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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11 962회 0건
여자의 일생 - 9부 -


[고향을 뒤로하고 ]

울퉁불퉁한 산길을 한 시간여 내려오자

드디어 읍내의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보이길 시작했다.

말순은 산길을 내려오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짜장면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 짜장면이 시커멓게 생겼다던데..... 과연 맛은 어떨까? -

그러나 읍내에 도착한 아저씨는 그렇게 기대하던 중국집에는 들어갈 생각도 않은 채 시장쪽으로 가고 있다.

말순은 아저씨가 길을 몰라서 그런가 싶어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괜히 잘못 보일까 싶어 침만 삼키며 아저씨의 눈치만 살핀다.

드디어 말순의 손을 잡은 아저씨가 발길을 멈춘 곳은 다름아닌 옷가게이다.

“으음~ 이거 예쁘네..... 말순이 넌 어때?”

아저씨는 하얀색에 빨간 줄무늬가 그려진 빤쓰를 말순에게 보여 주었지만

사실 열두 살이 될 때까지 한번도 빤쓰를 입어 본 적이 없었던 말순이었기에

좋다는 소리 조차 하지 못하는 생긋이 웃으며 얼굴만 붉히는 것이었다.

옷가게를 나오는 말순의 가슴은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아저씨가 말순의 빤쓰를 한개도 아니고 세 개씩이나 샀기 때문이다.

드디어 아저씨가 말순을 데리고 약속대로 ‘중화루’라는 중국집을 들어가는 것이었다.

말순은 아직 글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중화루’는 오빠로부터 들어서 안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말순은 벌써 짜장면의 냄새에 반해 버렸다.

“꼴깍!! 야아~ 흐흐흠....”

아저씨는 의자에 앉지 않고 방을 달라고 하더니 저 끝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식당 뽀이가 물컵과 주전자를 가지고 와서 주문을 받는 것이었다.

“으음~ 여기 짜장면 보통 하나하고 곱빼기 하나.....”

무슨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저씨는 틀림없이 짜장면을 주문했다.

“자아~ 말순이..... 빤쓰 입어야지... 하 하 하~ ”

말순은 아저씨로 부터 빤쓰를 받아 들고 아주 잠시지만 고민이 되었다.

세 개의 빤쓰는 모두 무늬가 다르고 모두가 예뻐 보여서 어느 것을 입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하 하 하~ 이거 모두 말순이 것이니까... 아무거나 입으렴....”

아저씨의 말에 말순은 수줍은 얼굴로 빨간 줄무늬가 있는 빤쓰를 잡았다.

“자~ 이리 와..... 아저씨가 입혀 줄께... 자아~ 어디......”

말순은 한 손으로 원피스의 치마를 살짝 들면서 아저씨의 어깨를 잡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우리 말순이는 언제 봐도 이뻐....”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통통한 엉덩이가 무척 귀엽고 앙증스러운 말순이,

비록 아저씨 앞에서 아랫도리를 다 들어내고 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빤쓰를 입고 난 말순은 너무 신나고 기분좋은 나머지 그 빤쓰를 보려고 연신 치마를 들썩인다.

“어때...맘에 들어? ”

짜장면을 주문 한지도 벌써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가져 올 생각을 않으니

말순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면서도 모든 신경은 밖에 가 있다.


드디어 한참이 지나자 방문이 열리며 기다렸던 짜장면이 들어 왔다.

그런데 한 그릇은 엄청나게 많아 보이고

또 다른 한 그릇이 적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어른이니까 많은걸 먹으려나 보다.

“자아~ 말순이는 짜장면이 처음이라니까...곱빼기를 먹어..... ”

말순은 아저씨의 말에 눈이 휘둥그래 진다.

상상도 못했는데 많은 걸 주다니....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 같다.

아저씨는 옷을 버릴지 모른다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말순의 목에 매어주었다.

“후르르~ 쩝쩝!! 후 르 릅.....”

정말 맛있었다. 소문은 들었지만 짜장면이 이렇게 맛있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말순은 서툰 젓가락질로 쉬지 않고 입으로 가져간다.

달콤하고 짭짤한 것이 이건 완전히 음식이 아니라 환상이다.

말순은 마치 누가 뺏아 먹기라도 하는지 거의 씹지도 않은 채 먹어치웠다.

“와아~ 우리 말순이 짜장면 되게 잘 먹네... 하 하~ 앞으로 자주 사 줘야겠는걸...”

아저씨의 말에 말순은 입가에 시커먼 짜장을 덕지덕지 붙인 채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았다.

중화루를 나오며 말순은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건 짜장면이라고...


“아 저 씨 요~ 인자 기차타고 갈끼래여?”

“아냐~ 아저씨가 차를 가지고 왔어... 저기 까만 차 보이지? 저게 아저씨 차야...”

세상에... 기차도 한번 못 타 봤는데, 저건 자가용 차라는 것이다.

학교 다닐때 본 높은 사람이 타고 온 차보다도 훨씬 멋있어 보이는 차였다.

