 금지 누부야도 같이 ······ ”
“뭐라꼬 ······ ?”
반가움보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누나는 급히 속삭인다.
“빨리 나를 사람들 안보이는데로 데려가 도. 그라고 선생님 모셔 온나.”
나는 담을 끼고 집뒤로 돌아 모퉁이에 누나를 서 있게 하고 금순 자매를 데려왔다.
“영자씨, 결혼 축하해!”
내가 손을 이끌어 누나 앞에 이끌자 금순이 환하게 웃으며 누나의 손을 잡자 누나는 그녀를 왈칵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선생님! 엉 엉 엉! ······ ”
마치 봇물이 터지듯 통곡하는 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먹이는 누나를 따독이며 금순이 말했다.
“자, 그만 그만 ······ 오늘 같이 좋은 날 울면 어떡해.”
금순의 품을 벗어나서도 누나는 계속 흐느끼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미리 실컷 울어 눈물을 말리겠다더니 아직도 많이 남았나보다.
“선물이라고 마련한 게 ······ 이게 미국의 여류작가 마가렛 미첼이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소설이야. 여기도 시골이지만 영자 시집가는 곳이 더 벽촌이라니 외롭기도 하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거야.”
금지가 양손에 들고 있는 그 소설은 족히 30권쯤 되어 보였다. 점자로 찍었기에 분량이 일반 활자책의 몇배나 된 것이다.
“고맙심더, 선생님. 가서 곧 편지 올릴게요. 엉 엉 엉! ······”
누나는 다시 금순을 와락 끌어안고 울음을 이어가다 차츰 진정이 되자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래 귀한 걸음 하셨지만 빨리 좀 돌아가 주이소. 집을 떠나며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선생님 앞에서는 참을 수가 없는 기라예.”
“아, 그렇군. 자, 그럼 갈게. 영자야, 부디 행복하게 살아.”
금지도 누나와 한번 포옹을 하고 자매는 서둘러 타고 왔던 시발택시에 올랐다.
“내 얼굴 이제 괘않나?”
저고리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눈을 부벼대면서 누나가 물었다.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물을 펑펑 쏟던 흔적은 많이 지워졌다.
“참말로 이런 결심은 안 할걸 그랬다. 눈물을 참는 게 억지로 우는 것보다 얼마나 더 힘든가를 알았다면은 ······ ”
누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말할 때 내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억지로 참았다.
누나는 그렇게 다시 시종 미소를 띄운 얼굴로 우리집을, 그리고 내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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