말순은 차에 오르면서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이럴때 순자나 점순이가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드디어 차가 출발하고 말순은 점점 고향으로부터 멀어지지만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진다는 슬픔 보다가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와 앞으로의 멋진 나날로 인해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창밖을 보면서 신이났던 말순도 피곤 했던지 머리가 살며시 옆으로 기울어지며 꿈 속으로 빠져들어 버린다.

“말순아.........말순아....... 어휴~ 이녀석 피곤한가 보군... 말순아....”

“으 으 으 음~ 아 흠~ 내가 자부렀는가 보네요? 아 흠~”

아저씨가 몇 번을 흔들자 겨우 잠에서 깨어난 말순은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한다.

“다 왔어..... 내려야지... ”

밖을 보니 벌써 해가져서 어둑어둑하다.

“벌써 다 왔어요?”

“응~ 말순이가 몹시 피곤했던 모양이야? 하 하~ 자아~ 이제 내리자....”

차가 선 곳은 2층으로 된 양옥집 대문 안이었다.

차 문을 열자 밖에서 아주 예뻐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순을 맞아준다.

“니가 말순이구나~ 역시 듣던대로 예쁘장하게 생겼네....오느라고 고생했지?”

그 아주머니는 말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맞이해 주었으나

분위기에 어색한 말순은 가슴이 콩닥거려 인사조차 제대로 하질 못한다.

“자~ 들어가자....... 배 고프지? 들어가서 밥 먹자...”

아주머니는 말순의 손을잡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야~~~ ”

집안으로 들어간 말순은 생전 보고 듣지도 못했던 으리으리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시골에서는 밤에 호롱불 조차 석유가 아까와 제대로 켜질 못했지만

여긴 환한 전깃불이 몇 개씩이나 켜 있어서 대낮처럼 밝다.

가운데는 푹신푹신해 보이는 커다란 의자가 눈에 들어왔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 각각의 자리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경일아~ 아빠 오셨다...빨리 내려와......”

아주머니가 계단을 향해 소리를 치자 조금 있으려니 한 사람이 내려왔다.

그는 고등학생으로 보였고 말순이가 보기에 얼굴도 하얗고 무척 잘 생겼다.

“이야기 했었지...말순이라고...”

“아아~ 말순이... 하 하~ 이름이....하 하 하~”

말순은 그 학생이 이름까지 들먹이며 웃어버리자 괜히 얼굴이 달아 올랐다.

“앞으로 오빠라고 부르면 될꺼야~ 뭐..... 자주 만나지는 않겠지만...”

말순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이 살텐데 자주 못 만나다니... 그럼 이 오빠가 다른데로 가나?

“자~ 저녁 먹자..... 이리 온~ ”

밥은 아무데서나 먹으면 되지 정해진 곳이 있다니 말순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식당에 들어서자 차려진 식탁을 보고 말순의 눈이 또 한번 휘둥그레진다.

보리쌀이라고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하얀 쌀밥,

그리고 식탁 가득히 놓여진 엄청난 반찬들을 보자 그저 놀랍기만 하다.

말순에게는 모든 것이 맛이 있었다.

입에만 넣으면 살살 녹는 듯 하여 그날 말순은 배가 톡 틔어 나올 정도로 실컷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경일이 오빠는 바로 2층으로 가 버린다.

비록 말 한번 붙여보지 못했지만 말순은 경일이 오빠가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피곤할텐데 목욕하고 자야지... 자~ 이리와....”

“지는 어제 목깐 했는데예....”

“뭐어.......어제? 호 호~ 목욕은 매일 해야지..... ”

하며 아주머니는 말순을 목욕탕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줌마가 옷 벗겨 줄께...어디~~”

아주머니는 말순의 원피스를 위로 들어 올리더니 담번에 벗겨버리고

낮에 아저씨가 사 주셨던 빤쓰마져 벗겨 버렸다.

“아유~ 몸도 예쁘네..... 근데 살이 많이 탔구나... ”

“야~ 선녀탕에서 맨날 맨날 목깐을 해서 그래예~”

아주머니는 무척 다정스럽게 말을 붙여가면서 말순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목욕탕 문이 덜컥 열리면서 아저씨가 불쑥 들어오는 것이었다.

“어때........ 내 말대로 예쁘지? ”

“그렇네요... 벌써 젖몽오리도 생기고.... 정말 이쁘네요...자~ 다리 좀 들어 봐...”

아주머니가 갑자기 말순이의 다리 한쪽을 들었다.

말순은 얼른 아저씨를 쳐다봤다.

그냥 발가벗은 몸을 보이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다리를 들면 속살이 보이기 때문에 조금은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아주머니에게 한쪽 다리를 들린 말순은

창피하다는 표현으로 어깨를 움찔거리며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아유~ 이것 좀 봐...호 호~ 나도 이런 적이 있었을까? 너무 귀엽네...”

아주머니는 마치 아저씨에게 보이려는 것처럼

말순이의 가랑이 사이 갈라진 곳을 손으로 벌리더니

“여자는 여기를 깨끗이 씻어야 하거든... 앞으로 혼자 목욕을 하더라도 그렇게 하도록 해~”

하면서 아주머니는 향긋한 비누로 말순이의 갈라진 그곳을 문질러 주는 것이었다.

말순은 언제 부터였는지 그 곳에 손만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저씨가 보고있으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말순이가 목욕이 끝날 때까지 나갈 생각도 않고 구경만 하던 아저씨는

목욕이 끝나자 말순의 발가벗은 몸을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싸더니

번쩍 들어 안아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자아~ 이제 머리를 말려야지~~ 이리 와”

잠시 뒤에 따라 들어 온 아주머니는 이상한 기계를 꺼내더니 말순을 오라고 했다.

그것은 윙 하는 소리를 내며 뜨거운 바람이 나는 것이었다.

“이건 말순이 니가 입을 옷이야~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 아줌마가 입혀줄께...”

말순의 머리를 다 말린 아주머니는

장롱에서 예쁘게 생긴 옷을 몇 벌 꺼내서 말순이의 것이라며 보여주었다.

말순은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조금 전에 벗었던 원피스도 너무 좋은데 또 다른 예쁜 옷들이 있다니...

말순은 꿈을 꾸는게 아닌가 싶어 다리를 살짝 꼬집어 보았다.

아프다. 그렇다면 이건 꿈이 아닌 것이다.

말순은 이제 자신이 발가벗겨져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며칠간은 여기서 우리랑 같이 자는거야~ 알았지?...... 자아~ 피곤한데 빨리 자야지~”

아저씨는 말순을 제일 끝쪽에 눕히더니 방안의 불을 껐다.

잠은 자야겠는데 말순은 잠이 오질 않는다.

집 생각도 잠시 났지만 그건 아주 잠시 뿐이었고 지금은 마음이 너무 들떠 있다.

아까 본 옷중에서 말순의 눈을 끌었던 빨간 원피스가 눈에 아른거린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저쪽에서 부시럭거린다. 아마 잘려고 옷을 벗는가 보다.

잠시 후, 침대가 울렁거리면서 아주머니가 올라오고 바로 아저씨가 침대로 올라왔다.

“저..저어~ 자 다 가... 발로 찰낀데... 잠을 험하게 자서...”

말순은 험한 잠버릇이 걱정되었다.

“괜찮으니까..... 걱정말고 푹 자기나 해...”

아주머니의 말에 말순은 너무나 고맙다.

세상에 이런 멋진 분이 어쩌면 마음씨도 이렇게 고을까?

말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 잘 보여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한다.

“아유~ 말순이가 이름만 예쁘면 다 좋은데... 호호~”

아주머니는 옆으로 돌아누으며 말순을 꼭 끌어 안았다.

- 허헛!! 이럴수가? 아주머니도 지금 옷을 벗고 있네? -

말순은 자기 혼자 벗고 자는줄만 알았다가

안아주는 아주머니의 몸에 옷이 없다는 것을 알고 흠칫 놀란다.

- 원래 침대에서 자면 옷을 벗고 자야 하는건가? 그럼 아저씨도? -

말순은 혼자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데

갑자기 딸깍 소리가 나며 침대 머리맡에서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이었다.

말순은 얼른 눈을 감았다.

아주머니의 벗은 몸을 보면 싫어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핫!! 아 으~ 흐흣.....”

갑자기 이상한 소리에 말순의 머리는 찬물을 끼 얹은 듯 했다.

그 소리는 며칠 전 안방에서 어메에게서 들었던 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말순이가 자는줄 알고 있는 것 같다.

말순은 눈을 꼭 감은 채 숨소리 조차 낼 수가 없었다. 아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말순인 자는가 봐? 자아~ 이리 와......흐흣....다리 벌려....흐흡...”

“아이~ 가...간지러워요...하핫... 아 이 잉~”

말순이는 비록 눈을 감았지만 아저씨의 손이 아주머니의 어디에 와 있는지 짐작이 간다.

너무 궁금하다. 눈을 떠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말순의 입안은 바싹 타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침이 자꾸 삼켜지려고 한다.

“허헉... 마..말순이가 깨면....흐흣...아..안 될 텐 데....흐흣...말순이 자니? 흐흣...”

아저씨가 부른다. 하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말순은 만약 대답을 하게 되면 이 분들이 자신을 싫어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자는 척 아무 소리도 없이 숨만 죽이고 있을 뿐이다.

다시 침대가 울렁거리더니 아저씨가 아주머니의 몸위로 올라 오는 것 같다.

말순은 며칠 전, 아부지와 어메가 뚝구 하는 것을 보려고 그렇게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눈만 살짝 떠 버리면 빨간 불까지 켜져 있어서 모든 것을 다 볼 수가 있다.

살짝 떠 버릴까?

아냐~ 뜨면 안돼...

하지만 살짝 뜨면 모를꺼야...

말순은 혼자 고민을 하다가 살며시 실눈을 살짝 떠 보았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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